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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역한 영웅 (2023) - 근대전환기 한국의 서구영웅전 수용

동방박사님 2024. 7. 8.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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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20세기 초의 한국은 ‘번역의 시대’이자 ‘영웅의 시대’였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대량의 번역이 행해졌고, 민중은 정치적 혼돈 속에서 국가를 위해 ‘영웅’처럼, 그리고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인 ‘애국자’로서 살아갈 것을 요구받았다. 서구 지식에 대한 번역과 영웅을 통한 계몽이 만나, 당대의 각종 지면에서 쏟아져 나온 텍스트가 바로 서구영웅전이다. 이 책은 각종 서구영웅전을 총체적으로 분석하였다.

목차

책머리에 3

서장 / 중역의 시대 13
1. 왜 중역重譯인가? 13
2. 근대전환기 연구의 경향들 16
3. 서구영웅전의 의미 20
4. 원본성의 문제 25

제1부 / 서구영웅전 수용의 배경 31

제1장 / 동아시아의 근대전환기와 서구영웅전 33
1. 메이지 일본과 중역어로서의 영어 33
2. 민유샤와 하쿠분칸의 출판 활동 42
3. 청말의 두 조류, 유신파와 혁명파 63
4. 대한제국 말기의 역사전기물 성행 75

제2장 / 세계 지知의 번역과 조선어 공동체 86
1. 번역 역사전기물을 어떻게 볼 것인가? 86
2. 번역·창작의 일원화-초기 문학사 서술에서의 역사전기물 92
3. 번역이 표상하는 근대 세계와 조선어 공동체 100
4. 번역 주체의 탄생과 한국 근대문학사 108
5. 중역重譯이라는 조건 115

제2부 / 량치차오라는 매개항 119

제1장 / 피와 피부색이 같은 공화주의자, 『갈소사전』 121
1. 들어가며 121
2. 이시카와 야스지로의 코슈트 수용-혈맥 담론과 일등국을 향한 욕망 123
3. 량치차오의 번역-이중국체론과 순치된 공화혁명가 137
4. 『조양보朝陽報』 및 이보상의 중역-유교적 가치의 근대적 접변 145
5. 중역과 메시지의 증폭 155

제2장 / 동상이몽이 연출하는 통합의 드라마, 『이태리건국삼걸전』 157
1. 들어가며 157
2. The Makers of Modern Italy-한 영국인의 관점에서 본 이탈리아사 159
3. 히라타 히사시의 『이태리건국삼걸伊太利建國三傑』-메이지 유신의 위상 강화 166
4. 량치차오의 다시쓰기, 대안으로서의 카부르 174
5. 신채호의 『이태리건국삼걸전伊太利建國三傑傳』-마찌니와 카부르의 위상 변화 183
6. 주시경의 『이태리건국삼걸젼』-번역어로서의 국문 195
7. 번역자의 개입이라는 절대 변수 206

제3장 / 프랑스 혁명과 ‘여성 영웅’의 조합, 『라란부인전』 210
1. 들어가며 210
2. The Queens of Society-영웅이 되기 이전 213
3. 『숙녀귀감淑女龜鑑 교제지여왕交際之女王』과「불국혁명의 꽃佛國革命の花」-신여성의 귀감 217
4. 량치차오의 『근세제일여걸近世第一女傑 라란부인전羅蘭夫人傳』-혁명을 경계하라 229
5. 『근세제일여중영웅 라란부인전』-혁명의 재맥락화 235
6. 중역 주체의 자의식 242

제3부 / 지식으로서의 제국 영웅 247

제1장 / 비스마르크 없는 비스마르크 전기, 『비사맥전』 249
1. 들어가며 249
2. 사사카와 기요시의 『비스마르크』-‘우승열패’의 내면화와 군권君權주의 252
3. 박용희의 「비스마-ㄱ전傳」-시세에 대한 경계와 국민정신 265
4. 황윤덕의 『비사맥전比斯麥傳』-정형화된 영웅, 상상된 철혈정략 283
5. 번역 공간의 비균질성 295

제2장 / 대한제국의 황혼과 개혁 군주, 『피득대제전』 298
1. 들어가며 298
2. Peter the Great-전통 파괴에 대한 일침, 비판적 표트르 인식 300
3. 사토 노부야스의 『피득대제彼得大帝』-정복자 표트르 310
4. 한국의 표트르 대제 수용 326
5. 잠재적 번역 가능성 351

제3장 / 새 시대를 열 소년자제의 모범, 『오위인소역사』 354
1. 들어가며 354
2. 서양사로 구축되는 민족적인 것들 358
3. 인물의 선택 원리-일본이라는 수렴점 363
4. 『오위인소역사』의 번역과 결과적 탈정치화 374
5. 번역장의 재인식을 위하여 386

제4부 / 애국의 상대성과 확장성 389

제1장 / 애국 계몽의 딜레마, 『애국정신담』 391
1. 들어가며 391
2. 메이지 일본의 『애국정신담愛國精神譚』-감춰진 상상력과 충군애국주의 교육 394
3. 청말의 『애국정신담愛國精神談』-‘패전 이후’의 애국과 제국주의 논리의 혼종 408
4. 한말의 『애국정신담』-‘정치소설’의 전략과 중역의 탈정치화 422
5. 근대적 기획으로서의 애국 434

제2장 / 성인군자와 독립투사 사이, 『화성돈전』 438
1. 들어가며 438
2. 후쿠야마 요시하루의 『화성돈華聖頓』-유교적 영웅 워싱턴 440. 띵찐의 『화성돈華盛頓』-혁명 전사로서의 워싱턴 451
4. 이해조의 『화성돈전華盛頓傳』-유교적 영웅으로의 회귀 460
5. 탈경계의 번역 주체들 468

제3장 / 땅의 세력을 이기는 하늘의 권능, 『크롬웰전』 471
1. 들어가며 471
2. Hero-Worship-크롬웰의 복권復權과 대조항으로서의 프랑스 473
3. 다케코시 요사부로의 『격랑알格朗?』-국민과 영웅, 일본과 영국 정체 478
4. 야나기다 쿠니오의 『크롬웰』-시대와 영웅, 비판적 현실 인식 486
5. 량치차오의 「신영국거인극림위이전新英國巨人克林威爾傳」-크롬웰과 입헌 모델 영국의 간극 497
6. 『태극학보』의 「크롬웰전傳」-개신교와 국민정신의 결합 509
7. 원본성의 복합적 변수들 520

종장 / 동아시아 번역장과 이중의 번역 경로 523
1. 번역 경로의 분기와 그 의미 523
2. 『조양보』 속 비스마르크의 사례 534
3. 번역 경로의 종착역에서 되돌아 보기 551
4. 번역 연구와 텍스트의 숨결 553

참고문헌 556
찾아보기 574
 
저자 소개 
저 : 손성준 (Son, Sung-Jun,孫成俊)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HK연구교수. 한국해양대학교 글로벌해양인문학부 동아시아문화전공 부교수. 비교문학, 한국근현대소설 전공. 근대 동아시아의 번역과 지식의 변용을 연구해왔으며, 최근에는 한국 근대문학사와 번역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중역(重譯)의 죄」(2020), 「대한제국기, 세계를 번역하다」(2021), 『근대문학의 역학들-번역 주체·동아시아·식민지 제도』(저서, 2019) 등 다수의 연구가 있다.

출판사 리뷰

번역 주체의 능동적 수행력

20세기 초의 한국은 ‘번역의 시대’이자 ‘영웅의 시대’였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대량의 번역이 행해졌고, 민중은 정치적 혼돈 속에서 국가를 위해 ‘영웅’처럼, 그리고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인 ‘애국자’로서 살아갈 것을 요구받았다. 서구 지식에 대한 번역과 영웅을 통한 계몽이 만나, 당대의 각종 지면에서 쏟아져 나온 텍스트가 바로 서구영웅전이다. 『중역(重譯)한 영웅 -근대전환기 한국의 서구영웅전 수용』은 부제가 말해주듯 한국이 서구에 관한 지식을 다중으로 번역했다는 사실에서 출발하여 각종 서구영웅전을 총체적으로 분석한 저작이다.

그런데 한 세대에 걸친 오랜 시간, 동아시아의 인문학계는 서구중심주의의 극복이라는 시좌(視座)에서 근대(성)의 문제에 주목해왔다. 그렇다면 『중역한 영웅』의 주제는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오히려 그동안 학계가 서구중심주의 비판에 매몰되어 정작 주류적 위상을 갖고 있던 문헌들이 연구자에게 소외되어버린 현상을 지적한다. 당대의 서구영웅전은 박은식, 장지연, 신채호, 주시경, 최남선, 이광수처럼 지금도 여러 연구 분야에서 거듭 소환되는 주요 인물들이 활발히 참여했을 뿐 아니라 신문 · 잡지 · 단행본을 망라한 출판의 양적 측면에서 보았을 때도 입지가 확고했다.

그럼에도 발신자로서의 서구와 수신자로서의 한국이라는 구도가 명백하게 성립하는 서구영웅전은 그 시대의 서구중심주의가 낳은 산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텍스트군의 본질은 지식장의 재구성 과정에서 선택되고 동원된 도구에 가깝다. 진정한 서구중심주의의 극복은 서구를 다룬 텍스트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자료군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번역 주체들의 고유한 문제의식을 드러내는 데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의 제목이 ‘중역된 영웅’이 아니라 ‘중역한 영웅’이 된 것도 마찬가지다. 전자는 텍스트에 방점이 있지만 후자는 생략된 주어, 즉 번역 주체의 능동적 수행력을 환기해준다. ‘하나의 서구영웅전을 중역하기로 선택할 때 역자가 겨냥한 것은 무엇이며, 그 결과물은 번역 공간에서 어떤 의미를 창출하는가?’ 이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한국어 서구영웅전에 각인된 동아시아의 흔적들

이 책은 서구영웅전의 가장 큰 특징을 중역(重譯)이라는 수용 방식에서 찾는다. 이는 곧 그 자체로 『중역한 영웅』의 연구 방법이기도 하다. 저자는 서구에서 발원한 텍스트가 ‘동아시아 번역장’을 경유하여 한국에 도착하는 과정을 단계별로 조명하였다. 한국어 서구영웅전의 저본과 그 ‘저본의 저본’까지 추적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텍스트를 발굴한 것도 뚜렷한 성과다. 그동안 동아시아학을 표방한 기존 연구들이 실제로는 한국·중국·일본 하나에 편중된 연구를 수행한 한계를 보여온 것에 반해, 『중역한 영웅』은 원전으로서의 서구 텍스트와 다중의 번역 단계에 포함된 중국어 · 일본어 텍스트까지 거의 한국어 판본과 균등한 비중으로 분석하여 실증적 동아시아학의 한 모델을 제시했다는 의미도 획득할 수 있다.

책의 제1부는 전체 논의의 입체적 배경을, 제2부는 한국의 번역자들이 량치차오의 텍스트를 어떻게 변용하고 재배치했는지를, 제3부는 약소국의 지식인들이 어떻게 제국의 영웅을 도구화했는지를, 제4부는 ‘애국’이라는 근대적 기획의 다면성을 밝히는 데 중점을 두었다. 동아시아의 중역 단계를 통시적으로 비교하는 방법론을 적용했기에 각 챕터의 세부 논점들은 전술한 것보다 더욱 풍부하다.

저자인 손성준 교수는 부산대학교 점필재연구소,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를 거쳐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에 재직 중이다. 첫 단독저서 『근대문학의 역학들 -번역 주체 · 동아시아 · 식민지 제도』(소명출판, 2019)는 2020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교육부 지원 우수연구성과 50선에 선정된 바 있다. 『중역한 영웅』은 『근대문학의 역학들』보다 더 앞선 시기를 다루되, 다시 한 번 ‘번역’과 ‘동아시아’의 문제에 천착한 연구성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