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역사기행 (책소개)/5.세계문화기행

몽골 기행 : 징기스 칸의 땅을 가다

동방박사님 2022. 9. 28.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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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몽골은 초원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울창한 수림과 만년설, 사막과 황무지, 호수를 모두 품고 있는 나라이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러시아와 맞닿은 칭기스 칸의 땅 헹티, 서쪽 끝 유라시아의 동서를 가로지른 알타이산맥, 남쪽으로 농경민족과의 경계지대인 고비사막, 북쪽으로 몽골의 바다라는 흡스글호수와 바이칼호수, 중앙의 하르호링과 테르힝 차강호수. 저자는 여러 지역의 성스러운 산과 산맥, 호수와 사막과 황무지를 오르고 건넜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칭기스 칸과 마주쳤다. 초원에 홀려 7년 동안 몽골 구석구석을 누빈 기록들을 보며 생생한 몽골의 매력에 빠져보자.

 

목차

프롤로그 | 왜 그곳에 또 가?

1. 몽골로 가는 길
몽골, 사람으로 기억되는 나라
인연
“트래픽 잼”
베이스캠프 울란바토르
샤만, 몽골을 이해하는 코드
죽은 칭기스 칸, 몽골을 살리다
우리나라에 온 초원의 유목민
가깝고도 먼 노마디즘과 노마드
나의 고향
성산 보르항 할동 가는 길
외국 사람은 올라가지 말아요

2. 칭기스 칸을 바라보다
늑대 사냥꾼
하얀 음식, 붉은 음식
신과 요괴 사이, 늑대
칭기스 칸을 바라보다
그들의 축제, 나담
몽골인의 초능력, 어디까지 사실인가
흐흐호수와 흡스글의 추억

3. 아무도 죽지 않는다
칭기스 칸의 개혁
오보, 영원한 푸른 생명
누구나 죽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다
하늘로 오르는 사슴돌
어떻게 감동하지 않을 수 있지
진짜 몽골 술
내 머리에 GPS가 들어 있어요
몽골의 별이 아름다운 이유

4. 늪에 빠지다
몽골 사람을 키워준 다섯 가축
어머니의 냄새
이동하는 집, 게르
몽골의 말, 하나도 지칠 줄 모른다고?
아무도 모르게 하라
바위에 새겨진 삶의 이야기
눈물의 솔롱고스
차가 이대로 있으면 어떻게 하죠
매일 말만 타지 말고 메일 보내

5. 논쟁과 환대의 밤
1206년 몽골에서는
물어보기라도 할걸
오농강 다리 위에서
강 한복판에서 멈춰버린 차
물소해 여기서 태어나시다
목욕, 꼭 해야 하나
계급장 떼고 토론을 하다
나온 술은 다 마셔야 끝나죠

6. 대지의 노래
도대체 언제 출발해요
오농강과 발지강의 사랑
끝나지 않는 노래
하늘이 양념을 내려 주셨죠
위대한 내 나라는 결코 부서져서는 안 된다

7. 저 불빛을 놓치면 안돼
다달을 떠나다
조드, 초원을 휩쓴 공포
뛰어가서 도움을 요청해
새럿도 잠을 자야 하는 사람인데

8. 내게 소원이 있다면
유목민의 평생 〈몽골의 하루〉
타라보살의 젖가슴
8천만 년 동안의 싸움
울란바토르의 마지막 레닌
내게 소원이 있다면

몽골 여행 루트
에필로그 | 약속한 때가 되었다
몽골 여행에 도움이 되는 책과 영상
 

저자 소개

저자 : 박찬희
2004년부터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중심으로 몽골의 동서남북 구석구석을 다녔는데 모두 일곱 차례 몽골 여행을 다녀왔다. 길은 멀고도 험하고 비위가 약한 탓에 잘 먹지 못하지만 해마다 여름 이면 몽골로 떠나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렇게 떠나는 몽골 여행은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고 기운을 차리게 하는 1년 약효의 자양강장제다. 사람을 홀리는 대초원과 마음씨 좋은 유목민에게 흠뻑 빠진 지 10년 이제는 말도 제법 잘...
 

책 속으로

“왜 자꾸 몽골에 가?”
“볼 만한 게 뭐가 있어?”
때로는 정말 궁금해서, 때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사람들은 물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그들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가없는 초원, 점점이 흩뿌려진 가축과 게르의 유목민, 그 위로 펼쳐진 하늘, 쉴 새 없이 불어오는 바람, 그 바람을 타고 투명한 대기를 가득 메우는 허브 향, 시간과 색의 결을 온전히 담은 빛들, 완전한 어둠, 우주의 기운을 내뿜는 별들. 이 모든 것들이 이유이기는 했지만 전부는 아니었다.
한동안 길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정해진 길은 없되 내가 달리는 곳이 곧 길이 되는 곳. 그곳에서 길은 우산살처럼 퍼져나가다 어느 순간 한곳으로 모이고 또다시 흩어지곤 했다. 길은 자유였다. --- p.6

“철커덕 철커덕.”
갑자기 묵직한 쇠가 부딪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군대 경험을 통해 그 소리가 총에서 나는 소리라는 걸 직감했다. ‘군인들인가? 아니면 국립공원 경비대? 그것도 아니라면…….’ 머리가 쭈뼛하고 몸이 굳어지며 나도 모르게 손을 불끈 움켜쥐었다. 이리저리 궁리를 해봐도 그냥 자는 척하는 것밖에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머리 한편에서는 네팔 산속에서 마오주의자들이 여행자들에게 받는다는 일명 입산료를 걷는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 p.77

포르공으로 만든 원형 경기장에서는 씨름 경기가 한창이었다. 경기장 한가운데에는 몽골 국기가 꽂혀 있었다. 선수들은 허벅지와 엉덩이를 치고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날갯짓을 했다. 이 춤은 우아하고 힘이 넘치고 간결했으며 여럿이 어울려 추면 더욱 장관이어서 무리를 지어 하늘을 맴도는 독수리 같았다. 독수리와 같은 능력을 얻으려고 이 춤을 췄다는 말은 일리가 있었다.
독수리의 기운을 받고 땅으로 내려온 씨름꾼들은 어깨를 잡고 힘겨루기를 했다. 어찌나 힘껏 잡아당기는지 옷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팽팽하게 맞서다 한순간에 선수가 넘어지면 여기저기서 탄성과 박수 소리가 들렸다. --- p.110

몽골 여행을 오기 전부터 몽골 사람들의 손님 접대법을 대략은 알고 있었다. 몽골에서는 대취, 즉 코가 삐뚤어질 때까지 술을 마시는 게 예의라는 것이다. 이런 점은 우리네와 비슷했지만 그 이유가 사뭇 달랐다.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던 시절, 게르에 낯선 손님이 찾아왔을 때가 문제였다. 그가 누구인지 모를 때 위험을 줄이는 수단이 술이었다. 손님이나 주인이나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마셔야 서로 해코지할 염려가 줄었다. 손님은 독살에 대한 위험 때문에 손가락으로 술을 튀겨 은반지 색이 변하지 않으면 비로소 안심하고 술을 마셨다고 한다.
--- p.269
 

출판사 리뷰

몽골 기행, 7년의 여정
몽골은 어떤 사람에겐 운명처럼 다가온다. 초원의 매력에 한번 빠진 사람은 다시 그곳을 꿈꾸고 어느 날 문득 여행 배낭을 꾸린다. 이 책은 그렇게 초원에 홀려 7년 동안 몽골 구석구석을 누빈 기록들이다.
몽골은 초원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울창한 수림과 만년설, 사막과 황무지, 호수를 모두 품고 있는 나라이다.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러시아와 맞닿은 칭기스 칸의 땅 헹티, 서쪽 끝 유라시아의 동서를 가로지른 알타이산맥, 남쪽으로 농경민족과의 경계지대인 고비사막, 북쪽으로 몽골의 바다라는 흡스글호수와 바이칼호수, 중앙의 하르호링과 테르힝 차강호수. 여러 지역의 성스러운 산과 산맥, 호수와 사막과 황무지를 오르고 건넜다. 초원에서 처음으로 바람의 맛을 알았고, 그 속에 깃든 유목민의 생생한 맨얼굴과 그들의 역사를 만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칭기스 칸과 마주쳤다.
칭기스 칸. 몽골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자 지금까지 몽골 사람들 속에 살아 숨 쉬는 그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그 길에서 영웅이 아닌 인간 칭기스 칸과 몽골 사람들 속의 칭기스 칸을 만나고 초원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유목민 속으로 가까이 가보고 싶었다.(7쪽)

칭기스 칸을 만나다
몽골 하면 우리는 칭기스 칸을 저절로 떠올린다. 칭기스 칸은 역사상 가장 큰 땅을 지배한 정복자였다. 10여 년 전부터 그의 전쟁 전략전술과 용병술을 분석하여 현대 자본주의의 막힌 구석을 뚫어보려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그는 ‘구속되지 않는 자유’를 노래하는 노마디즘의 선봉장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칭기스 칸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어릴 때 아버지가 죽고 친척들에게 쫓겨난 후 헹티의 산속을 헤매던 외톨이 늑대. 그는 초원의 아들로 태어나 초원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고 유목민의 방식으로 세상을 정복하고 지배했다. 지금은 무덤조차 알 곳 없는 그가 꿈꾸던 것이 대제국의 칸이었을까?
“한 발이 되는 내 몸은 피곤해도 괜찮지만 위대한 내 나라는 결코 부서져서는 안 된다.”(302쪽)
-칭기스 칸 탄생 800주년 기념비 비문-
모든 유목민의 소원이 그러하듯 어머니 품 같은 초원을 지키고 텡그리(하늘)와 땅의 은혜에 보답하려 한 칭기스 칸도 결국 한 명의 유목민이 아니었을까.

초원을 여행하는 법
몽골은 만만한 여행지가 아니다. 여행하기 좋은 7~8월에도 낮에는 따가운 햇살이 해발 1,500미터 이상의 투명한 대기로 내리꽂히고 밤은 늦가을처럼 춥다. 근사한 호텔이나 입에 맞는 음식도 없고 교통편은 불편하기 그지없다. 비포장 길은 끊임없이 엉덩이를 들쑤신다. 밥으로 나오는 고기와 가축의 젖은 한국사람 입맛에 잘 맞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몽골을 꺼려하고, 실제로 몽골에 다녀온 사람 중에는 문명이 닿지 않는 불편함에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몽골의 매력에 한번 빠진 사람이라면 그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자꾸 가게 된다. 그곳에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대제국의 유적이나 웅장한 건축물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있을 뿐이다. 이 초원이 주는 해방감과 유목민들의 환대야말로 다른 여행지에서는 절대 느껴볼 수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초원의 아름다움에 대한 동경은 잠시 접어두자.
초원은 늘 사막으로 바뀔 준비가 된 땅이다. 그 땅에서 이동하지 않는다면 죽는다. 이동하지 않으면 초원이 죽고 가축이 죽고 결국 사람마저 죽는다. 머물고 떠나는 자유와 낭만은 애당초 없었다. 내키는 대로 머물고 내키는 대로 떠날 수 없다. 때문에 중국의 역사서 ??사기??에서 몽골 초원의 유목민인 흉노를 “풀과 물을 따라 움직이는 무리”라고 기록한 것은 여전히 유효하다.(51쪽)
몽골 여행의 첫 번째 관건은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초원의 방식에 적응하고 초원의 불편함을 기꺼이 즐길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또 하나는 유목민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것이다. 몽골 여행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초원길을 끝도 없이 달리고 이런 날이 반복된다. 다행히 유목민의 게르를 드문드문 보게 되는데 어떤 게르를 방문해도 기분 좋은 웃음으로 여행자를 반기고 차와 빵, 치즈를 내어놓는 그들은 지친 여행자에게 초원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들이다. 어쩌다 유목민이 양을 잡는 모습을 보게 되면 역사책 속에서 그려지는 몽골군의 잔인한 모습을 떠올라 불편해진다. 그러나 가축들은 ‘생명의 존엄성을 알고 경외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의 손에 숨을 거두며’, 죽은 가축들이 다음 생에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기를 빌어준다.
“다음 생애에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란 쌀알이 바늘 끝에 얹히는 것만큼이나 어렵단다, 얘야. 그래서 사람으로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이 그토록 소중한 거란다.”(139쪽)
이것이 몽골 유목민들이 생명을 대하는 태도이며, 그들 내면의 문화와 종교, 신념과 가치관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한편 게르를 방문할 때는 그들의 생활 예절을 알아두어야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고 그들의 종교, 역사, 음식과 초원 생활에 대한 여러 정보를 알고 가면 보다 더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거운 법이다. 그들과 마주치는 순간 초원의 생존 방식이 우리와 얼마나 같고 어떻게 다른지 유목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환대에 응답하자. 이것이야말로 몽골을 즐겁게 여행하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칭기스 칸의 길을 따라다니며 그의 후예를 만났다. 성산 보르항 할동에 오르지 말라던 관리인들, 늑대와 사투를 벌이며 살아가는 헹티산맥의 사냥꾼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게르에 손님을 들이던 초원의 유목민들, 어려울 때 도와줘도 고맙다거나 미안하다 하지 않는 사람들, 차가 멈췄을 때 절대로 지나치지 않는 운전자들, 술자리에 나온 술은 다 마셔야 술자리가 끝난다는 사람들, 여행자를 위해 소풍을 준비하고 함께 즐긴 사람들, 자연과 어머니와 나라가 같다는 사람들, 시간에 얽매이지 않은 사람들, 쉴 새 없이 말하고 노래하는 사람들,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 사람들, 사람이 죽으면 사람은 하늘로 올라가고 하늘의 내 별이 땅으로 내려온다고 믿는 사람들. 이 모든 사람을 묶는 이름이 칭기스 칸이었다.(302~30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