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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장구한 은행의 빅히스토리
방대한 금융이론의 직관적 서술
왜곡된 은행제도의 실체를 밝히는 책
"은행제도는 실패한 제도다"
방대한 역사적 증거와 치밀한 이론적 분석,
현대 은행제도의 모순을 파헤치는 책
일상에서 늘 접하는 은행. 우리는 은행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여기는 현대 은행제도가 과잉부채, 저성장, 양극화, 사회분열, 기후위기 등, 현대 사회의 수많은 부작용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면 믿겠는가. 놀랍게도 저자는 그렇다고 말한다. 은행이 우리 경제에 필수적인 존재, 나아가 특별한 존재여서, 갖은 정책을 동원해 은행을 구제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저자의 주장은 잘못된 것 아닌가. 심지어 2022년 은행의 특수성과 은행구제의 정당성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학자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 마당에 말이다.
저자는 현대 은행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 모순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부작용을 가감 없이 들추어낸다. 혹시라도 시중에 넘쳐나는 얄팍한 음모론이나 감성에 기반한 책을 기대한 독자라면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 이 책은 무차별적이고 감정적인 은행 때리기, 대안 없는 비판과는 완벽한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은 우리가 갖고 있는 통념(conventional wisdom)을 과감하게 깨뜨린다. 그러나 통념을 깨뜨리는 저자의 작업은 결코 섣부르거나 무모하지 않다. 오랜 세월 금융연구에 천착해 온 저자는, 은행제도가 가진 모순과 부작용을 역사적 증거와 이론적 분석이라는 탄탄한 기초 위에서 하나하나 치밀하게, 그러나 어렵지 않게, 무엇보다 명쾌하게 밝혀낸다.
방대한 금융이론의 직관적 서술
왜곡된 은행제도의 실체를 밝히는 책
"은행제도는 실패한 제도다"
방대한 역사적 증거와 치밀한 이론적 분석,
현대 은행제도의 모순을 파헤치는 책
일상에서 늘 접하는 은행. 우리는 은행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리가 필수불가결하다고 여기는 현대 은행제도가 과잉부채, 저성장, 양극화, 사회분열, 기후위기 등, 현대 사회의 수많은 부작용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면 믿겠는가. 놀랍게도 저자는 그렇다고 말한다. 은행이 우리 경제에 필수적인 존재, 나아가 특별한 존재여서, 갖은 정책을 동원해 은행을 구제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저자의 주장은 잘못된 것 아닌가. 심지어 2022년 은행의 특수성과 은행구제의 정당성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학자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 마당에 말이다.
저자는 현대 은행제도가 갖고 있는 근본적 모순과 여기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부작용을 가감 없이 들추어낸다. 혹시라도 시중에 넘쳐나는 얄팍한 음모론이나 감성에 기반한 책을 기대한 독자라면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 이 책은 무차별적이고 감정적인 은행 때리기, 대안 없는 비판과는 완벽한 대척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글은 우리가 갖고 있는 통념(conventional wisdom)을 과감하게 깨뜨린다. 그러나 통념을 깨뜨리는 저자의 작업은 결코 섣부르거나 무모하지 않다. 오랜 세월 금융연구에 천착해 온 저자는, 은행제도가 가진 모순과 부작용을 역사적 증거와 이론적 분석이라는 탄탄한 기초 위에서 하나하나 치밀하게, 그러나 어렵지 않게, 무엇보다 명쾌하게 밝혀낸다.
목차
프롤로그
1부 부분준비은행의 탄생
1장 우연히 찾아온 기회
찰스1세의 도발
보관업자 금장
보관업에서 지급결제로
overdraft, 대출의 시작
가짜 보관증으로 돈 만들기
예금을 받아 대출하는가, 대출로 예금을 만들어내는가
당좌대출을 넘어
2장 대장장이, 세상의 중심에 서다
정보 비대칭: 역선택과 모럴해저드
효율적 정보생산자
강력한 인증자의 등장
보관수수료가 사라지고 이자가 지급되다
부분준비, 대세가 되다
3장 트랜스포머 금장
큰 수의 법칙: 위험한 대출을 안전한 예금으로 바꾸기
또 큰 수의 법칙: 예금자 간 위험분담
유동성공급, 만기변환
은행은 만능 재주꾼?
은행의 그림자
2부 은행의 역사는 곧 위기의 역사
4장 깨지기 쉬운 은행
대차대조표, 기업정보의 스냅숏
주주 vs 채권자
자기자본과 지급불능 위험
유동성 위험
유동성 위기에서 지급불능 위기로
은행의 위태로운 지급능력
은행은 유동성 위험 그 자체
5장 위기로 점철된 은행
뱅크런, 은행 위기의 방아쇠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은행, 환전상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은행 위기
14~16세기, 남부유럽의 은행 위기
은행, 파산의 대명사
17~19세기, 영국의 은행 위기
18세기 후반~20세기 초, 미국의 은행 위기
대공황과 미국의 은행 위기
3부 신용팽창을 막아라
6장 신용팽창과 은행 위기
신용팽창, 은행 위기의 서막
세뇨르, 은행
탐욕과 공포 사이에서, 공유자원의 비극
자산시장, 신용팽창에 날개를 달다
비효율적 뱅크런?
큰 수의 법칙은 어디로?
통화와 신용의 결합, 은행 취약성의 근원
7장 은행 위기의 비용
진실의 순간
급격한 통화량 감소
금융자산 소멸, 우량기업 파산
위험회피, 변동성을 싫어하는 인간
신용팽창과 경기변동
호황과 불황의 비대칭성
양극화
부채 디플레이션과 불황의 늪
부분준비은행과 외부효과
8장 은행을 고칠 것인가, 구할 것인가
영국의 개혁 시도, 1844년 은행면허법
미국의 개혁 시도, 시카고플랜
영란은행, 정부의 군비 조달 창구
은행클럽의 우두머리
연준의 탄생, 은행가의 승리
뜻밖의 선물, 예금보험제도
경쟁제한 규제 신설
암묵적 규제를 택한 영국
금융억압의 시대
4부 시스템리스크 축적과 대붕괴
9장 금융억압 종식, 금융위기 시작
3/6/3 모델
경쟁시대의 도래
규제 완화 물결이 퍼져 나가다
규제 완화: [안전망 + 경쟁제한 규제] 결합의 붕괴
1970년대 영국 비주류은행 위기
1970~80년대 미국 은행 위기
1990년대 초 노르딕 3국 은행 위기
1990년대 일본의 은행 위기와 좀비경제
은행 위기와 안전망의 동시 확산
10장 시스템리스크의 축적
공룡이 된 은행
규모의 경제 vs 보조금 따먹기
은행과 자본시장 간 빗장이 열리다
점증하는 시스템리스크
표준화된 규제, 시스템리스크를 증폭시키다
11장 대붕괴
금융혁신: 증권화
위장된 혁신: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증권화
그림자은행: 은행 밖에서 은행 복제하기
대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안전망, 금융위기의 근원
5부 과잉금융의 시대
12장 신용팽창을 넘어 과잉금융으로
신용팽창과 과잉금융
과잉금융의 증거
과잉금융, 허상의 청구권
글로벌 불균형, 과잉금융의 글로벌 버전
과잉금융을 추동하는 또다른 요인, 자산시장
금융에 바치는 상찬
금융 유토피아의 실체
13장 과잉금융의 폐해
실물경제에 기여하지 못하는 금융
과잉금융,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원인
중개기관의 번성과 중개기능의 소멸
만성적 저성장, 회복탄력성 저하
가계 삶의 질 저하
비대한 유통시장
과잉금융과 부채의존경제
6부 부채의존경제의 출현
14장 In Asset We Trust
효율적 시장이라는 도그마
금리와 시간선호
중앙은행, 마지막 사회주의자
금리와 자산가격
저금리로 자산가격 떠받치기
15장 많은 것이 전도된 세상
주가 부양, 부채의존경제의 지상명령
승자독식에 따른 양극화 심화
불행한 엘리트와 가난한 중산층
현실계와 상상계의 역전
본업과 부업의 역전
실물과 금융의 역전
7부 금융의 제자리 찾기
16장 업스트림
업스트림
규제는 왜 실패하는가
휴리스틱, 복잡성을 극복하는 수단
시스템리스크와 모듈화
보편적 법원칙, 모듈화를 위한 기준
17장 구조개혁: 통화와 신용의 분리
보관 vs 대차
은행제도의 불법성
부분준비의 합법화
은행만을 위한 특권
보편적 법원칙의 회복
통화와 신용의 분리
18장 신화에서 벗어나기
경기변동 축소 및 뱅크런 소멸
규제 총량 및 규제 비용 절감
중개기능 회복 및 공정경쟁 촉진
실물을 반영하는 대출 규모와 대출금리
통화의 지위 회복
탄력적 통화공급이라는 신화
중앙은행 독립성 신화
금본위제, 야만의 유산?
금융의 제자리 찾기
1부 부분준비은행의 탄생
1장 우연히 찾아온 기회
찰스1세의 도발
보관업자 금장
보관업에서 지급결제로
overdraft, 대출의 시작
가짜 보관증으로 돈 만들기
예금을 받아 대출하는가, 대출로 예금을 만들어내는가
당좌대출을 넘어
2장 대장장이, 세상의 중심에 서다
정보 비대칭: 역선택과 모럴해저드
효율적 정보생산자
강력한 인증자의 등장
보관수수료가 사라지고 이자가 지급되다
부분준비, 대세가 되다
3장 트랜스포머 금장
큰 수의 법칙: 위험한 대출을 안전한 예금으로 바꾸기
또 큰 수의 법칙: 예금자 간 위험분담
유동성공급, 만기변환
은행은 만능 재주꾼?
은행의 그림자
2부 은행의 역사는 곧 위기의 역사
4장 깨지기 쉬운 은행
대차대조표, 기업정보의 스냅숏
주주 vs 채권자
자기자본과 지급불능 위험
유동성 위험
유동성 위기에서 지급불능 위기로
은행의 위태로운 지급능력
은행은 유동성 위험 그 자체
5장 위기로 점철된 은행
뱅크런, 은행 위기의 방아쇠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은행, 환전상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은행 위기
14~16세기, 남부유럽의 은행 위기
은행, 파산의 대명사
17~19세기, 영국의 은행 위기
18세기 후반~20세기 초, 미국의 은행 위기
대공황과 미국의 은행 위기
3부 신용팽창을 막아라
6장 신용팽창과 은행 위기
신용팽창, 은행 위기의 서막
세뇨르, 은행
탐욕과 공포 사이에서, 공유자원의 비극
자산시장, 신용팽창에 날개를 달다
비효율적 뱅크런?
큰 수의 법칙은 어디로?
통화와 신용의 결합, 은행 취약성의 근원
7장 은행 위기의 비용
진실의 순간
급격한 통화량 감소
금융자산 소멸, 우량기업 파산
위험회피, 변동성을 싫어하는 인간
신용팽창과 경기변동
호황과 불황의 비대칭성
양극화
부채 디플레이션과 불황의 늪
부분준비은행과 외부효과
8장 은행을 고칠 것인가, 구할 것인가
영국의 개혁 시도, 1844년 은행면허법
미국의 개혁 시도, 시카고플랜
영란은행, 정부의 군비 조달 창구
은행클럽의 우두머리
연준의 탄생, 은행가의 승리
뜻밖의 선물, 예금보험제도
경쟁제한 규제 신설
암묵적 규제를 택한 영국
금융억압의 시대
4부 시스템리스크 축적과 대붕괴
9장 금융억압 종식, 금융위기 시작
3/6/3 모델
경쟁시대의 도래
규제 완화 물결이 퍼져 나가다
규제 완화: [안전망 + 경쟁제한 규제] 결합의 붕괴
1970년대 영국 비주류은행 위기
1970~80년대 미국 은행 위기
1990년대 초 노르딕 3국 은행 위기
1990년대 일본의 은행 위기와 좀비경제
은행 위기와 안전망의 동시 확산
10장 시스템리스크의 축적
공룡이 된 은행
규모의 경제 vs 보조금 따먹기
은행과 자본시장 간 빗장이 열리다
점증하는 시스템리스크
표준화된 규제, 시스템리스크를 증폭시키다
11장 대붕괴
금융혁신: 증권화
위장된 혁신: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증권화
그림자은행: 은행 밖에서 은행 복제하기
대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안전망, 금융위기의 근원
5부 과잉금융의 시대
12장 신용팽창을 넘어 과잉금융으로
신용팽창과 과잉금융
과잉금융의 증거
과잉금융, 허상의 청구권
글로벌 불균형, 과잉금융의 글로벌 버전
과잉금융을 추동하는 또다른 요인, 자산시장
금융에 바치는 상찬
금융 유토피아의 실체
13장 과잉금융의 폐해
실물경제에 기여하지 못하는 금융
과잉금융,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의 원인
중개기관의 번성과 중개기능의 소멸
만성적 저성장, 회복탄력성 저하
가계 삶의 질 저하
비대한 유통시장
과잉금융과 부채의존경제
6부 부채의존경제의 출현
14장 In Asset We Trust
효율적 시장이라는 도그마
금리와 시간선호
중앙은행, 마지막 사회주의자
금리와 자산가격
저금리로 자산가격 떠받치기
15장 많은 것이 전도된 세상
주가 부양, 부채의존경제의 지상명령
승자독식에 따른 양극화 심화
불행한 엘리트와 가난한 중산층
현실계와 상상계의 역전
본업과 부업의 역전
실물과 금융의 역전
7부 금융의 제자리 찾기
16장 업스트림
업스트림
규제는 왜 실패하는가
휴리스틱, 복잡성을 극복하는 수단
시스템리스크와 모듈화
보편적 법원칙, 모듈화를 위한 기준
17장 구조개혁: 통화와 신용의 분리
보관 vs 대차
은행제도의 불법성
부분준비의 합법화
은행만을 위한 특권
보편적 법원칙의 회복
통화와 신용의 분리
18장 신화에서 벗어나기
경기변동 축소 및 뱅크런 소멸
규제 총량 및 규제 비용 절감
중개기능 회복 및 공정경쟁 촉진
실물을 반영하는 대출 규모와 대출금리
통화의 지위 회복
탄력적 통화공급이라는 신화
중앙은행 독립성 신화
금본위제, 야만의 유산?
금융의 제자리 찾기
책 속으로
은행제도는 한마디로 실패한 제도다, 기원전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기까지, 세계 도처에서 수많은 은행이 설립되었으나 한결같이 그 끝은 파산으로 귀결되었다.
--- p.14
거의 모든 나라는 예외 없이 은행을 구제하고 있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어떤 기업이 스스로 생존하지 못하고 제3자의 지원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다면 과연 그 기업은 온전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
--- p.15
은행이 예금으로 받은 돈을 대출한다는 생각은 은행제도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대출을 통해 허공에서 예금을 창출해낸다는 점이야말로 부분준비제도의 정수에 해당한다.
--- p.39
우리가 어딘가에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일정 기간의 기다림이 필요하고 당연히 그동안 투자한 돈은 찾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수많은 금융자산 중 유독 은행예금은 그렇지 않다. 수익을 얻는 금융자산인 동시에 필요시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참으로 기이한 금융자산인 것이다.
--- p.75
은행 위기가 발발하기 이전 거의 예외 없이 신용팽창, 즉 큰 폭의 대출 증가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은행 위기에 대한 수많은 연구의 한결같은 결론이기도 하다.
--- p.121
18세기 초반 영국의 남해회사버블, 같은 시기 프랑스의 미시시피버블, 19세기 중반의 영국 철도버블, 19세기 후반 내내 반복된 미국의 주가버블, 그리고 대공황에 이르기까지, 신용팽창이 자산버블로 이어진 사례는 차고 넘친다.
--- p.128
고대 그리스, 로마의 은행, 그리고 중세 이후 유럽 도시의 은행은 부분준비제도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러나 영국의 금장 은행은 중앙은행을 클럽의 수장으로 추대함으로써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금장이 현대 은행의 기원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전적으로 중앙은행 덕분이라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 p.165
규제 완화의 쓰나미에 휩쓸려 안전망과 경쟁제한 규제의 단단한 결합은 맥없이 풀려버렸다. 오랜 기간 지하감옥에 갇혀 있던 신용팽창이라는 괴물이 봉인 해제된 것이다. 이제 곧 신용팽창이 재개되고 은행 위기가 닥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금융억압의 종식은 곧 은행 위기의 시작이었다.
--- p.190
안전망이라는 특권은 지급불능 은행의 규모가 클수록(대마불사), 그리고 지급불능에 처한 은행 수가 많을수록(시스템리스크) 보다 신속하고 보다 광범위하게 주어진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제 은행에는 갈 길이 명확히 정해졌다. 최대한 덩치를 키우는 동시에 경쟁자와 최대한 유사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었다.
--- p.202
대마불사 은행들이 자본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이제 은행을 구하려면 자본시장까지 구해야 할 판이었다.
--- p.211
은행이 곧 시장인 작금의 상황에서는 은행과 시장 간의 상호보완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 은행이 무너지면 시장이 무너지고, 시장이 무너지면 은행이 무너지는 체제, 즉 위기가 오면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붕괴되는 체제가 돼버린 것이다.
--- p.214
안전망에 기댄 은행이 상환능력 없는 차입자에 대한 대출청구권을 지속적으로 누적시키는 행위, 이것이 바로 과잉금융의 본질이다.
--- p.243
금융 스스로 독립적인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애초 존재하지도 않는 금융 유토피아를 좇는 꿈결 같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금융 부문의 비대칭적 성장은 그저 과잉금융일 뿐이다.
--- p.255
부채의존경제의 동아줄은 자산가격이다. 과잉금융이 잉태한 부채의존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모든 경제주체는 자산가격 부양이라는 목표를 향해 단일대오를 형성한다. 자산가격이 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 p.275
자유시장경제에서 모든 재화의 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단일 재화의 가격도 아닌, 경제의 모든 부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돈의 가격인 금리를 중앙은행이 직접 결정하겠다고 나섰다. 사회 내 존재하는 저축의 총량과 수많은 경제주체의 의지와 전망으로 결정되어야 할 금리를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p.282
무형자산의 비중이 높아지고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작금의 상황은, 어쩌면 부채의존경제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익 창출이 동반되지 않는 자산은 그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허상이요,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 허상과 판타지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 p.303
느닷없이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현실 앞에 건전한 생산 활동으로 얻는 소득은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더이상 자신의 자리를 지킨 채 본연의 생산 활동에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위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금융자산 축적으로 조기은퇴)가 젊은이들의 목표가 된다.
--- p.304
금융이 먼저 바뀌지 않는 한, 다시 말해 금융 부문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과잉금융과 부채의존경제를 종식시키지 않는 한 ESG 달성은 공염불일 뿐이다.
--- p.309
이제는 [안전망 확대 + 규제 추가] 조합이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위기가 발발하고 난 후 안전망과 규제를 덧대는 응급처치를 반복할 게 아니라 위기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찾아 나서야 한다. 다운스트림에서 더 많은 구조대원을 투입하느라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애들을 물에 던지는 ‘그놈’을 잡으러 업스트림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 p.316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정부가 전능자가 되어 촘촘한 규제를 만들고 이를 통해 피규제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규제하고자 시도하는 것은 재앙을 초래할 뿐이다. 불확실한 세상에서는 다량의 처방전을 발급하는 대신, 몇 가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다소 거칠지만 단순한 방식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 p.320
보편적 법원칙은 우리 내면의 중심에서 깊은 공감을 형성하는 것인 동시에 상식에 기반한 것이다. 결국 모듈화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강건성을 회복하려면 현재의 은행제도에 우리가 공감할 수 없거나 상식에서 벗어난, 즉 보편적 법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없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 p.327
부분준비제도가 시간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금융의 본질을 왜곡시켰기 때문이다. 본래 금융은 인내하는 것이다. 가진 돈을 투자해 결실을 얻으려면 일정 기간의 기다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부분준비제도는 예금의 상시 인출 가능성을 통해 금융에서 기다림, 즉 인내의 필요성을 제거해버렸다. 그럼에도 예금자는 이자라는 대가를 받는다.
--- p.369
경제적 기회의 균등을 제공하던 금융이 이제는 정반대로 경제적 기회의 균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금융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나아가 정치, 사회적 분열을 야기함으로써 인류가 애써 이룩한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 p.14
거의 모든 나라는 예외 없이 은행을 구제하고 있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어떤 기업이 스스로 생존하지 못하고 제3자의 지원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다면 과연 그 기업은 온전한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
--- p.15
은행이 예금으로 받은 돈을 대출한다는 생각은 은행제도를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대출을 통해 허공에서 예금을 창출해낸다는 점이야말로 부분준비제도의 정수에 해당한다.
--- p.39
우리가 어딘가에 돈을 투자한다는 것은, 일정 기간의 기다림이 필요하고 당연히 그동안 투자한 돈은 찾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수많은 금융자산 중 유독 은행예금은 그렇지 않다. 수익을 얻는 금융자산인 동시에 필요시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참으로 기이한 금융자산인 것이다.
--- p.75
은행 위기가 발발하기 이전 거의 예외 없이 신용팽창, 즉 큰 폭의 대출 증가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는 은행 위기에 대한 수많은 연구의 한결같은 결론이기도 하다.
--- p.121
18세기 초반 영국의 남해회사버블, 같은 시기 프랑스의 미시시피버블, 19세기 중반의 영국 철도버블, 19세기 후반 내내 반복된 미국의 주가버블, 그리고 대공황에 이르기까지, 신용팽창이 자산버블로 이어진 사례는 차고 넘친다.
--- p.128
고대 그리스, 로마의 은행, 그리고 중세 이후 유럽 도시의 은행은 부분준비제도 자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역사의 무대 뒤로 사라졌다. 그러나 영국의 금장 은행은 중앙은행을 클럽의 수장으로 추대함으로써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금장이 현대 은행의 기원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전적으로 중앙은행 덕분이라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 p.165
규제 완화의 쓰나미에 휩쓸려 안전망과 경쟁제한 규제의 단단한 결합은 맥없이 풀려버렸다. 오랜 기간 지하감옥에 갇혀 있던 신용팽창이라는 괴물이 봉인 해제된 것이다. 이제 곧 신용팽창이 재개되고 은행 위기가 닥칠 것은 불을 보듯 뻔했다. 금융억압의 종식은 곧 은행 위기의 시작이었다.
--- p.190
안전망이라는 특권은 지급불능 은행의 규모가 클수록(대마불사), 그리고 지급불능에 처한 은행 수가 많을수록(시스템리스크) 보다 신속하고 보다 광범위하게 주어진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제 은행에는 갈 길이 명확히 정해졌다. 최대한 덩치를 키우는 동시에 경쟁자와 최대한 유사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었다.
--- p.202
대마불사 은행들이 자본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이제 은행을 구하려면 자본시장까지 구해야 할 판이었다.
--- p.211
은행이 곧 시장인 작금의 상황에서는 은행과 시장 간의 상호보완은 더이상 기대할 수 없다. 은행이 무너지면 시장이 무너지고, 시장이 무너지면 은행이 무너지는 체제, 즉 위기가 오면 금융 시스템 전체가 붕괴되는 체제가 돼버린 것이다.
--- p.214
안전망에 기댄 은행이 상환능력 없는 차입자에 대한 대출청구권을 지속적으로 누적시키는 행위, 이것이 바로 과잉금융의 본질이다.
--- p.243
금융 스스로 독립적인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애초 존재하지도 않는 금융 유토피아를 좇는 꿈결 같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실물경제와 동떨어진 금융 부문의 비대칭적 성장은 그저 과잉금융일 뿐이다.
--- p.255
부채의존경제의 동아줄은 자산가격이다. 과잉금융이 잉태한 부채의존경제를 지탱하기 위해 모든 경제주체는 자산가격 부양이라는 목표를 향해 단일대오를 형성한다. 자산가격이 신의 자리에 오른 것이다.
--- p.275
자유시장경제에서 모든 재화의 가격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단일 재화의 가격도 아닌, 경제의 모든 부분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돈의 가격인 금리를 중앙은행이 직접 결정하겠다고 나섰다. 사회 내 존재하는 저축의 총량과 수많은 경제주체의 의지와 전망으로 결정되어야 할 금리를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 p.282
무형자산의 비중이 높아지고 무형자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작금의 상황은, 어쩌면 부채의존경제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익 창출이 동반되지 않는 자산은 그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해도 허상이요,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 허상과 판타지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 p.303
느닷없이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현실 앞에 건전한 생산 활동으로 얻는 소득은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더이상 자신의 자리를 지킨 채 본연의 생산 활동에 집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위 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금융자산 축적으로 조기은퇴)가 젊은이들의 목표가 된다.
--- p.304
금융이 먼저 바뀌지 않는 한, 다시 말해 금융 부문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과잉금융과 부채의존경제를 종식시키지 않는 한 ESG 달성은 공염불일 뿐이다.
--- p.309
이제는 [안전망 확대 + 규제 추가] 조합이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위기가 발발하고 난 후 안전망과 규제를 덧대는 응급처치를 반복할 게 아니라 위기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찾아 나서야 한다. 다운스트림에서 더 많은 구조대원을 투입하느라 자원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대신, 애들을 물에 던지는 ‘그놈’을 잡으러 업스트림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 p.316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정부가 전능자가 되어 촘촘한 규제를 만들고 이를 통해 피규제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규제하고자 시도하는 것은 재앙을 초래할 뿐이다. 불확실한 세상에서는 다량의 처방전을 발급하는 대신, 몇 가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다소 거칠지만 단순한 방식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 p.320
보편적 법원칙은 우리 내면의 중심에서 깊은 공감을 형성하는 것인 동시에 상식에 기반한 것이다. 결국 모듈화를 통해 금융시스템의 강건성을 회복하려면 현재의 은행제도에 우리가 공감할 수 없거나 상식에서 벗어난, 즉 보편적 법원칙에 위배되는 것은 없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 p.327
부분준비제도가 시간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는 것은 금융의 본질을 왜곡시켰기 때문이다. 본래 금융은 인내하는 것이다. 가진 돈을 투자해 결실을 얻으려면 일정 기간의 기다림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부분준비제도는 예금의 상시 인출 가능성을 통해 금융에서 기다림, 즉 인내의 필요성을 제거해버렸다. 그럼에도 예금자는 이자라는 대가를 받는다.
--- p.369
경제적 기회의 균등을 제공하던 금융이 이제는 정반대로 경제적 기회의 균등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금융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나아가 정치, 사회적 분열을 야기함으로써 인류가 애써 이룩한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 p.370
출판사 리뷰
은행은 대출로 예금을 만들어내는 곳
대부분의 사람은 은행이 예금을 받아 그 돈으로 대출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은행은 대출을 통해 허공에서(ex nihilo) 예금을 뚝딱 만들어 낸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는 여러분이 은행에 가서 대출받을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은행 창구 직원은 그냥 여러분 명의의 예금계좌를 띄운 모니터에 대출금액을 기록하고 엔터키를 칠 뿐이다. 엔터키를 칠 때마다 은행에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만큼 이익이 떨어진다. 엔터키를 치는 횟수가 늘수록 은행 이익도 커지는 것이다. 은행이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리려는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 세계 경제가 과도한 부채에 신음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현대 은행제도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은행의 역사는 곧 위기의 역사
은행의 부채인 예금은 만기가 없다. 요구불예금은 물론 정기예금도 마찬가지다. 3년 만기 정기예금이라고 해도 여러분이 해지하겠다고 말하는 즉시 은행은 원금을 다 돌려준다. 부채 중 만기가 없는 부채는 은행예금이 유일하다. 예금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만기 없는 부채는 은행 취약성의 근원이다.
은행 간 대출 확대 경쟁, 즉 신용팽창이 벌어지면 필연적으로 불량차입자가 늘어나 은행의 건전성이 훼손된다. 그리고 건전성이 훼손되었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는 즉시 예금자는 치열한 인출 경쟁을 펼친다. 뱅크런이다. 뱅크런이 일어나는 것은 예금의 만기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에 의한 집단적 신용팽창, 뒤이어 벌어지는 집단적 뱅크런은 시공간을 가로질러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뱅크런의 결과는 100% 파산이다. 예외는 없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중세 이후 유럽의 수많은 은행들이 한결같이 집단적 파산을 피해가지 못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래서 은행의 역사는 파산의 역사다. 은행파산을 뜻하는 bankruptcy라는 단어가 파산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가 된 이유다.
불사의 몸이 된 은행
유사 이래 은행은 집단적 신용팽창과 집단적 뱅크런을 겪은 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변화가 생긴 것은 19세기 중반 영국이 중앙은행을 통해 은행을 구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주요 선진국이 영국의 선례를 따랐고, 20세기 들어 대부분의 나라는 중앙은행을 통해 은행을 구제하고 있다. 여기에다 예금보험제도, 정부 지급보증에 이르기까지 은행에 대한 다양한 구제장치, 즉 안전망(safety net)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덕분에 오늘날 은행, 특히 대형은행은 사실상 불사의 몸이 되었다. 그 결과 뱅크런도 점차 지난 시절의 기억이 되고 있다.
과잉금융의 시대, 부채의존경제의 도래
어떤 일을 저질러도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될까.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우리는 겸손해지고 제한된 시간 속에서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애쓴다. 은행은 그렇지 않다. 무한 안전망에 힘입어 불사의 몸이 된 은행에 겸손과 조심스러운 자산운용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 은행에 제공되는 안전망 확대에 맞춰 은행 규모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진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최대 은행 제이피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의 자산은 일반기업 중 최대 기업인 아마존(Amazon) 자산의 7.4배에 달한다. 영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심지어 중국 최대 은행과 최대 기업의 자산 배율은 무려 15배나 된다. 전 세계 자산 규모 상위 100개 기업 리스트는 온통 은행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다. 이는 불사의 몸이 된 은행들이 끝 간 데 없는 대출 확대 경쟁을 펼치면서 덩치를 불린 데 따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과도한 부채가 집적된 소위 부채의존경제(debt-dependent economies)에서 살고 있다.
신의 자리에 오른 자산가격(In Asset We Trust)
부채의존경제에서는 자산가격이 신의 자리에 오른다. 부채를 땔감 삼아 상승한 자산가격이 자칫 하락할 경우, 부채상환이 불가능해지면서 경제가 파탄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부채의존경제에서 모든 경제주체들은 자산가격을 지켜내기 위해 단일대오를 형성한다. 실제로 모든 사람이 주가를 얘기한다. 모든 사람이 집값에 대해 얘기한다.
주가 부양은 부채의존경제의 지상명령이다. 단기적 주가 부양을 위한 과도한 자사주 매입, 인력 감축 등 기업의 체력을 거덜내는 일이 광범위하게 벌어진다. 주가 부양에 앞장서는 경영진에게는 높은 보상을, 일반 직원에게는 낮은 보상을 주려는 힘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된다. 여기에다 중앙은행의 자산가격 지지 정책이 더해지면서 극단적 자산 양극화가 이루어진다. 소득 양극화에다 자산 양극화까지. 이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장년층과 청년층 간에 건널 수 없는 경제적 협곡이 생긴다. 경제적 양극화는 곧 정치 양극화로 이어진다. 전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는 정치적 분열상은 부채의존경제가 잉태한 경제 양극화의 미러이미지(mirror image)에 불과하다.
은행개혁, 금융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출발점
지난 2,000여 년에 걸친 역사가 보여주듯 은행제도는 자생력을 갖지 못한 제도다. 자생력을 결여해 진즉 소멸되었어야 할 제도를 안전망이라는 특권 부여를 통해 소생시킨 것이 현대의 은행제도다. 그러나 자유시장경제에서 특권의 부여는 항상 왜곡을 낳는다.
저자는 자산가격 숭배, 소득 양극화, 자산 양극화, 정치 양극화는 물론, 얼핏 은행제도와는 무관해 보이는 기후위기, 심지어 민주주의의 위기까지도 은행제도와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다소 도발적으로 느껴지는 주장이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방대한 역사적 증거와 치밀한 이론적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고개가 절로 끄떡여진다.
저자는 과잉금융, 부채의존경제에서 벗어나려면 은행제도 개혁이 필수라고 말한다. 개혁을 위한 대안은 100%준비제도다. 새로운 제도 하에서는 은행의 통화 창출, 즉 은행이 허공에서 대출을 통해 예금을 만들어내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대출을 하려면 먼저 저축이 유입되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할 뿐 아니라 얼핏 단순해 보이는 개혁조치가 가져올 변화는 실로 놀랍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은행개혁으로 변화될 세상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
1. 현대 은행제도, 금융의 본질을 파악하고 싶은 사람들
2. 은행의 역사, 금융이론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사람들
3. 금융위기, 부채누적, 양극화의 원인과 대안이 궁금한 사람들
4. 경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
5. 금융권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의 사람은 은행이 예금을 받아 그 돈으로 대출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다. 은행은 대출을 통해 허공에서(ex nihilo) 예금을 뚝딱 만들어 낸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는 여러분이 은행에 가서 대출받을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은행 창구 직원은 그냥 여러분 명의의 예금계좌를 띄운 모니터에 대출금액을 기록하고 엔터키를 칠 뿐이다. 엔터키를 칠 때마다 은행에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만큼 이익이 떨어진다. 엔터키를 치는 횟수가 늘수록 은행 이익도 커지는 것이다. 은행이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리려는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 세계 경제가 과도한 부채에 신음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현대 은행제도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은행의 역사는 곧 위기의 역사
은행의 부채인 예금은 만기가 없다. 요구불예금은 물론 정기예금도 마찬가지다. 3년 만기 정기예금이라고 해도 여러분이 해지하겠다고 말하는 즉시 은행은 원금을 다 돌려준다. 부채 중 만기가 없는 부채는 은행예금이 유일하다. 예금자 입장에서는 편리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만기 없는 부채는 은행 취약성의 근원이다.
은행 간 대출 확대 경쟁, 즉 신용팽창이 벌어지면 필연적으로 불량차입자가 늘어나 은행의 건전성이 훼손된다. 그리고 건전성이 훼손되었다는 소식이 시장에 알려지는 즉시 예금자는 치열한 인출 경쟁을 펼친다. 뱅크런이다. 뱅크런이 일어나는 것은 예금의 만기가 없기 때문이다. 은행에 의한 집단적 신용팽창, 뒤이어 벌어지는 집단적 뱅크런은 시공간을 가로질러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뱅크런의 결과는 100% 파산이다. 예외는 없다.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 중세 이후 유럽의 수많은 은행들이 한결같이 집단적 파산을 피해가지 못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래서 은행의 역사는 파산의 역사다. 은행파산을 뜻하는 bankruptcy라는 단어가 파산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가 된 이유다.
불사의 몸이 된 은행
유사 이래 은행은 집단적 신용팽창과 집단적 뱅크런을 겪은 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변화가 생긴 것은 19세기 중반 영국이 중앙은행을 통해 은행을 구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이후 주요 선진국이 영국의 선례를 따랐고, 20세기 들어 대부분의 나라는 중앙은행을 통해 은행을 구제하고 있다. 여기에다 예금보험제도, 정부 지급보증에 이르기까지 은행에 대한 다양한 구제장치, 즉 안전망(safety net)은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덕분에 오늘날 은행, 특히 대형은행은 사실상 불사의 몸이 되었다. 그 결과 뱅크런도 점차 지난 시절의 기억이 되고 있다.
과잉금융의 시대, 부채의존경제의 도래
어떤 일을 저질러도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다면 우리 삶은 어떻게 될까.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는 바로 그 사실 때문에 우리는 겸손해지고 제한된 시간 속에서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삶을 살고자 애쓴다. 은행은 그렇지 않다. 무한 안전망에 힘입어 불사의 몸이 된 은행에 겸손과 조심스러운 자산운용을 기대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하다. 은행에 제공되는 안전망 확대에 맞춰 은행 규모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진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최대 은행 제이피모건체이스(JP Morgan Chase)의 자산은 일반기업 중 최대 기업인 아마존(Amazon) 자산의 7.4배에 달한다. 영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심지어 중국 최대 은행과 최대 기업의 자산 배율은 무려 15배나 된다. 전 세계 자산 규모 상위 100개 기업 리스트는 온통 은행 이름으로 도배되어 있다. 이는 불사의 몸이 된 은행들이 끝 간 데 없는 대출 확대 경쟁을 펼치면서 덩치를 불린 데 따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과도한 부채가 집적된 소위 부채의존경제(debt-dependent economies)에서 살고 있다.
신의 자리에 오른 자산가격(In Asset We Trust)
부채의존경제에서는 자산가격이 신의 자리에 오른다. 부채를 땔감 삼아 상승한 자산가격이 자칫 하락할 경우, 부채상환이 불가능해지면서 경제가 파탄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부채의존경제에서 모든 경제주체들은 자산가격을 지켜내기 위해 단일대오를 형성한다. 실제로 모든 사람이 주가를 얘기한다. 모든 사람이 집값에 대해 얘기한다.
주가 부양은 부채의존경제의 지상명령이다. 단기적 주가 부양을 위한 과도한 자사주 매입, 인력 감축 등 기업의 체력을 거덜내는 일이 광범위하게 벌어진다. 주가 부양에 앞장서는 경영진에게는 높은 보상을, 일반 직원에게는 낮은 보상을 주려는 힘이 강하게 작동하면서 소득 양극화가 심화된다. 여기에다 중앙은행의 자산가격 지지 정책이 더해지면서 극단적 자산 양극화가 이루어진다. 소득 양극화에다 자산 양극화까지. 이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장년층과 청년층 간에 건널 수 없는 경제적 협곡이 생긴다. 경제적 양극화는 곧 정치 양극화로 이어진다. 전 세계 곳곳에서 목격되는 정치적 분열상은 부채의존경제가 잉태한 경제 양극화의 미러이미지(mirror image)에 불과하다.
은행개혁, 금융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출발점
지난 2,000여 년에 걸친 역사가 보여주듯 은행제도는 자생력을 갖지 못한 제도다. 자생력을 결여해 진즉 소멸되었어야 할 제도를 안전망이라는 특권 부여를 통해 소생시킨 것이 현대의 은행제도다. 그러나 자유시장경제에서 특권의 부여는 항상 왜곡을 낳는다.
저자는 자산가격 숭배, 소득 양극화, 자산 양극화, 정치 양극화는 물론, 얼핏 은행제도와는 무관해 보이는 기후위기, 심지어 민주주의의 위기까지도 은행제도와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다소 도발적으로 느껴지는 주장이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방대한 역사적 증거와 치밀한 이론적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고개가 절로 끄떡여진다.
저자는 과잉금융, 부채의존경제에서 벗어나려면 은행제도 개혁이 필수라고 말한다. 개혁을 위한 대안은 100%준비제도다. 새로운 제도 하에서는 은행의 통화 창출, 즉 은행이 허공에서 대출을 통해 예금을 만들어내는 일은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 대출을 하려면 먼저 저축이 유입되어야 한다. 지극히 당연할 뿐 아니라 얼핏 단순해 보이는 개혁조치가 가져올 변화는 실로 놀랍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은행개혁으로 변화될 세상의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목격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
1. 현대 은행제도, 금융의 본질을 파악하고 싶은 사람들
2. 은행의 역사, 금융이론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는 사람들
3. 금융위기, 부채누적, 양극화의 원인과 대안이 궁금한 사람들
4. 경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
5. 금융권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
추천평
금융위원장 재직 시절 과도한 부채의 위험성을 강조했던 나에게 『부채로 만든 세상』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은행역사, 금융이론, 금융위기에 대한 풍부한 내용을 담은 이 책은 금융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하는 이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 확신한다.
-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 고승범 (전 금융위원장)
가독성과 깊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책이다. 특히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의 원인이 과도한 부채를 양산하는 은행제도에 있다는 저자의 논증은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금융에 대한 지식과 통찰로 가득한,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 박상용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 박상용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깊은 성찰이 돋보이는 명저다. 『부채로 만든 세상』은 현대 은행제도에 내재한 불안정성의 원인과 그 대안을 역사적 고찰과 이론적 분석을 통해 제시한다. 프롤로그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책의 구석구석 오랜 세월 저자가 품었을 고민과 열정이 그대로 녹아 있다.
-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금융실무, 연구기관, 감독당국에서 저자가 다년간 축적한 경험과 혜안이 오롯이 느껴지는 책이다. 저자는 현대 금융시스템 취약성의 원인이 부분준비은행 제도에 있음을 치밀하게 파헤친다. 금융을 연구하는 학자뿐 아니라 정책담당자들도 필독해야 할 책이다.
-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 신진영 (자본시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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