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한국역사의 이해 (독서>책소개)/2.한국사일반

우리 역사의 철학적 쟁점 (2021)

동방박사님 2024. 7. 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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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바람직한 한일관계와 남북관계의 기초를 닦아 동북아 평화에 기여하는 기대효과를 목표로 한다. 우리 역사에서 철학적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들만을 가려 뽑아 이를 탐구하는 선택과 집중의 잣대로, 시간적으로는 고대와 근·현대, 공간적으로는 중국, 일본, 북한과의 관계를 주제로 삼았다. 고대는 한·중관계와 동북공정, 근·현대는 한·일관계 및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춰 전개된다. 우리 상고사 연구에 대한 총체적 반성을 고대의 한·중관계에 접맥시켜 시도하였고, 얽히고설킨 한·일관계의 미로를 일련의 가설들로 풀어보았다. 마지막으로 학술 모임에서 발표해 주고받은 논평, 답론, 토론을 주제별로 범주화해서 실었다.

목차

제1부 우리 상고사와의 대화

제1장 우리 상고사의 철학적 반성
1. 별 헤는 밤 | 2. 불신 | 3. 추리 | 4. 과학 | 5. 불완전성과 불확실성 | 6. 진리와 역사 | 7. 정신사로서의 역사 | 8. 肆覲東后 | 9. Us and Them | 10. Anti-Masochism | 11. 자부와 황제 | 12. 부루와 우 | 13. 기자와 「홍범」 | 14. 反轉 | 15. 단군 죽이기 | 16. 富之不軾 一然之下? | 17. 단군 잠재우기 | 18. 철학 줍기 | 19. 고조선의 문화철학 | 20. 재야의 종 | 21. 종횡사대
제2장 하늘과 땅과 사람
1. 장성 | 2. 파르마콘 | 3. 하늘 | 4. 땅 | 5. 사람 | 6. 시각

제2부 우리 근·현대사와의 대화

제1장 한·일관계의 역사철학
1. 왜 한·일관계가 중요한가? | 2. 이정표 | 3. 고대 한·일 교섭사 | 4. 식민지시기의 재인식 | 5. 해방 이후의 한·일관계 | 6. 협력의 원칙
제2장 남북관계의 철학적 분석
1. 타자 | 2. 관용과 선의 | 3. 딜레마 | 4. 시장과 전장 | 5. 다원주의 | 6. 중첩적 합의 | 7. 합의와 흥정 | 8. 통일 이후 | 9. 인칭
제3장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제3부 토론

제1장 한·중의 역사인식과 민족문제
1. 역사와 해석, 그리고 주관성 (이윤일) | 2. 답론 | 3. 논평(장용수) | 4. 답론 | 5. 연세대 철학연구소에서의 토론 | 6. 논평(김희봉) | 7. 답론 | 8. 21세기 인문학모임에서의 토론 | 9. 연세대에서의 토론 | 10. 미국철학회에서의 토론
제2장 우리 상고사 연구의 길
1. 논평(복기대) | 2. 답론 | 3. 연세대 철학연구소에서의 토론
제3장 고대 한·일관계의 역사철학

저자 소개

저 : 이승종
연세대 철학과와 같은 과 대학원을 졸업했고, 뉴욕주립대(버팔로) 철학과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철학과 풀브라이트 방문교수와 카니시우스대 철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연세대 철학과 교수로 있으며 같은 대학의 언더우드 국제대 비교문학과 문화 트랙에서도 강의해왔다. 저서로 『비트겐슈타인이 살아 있다면: 논리철학적 탐구』(문학과지성사, 2002, 문화관광부 선정 우수학술도서), 『크로스오...

책 속으로

한국철학계에서 역사철학은 구체적 역사와 착근되지 않은 채 방법론적 탐구에 방향 잡혀 있거나,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특정 이데올로기를 역사에 도식적으로 적용하는 데 그친 감이 있다. 역사의 구체성을 감안할 때 이는 지양되어야 한다. 그 첫 단계는 역사철학이 다름 아닌 우리 역사와 만나는 데서 찾아질 것이다.
--- p.15

수학적 체계화에서는 일찌감치 완성을 이룩한 양자역학이 그 해석의 문제에서는 아직도 백가쟁명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양자역학에 큰 족적을 남긴 파인만(Richard Feynmann)은 이러한 현상을 두고,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중략) 사료와 유물의 해석에 있어서도 철학이 개입한다. 파인만이 한국 고대사 연구의 현황을 숙지했다면, 그는 아마 한국의 고대사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 p.18

핏줄이나 불변의 요소로 묶이는 실체로서의 민족은 허구이다. 민족은 그러한 생물학적, 형이상학적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민족이라는 용어 자체가 근대에 만들어진 개념인 것도 맞다. 그러나 이로부터 근대 이전에는 민족에 해당하는 의미의 자각이 없었다는 결론은 따라 나오지 않는다.
--- p.23

우리는 남아있는 얼마 되지 않는 우리의 상고사에 관한 기록들을 고고학적 관점에서 찬찬히 살펴야 한다. 기록의 행간을 읽어가며 그에 대한 올바른 번역을 모색하고 기록이 훼손된 경우, 곡해된 경우 등을 찾아내 이를 바로잡고 그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구상하고 실천하려는 번역의 고고학이다.
--- p.53

자신들만이 문명이요 중심이고 그 외에는 모두 비문명의 이적(夷狄)이라는 프톨레마이오스적 존화양이(尊華洋夷)가 중화 이데올로기의 핵심이다. (중략) 그들이 편협한 자기중심적 망상에서 중화의 공간으로 규정한 영토는 다수의 강력한 문화들이 드라마를 펼친 공간이며 이 드라마는 각 문화들을 중심으로 한 코페르니쿠스적 관점에서 정당하게 복권되어야 한다.
--- p.63~64

뭇 생명에 접맥되어 공감하고 공명하는 샤먼의 내재적 체험의 경지를 묘사하는 접화군생(接化群生)은 홍익인간의 인본주의보다 더 오래되었을 호생(好生)의 생명사상과 한 짝을 이루어 애니미즘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중략) 접화군생과 호생은 양식이 되어주는 동물들이 더 많이 나타나 인간 공동체와 공영하기를 염원하는 상생의 철학을 표현하고 있다.
--- p.100

3인칭적 실증주의나 1인칭적 주관주의의 양극단을 비껴가는 중도(中道)의 균형 잡힌 자세를 우리는 2인칭적 접근이라고 이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중략) 역사를 대상화하는 3인칭적 접근과 역사를 보는 자신의 눈에 구속된 1인칭적 접근과 달리 2인칭적 접근은 현재 우리의 눈과 역사가 만나는 접점과 경계에 초점을 둔다. 2인칭적 역사해석은 바로 그 접점의 사건이다.
--- p.166

조선과 일본은 영국과 미국, 아랍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견줄 수 있다. 양국 간의 역사적 갈등은 장자권 싸움, 주도권 싸움이지만 계열은 같은 것이다. 그런데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라는 두 차례의 조일(朝日)전쟁을 모두 명나라의 개입으로 막아낸 뒤에, 중국-조선 대 일본의 대립구도는 더욱 굳어져 이는 조선이 망할 때까지 지속되었다.
--- p.176

남북 간의 이질화는 남북한에 정착된 상이한 국가 정체성과 함께 영구분단으로 치닫는 촉매제이다. 정치적 결정에 의해 자의적으로 분할된 중동과 남미에서 분할 초창기에 있었던 통일운동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잦아들면서 현재의 지형도로 굳어지게 된 일이 한반도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 p.326~327

이승만과 박정희의 공과를 현재의 시점에서 비판할 수는 있지만, 이들을 전면부정하고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것은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이다. 과거의 상흔, 현실의 정치적 득실, 이데올로기 등으로 역사를 재단하기보다는, 실용적 안목으로 슬기로이 역사를 보고 그 흐름에 올라타 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지혜가 필요하다.
--- p.350

출판사 리뷰

고대와 근 · 현대를 아우르는 우리 역사의 쟁점들

저자는 우리 역사에서 철학적으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들만을 가려 뽑아 이를 탐구하는 선택과 집중의 잣대로, 시간적으로는 고대와 근 · 현대, 공간적으로는 중국, 일본, 북한과의 관계를 주제로 삼았다. 고대는 한 · 중관계와 동북공정, 근 · 현대는 한 · 일관계 및 남북관계에 초점을 맞춰 전개된다. 이 책은 총 3부 8장으로 구성된다. 1부는 우리 상고사에, 2부는 우리 근 · 현대사에 각각 초점이 잡혀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준비하며 그 중간 성과들을 학계에 발표하여 피드백을 받았는데, 3부에서는 이 책의 일부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에서의 토론들을 선별해 수록하였다.

1부는 우리 상고사 연구에 대한 총체적 반성을 고대의 한 · 중관계에 접맥시켜 시도하는 1장과, 우리 상고사를 종적 계통, 횡적 강역, 민족 문제의 세 축을 중심으로 가늠해보는 2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우리 상고사 연구에 드리워진 중화와 사대의 그늘을 적시하고 해체하는 작업을 전개한다. 중국의 역사공정이 어떻게 중국과 우리의 역사를 동시에 왜곡하고 있는지를 규명하고, 중국이라는 국가와 민족의 역사적 허구성을 사료와 문헌에 대한 분석을 통해 논증한다. 이어서 일제 강점기에 식민사학에 의해 이루어진 우리 상고사에 대한 부정과 축소 작업을 살펴보고, 그러한 작업이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식민주의를 정당화하려는 학문 외적 동기에 의해 이루어진 자의적인 것임을 조목조목 증명한다. 이를 토대로 동아시아사의 전개에 우리 역사와 민족이 공헌한 바를 정당하게 복권시키고 복원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2장에서는 천지인(天地人)이라는 동양의 전통적 범주를 빌어 우리 상고사의 체계를 세워본다. 하늘을 뜻하는 천(天)은 순환을 상징하는 원으로 표기되곤 하는데, 순환은 곧 변화를 함축하며 변화는 다시 시간이라는 역사의 한 축을 형성한다. 저자는 하늘이라는 범주 하에 우리 상고사의 종적 계통을 살펴본다. 땅을 뜻하는 지(地)는 사방을 의미하는 사각형으로 표기되곤 하는데, 사방은 곧 강역을 함축하며 강역은 다시 공간이라는 역사의 다른 한 축을 형성한다. 저자는 땅이라는 범주 하에 우리 상고사의 횡적 강역을 살펴본다. 사람을 뜻하는 인(人)은 서있는 사람을 의미하는 삼각형으로 표기되곤 하는데, 사람은 곧 민족을 함축하며 민족은 종과 횡으로 뻗치는 연대성으로 역사의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한다. 이 세 축을 바로 세워야 중국이 걸어오는 동북공정이라는 역사적 도전에 제대로 맞설 수 있다.

2부는 얽히고설킨 한 · 일관계의 미로를 일련의 가설들로 풀어보는 1장과, 통일을 지향점으로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모색하는 2장, 그리고 결론에 해당하는 3장으로 구성된다.

이 책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 1장에서는 한 · 일관계를 시대별로 셋으로 대별해 각 시기별로 다음과 같은 세 쌍의 작업가설들을 전제로 이들을 차례로 증명하는 방법으로 전개된다.

A. 고대 한 · 일 교섭사의 가설들
1. 일선동조론(日鮮同祖論)이라는 제국주의 이데올로기로 악용되었다는 낙인이 찍혀 금기시되고 있지만, 한국과 일본은 계보학 상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
2. 고대 한·일 교섭사는 임나일본부설이나 기마민족 정복설과 같은 쌍방 간의 정복이 아닌 한반도에서 일본 열도로의 개척으로 이해해야 한다.
3. 고대 일본은 한반도의 국가들에 종속된 속국이 아니라 동맹국으로서 한반도의 문물을 빠른 속도로 캐치업(catch-up) 했다.
B. 식민지시기의 재인식 가설들
4. 한 · 일 간의 문물 교류는 구한말부터 일본 문물의 한반도로의 일방적 전래로 방향 전환되었지만, 이 와중에 한반도에는 식민지 자본주의화에 따른 식민지 근대성이 피어났다.
5. 식민지 근대화론, 내재적 발전론, 식민지 반(半)봉건사회론, 자본주의 맹아론 등 식민지 시대를 조명하는 기존의 이론들은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6. 예속자본론을 위시한 공산주의 이론이나 그에 바탕을 둔 투쟁은 한국의 독립을 위한 투쟁이라기보다 계급투쟁으로 보아야 한다.
C. 해방 이후 한 · 일관계의 가설들
7. 해방 이후 일본에 대한 한국의 일관되지 못한 임기응변식 정책이나 그에 맞서는 반일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모두 한 · 일 협력체제에 걸림돌이 되므로 발전적 지양이 요청된다.
8. 한 · 일관계는 전략적으로 한 · 미 · 일의 삼각체제 내에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이탈하는 순간 한 · 일관계도 악화될 것이다.
9. 한 · 일 협력체제는 김옥균과 안중근의 역사철학을 비판적으로 계승해 동아시아 삼국의 공존과 평화를 도모하는 방향으로 정위되어야 한다.

2장에서는 롤스(John Rawls)가 제시한 공정으로서의 정의관에 의거해 바람직한 남북관계를 탐구한다. 저자는 우리 사회를 분열시킨 이데올로기들을 무지의 베일로 가린 공정한 상황에서 합리적 합의를 추구하는 모델로 롤스의 정의관에 주목한다. 바람직한 대북 정책을 위해 정부와 민간 통일운동 단체가 관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서로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문제 삼지 않을 때, 우리는 이미 이데올로기가 무지의 베일에 가려진 원초적 상황에 접근하는 것이며 그 상황에서는 다만 어떠한 방식의 통일운동이 진정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가 하는 점만이 문제시될 뿐이다. 종교에 바탕을 둔 민간 통일운동에 대해서 정부가 취해야 할 입장도 이데올로기와 마찬가지로 종교를 무지의 베일로 가리는 것이어야 한다. 저자는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원초적 상황 하에서 바람직한 통일운동에 공정한 절차적 정의를 정착하는 것을 추구한다.

3장에서는 이 책을 관통하는 접화군생(接化群生)과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역사철학이 지니는 의의를 되새기고 그것이 실제 역사의 흐름에서 어떠한 영욕과 굴절을 거쳐 갈등과 질곡의 현대사를 초래하게 되었는지를 살핀다. 아울러 남과 북의 체제와 이념을 비교하고 각 체제를 이끌었던 인물들의 공과를 평가해본다. 끝으로 당면한 동북아 정세에서 어떠한 선택과 대응이 우리에게 바람직한 것인지를 가늠해본다.

3부에서는 이 책의 몇몇 장을 학술 모임에서 발표해 주고받은 논평, 답론, 토론을 주제별로 범주화해서 실었다. 그 내용은 한 · 중의 역사인식과 민족문제, 우리 상고사 연구의 길, 고대 한 · 일관계의 역사철학 등 이 책의 중심주제들을 망라하고 있는데, 독자들은 논평과 답론, 토론을 통해 동시대 학자들과의 학술 교류 현황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이 책의 논지가 보다 명료해지고, 논의가 깊이를 확보하고, 시각이 입체성을 얻게 된다.

추천평

저자는 우리를 향해 이렇게 열변을 토하고 있다. 이 땅에 살았던 역대의 선조들은 나라의 독립을 잃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목숨을 걸고 피를 흘리며 싸웠는데, 어째서 사상적으로는 언제나 자기비하하는 사대주의로 흘러가는가? 너무 오랫동안 주변 열강들에 잠식당해 온 한국사 특히 고조선사의 힘찬 박동을 되찾는 일에서 철학자 이승종 교수의 연구와 토론은 길이 남을 우리 부활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사가 안고 있는 오래된 문제를 현대철학에서 세련된 안목으로 정리하는 유일한 업적이다.
- 박동환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
이 책은 우리 상고사와 근·현대사의 중요 쟁점들에 대한 탁월한 철학적 성찰이다. 저자는 주체적 태도와 과학적 방법론을 조화시켜 우리 역사를 보는 새로운 해석학적 지평을 연다.
- 이한구 (경희대 미래문명원 원장, 경희대 철학과 겸직교수)
우리 시대의 메가트렌드는 4차 산업혁명, 세계화와 지방화의 긴장감 있는 조합, 그리고 부분을 전체로 수렴하는 융합이다. 이 책은 철학자의 시선으로 역사학과 정치학을 각각 학제적으로 통합한 치열한 지적 탐구의 산물이다. 저자는 예리한 혜안으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한국사의 주요 쟁점으로 독자를 초대한다. 역사 연구가 더 이상 사학계의 전유물이 아님을 성찰하게 해주는 깊이 있는 일급 담론의 향연이다.
-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융합고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