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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개인과 사회에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역사를 움직여온 책의 저술-인쇄-출판-보급-수용에 관한 연구, 즉 ‘책과 독서의 사회문화사’라는 역사 연구의 영역에 주목하여 그 결과를 서술하고 있다. ‘책과 독서의 역사’라는 ‘새로운 역사학’은 1950년대에 출현해 70년대 후반에야 본격 연구가 진행된 신생 학문으로 이 책은 이 새로운 역사 연구의 기원과 특징 및 주요 이슈를 사학사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가운데 책·독서·출판이 근대 서양의 시대정신과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며, 그 성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에서의 책과 독서의 역사 쓰기’를 모색한다.
국내 학계에서 ‘책과 독서의 역사’의 기원과 발전 과정 및 주요 이슈를 사학사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다루는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에서는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금속 인쇄술의 확산이 서양 ‘근대성’의 탄생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제2장에서는 책의 역사의 진원지이자 중심지였던 프랑스 아날 학파 역사가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수행한 사례 연구를 이해해본다. 제3장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책의 역사가인 로버트 단턴이 주창한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단턴 테제’)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비평적으로 검토하고 제4장에서는 인쇄술에 도입된 각종 과학 기술적 향상이 18세기 프랑스 민중 문화의 성격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관찰한다.
마지막 부분인 제5장에서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출판인들이 상업적 거간꾼에서 독자적인 전문 에이전트로 거듭나는 역사적 조건과 과정을 추적해 저자-독자의 틈바구니에 숨어 있던 출판인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6장에서는 국역사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하버드 대학 도서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로버트 단턴과의 인터뷰를 통해 책과 독서의 역사의 어제를 회고하고 오늘을 진단하며 내일을 전망하며 마무리 하고 있다.
국내 학계에서 ‘책과 독서의 역사’의 기원과 발전 과정 및 주요 이슈를 사학사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다루는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에서는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금속 인쇄술의 확산이 서양 ‘근대성’의 탄생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제2장에서는 책의 역사의 진원지이자 중심지였던 프랑스 아날 학파 역사가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수행한 사례 연구를 이해해본다. 제3장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책의 역사가인 로버트 단턴이 주창한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단턴 테제’)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비평적으로 검토하고 제4장에서는 인쇄술에 도입된 각종 과학 기술적 향상이 18세기 프랑스 민중 문화의 성격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관찰한다.
마지막 부분인 제5장에서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출판인들이 상업적 거간꾼에서 독자적인 전문 에이전트로 거듭나는 역사적 조건과 과정을 추적해 저자-독자의 틈바구니에 숨어 있던 출판인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6장에서는 국역사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하버드 대학 도서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로버트 단턴과의 인터뷰를 통해 책과 독서의 역사의 어제를 회고하고 오늘을 진단하며 내일을 전망하며 마무리 하고 있다.
목차
프롤로그
주
제1장. 인쇄술의 혁명과 근대 유럽의 탄생
1. 책은 세상을 바꾸는가
2. 근대 인쇄 문화의 빛과 그림자
(1) 근대 인쇄 문화의 기본 성격
(2) 인쇄 문화와 근대성 - 저자, 독자, 여론의 탄생
(3) 인쇄 문화와 활자 인간의 등장
3. 책의 출판사에서 독서의 문화사로
(1) 독서의 역사란 무엇인가
(2) 소리 없이 읽기와 넓게 읽기
(3) 숨어서 몰래 읽기
* 주
제2장. 프랑스 아날 학파가 서술한 책과 독서의 역사
1. 또 다른 종류의 새로운 역사
2. 페브르ㆍ마르탱의《책의 출현》(1958)과 그 이후
(1) 기원과 전승
(2) '문제작'으로서의《책의 출현》
(3) 브로델 - 퓌레 - 망드루와 책의 역사
3. 샤르티에 - 책의 역사에서 독서의 역사로
(1) 책의 역사의 이론화와 전문화
(2) 민중 문화의 독서사
(3) 프랑스 혁명의 문화적 기원
* 주
제3장. '단턴 테제'와 '단턴 논쟁'으로 읽는 미국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의 사회문화사
1. 미국에서의 책과 독서의 역사
2. 단턴과 책과 독서의 역사
(1) 아날 학파를 넘어서
(2) 커뮤니케이션 역사로
3. '단턴 테제'와 '단턴 논쟁'
(1) 금서와 아래로부터의 계몽주의
(2) 책과 독서의 힘이 혁명을 만드는가
4. 우리의 테제와 논쟁을 기다리며
* 주
제4장. 18세기 프랑스 민중 문화의 성격에 대한 인쇄기술사적 연구
1. 책의 역사, 기술의 역사 - 메워지지 않는 간격
2. 민중 문화와 인쇄술
3. 앙시앵 레짐 민중독서의 지형도
4. 청색 문고와 민중 독서
5. 인쇄술의 변화와 민중 독서
* 주
제5장.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출판인의 작은 역사(1830~1900) - 상업적 중매쟁이에서 독립적 전문 기획자로
1. 저자와 독자의 역사에서 출판인의 역사로
2. 매켄지 - 분석 문헌학에서 역사 문헌학으로
3. 독서 대중의 출현과 출판업의 전문 세분화
4. 전문 편집인ㆍ출판인의 성장과 역할
5. 출판업은 호구지책이 아닌 장기적 문화 산업이다?
* 주
제6장. '고양이 전문가'에서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장으로 - 인터뷰 알아본 로버트 단턴의 역사 세계
《고양이 대학살》과 인류학적 역사
아래로부터의 역사
책과 독서의 역사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아날 학파 역사학자들과의 인연과 교류
미국에서의 책과 독서의 역사
'단턴 테제와 논쟁'에 관해 다시 묻다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
새로운 문화사를 넘어서
사료, 역사가, 역사 이론
대학ㆍ인문학의 위기와 역사 교육
국가, 지식인, 사회 참여
인터뷰 후기
주
제1장. 인쇄술의 혁명과 근대 유럽의 탄생
1. 책은 세상을 바꾸는가
2. 근대 인쇄 문화의 빛과 그림자
(1) 근대 인쇄 문화의 기본 성격
(2) 인쇄 문화와 근대성 - 저자, 독자, 여론의 탄생
(3) 인쇄 문화와 활자 인간의 등장
3. 책의 출판사에서 독서의 문화사로
(1) 독서의 역사란 무엇인가
(2) 소리 없이 읽기와 넓게 읽기
(3) 숨어서 몰래 읽기
* 주
제2장. 프랑스 아날 학파가 서술한 책과 독서의 역사
1. 또 다른 종류의 새로운 역사
2. 페브르ㆍ마르탱의《책의 출현》(1958)과 그 이후
(1) 기원과 전승
(2) '문제작'으로서의《책의 출현》
(3) 브로델 - 퓌레 - 망드루와 책의 역사
3. 샤르티에 - 책의 역사에서 독서의 역사로
(1) 책의 역사의 이론화와 전문화
(2) 민중 문화의 독서사
(3) 프랑스 혁명의 문화적 기원
* 주
제3장. '단턴 테제'와 '단턴 논쟁'으로 읽는 미국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의 사회문화사
1. 미국에서의 책과 독서의 역사
2. 단턴과 책과 독서의 역사
(1) 아날 학파를 넘어서
(2) 커뮤니케이션 역사로
3. '단턴 테제'와 '단턴 논쟁'
(1) 금서와 아래로부터의 계몽주의
(2) 책과 독서의 힘이 혁명을 만드는가
4. 우리의 테제와 논쟁을 기다리며
* 주
제4장. 18세기 프랑스 민중 문화의 성격에 대한 인쇄기술사적 연구
1. 책의 역사, 기술의 역사 - 메워지지 않는 간격
2. 민중 문화와 인쇄술
3. 앙시앵 레짐 민중독서의 지형도
4. 청색 문고와 민중 독서
5. 인쇄술의 변화와 민중 독서
* 주
제5장.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출판인의 작은 역사(1830~1900) - 상업적 중매쟁이에서 독립적 전문 기획자로
1. 저자와 독자의 역사에서 출판인의 역사로
2. 매켄지 - 분석 문헌학에서 역사 문헌학으로
3. 독서 대중의 출현과 출판업의 전문 세분화
4. 전문 편집인ㆍ출판인의 성장과 역할
5. 출판업은 호구지책이 아닌 장기적 문화 산업이다?
* 주
제6장. '고양이 전문가'에서 하버드 대학교 도서관장으로 - 인터뷰 알아본 로버트 단턴의 역사 세계
《고양이 대학살》과 인류학적 역사
아래로부터의 역사
책과 독서의 역사 -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아날 학파 역사학자들과의 인연과 교류
미국에서의 책과 독서의 역사
'단턴 테제와 논쟁'에 관해 다시 묻다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
새로운 문화사를 넘어서
사료, 역사가, 역사 이론
대학ㆍ인문학의 위기와 역사 교육
국가, 지식인, 사회 참여
인터뷰 후기
출판사 리뷰
1. 책-독서-출판의 사회문화사로 보는 근대의 빛과 그늘
구텐베르크가 없었다면 종교 개혁, 과학 혁명, 혹은 프랑스 혁명이 있었을까? 면죄부 판매의 부당성을 비판한 루터의 소책자가 인쇄?보급되지 않았다면, 인쇄술의 발전 덕분에 축적된 과학 서적들을 대조?수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프랑스 혁명기 삼류 작가들이 쓴 ‘불온한 책’을 탐닉한 대중 독자가 없었다면 역사의 궤적은 아마도 다른 길로 났을 것이다. 오로지 책이 역사를 만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의 운명과 인류의 역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의 중심에는 많은 경우 책이 있다. 또한 내면적 묵독이라는 근대의 독서법이 비판적 독서 및 전복적 세상 읽기로 이어졌듯, 책을 둘러싼 행위와 문화도 사상과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는 한 동력으로 작용해왔다.
육영수 교수(중앙대 역사학과)의 신간《책과 독서의 문화사 ― 활자 인간의 탄생과 근대의 재발견》은 이처럼 개인과 사회에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역사를 움직여온 책의 저술-인쇄-출판-보급-수용에 관한 연구, 즉 ‘책과 독서의 사회문화사’라는 역사 연구의 영역에 주목한 저작이다. ‘책과 독서의 역사’라는 ‘새로운 역사학’은 1950년대에 출현해 70년대 후반에야 본격 연구가 진행된 신생 학문이지만 샤르티에, 단턴 등 뛰어난 학자들의 기여에 힘입어, 그리고 20세기 말에 출현한 정보 혁명이 그에 앞선 인쇄 혁명에 대한 관심과 해석을 자극하는 가운데 역사학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이 새로운 역사 연구의 기원과 특징 및 주요 이슈를 사학사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가운데 책?독서?출판이 근대 서양의 시대정신과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며, 그 성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에서의 책과 독서의 역사 쓰기’를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저자에 따르면 ‘활자 인간의 탄생과 근대의 재발견’이라는 부제는, 인쇄술의 확산이 주체적 인간형 출현을 위한 조건이었지만 활자 인간으로서의 근대인은 획일적인 표준 지식의 감옥에 갇힌 포로라는 마셜 맥루한의 주장에서 착안한 것이다. 인쇄 혁명이 사색적이고 비판적인 저자?독자의 근대적인 공적 영역을 구축한 반면, 중앙 집권적 권력 강화와 민중(구술) 문화의 쇠퇴 같은 부정적 유산도 낳았다는 성찰이 부제에 함축되어 있다. 책과 독서의 역사를 통해 근대성에 담긴 이중적이며 때로 모순적인 성격을 탐색하려는 것이 이 책의 저변에 흐르는 문제의식이다.
책은 사회 변혁의 씨앗인가, 개인과 사회의 질서를 파괴하는 ‘위험한 물건’인가? 디지털 인간이 활자 인간을 대체하고 책의 종말이 선언되는 정보기술 혁명의 시대에 책과 인간 및 독서와 사회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전통적인 책-저자-독자의 개념이 폐기되더라도 책을 둘러싼 우리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분명한 것은 “미래에도 책과 독서의 역사는 계속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2. 책과 독서는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
그렇다면, ‘책과 독서’는 실제 역사의 국면에서 사회 변혁과 시대정신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을까? 저자는 유럽에서 인쇄 혁명이 동반한 근대적 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탐색한다. “확산, 표준화, 보존, 고정성”(아이젠스타인)을 특징으로 하는 근대 인쇄술은 중앙 집권적인 표준 지식의 보급과 분배, 후견인의 도움 없이 글로 먹고사는 비판적 지식인, 즉 문화 권력으로서의 저자와 지적 재산권의 탄생, 이성과 자율성으로 무장한 시민으로서의 대중 독자층의 성장, 교회와 국가의 지식 독점 체제에서 해방된 공적 여론 형성이라는 ‘근대성’을 성취했다. 인쇄술에 의한 독서 혁명이야말로 근·현대 서양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인 대의제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를 공고히 한 토대라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표준화된 정보와 지식의 대량 확산이 기존의 권력 구조와 가치관을 강화할 우려는 없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그리고 필사 문화에서 문자 문화로의 전환이 근대 기술 문명이 불러온 비극의 하나이며 인쇄술이 근대인을 획일적이며 복제 가능한 물품의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시켰다는 맥루한의 관점을 빌려 구텐베르크 혁명이 내포하는 역기능을 성찰한다. 사회 변동의 원동력이며 진보의 씨앗이라는 ‘빛’과 기득권 수호자이며 가치관의 방어 도구라는 ‘그림자’를 동시에 사유하는 균형 있는 책의 역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무엇을’ 읽었는가를 다루는 책의 역사에서 ‘어떻게’ 읽었는가를 다루는 독서의 역사로, 즉 ‘책의 출판사’에서 ‘독서의 문화사’로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책 읽기의 역사를 통해 특정 시대의 지적 기상도와 문화 풍토를 엿볼 수 있다는 관점에서 16∼18세기 독서법의 변화를 분석한다. 소리 ?이 읽기, 넓게 읽기, 세속적으로 읽기, 감정 이입적으로 읽기 등으로 대변되는 근대적 독서는 근대 서양 만들기에 어떻게, 어느 정도 관여했을까? 책 읽기라는 지적 행위와 사회의 변동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책은 혁명을 만드는가? 저자는 ‘구체제 프랑스의 보통 사람들이 금서 문학에 심취함으로써 지배 계층을 지탱하는 신성한 권력 구조를 붕괴시켰다’고 보는 로버트 단턴의 사유(‘단턴 테제’)를 통해 이러한 질문을 탐색한다. 단턴에 따르면, 프랑스 혁명 발발 이전 금서 작가들은 삼류 통속 소설, 정치적 비방문, 포르노그래피 등을 동원해 권력자의 ‘아랫도리’를 공격함으로써 구체제의 모순과 부조리에 도전했으며,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금서 문학을 전유함으로써 구체제 통치 구조의 합법성에 침을 뱉었다. ‘단턴 테제’에 대한 학문적 논쟁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는 독서의 힘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저자는 앞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만약 책이 프랑스 혁명의 지적 원인들 중 하나라면, 혁명의 주인공은 루소, 볼테르 같은 위대한 계몽주의 철학자가 아니라 ‘시궁창의 루소주의자들’이라 불린 삼류 작가들이었으며, 이들이 소위 ‘아래로부터의 계몽주의’라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야한 이야기를 정치적 선동과 교훈으로 전환해 창조적으로 전유한 독자들이야말로 혁명주의자들이었다. 그러므로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 혁명을 만든 것은 책(금서)이 아니라, 구체제 지배 권력의 신성함을 성적 스캔들로 분탕질해 읽어낸 대중적인 독서의 힘이었다.”
3. 책과 독서의 역사의 이론과 실제 ― 한국에서의 ‘문제적’ 서술을 위해
책과 독서의 역사가 문서로 기록된 과거를 분석하는 데 “가장 생산적인 접근법의 하나”로 각광 받는 서구 학계와 달리 국내 학계에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제기된 것은 최근의 현상이다. 1990년대 초반에 소개된 선구적 업적들은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주명철 교수(한국교원대)의 18세기 프랑스 금서 연구를 비롯한 그동안의 성과에 힘입어 최근 우리 학계의 책과 독서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응용적 도약 단계로 이행 중이라는 것이 저자의 전망이다. “만약 학문에도 유행이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안팎으로 뜨거워진 책과 독서의 역사를 더 풀무질하고 담금질해 새로운 유형의 한국적 역사학으로 주조할 결정적인 시점이다.”
한편, 기존에 출간된 책과 독서의 역사를 다룬 책들과 비교해 이 책이 갖는 장점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이 책은 책과 독서의 역사에 대한 방법론적 이론에 대한 이해와 실제 사례 연구를 조화롭게 추구한다. 책의 역사와 독서의 역사는 그 연구 대상과 규명하려는 물음에서 어떤 차이점을 갖는가? 저술 행위(저자)와 독서 행위(독자)는 어떤 양식과 경로를 동원해 역사적인 변혁의 힘으로 작동하는가? 홀로 눈으로 읽기(묵독), 모여서 공동으로 읽기(낭송), 넓게 읽기와 깊게 읽기 같은 독서법들은 그것을 발현시킨 시대정신을 어떻게 대변하는가? 필사 문화에서 인쇄 문화로의 이전이 동반하는 근대성의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유산은 무엇인가? 인쇄술의 확산은 엘리트 문화와 민중 문화의 관계와 성격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과학과 인쇄 기술의 발전은 책과 독서의 역사에 어떤 질적 변화를 촉발했는가? 저자는 이처럼 다양하고도 중요한 이론적 질문들을 인쇄술과 종교 개혁 및 과학 혁명,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의 관계, 프랑스 청색 문고의 사례, 영국 빅토리아 시대 대학 출판사의 성장과 탐정 소설을 포함한 레저 북의 유행과 같은 구체적인 사례들에 적용하여 그 대답을 구한다. ‘책과 독서의 역사의 이론과 실제’라는 또 다른 부제를 붙일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 저자는 책과 독서의 역사 분야의 선구자이며 세계적 석학인 로버트 단턴과의 직접 대면 인터뷰를 통해 이 신생 학문의 사학사적 기원과 특징, 전망 등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기록한다. 단턴의 저서가 국내에 3권이나 번역 소개되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의 학문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질의 응답은 국내 독자들이 품은직한 호기심에 호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자됨의 진지함과 어려움, 인문학의 위기, 대학(원) 역사 교육의 본질과 방향 등에 대한 단턴의 사유와 진단 역시 우리의 현재 위상을 점검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셋째, 저자는 책과 독서의 역사에 대한 더 높은 관심과 연구를 자극하기 위해 책 끝머리에 상세한 국내외 참고문헌을 첨부했다. 일반 독자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기본적인 번역서와 교양서부터 민중 문화와 과학 기술사 등에 대한 전문적인 학술서들에 이르는 목록은 독자들을 좀 더 울창한 책과 독서의 역사의 숲으로 안내해줄 것이다. 이 문헌들을 이정표로 삼아 젊은 연구자들이 ‘한국에서의 책과 독서의 역사’를 세계사적 차원에서 좀 더 ‘문제적으로’ 서술하도록 초대하려는 것이 저자의 뜻이기도 하다.
4. ?과 인간, 독서와 사회의 관계를 탐색하는 ‘새로운 역사’
이 책은 국내 학계에서 ‘책과 독서의 역사’의 기원과 발전 과정 및 주요 이슈를 사학사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다룬 최초의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서론 격인 제1장에서는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금속 인쇄술의 확산이 서양 ‘근대성’의 탄생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따져보고 종교 개혁과 과학 혁명 같은 역사적 진보의 기폭제가 된 책의 사회적 영향력을 설명한다. 즉 17∼18세기 인쇄 혁명이 동반한 각종 근대적 변화 및 그 변화의 빛과 그림자, 독서 유형에 반영된 근대 서양의 시대정신, 책 읽기가 역사 변혁에 끼친 영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제2장에서는 책의 역사의 진원지이자 중심지였던 프랑스 아날 학파 역사가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수행한 사례 연구를 이해함으로써 프랑스에서의 책과 독서의 역사의 장점과 한계를 분석한다. 아날 학파의 창시자 뤼시앵 페브르의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동료 및 후배 역사가들에 의해 어떻게 계승·발전되는지를 추적하며, 특히 아날 학파 4세대인 로제 샤르티에가 주창한 ‘프랑스적’ 책과 독서의 역사의 특징과 한계를 주요하게 분석한다.
제3장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책의 역사가인 로버트 단턴이 주창한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단턴 테제’)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비평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미국에서의 책과 독서의 역사의 좌표를 가늠한다. 단턴이 계몽주의를 당대 지식인이 붓끝만으로 농단했던 형이상학적 문제로 인식하기를 거부하고 보통 사람들의 정치관과 세계관에 실질적 영향을 끼친 실천적인 지적 운동으로서 계몽주의에 접근하며 고수했던 ‘관념의 사회사’가 3장을 관통하는 방법론적 나침반이다. 제4장에서는 인쇄술에 도입된 각종 과학 기술적 향상이 18세기 프랑스 민중 문화의 성격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관찰함으로써 책-독서의 역사와 과학-기술사의 접목 가능성을 타진한다. 인쇄 기술의 발전이 문화적 과정을 추진한 원인으로 작용했는가, 아니면 민중 독서 문화의 출현이 이에 부합하는 인쇄술의 발전을 요청했는가? 18세기 대중 독서의 사회문화사적 현실과 관련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저자는 ‘기술 결정론’과 ‘기술의 사회적 형성론’의 상호 보완을 이야기한다.
제5장에서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출판인들이 상업적 거간꾼에서 독자적인 전문 에이전트로 거듭나는 역사적 조건과 과정을 추적해 저자-독자의 틈바구니에 숨어 있던 출판인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출판인의 사회문화적 중요성에 대한 재평가는 좀 더 균형 있는 책의 역사 서술에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론에 해당하는 제6장에서는 미국역사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하버드 대학 도서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로버트 단턴과의 인터뷰를 통해 책과 독서의 역사의 어제를 회고하고 오늘을 진단하며 내일을 전망한다.
구텐베르크가 없었다면 종교 개혁, 과학 혁명, 혹은 프랑스 혁명이 있었을까? 면죄부 판매의 부당성을 비판한 루터의 소책자가 인쇄?보급되지 않았다면, 인쇄술의 발전 덕분에 축적된 과학 서적들을 대조?수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면, 프랑스 혁명기 삼류 작가들이 쓴 ‘불온한 책’을 탐닉한 대중 독자가 없었다면 역사의 궤적은 아마도 다른 길로 났을 것이다. 오로지 책이 역사를 만든다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개인의 운명과 인류의 역사를 바꾼 결정적 순간의 중심에는 많은 경우 책이 있다. 또한 내면적 묵독이라는 근대의 독서법이 비판적 독서 및 전복적 세상 읽기로 이어졌듯, 책을 둘러싼 행위와 문화도 사상과 사회의 변화를 추동하는 한 동력으로 작용해왔다.
육영수 교수(중앙대 역사학과)의 신간《책과 독서의 문화사 ― 활자 인간의 탄생과 근대의 재발견》은 이처럼 개인과 사회에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역사를 움직여온 책의 저술-인쇄-출판-보급-수용에 관한 연구, 즉 ‘책과 독서의 사회문화사’라는 역사 연구의 영역에 주목한 저작이다. ‘책과 독서의 역사’라는 ‘새로운 역사학’은 1950년대에 출현해 70년대 후반에야 본격 연구가 진행된 신생 학문이지만 샤르티에, 단턴 등 뛰어난 학자들의 기여에 힘입어, 그리고 20세기 말에 출현한 정보 혁명이 그에 앞선 인쇄 혁명에 대한 관심과 해석을 자극하는 가운데 역사학의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이 새로운 역사 연구의 기원과 특징 및 주요 이슈를 사학사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가운데 책?독서?출판이 근대 서양의 시대정신과 정치적?사회적 변화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며, 그 성과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한국에서의 책과 독서의 역사 쓰기’를 모색하자고 제안한다.
저자에 따르면 ‘활자 인간의 탄생과 근대의 재발견’이라는 부제는, 인쇄술의 확산이 주체적 인간형 출현을 위한 조건이었지만 활자 인간으로서의 근대인은 획일적인 표준 지식의 감옥에 갇힌 포로라는 마셜 맥루한의 주장에서 착안한 것이다. 인쇄 혁명이 사색적이고 비판적인 저자?독자의 근대적인 공적 영역을 구축한 반면, 중앙 집권적 권력 강화와 민중(구술) 문화의 쇠퇴 같은 부정적 유산도 낳았다는 성찰이 부제에 함축되어 있다. 책과 독서의 역사를 통해 근대성에 담긴 이중적이며 때로 모순적인 성격을 탐색하려는 것이 이 책의 저변에 흐르는 문제의식이다.
책은 사회 변혁의 씨앗인가, 개인과 사회의 질서를 파괴하는 ‘위험한 물건’인가? 디지털 인간이 활자 인간을 대체하고 책의 종말이 선언되는 정보기술 혁명의 시대에 책과 인간 및 독서와 사회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전통적인 책-저자-독자의 개념이 폐기되더라도 책을 둘러싼 우리의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며, 분명한 것은 “미래에도 책과 독서의 역사는 계속된다”는 사실일 것이다.
2. 책과 독서는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
그렇다면, ‘책과 독서’는 실제 역사의 국면에서 사회 변혁과 시대정신에 어떤 영향력을 끼쳤을까? 저자는 유럽에서 인쇄 혁명이 동반한 근대적 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탐색한다. “확산, 표준화, 보존, 고정성”(아이젠스타인)을 특징으로 하는 근대 인쇄술은 중앙 집권적인 표준 지식의 보급과 분배, 후견인의 도움 없이 글로 먹고사는 비판적 지식인, 즉 문화 권력으로서의 저자와 지적 재산권의 탄생, 이성과 자율성으로 무장한 시민으로서의 대중 독자층의 성장, 교회와 국가의 지식 독점 체제에서 해방된 공적 여론 형성이라는 ‘근대성’을 성취했다. 인쇄술에 의한 독서 혁명이야말로 근·현대 서양을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두 축인 대의제 민주주의와 시장 자본주의를 공고히 한 토대라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표준화된 정보와 지식의 대량 확산이 기존의 권력 구조와 가치관을 강화할 우려는 없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그리고 필사 문화에서 문자 문화로의 전환이 근대 기술 문명이 불러온 비극의 하나이며 인쇄술이 근대인을 획일적이며 복제 가능한 물품의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시켰다는 맥루한의 관점을 빌려 구텐베르크 혁명이 내포하는 역기능을 성찰한다. 사회 변동의 원동력이며 진보의 씨앗이라는 ‘빛’과 기득권 수호자이며 가치관의 방어 도구라는 ‘그림자’를 동시에 사유하는 균형 있는 책의 역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무엇을’ 읽었는가를 다루는 책의 역사에서 ‘어떻게’ 읽었는가를 다루는 독서의 역사로, 즉 ‘책의 출판사’에서 ‘독서의 문화사’로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책 읽기의 역사를 통해 특정 시대의 지적 기상도와 문화 풍토를 엿볼 수 있다는 관점에서 16∼18세기 독서법의 변화를 분석한다. 소리 ?이 읽기, 넓게 읽기, 세속적으로 읽기, 감정 이입적으로 읽기 등으로 대변되는 근대적 독서는 근대 서양 만들기에 어떻게, 어느 정도 관여했을까? 책 읽기라는 지적 행위와 사회의 변동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책은 혁명을 만드는가? 저자는 ‘구체제 프랑스의 보통 사람들이 금서 문학에 심취함으로써 지배 계층을 지탱하는 신성한 권력 구조를 붕괴시켰다’고 보는 로버트 단턴의 사유(‘단턴 테제’)를 통해 이러한 질문을 탐색한다. 단턴에 따르면, 프랑스 혁명 발발 이전 금서 작가들은 삼류 통속 소설, 정치적 비방문, 포르노그래피 등을 동원해 권력자의 ‘아랫도리’를 공격함으로써 구체제의 모순과 부조리에 도전했으며, 보통 사람들은 이러한 금서 문학을 전유함으로써 구체제 통치 구조의 합법성에 침을 뱉었다. ‘단턴 테제’에 대한 학문적 논쟁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는 독서의 힘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저자는 앞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만약 책이 프랑스 혁명의 지적 원인들 중 하나라면, 혁명의 주인공은 루소, 볼테르 같은 위대한 계몽주의 철학자가 아니라 ‘시궁창의 루소주의자들’이라 불린 삼류 작가들이었으며, 이들이 소위 ‘아래로부터의 계몽주의’라는 방식으로 전달하는 야한 이야기를 정치적 선동과 교훈으로 전환해 창조적으로 전유한 독자들이야말로 혁명주의자들이었다. 그러므로 정확히 말하면 프랑스 혁명을 만든 것은 책(금서)이 아니라, 구체제 지배 권력의 신성함을 성적 스캔들로 분탕질해 읽어낸 대중적인 독서의 힘이었다.”
3. 책과 독서의 역사의 이론과 실제 ― 한국에서의 ‘문제적’ 서술을 위해
책과 독서의 역사가 문서로 기록된 과거를 분석하는 데 “가장 생산적인 접근법의 하나”로 각광 받는 서구 학계와 달리 국내 학계에서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제기된 것은 최근의 현상이다. 1990년대 초반에 소개된 선구적 업적들은 큰 반응을 얻지 못했지만, 주명철 교수(한국교원대)의 18세기 프랑스 금서 연구를 비롯한 그동안의 성과에 힘입어 최근 우리 학계의 책과 독서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응용적 도약 단계로 이행 중이라는 것이 저자의 전망이다. “만약 학문에도 유행이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안팎으로 뜨거워진 책과 독서의 역사를 더 풀무질하고 담금질해 새로운 유형의 한국적 역사학으로 주조할 결정적인 시점이다.”
한편, 기존에 출간된 책과 독서의 역사를 다룬 책들과 비교해 이 책이 갖는 장점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이 책은 책과 독서의 역사에 대한 방법론적 이론에 대한 이해와 실제 사례 연구를 조화롭게 추구한다. 책의 역사와 독서의 역사는 그 연구 대상과 규명하려는 물음에서 어떤 차이점을 갖는가? 저술 행위(저자)와 독서 행위(독자)는 어떤 양식과 경로를 동원해 역사적인 변혁의 힘으로 작동하는가? 홀로 눈으로 읽기(묵독), 모여서 공동으로 읽기(낭송), 넓게 읽기와 깊게 읽기 같은 독서법들은 그것을 발현시킨 시대정신을 어떻게 대변하는가? 필사 문화에서 인쇄 문화로의 이전이 동반하는 근대성의 긍정적인 의미와 부정적인 유산은 무엇인가? 인쇄술의 확산은 엘리트 문화와 민중 문화의 관계와 성격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 과학과 인쇄 기술의 발전은 책과 독서의 역사에 어떤 질적 변화를 촉발했는가? 저자는 이처럼 다양하고도 중요한 이론적 질문들을 인쇄술과 종교 개혁 및 과학 혁명,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의 관계, 프랑스 청색 문고의 사례, 영국 빅토리아 시대 대학 출판사의 성장과 탐정 소설을 포함한 레저 북의 유행과 같은 구체적인 사례들에 적용하여 그 대답을 구한다. ‘책과 독서의 역사의 이론과 실제’라는 또 다른 부제를 붙일 수도 있는 것이다.
둘째, 저자는 책과 독서의 역사 분야의 선구자이며 세계적 석학인 로버트 단턴과의 직접 대면 인터뷰를 통해 이 신생 학문의 사학사적 기원과 특징, 전망 등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기록한다. 단턴의 저서가 국내에 3권이나 번역 소개되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그의 학문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질의 응답은 국내 독자들이 품은직한 호기심에 호응할 것으로 기대된다. 학자됨의 진지함과 어려움, 인문학의 위기, 대학(원) 역사 교육의 본질과 방향 등에 대한 단턴의 사유와 진단 역시 우리의 현재 위상을 점검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다.
셋째, 저자는 책과 독서의 역사에 대한 더 높은 관심과 연구를 자극하기 위해 책 끝머리에 상세한 국내외 참고문헌을 첨부했다. 일반 독자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기본적인 번역서와 교양서부터 민중 문화와 과학 기술사 등에 대한 전문적인 학술서들에 이르는 목록은 독자들을 좀 더 울창한 책과 독서의 역사의 숲으로 안내해줄 것이다. 이 문헌들을 이정표로 삼아 젊은 연구자들이 ‘한국에서의 책과 독서의 역사’를 세계사적 차원에서 좀 더 ‘문제적으로’ 서술하도록 초대하려는 것이 저자의 뜻이기도 하다.
4. ?과 인간, 독서와 사회의 관계를 탐색하는 ‘새로운 역사’
이 책은 국내 학계에서 ‘책과 독서의 역사’의 기원과 발전 과정 및 주요 이슈를 사학사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다룬 최초의 저작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모두 6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서론 격인 제1장에서는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금속 인쇄술의 확산이 서양 ‘근대성’의 탄생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따져보고 종교 개혁과 과학 혁명 같은 역사적 진보의 기폭제가 된 책의 사회적 영향력을 설명한다. 즉 17∼18세기 인쇄 혁명이 동반한 각종 근대적 변화 및 그 변화의 빛과 그림자, 독서 유형에 반영된 근대 서양의 시대정신, 책 읽기가 역사 변혁에 끼친 영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제2장에서는 책의 역사의 진원지이자 중심지였던 프랑스 아날 학파 역사가들이 지난 반세기 동안 수행한 사례 연구를 이해함으로써 프랑스에서의 책과 독서의 역사의 장점과 한계를 분석한다. 아날 학파의 창시자 뤼시앵 페브르의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동료 및 후배 역사가들에 의해 어떻게 계승·발전되는지를 추적하며, 특히 아날 학파 4세대인 로제 샤르티에가 주창한 ‘프랑스적’ 책과 독서의 역사의 특징과 한계를 주요하게 분석한다.
제3장에서는 미국의 대표적인 책의 역사가인 로버트 단턴이 주창한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해석(‘단턴 테제’)을 둘러싼 찬반 논쟁을 비평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미국에서의 책과 독서의 역사의 좌표를 가늠한다. 단턴이 계몽주의를 당대 지식인이 붓끝만으로 농단했던 형이상학적 문제로 인식하기를 거부하고 보통 사람들의 정치관과 세계관에 실질적 영향을 끼친 실천적인 지적 운동으로서 계몽주의에 접근하며 고수했던 ‘관념의 사회사’가 3장을 관통하는 방법론적 나침반이다. 제4장에서는 인쇄술에 도입된 각종 과학 기술적 향상이 18세기 프랑스 민중 문화의 성격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관찰함으로써 책-독서의 역사와 과학-기술사의 접목 가능성을 타진한다. 인쇄 기술의 발전이 문화적 과정을 추진한 원인으로 작용했는가, 아니면 민중 독서 문화의 출현이 이에 부합하는 인쇄술의 발전을 요청했는가? 18세기 대중 독서의 사회문화사적 현실과 관련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는 저자는 ‘기술 결정론’과 ‘기술의 사회적 형성론’의 상호 보완을 이야기한다.
제5장에서는 영국 빅토리아 시대 출판인들이 상업적 거간꾼에서 독자적인 전문 에이전트로 거듭나는 역사적 조건과 과정을 추적해 저자-독자의 틈바구니에 숨어 있던 출판인의 역할을 재조명한다. 출판인의 사회문화적 중요성에 대한 재평가는 좀 더 균형 있는 책의 역사 서술에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론에 해당하는 제6장에서는 미국역사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하버드 대학 도서관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로버트 단턴과의 인터뷰를 통해 책과 독서의 역사의 어제를 회고하고 오늘을 진단하며 내일을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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