19.역사이야기 (독서)/7.독립운동사

밀정 : 우리안의 적

동방박사님 2022. 8. 20.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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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다큐멘터리 「밀정」이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을 발굴해내는 작업이었다고 한다면 『밀정, 우리 안의 적』은 그 발굴의 기록이다. 제한된 방송시간에 미처 담지 못했던 자세한 자료 분석, 역사적 사건의 전후 맥락, 생생한 취재 과정과 적들의 기록으로부터 우리 내부의 적을 추적해야 했던 기자들의 소회가 더해져 있어 단순한 문자화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목차

추천사ㆍ004

1장 축제의 시간에 돌아본 우리의 그늘ㆍ9
2장 임시정부의 얼굴 누가 빼돌렸나ㆍ17
3장 항일운동의 또 다른 서술자 밀정ㆍ43
4장 안중근의 동지, 그가 걸어간 다른 길ㆍ63
5장 김좌진 최측근이 밀고한 배신의 기록ㆍ85
6장 얼굴 없는 밀정이 기록한 만주벌 호랑이ㆍ117
7장 김원봉을 밀고한 부하, 그에게 수여된 건국훈장ㆍ135
8장 임시정부의 비자금줄 경주 최부잣집ㆍ161
9장 식민지 권력자가 내린 지령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파괴하라ㆍ173
10장 김구를 잡아라, 특종공작에 동원된 밀정들ㆍ201
11장 3·1운동 계보도, 휘발된 사람들을 찾아서ㆍ221
12장 해방과 동시에 사라진 이름 밀정ㆍ243

에필로그ㆍ248
KBS 탐사보도부가 확인한 895명의 밀정 혐의자들
 

저자 소개

저 : 이재석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5년 KBS 보도본부에 입사, 「군 댓글공작 최초 실명 폭로」, 「국정원 4대강 반대 민간인 불법 사찰」 등 다양한 주제의 탐사보도를 해왔다. 다수의 특종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박정희, 독도를 덮다』(2016)가 있다.
저 : 이세중
 
2014년 KBS 보도본부에 입사해 주로 사회부와 탐사보도부에서 취재했다. 「삼성물산 국가 상대 100억 사기 의혹」, 「교도소 독방 거래」 등 다수의 고발 보도를 선보였다. 「밀정 2부작」으로 「한국기자상」 등을 수상했다.
저 : 강민아
1990년생. 2014년 KBS 「시사기획 창」 취재작가로 방송계에 발을 들였다. EBS 다큐프라임 「대학입시의 진실 6부작」(삼성언론상)에 참여했다.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 「ONE MILE CLOSER」를 제작했다. TBS 제작본부 PD로 재직 중이다.
 
 

책 속으로

“이범윤의 부하 김익준이라는 자가 얼마 전 간도로 와서 잠복하고 있다는 설이 있어서 밀정을 시켜 탐색하게 했습니다. 우리 밀정은 이 사람을 교묘한 방법으로 대안(對岸) 온성(穩城)으로 유인했고 헌병대가 그를 체포하였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_이범윤 부하의 동정(1911년 3월 17일), 1209 제22호, 〈불령단관계잡건〉.

의병장 이범윤 선생의 부하 김익준이 간도로 왔는데 밀정의 활약(?)으로 붙잡았다는 내용이다. 일제의 강제적 한일병합 직후인 1911년 3월 간도총영사가 고무라주타로(小村壽太?) 외무대신에게 올린 보고서 중 일부다. 이런 식의 서술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물론 위에서 보는 것처럼 암약하는 밀정의 특성상 일제를 위해 동포와 동지를 팔아넘긴 밀정이 누구인지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름 없는 밀정으로 표기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밀정의 밀고를 토대로 작성된 내부기밀보고서는 일본 자료실과 공공기관 곳곳에 남아있다. 너무 많다. 너무 많아 다 들여다볼 엄두가 나지 않는다.
--- 「1장 축제의 시간에 돌아본 우리의 그늘」 중에서

소장학자의 제보대로 문제의 사진을 입수한다면 우리가 애당초 추적했던 밀정과의 연관성을 부각할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4월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매우 뜻 깊은 사료발굴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 제보가 있기 전에도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던 임시정부 초기 단체사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미 포착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의 사진이 우리의 큰 주제인 밀정과 어떻게 연관되는가가 불분명해서 취재에 속도가 붙지 않고 있던 터였다. 이제 취재진은 주저할 것 없이 곧장 일본으로 날아갔다.
1919년 임시정부 초기 사진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간 곳은 일본 도쿄에 있는 방위연구소였다. 방위성 산하에 있는 자료실이라고 보면 된다. 일본 방위성은 우리의 국방부에 해당한다. 따라서 방위연구소는 일본 국방부자료실 정도로 개념을 잡을 수 있겠다. 일본군에서 생산한 자료들이 이곳에 보관되어 있다. 우리가 찾는 사진도 군 관련 자료로 분류돼 방위연구소에 보관 중이었는데, 100년 전 이 사진을 내부보고용으로 생산한 주체가 경찰이나 외무성이 아닌 일본군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 「2장 임시정부의 얼굴, 누가 빼돌렸나」 중에서

다시 1년 뒤인 1912년이다. 함흥 지역에 있는 헌병대장이 올린 보고다. 기존 문건에는 홍범도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가 조금씩 흩어져 있다면 이번에는 다르다. 홍범도 부대의 병력 규모 동향, 병기 현황, 은신처, 부대원의 개인적 특징까지 총망라돼 있다. 자그마치 17개 항목이다.

“대안對岸에 있는 폭도의 수괴는 홍범도, 차도선車道善 두 사람입니다. 홍범도는 부하 약 500여 명과 총기 약 500자루를 가지고 있으며, 차도선은 부하 약 300명과 총기 약 300자루를 가지고 있습니다.”

차도선(1962년 건국훈장독립장)은 홍범도와 함께 의병대의 중추였다. 두 사람 밑에 각각 500명과 300명의 병사가 있으며 한 사람당 하나씩 총기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다. 요즘 군대규모와 비교해선 곤란하다. 게릴라식으로 치고 빠지는 비정규군 치고는 일제가 무시하지 못 할 규모다. 나름대로 병기를 잘 갖추고 있었으니 일본군이 두려워할 만하다.

“각자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리고 있는데 러시아령에 거주하는 안종호(安鐘鎬)로부터 6월, 12월 두 차례 약간의 보조금을 송부 받고 있습니다. 부하에게는 한 달에 밀가루 1두斗 6되, 수수 2두 5되, 히어로hero 담배 10개씩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립군의 사정이 눈에 잡힐 듯 구체적이다. 전투가 임박하지 않은시점에선농사를지으며생계를꾸렸다일종의둔전병이다 독립군을도와주는자금의출처가어딘지도실명을거론하고있 다치명적인정보다일제입장에선독립군을치는것보다안종호 를처리하는게훨씬수월하면서도비용대비효과를극대화할수 있을 것이다.
--- 「6장 얼굴 없는 밀정이 기록한 만주벌 호랑이」 중에서

3·1운동 계보도 역시 도쿄 인근의 한 고서점에서 발견되었다. 처음 이 사료를 접한 김광만 연구원은 논문에서든 책에서든 어디선가 한 번쯤 소개된 적이 있는 계보도일 것 같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취재진이 검증 차원에서 국내 학계전문가들에게 두루 확인한 결과 이 계보도는 그동안 학계나 언론에서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것이었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공안당국이 재야 운동이나 학생운동 진영을 계보 형태로 그려서 검거와 수사에 활용한 것처럼 3·1운동계보도도 비슷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3·1운동이 일어난 이후 일본이 주도자급 인물을 추리고 전체적인 계통을 파악하기 위해 그려놓은 것이다. 말하자면 수사자료인 셈이다. 가로 54센티미터 세로 40센티미터다. 140명의 이름이 빼곡히 등장한다. 일제에 동조하지 않았던 일부 외국인 선교사 이름도 나오지만 대부분이 3·1운동을 주도했던 인물들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민족대표 33인의 이름도 당연히 들어가 있다. 종교별 지역별 계층별로 이름이 나열돼 있고, 이름 옆에는 간략한 직함 또는 설명이 서술돼 있다.
--- 「11장 3·1운동 계보도, 휘발된 사람들을 찾아서」 중에서
 

출판사 리뷰

적의 손으로 기록된 항일운동의 가장 치밀하고 생생한 역사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한 2019년, 한 편의 탐사보도가 언론과 학계를 술렁이게 만들었다. 바로 KBS 탐사보도부의 다큐멘터리 〈밀정〉이다. 2부작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그간 학계에서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항일운동의 가장 어두운 지점, ‘밀정(密偵)’의 실체를 규명했고, 같은 해 친일청산과 관련해 가장 권위 있는 상이라고 할 〈임종국상〉을 비롯해 〈한국기자상〉 〈방송기자대상〉 등 10여 개의 관련 상을 수상하며 탐사보도의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이러한 환호의 저변에는 ‘밀정’이란 단어가 가진 어두운 무게가 자리한다. 밀정은 단순히 동족을 배신한 ‘괘씸한 사람들’이 아니다. 일제의 피라미드식 지휘체계 맨 아랫단에서 실핏줄처럼 곳곳에 뻗어나가 작동하며 일제국주의에 생명을 불어넣었던 존재들이다. 이들의 암약 속에 거사는 실패하고 독립운동가들은 체포되었으며 독립군은 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일본군 100명보다 밀정 하나가 더 무섭다.’ 독립운동 진영 내부에서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던 이 말은 그들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짧고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일본외무성과 방위성의 자료실에 보관된 기밀보고서와 각종 서신, 중국 당국이 생산한 공문서 등 〈밀정〉 취재진이 입수한 5만 장의 문서들에 남겨진 밀고의 기록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100주년을 넘긴 지금도 우리가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한 임시정부 초창기 멤버들의 사진, 3?1운동에 참여한 독립운동가들의 계보도(밀정에 의해 작성되어 일제의 수배명단으로 쓰였을 이 체계적이고 상세한 명단에는 각계의 항일운동 핵심인물과 그 관계도는 물론 아직도 우리가 찾지 못한 숨은 영웅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도 이번 밀정 추적을 통해 발견되었다. 또, 안중근의 동지, 김좌진의 측근, 김구의 부하 등 그 손길이 미치는 범위 또한 실로 두려울 정도다.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밀정은 20여 명, 취재를 통해 밝혀진 밀정 혐의자는 895명
기억해야 할 역사에 대한 기록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밀정은 친일파와 다르다. 대외적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활동했으며 지금까지 어느 정도 역사적 평가가 이루어진 친일파들과 달리 암약했던 밀정들은 그들이 항일운동에 미친 그 치명적인 여파에도 불구하고 해방과 더불어 거의 아무런 청산의 과정 없이 역사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친일인명사전》에 기록된 밀정은 20여 명. 하지만 KBS 탐사보도부가 취재를 통해 추적한 밀정 혐의자는 895에 달한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 독립을 향한 염원이 동지의 얼굴을 한, 혹은 자신이 지켜야 할 민족의 얼굴을 한 밀정들의 손으로 일제에 넘겨졌는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들이 남긴 배신의 기록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는 독립운동의 숨은 주역들이다.
다큐멘터리 〈밀정〉이 그 역사의 아이러니 속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을 발굴해내는 작업이었다고 한다면 이 책은 그 발굴의 기록이다. 제한된 방송시간에 미처 담지 못했던 자세한 자료 분석, 역사적 사건의 전후 맥락, 생생한 취재 과정과 적들의 기록으로부터 우리 내부의 적을 추적해야 했던 기자들의 소회가 더해져 있어 단순한 문자화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추천평

이 책에는〈밀정〉 2부작뿐만 아니라 제작진이 발굴하여 KBS뉴스9 톱뉴스로 보도해 3·1운동의 숨은 주역들을 집중 조명한〈조선총독부가 작성한 3·1운동 계보도〉 취재기와 민족문제연구소와 함께 경주 최부잣집에서 발굴된 사료를 분석하여 경주 지역 국채보상운동과 백산무역주식회사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 자금 지원을 심층보도한 사례 등 지난 한 해 KBS탐사보도부의 빛나는 활약상도 소개하고 있다.
무릇 역사에는 빛과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감추고 싶은 치부일 수도 있지만 밀정이라는 어둠의 자식들이 있었기에 독립투사들의 헌신은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 책이 그동안 은폐되어왔던 오욕의 역사를 백일하에 드러내는 한편으로 일제의 간교한 분열 책동 속에서도 끝까지 신념을 굽히지 않았던 대다수 독립투사들을 다시 기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더불어 밀정들이 해방 이후 어떻게 변신해갔는지 후속작업도 기대해본다.
- 조세열 (민족문제연구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