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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철학의 쓸모, 마르크스의 쓸모
철학은 ‘쓸모없는’ 취급을 받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우리가 철학을 찾는 것은 왜일까? 철학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어떤 해결책을 찾는 역할에 큰 쓸모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학문과 기술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철학은 우리가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방식과 과정이 적절한지를 검토하게 한다. 내가 하는 모든 생각의 전제인 관점과 논리를 반성하게 한다는 것은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반성하게 하므로 불편하고 힘들다. 그 때문에 철학은 삶을 스스로 책임지기를 원치 않는 이에게는 쓸모가 없지만,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사는 삶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그런 삶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르크스의 ‘쓸모’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취급되지만 19세기에 활동한 이 사상가가 21세기인 지금도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소환되는 것은 “사람들을 부추겨 진짜 세상 속으로 뛰쳐나가게 만드는 나쁜 친구”로 지금껏 마르크스만한 이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비판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던 사상가다. 그는 자본주의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질서와 사고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속한 이 세상을 직시하고 의심하고 반성하게 만들고, 그래서 불편하고 위험하다. 하지만 철학의 역할이 그러하듯 마르크스의 철학은 우리가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걸음을 뗄 수 있게 돕는다.
철학은 ‘쓸모없는’ 취급을 받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우리가 철학을 찾는 것은 왜일까? 철학은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어떤 해결책을 찾는 역할에 큰 쓸모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다른 학문과 기술들이 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철학은 우리가 세상을 보고 생각하는 방식과 과정이 적절한지를 검토하게 한다. 내가 하는 모든 생각의 전제인 관점과 논리를 반성하게 한다는 것은 내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을 반성하게 하므로 불편하고 힘들다. 그 때문에 철학은 삶을 스스로 책임지기를 원치 않는 이에게는 쓸모가 없지만,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사는 삶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는 그런 삶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마르크스의 ‘쓸모’ 역시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구시대의 유물처럼 취급되지만 19세기에 활동한 이 사상가가 21세기인 지금도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소환되는 것은 “사람들을 부추겨 진짜 세상 속으로 뛰쳐나가게 만드는 나쁜 친구”로 지금껏 마르크스만한 이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비판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던 사상가다. 그는 자본주의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질서와 사고가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가 속한 이 세상을 직시하고 의심하고 반성하게 만들고, 그래서 불편하고 위험하다. 하지만 철학의 역할이 그러하듯 마르크스의 철학은 우리가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걸음을 뗄 수 있게 돕는다.
목차
들어가며 7
1장. 노동은 왜 괴로운 일이 되었나 13
2장. 우리, 인간은 누구인가 25
3장.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를 넘어 38
4장. 민주주의와 국가의 두 얼굴 57
5장. 경제는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 72
6장. 인간과 자연 관계의 균열 82
7장. 우리는 세상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101
8장. 더 이상 새로운 세상은 없다? 119
9장. 유물론과 변증법 140
책을 마치며: 한 걸음 앞으로 157
인용하거나 참고한 자료 161
1장. 노동은 왜 괴로운 일이 되었나 13
2장. 우리, 인간은 누구인가 25
3장.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를 넘어 38
4장. 민주주의와 국가의 두 얼굴 57
5장. 경제는 인간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 72
6장. 인간과 자연 관계의 균열 82
7장. 우리는 세상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101
8장. 더 이상 새로운 세상은 없다? 119
9장. 유물론과 변증법 140
책을 마치며: 한 걸음 앞으로 157
인용하거나 참고한 자료 161
책 속으로
게다가 철학은 세상 밖으로 나간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실용적인 조언도 해주지 않는다. 철학은 쓸모없는 학문이라 이미 말했다. 세상의 문제를 보는 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대한 반성만으로 온전히 스스로 판단해 세상에 나가야 한다. 힘든 과정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과정을 ‘독립적’, ‘주체적’인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기를 원치 않는 사람에게 철학은 정말로 쓸모없다. 그러나 당당하고 주체적으로 사는 삶이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이들에게 철학은 많은 것을 주지는 못해도, 그런 삶을 시작하도록 도울 수는 있다. 그게 철학이다. --- p.9
이 책은 근대 이후 서양철학의 중요한 주제들을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간략하게 소개한다. 마르크스는 오늘날의 세계, 즉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비판하며 새로운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찾았던 사상가다. 그의 정치적 입장에 찬성하고 반대하고는 독자의 주체적인 판단의 몫이다. 그러나 그의 철학이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겨온 사고의 틀을 어떤 방식으로 의심하고 얼마나 뒤흔드는지는 알았으면 한다. 세상이 사각형 모양의 손바닥만한 것이라 믿으며 독방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사람들을 부추겨 진짜 세상 속으로 뛰쳐나가게 만드는 나쁜 친구로 마르크스만한 이가 여태껏 없었기 때문이다. --- p.10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연합체”라는 《공산당 선언》의 잘 알려진 구절이 마르크스주의적 공동체의 이념을 보여준다. 개인과 공동체 중의 하나를 택하라는 요구에 우리가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립적인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가 변화하려면 개인과 공동체 모두 지금과는 다르게 변화해야 하며, 그 방식은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를 상승시키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마르크스의 입장이다. --- p.55
물이 담긴 잔에 잠긴 막대는 굽어 보이기 때문에, 막대의 원래 모습을 알려면 반대 방향으로 같은 각도만큼 다시 막대를 구부려서 생각해야 하듯이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는 피지배계급의 관점으로 교정되어야 한다. 피지배계급의 관점은 편향되어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인식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지식과 가치관을 누가, 왜, 어떤 수단으로 만들고 배포했는지, 그리고 그 의식을 받아들이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낳을지를 보는 것이다. --- p.118
인간의 주체적 실천의 지침은 실천을 통해 객관적 조건과 서로 작용을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현실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통해 잠정적인 지표가 만들어지고 그 지표는 실천을 통해 검증되며 오류가 드러나면 다시 수정되는, 그런 과정을 반복하며 앞으로 나가는 것이 역사 발전의 과정이다. 올바른 혁명의 시기가 언제인가라는 물음의 정답은 미리 주어져 있지 않다. --- p.133
거듭 이야기하지만 마르크스주의는 실천의 한 방식이며 현실이라는 맥락 속에서 의미가 결정된다. 따라서 초월적이고 보편적인 사상이 아니다. 마르크스주의를 이해하려면, 특히 실천적 관심에서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하려 한다면 마르크스주의 학습이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반드시 물어보아야 한다. 부와 권력의 구조적이고 극심한 불평등이 한 사회 안에, 또 사회들 사이에 존재하는 세상에서 마르크스주의를 실천의 자원으로 생각하고자 하는 나는 어느 편에 속하는가, 그리고 누구의 편이기를 원하는가? 대답은 각자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모두를 위한 마르크스주의는 누구에게도 의미가 없다.
이 책은 근대 이후 서양철학의 중요한 주제들을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간략하게 소개한다. 마르크스는 오늘날의 세계, 즉 자본주의 사회를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비판하며 새로운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찾았던 사상가다. 그의 정치적 입장에 찬성하고 반대하고는 독자의 주체적인 판단의 몫이다. 그러나 그의 철학이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 당연하게 여겨온 사고의 틀을 어떤 방식으로 의심하고 얼마나 뒤흔드는지는 알았으면 한다. 세상이 사각형 모양의 손바닥만한 것이라 믿으며 독방 속에 스스로를 가두는 사람들을 부추겨 진짜 세상 속으로 뛰쳐나가게 만드는 나쁜 친구로 마르크스만한 이가 여태껏 없었기 때문이다. --- p.10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모두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연합체”라는 《공산당 선언》의 잘 알려진 구절이 마르크스주의적 공동체의 이념을 보여준다. 개인과 공동체 중의 하나를 택하라는 요구에 우리가 응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대립적인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가 변화하려면 개인과 공동체 모두 지금과는 다르게 변화해야 하며, 그 방식은 개인과 공동체가 서로를 상승시키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마르크스의 입장이다. --- p.55
물이 담긴 잔에 잠긴 막대는 굽어 보이기 때문에, 막대의 원래 모습을 알려면 반대 방향으로 같은 각도만큼 다시 막대를 구부려서 생각해야 하듯이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는 피지배계급의 관점으로 교정되어야 한다. 피지배계급의 관점은 편향되어서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인식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건이 아니라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현실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중요한 것은 어떤 지식과 가치관을 누가, 왜, 어떤 수단으로 만들고 배포했는지, 그리고 그 의식을 받아들이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낳을지를 보는 것이다. --- p.118
인간의 주체적 실천의 지침은 실천을 통해 객관적 조건과 서로 작용을 주고받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진다. 현실에 대한 과학적 인식을 통해 잠정적인 지표가 만들어지고 그 지표는 실천을 통해 검증되며 오류가 드러나면 다시 수정되는, 그런 과정을 반복하며 앞으로 나가는 것이 역사 발전의 과정이다. 올바른 혁명의 시기가 언제인가라는 물음의 정답은 미리 주어져 있지 않다. --- p.133
거듭 이야기하지만 마르크스주의는 실천의 한 방식이며 현실이라는 맥락 속에서 의미가 결정된다. 따라서 초월적이고 보편적인 사상이 아니다. 마르크스주의를 이해하려면, 특히 실천적 관심에서 마르크스주의를 공부하려 한다면 마르크스주의 학습이 누구와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반드시 물어보아야 한다. 부와 권력의 구조적이고 극심한 불평등이 한 사회 안에, 또 사회들 사이에 존재하는 세상에서 마르크스주의를 실천의 자원으로 생각하고자 하는 나는 어느 편에 속하는가, 그리고 누구의 편이기를 원하는가? 대답은 각자 다를 것이다. 하지만 모두를 위한 마르크스주의는 누구에게도 의미가 없다.
--- p.159
출판사 리뷰
모두를 위한 마르크스는 없다
세미나 네크워크 ‘새움’,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 등에서 활동했고, 마르크스주의의 대중화를 역설하며 이를 위해 교육, 세미나, 강독 등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좌파 활동가이자 지식인 한형식은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마르크스 철학 입문서인 이 책을 통해 마르크스 철학의 ‘쓸모’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한 사회 안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와 사회 사이에서도 부와 권력이 매우 불평등하게 분배된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직시하고,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착취와 억압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과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사다리가 바로 마르크스의 철학의 역할이며, 그것을 쉽고 간략히 소개한 이 책의 역할도 그것과 같다.
특히 저자는 이 책을 ‘일하는 사람, 원치 않는 일로 삶이 피폐해진 사람, 살기 위해 그런 일이라도 구하려 애쓰는 사람, 그런 노력조차 포기할 만큼 지친 사람’, 그러니까 ‘노동자’를 위한 마르크스 철학 입문서라고 칭한다. 마르크스 철학은 애초에 철저히 현실을 분석하고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철학이기에, 삶과 세상을 바꾸는 실천의 한 방식이다. 지금 우리가 숨 쉬고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을 제대로 바라보고, 분석하고, 바꾸어가는 데 필요한 자원이다. 그렇기에 불평등한 이 사회에서 마르크스 철학은 당연히 모두를 위한 철학일 수 없고, 모두를 위한 마르크스 철학은 무의미하다.
“계급사회라는 조건 속에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는 피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 스스로의 관점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는 항상 피지배계급의 관점은 편향된 것이고 자신들의 관점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의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두고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나라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말, 그리고 반면 자본가들과 정치인들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생각한다는 말을 우리는 지겹게 듣는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은 어떤 병도 치료하지 못한다.”(118쪽)
세상을 직시하고 삶을 바꾸고 싶은 이들에게 필요한 마르크스 연습
마르크스주의는 혹자들이 그리듯 어떤 교의도 아니고 마르크스의 저작은 종교적 경전도 아니다. 애초에 마르크스의 사상은 철저히 현실적이고 세속적이며 역사적이라는 점을 저자는 내내 강조한다. 초월적이고 영원한 진리를 밝히는 데는 관심이 없고, 현실을 분석하고 그를 통해 현실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사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양극단의 하나를 선택하거나 그 둘의 기계적 절충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유연한 대안을 상상하는 것이 바로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이자 ‘방법론’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애썼다.
그래서 전통적인 서양철학의 주제들에 마르크스 철학이 어떻게 응답했는지 역시 그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이 책은 마르크스 철학이 노동 문제, 인간론, 정치철학의 여러 문제들(개인과 공동체의 문제, 민주주의와 국가를 둘러싼 문제 등), 경제철학, 생태학, 인식론, 역사철학 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아홉 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개하는데, 흔히 사용하는 개념쌍을 소개하고 그 문제틀이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 후, 유물론적 관점과 변증법적 방법을 대안으로 소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저자에게 마르크스의 사상이란 바로 억압당하는 우리들의 무기다. “마르크스 자신은 착취당하고 억압당하는 이들이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무기로 자신의 사상이 사용되기를 원했”(157쪽)고, 그래서 저자는 이 작은 한 권의 책을 통해 마르크스의 사상을 소개하려 한다. 불평등에 치이고 삶에 지친 이들이 짧은 시간이라도 내어 부담없이 이 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나와 우리의 삶이 무언가 불편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래서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만들어가는 데 마르크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마르크스를 ‘연습’하는 첫걸음에 이 책의 동반을 권한다.
세미나 네크워크 ‘새움’, ‘당인리대안정책발전소’ 등에서 활동했고, 마르크스주의의 대중화를 역설하며 이를 위해 교육, 세미나, 강독 등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좌파 활동가이자 지식인 한형식은 간략하지만 핵심적인 마르크스 철학 입문서인 이 책을 통해 마르크스 철학의 ‘쓸모’를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한 사회 안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와 사회 사이에서도 부와 권력이 매우 불평등하게 분배된 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직시하고,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 착취와 억압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과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사다리가 바로 마르크스의 철학의 역할이며, 그것을 쉽고 간략히 소개한 이 책의 역할도 그것과 같다.
특히 저자는 이 책을 ‘일하는 사람, 원치 않는 일로 삶이 피폐해진 사람, 살기 위해 그런 일이라도 구하려 애쓰는 사람, 그런 노력조차 포기할 만큼 지친 사람’, 그러니까 ‘노동자’를 위한 마르크스 철학 입문서라고 칭한다. 마르크스 철학은 애초에 철저히 현실을 분석하고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철학이기에, 삶과 세상을 바꾸는 실천의 한 방식이다. 지금 우리가 숨 쉬고 발을 딛고 있는 이곳을 제대로 바라보고, 분석하고, 바꾸어가는 데 필요한 자원이다. 그렇기에 불평등한 이 사회에서 마르크스 철학은 당연히 모두를 위한 철학일 수 없고, 모두를 위한 마르크스 철학은 무의미하다.
“계급사회라는 조건 속에서 세상을 볼 수밖에 없는 피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 스스로의 관점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는 항상 피지배계급의 관점은 편향된 것이고 자신들의 관점이 보편적이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의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두고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나라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말, 그리고 반면 자본가들과 정치인들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생각한다는 말을 우리는 지겹게 듣는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은 어떤 병도 치료하지 못한다.”(118쪽)
세상을 직시하고 삶을 바꾸고 싶은 이들에게 필요한 마르크스 연습
마르크스주의는 혹자들이 그리듯 어떤 교의도 아니고 마르크스의 저작은 종교적 경전도 아니다. 애초에 마르크스의 사상은 철저히 현실적이고 세속적이며 역사적이라는 점을 저자는 내내 강조한다. 초월적이고 영원한 진리를 밝히는 데는 관심이 없고, 현실을 분석하고 그를 통해 현실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고자 하는 사상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양극단의 하나를 선택하거나 그 둘의 기계적 절충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유연한 대안을 상상하는 것이 바로 마르크스주의의 ‘관점’이자 ‘방법론’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애썼다.
그래서 전통적인 서양철학의 주제들에 마르크스 철학이 어떻게 응답했는지 역시 그 방식으로 설명하고자 했다. 이 책은 마르크스 철학이 노동 문제, 인간론, 정치철학의 여러 문제들(개인과 공동체의 문제, 민주주의와 국가를 둘러싼 문제 등), 경제철학, 생태학, 인식론, 역사철학 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아홉 개의 장으로 나누어 소개하는데, 흔히 사용하는 개념쌍을 소개하고 그 문제틀이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드러낸 후, 유물론적 관점과 변증법적 방법을 대안으로 소개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저자에게 마르크스의 사상이란 바로 억압당하는 우리들의 무기다. “마르크스 자신은 착취당하고 억압당하는 이들이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무기로 자신의 사상이 사용되기를 원했”(157쪽)고, 그래서 저자는 이 작은 한 권의 책을 통해 마르크스의 사상을 소개하려 한다. 불평등에 치이고 삶에 지친 이들이 짧은 시간이라도 내어 부담없이 이 무기를 사용하기 시작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나와 우리의 삶이 무언가 불편하고,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래서 현실을 직시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만들어가는 데 마르크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마르크스를 ‘연습’하는 첫걸음에 이 책의 동반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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