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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는 세계문학이라는 거대한 도시를 걷는 산책자다. 이 도시의 모습은
매시간 변하고 있으며 어느 창문 안에서 지금도 새로운 고전이
쓰이는 중이다. 저 먼 곳으로부터, 금빛 종소리가 들려온다.”
▶김하나 작가는 성심의 정독으로 꼭꼭 짚어 내면서 카프카의 작품을 고전들과 연결하고 또 대중적인 글들, 영화와 연결시키며 친근하게 해 준다. 카프카를 이렇게 읽어서 우리 곁으로 더 가까이 데려다주는 탄탄한 작가가 있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위로다. - 전영애(독문학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여기뿐이다. 종이의 무덤. 책. 지금 이 글을 매만지며 읽고 있는 당신이 보인다. 용감해 보인다. 환대하고 싶다. 이 모든 마음이 여기에 담겨 있다. - 박참새(시인)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
김하나의 ‘고전 읽기’ 에세이는 다르다!
『말하기를 말하기』,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힘 빼기의 기술』 등의 스테디셀러를 출간하고,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 김하나의 측면돌파〉를 진행했으며, 현재 [여둘톡: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제작하며 ‘톡토로’ 팬들과 다정하게 소통하고 있는 김하나 작가가 『금빛 종소리_김하나의 자유롭고 쾌락적인 고전 읽기』를 민음사에서 출간하였다. 김하나 작가가 소개하는 세계문학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고전 다섯 작품,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다. 김하나 작가는 이 다섯 작품을 중심으로, 고전 산책 안내자가 되어 ‘자유롭고 쾌락적으로’ 독자와 함께 ‘고전 읽기’ 골목들을 걷는다. 종종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걷기의 흥을 돋우고, 지쳐 헤매지 않도록 고전 읽기에 관한 몇 가지 팁을 건네며 책들이 모여 형성된 거대한 도시를 가볍게 산책한다.
쓰이는 중이다. 저 먼 곳으로부터, 금빛 종소리가 들려온다.”
▶김하나 작가는 성심의 정독으로 꼭꼭 짚어 내면서 카프카의 작품을 고전들과 연결하고 또 대중적인 글들, 영화와 연결시키며 친근하게 해 준다. 카프카를 이렇게 읽어서 우리 곁으로 더 가까이 데려다주는 탄탄한 작가가 있다는 것은 우리 시대의 위로다. - 전영애(독문학자)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여기뿐이다. 종이의 무덤. 책. 지금 이 글을 매만지며 읽고 있는 당신이 보인다. 용감해 보인다. 환대하고 싶다. 이 모든 마음이 여기에 담겨 있다. - 박참새(시인)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
김하나의 ‘고전 읽기’ 에세이는 다르다!
『말하기를 말하기』,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힘 빼기의 기술』 등의 스테디셀러를 출간하고,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 김하나의 측면돌파〉를 진행했으며, 현재 [여둘톡: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제작하며 ‘톡토로’ 팬들과 다정하게 소통하고 있는 김하나 작가가 『금빛 종소리_김하나의 자유롭고 쾌락적인 고전 읽기』를 민음사에서 출간하였다. 김하나 작가가 소개하는 세계문학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고전 다섯 작품,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다. 김하나 작가는 이 다섯 작품을 중심으로, 고전 산책 안내자가 되어 ‘자유롭고 쾌락적으로’ 독자와 함께 ‘고전 읽기’ 골목들을 걷는다. 종종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걷기의 흥을 돋우고, 지쳐 헤매지 않도록 고전 읽기에 관한 몇 가지 팁을 건네며 책들이 모여 형성된 거대한 도시를 가볍게 산책한다.
목차
프롤로그
금빛 종소리가 들려온다 7
1장 아우라, 너라는 아우라 31
『아우라』 ─ 카를로스 푸엔테스
2장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87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3장 강물이 되는 꿈 155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4장 오라, 밤이여, 파멸이여 215
『맥베스』 ─ 셰익스피어
5장 어느 낮고 납작한 죽음 279
『변신·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추천의 글 321
금빛 종소리가 들려온다 7
1장 아우라, 너라는 아우라 31
『아우라』 ─ 카를로스 푸엔테스
2장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87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3장 강물이 되는 꿈 155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4장 오라, 밤이여, 파멸이여 215
『맥베스』 ─ 셰익스피어
5장 어느 낮고 납작한 죽음 279
『변신·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추천의 글 321
책 속으로
이것을 관광특구의 미덕이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바로 고전 읽기를 너무 심각하거나 숭고한 행위로 만들어 버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꼭 해내야 할 숙제처럼 강요하지도 않는다. ‘교양인이 되려면 고전을 읽어야만 해.’가 아니라 어느 날 ‘심심한데 고전이나 읽어 볼까,’ 같은 마음가짐이 되는 것이다.
--- p.11
시대를 뛰어넘어 읽히는 오래된 책을 읽는 일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명의 감각 같은 것이 스며 있다. 그 책이 쓰인 시대와 읽는 지금 사이에 가로놓인 시간의 부피를 꿰뚫고 울려오는 동심원의 파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 p.15
온갖 탈거리가 가득한 이 세상을 잘 누리면서도 시간 내어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걷기만의 즐거움이 있어.”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독서만의 즐거움이 있어.”
--- pp.21-22
요즘 사람들에게 책 읽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인 것이다. 이런 고충을 토로하는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100페이지만 읽으세요.”
(……) 100페이지를 읽으면 등장인물과 안면이 생기고 책 속의 공간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100페이지를 읽으면 그 책의 리듬 속으로 확실히 들어가게 된다.
--- pp.34-35
우리는 지금도 맹렬히 성과를 더해 가는 과학의 우주에서 살고 있기도 하지만 또한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이야기의 우주, 믿음의 우주에서 살아왔고 또 여전히 살고 있다. 『아우라』는 바로 그 점을 일깨우는 환약이다. 신화라는 대양으로 나아가는 길에 마주치는 작고 신비한 연못 같은 이야기다.
--- p.40
펠리페는 누구의 꿈이었을까? 나는 누구의 꿈일까? 나의 욕망은 어떤 두려움의 꼬리를 물까? 어떤 눈동자가 나의 우주를 움직일까? 『아우라』가 던진 한 알의 모래알이 독자의 마음속에는 어떻게 응결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문학과 우주의 신비는 바로 거기에 있다.
--- p.82
시선은 미묘하게 작용하는 권력이다. 볼 수 있는 것도 권력이고, 시선을 많이 받는 것도 권력이다. 특히 여성에게 꽂히는 시선의 수효는 여성의 권력을 키워 주기도 하지만 그 여성의 행동 반경을 옥죄고 심지어는 죽일 수도 있다.
--- p.98
처음으로 축척이 뒤흔들렸다. 이것은 ‘각성’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 번쯤 인생에서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전에는 좁은 줄도 몰랐던 나의 시야를 광활하게 넓혀 놓는 어떤 경험을 하는 순간이. 그런 순간을 겪고 나면 그는 결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 p.107
교육 기회의 박탈, 남성 중심의 사회 시스템, 선택의 여지 없이 꽉 조여진 관습 등등 ‘돌무덤’ 속에 피어난 식물처럼 붙들린 삶의 환경 속에서도 여성들은 빛을 향해 오그라든 덩굴손을 내뻗고, 온 힘을 다해 꽃처럼 결연히 피어나기 위해 분투한다.
--- pp.118-119
도저히 요약되지 않는 말을 받아 들게 되는 것. 저마다의 안에서 무수히 다른 향을 피워 올릴 한두 문장이 삶 속에 남는 것. 소설 읽기의 아득한 즐거움이 또한 여기에 있다.
--- p.132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은 유장한 강변을 따라 걷는 수행이거나 깊은 강물 속으로의 잠영이고, 하나의 길고 아름다운 명상이며, 인간이 써낸 거대한 신비 자체다. 이 독서 경험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 p.157
우리는 같은 강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이다. 하드리아누스도, 유르스나르도, 나도, 당신도. 이 기이한 강물의 접속과 회귀로 나는 밤마다 고요하게 일렁였다.
--- p.172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즐겁게 따라가기 위해서는 산문적이더라도 더 잘 읽히는 쉬운 번역을, 대사의 리듬과 함축적인 맛을 새겨 보고 싶을 때는 운문 번역을 선택해서 읽는 편이 좋을 것이다.
--- pp.219-220
혼자 책을 읽을 때에도 독자는 자신의 내면에 새롭게 흘러든 언어와 이미 들어와 있던 언어가 뒤섞이는 작용을 겪는다. ‘샘물이 합류하는’ 것이다. 그것은 소리 없이 흐르는 저자와 독자의 대화이고, 그렇게 내면의 언어적 샘물이 다시 흐른다. (……) 독서가가 자연스럽게 다음 책을 찾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이 움직임과 반짝임이 아름답고 기분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p.243
독서가 다른 독서를 불러오고, 그 흐름이 풍부하고 빈번할 때면 독자의 내면은 스노우글로브의 반짝이는 눈이 내내 일렁이는 듯이 움직이며 고이지 않고 흐를 것이다. 독서가가 자연스럽게 다음 책을 찾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이 움직임과 반짝임이 아름답고 기분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p.247
인생이란 본질적으로 허망한 것이다. 왕이든, 왕비든, 장군이든, 아이든, 그들에게 주어진 의미는 없으며, 사실은 바보, 배우, 백치인 우리들이 스스로 만드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이 없다. 이 허망한 생을 그렇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뿐이다. 의미는 우리가 믿는 만큼 자라나는 것이며, 권력도, 부도 그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 pp.270-271
“제발 그렇게는 안 됩니다!”라는 카프카의 절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인터넷 쇼핑몰에는 “바퀴벌레 코스튬 카프카 변신 벌레 할로윈 의상”이 최저가 3만 6,960원에 올라와 있다.
--- p.284
세상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변화’가 있다. 그레고르의 희생으로 그레타는, 마치 나비가 애벌레로부터 완전 변태하듯 눈부신 햇볕 속으로 날개를 편다.
--- p.11
시대를 뛰어넘어 읽히는 오래된 책을 읽는 일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명의 감각 같은 것이 스며 있다. 그 책이 쓰인 시대와 읽는 지금 사이에 가로놓인 시간의 부피를 꿰뚫고 울려오는 동심원의 파장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 p.15
온갖 탈거리가 가득한 이 세상을 잘 누리면서도 시간 내어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걷기만의 즐거움이 있어.”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독서만의 즐거움이 있어.”
--- pp.21-22
요즘 사람들에게 책 읽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인 것이다. 이런 고충을 토로하는 이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100페이지만 읽으세요.”
(……) 100페이지를 읽으면 등장인물과 안면이 생기고 책 속의 공간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하게는, 100페이지를 읽으면 그 책의 리듬 속으로 확실히 들어가게 된다.
--- pp.34-35
우리는 지금도 맹렬히 성과를 더해 가는 과학의 우주에서 살고 있기도 하지만 또한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이야기의 우주, 믿음의 우주에서 살아왔고 또 여전히 살고 있다. 『아우라』는 바로 그 점을 일깨우는 환약이다. 신화라는 대양으로 나아가는 길에 마주치는 작고 신비한 연못 같은 이야기다.
--- p.40
펠리페는 누구의 꿈이었을까? 나는 누구의 꿈일까? 나의 욕망은 어떤 두려움의 꼬리를 물까? 어떤 눈동자가 나의 우주를 움직일까? 『아우라』가 던진 한 알의 모래알이 독자의 마음속에는 어떻게 응결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문학과 우주의 신비는 바로 거기에 있다.
--- p.82
시선은 미묘하게 작용하는 권력이다. 볼 수 있는 것도 권력이고, 시선을 많이 받는 것도 권력이다. 특히 여성에게 꽂히는 시선의 수효는 여성의 권력을 키워 주기도 하지만 그 여성의 행동 반경을 옥죄고 심지어는 죽일 수도 있다.
--- p.98
처음으로 축척이 뒤흔들렸다. 이것은 ‘각성’인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 번쯤 인생에서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전에는 좁은 줄도 몰랐던 나의 시야를 광활하게 넓혀 놓는 어떤 경험을 하는 순간이. 그런 순간을 겪고 나면 그는 결코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 p.107
교육 기회의 박탈, 남성 중심의 사회 시스템, 선택의 여지 없이 꽉 조여진 관습 등등 ‘돌무덤’ 속에 피어난 식물처럼 붙들린 삶의 환경 속에서도 여성들은 빛을 향해 오그라든 덩굴손을 내뻗고, 온 힘을 다해 꽃처럼 결연히 피어나기 위해 분투한다.
--- pp.118-119
도저히 요약되지 않는 말을 받아 들게 되는 것. 저마다의 안에서 무수히 다른 향을 피워 올릴 한두 문장이 삶 속에 남는 것. 소설 읽기의 아득한 즐거움이 또한 여기에 있다.
--- p.132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은 유장한 강변을 따라 걷는 수행이거나 깊은 강물 속으로의 잠영이고, 하나의 길고 아름다운 명상이며, 인간이 써낸 거대한 신비 자체다. 이 독서 경험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 p.157
우리는 같은 강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이다. 하드리아누스도, 유르스나르도, 나도, 당신도. 이 기이한 강물의 접속과 회귀로 나는 밤마다 고요하게 일렁였다.
--- p.172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를 즐겁게 따라가기 위해서는 산문적이더라도 더 잘 읽히는 쉬운 번역을, 대사의 리듬과 함축적인 맛을 새겨 보고 싶을 때는 운문 번역을 선택해서 읽는 편이 좋을 것이다.
--- pp.219-220
혼자 책을 읽을 때에도 독자는 자신의 내면에 새롭게 흘러든 언어와 이미 들어와 있던 언어가 뒤섞이는 작용을 겪는다. ‘샘물이 합류하는’ 것이다. 그것은 소리 없이 흐르는 저자와 독자의 대화이고, 그렇게 내면의 언어적 샘물이 다시 흐른다. (……) 독서가가 자연스럽게 다음 책을 찾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이 움직임과 반짝임이 아름답고 기분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p.243
독서가 다른 독서를 불러오고, 그 흐름이 풍부하고 빈번할 때면 독자의 내면은 스노우글로브의 반짝이는 눈이 내내 일렁이는 듯이 움직이며 고이지 않고 흐를 것이다. 독서가가 자연스럽게 다음 책을 찾게 되는 것은 다름 아닌 이 움직임과 반짝임이 아름답고 기분 좋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 p.247
인생이란 본질적으로 허망한 것이다. 왕이든, 왕비든, 장군이든, 아이든, 그들에게 주어진 의미는 없으며, 사실은 바보, 배우, 백치인 우리들이 스스로 만드는 것 외에는 다른 것이 없다. 이 허망한 생을 그렇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뿐이다. 의미는 우리가 믿는 만큼 자라나는 것이며, 권력도, 부도 그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 pp.270-271
“제발 그렇게는 안 됩니다!”라는 카프카의 절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인터넷 쇼핑몰에는 “바퀴벌레 코스튬 카프카 변신 벌레 할로윈 의상”이 최저가 3만 6,960원에 올라와 있다.
--- p.284
세상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변화’가 있다. 그레고르의 희생으로 그레타는, 마치 나비가 애벌레로부터 완전 변태하듯 눈부신 햇볕 속으로 날개를 편다.
--- p.316
출판사 리뷰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
김하나의 ‘고전 읽기’ 에세이는 다르다!
『말하기를 말하기』,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힘 빼기의 기술』 등의 스테디셀러를 출간하고,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 김하나의 측면돌파〉를 진행했으며, 현재 [여둘톡: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제작하며 ‘톡토로’ 팬들과 다정하게 소통하고 있는 김하나 작가가 『금빛 종소리_김하나의 자유롭고 쾌락적인 고전 읽기』를 민음사에서 출간하였다. 김하나 작가가 소개하는 세계문학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고전 다섯 작품,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다. 김하나 작가는 이 다섯 작품을 중심으로, 고전 산책 안내자가 되어 ‘자유롭고 쾌락적으로’ 독자와 함께 ‘고전 읽기’ 골목들을 걷는다. 종종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걷기의 흥을 돋우고, 지쳐 헤매지 않도록 고전 읽기에 관한 몇 가지 팁을 건네며 책들이 모여 형성된 거대한 도시를 가볍게 산책한다.
김하나의 세계문학 읽기는 다르다! 김하나 작가가 들려주는 고전 읽기는 쉽고 유쾌하며, 가볍지만 알차게 깊다. 하나의 고전 이야기를 들려주나 싶다가, 어느새 가지를 뻗어 지금 우리가 즐겨 듣고 보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그림, 영화, 만화 등과 연관된 사유로 이어 나간다. 또 고전 이야기를 하다가, 슬그머니 삶의 영역으로 들어와 지금 내게 필요한 문장으로 재미와 위안을 준다. 김하나 작가가 이끄는 고전 읽기의 가장 큰 미덕은 하나의 고전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삶에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지금 고전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고전이라 해도 소비할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 굳이 왜 읽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선뜻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김하나 작가는, 시대를 뛰어넘어 읽히는 오래된 책을 읽는 일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명의 감각’ 같은 것이 스며 있다고 말한다. 시간의 유속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속도로 균형을 맞추어 살 수 있다면, 고전 읽기를 통해 나만의 호흡과 즐거움의 감각을 찾을 수 있다면 고전 읽기의 경험은 정말 유용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는 나의 속도로 의미를 감각할 사이 없이 너무 빠르게 사니까 말이다.
“온갖 탈거리가 가득한 이 세상을 잘 누리면서도 시간 내어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걷기만의 즐거움이 있어.”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독서만의 즐거움이 있어.”” - 『금빛 종소리』에서
아무리 좋은 고전이라 해도 지금 내 삶과 닿아 있지 않으면 쉬이 시간 내기 어렵다. 고전은 나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김하나 작가가 알려 주는 고전의 장점은 무엇일까. 고전은,
1 (두꺼운 종이책일 경우) 졸릴 때 베개의 역할을 한다.
2 여름방학을 떠올리며 느긋하게 읽으면 좋다.
3 독특한 분위기가 있으며 우리는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4 졸리기만 한 것은 아니며 다양한 층위의 즐거움을 준다.
5 세계의 교양에 접속하게 해 준다.
5-1 세계의 교양은 편향되어 있다.
‘고전 읽기가 어려워요’에 대한 김하나 작가의 조언
“100페이지만 읽으세요.”
초고속 열차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온갖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대,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속도와 리듬도 빠른 지금 책을, 그중에서도 고전을 읽기는 쉽지 않다. 이런 고충을 토로하는 이들에게 김하나 작가는 ‘100페이지만’ 우선 읽으라고 한다. 왜일까? 긴 행로를 어느 정도 걷고 뒤돌아보니 꽤 멀리 왔구나 하고 느끼듯, 100페이지를 읽으면 등장인물과 안면이 생기고 책 속 공간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00페이지를 읽으면 ‘책의 리듬’ 속으로 확실히 들어가게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책 읽기만을 위한 시간을 일부러 잡는다. 스마트폰을 무음 상태로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둔다. 편안한 자세를 잡는다. 책을 멈추지 않고 읽어 나간다. 이해가 되지 않아도 100페이지까지는 읽는다. 까무륵 잠들었다가도 깨면 이어서 읽는다. 이 방법으로 김하나 작가가 안내하는 다섯 권의 고전을 독파하면 우리는 어쩌면 이전과 다른 감각에 발을 들여놓게 될지 모른다.
“도저히 요약되지 않는 말을 받아 들게 되는 것. 저마다의 안에서 무수히 다른 향을 피워 올릴 한두 문장이 삶 속에 남는 것. 소설 읽기의 아득한 즐거움이 또한 여기에 있다.” - 『금빛 종소리』에서
김하나 작가가 소개하는 다섯 편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무엇일까.
세계문학전집 229 『아우라』 - 카를로스 푸엔테스, 송상기 옮김
“나는 누구의 꿈일까? 나의 욕망은 어떤 두려움의 꼬리를 물까?”
『아우라』는 신화의 원리가 핏방울처럼 맺힌 붉고 푸른 자두 같은 단편이다. 오래전 단 한 번 읽었던 『아우라』가 내게 그토록 강렬하게 남았던 것은 숭고한 주제 의식이나 대단한 이야기 전개 때문이 아니라 오직 감각, 감각, 감각 때문이었다. 펠리페는 누구의 꿈이었을까? 나는 누구의 꿈일까? 나의 욕망은 어떤 두려움의 꼬리를 물까? 어떤 눈동자가 나의 우주를 움직일까? 『아우라』가 던진 한 알의 모래알이 독자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응결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문학과 우주의 신비는 바로 거기에 있다.
세계문학전집 183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송은주 옮김
“이디스 워튼의 작품들은 ‘고전은 계속 숨을 쉬어야 한다.’는 말의 가장 현재적인 증거다.”
『순수의 시대』에는 지독하게 쓴맛과 가장 감미로운 달콤함이 정교하게 배합되어 있다. 코팅을 한 겹 벗기면 이 소설은 ‘미국인들의 가식과 시선의 폭력, 경직된 가치관 속에 묶여 버린 진실한 열정, 결국 패배한 한 남성의 이야기’로 읽힌다. 뉴랜드가 파놉티콘을 벗어나려는 생각을 갖자 그와 엘렌은 어느새 거미줄에 꽁꽁 묶여 버린다. 『순수의 시대』는 또한 시선이라는 폭력이 마치 악타이온을 물어뜯는 사냥개들처럼 무언가를 죽여 버리는 이야기다. 이디스 워튼의 작품들은 ‘고전은 계속 숨을 쉬어야 한다.’는 말의 가장 현재적인 증거다.
세계문학전집 195·196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곽광수 옮김
“하나의 길고 아름다운 명상이며, 인간이 써 낸 거대한 신비 자체다.”
『회상록』을 읽는 것은 강의 유속과 파동에, 그러니까 리듬에 깊숙이 몸을 담그는 일이다. 『회상록』의 문장들을 읽으면 특유의 리듬에 젖어들게 된다. 『회상록』은 단기 처방 같은 것이 아니다. 삶이 나무처럼 차근차근 자라나고 우람해지고 결실을 맺기까지 오랫동안 가꾸고 침착하게 바라본 사람의 묵직한 잠언 같다.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들도 강물을 느끼리라 믿는다. 우리 이전의 삶으로부터 흘러와, 우리를 통과하고, 이후에 올 모든 삶을 향해 끝없이 흐르는 저 낮고 오랜 강물을.
세계문학전집 99 『맥베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옮김
“『맥베스』는 도덕극이 아니라 파멸의 서사이며, 모든 불가사의한 매력도 그로부터 나온다.”
‘마흔 넘어’ 『맥베스』를 다시 읽었을 때 이전과 가장 다르게 다가온 것이 바로 그 유명한 '투모로우 스피치' 부분이다. 이 대사는 통째로 수많은 인생을 삼킨 것 같다. 그것은 짧고 헛헛한 것. 바보, 배우, 백치의 것. 그림자이든가 사라져 버리는 것. 내일과 내일은 하루와 하루이고, 걸음과 걸음이며, 소음과 광기로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는 것. 왕이 되었으나 오히려 자신이 죽인 덩컨 왕의 신세를 부러워할 만큼 늘 불안과 불면에 시달리고, 맥더프 부인과 아이들처럼 수많은 죄 없는 사람을 죽인 폭군이 되어 버렸고, 이제는 결국 부인마저 잃은 맥베스가 인생과 시간에 대해 하는 말은 허무 그 자체를 뱉는 것 같다. 『맥베스』는 피트향 가득한 스코틀랜드산 위스키처럼 쓰고 묵직하고 강렬한 맛과 긴 피니시를 지녔다.
세계문학전집 4 『변신·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전영애 옮김
“세상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변화’가 있다. 그레고르의 희생으로 그레테는 날개를 편다.”
「변신」의 주인공은 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변신」은 문이 하나의 기호로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다룬다. 문은 통한다. 문은 가린다. 문은 거른다. 문은 가둔다. 문은 가능성이다. 문은 닫힌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나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를 언급했다. 이 책에서 마지막으로 다룬 작품은 카프카의 「변신(Metamo-phosis)」이다. 세상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변화’가 있다. 그레고르의 희생으로 그레테는 나비가 애벌레로부터 완전 변태하듯 눈부신 햇볕 속으로 날개를 편다.
“문학의 질문들은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우리가 읽는 문장들은 우리의 걸음 걸음이다.”
지금 읽어도 즐겁고 곱씹어 읽을수록 유려하게 반짝이는 고전들, 자기 시대에서 무한의 우주를 바라본 고전 작가들이 들려주는 유성 같은 이야기들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로 반짝이는지, 그 안에 또 얼마나 드넓은 은하가 숨어 있는지, 나만의 시선으로 고전이라는 세계를 ‘보고 듣고 읽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감각인지를 안다는 것. 어쩌면 나라는 소중한 존재를 지켜 주는 든든한 멘토를 얻는 것일지 모른다. 김하나 작가는 고전 읽기가 심각하거나 숭고한 행위도 아니고, 교양인이 되기 위한 숙제도 아닌, 그저 즐겁고 좋은 행위임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김하나 작가는 고전 읽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고전은 영원한 여름방학이다!’ 언제 올지 기다려지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고, 느릿느릿 시간을 보내다가도 뜻밖의 추억을 건져 내는 여름방학. 고전 읽기를 여름방학처럼 대한다면 ‘100페이지의 법칙’을 무사히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자, 이제 금빛 종소리를 들으러 가자!
“무엇이 무엇으로 변화하는가. 죽음과 삶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밤과 낮은 어떻게 싸우는가. 인간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가. 문학의 질문들은 그렇게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우리가 읽는 문장들은 우리의 걸음 걸음이다.” - 『금빛 종소리』에서
김하나의 ‘고전 읽기’ 에세이는 다르다!
『말하기를 말하기』,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 『힘 빼기의 기술』 등의 스테디셀러를 출간하고,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 김하나의 측면돌파〉를 진행했으며, 현재 [여둘톡: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제작하며 ‘톡토로’ 팬들과 다정하게 소통하고 있는 김하나 작가가 『금빛 종소리_김하나의 자유롭고 쾌락적인 고전 읽기』를 민음사에서 출간하였다. 김하나 작가가 소개하는 세계문학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된 고전 다섯 작품,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우라』, 이디스 워튼의 『순수의 시대』,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시골의사』다. 김하나 작가는 이 다섯 작품을 중심으로, 고전 산책 안내자가 되어 ‘자유롭고 쾌락적으로’ 독자와 함께 ‘고전 읽기’ 골목들을 걷는다. 종종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걷기의 흥을 돋우고, 지쳐 헤매지 않도록 고전 읽기에 관한 몇 가지 팁을 건네며 책들이 모여 형성된 거대한 도시를 가볍게 산책한다.
김하나의 세계문학 읽기는 다르다! 김하나 작가가 들려주는 고전 읽기는 쉽고 유쾌하며, 가볍지만 알차게 깊다. 하나의 고전 이야기를 들려주나 싶다가, 어느새 가지를 뻗어 지금 우리가 즐겨 듣고 보는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 그림, 영화, 만화 등과 연관된 사유로 이어 나간다. 또 고전 이야기를 하다가, 슬그머니 삶의 영역으로 들어와 지금 내게 필요한 문장으로 재미와 위안을 준다. 김하나 작가가 이끄는 고전 읽기의 가장 큰 미덕은 하나의 고전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삶에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지금 고전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고전이라 해도 소비할 콘텐츠가 넘쳐나는 지금 굳이 왜 읽어야 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선뜻 읽을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김하나 작가는, 시대를 뛰어넘어 읽히는 오래된 책을 읽는 일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명의 감각’ 같은 것이 스며 있다고 말한다. 시간의 유속에 휩쓸리지 않고 나의 속도로 균형을 맞추어 살 수 있다면, 고전 읽기를 통해 나만의 호흡과 즐거움의 감각을 찾을 수 있다면 고전 읽기의 경험은 정말 유용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는 나의 속도로 의미를 감각할 사이 없이 너무 빠르게 사니까 말이다.
“온갖 탈거리가 가득한 이 세상을 잘 누리면서도 시간 내어 걷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걷기만의 즐거움이 있어.”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독서만의 즐거움이 있어.”” - 『금빛 종소리』에서
아무리 좋은 고전이라 해도 지금 내 삶과 닿아 있지 않으면 쉬이 시간 내기 어렵다. 고전은 나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김하나 작가가 알려 주는 고전의 장점은 무엇일까. 고전은,
1 (두꺼운 종이책일 경우) 졸릴 때 베개의 역할을 한다.
2 여름방학을 떠올리며 느긋하게 읽으면 좋다.
3 독특한 분위기가 있으며 우리는 그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4 졸리기만 한 것은 아니며 다양한 층위의 즐거움을 준다.
5 세계의 교양에 접속하게 해 준다.
5-1 세계의 교양은 편향되어 있다.
‘고전 읽기가 어려워요’에 대한 김하나 작가의 조언
“100페이지만 읽으세요.”
초고속 열차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온갖 정보를 받아들이는 시대, 사람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속도와 리듬도 빠른 지금 책을, 그중에서도 고전을 읽기는 쉽지 않다. 이런 고충을 토로하는 이들에게 김하나 작가는 ‘100페이지만’ 우선 읽으라고 한다. 왜일까? 긴 행로를 어느 정도 걷고 뒤돌아보니 꽤 멀리 왔구나 하고 느끼듯, 100페이지를 읽으면 등장인물과 안면이 생기고 책 속 공간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00페이지를 읽으면 ‘책의 리듬’ 속으로 확실히 들어가게 된다. 방법은 간단하다. 책 읽기만을 위한 시간을 일부러 잡는다. 스마트폰을 무음 상태로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둔다. 편안한 자세를 잡는다. 책을 멈추지 않고 읽어 나간다. 이해가 되지 않아도 100페이지까지는 읽는다. 까무륵 잠들었다가도 깨면 이어서 읽는다. 이 방법으로 김하나 작가가 안내하는 다섯 권의 고전을 독파하면 우리는 어쩌면 이전과 다른 감각에 발을 들여놓게 될지 모른다.
“도저히 요약되지 않는 말을 받아 들게 되는 것. 저마다의 안에서 무수히 다른 향을 피워 올릴 한두 문장이 삶 속에 남는 것. 소설 읽기의 아득한 즐거움이 또한 여기에 있다.” - 『금빛 종소리』에서
김하나 작가가 소개하는 다섯 편의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무엇일까.
세계문학전집 229 『아우라』 - 카를로스 푸엔테스, 송상기 옮김
“나는 누구의 꿈일까? 나의 욕망은 어떤 두려움의 꼬리를 물까?”
『아우라』는 신화의 원리가 핏방울처럼 맺힌 붉고 푸른 자두 같은 단편이다. 오래전 단 한 번 읽었던 『아우라』가 내게 그토록 강렬하게 남았던 것은 숭고한 주제 의식이나 대단한 이야기 전개 때문이 아니라 오직 감각, 감각, 감각 때문이었다. 펠리페는 누구의 꿈이었을까? 나는 누구의 꿈일까? 나의 욕망은 어떤 두려움의 꼬리를 물까? 어떤 눈동자가 나의 우주를 움직일까? 『아우라』가 던진 한 알의 모래알이 독자의 마음속에서 어떻게 응결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문학과 우주의 신비는 바로 거기에 있다.
세계문학전집 183 『순수의 시대』 - 이디스 워튼, 송은주 옮김
“이디스 워튼의 작품들은 ‘고전은 계속 숨을 쉬어야 한다.’는 말의 가장 현재적인 증거다.”
『순수의 시대』에는 지독하게 쓴맛과 가장 감미로운 달콤함이 정교하게 배합되어 있다. 코팅을 한 겹 벗기면 이 소설은 ‘미국인들의 가식과 시선의 폭력, 경직된 가치관 속에 묶여 버린 진실한 열정, 결국 패배한 한 남성의 이야기’로 읽힌다. 뉴랜드가 파놉티콘을 벗어나려는 생각을 갖자 그와 엘렌은 어느새 거미줄에 꽁꽁 묶여 버린다. 『순수의 시대』는 또한 시선이라는 폭력이 마치 악타이온을 물어뜯는 사냥개들처럼 무언가를 죽여 버리는 이야기다. 이디스 워튼의 작품들은 ‘고전은 계속 숨을 쉬어야 한다.’는 말의 가장 현재적인 증거다.
세계문학전집 195·196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곽광수 옮김
“하나의 길고 아름다운 명상이며, 인간이 써 낸 거대한 신비 자체다.”
『회상록』을 읽는 것은 강의 유속과 파동에, 그러니까 리듬에 깊숙이 몸을 담그는 일이다. 『회상록』의 문장들을 읽으면 특유의 리듬에 젖어들게 된다. 『회상록』은 단기 처방 같은 것이 아니다. 삶이 나무처럼 차근차근 자라나고 우람해지고 결실을 맺기까지 오랫동안 가꾸고 침착하게 바라본 사람의 묵직한 잠언 같다.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들도 강물을 느끼리라 믿는다. 우리 이전의 삶으로부터 흘러와, 우리를 통과하고, 이후에 올 모든 삶을 향해 끝없이 흐르는 저 낮고 오랜 강물을.
세계문학전집 99 『맥베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최종철 옮김
“『맥베스』는 도덕극이 아니라 파멸의 서사이며, 모든 불가사의한 매력도 그로부터 나온다.”
‘마흔 넘어’ 『맥베스』를 다시 읽었을 때 이전과 가장 다르게 다가온 것이 바로 그 유명한 '투모로우 스피치' 부분이다. 이 대사는 통째로 수많은 인생을 삼킨 것 같다. 그것은 짧고 헛헛한 것. 바보, 배우, 백치의 것. 그림자이든가 사라져 버리는 것. 내일과 내일은 하루와 하루이고, 걸음과 걸음이며, 소음과 광기로 가득하나 의미는 전혀 없는 것. 왕이 되었으나 오히려 자신이 죽인 덩컨 왕의 신세를 부러워할 만큼 늘 불안과 불면에 시달리고, 맥더프 부인과 아이들처럼 수많은 죄 없는 사람을 죽인 폭군이 되어 버렸고, 이제는 결국 부인마저 잃은 맥베스가 인생과 시간에 대해 하는 말은 허무 그 자체를 뱉는 것 같다. 『맥베스』는 피트향 가득한 스코틀랜드산 위스키처럼 쓰고 묵직하고 강렬한 맛과 긴 피니시를 지녔다.
세계문학전집 4 『변신·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전영애 옮김
“세상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변화’가 있다. 그레고르의 희생으로 그레테는 날개를 편다.”
「변신」의 주인공은 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변신」은 문이 하나의 기호로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다룬다. 문은 통한다. 문은 가린다. 문은 거른다. 문은 가둔다. 문은 가능성이다. 문은 닫힌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나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를 언급했다. 이 책에서 마지막으로 다룬 작품은 카프카의 「변신(Metamo-phosis)」이다. 세상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는 ‘변화’가 있다. 그레고르의 희생으로 그레테는 나비가 애벌레로부터 완전 변태하듯 눈부신 햇볕 속으로 날개를 편다.
“문학의 질문들은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우리가 읽는 문장들은 우리의 걸음 걸음이다.”
지금 읽어도 즐겁고 곱씹어 읽을수록 유려하게 반짝이는 고전들, 자기 시대에서 무한의 우주를 바라본 고전 작가들이 들려주는 유성 같은 이야기들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로 반짝이는지, 그 안에 또 얼마나 드넓은 은하가 숨어 있는지, 나만의 시선으로 고전이라는 세계를 ‘보고 듣고 읽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감각인지를 안다는 것. 어쩌면 나라는 소중한 존재를 지켜 주는 든든한 멘토를 얻는 것일지 모른다. 김하나 작가는 고전 읽기가 심각하거나 숭고한 행위도 아니고, 교양인이 되기 위한 숙제도 아닌, 그저 즐겁고 좋은 행위임을 우리에게 알려 준다. 김하나 작가는 고전 읽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고전은 영원한 여름방학이다!’ 언제 올지 기다려지고, 설레는 마음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떠올리고, 느릿느릿 시간을 보내다가도 뜻밖의 추억을 건져 내는 여름방학. 고전 읽기를 여름방학처럼 대한다면 ‘100페이지의 법칙’을 무사히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 자, 이제 금빛 종소리를 들으러 가자!
“무엇이 무엇으로 변화하는가. 죽음과 삶은 어떻게 이어지는가. 밤과 낮은 어떻게 싸우는가. 인간은 무엇이고 무엇이 아닌가. 문학의 질문들은 그렇게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끝없이 이어진다. 우리가 읽는 문장들은 우리의 걸음 걸음이다.” - 『금빛 종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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