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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강력하고 도발적인 책! 제프리 삭스 추천!
세계적 석학 존 미어샤이머의 최신작. 이 책은 국제정치학의 핵심 질문인 ‘국가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획기적인 고찰을 제공한다. 아울러 한 국가의 ‘대전략’과 ‘위기 대응 전략’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지도자와 정책결정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다른 국가를 상대하기 위한 정책은 어떻게 만드는가를 이론적.실증적으로 분석해낸다.
냉전 이후 미국의 나토 확장 전략은 합리적인가? 제1차 세계대전을 개시하기로 한 독일의 결정,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진주만을 공격하기로 한 일본의 결정은 합리적인가? 1960년대 미국의 쿠바 침공,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은 또 어떨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냉전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까지, 20가지 역사적 사례를 아우르는 이 책은 정책 입안자들뿐만 아니라 일선 관료, 정치인, 군(軍), 시민사회, 나아가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학생과 일반 독자들에게 국제관계 인식의 지평을 새롭게 넓혀준다. 특히 미-중 갈등과 한-미-일 협력, 북-중-러 밀착 등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혼돈과 외교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오늘날 대한민국 현실에서, 무엇보다 귀한 성찰과 냉철한 현실 인식 감각을 일깨워줄 것이다.
세계적 석학 존 미어샤이머의 최신작. 이 책은 국제정치학의 핵심 질문인 ‘국가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획기적인 고찰을 제공한다. 아울러 한 국가의 ‘대전략’과 ‘위기 대응 전략’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지도자와 정책결정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다른 국가를 상대하기 위한 정책은 어떻게 만드는가를 이론적.실증적으로 분석해낸다.
냉전 이후 미국의 나토 확장 전략은 합리적인가? 제1차 세계대전을 개시하기로 한 독일의 결정,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진주만을 공격하기로 한 일본의 결정은 합리적인가? 1960년대 미국의 쿠바 침공,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은 또 어떨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냉전 이후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까지, 20가지 역사적 사례를 아우르는 이 책은 정책 입안자들뿐만 아니라 일선 관료, 정치인, 군(軍), 시민사회, 나아가 국제정치를 공부하는 학생과 일반 독자들에게 국제관계 인식의 지평을 새롭게 넓혀준다. 특히 미-중 갈등과 한-미-일 협력, 북-중-러 밀착 등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혼돈과 외교 논란이 증폭되고 있는 오늘날 대한민국 현실에서, 무엇보다 귀한 성찰과 냉철한 현실 인식 감각을 일깨워줄 것이다.
목차
머리말
제1장 ‘합리적 행위자’ 가설 : 이론적 틀, “국제정치에는 합리적 행위자가 존재한다”
국제정치에서 합리성이란 무엇인가: 전략적 합리성과 불확실성
개인의 합리성 | 집단의 합리성
국가는 정말 합리적 행위자인가: ‘전략적 합리성’의 정의
합리성의 두 가지 핵심, ‘신뢰성 있는 이론’과 ‘심의’ | 기대효용 극대화
국가는 항상 합리적인가: ‘전략적 합리성’에 대한 평가
일상적 합리성 vs 비합리성 | 정신적 지름길
합리적 국가의 최우선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 합리성
이 책의 구성과 로드맵
제2장 전략적 합리성과 불확실성 : 불확실한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전략적 합리성의 두 차원: 정책결정자 개인과 국가
개인의 합리성 | 집단의 합리성
현실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까: 확실한 세상, 위험한 세상, 불확실한 세상
불확실성이 작용할 때: 심각한 정보 부족의 4가지 사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유럽 정책 | 냉전 이후 미국의 대동아시아 정책 | 진주만 공격 이전 일본의 정책 |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의 정책
제3장 전략적 합리성의 정의 : 신뢰성 있는 이론에 근거하는가, 심의 과정을 거쳤는가
국제정치의 여러 이론: 신뢰성 있는 이론 vs 신뢰성 없는 이론
불확실한 세상에서 이론이 갖는 덕목들 | 이론과 정책 | 신뢰성 있는 이론이란 | 신뢰성 있는 이론 목록: 자유주의 이론과 현실주의 이론 | 신뢰성 없는 이론이란 | 신뢰성 없는 이론 목록: 문명 충돌 이론부터 편승 이론까지 | 비이론적 사고: 데이터 지향 또는 감정 지향적 사고
개인의 합리성: 합리적 정책결정자는 이론 지향적이다
국가의 합리성: 관점의 통합과 심의
과정 vs 결과: 합리성이란 과정에 관한 것이다
제4장 합리성의 다른 정의들 : 합리적 선택 이론과 정치심리학을 중심으로
기대효용 극대화: 합리적 선택 이론가들에 대한 비판
합리성을 어떻게 정의할까 | 개인의 합리성에 대한 정의의 부재 | 개인의 합리성에 대한 미흡한 정의 | 국가의 합리성에 대한 정의의 부재
정치심리학: 국제정치에서는 비합리성이 우세하다?.
비합리성에 대한 미흡한 정의
유추와 휴리스틱: 정치심리학자들에 대한 비판
제5장 합리성과 대전략 : 국제정치에서 대전략 결정의 5가지 사례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의 삼국협상 대처 방안 결정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의 소련 대처 방안 결정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프랑스의 나치 위협 대응 방안 결정
냉전 이후 미국의 나토 확장 결정
냉전 이후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 추구 결정
제6장 합리성과 위기관리 : 국제정치에서 위기 대응 결정의 5가지 사례 + 전쟁 악화 결정의 2가지 사례
1914년 독일의 제1차 세계대전 개시 결정
1941년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격 결정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 결정
1962년 미국의 쿠바 미사일 위기 해결 결정
1968년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결정
미국의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확대 결정
제7장 비합리적 국가 행동 : 전략적 비합리성의 4가지 사례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의 위험 전략 결정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영국의 무책임 전략 결정
미국의 쿠바 침공 결정
미국의 이라크 침공 결정
제8장 목표 합리성 :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목표 합리성의 정의
목표 합리성의 실천
생존을 우선시하다 | 생존 위협 | 생존을 무시하기
에필로그 : 국제정치에서의 합리성
해제 : 현실주의 이론가 미어샤이머에 대한 오해와 사실
제1장 ‘합리적 행위자’ 가설 : 이론적 틀, “국제정치에는 합리적 행위자가 존재한다”
국제정치에서 합리성이란 무엇인가: 전략적 합리성과 불확실성
개인의 합리성 | 집단의 합리성
국가는 정말 합리적 행위자인가: ‘전략적 합리성’의 정의
합리성의 두 가지 핵심, ‘신뢰성 있는 이론’과 ‘심의’ | 기대효용 극대화
국가는 항상 합리적인가: ‘전략적 합리성’에 대한 평가
일상적 합리성 vs 비합리성 | 정신적 지름길
합리적 국가의 최우선 목표는 무엇인가: 목표 합리성
이 책의 구성과 로드맵
제2장 전략적 합리성과 불확실성 : 불확실한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전략적 합리성의 두 차원: 정책결정자 개인과 국가
개인의 합리성 | 집단의 합리성
현실 세계를 어떻게 이해할까: 확실한 세상, 위험한 세상, 불확실한 세상
불확실성이 작용할 때: 심각한 정보 부족의 4가지 사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대유럽 정책 | 냉전 이후 미국의 대동아시아 정책 | 진주만 공격 이전 일본의 정책 |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미국의 정책
제3장 전략적 합리성의 정의 : 신뢰성 있는 이론에 근거하는가, 심의 과정을 거쳤는가
국제정치의 여러 이론: 신뢰성 있는 이론 vs 신뢰성 없는 이론
불확실한 세상에서 이론이 갖는 덕목들 | 이론과 정책 | 신뢰성 있는 이론이란 | 신뢰성 있는 이론 목록: 자유주의 이론과 현실주의 이론 | 신뢰성 없는 이론이란 | 신뢰성 없는 이론 목록: 문명 충돌 이론부터 편승 이론까지 | 비이론적 사고: 데이터 지향 또는 감정 지향적 사고
개인의 합리성: 합리적 정책결정자는 이론 지향적이다
국가의 합리성: 관점의 통합과 심의
과정 vs 결과: 합리성이란 과정에 관한 것이다
제4장 합리성의 다른 정의들 : 합리적 선택 이론과 정치심리학을 중심으로
기대효용 극대화: 합리적 선택 이론가들에 대한 비판
합리성을 어떻게 정의할까 | 개인의 합리성에 대한 정의의 부재 | 개인의 합리성에 대한 미흡한 정의 | 국가의 합리성에 대한 정의의 부재
정치심리학: 국제정치에서는 비합리성이 우세하다?.
비합리성에 대한 미흡한 정의
유추와 휴리스틱: 정치심리학자들에 대한 비판
제5장 합리성과 대전략 : 국제정치에서 대전략 결정의 5가지 사례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의 삼국협상 대처 방안 결정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의 소련 대처 방안 결정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프랑스의 나치 위협 대응 방안 결정
냉전 이후 미국의 나토 확장 결정
냉전 이후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 추구 결정
제6장 합리성과 위기관리 : 국제정치에서 위기 대응 결정의 5가지 사례 + 전쟁 악화 결정의 2가지 사례
1914년 독일의 제1차 세계대전 개시 결정
1941년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격 결정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 결정
1962년 미국의 쿠바 미사일 위기 해결 결정
1968년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결정
미국의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확대 결정
제7장 비합리적 국가 행동 : 전략적 비합리성의 4가지 사례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의 위험 전략 결정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영국의 무책임 전략 결정
미국의 쿠바 침공 결정
미국의 이라크 침공 결정
제8장 목표 합리성 :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목표 합리성의 정의
목표 합리성의 실천
생존을 우선시하다 | 생존 위협 | 생존을 무시하기
에필로그 : 국제정치에서의 합리성
해제 : 현실주의 이론가 미어샤이머에 대한 오해와 사실
책 속으로
흔히 생각하듯 합리적이면 성공하고 비합리적이면 실패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합리성은 결과와 무관하다. 또한 ‘합리적’ 행위자도 목표 달성에 실패하곤 한다. 어리석은 생각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예상하지 못했거나 제어할 수 없는 요소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합리적이면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합리성과 도덕성이 분별 있는 사고의 특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오류다. 합리적인 정책도 널리 인정된 행동 규범을 위반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지독히 부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p.7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맺은 관계에 내재한 위험에 관하여 러시아 지도자들 사이에 합의가 있었다는 것은 2008년 당시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였던 윌리엄 번스가 작성한 보고서에 반영되어 있다. 이 보고서는 이렇게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푸틴뿐만 아니라) 러시아 엘리트들이 보기에 가장 선명한 레드라인이다. 나는 크렘린궁의 어두운 구석에 숨어 있는 얼간이들부터 푸틴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자유주의 비평가들까지 러시아 주요 인사들과 2년 반 넘게 대화를 이어오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의 이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 나는 러시아인들에게 이 알약을 조용히 삼키도록 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 p.11
국제관계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형성된다. 정책결정자들은 자신이 맞닥뜨린 사안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얻을 수 있는 데이터도 항상 믿을 만한 것이 아니다. (…) 우방국이든 적국이든 다른 국가를 평가할 때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다른 국가의 군사적 자산, 목표, 의도, 전략을 가늠하기가 어렵고, 특히 해당 국가가 자신들의 능력과 생각을 숨기거나 거짓으로 발표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정보 부족이 쌓이면 정책결정자들은 자국이 어떻게 타국과 상호작용할지, 또 이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관해 제한된 지식만을 갖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출현해 사건을 심각하게 만들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 p.60
양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범이었던 독일이 패전하면서 유럽 대륙 중심부에서는 권력의 진공 상태가 발생했다. (…)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유럽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다. 독일이 어느 정도까지 전쟁에서 회복할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연합국은 독일을 네 개 점령 지역으로 분할했다. 독일은 영원히 분단될 것인가, 아니면 통일될 것인가? 통일된다면 그것은 언제가 될까? 독일은 중립국이 될까? 그러지 않는다면 독일은 누구와 동맹을 맺을까? 소련은 어떨까? 과연 경제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까? 소련이 만약 경제를 재건한다면 여전히 동맹국으로 남아 있을까? 아니면 적어도 미국이나 서유럽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까? 영국과 프랑스의 경제를 전망할 방법도 없었다. 두 국가가 식민 제국을 유지할 생각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었고, 그것이 유럽의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내 정치 상황, 특히 양국의 강력한 공산당이 할 역할은 의문에 싸여 있었다.
--- p.64
미국에는 일본이 동아시아 내 미국의 이익에 주된 위협이 되리라 생각한 정책결정자가 많았다. 그러나 199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예측이 틀렸으며, 오히려 중국이 미국의 주요 경쟁자로 부상하리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중국의 전망과 그들의 생각에 관한 믿을 만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 엘리트들은 중국의 위협을 가늠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전략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던 미국 정책결정자들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고립주의를 택한다면 미국은 세력 균형 정치를 무시하고 동아시아에서 자국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중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정치적 관여는 계속할 것이다. 두 번째 선택지는 포용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돕고 정치적 자유화를 후견하며 차후에는 국제기구들에 중국을 가입시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속에서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가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세 번째 선택지는 견제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국을 늘리고 역내에 미군 병력을 계속 주둔시키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을 제한하는 것이다.
--- p.68
동아시아의 오랜 제국이었던 일본은 1931년에 만주를 정복하면서 대륙으로 제국을 확장했다. 1937년에는 중국 북부를 침공했고, 3년 뒤 인도차이나 북부를 점령했다. 1941년 7월에는 인도차이나 남부까지 손에 넣었다. 이 시점에 이르자 미국 및 그 파트너인 영국과 네덜란드는 석유와 석유 제품의 일본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일본은 이들 제품의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금수 조치는 일본 경제를 옥죄어 중국에서 진행 중인 전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위협이 되었다. 일본의 정책결정자들은 자국이 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제국을 존속시키려면 금수 조치를 끝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에게는 석유 문제를 풀 전략이 네 가지 정도 있었다. 첫째, 일본이 미국과 협상해서 상호 수용할 수 있는 금수 조치 해제에 이르는 것이다. 둘째, 미국이 일본에 요구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고 석유를 다시 확보하는 것이다. 셋째, 일본이 군대를 남진시켜 석유가 풍부한 네덜란드령 동인도 제도를 점령하는 것이다. 넷째, 동인도 유전 지대와 미국의 진주만을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다.
--- p.69
경제 정책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외교 정책도 냉전 이후 학계에 널리 퍼진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국은 강대국 경쟁이 끝나고 세계가 단극화된 뒤로 자유주의 패권 정책을 채택했다. 이 정책은 ‘자유주의’ 국제관계 이론의 ‘빅3’를 바탕으로 삼았다. ‘자유주의적 제도주의 이론’, ‘경제적 상호의존성 이론’, 그리고 ‘민주평화 이론’이다. 미국의 목표는 냉전 중 서방에서 창설된 국제기구의 회원국을 늘리고, 개방형 세계 경제를 조성하며,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것이었다.
--- p.84
1990년대 주요 정책 사안이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장을 예로 들어보자. 나토 동진의 주요 지지자였던 스트로브 탤벗 전 미국 국무부 차관은 “나토의 확장은 유럽의 신흥 민주주의 국가 내에서, 그리고 그 국가들 사이에서 법치를 위한 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것이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의 가치를 증진하고 강화하여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봉쇄 정책의 설계자였던 조지 케넌은 ‘현실주의’ 이론에 입각해 나토 확장에 반대했다. “나는 이것이 신냉전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가 상당히 적대적으로 나올 것이고, 러시아의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는 비극적인 실수라고 생각한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를 위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정책 결정은 본질적으로 이론적인 작업이다.
--- p.85
독일이 1914년 7월 강대국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한 결정은 신뢰성 있는 현실주의 이론에 근거했다. 주요 독일 지도자들은 아직 가능성이 있을 때 유럽의 패권을 차지할 목적으로 예방 전쟁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 베트만 총리도 러시아의 위협이 “점점 무서워지는 악몽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고, 독일이 늦지 않게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고틀리프 폰 야고 독일 외무장관도 관점이 비슷했다. “러시아는 몇 년 후면 싸울 준비를 마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병력으로 우리를 뭉개고 발트 함대와 전략 철도를 구축할 것이다.
반면 우리는 계속해서 약해질 것이다. (…) 나는 예방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이 저절로 발발한다면 우리는 전쟁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 “프랑스와 러시아의 군대 확장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지금이 아니면, 이들을 제대로 칠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정책결정자들은 예방 전쟁을 시작할 경우 승리할 수 있다는 신뢰성 있는 이론을 만들어냈다. 그 이론의 핵심은 독일이 두 개의 전면전을 치러야 하리라는 인식이었다. 서쪽으로는 프랑스와, 어쩌면 영국까지 포함해서 전쟁을 벌여야 하고, 동쪽으로는 러시아를 상대해야 한다.
--- p.216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한 미국의 사고는 두 가지 매우 다른 이론에 근거를 두었다. 첫 번째 이론은 핵무기와 운반 시스템 제거를 위한 군사력 사용을 요구했고, 두 번째 이론은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최고의 전략으로 교묘한 강압을 꼽았다. 첫 번째 이론, 즉 전쟁 지지자들은 미국이 전략핵과 역내 재래식 무기의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소련의 무기를 제거하고 카리브해나 유럽에서 소련이 전쟁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제지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반면 두 번째 이론, 즉 강압을 지지하는 이들은 미국의 무력 사용 때문에 소련이 쿠바와 베를린에서, 어쩌면 미국 본토에 대해서도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을 우려했다. 어느 경우든 핵전쟁의 망령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신중한 외교와 결합된 암묵적이고도 항시적인 힘의 위협이 양측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거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흔히 미국의 정책 결정이 또 다른 세 번째 이론, 즉 노골적인 군사 위협과 외교적 압박을 수반한 벼랑 끝 핵 전술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공격적인 강압이 고려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미국 지도자들 간의 토론은 오로지 ‘무력 사용’ 대 ‘교묘한 강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 p.242
부시 독트린은 신뢰성 있는 이론과 신뢰성 없는 이론의 조합에 바탕을 두었다. 민주평화 이론―민주주의 국가들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테러를 지원하지 않으며, 다른 민주주의 국가를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기 위한 핵무기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은 신뢰성 있는 이론이다. 부시 행정부의 ‘충격과 공포’ 이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강제적 민주주의 증진 이론과 도미노 이론은 모두 신뢰성 없는 이론이었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다른 나라에 민주주의를 강요했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음을 알 수 있다. (…) 이라크 침공 결정은 두 가지 신뢰성 없는 이론에 근거했을 뿐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심의가 누락되었다. 부시 대통령은 대중동 민주화를 위해 전쟁을 결정했지만, 행정부 내에서는 관련 논의에 깊이 참여하지 않았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그 부관 스티븐 해들리는 대통령의 바람을 실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면서도 토론에 많이 참석하지 않았다. 그 대신 결정 과정에서는 두 파로 나뉘어 싸움이 일어났다.
--- p.292
국가가 많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때 그 목표들이 서로 상충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목표에 차등을 두는 합리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거역할 수 없는 단 하나의 규칙이 있다. 생존이 첫 번째 목표이고, 다른 모든 목표는 그 하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우선 국가로서 생존하지 못한다면 다른 목표는 아예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논리이자 증거다. (…) 생존을 원하지 않거나 생존을 다른 목표보다 아래에 두는 행위자는 비합리적이다.
--- p.306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외교 정책도 마찬가지다. 1930년대에는 이데올로기적 이유―공산주의에 대한 고질적 반감―가 영국이 소련과의 동맹을 거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치 독일을 견제하려면 소련과 동맹을 맺는 게 필요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1940년 프랑스가 무너지자 영국의 생각도 바뀌었다. 독일이 서유럽 절반을 장악하자 영국의 생존이 위협받기 시작했고, 영국은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을 제쳐두고 소련과 동맹을 형성해서 독일에 맞서려고 했다. 윈스턴 처칠의 유명한 연설에서도 그런 논리가 드러났다. “만약 히틀러가 지옥을 침공한다면 나는 적어도 하원에는 악마에 대한 호의적인 언급을 해야 한다.” 생존이 이데올로기를 이긴 것이다.
--- p.7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맺은 관계에 내재한 위험에 관하여 러시아 지도자들 사이에 합의가 있었다는 것은 2008년 당시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였던 윌리엄 번스가 작성한 보고서에 반영되어 있다. 이 보고서는 이렇게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푸틴뿐만 아니라) 러시아 엘리트들이 보기에 가장 선명한 레드라인이다. 나는 크렘린궁의 어두운 구석에 숨어 있는 얼간이들부터 푸틴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자유주의 비평가들까지 러시아 주요 인사들과 2년 반 넘게 대화를 이어오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이 러시아의 이익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 나는 러시아인들에게 이 알약을 조용히 삼키도록 할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 p.11
국제관계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형성된다. 정책결정자들은 자신이 맞닥뜨린 사안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얻지 못하고, 얻을 수 있는 데이터도 항상 믿을 만한 것이 아니다. (…) 우방국이든 적국이든 다른 국가를 평가할 때 불확실성은 더 커진다. 다른 국가의 군사적 자산, 목표, 의도, 전략을 가늠하기가 어렵고, 특히 해당 국가가 자신들의 능력과 생각을 숨기거나 거짓으로 발표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정보 부족이 쌓이면 정책결정자들은 자국이 어떻게 타국과 상호작용할지, 또 이것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관해 제한된 지식만을 갖기 마련이다. 이런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예상치 못한 요소들이 출현해 사건을 심각하게 만들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 p.60
양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범이었던 독일이 패전하면서 유럽 대륙 중심부에서는 권력의 진공 상태가 발생했다. (…)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은 유럽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었다. 독일이 어느 정도까지 전쟁에서 회복할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연합국은 독일을 네 개 점령 지역으로 분할했다. 독일은 영원히 분단될 것인가, 아니면 통일될 것인가? 통일된다면 그것은 언제가 될까? 독일은 중립국이 될까? 그러지 않는다면 독일은 누구와 동맹을 맺을까? 소련은 어떨까? 과연 경제를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까? 소련이 만약 경제를 재건한다면 여전히 동맹국으로 남아 있을까? 아니면 적어도 미국이나 서유럽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까? 영국과 프랑스의 경제를 전망할 방법도 없었다. 두 국가가 식민 제국을 유지할 생각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도 없었고, 그것이 유럽의 정치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내 정치 상황, 특히 양국의 강력한 공산당이 할 역할은 의문에 싸여 있었다.
--- p.64
미국에는 일본이 동아시아 내 미국의 이익에 주된 위협이 되리라 생각한 정책결정자가 많았다. 그러나 1990년대 말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예측이 틀렸으며, 오히려 중국이 미국의 주요 경쟁자로 부상하리라는 것이 분명해졌다. 하지만 중국의 전망과 그들의 생각에 관한 믿을 만한 정보가 부족했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 엘리트들은 중국의 위협을 가늠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전략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었던 미국 정책결정자들에게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고립주의를 택한다면 미국은 세력 균형 정치를 무시하고 동아시아에서 자국 병력을 철수시킬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중국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정치적 관여는 계속할 것이다. 두 번째 선택지는 포용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을 돕고 정치적 자유화를 후견하며 차후에는 국제기구들에 중국을 가입시키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 속에서 책임 있는 이해당사자가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세 번째 선택지는 견제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국을 늘리고 역내에 미군 병력을 계속 주둔시키면서 중국의 경제 성장을 제한하는 것이다.
--- p.68
동아시아의 오랜 제국이었던 일본은 1931년에 만주를 정복하면서 대륙으로 제국을 확장했다. 1937년에는 중국 북부를 침공했고, 3년 뒤 인도차이나 북부를 점령했다. 1941년 7월에는 인도차이나 남부까지 손에 넣었다. 이 시점에 이르자 미국 및 그 파트너인 영국과 네덜란드는 석유와 석유 제품의 일본 수출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일본은 이들 제품의 수입 의존도가 매우 높았기 때문에, 금수 조치는 일본 경제를 옥죄어 중국에서 진행 중인 전쟁 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위협이 되었다. 일본의 정책결정자들은 자국이 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고 제국을 존속시키려면 금수 조치를 끝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에게는 석유 문제를 풀 전략이 네 가지 정도 있었다. 첫째, 일본이 미국과 협상해서 상호 수용할 수 있는 금수 조치 해제에 이르는 것이다. 둘째, 미국이 일본에 요구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고 석유를 다시 확보하는 것이다. 셋째, 일본이 군대를 남진시켜 석유가 풍부한 네덜란드령 동인도 제도를 점령하는 것이다. 넷째, 동인도 유전 지대와 미국의 진주만을 동시에 공격하는 것이다.
--- p.69
경제 정책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외교 정책도 냉전 이후 학계에 널리 퍼진 이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미국은 강대국 경쟁이 끝나고 세계가 단극화된 뒤로 자유주의 패권 정책을 채택했다. 이 정책은 ‘자유주의’ 국제관계 이론의 ‘빅3’를 바탕으로 삼았다. ‘자유주의적 제도주의 이론’, ‘경제적 상호의존성 이론’, 그리고 ‘민주평화 이론’이다. 미국의 목표는 냉전 중 서방에서 창설된 국제기구의 회원국을 늘리고, 개방형 세계 경제를 조성하며, 전 세계에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것이었다.
--- p.84
1990년대 주요 정책 사안이었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장을 예로 들어보자. 나토 동진의 주요 지지자였던 스트로브 탤벗 전 미국 국무부 차관은 “나토의 확장은 유럽의 신흥 민주주의 국가 내에서, 그리고 그 국가들 사이에서 법치를 위한 힘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것이 “민주주의와 자유 시장의 가치를 증진하고 강화하여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봉쇄 정책의 설계자였던 조지 케넌은 ‘현실주의’ 이론에 입각해 나토 확장에 반대했다. “나는 이것이 신냉전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러시아가 상당히 적대적으로 나올 것이고, 러시아의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는 비극적인 실수라고 생각한다. 그럴 이유가 전혀 없다. 어떤 국가도 다른 국가를 위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정책 결정은 본질적으로 이론적인 작업이다.
--- p.85
독일이 1914년 7월 강대국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한 결정은 신뢰성 있는 현실주의 이론에 근거했다. 주요 독일 지도자들은 아직 가능성이 있을 때 유럽의 패권을 차지할 목적으로 예방 전쟁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 베트만 총리도 러시아의 위협이 “점점 무서워지는 악몽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고, 독일이 늦지 않게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 온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 고틀리프 폰 야고 독일 외무장관도 관점이 비슷했다. “러시아는 몇 년 후면 싸울 준비를 마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병력으로 우리를 뭉개고 발트 함대와 전략 철도를 구축할 것이다.
반면 우리는 계속해서 약해질 것이다. (…) 나는 예방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전쟁이 저절로 발발한다면 우리는 전쟁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 “프랑스와 러시아의 군대 확장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지금이 아니면, 이들을 제대로 칠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정책결정자들은 예방 전쟁을 시작할 경우 승리할 수 있다는 신뢰성 있는 이론을 만들어냈다. 그 이론의 핵심은 독일이 두 개의 전면전을 치러야 하리라는 인식이었다. 서쪽으로는 프랑스와, 어쩌면 영국까지 포함해서 전쟁을 벌여야 하고, 동쪽으로는 러시아를 상대해야 한다.
--- p.216
쿠바 미사일 위기에 대한 미국의 사고는 두 가지 매우 다른 이론에 근거를 두었다. 첫 번째 이론은 핵무기와 운반 시스템 제거를 위한 군사력 사용을 요구했고, 두 번째 이론은 이전 상태로 돌아가기 위한 최고의 전략으로 교묘한 강압을 꼽았다. 첫 번째 이론, 즉 전쟁 지지자들은 미국이 전략핵과 역내 재래식 무기의 우위를 점하고 있으니, 소련의 무기를 제거하고 카리브해나 유럽에서 소련이 전쟁을 확대하지 못하도록 제지할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다.
반면 두 번째 이론, 즉 강압을 지지하는 이들은 미국의 무력 사용 때문에 소련이 쿠바와 베를린에서, 어쩌면 미국 본토에 대해서도 군사적으로 대응할 것을 우려했다. 어느 경우든 핵전쟁의 망령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신중한 외교와 결합된 암묵적이고도 항시적인 힘의 위협이 양측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거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다. 흔히 미국의 정책 결정이 또 다른 세 번째 이론, 즉 노골적인 군사 위협과 외교적 압박을 수반한 벼랑 끝 핵 전술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러한 공격적인 강압이 고려되었다는 증거는 없다. 미국 지도자들 간의 토론은 오로지 ‘무력 사용’ 대 ‘교묘한 강압’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 p.242
부시 독트린은 신뢰성 있는 이론과 신뢰성 없는 이론의 조합에 바탕을 두었다. 민주평화 이론―민주주의 국가들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테러를 지원하지 않으며, 다른 민주주의 국가를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기 위한 핵무기를 확보할 필요가 없다―은 신뢰성 있는 이론이다. 부시 행정부의 ‘충격과 공포’ 이론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강제적 민주주의 증진 이론과 도미노 이론은 모두 신뢰성 없는 이론이었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다른 나라에 민주주의를 강요했던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음을 알 수 있다. (…) 이라크 침공 결정은 두 가지 신뢰성 없는 이론에 근거했을 뿐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심의가 누락되었다. 부시 대통령은 대중동 민주화를 위해 전쟁을 결정했지만, 행정부 내에서는 관련 논의에 깊이 참여하지 않았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과 그 부관 스티븐 해들리는 대통령의 바람을 실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면서도 토론에 많이 참석하지 않았다. 그 대신 결정 과정에서는 두 파로 나뉘어 싸움이 일어났다.
--- p.292
국가가 많은 목표를 가지고 있을 때 그 목표들이 서로 상충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목표에 차등을 두는 합리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거역할 수 없는 단 하나의 규칙이 있다. 생존이 첫 번째 목표이고, 다른 모든 목표는 그 하위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가 우선 국가로서 생존하지 못한다면 다른 목표는 아예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한 논리이자 증거다. (…) 생존을 원하지 않거나 생존을 다른 목표보다 아래에 두는 행위자는 비합리적이다.
--- p.306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외교 정책도 마찬가지다. 1930년대에는 이데올로기적 이유―공산주의에 대한 고질적 반감―가 영국이 소련과의 동맹을 거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나치 독일을 견제하려면 소련과 동맹을 맺는 게 필요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1940년 프랑스가 무너지자 영국의 생각도 바뀌었다. 독일이 서유럽 절반을 장악하자 영국의 생존이 위협받기 시작했고, 영국은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을 제쳐두고 소련과 동맹을 형성해서 독일에 맞서려고 했다. 윈스턴 처칠의 유명한 연설에서도 그런 논리가 드러났다. “만약 히틀러가 지옥을 침공한다면 나는 적어도 하원에는 악마에 대한 호의적인 언급을 해야 한다.” 생존이 이데올로기를 이긴 것이다.
--- p.310
출판사 리뷰
세계적 석학 존 미어샤이머의 국제정치 비평서?
강력하고 도발적인 책!
제프리 삭스 추천!
“외교 정책 입안자들이 이성적으로 숙고하고 다른 국가의 합리적 관점을 이해할 것을 촉구하는 강력하고 중요한 에세이다.” _ 제프리 삭스(컬럼비아 대학교 교수)
국제정치의 핵심 질문에 대한 획기적인 고찰,
“국가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가?”
국제정치/외교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저자인 존 미어샤이머의 또 하나의 역작! 그는 이 책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에서, 국제정치학의 핵심 질문인 ‘국가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획기적인 고찰을 제공한다(그의 제자인 서배스천 로사토 교수와 함께 썼다).
저자들은 조지 부시, 블라디미르 푸틴, 아돌프 히틀러 등 과거와 현재의 세계 지도자들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부터 냉전, 탈냉전 시대에 이르기까지, 중대한 역사적 사건의 맥락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했는지를 조사하여 ‘국가의 합리성’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한다. 냉전 이후 미국의 나토 확장 전략은 합리적인가? 제1차 세계대전을 개시하기로 한 독일의 결정,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진주만을 공격하기로 한 일본의 결정은 합리적인가? 1960년대 미국의 쿠바 침공,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은 또 어떨까? 그리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 책은 한 국가의 ‘대전략’과 ‘위기 대응 전략’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또 지도자와 정책결정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다른 국가를 상대하기 위한 정책은 어떻게 만드는지를 이론적.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위해 먼저 ‘(국가의)합리성’이란 무엇이고 국가는 과연 ‘합리적 행위자’인가를 물으며 이를 이론적으로 논증해간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너무도 큰 국제정치 무대에서 국가가 합리적으로 행동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합리성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국가가 합리적으로 또는 비합리적으로 행동했던 역사적 사례들을 구체적이고도 생생한 자료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분석.고찰한다.
‘현실주의’ 이론가 미어샤이머에 대한 오해와 사실,
미어샤이머는 누구인가― 그리고 다시, 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현재 시카고 대학교 석좌 교수인 미어샤이머는 1970년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미 공군 장교로 5년간 복무한 뒤, 1980년 코넬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브루킹스 연구소, 하버드 대학교 국제문제센터 연구원 등을 거쳐 1982년부터 시카고 대학 교수로 지내면서 안보 문제와 국제정치 전반에 대해 폭넓은 저술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책은 전 세계 수많은 언어로 번역.소개되었으며,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에 보스니아 문제, 핵 확산, 미국의 인도 정책, 아랍-이스라엘 문제, 이라크 침공,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주제로 많은 칼럼을 썼다. 2003년 미국 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미어샤이머의 이름을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그의 대표작인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2001, 한국어판 2004)이었다. 이 책은 국제정치학자 이춘근의 번역을 통해 소개되었는데, 그는 국제정치를 도덕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데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현실 국제정치의 적나라함을 보여주고자 이 책을 번역했다고 말한다. 이춘근은 특히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 일각에서 나타난 반미(反美)와 친중(親中) 정서를, 국제정치를 도덕적.감정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의 생생한 증거로 보았다. 그러면서 햇볕 정책으로 대표되는 화해 정책을 이상주의라 비판하고, 미국과의 동맹 유지를 한국이 추진해야 하는 대전략으로 꼽았다. 한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이춘근이 보기에, 미어샤이머의 논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 및 외교 전략을 비판하기 위한 좋은 외부적 권위이자 수단을 제공했다.
미어샤이머는 일찍부터 미-중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었고,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중국의 국제적 부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등하던 한국 사회에 지속적인 울림을 줄 수 있었다. 미어샤이머는 앞으로 올 21세기 강대국 국제정치를 전망하면서, 미국이 당면할 최악의 시나리오로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잠재적 패권국으로 등장하는 일을 꼽았다. 그러면서 미어샤이머는 당시 미국의 정책이, 중국을 세계 경제에 통합시켜 ‘현상 유지’에 만족하는 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것뿐이라고 개탄했다. 미어샤이머가 보기에 이는 철저히 잘못된 정책이었다. 부유해진 중국은 현상 유지는커녕, 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공격적 국가로 더 빠르게 전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중국공산당의 음험한 계획이나, 중국 지도부가 특별히 더 사악한 의도를 지녀서가 아니었다. 중국의 미래는 미국과의 충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비극적일 수 있어도, 모든 강대국이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길일 따름이었다.
2010년대에 미어샤이머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외교적 선택을 직접적으로 조언했다. 중국의 강대국화에 한국이 맞설 현실적 수단으로 미국과의 동맹 강화,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미어샤이머는 냉전기 때 조지 케넌의 대소련 봉쇄 전략을 높이 평가하면서, 자신의 대중국 정책의 이론적 근거로 케넌의 봉쇄 전략을 꼽았다. 이와 같은 미어샤이머의 행보는 이명박-윤석열 정부에서 연달아 국가 안보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효의 전략 구상과 유사한 점도 보인다. 김태효는 시카고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보내면서 미어샤이머의 세계관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 역시 평화라는 수사보다는 힘의 추구를 통해 국가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는 논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미어샤이머의 조언은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대결할 수밖에 없기에, 한국이 가까운 강대국 중국의 지배를 피하고 싶다면 미국과 일본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한반도 문제를 외부에서 바라보는 자의 시선이기도 하다. 이를 바다 건너의 관점이 아니라 실제 동아시아의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전략을 비롯해 국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만 하는지를 더 철저하게 물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미어샤이머의 제자’를 자처하는 김태효가 국가안보실 제1차장으로 있는 현 정부의 대외 정책은 단순한 대중국 견제 정책을 넘어선다. 현 정부는 북한-중국-러시아는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국가로 보고, 일본과 미국은 우리와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문명적 ‘가치 동맹’으로 본다는 점에서 미어샤이머와 결을 달리한다. 이는 자유주의적 가치의 개입을 철저히 배제하고 힘의 역학관계를 통해서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미어샤이머와의 결정적 차이라 할 수 있다. ‘자유의 북진’을 외치는 정책은 미어샤이머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어샤이머가 비판하고자 했던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이나 네오콘을 닮아가는 측면이 있다. 미어샤이머는 미국의 정치 문화가 지나치게 ‘자유주의적’ 문화에 젖어서 국제정치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잘못된 자유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비자유주의 국가들을 자유주의 국가로 바꾸려고 노력하다가 국력을 낭비했고, 지금도 중국의 부상을 동아시아에서 저지한다는 제1의 목표를 망각한 채 ‘자유주의 수호’라는 헛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미어샤이머의 냉엄한 진단이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 미어샤이머는, 이 전쟁을 ‘푸틴의 전쟁’으로 보는 미국 및 서방 일반의 시각을 비판하면서, 탈냉전기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나토의 동진 정책을 문제시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실존적 위협’이라는 사실을 러시아 측이 줄곧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추진했다는 점을 미어샤이머는 여러 강연과 기고를 통해 강조한다. 이처럼 침략 전쟁의 책임을 푸틴에게서 찾지 않는 그의 주장은 미국을 넘어 세계 여러 곳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어샤이머의 논리에 동의하느냐 반대하느냐와는 별개로 분명한 사실은, 미어샤이머는 미국 내에서는 자유주의적 접근을 비판하고, 국제정치 전략으로는 중국 견제라는 제1의 목표를 줄곧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주의 이론가다운 면모라 할 수 있다.
그때에도 국가는 합리적이었다!
신뢰성 있는 이론을 바탕으로, 분별력 있는 정책결정자들의 심의 과정을 거쳤으므로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이러한 미어샤이머의 이론 체계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는 것으로 시작된다. 현재 서방에서 푸틴은 이기기 쉽지 않은 전쟁을 감행한, 나아가 전쟁 금지라는 국제 규범을 허문 ‘비합리적’ 인물로 여겨지지만, 이 책에서 저자들은 그러한 세간의 인식에 반기를 든다. 국제정치라고 하는 불확실성이 큰 세계에서는 ‘신뢰성 있는 이론에 근거하고, 신중한 결정 과정(심의)을 거치는’ 두 가지 조건만 확보한다면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합리성이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관한 것이다). 이 두 기준에서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충분히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푸틴은 ‘세력 균형 이론’이라는 신뢰성 있는 이론을 바탕으로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는 자국에 불리한 국제정세의 변화에 맞서,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군사력을 동원해 선제적 수를 쓴 것이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러시아의 대응은 자국 내에서 여러 정책결정자들이 자유롭고 활발한 토론을 벌이며 충분한 심의 과정을 거친 것이었다.
이렇듯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 여러 역사적 사례들이, 사실은 당시 해당 국가로서는 합리적인 결정이었음을 하나하나 논박해간다.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국제정치라는 무대는 정보가 부족하고 매우 불확실한 세계이므로, 그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국가는 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강제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국가는 대개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국가가 국제정치의 대전략을 구상할 때도, 또는 위기 상황에 대응할 때도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국가의 ‘대전략’ 결정의 5가지 사례, 주요 ‘위기 대응’ 결정의 5가지 사례 및 ‘전쟁 악화’ 결정의 2가지 사례 등이 그러한 사례들이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국가가 실제로 ‘비합리적 결정’을 내렸던 4가지 사례도 아울러 살펴본다.
* 국가의 ‘대전략’ 결정의 5가지 사례
①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의 삼국협상 대처 방안 결정
②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의 소련 대처 방안 결정
③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프랑스의 나치 위협 대응 방안 결정
④ 냉전 이후 미국의 나토 확장 결정
⑤ 냉전 이후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 추구 결정
* 주요 ‘위기 대응’ 결정의 5가지 사례
① 1914년 독일의 제1차 세계대전 개시 결정
② 1941년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격 결정
③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 결정
④ 1962년 미국의 쿠바 미사일 위기 해결 결정
⑤ 1968년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결정
* ‘전쟁 악화’ 결정의 2가지 사례
① 미국의 한국전쟁 확대 결정
② 미국의 베트남 전쟁 확대 결정
* ‘비합리적 결정’의 4가지 사례
①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의 위험 전략 결정
②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영국의 무책임 전략 결정
③ 미국의 쿠바 침공 결정
④ 미국의 이라크 침공 결정
이론과 사례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이 책은 ‘미시 정치학’의 차원에서 ‘국가 안’을 들여다보며, 국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하나하나 추적해 나간다. 이와 같은 저자들의 분석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이 책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문제일 것이다. 과연 우리는 신뢰성 있는 국제정치 이론과 적절한 심의 과정, 분별력 있는 지도자를 지니고 있는가.
이 책에서 소개되는 사례들은 대개 대전략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강대국’들이다. 그러나 국제정치를 ‘하는’ 입장의 강대국들과 달리, 한국과 같은 중견국 혹은 약소국들은 국제정치를 여전히 ‘당하는’ 입장이다. 이 경우 국제정치란 대개 국내 정치의 연장선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더 격렬한 권력투쟁 속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제시하는 틀은 한국의 외교적 선택을 평가하고 파악하는 데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현 정부를 비롯해 역대 한국 정부들은 얼마만큼의 신뢰성 있는 이론을 전략적으로 선택했으며, 또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지도자와 정권의 수뇌들은 얼마나 활발한 심의 과정을 진행했는가를 반추하면서 이 책에 소개되는 역사적 사례들을 본다면 더 흥미로운 독서가 가능할 것이다.
강력하고 도발적인 책!
제프리 삭스 추천!
“외교 정책 입안자들이 이성적으로 숙고하고 다른 국가의 합리적 관점을 이해할 것을 촉구하는 강력하고 중요한 에세이다.” _ 제프리 삭스(컬럼비아 대학교 교수)
국제정치의 핵심 질문에 대한 획기적인 고찰,
“국가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가?”
국제정치/외교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자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 『미국 외교의 거대한 환상』 저자인 존 미어샤이머의 또 하나의 역작! 그는 이 책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에서, 국제정치학의 핵심 질문인 ‘국가는 합리적으로 행동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획기적인 고찰을 제공한다(그의 제자인 서배스천 로사토 교수와 함께 썼다).
저자들은 조지 부시, 블라디미르 푸틴, 아돌프 히틀러 등 과거와 현재의 세계 지도자들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부터 냉전, 탈냉전 시대에 이르기까지, 중대한 역사적 사건의 맥락에서 합리적으로 행동했는지를 조사하여 ‘국가의 합리성’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한다. 냉전 이후 미국의 나토 확장 전략은 합리적인가? 제1차 세계대전을 개시하기로 한 독일의 결정,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국 진주만을 공격하기로 한 일본의 결정은 합리적인가? 1960년대 미국의 쿠바 침공,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은 또 어떨까? 그리고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이 책은 한 국가의 ‘대전략’과 ‘위기 대응 전략’은 어떻게 결정되는지, 또 지도자와 정책결정자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다른 국가를 상대하기 위한 정책은 어떻게 만드는지를 이론적.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위해 먼저 ‘(국가의)합리성’이란 무엇이고 국가는 과연 ‘합리적 행위자’인가를 물으며 이를 이론적으로 논증해간다. 그리고 불확실성이 너무도 큰 국제정치 무대에서 국가가 합리적으로 행동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국가의 합리성을 실증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국가가 합리적으로 또는 비합리적으로 행동했던 역사적 사례들을 구체적이고도 생생한 자료를 바탕으로 체계적으로 분석.고찰한다.
‘현실주의’ 이론가 미어샤이머에 대한 오해와 사실,
미어샤이머는 누구인가― 그리고 다시, 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현재 시카고 대학교 석좌 교수인 미어샤이머는 1970년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하고 미 공군 장교로 5년간 복무한 뒤, 1980년 코넬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브루킹스 연구소, 하버드 대학교 국제문제센터 연구원 등을 거쳐 1982년부터 시카고 대학 교수로 지내면서 안보 문제와 국제정치 전반에 대해 폭넓은 저술 활동을 이어왔다. 그의 책은 전 세계 수많은 언어로 번역.소개되었으며, 『뉴욕타임스』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에 보스니아 문제, 핵 확산, 미국의 인도 정책, 아랍-이스라엘 문제, 이라크 침공,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주제로 많은 칼럼을 썼다. 2003년 미국 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미어샤이머의 이름을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린 것은 그의 대표작인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2001, 한국어판 2004)이었다. 이 책은 국제정치학자 이춘근의 번역을 통해 소개되었는데, 그는 국제정치를 도덕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데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현실 국제정치의 적나라함을 보여주고자 이 책을 번역했다고 말한다. 이춘근은 특히 2000년대 초반 한국 사회 일각에서 나타난 반미(反美)와 친중(親中) 정서를, 국제정치를 도덕적.감정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의 생생한 증거로 보았다. 그러면서 햇볕 정책으로 대표되는 화해 정책을 이상주의라 비판하고, 미국과의 동맹 유지를 한국이 추진해야 하는 대전략으로 꼽았다. 한국의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이춘근이 보기에, 미어샤이머의 논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 및 외교 전략을 비판하기 위한 좋은 외부적 권위이자 수단을 제공했다.
미어샤이머는 일찍부터 미-중 갈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었고,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중국의 국제적 부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갈등하던 한국 사회에 지속적인 울림을 줄 수 있었다. 미어샤이머는 앞으로 올 21세기 강대국 국제정치를 전망하면서, 미국이 당면할 최악의 시나리오로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잠재적 패권국으로 등장하는 일을 꼽았다. 그러면서 미어샤이머는 당시 미국의 정책이, 중국을 세계 경제에 통합시켜 ‘현상 유지’에 만족하는 국가로 만들고자 하는 것뿐이라고 개탄했다. 미어샤이머가 보기에 이는 철저히 잘못된 정책이었다. 부유해진 중국은 현상 유지는커녕, 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공격적 국가로 더 빠르게 전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는 중국공산당의 음험한 계획이나, 중국 지도부가 특별히 더 사악한 의도를 지녀서가 아니었다. 중국의 미래는 미국과의 충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비극적일 수 있어도, 모든 강대국이 나아가는 자연스러운 길일 따름이었다.
2010년대에 미어샤이머는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외교적 선택을 직접적으로 조언했다. 중국의 강대국화에 한국이 맞설 현실적 수단으로 미국과의 동맹 강화,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미어샤이머는 냉전기 때 조지 케넌의 대소련 봉쇄 전략을 높이 평가하면서, 자신의 대중국 정책의 이론적 근거로 케넌의 봉쇄 전략을 꼽았다. 이와 같은 미어샤이머의 행보는 이명박-윤석열 정부에서 연달아 국가 안보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김태효의 전략 구상과 유사한 점도 보인다. 김태효는 시카고 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보내면서 미어샤이머의 세계관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그 역시 평화라는 수사보다는 힘의 추구를 통해 국가의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는 논리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분명한 차이점도 존재한다. 미어샤이머의 조언은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대결할 수밖에 없기에, 한국이 가까운 강대국 중국의 지배를 피하고 싶다면 미국과 일본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한반도 문제를 외부에서 바라보는 자의 시선이기도 하다. 이를 바다 건너의 관점이 아니라 실제 동아시아의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전략을 비롯해 국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만 하는지를 더 철저하게 물을 필요가 있다.
그런데 ‘미어샤이머의 제자’를 자처하는 김태효가 국가안보실 제1차장으로 있는 현 정부의 대외 정책은 단순한 대중국 견제 정책을 넘어선다. 현 정부는 북한-중국-러시아는 우리와 가치를 공유하지 못하는 국가로 보고, 일본과 미국은 우리와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문명적 ‘가치 동맹’으로 본다는 점에서 미어샤이머와 결을 달리한다. 이는 자유주의적 가치의 개입을 철저히 배제하고 힘의 역학관계를 통해서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미어샤이머와의 결정적 차이라 할 수 있다. ‘자유의 북진’을 외치는 정책은 미어샤이머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어샤이머가 비판하고자 했던 미국의 자유주의자들이나 네오콘을 닮아가는 측면이 있다. 미어샤이머는 미국의 정치 문화가 지나치게 ‘자유주의적’ 문화에 젖어서 국제정치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잘못된 자유주의 이론을 바탕으로 무리하게 비자유주의 국가들을 자유주의 국가로 바꾸려고 노력하다가 국력을 낭비했고, 지금도 중국의 부상을 동아시아에서 저지한다는 제1의 목표를 망각한 채 ‘자유주의 수호’라는 헛된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미어샤이머의 냉엄한 진단이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 미어샤이머는, 이 전쟁을 ‘푸틴의 전쟁’으로 보는 미국 및 서방 일반의 시각을 비판하면서, 탈냉전기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나토의 동진 정책을 문제시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러시아의 ‘실존적 위협’이라는 사실을 러시아 측이 줄곧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를 무시하고 추진했다는 점을 미어샤이머는 여러 강연과 기고를 통해 강조한다. 이처럼 침략 전쟁의 책임을 푸틴에게서 찾지 않는 그의 주장은 미국을 넘어 세계 여러 곳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어샤이머의 논리에 동의하느냐 반대하느냐와는 별개로 분명한 사실은, 미어샤이머는 미국 내에서는 자유주의적 접근을 비판하고, 국제정치 전략으로는 중국 견제라는 제1의 목표를 줄곧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실주의 이론가다운 면모라 할 수 있다.
그때에도 국가는 합리적이었다!
신뢰성 있는 이론을 바탕으로, 분별력 있는 정책결정자들의 심의 과정을 거쳤으므로
『국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이러한 미어샤이머의 이론 체계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뒤집는 것으로 시작된다. 현재 서방에서 푸틴은 이기기 쉽지 않은 전쟁을 감행한, 나아가 전쟁 금지라는 국제 규범을 허문 ‘비합리적’ 인물로 여겨지지만, 이 책에서 저자들은 그러한 세간의 인식에 반기를 든다. 국제정치라고 하는 불확실성이 큰 세계에서는 ‘신뢰성 있는 이론에 근거하고, 신중한 결정 과정(심의)을 거치는’ 두 가지 조건만 확보한다면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합리성이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 관한 것이다). 이 두 기준에서 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충분히 합리적인 결정이었다. 푸틴은 ‘세력 균형 이론’이라는 신뢰성 있는 이론을 바탕으로 대응에 나섰다. 러시아는 자국에 불리한 국제정세의 변화에 맞서,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군사력을 동원해 선제적 수를 쓴 것이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러시아의 대응은 자국 내에서 여러 정책결정자들이 자유롭고 활발한 토론을 벌이며 충분한 심의 과정을 거친 것이었다.
이렇듯 이 책은 우리가 흔히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한 여러 역사적 사례들이, 사실은 당시 해당 국가로서는 합리적인 결정이었음을 하나하나 논박해간다.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국제정치라는 무대는 정보가 부족하고 매우 불확실한 세계이므로, 그 속에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국가는 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강제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국가는 대개 합리적으로 행동한다. 국가가 국제정치의 대전략을 구상할 때도, 또는 위기 상황에 대응할 때도 말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국가의 ‘대전략’ 결정의 5가지 사례, 주요 ‘위기 대응’ 결정의 5가지 사례 및 ‘전쟁 악화’ 결정의 2가지 사례 등이 그러한 사례들이다. 그리고 이와 반대로, 국가가 실제로 ‘비합리적 결정’을 내렸던 4가지 사례도 아울러 살펴본다.
* 국가의 ‘대전략’ 결정의 5가지 사례
①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의 삼국협상 대처 방안 결정
②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일본의 소련 대처 방안 결정
③ 제2차 세계대전 이전 프랑스의 나치 위협 대응 방안 결정
④ 냉전 이후 미국의 나토 확장 결정
⑤ 냉전 이후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 추구 결정
* 주요 ‘위기 대응’ 결정의 5가지 사례
① 1914년 독일의 제1차 세계대전 개시 결정
② 1941년 일본의 미국 진주만 공격 결정
③ 1941년 독일의 소련 침공 결정
④ 1962년 미국의 쿠바 미사일 위기 해결 결정
⑤ 1968년 소련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 결정
* ‘전쟁 악화’ 결정의 2가지 사례
① 미국의 한국전쟁 확대 결정
② 미국의 베트남 전쟁 확대 결정
* ‘비합리적 결정’의 4가지 사례
① 제1차 세계대전 이전 독일의 위험 전략 결정
②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영국의 무책임 전략 결정
③ 미국의 쿠바 침공 결정
④ 미국의 이라크 침공 결정
이론과 사례를 종횡무진 넘나드는 이 책은 ‘미시 정치학’의 차원에서 ‘국가 안’을 들여다보며, 국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하나하나 추적해 나간다. 이와 같은 저자들의 분석은 그 자체로도 흥미롭지만, 결국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이 책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바로 ‘우리’의 문제일 것이다. 과연 우리는 신뢰성 있는 국제정치 이론과 적절한 심의 과정, 분별력 있는 지도자를 지니고 있는가.
이 책에서 소개되는 사례들은 대개 대전략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강대국’들이다. 그러나 국제정치를 ‘하는’ 입장의 강대국들과 달리, 한국과 같은 중견국 혹은 약소국들은 국제정치를 여전히 ‘당하는’ 입장이다. 이 경우 국제정치란 대개 국내 정치의 연장선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크며, 더 격렬한 권력투쟁 속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제시하는 틀은 한국의 외교적 선택을 평가하고 파악하는 데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현 정부를 비롯해 역대 한국 정부들은 얼마만큼의 신뢰성 있는 이론을 전략적으로 선택했으며, 또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지도자와 정권의 수뇌들은 얼마나 활발한 심의 과정을 진행했는가를 반추하면서 이 책에 소개되는 역사적 사례들을 본다면 더 흥미로운 독서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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