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선시대사 이해 (독서>책소개)/4.조선역사문화

조선은 법가의 나라였다

동방박사님 2022. 12. 10.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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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권력의 나라' 조선은 군주를 앞세워 유가의 그늘 속으로 숨어든 힘센 자들의 연출과 기획 속에서 지탱한 왕조였다. 이 책은 권력을 움켜잡거나 움켜잡으려는 이들의 지모와 계략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민중을 정치적으로 이끌려는 자들의 욕망과 의지보다 도리어 이끌려지는 군상들의 불가피한 동기와 그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어떻게 다스렸는가'보다 '왜 따르지 않으면 안 되었을까'에 초점을 맞추어, '위'에서 '아래'로만 바라보던 조선 정치사 이해의 새로운 경로를 탐색한다.

특히 정치적 강자의 지배도구였던 '형벌'을 중심으로 하여, 군주 집권기별 형벌 논의와 집행의 성격을 서로 비교해 보고 그것이 왕조사의 변동 속에서 역사·정치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주목한다. 아울러 각 군주 집권기간 동안 단행된 처형내역과 사법 쟁송 결과를 압축함으로써 통치공학의 시기별 편차와 변화추이를 뒤쫓는다.

목차

머리글

1. 왕조국가의 정치적 존속과 법치의 이해
1. 공포의 정치화, 제도폭력의 사회화: 도발ㆍ저항ㆍ역압
2. 율법의 정치성: 정치공학의 안정화
3. 치죄와 자발적 복종의 제도화: 태조-태종

2. 박탈과 제압의 역사: 『조선왕조실록』과 형벌사
1. 범죄와 형벌의 사회사: 조선사의 재구성
2. 외경의 정치적 동원: 세종-성종
3. 권력의 동요와 법치의 변화: 연산-선조
4. 왕권의 강화와 율법의 정치적 합리화: 광해-정조
5. 질서의 문란과 법률의 와해: 순조-순종

3. 법정형과 주변형의 정치적 병용: 오형과 법외형
1. 행형의 역사적 전개
2. 태형ㆍ장형
3. 도형ㆍ유형
4. 사형ㆍ법외형

4. 관용의 통치공학: 구휼과 휼형
1. 용서의 정치학
2. 휼형의 역사적 굴곡

5. 결론: 일탈과 통제의 정치적 순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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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박종성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였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서원대학교에서 ‘한국정치’를 가르친다. 『혁명의 이론사』(1991) 쓸 때만 해도 그 공부만 할 줄 알았다. 혁명가는 쓰러져도 그가 빠져들던 믿음의 불꽃만큼은 오래갈 것 같아 붙잡은 게 『박헌영론』(1992)이라면 『왕조의 정치변동』(1995)과 『강점기 조선의 정치질서』(1997), ...

 

핏빛 낭자한 살인현장에서 이내 잡힌 범인에게 정작 두려웠던 건 『경국대전』의 살인조 항목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잠시 후 자신의 손으로 죽인 그 자처럼 자신도 죽어야 하며 이제 죽음의 순간을 기다려야만 한다는 촌각의 절차가 죽음보다 싫고 또 두려웠던 터였다. 공포의 파도가 바다보다 높게 일렁이던 순간은 유부녀를 탐하며 말초의 열락과 들뜬 본능의 향연이 불륜으로 확인ㆍ공개되던 '때'가 아니었다. 그보다 이제는 노비가 되어 철저한 홀대와 차별 속에 살아야 한다는 간부의 처지가 새삼 처연해지던 '그때'였다.

'죽기'보다 싫은 것은 그래서 '두려움'이었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 그뿐인 것을 그날 그 순간까지 기다리고 있어야 할 처지가 가련했고, 이를 되돌릴 길 없음이 딱하기만 하였던 것이다. 하물며 같이 피 마르고 입술 타들어가야 했던 가족과 주변의 사람들까지랴.
--- pp.10~11 ('머리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