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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해방 조선의 민낯과 비정한 조국
그 속에서 역(逆) 디아스포라의 서사를 펼치다
이 책은 2012년 역사비평사에서 출간해 10쇄를 찍은 『조선을 떠나며』의 자매편으로 기획되었다. ‘1945년 패전을 맞은 일본인들의 최후’라는 부제를 가졌던 전작과는 반대로, 이번에는 조선에서 해외로 강제 동원되었거나 거류하던 사람들이 ‘다시 조선으로’ 돌아오고 생존하는 이야기다. 이른바 귀환자들이 해방된 조국으로 귀환하고 정착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거친 현실은 참으로 엄혹한 것이었다. 지은이 이연식은 해방 조선의 민낯과 비정한 사회 분위기에 대해 당시 자료를 바탕으로 30여 개의 에피소드로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디아스포라(Diaspora)는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혹은 이주 그 자체”를 뜻한다. 한마디로 “타국 살이”, “타국으로의 이주”다. 반면 이번 『다시 조선으로』에서 지은이가 향하는 시선은 바로 그 타국 살이를 끝내고 원래의 본토로 돌아가는 자들의 행로와 마음을 향한다. 이른바 ‘역 디아스포라(reverse diaspora)’의 드라마다. 거기에 조국이라는 미명의 공동체가 있었으나, 동시에 그곳은 싸움질만 하는 아수라, 제 욕심만 부리는 아귀, 못된 악업만 쌓는 축생들의 도가니이기도 했다.
목차
프롤로그
1장 해방 조선의 민낯
여자경찰대 발족, 귀환 부녀자들의 매음굴 소탕 작전
공창 폐지 후 더욱 늘어난 사창, 그 뒷배의 실체
부둣가의 새 범죄자, 밀가루와 석탄 창고를 턴 고사리손
어느새 사라진 귀환자 수용소의 비상식량과 약품들
경찰 트럭에 실려 내버려진 사람들
자릿세 협박에 노점상마저도 언감생심
아사와 동사, 곁눈질마저 거둔 빙설氷雪 같은 동포애
2장 해방 후에도 이어진 지독한 인연
돌아가는 일본인과 돌아오는 조선인
전례 없는 인구이동과 대혼란
전재민이란 낙인, 인재人才인가 인재人災인가
강물 위를 걸어가는 도인의 숨겨진 과거
도쿄 태생 아씨의 ‘낙향’
험난하기 그지없던 탄광 갱부들의 ‘귀향’
조선총독부의 ‘음험한’ 프로젝트
뜻하지 않은 양 민족의 불편한 동거
낯부끄러운 태세 전환
3장 탐욕과 죄악의 판도라 상자, 적산가옥과 고급 요정
미군정,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더라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미군정의 위기관리
‘모리배’와 ‘간상배’, 드디어 날개를 달다
해방군의 선물, 포르노와 극한의 도파민
명월관의 도색영화 상영, 마침내 분노의 쓰나미를 부르다
도색야회의 현장에서 덜미를 잡힌 수도경찰청장
요정개방을 꺼리는 ‘모리배’와 ‘간상배’의 실체
만악의 근원, 요정과 유곽을 당장 집 없는 자에게 개방하라
4장 해방 조선에서 출세를 하려면
백제 왕궁터에서 태어난 초대 서울시장의 황금 인맥
영어 선생님이 서울시장으로 발탁된 사연
백주 대낮에 유괴당한 전임 시장님의 청파동 조카딸
퇴임 후에야 드러난 서울시장의 두 얼굴
‘복마전’이 된 서울시를 샅샅이 뒤진 검찰 수사진
청파동 ‘적산가옥’의 미스터리
경성 시대 고급 주택단지에서 쏟아져 나온 급매물
용산 일대에 새겨진 역사의 편린들
5장 비정하기만 했던 나의 조국, 조선
숨 가쁘게 휘몰아치는 사건 사고
미뤄지는 요정개방과 알 수 없는 당국의 해명
해방 공간의 고난도 퍼즐 게임
경성 미쓰코시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사이에 가려진 역사
친일경찰이 ’모리배‘와 운명을 같이 한 까닭은
소규모 귀속재산 불하소동
누구를 위한 가주택 건설과 귀농 알선인가
다시 고향을 등지는 사람들, 조국이 이럴 줄은 몰랐소
귀환자와 월남민의 아픔은 만국 공통의 상처
에필로그
남은 자, 남겨진 자, 돌아오지 못한 자의 그림자
저자 소개저 : 이연식 (YI YEONSIK)
이연식(李淵植 / YI, YEONSIK)은 현재 일본 소피아대(上智大, 蘭科硏) 및 유럽 대학 연합 국제공동연구단 학술연구기금 교수로서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 인구이동을 연구하고 있다. 주로 유럽제국과 일본제국 붕괴 후 본국인의 귀환 과정, 재산 처리와 법적 지위, 인구 유입으로 인한 사회문제를 비교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정착지를 찾지 못한 실향민(Displaced Person), 국제난민(Internation...
안녕하세요. 이 책의 저자 입니다.
sakurabas (historysansai@yahoo.co.jp) | 2024-10-16
‘조선을 떠나며" 10쇄 간행과 한중일 해외 출판을 기념해 자매편(후속편)을 출간하자는 제안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다. 미루기를 여러 번, 결국 눈 한번 질끈 감고 최종 원고를 에디터 선생님께 냅다 송부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인쇄기에서 나올 새 책은 이미 독자들의 것이다. 2차대전 후 지구 곳곳에서 떠나가는 사람들과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쌍방향 "이동은 팽팽한 긴장 속에서 서로 영향을 미치며 연동했다. 따라서 "조선을 떠나며"는 이 땅에서 떠나가는 사람들만 정리한 반쪽짜리 책인 셈이었다. 10여 년이 지나 이제 그 나머지 "반쪽"을 채우려 한다. 무간지옥에서 인간계로 환생한 아수라, 아귀, 축생들이 판치는 조국이란 이름의 무너진 공동체, 해방 후 그곳에 버려진 "전재민"으로 불리던 귀환자와 월남민, 그리고 도시빈민. 과연 2024년 현재 대한민국은 달라졌는가? 사실 우리는 해방 이래로 분단, 전쟁, 개발, 성장 등 온갖 변명으로 "사회적 통합"이란 시대적 과제를 미뤄왔다. 이따금 국회 청문회를 보고 있자면, ?"왜 하필 고비 때마다 역사 속의 빌런들은 그토록 끈질기게 환생하는 것일까! 어쩌면 일찌감치 해방 공간에서 끝냈어야 할 숙제를 마냥 미뤄온 업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곤 한다. 메이지 천황과 대한제국의 고종 황제는 1852년 쥐띠생 동갑나기였다. 이들의 판이한 향후 행보는 급기야 두 나라의 운명을 갈랐고, 그 영향은 1945년 8월에 그치지 않고 지금 2024년에도 우리의 일상을 옥죄고 있다. "제대로 무너져 내린 공동체", 균열투성이 대한민국에서는 지금 지역, 계급, 계층, 직업, 직역, 젠더, 세대 간 갈등으로 온갖 "갈라치기"가 횡행하고, 날마다 폭주하는 광기와 망상을 실시간으로 마주하고 있다. 모쪼록 이번 "다시 조선으로"에서 지면에 빼곡히 담아낸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매몰차게 내쳤던 해방 공간의 비정한 모습을 통해 바로 지금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지은이 쓰다 -
책 속으로
적어도 미군정의 철퇴 지시에 따라 일본인들이 모두 돌아가고, 장충단에 제1호 귀환자 구호소가 설치된 1946년 3월 이후에는 이들이 남기고 간 건물에 귀환자나 초기 월남민을 얼마든지 수용할 수도 있었을 터인데 왜 그런 소동이 벌어졌을까. 그 해답의 단서는 김형민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에서 곧 요릿집을 개방할 예정이지만 ‘사정상’ 이름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한 미묘한 답변에 숨어 있었다. 즉 이미 누군가가 그 건물들을 차지하고서는 내놓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해방 후 해외 귀환자의 유입으로 인해 발생한 모든 사회적 갈등과 후유증의 시발점이자 기폭제였다고도 볼 수도 있다.
--- 「1장」 중에서
이렇듯 많은 변수가 존재하기는 했지만 종전 후 이루어진 대규모 인구이동은 본질적으로 뚜렷한 특징을 내포하고 있었다. 즉 이동하는 사람들의 송환과 수용 사이에는 이동 당사자의 개인적인 선택권보다는 조선인ㆍ일본인ㆍ점령군이라는 각 행위 주체의 집단적ㆍ민족적ㆍ국가적 이해관계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말하자면 이들 3자 간의 각기 다른 필요ㆍ욕망ㆍ지향이 서로 충돌하는 가운데 이것이 미세 조정되는 방식으로 전후 인구이동의 논리와 틀이 만들어진 셈이다.
--- 「2장」 중에서
남한의 제 정당 및 사회단체, 그리고 학계에서는 일본인들이 항복 방송을 듣자마자 벌인 일련의 행동을 지켜본 뒤, 이러한 끔찍한 사태를 예상하고 다양한 경로로 일본인 소유 재산을 당장 ‘동결’해 자유 매매를 금지하고, 이들이 보유한 화폐를 공공 기관에 ‘등록ㆍ예탁’시켜 국가(남한에 수립될 임시정부나 군정 당국)가 철저히 ‘관리’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하지만 미군은 진주 후 이러한 남한 사회의 권고를 무시한 채 1945년 9월 25일 일본인 사유재산의 매매(미군정법령 제2호)를 허용함으로써 도저히 수습할 수 없는 탐욕과 죄악의 판도라 상자를 기어코 열고야 말았다.
--- 「3장」 중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해방과 건국이란 시공간은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극한의 ‘양극화’가 사회 전면으로 파급된 시기였다. 이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조적인 사회현상이 부유층 자제의 ‘유괴’와 극빈 가정 유아의 ‘밀장密葬’이다. 즉 부잣집 아이는 부모의 금품을 노리는 유괴범들의 손쉬운 표적이 되기 일쑤었다. 반면에 가난한 집 아이는 병들거나 굶어 죽어도 부모가 장사를 치를 돈조차 없어 매장은 고사하고 허름한 거적 등으로 말아 인적이 뜸한 외진 곳에 버려지는 일이 적잖았다. 이것은 일견 정반대의 상황으로 비칠지는 모르지만 결국 ‘고르지 못한’ 공동체 안에서는 그 구성원이 금수저이든 흙수저이든 결과적으로 그 누구도 편안하게 지낼 수 없다는 것을 매우 거칠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 「4장」 중에서
남한에서 새 삶을 살아보겠다던 귀환자나 초기월남민의 원대한 꿈은 열악한 정착 환경과 더불어 남한 사회의 ‘냉대’ 속에서 식어갔다. 1946년 봄부터 여름에 걸쳐 급증한 만주 재이민과 일본 재밀항 현상은 해방 직후 신국가 건설의 열기라든가, 민족주의의 고조 속에서 한껏 물신화된 ‘국가’와 ‘민족’의 허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먹을거리도 해결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의 손길도 내밀지 못한 조국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되묻게 한다. 이러한 남한의 구호 능력과 사회적 통합 능력의 취약성은 오랜 식민 지배로 인해 구조화되었다. 여기에 더해 미군정의 점령 통치로 인해 이들 소외된 자들에 대한 사회적 구호 요구가 무시된 결과, 남한 사회는 귀환자, 월남민, 도시 빈민에게 있어 ‘비정한 조국’이 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웃사촌이라고 믿었던 주변 사람에게 입은 마음의 상처로 인해 ‘피를 나눈 동포’라는 것은 애초부터 있지도 않은 헛된 신화라는 것을 뼛속 깊이 새기게 되었다.
--- 「5장」 중에서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4603998>
'37.대한민국 현대사 (독서>책소개) > 1.해방전후.미군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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