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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별한 위상을 지니고 있다. 정작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였고, 그것이 근대세계의 형성-비록 폭력으로 점철되었을지언정-이라 할 만한 전지구적 파급 효과를 낳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21세기 현대인의 시각에서 보자면, 더 이상 콜럼버스는 ‘위인’이 아니다. 그의 발견이 지닌 역사적 의미가 제아무리 거대하다 해도, 애초에 그의 항해 목적이나 1차 항해 이후의 행보는 위인의 ‘고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20세기 후반이 되자 학자들, 그리고 일반 대중들까지 콜럼버스를 단죄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지구 곳곳에서 동상 파괴가 보고될 정도로 그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어느새 위대한 탐험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아메리카의 혈사(血史)를 열어젖힌 장본인만이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를 거꾸로 뒤집어 보자면 콜럼버스의 위상은 그 이전까지만 해도 견고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 시기는 유럽 각국이 전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만국 질서를 확립하던 때와 중첩된다. ‘대항해시대’를 제국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한 서구 중심의 근대세계를 형성한 시기라 규정할 수 있다면, 그 서막을 장식한 것이 바로 콜럼버스의 항해였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콜럼버스의 항해보다 앞서 항로를 개척한 포르투갈의 발자취를 먼저 꼽기도 한다. 하지만 신대륙 발견으로 유럽의 세계관 자체를 바꾼 콜럼버스의 임팩트는 그 이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콜럼버스의 신화가 가장 강력히 활성화된 시공간 중 하나는 근대전환기 동아시아였다. 부국강병을 이룬 서양 열강의 지식을 총체적으로 수용하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의 동아시아에 있어, 초미의 관심사는 그들이 이룩한 현시점의 문명 그 자체였다. 이미 ‘근대전환기’라는 표현을 썼거니와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이 지닌 욕망의 실체는 서양이 만든 근대세계 내지 근대성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콜럼버스는 단순한 탐험가가 아니라 작금의 세계상을 구축한, 그리하여 근대를 열었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서양을 번역할 때 필연적으로 따라 오는 각국의 역사나 지리 정보는 콜럼버스의 발견을 출발점으로 삼는 경우가 빈번했다.
21세기 현대인의 시각에서 보자면, 더 이상 콜럼버스는 ‘위인’이 아니다. 그의 발견이 지닌 역사적 의미가 제아무리 거대하다 해도, 애초에 그의 항해 목적이나 1차 항해 이후의 행보는 위인의 ‘고귀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20세기 후반이 되자 학자들, 그리고 일반 대중들까지 콜럼버스를 단죄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지구 곳곳에서 동상 파괴가 보고될 정도로 그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어느새 위대한 탐험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아메리카의 혈사(血史)를 열어젖힌 장본인만이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런데 이를 거꾸로 뒤집어 보자면 콜럼버스의 위상은 그 이전까지만 해도 견고했다는 의미가 된다. 그 시기는 유럽 각국이 전세계에 식민지를 건설하고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만국 질서를 확립하던 때와 중첩된다. ‘대항해시대’를 제국주의와 자본주의가 결합한 서구 중심의 근대세계를 형성한 시기라 규정할 수 있다면, 그 서막을 장식한 것이 바로 콜럼버스의 항해였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콜럼버스의 항해보다 앞서 항로를 개척한 포르투갈의 발자취를 먼저 꼽기도 한다. 하지만 신대륙 발견으로 유럽의 세계관 자체를 바꾼 콜럼버스의 임팩트는 그 이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콜럼버스의 신화가 가장 강력히 활성화된 시공간 중 하나는 근대전환기 동아시아였다. 부국강병을 이룬 서양 열강의 지식을 총체적으로 수용하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의 동아시아에 있어, 초미의 관심사는 그들이 이룩한 현시점의 문명 그 자체였다. 이미 ‘근대전환기’라는 표현을 썼거니와 동아시아의 지식인들이 지닌 욕망의 실체는 서양이 만든 근대세계 내지 근대성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콜럼버스는 단순한 탐험가가 아니라 작금의 세계상을 구축한, 그리하여 근대를 열었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었다. 그러니 서양을 번역할 때 필연적으로 따라 오는 각국의 역사나 지리 정보는 콜럼버스의 발견을 출발점으로 삼는 경우가 빈번했다.
목차
책을 내며
1. 왜 콜럼버스인가? / 8
2. 대한제국기 미디어의 역사적 의미 / 16
3. 번역한 영웅의 시대 / 25
4. [독립신문]의 콜럼버스 / 32
5. [유몽천자]·[그리스도신문]의 콜럼버스 / 42
6. 일본어를 매개로 한 콜럼버스 수용과 [오위인소역사] / 57
7. 량치차오를 매개로 한 콜럼버스 수용(1) : ‘발견’의 상징적 권위 / 72
8. 량치차오를 매개로 한 콜럼버스 수용(2) : 진취와 인내의 모범 / 82
9. 맺으며 / 104
부록 / [태극학보] 연재 [콜럼버스전(傳)]의 현대어 번역문 / 107
참고문헌 / 121
1. 왜 콜럼버스인가? / 8
2. 대한제국기 미디어의 역사적 의미 / 16
3. 번역한 영웅의 시대 / 25
4. [독립신문]의 콜럼버스 / 32
5. [유몽천자]·[그리스도신문]의 콜럼버스 / 42
6. 일본어를 매개로 한 콜럼버스 수용과 [오위인소역사] / 57
7. 량치차오를 매개로 한 콜럼버스 수용(1) : ‘발견’의 상징적 권위 / 72
8. 량치차오를 매개로 한 콜럼버스 수용(2) : 진취와 인내의 모범 / 82
9. 맺으며 / 104
부록 / [태극학보] 연재 [콜럼버스전(傳)]의 현대어 번역문 / 107
참고문헌 / 121
출판사 리뷰
이 책은 한국의 근대 미디어가 태동한 ‘대한제국기’의 여러 텍스트를 중심으로 콜럼버스 관련 지식의 수용 양상을 탐색한다. 콜럼버스의 신화가 견고하던 시기, 처음 한국에 건너온 콜럼버스는 어떤 형상을 하고 있었을까? 이 책에서 던질 질문들은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콜럼버스의 신화를 활용한 처음의 논의들은 주로 어떤 맥락 속에 위치하는가? 콜럼버스에 관한 지식은 어떤 소스(source)로부터 번역되고 재구성되었는가? 콜럼버스의 신화는 지금 우리의 인식과 얼마나 일치하거나 다른가? 콜럼버스의 명성이 추락했다고 해서 이러한 질문들의 의미까지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결국 당시 한국인들의 담론 수준과 사회적 문제의식을 선명히 드러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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