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인문교양 (독서>책소개)/2.에세이

장준하의 말 (한국 에세이)

동방박사님 2024. 8. 1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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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장준하, 이제 우리가 그를 만나러 갑니다.

뱃사람들이 칠흑 같은 밤바다에서 북극성을 바라보며 길을 잡듯, 해방된 조국에 살고자 하는 희망을 북극성 삼아 쉼 없는 선택으로 점철되었던 장준하의 삶을 이제 우리가 마주한다. 옳은 일에 왕도가 있을 수 없다고 스스로 말한 대로, 그는 광복군으로, 정치인으로, 그리고 언론인으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 나서는 끊임없는 선택을 보여준다.

장준하는 누군가 이상의 별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희망이라고 하였다. 사실 장준하 자신이야말로 희망을 안고 지성을 다하여 이상의 별을 목표로 삼아 쉼 없이 선택하며 나아간 사람이다. 그 길에 따르는 고난은 자력으로 해방을 이루지 못해 치르는 시대의 비애라 여기며, 더는 못난 조상이 되지 않기 위해 내디딘 걸음마다 고뇌하고 결단을 이어간 것이 장준하의 삶이었다.

그의 말에는 바로 그 고뇌와 결단이 오롯이 담겨 있다. 장준하의 말은 「사상계」, 「기독교사상」, 「씨ㅇㆍㄹ의 소리」 그리고 그의 옥중 출마 선언에 담겨 그대로 장준하의 사상이 되었다. 이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는 장준하의 말을 통해 우리의 시대와도 만날 것이다.

이 책 마지막 부분에는 장준하 선생 일대기를 화보로 구성하였다. 그간 장준하 선생의 행적에 대한 사진이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실려 있었지만 이 화보집은 일대기 형식으로 재구성하여 실었다. 또 이 책은 장준하 선생 서거 48주년을 맞아 출간하였다. 마침 오는 8월 17일에 경기도 파주시 공원 묘소에서 장준하기념사업회 주관으로 48주기 추모식이 열린다.

목차

추천의 말
엮은이의 말

1편 │민주사회에 대하여
2편 │정치 개혁에 대하여
3편 │역사에 대하여
4편 │지식인에 대하여
5편 │민족 독립에 대하여
6편 │자주외교에 대하여
7편 │남북통일에 대하여
8편 │언론 자유에 대하여
부록 │민족주의자의 길 _ 장준하

장준하 선생 연보
화보로 엮은 장준하 일대기

저자 소개

저 : 장준하
1918년 8월 27일, 평안북도 의주에서 태어나 고난의 한국 현대사를 몸으로 살았던 민족의 꺼지지 않는 등불 같은 지도자이다. 일제하에서는 독립군으로, 해방 후에는 언론인과 민주투사로서 「사상계」를 통해 자주적 통일 민주 국가를 세우는 사회설계자(Social Disigner)의 역할을 하며 지식인들과 민중에게 깨어있는 꿈과 새로운 희망을 실어 주었다. 그는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믿음으로 반민주적인 부패한 ...

편 : 연규홍

한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교회사 전공)를 받았다. 전남 해남의 삼산서부교회 현장목회를 시작으로 육군 군목과 (주) 린나이 코리아 사목으로 일하였다. 호서대, 루터신대, 서울장신대, 나사렛대 등에서 강의하였다. 2007년 가을 미국 버클리 대학의 GTU(Graduate Theological Union) 초빙교수로 강의하였다. 현재 한신대학교 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한신대...

책 속으로

사회를 구성한 자가 인간 개인이며 사유하고 의욕하고 정감하는 자가 개인인 한, 반성과 기획과 창작을 기대함도 개인일 뿐이다. 이러므로 비판의 표준을 정함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예상되는 주체는 인간 개인일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의 개성을 발휘시키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데에서만 사회는 진정한 발전을 볼 수 있는 것이다.
---「1편 _ 민주사회에 대하여」중에서

한국은 도시 사람들만을 위하는 나라라는 말이 있다. 심지어는 “지방은 서울 사람들을 위하여 있는 식민지가 아니냐”는 극언까지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발걸음이 오직 서울 중심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결과로 서울을 비롯한 큰 도시는 직장 없는 사람들의 유입으로 인구만 팽창하여가고 한편 지도자도 없고 중앙의 협조가 부족한 농어촌은 날로 피폐를 더하고 있다. 그들은 오직 말단 관원들의 무계획한 지휘 밑에 이리 움직이고 저리 밀려가며 원시적 생활방식만으로 되풀이해 나갈 뿐이다.
---「2편 _ 정치 개혁에 대하여」중에서

역사는 불연속적 현실의 무한한 연속이다. 우리의 현실도 영원한 역사 속에서 일어난 유(唯)일회적인 사건이면서 이 역사를 형성하는 절대적인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실에 대한 정확한 파악 없이 역사는 정당히 이해되지 않으며 역사에 대한 정당한 이해 없이 새로운 역사의 창조나 보다 나은 현실에로의 지양은 바랄 수 없을 것이다. 사고의 필요성은 현실을 합리화시키거나 도피함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하고 보다 우월한 것으로 향상 발전시킴에 있는 것이다. 이러므로 사고의 목표는 항상 현실에 대한 가장 정당한 비판과 결함 제거에 두어야 하며 나아가 새 역사 창조에 두어야 한다.
---「3편 _ 역사에 대하여」중에서

우리가 우리의 조국을 사랑하고 이에 봉사함을 지상의 영광으로 삼는 소이는, 유구 5천 년 우리 조상의 희망과 꿈과 정열과 비애와 피와 땀이 이 강산에 서리어있고 미래 영원히 우리 자손의 운명의 터전이 또한 이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은 조상을 아끼는 마음에 통하고 자손을 걱정하는 마음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인간 세상에서 이처럼 고귀하고 이처럼 순수무결한 감정은 또다시 없을 줄로 압니다.
---「4편 _ 지식인에 대하여」중에서

추천평

이 책은 1953~1964년까지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났던 중요 역사적 고비마다 위정자, 기득권 세력, 반민족적 부류들의 공망적 행태를 두려움 없이 꾸짖고, 교화하기를 주저함이 없었으며, 국민에게는 진실을 알리기에 노심초사하셨던 장준하 선생님의 「사상계」의 권두언 모음입니다. … 이 책이 많은 후학과 국민에게 읽혀 잊혀가는 이 나라 역사의 정통성, 정체성이 살아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 장호권
장준하, 그는 믿음으로 말한다. 말은 영혼이다. 말하는 이를 죽여도 그가 말한 ‘말’은 죽일 수 없다. 그것은 말에 그의 영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장준하, 그는 영혼으로 살고 영혼으로 말을 했던 사람이다. 1985년 8월 17일 유신헌법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으로 그는 포천 약사봉에서 죽었지만, 그것은 그의 육신을 죽였을 뿐이지 그의 영혼을 죽일 순 없었다. … 장준하는 일평생 변함없이 자주적인 민족통일 국가의 건설과 설립 구상을 말하였다. 그러나 장준하에게 이런 이상과 꿈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것을 위해 모든 민족 구성원 하나, 하나의 생각과 마음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언론의 자유는 그래서 필요하고 언론인의 사명은 그래서 막중한 것이다. 그것이 「사상계」였고, 그 사상계마저 출판이 막혔을 때 그는 붓을 꺾고 몸으로 직접 민중과 소통하는 정치인의 자리로 나섰다.
- 연규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