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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시대 (2024) - 기록, 살인, 그리고 포르투갈 제국

동방박사님 2024. 8. 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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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6세기 대항해 시대를 이끌며 전 세계를 연결한 포르투갈 제국
기이한 미스터리, 그리고 충돌하며 뒤엉킨 두 개의 세계관
* 주경철(서울대학교 역사학부 교수) 강력 추천
* 「타임스」, 「프로스펙트」,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선정 올해의 책
* 2023년 프레미오 마레티카 상 수상작*

유럽 대륙 서쪽 변방의 작은 나라 포르투갈은 대서양을 발판으로 삼아 전 세계에 서양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면서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었다. 1497-1498년 바스쿠 다 가마가 인도로 가는 경로(카헤이라 다 인디아)를 개척한 이후로 눈부시게 꽃피기 시작하여 전 세계의 온갖 상품들이 수도 리스보아(리스본)의 광장을 가득 메우던 포르투갈의 시대, 세계가 변해가는 모습을 마주한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 첫 번째 인물은 포르투갈의 왕립 기록물 보관소의 소장으로서 역사를 기록하는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다미앙 드 고이스이다. 두 번째 인물은 바스쿠 다 가마의 인도 항해기를 노래한 서사시 『루지아다스』로 국민 시인에 등극한 문인이자 방랑자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이다. 이 책은 이 두 남자를 중심으로, 서로 너무 다른 세계들이 끝내 만났을 때 발생하는 충돌과 갈등, 그리고 이해와 수용의 과정을 한 편의 추리소설처럼 흥미롭게 담아낸다. 그리고 전 세계가 촘촘하게 연결된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낯선 것들에 대한 열린 마음가짐이 왜 중요한지 느끼는 기회를 제공한다.

목차

1 기록 보관소에서의 살인 사건
2 물고기도 아니요, 사람도 아니라
3 연기의 집
4 벽 속의 구멍, 계단 속의 공간
5 인도 무역관
6 타락한 자들
7 컵과 입술 사이
8 세계를 요리하다
9 7037년, 그해 여름
10 유령들의 왕자
11 죽은 자들의 신발
12 우리의 죽어가는 신들
13 개의 몸속
14 이스토리아 트라지쿠 마리티마(비극의 해양사)
15 바람 너머의 땅
16 민족 이야기
17 지금은 어둠 속에서 새우지만
18 흩어진 낱장으로 존재하는 우리

감사의 글
더 읽어볼 만한 문헌들

그림 출처
역자 후기

저자 소개

저 : 에드워드 윌슨 리 (Edward Wilson-Lee)
케냐와 스위스에서 자랐고 멕시코와 짐바브웨, 미국에서 살았다. 지금은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살며 케임브리지 대학교 시드니 서섹스 칼리지 선임연구원으로서 책, 도서관, 여행에 초점을 두고 연구하고, 중세와 르네상스 문학을 가르친다. 이 책을 집필하는 동안에도 포르투갈, 이탈리아, 인도를 두루 다니며 연구했다. 저서로 『스와힐리란드의 셰익스피어(Shakespeare in Swahililand)』와 영국의 펜(PEN)이...
 
역 : 김수진
이화여자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후 공공기관에서 통번역 활동을 해왔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어떻게 행복해질 것인가』, 『언제나 당신이 옳다』,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것인가』, 『네오르네상스가 온다』,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혐오와 대화를 시작합니다』, 『본질에 대하여』, 『이터너티』, 『생체리듬의 과학』, 『쉽게 믿는 자들...

출판사 리뷰

오늘날의 세계를 만든 대항해 시대를 열다
모험심으로 시대를 이끈 포르투갈인들의 모습

1550년대, 포르투갈은 세계사적으로 중요한 한 시대의 문을 연 바다의 강국이었다. 인간 중심의 정신을 되살리자는 르네상스가 시작되며 유럽이 사상적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을 때, 포르투갈인들은 먼바다로 과감히 배를 띄우며 대항해 시대를 열어젖혔다.

대항해 시대 리스보아에는 아프리카와 동방에서 온 이국적인 상품들을 들이는 거대한 세관들이 가득했고, 포르투갈 국왕들은 세계를 가로지른 선단이 도착하는 위풍당당한 모습을 직접 보기 위해서 탑을 세웠다. 오만의 샤이크(왕), 서아프리카의 국왕, 중국의 황제를 만난 최초의 유럽인 역시 포르투갈인들이었다. 이 책은 유럽과 나머지 세계를 연결하는 주요 통로로서 세계의 패권을 쥐락펴락했던 포르투갈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또한 낯선 사람과 사상들이 교차하며 발생한, 당대 유럽을 뒤덮은 폭발할 듯한 긴장감도 놓치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 에드워드 윌슨-리는 최고의 역사서에 수여되는 헤셀-틸트먼 상 수상자라는 칭호에 걸맞게, 대항해 시대의 모습을 꼼꼼하게 그리면서 다소 낯선 포르투갈을 깊이 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한 남자는 숨진 채 발견되고, 한 남자는 세계를 방랑하다……
한 편의 추리소설 같은 두 남자의 흥미로운 이야기

주요 인물 2명 중의 한 사람인 다미앙 드 고이스가 벽난로 옆에서 반쯤 타다 만 문서 조각을 쥔 채로 사망한, 미스터리하고 흥미로운 장면으로 이 책은 서두를 연다. 이 수상쩍은 살인 사건에 대해서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기록들을 보면 그 시신에 폭력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하지만, 그가 불에 타 죽었는지 교살당했는지, 당시 여인숙에 있었는지 집에 있었는지 등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진술이 엇갈린다. 이 책은 다미앙이 왜 이렇게 기묘한 죽음을 맞이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그로부터 20년 전으로 넘어가 진실을 추적해나간다.

포르투갈의 왕립 기록물 보관소장 다미앙은 호기심이 많으며 낯선 것들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는 급진적인 아이디어나 사상이라도 편견 없이 받아들였으며, 새로운 형식의 음악인 다성음악을 즐겨 듣는 것을 넘어 직접 작곡까지 했다. 그는 당대를 대표하는 인문주의자이자 유명인사인 에라스뮈스와 깊이 교류했으며, 프로테스탄트 개혁의 최전선에 있던 마르틴 루터를 만나기도 했다. 이처럼 다채로운 인생을 살았던 다미앙은 왜 그리고 어떻게 죽었을까?

이를 알기 위해서는 당대의 또다른 한 남자의 삶을 살펴봐야 한다. 바로 포르투갈 국민 시인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이다. 그런데 그는 시인이기 이전에 폭행을 일삼는 길거리의 건달이었으며, 감옥에 갇힌 것도 여러 번이었다. 그는 유죄 선고를 받고 인도와 중국 등 동방의 낯선 땅으로 추방당하며 결국 부랑자가 되었다. 그러나 카몽이스는 세계를 방랑하며 겪은 경험을 살려서 바스쿠 다 가마와 그의 선원들의 항해 이야기를, 기적의 보물을 찾아 동방을 탐험하는 영웅인 이아손과 아르고 호 원정대 이야기로 변모시켰고, 자신이 마주한 경이로움을 활용하여 포르투갈인을, 그리고 유럽인을 세계의 중심에 세웠다. 이 서사시는 처음에는 소박하게 출간되었으나, 오래지 않아 “가장 완벽한 서사시”라는 평가를 받으며 라틴어,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로 번역되었고, 카몽이스는 이상적인 시인의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카몽이스의 이러한 삶 곳곳에 왕립 기록물 보관소장 살인 사건의 비밀을 풀 실마리가 숨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사건 이후부터 300년이 훌쩍 지난 1903년에 포르투갈의 한 애서가가 리스보아 국립 도서관에 매도한 문서들 사이에 있던 카몽이스의 편지들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편지들은 거의 밝혀진 바가 없던 카몽이스의 삶에 대해서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 속에는 그가 암흑가와 연관이 있었던 사실 등 다미앙 사건의 진범을 파헤칠 만한 단서들이 있었던 것이다.

다미앙과 카몽이스의 삶의 궤적과 더불어 당시 포르투갈과 유럽을 휩쓸던, 새 시대를 맞이한 세계의 흥분과 갈등, 특히 프로테스탄트 종교 개혁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그려내는 이 책은 훌륭한 추리소설처럼 책을 다 읽자마자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 다시 읽게 만드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전 세계가 이어지기 시작하던 물의 시대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

저자는 전 세계가 연결되며 근대의 문이 막 열리기 시작할 즈음을 살았던 두 인물의 너무나도 다른 삶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한 인물은 유럽 대륙에서 온갖 기록물에 파묻혀 살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넓은 시야로 변화하는 세상을 면밀히 살폈다. 다른 인물은 전 세계를 떠돌아다녔으나,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라는 오만한 시각을 고집했다. 두 남자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서사를 선사하는데, 동시에 저자는 세계의 구석구석이 연결된 현재에도 왜 사람들은 서로 고립되어 있는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이질적이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과 문화들을 접할수록 오히려 불안해하고 공격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서 편협한 태도로 되돌아가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극단적으로 분열되어가는 이 시대에 모든 생각에 열려 있던 다미앙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타임스」, 「프로스펙트」,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먼트」 등 유수의 언론들로부터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데 이어, 바다와 바다에 사는 인간의 이야기를 가장 훌륭하게 전달한 작품 및 작가를 기념하는 상인 프레미오 마레티카(Premio MARetica) 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로 사람과 물건, 사상과 갈등을 실어 나르는, 끝없이 이어진 바다와 강, 즉 “물의 시대”가 16세기부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명징하게 증명한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다.

추천평

대항해 시대가 막 열린 16세기, 유럽과 세계 사이의 관문 역할을 하던 포르투갈은 전 지구적 교류의 중심지였지만, 동시에 시대의 갈등이 폭발하는 장소였다. 이 책은 정교한 상상력을 통해 대조적인 두 인물의 행적을 제시하면서, 세계를 만나는 상이한 방식, 상이한 운명을 드러낸다.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수용하고자 했던 왕립 기록물 보관소장 다미앙 드 고이스는 핍박받아 비참한 말로를 맞이하는 반면, 건달 스타일의 모험가이며 문인인 루이스 드 카몽이스는 국민 시인, 유럽 정신의 보루로 칭송받는다. 유럽은 자신의 종교와 문화, 생활양식이 올바른 것이며, 결국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라고 주장하는 카몽이스의 길을 좇아가려고 한다. 두 인물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교차하는 이 책은 지난 시대 서구 문명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고, 오늘날 왜 열린 마음가짐이 중요한지 느끼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 주경철 (서울대학교 역사학부 교수)
세상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자신의 가정을 뒤흔드는 책을 만나는 기회는 극히 드물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실로 짜릿하다.
- 알베르토 망겔 (『독서의 역사(A History of Reading)』 저자)
굉장한 책이다.……저자는 이베리아에서 주도한 대발견의 항해뿐만 아니라, 그 당시 프로테스탄트 개혁이 모든 사람에게 미친 영향을 새롭게 조명한다. 그러면서 그후로 줄곧 우리를 불편하게 해왔던 질문을 던진다. ‘타인을 알 수 없다면, 어떻게 자기 자신을 알겠는가?’
- 게이브리얼 조시포비치 (『반스의 공동묘지(The Cemetery in Barnes)』 저자)
정말로 몰입해서 읽게 되는 책이다.……가장 꼼꼼하면서도 요란하지 않은 학문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채, 풍부하고 거침없으며 몰입감을 선사하되 가식 없는 문장으로……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세계 역사의 기원을 훤히 들여다보도록 조명한다.
- 페르난도 세르반테스 (『정복자들(Conquistadores)』 저자)
이 책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기묘한 실제 살인 사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근대 초기의 세계와 전 세계적인 연결망을 찬란하고 생생하게 그린다. 그 중심에는 특별한 인생을 보낸 일종의 르네상스 이단아가 있었다. 그는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을 수집했고 루터와 함께 식사했으며 에라스뮈스에게 라틴어를 배웠고 로욜라를 접대했고 종교재판을 받았다. 눈부신 백과사전적 역사가 펼쳐진다.
- 데니스 덩컨 (『인덱스(Index, A History of the)』 저자)
16세기의 놀라운 격동 속에 사로잡힌 두 남자에 대한 훌륭한 책이다.……재미있으며 지적인 자극으로 가득하다.……경이로움 그 자체인 책이다. 아름다운 문체가 완전히 매혹적이며, 모든 쪽이 마음에 들었다.
- 선데이 타임스(The Sunday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