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국제평화 연구 (책소개)/2.국제정치외교

감정의 지정학 (2010) - 공포의 서양·굴욕의 이슬람·희망의 아시아

동방박사님 2024. 6.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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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을 독창적인 관점으로 재해석하여, 한층 심도 깊은 논리와 해법을 제시

『감정의 지정학』의 주요 논지인 ‘감정의 충돌’은 1990년대 초 새뮤얼 헌팅턴 교수가 주장한 ‘문명의 충돌’ 테제와 같은 연장선에 있다. 헌팅턴의 테제가 주로 동양과 서양의 문화 충돌에 주안을 둔 데 반해 프랑스 국제문제연구소 고문으로서 국제문제의 세계적 권위자로 손꼽히는 도미니크 모이시는 아직 그 중요성이 충분히 인식되지 않고 있는‘감정’이라는 영역으로 논점을 확대하여 지정학적 충돌을 묘사한다. 한 국가 또는 지역 전체가 언뜻 비합리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감정’이라는 카테고리에 의해 주도된다는 저자의 발상은 합리성과 이성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지정학적 연구의 흐름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저자는 미디어의 세계화로 정체성과 감정의 불안정이 강화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세계의 지정학적 정세를 크게 ‘희망의 문화’, ‘굴욕의 문화’, ‘공포의 문화’로 3등분한다. 아시아는 중국과 인도의 눈부신 경제성장으로 ‘희망’의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으며, 이슬람은 역사적 몰락과 쇠퇴에 대한 두려움으로 ‘굴욕’의 감정이 커지고 있으며, 서구는 아시아가 도전자로 부상하고 이슬람이 위협을 가해오는 현실에서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책의 끝부분에서는 2025년경 굴욕과 공포가 지배할 것인지, 아니면 희망과 안정이 지배할 것인지 두 편의 시나리오를 통해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꽤 극단적인 상황 설정을 통해 전 지구상에 퍼져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각 국가의 감정을 이해하며 세계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예측하며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문
서론 감정의 충돌

제1장 세계화, 정체성, 감정의 관계
제2장 희망의 문화, 아시아
제3장 굴욕의 문화, 이슬람
제4장 두려움의 문화, 서양
제5장 이해하기 힘든 사례들
제6장 2025년의 세계상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도미니크 모이시
1946년생으로 소르본대학교와 하버드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후 한때 저명한 사회학자 레몽 아롱(Raymond Aron)의 조교로 활동했다. 프랑스의 영재교육기관인 그랑제꼴 국립행정학교ENA, 고등사회과학원EHESS, 파리고등정치연구원IEP de Paris 등 국제적 명성이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 학술기관과 하버드대학교 등에서 교수직을 역임했다. 아울러 프랑스의 대표적인 국제정치연구소인 프랑스국제문제연구소(IFR...
 
역자 : 유경희
건국대학교와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2006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외신홍보팀 전문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책 속으로

오늘날 세계화된 시대가 감정을 꽃피우거나 심지어 폭발시키기에 이상적인 주요 이유는 세계화가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 때문이다. 냉전 시기에는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그 대답은 세계를 나누는 적대 관계의 두 체제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20세기가 ‘미국의 세기’이자 ‘이데올로기의 세기’라면, 21세기는 ‘아시아의 세기’이자 ‘정체성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이데올로기에서 정체성으로, 서에서 동으로의 평행이동은 그 어느 때보다 감정이 중요해졌음을 뜻한다. --- p.35

누군가 아시아를 희망의 대륙이라 말한다면 분명 중국과 인도를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인구대국으로서 이들 국가의 경제적 부상은 그들이 거대한 결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저히 두드러진다. 현재 중국과 인도는 각기 독특하고 매우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2005년 런던에 위치한 영국 왕립미술원의 지원 아래 마련된 <삼황제>라는 제목의 전시회에서 드러난 명백한 메시지는 바로 ‘중국이 돌아왔다’는 것이었다. 전시회의 주요 작품은 18세기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유럽식(‘예수’) 스타일의 거대한 그림으로, 유럽 사절단이 중국 황제에게 조공을 바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었다. 이보다 더 명백한 메시지는 없을 것이다. “당신네들도 조만간 우리에게 조공을 바치게 될 거야.” --- p.65

서구 세계가 직면한 정체성의 위기는 두려움이라는 개념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단어는 서로 다른 현실들을 설명한다. 오늘날 미국을 지배하는 두려움은 유럽에 스며든 두려움과는 매우 다르다. 그러나 서구의 두 지류라 할 수 있는 미국과 유럽을 결속시키는 감정이 두려움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가 아니다. 미국이 젊은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전통적인 희망의 문화를 회복하고 두려움의 문화를 떨쳐버리려 하는 반면, 유럽은 프랑스와 네덜란드에 이어 아일랜드가 세 번째로 유럽공동체 개혁안을 부결시키면서 자신감을 더욱 상실할 경우 향후 미국과 유럽을 가르는 것은 두려움이라는 요인이 될 것이다. --- p.139

굴욕의 문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아랍, 이슬람 국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감이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나라의 경우 현상을 유지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재앙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다. 두바이나 아부다비와 같은 걸프 만에 위치한 작은 아랍 국가들의 눈부신 성공은 물론 독특한 환경, 즉 에너지를 통해 얻은 막대한 부와 적은 인구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현대화와 이슬람이 양립할 수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아랍 국가들도 과거에만 집착하는 대신 변화를 수용하고 미래 속으로 적극적으로 몸을 내던진다면 지독하게 경쟁이 심한 세계화 시대에서 성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 p.235

출판사 리뷰

공포, 굴욕, 희망의 감정은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까?
이 책에서 모이시가 공포, 굴욕, 희망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가장 큰 이유는 이 세 감정이야말로 국가와 사람들이 직면한 도전과제를 해결하고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자신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희망의 문화, 아시아
“희망은 자신감을 내포한다.” 이 책에서는 아시아인이 서구인보다 고통에 익숙하고 성공에 대한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는 능력을 갖고 있다며, 식민 지배와 민족 분쟁으로 얼룩진 전쟁의 대륙에서 희망의 대륙으로 변모한 아시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아시아, 그 중에서도 특히 ‘친디아’로 불리는 중국과 인도의 무한한 가능성에서 희망을 찾는다. 중국의 경우 지난 29년간, 인도의 경우 지난 18년간 연간 약 10%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경제성장이 주목할 만한 이유 중 하나는 중산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는 3억 5,000만 명 이상의 중국인과 이를 달성한 3억 5,000만 명 이상의 인도인을 합하면 7억 명 이상으로 세계 최대 신흥 대국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중산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수천만 명의 부피가 대다수 빈곤층의 절망, 분노, 굶주림을 능가한다면 친디아에 희망의 문화가 더욱 우세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현재 아시아의 경제대국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은 희망의 문화에서 제외시킨다. 1990년대 겪은 10년간의 위기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일본이 최고령 국가가 되면서 희망의 문화가 요구하는 활력과 에너지를 갖고 행동하기 힘들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일본은 인도가 미국의 주요 경제 파트너로서 자신들을 따라잡았으며, 중국도 미국의 주요 경제 파트너이자 글로벌 경쟁 국가가 됐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굴욕의 문화, 이슬람
“굴욕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상처 받은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굴욕을 민족이나 국가 혹은 종교 단체 등의 집단으로서나 개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더 이상 통제할 수 없다는 느낌에서 기인한 무력감이라고 보며, 굴욕의 감정을 가진 나라를 좋은 형태와 나쁜 형태를 구분하여 설명한다.

먼저 좋은 형태로 1980년대 아시아의 첫 번째 경제 기적을 꼽으며, 이는 국가적 굴욕감에 대한 승리였다고 말한다. 한국과 대만 같은 나라는 과거 점령국이었던 일본에 자신들도 세계경제 무대에서 잘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어 했으며, 그와 유사한 저항감이 현재 중국 르네상스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본다. 과거 일본이 가한 굴욕이 아시아 전체에 활력을 줬다고 보는 것이다.

나쁜 형태로는 이슬람 세계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며, 이슬람 세계에서 굴욕의 감정이 솟아난 가장 큰 원인은 역사적 몰락감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특히 1948년 이스라엘의 국가 창설은 아랍 세계에 역사적, 문화적, 인구통계학적, 종교적 굴욕감을 안겨주었다. 이는 자신들의 쇠퇴 및 서구의 이중성, 자신들의 역사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의 확고한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한편 문화적 측면에서 아랍의 언어와 문화의 쇠퇴로 굴욕감이 심화되고 있다. 저자는 아랍의 문화, 음악, 영화가 다른 나라에 그다지 널리 통용되지 않으며 번역물을 통해 아랍 세계로 서구의 문학이 유입되는 상황이야말로 글로벌 문화에서 아랍 세계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음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공포의 문화, 서양
“공포는 자신감의 부족을 나타낸다.” 이 책의 저자는 공포의 문화를 가장 마지막에 설명하는데, 그 이유는 두려움이라는 서구의 지배적인 감정이 무엇보다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반응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시아는 경제적으로 서구를 따라잡으려 하고, 이슬람 세계 근본주의자들은 서구를 파괴하고 제압하려 하는 지금 상황에 서구가 불안한 감정을 갖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서구의 두려움이 단순히 9·11 테러 이후에 생겨났다고 보지 않는다. 9·11 사태는 단지 이를 확인하고 심화시켰을 뿐이라고 본다. 서구의 두 지역, 미국과 유럽에서 새롭게 등장한 경향은 타인, 즉 자신의 조국을 침입하고 정체성을 위협하며 일자리를 훔치는 외부인에 대한 두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불확실성 또는 붕괴에 대한 두려움, 자연 및 환경의 재난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까지 포함한다. 저자는 서구 세계가 긍정적인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면 희망에 대한 독점권을 상실하는 것은 아마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추천평

인간은 오로지 부와 권력의 극대화만 생각하는 로봇이 아니다. 그보다는 감정들이 뒤섞인 하나의 묶음이라 할 수 있다. 재기 넘치는 이 책에서 도미니크 모이시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고 내일도 살고 있을 세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세 가지 감정, 즉 희망·굴욕·두려움에 대해 심도 있게 탐구하고 있다.
마틴 울프 (『금융공황의 시대』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