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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몽요결 (율곡이이) : 올바른 공부 길잡이

동방박사님 2021. 12. 2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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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율곡 선생은 『격몽요결』을 각별히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싶어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공부하는 목적은 올바른 사람, 곧 훌륭한 성인(聖人)이 되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율곡 선생은 이 책의 첫머리에 “처음 공부를 하려는 사람은 먼저 반드시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인지 뜻을 세워야만 한다. 반드시 스스로 성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 가닥 터럭만큼도 자신의 능력을 낮게 보고 그 목표로부터 물러서거나 다른 일로 미루려는 생각을 지녀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고 있다. 율곡 선생이 말하는 ‘성인’이란 올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 이 세상을 위해 일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먼저 배려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대학자 율곡 이이가 벼슬에서 물러나 황해도 해주로 돌아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후학 교육을 위해 사람이 갖추어야 할 10가지 덕목을 정리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가르치고 이끌어 주는 확실한 길잡이’를 뜻하는 『격몽요결(擊蒙要訣)』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공부하려는 뜻을 먼저 세워야 함, 옛 낡은 습성은 버려야 함, 자기 몸을 잘 건사해야 함, 책을 읽는 법, 어버이를 섬기는 법, 장례를 치르는 법, 제사를 지내는 법, 집안에서 생활하는 법, 사람들과 사귀는 법, 사회 생활하는 법 등 사람이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서 배우고 깨우쳐야 할 10가지 덕목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교과서를 넘어 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소중한 인성 교육 지침서로서, 공부라는 것이 단순히 앎을 추구하는 일보다도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임을 몸소 실천한 율곡 선생의 철학이 담겨 있어 복잡한 생활 속에서 이해관계에 민감한 현대인들에게 참된 사람의 길을 깨닫게 해준다.

목차

책머리에
율곡 이이의 머리말(序文)

제1장 공부하려는 뜻을 먼저 세워야 함(立志)
제2장 옛 낡은 습성은 버려야 함(革舊習)
제3장 자기 몸을 잘 건사해야 함(持身)
제4장 책을 읽는 법(讀書)
제5장 어버이를 섬기는 법(事親)
제6장 장례를 치르는 법(喪制)
제7장 제사를 지내는 법(祭禮)
제8장 집안에서 생활하는 법(居家)
제9장 사람들과 사귀는 법(接人)
제10장 사회생활 하는 법(處世)

해설『격몽요결: 올바른 공부의 길잡이』는 어떤 책인가?
율곡 이이 연보
 

저자 소개 

저 : 율곡 이이 (李珥, 석담, 숙헌)
 
조선시대 최고의 성리학자이자 정치가로 꼽히는 율곡 이이는 1536년(중종 31) 오죽헌에서 아버지 이원수李元秀와 어머니 신사임당申師任堂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곳은 외가가 있던 강릉이고, 고향은 파주 율곡으로, 그는 율곡을 자신의 호로 삼았다. 어린 시절부터 영특하여 13세에 진사 초시에 합격한 이래 모두 아홉 번의 과거에 합격하고 그중 일곱 번 장원하였다. 선조 2년, 홍문관 교리였던 율곡은 일종의 ...

역주 : 김학주 (金學主)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립 대만대학 중문연구소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그리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교수로 있으면서 중국어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고, 현재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명예교수·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이다. 저서로 『중국 문학의 이해』, 『중국 고대의 가무희』, 『중국 문학사』, 『한대의 문인과 시』, 『공자의 생애와 사상』, 『노자와 도가 ...
 

책 속으로

처음으로 공부를 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인지 뜻을 먼저 세워야만 한다. 반드시 스스로 성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 개의 터럭만큼도 자신의 능력을 낮게 보고 그 목표로부터 물러서거나 다른 일로 미루려는 생각을 지녀서는 안 된다. 대체로 보통 사람들도 타고나는 본성에 있어서는 성인과 똑같은 것이다. 비록 자라나면서 외부의 영향으로 이루어지는 성질이 사람에 따라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고 순수하기도 하고 잡되기도 한 차이가 없을 수는 없는 것이나, 진실로 참된 것을 알고 그것을 실제로 행하여 그가 이전에 물든 것을 모두 버리고 처음의 본성으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곧 터럭만큼도 잘못된 것은 늘지 않고 모든 훌륭한 것들이 잘 갖추어지게 될 것이다. 보통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찌 스스로 성인이 되겠다고 목표를 세우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맹자는 사람들의 타고난 본성은 본시 훌륭한 것임을 논하면서 반드시 요임금과 순임금을 실례로 들고 말씀하시기를 “사람이면 누구나 요임금과 순임금과 같이 될 수가 있다”고 하셨다. 어찌 맹자께서 우리를 속이시겠는가?--- p.17

우리는 마땅히 언제나 분발하여 “사람의 성질은 본시 훌륭한 것이어서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혜롭고 어리석은 차이가 없는 것인데, 성인은 어찌하여 유독 성인이 되었고 나는 어찌하여 유독 보통 사람으로 있는가?”라고 반문해야 한다. 차이가 나는 것은 진실로 뜻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아는 것이 분명하지 않고 행동이 착실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뜻을 제대로 세우고 아는 것을 분명히 하고 행동을 착실하게 하는 일은 모두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어찌 다른 곳에서 구하려 해서야 되겠는가?--- p.23

사람의 얼굴과 모습은 미운 것을 예쁘게 고칠 수가 없고, 체력은 약한 것을 강하게 고칠 수가 없고, 몸은 키가 작은 것을 키가 크게 고칠 수가 없다. 이것들은 이미 정해진 타고난 것이어서 바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지닌 마음과 뜻만은 어리석은 것을 지혜롭게 고치고 못난 것을 현명하게 고칠 수가 있다. 그것은 곧 마음은 텅 비었으면서도 작용은 영묘하여 타고난 성품에 구애받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지혜로운 것보다도 더 아름다운 것이 없고, 현명한 것보다도 더 귀중한 것이란 없다. 어찌하여 현명하고 지혜롭게 되지 않고 자기가 타고난 본성을 망친단 말인가?--- p.25

뜻을 세운 사람에게 귀중한 일은 바로 공부에 힘쓰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목표에 다다르지 못할까 두려워하면서 물러서지 않을 것을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기 때문인 것이다. 만약 뜻이 성실하고 착실하지 못해 우물쭈물 날짜만 보낸다면 나이가 차 죽을 때가 된다 한들 어찌 이루는 것이 있겠는가?--- p.28

사람이 비록 공부에 뜻을 두었다 하더라도 용감히 곧장 앞으로 달려 나아가 배움을 이룩하지 못하는 것은 그의 옛 낡은 습성이 가로막아 실패케 하기 때문이다. 옛 낡은 습성의 내용을 조목조목 들면 다음과 같다. 만약 뜻을 가다듬어 이것들을 완전히 끊어 버리지 않는다면 끝내 공부를 할 여지도 없게 될 것이다.--- p.31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보지 말고,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듣지 말고,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말하지 말고, 예의에 어긋나는 경우에는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이 네 가지는 몸을 닦는 데 긴요한 것이다. 예의에 들어맞는가 예의에 어긋나는가를 처음 공부를 시작한 사람은 분별하기 어려운 일이니, 반드시 이치를 추구해서 그 문제를 밝히도록 해야 한다. 다만 이미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힘써 그대로 행하기만 해도 곧 예의에 대한 생각이 반 이상 올바르게 될 것이다.--- p.50

말을 많이 하는 것과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것이 마음가짐을 가장 해친다. 하는 일이 없을 때는 마땅히 고요히 앉아서 자기 마음을 건사해야 하고, 사람들을 대할 때는 마땅히 말을 가려 간결하면서도 신중하게 하고 적절할 때에만 말을 한다. 그렇게 하면 하는 말이 간결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고 간결하게 하는 말은 도리에 가깝게 된다. 옛날의 훌륭한 임금님이 정해 준 법도에 맞는 옷이 아니라면 감히 입어서는 안 되고, 옛날의 훌륭한 임금님이 가르치신 법도에 맞는 말이 아니라면 감히 말해서는 안 되며, 옛날의 훌륭한 임금님이 보여 주신 덕 있는 행동이 아니라면 감히 행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 말은 마땅히 평생 동안 마음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p.59

일이 생기거든 이치를 따라 일을 처리해야 한다. 책을 읽을 때는 성실하게 이치를 추구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일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에는 고요히 앉아서 자기 마음을 거둬들이고 단속하여 잠잠해져서 난잡한 생각이 없어야 하고 깨어 있어서 어리석은 실수가 없어야만 한다. 이른바 공경함으로써 속마음이 곧은 사람이란 이와 같은 것이다.--- p.65

공경히 처신하는 것으로 자기의 근본을 세우고, 이치를 추구하여 훌륭한 것들을 밝혀야 하며, 행하기에 힘써서 그러한 것들을 실지로 실천해야 한다. 이상 세 가지는 평생을 두고 해 나가야 할 일인 것이다. 생각하는 것에 비뚤어진 것이 없고 공경하지 않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오직 이 두 구절의 말은 평생 동안 두고 써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마땅히 써서 벽에 걸어 두고 잠시도 잊는 일이 없어야 한다.--- p.69

공부를 하는 사람은 언제나 앞에서 얘기한 마음을 잘 간직하여 다른 일이나 물건에 정신을 파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반드시 이치를 추구하여 훌륭한 길을 밝히고 나서야 마땅히 가야 할 길이 환하게 앞에 있게 되어 그의 공부는 진보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올바른 길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먼저 이치를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고, 이치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책을 읽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성인들과 현명한 분들이 마음을 쓴 자취와 훌륭한 일과 악한 일 같은 본받아야 하고 경계해야 할 일들이 모두 책에 씌어 있기 때문이다.--- p.75

언제나 책을 읽는 사람은 두 손을 모으고 똑바로 앉아 공경히 책을 대해야 한다. 마음을 통일하고 뜻을 모아 골똘히 생각하고 깊이 두루 살펴[깊이 두루 살핀다는 것은 책을 잘 읽고 깊이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뜻을 철저히 이해하되 모든 구절마다 반드시 실천할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만약 입으로만 읽어서 마음으로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몸으로는 실행하지 못한다면 곧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가 될 것이니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p.77

언제나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한 책을 익히 읽어 뜻과 취지를 다 알아 의문 나는 것 없이 꿰뚫게 된 다음에야 다른 책으로 바꾸어 읽어야 한다. 많은 책을 읽으려 욕심내고 많은 것을 얻기에 힘쓰며 급히 서둘러 이것저것 여러 가지를 읽어서는 안 된다.--- p.97

천하의 물건 중에는 내 몸보다 더 귀한 것이 없으니, 그 것은 부모님이 내려 주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어떤 사람에게 재물을 보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곧 그 물건이 많고 적은 것과 값싸고 비싼 정도에 따라 은혜를 느끼는 마음도 그대로 깊거나 얕게 여겨질 것이다. 부모님은 나에게 몸을 내려 주셨는데, 어떤 천하의 물건을 가지고도 이 몸과는 바꿀 수가 없을 것이다.--- p.104

일상생활을 통해 한 순간도 부모님을 잊지 않고 지내야만 효도를 한다고 할 수가 있다. 제 몸가짐을 삼가지 아니하고 말을 함부로 하며 장난이나 치고 놀면서 나날을 보내는 자들은 모두가 부모를 잊고 있는 것이다.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어버이를 모시며 오래도록 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식이 된 사람들은 반드시 정성을 다하고 힘을 다하기를 부족할까 두려워하고 있듯이 해야만 한다.--- p.119

집안의 생활에 있어서는 마땅히 예법을 삼가 지키면서 아내와 자식 및 집안의 여러 사람들을 거느려야 한다. 그들에게 직책을 나누어 주고, 그들에게 할 일을 내려 주되, 그들이 모든 일을 잘 하도록 다그쳐야 한다. 집안에서 재물과 쓰임의 정도를 잘 조절하고 수입을 따져서 지출을 해야 하며, 집안의 경제 사정에 알맞게 위아래 사람들의 입을 것과 먹을 것 및 좋은 일과 궂은일에 드는 비용을 써야한다. 모든 일에 차등을 두고 조절하되 그 기준이 모두가 고르게 처리해야 한다. 쓸데없는 비용은 절약하고 사치스럽고 호화롭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언제나 반드시 여유가 약간 있도록 하여 뜻밖에 일어나는 일에 대비해야 한다.--- p.169

형과 아우는 다 같이 부모님께서 내려 주신 몸을 받으므로, 나와는 한 몸이나 같은 것이니 마땅히 그들과 나는 차별이 없는 사이라 고 보아야 한다. 음식이나 옷 같은 것은 있고 없고 간에 모두 함께 누려야만 한다. 만약에 형은 굶주리는데 아우는 배부르게 지내고, 아우는 춥게 지내고 있는데 형은 따뜻하게 지내고 있다면 바로 그것은 한 몸 가운데 팔다리나 몸이 어떤 부분은 병이 들고 어떤 부분은 튼튼한 거나 같은 것이니 몸과 마음이 어찌 한쪽만이 편할 수가 있겠는가? 지금 사람들 중의 형과 아우가 서로 사랑하지 않는 자들은 모두가 부모를 사랑하지 않음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만약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찌 부모의 자식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형이나 아우에게 만약 좋지 않은 행실이 있다면 곧 정성을 다하며 성실히 올바로 알려주어 이치를 조금씩 깨달아서 느끼고 알게 되도록 해주어야지 갑자기 노여운 얼굴빛을 띠고 꾸짖는 말을 하여 화목한 사이를 망쳐서는 안 된다.--- p.172

지금의 학자들은 겉으로는 비록 점잖은 것 같지만 속까지 착실한 사람은 드물다. 부부 사이에 잠자리에서는 많은 이들이 멋대로 정욕을 따라서 올바른 위엄 있는 몸가짐을 잃고 있다. 그러므로 부부가 서로 버릇없이 친하게 굴지 않고 제대로 서로 존경하는 이들이 매우 적다. 이렇게 행동하면서 자기 몸을 닦고 집안을 바로잡으려 한다면 매우 어려운 일이 되지 않겠는가? 반드시 남편은 부드러우면서도 의롭게 대해 주고, 아내는 유순하면서도 올바르게 받들어야 한다. 부부 사이에 예의와 존경을 잃지 않아야만 집안일을 잘 다스릴 수가 있는 것이다. 만약 그전에는 서로 버릇없이 친하게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서로 존경을 하려고 한다면 제대로 실행하기 어려운 형편이 될 것이다. 반드시 아내와 함께 서로 경계를 하며 반드시 이전의 버릇을 없애겠다고 하면서 점차 예법을 따르는 방향으로 들어가야만 될 것이다. 아내가 만약 나의 하는 말과 몸가짐이 한결같이 올바르게 나온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면 곧 반드시 점차 믿고서 얌전히 따르게 될 것이다.--- p.175

옛날에 숨어 지내던 사람 중에는 짚신을 삼아서 먹고 산 사람도 있고, 땔나무를 하거나 고기잡이를 하여 살아간 사람도 있고, 지팡이를 꽂아 놓고 김을 매었던 사람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출세하는 일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하면서도 편안히 지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 만약 이로운 것과 해로운 것을 견주어 보고 풍부한 것과 궁핍한 것을 헤아리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어찌 마음을 다스리는 데 해가 되지 않겠는가? 공부를 하는 사람은 반드시 부자가 되고 출세하는 일을 가볍게 보고 가난하고 천한 처지를 지킬 마음을 지녀야만 하는 것이다.--- p.186

집안 살림살이가 가난하고 구차하면 곧 반드시 가난하고 구차함 때문에 어려움을 당해 그가 지켜야 할 절조를 잃게 되는 사람이 많다.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점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옛날 사람이 말하기를 “어려운 처지의 사람은 그가 하지 않는 일에 대해 살펴보고, 가난한 사람은 그가 갖지 않는 것에 대해 살펴보면 된다”고 하였다.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소인들은 어려워지면 곧 함부로 행동한다”고 하셨다. 만약 가난하고 구차함에 밀려서 의로움을 행할 수가 없다면 공부하는 것을 무엇에 쓰겠는가? 무엇이건 거절하고 받아들이고 받고 주고 할 때는 반드시 그것이 의로운 것인가 의롭지 않은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하여, 의로운 것이라면 받되 의롭지 않은 것이라면 받지 말아야 한다. 털끝만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p.189

대체로 사람들과 사귈 때는 마땅히 부드럽고 공경스럽도록 힘써야 한다. 나이가 갑절이나 많다면 곧 아버지처럼 그 분을 섬겨야 한다. 나이가 10년이 위라면 곧 그 분을 형님처럼 섬겨야 한다. 나이가 5년이 위라고 해도 역시 어느 정도 공경스런 태도를 취해야 한다. 가장 해서는 안 될 짓은 자기 학문을 믿고 스스로 잘난 체하고 기운을 자랑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p.197

벗을 사귀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공부를 좋아하고 착한 것을 좋아하며 바르고 엄격하고 곧고 성실한 사람을 가려야 한다.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의 법도와 삼가는 일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나의 모자라는 점을 없애야 한다. 만약 게으름이나 피우고 놀기 좋아하며 줏대 없이 아양이나 떠는 곧지 않은 자들이라면 사귀어서는 안 된다.--- p.198

같은 소리는 서로 호응하고, 같은 기운은 서로 찾아간다. 만약 내가 공부하는 데 뜻을 두었다면 곧 나는 반드시 공부하는 선비를 찾을 것이고, 공부하는 선비들도 반드시 나를 찾게 될 것이다. 말로는 공부를 한다고 하면서도 그의 집안에 잡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시끄럽게 나날을 보내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그가 즐기는 일이 공부하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p.201

나를 헐뜯고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돌이켜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 만약 내게 실지로 욕먹을 만한 행위가 있었다면 곧 스스로를 책망하고 마음속으로 자기를 꾸짖어 잘못을 바로잡는 일을 서슴지 말아야 한다. 만약에 나의 잘못이 매우 적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늘려지고 보태질 수가 있는 것이니, 곧 그의 말이 비록 지나쳤다 하더라도 내게 진실로 비난을 받을 근거가 있는 것임으로 마땅히 이전의 잘못을 깨끗이 없애 버려 터럭 끝만큼도 남겨두지 않아야 한다. 만약 내게는 근본적으로 잘못이 없고 그가 거짓말을 만들어 낸 것이라면 곧 그자는 망령된 자에 불과할 따름인 것이다. 망령된 자와 어찌 거짓이냐 진실이냐를 따질 수가 있겠는가? --- p.205

일반적으로 선생님과 어른을 모실 기회가 있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의 뜻을 질문하여 자기가 공부하는 것을 밝혀야 한다. 자기 마을의 어른들을 모실 때는 조심하고 공손해야 하며, 함부로 말하지 말고, 묻는 말이 있으면 사실대로 공경히 대답해야 한다. 친구들과 어울릴 때는 마땅히 올바른 도리를 따라 얘기하고 토론하되 오직 글의 올바른 뜻에 대해서만 얘기해야 한다. 세상의 저속한 지저분한 얘기와 정치를 잘하고 못하는 일과 고을 수령이 잘한다 잘못한다는 말과 다른 사람이 잘못이 있다거나 악하다는 말은 일체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p.209

언제나 온순하고 공손하며 사랑하고 아껴 주는 태도로 남에게 은혜를 베풀고, 일이나 물건을 잘 되게 해주려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남을 해치고 일이나 물건을 그르치는 것 같은 일은 터럭만큼도 마음 구석에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를 이롭게 하려 하기 때문에 반드시 남과 일이나 물건을 해치게 된다. 그러므로 공부하는 사람은 먼저 이로움을 쫓는 마음을 끊어 버린 뒤에야 어짊을 배울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p.212

옛날의 공부하는 사람들은 전혀 벼슬하려고 하는 일이 없었다. 학문이 이룩되면 바로 위에 있는 사람이 들어서 그를 썼던 것이다. 벼슬을 하는 것은 남을 위해서이지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세상은 그렇지 않고 과거를 보아서 사람을 뽑아 쓴다. 비록 하늘의 이치를 꿰뚫는 학식이 있고 남들보다 매우 뛰어난 행실이 있다 하더라도 과거가 아니라면 올바른 도를 실행할 자리로 나아갈 길이 없다. 그러므로 아버지가 그의 아들을 가르치고 형이 그의 아우를 힘쓰도록 함에 있어서 과거를 빼놓고는 전혀 다른 재주가 없다. 선비들이 그런 것이 습성이 되어 구차하게 벼슬자리를 얻으려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선비들은 대부분이 부모의 바람과 집안을 위하려는 생각 때문에 과거 볼 준비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되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마땅히 그의 실력을 쌓고 때를 기다려야 한다. 잘 되고 못 되는 것은 운명에 맡겨야지 욕심내고 서두르며 그 일에 빠져서 자기 뜻을 잃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p.217

사람들은 아직 벼슬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는 오직 벼슬하는 일을 서두르고, 벼슬을 하게 된 뒤에는 또 그것을 잃게 될까 두려워한 다. 그와 같은 일에 파묻혀 지내다가 그의 본래 마음을 잃게 되는 사람들이 많다. 어찌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벼슬하는 자리가 높은 사람은 올바른 도를 행하는 일을 위주로 하여, 올바른 도를 행할 수가 없다면 곧 벼슬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만약 집안이 가난하여 벼슬살이를 그만둘 수가 없다면 반드시 조정 안의 벼슬은 사양하고 조정 밖의 벼슬을 맡을 것이며, 높은 자리는 사양하고 낮은 자리를 차지하여 헐벗고 굶주리는 일만을 면하도록 해야 한다. 비록 벼슬을 한다 하더라도 마땅히 깨끗하고 부지런하며 공적인 사명을 받들어 맡은 직무를 다해야만 한다. 직무는 버려둔 채 놀고먹어서는 안 된다.
--- p.226

출판사 리뷰

교수신문 선정 최고의 고전번역가
김학주 교수의 상세한 주석과
해설로 읽는 『격몽요결』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을 보면 책을 읽는 순서를 분명하게 밝혀 놓았으니, 임금과 신하가 책을 읽는 순서를 정하여 그대로 따른다면 아래로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배우고 위로는 하늘의 이치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격몽요결』에 적힌 대로 시행함으로써 인재를 크게 양성할 수 있는 길이 이 책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 조선 정조 임금 때 성균관 대사성 유당의 상소문 중에서

올바른 공부란 어떤 것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겨레의 스승 율곡 이이가 후세에 전하는 인간의 조건


이 책은 조선시대의 대학자 율곡 이이가 벼슬에서 물러나 황해도 해주로 돌아가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후학 교육을 위해 사람이 갖추어야 할 10가지 덕목을 정리한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을 가르치고 이끌어 주는 확실한 길잡이’를 뜻하는 『격몽요결(擊蒙要訣)』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공부하려는 뜻을 먼저 세워야 함, 옛 낡은 습성은 버려야 함, 자기 몸을 잘 건사해야 함, 책을 읽는 법, 어버이를 섬기는 법, 장례를 치르는 법, 제사를 지내는 법, 집안에서 생활하는 법, 사람들과 사귀는 법, 사회 생활하는 법 등 사람이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해서 배우고 깨우쳐야 할 10가지 덕목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조선시대의 교과서를 넘어 수세기가 지난 오늘날에도 소중한 인성 교육 지침서로서, 공부라는 것이 단순히 앎을 추구하는 일보다도 올바른 사람이 되는 것임을 몸소 실천한 율곡 선생의 철학이 담겨 있어 복잡한 생활 속에서 이해관계에 민감한 현대인들에게 참된 사람의 길을 깨닫게 해준다.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마음이 막히고 트이지 않아 제대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반드시 책을 읽고 이치를 추구하여 올바로 행동할 방법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올바른 앎을 터득하여 합당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사람들은 공부란 일상생활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높고 먼 곳의 일이어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라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그것을 남에게 미루고 스스로 버려둔 채 편히 지내고만 있으니 어찌 애석한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는 마땅히 언제나 분발하여 ‘사람의 성질은 본시 훌륭한 것이어서 옛날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혜롭고 어리석은 차이가 없는 것인데, 성인은 어찌하여 유독 성인(聖人)이 되었고 나는 어찌하여 유독 보통 사람으로 있는가?’라고 반문해야 한다. 차이가 나는 것은 진실로 뜻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아는 것이 분명하지 않고 행동이 착실하지 않기 때문인 것이다. 뜻을 제대로 세우고 아는 것을 분명히 하고 행동을 착실하게 하는 일은 모두 나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어찌 다른 곳에서 구하려 해서야 되겠는가?
- 본문 중에서

각별히 이 책을 젊은이들에게 읽히고 싶었던 것은 율곡 선생이 처음부터 공부하는 목적은 올바른 사람, 곧 훌륭한 성인(聖人)이 되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율곡 선생은 이 책의 첫머리에 “처음 공부를 하려는 사람은 먼저 반드시 어떻게 공부를 할 것인지 뜻을 세워야만 한다. 반드시 스스로 성인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한 가닥 터럭만큼도 자신의 능력을 낮게 보고 그 목표로부터 물러서거나 다른 일로 미루려는 생각을 지녀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고 있다. 율곡 선생이 말하는 ‘성인’이란 올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 이 세상을 위해 일하는 사람,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다.
-「옮긴이의 책머리에」 중에서

“『격몽요결』은 배우는 사람에게 있어서 일상의 공부에 더없이 필요한 소중한 책입니다.”
― 조선 인조 임금 때 성균관 유생 270여 명의 상소문 중에서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을 보면 책을 읽는 순서를 분명하게 밝혀 놓았으니, 임금과 신하가 책을 읽는 순서를 정하여 그대로 따른다면 아래로는 사람으로서의 도리를 배우고 위로는 하늘의 이치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격몽요결』에 적힌 대로 시행함으로써 인재를 크게 양성할 수 있는 길이 이 책에서 비롯될 것입니다.”
― 조선 정조 임금 때 성균관 대사성 유당의 상소문 중에서

“이에 인조 임금께서는 『격몽요결』을 인쇄하여 널리 보급하여 읽게 하였고, 정조 임금께서는 유당의 상소를 듣고 그대로 시행하라고 했다.”
― 『조선왕조실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