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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콜럼버스 (2013) - 종말론적 신비주의자

동방박사님 2024. 6. 2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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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콜럼버스의
또 다른 모습과 심성세계
왜 콜럼버스는 어둠의 심연 같은 먼바다로 돌진했던 것일까?


지구의 형상에 대해 정확한 지식을 지니고 있지 않았던 콜럼버스의 시대에, 오직 풍력에만 의존하는 범선을 타고 수평선 너머의 다른 대륙을 향해 돌진하는 것은 죽음을 각오한 지극히 위험한 일이었다. 이는 단순한 명예욕이나 탐욕, 출세욕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콜럼버스와 유럽인들은 어떤 심정으로 세계의 바다를 향해 나아간 것일까? 어떻게 그들은 처음 조우하는 다른 문명권 사람들에 대해 폭압적인 태도를 지녔고, 자신들의 정신적, 종교적 우월성에 대해 확신했을까? 그들의 인종주의적 편견은 과연 어떤 심성 구조에서 나왔을까? 이 책에서는 콜럼버스를 통해 근대 세계 형성의 선두에 서 있었던 유럽인의 심성세계를 깊이 있게 고찰한다.

목차

프롤로그

제1부 콜럼버스와 그의 시대

1. 콜럼버스와 근대사

신세계와 구세계의 만남
근대 세계사와 중세적 인간
콜럼버스에 관한 자료

2. 콜럼버스는 누구인가
우리가 콜럼버스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들
콜럼버스를 보는 시각
콜럼버스의 성장기
콜럼버스가 받은 교육

3. 지중해에서 대서양으로: 포르투갈 시대
포르투갈 입국
포르투갈은 어떤 곳이었나
콜럼버스의 사회적 상승
결혼
아시아 항해 계획의 제안

4. 꿈을 현실로: 스페인 시대
스페인 입국
그라나다 문제
1차 항해 준비

5. 콜럼버스의 내면세계
중세 지리와 지도
지리 개념의 변화: 프톨레마이오스의 충격과 대응
경험과 소문
콜럼버스와 토스카넬리
콜럼버스의 독서
콜럼버스가 그린 세계

제2부 대서양 항해와 내면의 항해

6. 1차 항해: 『항해일지』의 분석

『항해일지』의 서론
대서양 항해 / 새로운 땅의 탐사
귀환 항해 / 아시아의 바다

7. 꿈과 현실: 귀환 이후 2차 항해까지
콜럼버스의 편지들 / 산탄헬 서한
새로 발견된 편지 / 콜럼버스 소식의 전파
교황청의 인가

8. 2차 항해: ‘발견’에서 ‘식민화’로
2차 항해의 준비
자료: 콜럼버스와는 다른 새로운 인식
토레스 보고서 / 쿠바와 자메이카 탐사
아메리카인들에 대한 인식

9. 3차 항해: 지상낙원과 지옥
3차 항해의 준비 / 남쪽 항해
에스파뇰라의 실상
쇠사슬에 묶여 귀국한 콜럼버스

10. 4차 항해: 종말의 시작과 종말론
향해 준비와 출항 / 남미 연안 탐사 / 조난

11. 지리종말론: 『예언서』
『예언서』 / 영적 이해력
성경 해석 / 세계의 비밀
요아킴과 프란체스코파 / 십자군

저자 소개 

저 : 주경철 (朱京哲)
바다와 해양 문명을 통한 전지구적 통합의 과정을 밀도 있게 연구해 온 서양사학자이자 역사의 ‘고급 통속화(haute vulgarisation)’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역사 스토리텔러다. 치밀한 연구 성과를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풀어내 독자의 지적 호기심과 역사적 흥미를 만족시켜 온 그가 이번에는 궁금하지만 잘 알기 어려웠던 중세로 우리를 이끈다. 매혹적인 중세 유럽인의 면면을 생동감 있게 그린 이 책은...

책 속으로

과학에 무지하고 미신에 빠져 있던 선원들은 여전히 ‘평평한 지구(flat earth)’를 머릿속에 그리고 있어서 먼바다로 나가면 배가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져 영영 돌아오지 못한다고 믿었을까? 너무나도 널리 퍼져 있는 이 이야기는 사실 현대에 만들어진 우화에 불과하다. 콜럼버스의 시대에 어느 정도 교육받은 사람들이나 선원들 중에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지구구형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식이었다. 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당시 사람들이 ‘평평한 지구’ 가설을 믿고 있었으리라는 견해는 그로부터 300년 이상 지난 19세기에 만들어진 이야기다. 단지 콜럼버스 선단의 선원들은 그들이 잘 알지 못하는 바다로 너무 멀리 나갔을 때 물과 식량이 떨어진 상태에서 귀환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날까 두려워했을 뿐이다.---pp.19-20

3차 항해는 네 번에 걸친 콜럼버스의 항해 가운데 가장 극적이었다. 우선 다른 항해와는 달리 남쪽 항로를 취했다가 무풍지대에 빠져 바다에서 모든 선원이 죽을 뻔한 것부터 특이했다. 이곳에서 겨우 탈출한 후 오리노코 강 주변 지역에 도착해서는 드디어 인류가 염원하는 지상낙원을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그 후 에스파뇰라 섬에 찾아갔으나 그의 현지 관리 방식이 너무나 미숙하여 최악의 혼란을 초래했고, 결국 왕실에서 보낸 조사관에게 체포되어 쇠사슬에 묶여 귀국해야 했다. 이런 극단적인 변전을 경험하는 동안 그는 자신이 겪는 고난이 하느님의 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참혹한 식민화?노예화가 진행되는데, 콜럼버스는 갈수록 종말론적인 꿈의 세계로 도주해 갔다. 그는 지상낙원과 지옥을 오가고 있었다.---p.230

콜럼버스의 사업은 성속에 걸친 이중의 목표를 지향했다. 그는 지의 지배자의 후원을 받아 아시아로 가고자 했고, 그곳에서 아시아 세계와 지상낙원을 발견하고 돌아왔으며, 그 후 자신이 깨달은 인류 구원의 신적인 계획을 국왕에게 보고하려 했다. 인류 역사는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으므로, 스페인 국왕의 주도하에 십자군을 조직하여 지상의 예루살렘을 탈환하고 시온 산에 성전을 재건하며, 그 과정에서 이슬람 세력을 압살하고 모든 사람들을 기독교로 전도하는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었다. 지금까지 일어난 일뿐 아니라 앞으로 벌어지는 종말론적 사건들 역시 과거에 예언자들이 예견했던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라곤 가문 출신의 스페인 국왕이 인류 구원의 역사의 주인공이며 자신은 그런 대역사에 동참하는 조력자였다. 이처럼 특이한 사고는 단순히 콜럼버스 개인의 특별한 종교적 경험이거나 심지어 그의 ‘광기’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당대까지 이어지는 유럽 기독교 전통, 그중에서도 특히 스페인에 강고하게 자리 잡고 이어져 온 특별한 종말론에 호응하는 것이다.
---p.317

출판사 리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심성세계를 탐구한
『대항해시대』 주경철 교수의 최신작


콜럼버스는 정말로 우리에게 낯설지 않아 보이며, 누구나 그를 잘 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우리는 콜럼버스에 대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가? 사실 조금만 파고 들어가 보면, 이 세계사적인 인물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이 의외로 적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기존 연구들은 대개 콜럼버스의 항해에 집중하든지, 정치사 혹은 사회사적인 관점에서 근대 유럽을 연구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아메리카 지역이 겪은 심대한 변화를 추적하곤 했다. 그렇지만 콜럼버스를 비롯하여 유럽인들이 왜 그토록 아시아로 가려고 했는지를 밝히는 심성사 부문에서는 아직 연구가 부족한 형편이다. 이 책은 ??대항해시대??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내용이자,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콜럼버스의 심성세계를 탐구한 주경철 교수의 최신작이다.
콜럼버스는 현실의 아시아를 향해 항해하지만, 그곳은 단순히 물리적인 땅으로서의 아시아가 아니라 신비한 일이 가득한 땅인 아시아이며, 그곳으로 가는 항해는 인류의 구원을 향한 신의 거대한 계획 속에서 이루어지는 신성한 항해이기도 했다. 그의 대서양 항해를 인도한 것은 잃어버린 낙원을 향한 중세적 꿈이었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콜럼버스가 수행한 해외 영토의 ‘지리적인 발견’은 세계 기독교의 ‘영적인 갱생’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며, 이처럼 ‘콜럼버스 현상’은 그의 내면세계와 떼어놓고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한다.

다시, 콜럼버스는 누구인가?
콜럼버스를 통해 살펴본 중세 유럽인의 심성세계


콜럼버스는 분명 세계사의 새로운 흐름의 최선두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누구이며, 어떻게 해서 대서양 항해를 추진하게 되었는가? 콜럼버스를 보는 시각은 신화적이거나 역으로 우상파괴적이었으며, 늘 정치적 영향을 받았다. 그를 보는 시각은 이데올로기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그는 지고의 영웅 아니면 최악의 악당이었다.
19세기 사람들은 그를 영웅으로 보았다. 안전하지만 정체해 있는 유럽 세계를 벗어나 과감하게 신대륙을 향해 나아갔던 사람, 과거의 전통과 억압적 권위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사람, 당대 학자들의 수준을 앞서 나간 천재, 맹목적인 중세 종교에 저항하고 르네상스 과학정신을 받아들인 지성, 한마디로 그는 진보의 상징이었다. 1960년대는 콜럼버스에 대한 시각이 크게 변화하는 시기였다. 민권운동, 베트남전쟁 반대운동, 페미니즘, 생태운동 등 비판적 운동의 물결이 넘실대던 그 당시, 콜럼버스는 이제 악당으로 거듭났다. 그는 파괴와 약탈, 잔혹한 지배를 시작한 인물로 그려졌다.

주경철 교수는 “콜럼버스를 근대를 연 선구자로 미화하는 것도 문제지만, 정반대로 그를 무조건 악마화하는 것도 이데올로기적인 편견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정치적으로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확실한 사실부터 정리해 나가면서 그를 보는 시각을 다시 정립해 보려는 시도다.
콜럼버스는 자신의 계획을 끝까지 추진하여 성과를 거두었다는 점에서 특기할 인물이지만, 그의 생각이 유일무이하지는 않으며, 따라서 그의 생각 역시 그 시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한 심성세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콜럼버스의 심성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그 개인의 특이한 정신 상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유럽의 정신 구조를 해독해 본다는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