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한국근대사 연구 (책소개)/4.대한제국사

근대 만주와 대한제국

동방박사님 2023. 1. 25.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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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그들이 본 우리' 시리즈의 열한 번째 책으로, 한 영국인 기자가 쓴 19세기 말 제국주의 열강들의 이권 다툼의 한복판, 만주와 대한민국에 대한 기록이다. 당시 만주는 청조중앙정부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틈을 타 러시아가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했고, 중국 본토는 제국주의 열강으로 구성된 연합군이 중국에 대한 지배권을 두고 싸우고 있었다. 조선 역시 일본과 러시아를 비롯한 열강들의 이권 다툼의 현장이었다. 저자는 1901년 상하이를 출발하여, 다롄과 뉴좡의 만주지역부터 서울과 부산의 한반도까지, 세계 열강들의 동아시아 침탈 현장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한 영국인 기자의 눈을 빌려 1901년 당시 만주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언론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만주를 여행하면서 만주를 둘러싼 열강의 세력관계와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인의 눈에 비친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살펴볼 수 있어서 당시 우리의 모습을 들추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발간사
옮긴이의 말

제1장 다롄의 기원
제2장 러시아는 어떻게 뉴좡을 점령하였는가?
제3장 남만주
제4장 만주 철도
제5장 길 위에서
제6장 하얼빈
제7장 비적과의 전투
제8장 군사적인 상황
제9장 만주의 경제 상황
제10장 무역의 문제들
제11장 만주 철수
제12장 서울 방문
제13장 조선에 대한 프랑스와 러시아의 음모
제14장 조선의 현재 상황
제15장 독일의 야망
제16장 철도와 세력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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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헨리 위그햄 Henry J. Whigham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이자 아마추어 골프 선수. 1895년부터 1897년까지 《시카고 트리뷴》에서 드라마 비평을 담당하였고, 미드웨스턴에 있는 대학들에서 강사 생활을 했다. 1898년부터 7년 동안 종군기자로 활동하면서, 중국 의화단 운동이 끝난 뒤 서구 열강과 일본의 다툼의 장이 됐던 만주와 조선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은 『영국인 기자의 눈으로 본 근대 만주와 대한제국』(1904)을 집필했다. 그 밖에 『페르시아...
 
역자 : 이영옥
고려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했으며 베이징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사학과 전임강사로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청말 만주족의 지위하락과 반만정서」, 「만주족의 그늘 : 만주 구룬의 언어정책, 1599~1796)」, 「청조와 조선(대한제국)의 외교관계, 1895-1910」 등이 있고, 『그들의 바다: 남부 중국의 해적, 1790-1810』(2003), 『영혼을 훔치는 사람들 : 1768년...
 

출판사 리뷰

영국인 기자가 목격한 동아시아 이권 침탈의 현장

영국인 기자 위그햄의 만주와 조선으로의 여행

1901년 당시의 만주는 어땠을까? 중국 본토를 뒤흔들었던 의화단 운동은 제국주의 열강들의 연합군에 의해 진압당한다. 의화단을 뒤에서 지원하던 청조는 정치 외교적 위기에 직면하고, 동북 3성을 비롯한 지방 정부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미국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헨리 위그햄이 1901년부터 6월부터 만주와 조선을 취재한다. 위그햄의 1차적인 여행목적은 “만주 내 러시아의 움직임을 보려는 것”이었다. 의화단 운동이 끝난 후 청조와 협정을 맺은 대부분의 열강들은 군대를 이끌고 철수했지만, 러시아는 남아서 만주지역의 실질적인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저자는 항구와 철도의 중심지역으로 다롄을 성장시키기 위한 러시아의 노력에 감탄한다.

“다롄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미네르바처럼 모두 성장하여 완벽하게 무장한 채로 자신의 아버지인 주피터, 즉 러시아의 머리에서 나와 세계를 향해 도약할 것이다. (p.27)

또한 조선을 방문한 위그햄은 조선의 세관 감독관 영국인 브라운M'Leavy Brown에 대한 일화를 들어, 이권경쟁을 둘러싼 열강들의 암투를 보여준다. 브라운은 조선의 해외 세입 통제를 위해 5년간 조선에서 일하게 된 인물로, 저자의 말에 따르면 굉장한 수완으로 사무를 잘 처리해 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1901년 브라운에 대한 황제의 축출 시도가 여러 번 이어졌는데, 위그햄은 그 배경에 적대국 러시아와 프랑스를 의심한다. 또한 조선의 황제가 현재 영국 공사관 위치에 자신의 새 궁전을 짓기 위한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브라운을 쫓아내려 하고 있다는 추측하는 대목에서는 조선 정부의 무능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무능한 조선의 황제와 관료들

서울 방문 동안 위그햄은 조선의 황제와 관료들이 얼마나 무능력한가를 목격한다.

조선은 사실 동양이라는 커다란 세계의 축소판이다. 수년 내에 진보적인 한 강대국이 조선을 차지하고 통치하여 자신의 국가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동양에는 다른 세력들에게 질투나 미움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강대국이 없다. 그래서 4~5개 국가가 얼마 되지 않는 조선의 이익을 승강이를 벌여 가며 탐욕스럽게 쪼아 먹고 있으며, 조선의 독립을 승인해 주면서도 결과적으로 파멸시키고 있다. (p.253)

조선은 이권 사냥꾼들에게 행복한 사냥터가 되어 왔다. 영국, 미국 그리고 독일의 신디케이트들은 이미 최소한 중국에 있는 광산들만큼이나 장래성 있는 조선의 광산 채굴권을 확보하였다. 중국의 관료들만큼 부패한 데다 그들보다 어리석은 조선 관료들은 죽 한 그릇만도 못한 가격에 광산의 권리를 팔아왔다. (p.255)

이 같은 비판 뒤에 위그햄의 본심은 숨어 있는데, 결국 조선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손에 떨어지는 것 보다는, 영국의 동맹국인 일본의 지배 아래서 그들의 체제가 더 유리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일본은 만주에서 러시아의 행동에 대한 대응으로 조선에 대한 지배권을 주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위그햄은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당시 영국과 미국에 필요한 것은, 만주에서 러시아가 지닌 실질적인 힘을 인정하면서도 견제할 수 있는 장치, 여러 열강이 만족할 만한 새로운 형태의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책은 영국인의 눈으로 기술됐기 때문에, 그들의 우방국가 특히 일본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본의 조선 지배를 지지한다거나, 청일전쟁에 승리한 일본의 놀라운 문명 발전, 일본인의 안정된 문화 등의 장점을 책 곳곳에 기술하고 있어, 우리나라 독자들이 읽기에는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1904년 러일전쟁으로 동아시아 세력권이 재편되기까지, 만주와 조선에서 벌어지는 제국주의 열강들의 세력 다툼을 영국인의 눈으로 기술하고 있는 보기 드문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