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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이야기 (2024) - 인생을 좌우하는 신경계

동방박사님 2024. 4. 1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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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자신의 질병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 하는 환자와 가족이 많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았고 그래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사람은 다 다르고 질병의 진행 역시 개별적이다. 그러므로 이런 책은 의사의 진료를 결코 대체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질병에 관한 정보는 제공할 수 있다. 신경 질환의 진행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치료법이 오늘날 아주 많다. 치료할 수 있는 질병의 수도 꾸준히 증가한다. 진단과 치료의 이런 진보는 주로 최근에야 이루어졌고 그래서 그것 역시 이 책의 중요한 요점이다.

하나는 확실하다.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는 모든 것,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식하는 모든 것,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은, 뇌의 작업 결과이다. 뇌는 우리의 성격과 영혼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 책은 질병을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신경 질환은 말하자면 신경계의 오작동이다. 그러므로 신경 질환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당신은 건강한 신경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알게 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신경계에 관한 현대 지식의 총괄이다.

목차

1. 한 주의 시작

2. 누구에게 닥칠까


카테터 시술
중환자실에서
뇌졸중의 원인
드문 원인
뇌졸중 병동에서
뇌졸중 이후
뇌졸중 병동 - 중요한 성과
뇌졸중의 위험요인
사회 상황과 뇌졸중
지구적 관점
뇌졸중 예방
왜 지금일까? 뇌졸중의 방아쇠
뇌졸중 그 후?
뇌졸중 증상은 무엇인가? 응급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실용적 조언

3. 뇌는 어떻게 일하나

미니어처로 보는 뇌의 세계
동작 제어 원리
주변 환경 탐색 원리
시각 원리
동물과 인간의 차이 ― 언어
우리는 어떻게 결정하나
우리의 두뇌 ― 슈퍼컴퓨터?

4. 신경과 근육이 협력하지 않으면

신경과 근육의 상호작용 방법

5. 신경이 고장나면

근력 검사
증상과 증후군 ― 진단법
입원 후 검사
신경의 구조와 검사
자율신경계
만성 신경 손상 - 다발성 신경병증, 국민병
다발성 신경병증의 원인

6. 머릿속 번개

간질이란 무엇인가?
간질 발작의 증상
뇌에서 번개는 어떻게 발생할까?
간질 발작은 어떻게 치료될까?

7. 치매

치매 ― 기억력이 나빠지면
가장 흔한 치매 형식 ― 알츠하이머
치매 ― 수많은 원인을 가진 증후군
치매 환자는 특별한 돌봄이 필요하다

8. 천의 얼굴을 가진 질병

다발성경화증 ― 그게 뭘까?
다발성경화증 진단은 어떻게 내릴까?
예방 치료가 중요하다
치료 전망이 확실히 개선되었다

9. 머릿속 악천후

편두통 ― 매우 흔한 질병
편두통은 어떻게 생기고 아우라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편두통 치료는 어떻게 할까?

10. “신발을 잘못 신은 것 같아”

파킨슨병이 증가하고 있다
살충제와의 연관성을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파킨슨병 뒤에 다양한 질병이 숨어있을 수 있다
오늘날 파킨슨병은 잘 관리될 수 있다
병이 더 진전되면

11. 신경과 의사는 어떻게 일하나

모자이크 조각이 모여 그림을 완성한다
더 많은 시간을 찾아서
신경과 ― 팀워크
마지막으로 환자에 대해
참고문헌

저자 소개

아르민 그라우는 의학 교수이자 박사이고, 루드비히하펜 클리닉의 신경학과 수석의사이다. 그의 전문 분야는 뇌졸중인데, 특히 감염 및 염증 그리고 사회적 조건과 뇌졸중의 연관성을 연구한다. 그라우 교수는 독일 뇌졸중 협회 회원이고, 2018년과 2019년에는 협회장을 지냈다.
역 : 배명자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8년간 근무했다. 이후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져 독일 뉘른베르크 발도르프 사범학교에서 유학했다. 현재 가족과 함께 독일에 거주하며 바른번역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 법』, 『매력적인 심장 여행』, 『내가 함께 여행하는 이유』, 『부자들의 생각법』 등 50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책 속으로

신경과 제1병동. 월요일 8시 15분. 회진이 시작된다. 대부분이 주말에 새로 입원한 환자들이다. 1호실. 베르거 씨가 설명한다. “텔레비전을 보는데 갑자기 화면이 꺼졌어요. 텔레비전이 왜 이러냐고 남편에게 물으려는데, 남편도 보이질 않고 주변이 다 깜깜한 거예요. 앞이 안 보인다고 남편에게 말했더니, 장난치지 말라며 내 말을 안 믿더라고요. 사실 그전에 종종 그런 장난을 치곤 했었거든요. 그래서 진짜라고 다시 말했고 남편은 당장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다시 좋아질까 싶어 좀 기다려보기로 했죠. 정말로 얼마 후 왼쪽에서 환한 점이 나타났어요. 진눈깨비가 내리는 것처럼 모든 것이 이리저리 뒤섞였고 때로는 바람에 나부끼는 커튼 같기도 했죠. 그러더니 퍼즐 조각처럼 작은 그림들이 나타났고 왼쪽 눈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하지만 오른쪽은 여전히 아무것도 안 보여요. 지금도 선생님 얼굴이 절반만 보여요. 고개를 돌리고 보면 훨씬 나아요. 더 기다리면 오른쪽도 괜찮아질까 싶어서 그냥 잤는데, 다음 날 아침에도 똑같아서 일단 주치의에게 갔더니, 망막 손상 같다며 안과로 보냈어요. 안과의사는 눈이 아니라 뇌 문제라며 우리를 다시 종합병원으로 보냈죠. 그곳 뇌졸중 병동에서 벌써 여러 검사를 받았어요. 그리고 어제 이곳에 도착했어요.” 환자는 걱정하는 기색은커녕 오히려 즐거워 보인다. 베르거 씨가 마지막으로 덧붙인다.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난 역시 운이 좋은 것 같아요.” 옆 침대의 오스트 씨가 설명한다. “집에 막 도착해서 장 본 물건을 식탁에 놓고, 아빠가 곧 도착해서 수학숙제를 검사할 테니 얼른 숙제부터 하라고 딸에게 말하려는데, 말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냥 어버버 거릴 뿐 제대로 단어를 말하지 못했어요.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나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해요. 그다음 곧바로 혀가 꼬이고, 마치 개미 떼가 기어가는 것처럼 오른팔과 얼굴이 간지러웠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구급차 안에 있더라고요. 입에서 피 맛이 났고, 바지가 젖어있었어요.”

몇 가지를 질문하고 치료 과정을 설명하려는데, 간호사가 끼어든다. “교수님, 3호실 환자가 또 침대에서 내려오려 합니다. 아침 식판을 던지고 약을 침대에 뿌렸어요. 거의 밤새도록 난동을 피워서, 야간근무 간호사들이 너무 힘들었대요.” 나는 오스트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3호실의 쉴러 씨에게 갔다. 쉴러 씨는 66세이고 ‘정신착란과 과잉행동’이 심해져서 지난주에 이곳으로 보내졌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아무 문제 없이 혼자 잘 살았고, 임대주택 집세며 공과금도 실수 없이 처리했다고, 외동딸이 전했다. 쉴러 씨는 침대 난간을 필사적으로 흔들었다. 난간 사이로 다리 하나가 나와 있고, 환자복과 시트는 커피와 잼에 흠뻑 젖었다. “쉴러 씨, 지금 뭐 하세요?” 환자의 시선이 나를 통과하여 먼 곳을 향했고, 나와 눈을 맞추지 않았다. “제가 누군지 아시겠어요?” 환자는 침대 난간을 서너 번 더 흔들다가, 이름을 묻자 지친 듯 뒤로 풀썩 누웠다. “약을 바꿔야겠어요. 나중에 좀 진정되면 뇌전도 검사를 하고, 금요일에 했던 것처럼 다른 검사들도 진행합시다.” 오늘 회진은 여러 병실을 계속 오가는 지그재그 여행이었고, 소소한 사건과 전화들로 계속 중단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호실부터 순서대로 차근차근 마지막 병실까지 회진을 돌기는 불가능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