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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상하도 (2024) - 송나라의 하루

동방박사님 2024. 8. 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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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중국 국보 1호 「청명상하도」가
그 비밀과 문화적 함의를 드러내다
세밀한 읽기로 생동감 넘치게 이뤄낸 미시사의 장관

중국의 국보 1호는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다. 대형 건축물이나 불상도 아닌 그림이 국보 1호인 까닭은 그것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청명상하도」는 중국 10대 명화 중 하나로 12세기 북송北宋시대 한림학사 장택단張擇端이 그린 풍속화다. 세로 24.8센티미터, 가로 528.7센티미터 크기로 비단 권축(두루마리) 형식이며 북송 왕조의 수도 변경?京(지금의 허난성 카이펑開封)을 배경으로 청명절淸明節을 지내는 도성 인파가 생동감 넘치게 표현되어 있다. 송나라의 번영이 생생하게 표현된 이 그림에는 무려 사람 814명, 선박 28척, 동물 60마리, 건축물 30동, 우마차 20대, 가마 8대, 나무 170그루가 그려져 있다. 송대의 인물 풍정과 사회적 번영을 사실주의적 화풍으로 그려내 예술적·역사적 고증 측면에서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수도 변경을 흐르는 변하?河를 사이에 두고 교외, 시내, 배, 다리, 성문, 시가 등이 순서대로 보이고 술집, 상점, 노점, 상인 우마차 및 군중 등이 배치되는 형식이며, 원근법이 적용돼 사진처럼 정확하고 사실적이다.

저자 톈위빈은 「청명상하도」를 세밀하게 관찰하며 포착한 36개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먼저 이 책은 그림 한 점을 다룬 책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그간 우리나라에 출간된 고미술 관련 책들은 주로 시대나 작가를 테마로 삼았다. 작품 하나를 두고 세밀하게 살펴본 책은 전무하다. 새벽녘 당나귀에 숯을 싣고 길을 재촉하는 아버지와 아들, 가마를 타고 이동하며 밖을 내다보는 여인, 형형색색의 비단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경성의 주점과 그곳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변하를 가로지르는 함선과 홍교 다리에 모여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 등 중국 고미술계의 스타 도슨트 톈위빈의 생생한 해설과 함께 떠들썩한 송나라 서민들의 일상을 만나볼 수 있다.

목차

서문 나는 중국 옛 그림을 사랑한다
「청명상하도」 전권全卷 미리 보기

1장 그림을 보기 전에 알아둬야 할 몇 가지

1. 「청명상하도」의 내용
2. 화가와 그림의 운명
3. 고궁박물원 오픈런

2장 송나라 저잣거리에서 만난 36가지 생활 모습

1. 당나귀 등에 실린 짐은 무엇인가?
2. 도성 근처 농가의 마당에 있는 기구는 무엇일까?
3. 버드나무 줄기는 왜 끊어졌을까
4. 말은 왜 놀랐을까?
5. 북송 청명 절기의 논밭과 기온
6. 변하?河! 변하?河!
7. 변하 부두와 좁은 사가斜街
8. 강을 거슬러 큰 배들을 보러 가자!
9. 한곳에 모인 배들은 무엇을 하는 것일까
10. 대형의 노? 그리고 화객선의 선원들을 걱정하게 만든 것
11. 배 덮개 위에 널어놓은 아랫도리
12. 비밀스러운 여행자
13. 연쇄 위기에 처한 선박들의 사연
14. 홍교! 홍교!
15. 다리 위의 노점과 위기 상황
16. ‘큰 배가 처한 위기’의 진실
17. 각점脚店은 무엇을 파는 곳일까
18. 홍교 위 서로 얽히고설킨 위험
19. 큰 강은 동쪽으로 흐르는구나
20. 성 밖 사거리의 이야깃거리
21. 수레 정비소의 공구들
22. 휴대용 진열대를 들고 다니는 행상인, 떠돌이 의사游醫, 숯 파는 나귀와 상인
23. 비밀스러운 택원宅院
24. 점쟁이의 노점에 걸린 세 개의 간판
25. 먼 곳의 사찰과 산책하는 돼지 떼
26. 다릿목의 세 가지: 도로 상황, 노점상, 한필閑筆
27. 다리 위의 한적한 분위기와 거지
28. 성문 앞에서 펼쳐진 두 가지 미스터리
29. 대송大宋의 문
30. 저울, 사탕수수, 면도하기
31. 아름답기 그지없는 손양정점
32. 화가의 화안?眼
33. 푸줏간과 설서說書
34. 해포解鋪와 점쟁이
35. 성안 구경하기
36. 방황과 정진, 「청명상하도」의 두 가지 결말

3장 그 외에 궁금한 것들

1. 「청명상하도」를 완성하는 데 소요된 시간
2. 「청명상하도」의 완성 여부
3. 송나라의 대도시 뤄양, 항저우, 난징
4. 「청명상하도」 발문 훑어보기
5. 명나라 이후 「청명상하도」의 운명
6. 「청명상하도」의 전승유서
7. 「청명상하도」와 계화界?
8. 역대 「청명상하도」의 비교
9. 송나라 사람의 삶을 한층 더 이해하는 방법
 
저자 소개
저 : 톈위빈 (톈위빈)
중국 전통 회화 분야의 학자이자 작가로 작품 분석 및 감상을 담은 저작물들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그림의 미세한 부분을 관찰해내는 능력이 탁월한데 회화 작품을 세밀히 뜯어보는 그의 방식 덕분에 그간 전통적인 역사 연구가들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까지 많은 것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새롭게 미술 작품 읽는 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 받으며 아울러 미술을 통해 문학과 역사의 공간을 해석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다. 베스...
 
역 : 김주희
숭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했다. 2007년부터 IBK기업은행에서 근무해왔으며 최근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청명상하도: 송나라의 하루』를 기획하고 번역했다.

출판사 리뷰

매력적인 스토리텔링과 역사적 지식의 결합

이 책은 다섯 가지 독보적인 특징이 있다. 첫째, ‘초세독超細讀’이라는 방식으로 조리 있게 전체 그림을 해설했다. 둘째, 열정적인 연구 자세와 충만한 애정으로 문화적·심미적 공간을 개척해냈다. 셋째,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이다. 길바닥에 엎드려서 잠든 우체부, 길에서 꽃을 파는 아저씨 등 숨은 이야기는 독자들을 강하게 흡인한다. 넷째, 지식이 풍부하다. 그림의 역사적 배경과 화가의 관점, 민속 문화, 그림의 유전, 후대의 모본 등도 함께 소개한다. 한 가지 장면을 예로 들어보면 한 주점에서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고 있다. 탁자 위에 놓인 술 주전자와 사발은 송대 도자기 산지로 유명한 경덕진景德鎭에서 발굴돼 베이징 고궁박물원에 전시되고 있는 청백유각화주호靑白釉刻花注壺와 주완注碗이다. 저자는 이 작은 사발 하나도 놓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다섯째, 그림과 해설이 서로 긴밀하게 배치되어 독서에 몰입할 수 있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책장을 펼쳐 나가다보면 도시 근교부터 부두에 이르기까지 이야기가 한 다발이고, 본격적으로 펼쳐진 상가와 관부의 떠들썩함 속에 각 업종의 생활 백태와 노동자의 땀구슬이 굴러다니며, 그 외에도 이별하는 사람, 술 마시는 사람,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배우 등 이채로운 풍광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당나귀 등에 실린 짐은 무엇인가?

도입부 한 장면을 보도록 하자. 「청명상하도」를 펼치면 옅은 안개 속에서 걸어 나오는 당나귀 무리가 맨 먼저 보인다. 길과 들판은 텅 비었고 느릿느릿 걸어오는 당나귀 무리 외에 다른 이는 보이지 않는다. 조용한 새벽녘으로 추측된다.

이 무리는 당나귀 다섯 마리와 두 사람으로 구성되었다. 당나귀 등마다 광주리가 두 개씩 실려 있고 광주리 안에 검은색의 가늘고 길쭉한 것이 보인다. 저것이 무엇일까? 숯과 매우 유사하다. 남송 시대 장작莊綽의 『계륵편?肋編』에 따르면 장택단이 「청명상하도」를 그렸을 무렵부터 이미 변경의 모든 가정에서 주로 쓰는 연료가 숯에서 석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옛날 변하 수도의 가구 대부분은 모두 석탄에 의지했고 나무를 때는 집은 하나도 없었다.” 변경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였다(인구 100만이 넘고 인구밀집도가 후세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했다). 땔감 부족 문제가 심각했는데 이후 땔감을 대신해 석탄이 주요 연료가 쓰이고 나서야 비로소 땔감 부족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당나귀 등에 실은 목탄이 술을 데우는 용도라 생각한다. 이 생각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있기는 하다. 송나라 사람들은 지나치게 술을 사랑했다. 간혹 구호물품에도 술이 포함됐을 정도니 술을 데울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이 밖에도 이 숯들을 수도의 부유층에 난방용으로 지급했다는 의견도 있다. 북송 말 중국의 기후는 ‘소빙하시대’로 접어들어 당시 청명절은 지금보다 훨씬 추웠다.

맨 앞에 있는 소년을 자세히 보면 ‘총각總角’ 머리를 하고 있다. 소년이 무리의 맨 앞에 앞장서고 맨 뒤에는 수염이 덥수룩한 성인 남성이 있다. 소년과 남성은 틀림없이 부자지간인 게 틀림없다. 이들 부자는 날이 밝기도 전에 숯을 팔러 경성으로 길을 나섰을 것이다. 다시 소년과 맨 앞의 당나귀를 유심히 살펴본다. 그들은 작은 다리 근처에 이르렀다. 소년의 시선은 계속 앞을 향한 반면 곁에 있는 당나귀는 다리를 향해 스스로 머리를 돌려 방향을 틀려고 한다. 이미 여러 차례 가본 길이기 때문에 당나귀는 어린 주인이 몰지 않아도 스스로 모퉁이를 돌아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지금 우리가 본 장면을 그림 원본의 도입부가 아니라고 추측하는 학자들도 있다. 「청명상하도」가 500년간 이리저리 떠도는 사이 두루마리의 앞부분(약 1척 정도로 추정한다)이 소실돼버렸고 명나라 말에 표구장인이 찢어진 부분을 잘라내 표구 작업을 새로이 했다. 잘라낸 그림에는 무엇이 담겼을까? 아득히 먼 산과 수목들이 담겼으리라 추측한다. 학자들의 추측이 맞는지 진실은 확인할 길이 없지만 나는 역시 지금의 도입부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작품은 웅대한 장면으로 시작할 필요가 없다. 도리어 보잘것없는 도입부가 보는 이의 마음을 뒤흔들어 버리는 작품의 아름다운 풍격을 완성할 수도 있다. 「청명상하도」는 어린 소년 하나와 고개 돌린 당나귀 한 마리로 시작한다. 충분하지 않은가.

초롱과 오색천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손양정점孫楊正店

성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경성 정점 72호’ 중 하나인 손양정점에 바로 눈길이 간다. 홍교 다리에 있던 각점脚店의 단청 누각과 오색 비단으로 장식한 환문歡門은 크기만 컸을 뿐 손양정점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꽃봉오리, 꽃가지, 수놓은 비단 수구繡球 같은 장식물이 있고, 원형과 마름모형의 장식도 보인다. 또 거위를 본 따 만든 조형물 여섯 마리도 있다. 환문 좌측의 나무 기둥에는 깃대 하나가 꽂혀 있고 “손양점”이라 쓰인 푸른색과 흰색의 깃발이 달렸다. 문과 깃발 외에 네 개의 등도 눈길을 끈다. 그것은 치자 등으로 치자 열매의 모양을 본딴 것이다. 치자 등이 빛나는 변경의 밤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상상할 수 있다.

손양정점의 호화롭고 화려한 입구 밖의 가까운 곳에서 먼 곳까지 근사한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문의 좌우 양측 모두 꽃을 파는 노점 상인이 있는데 꽃을 사는 사람들이 각기 다르다. 좌측 노점 앞 고객은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로 남자 옆에 있는 어린아이는 분명 그의 시종일 것이고 여자의 오른쪽에는 신분이 불명확하지만 얼굴 생김새가 고운 것으로 보아 아마도 여자아이인 것 같다. 행상이 꽃을 팔려고 열을 올리는 반면 남자 손님은 영 관심이 없고 여자 손님은 더 관심이 없다. 여자와 남자의 거리가 가깝고 여자는 남자의 목에 왼손을 두른 채 거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다. 거리 맞은편에 있는 가마 두 대 중 앞쪽 가마꾼이 여자에게 눈길을 빼앗겨 자기도 모르는 가마 머리를 돌려버렸다. 그 오른쪽에 선 남자아이와 여종이 오른손을 들어 방향을 지시한다. “빨리 오세요, 그쪽이 아니에요!”하고 가마꾼에게 소리치는 듯하다.

술집인가 무기점인가, 그도 아니면 무엇인가

이제 건물 밖의 오른편으로 거리에 면해 있는 상점의 바깥에는 큰 들통이 여덟 개가 있고 가게 안에는 세 사람이 있다. 가운데 사람은 활시위를 당겨 활 쏘는 자세를 취하고 왼쪽 사람은 두 손으로 긴 천을 펼쳐 들어 허리 보호대를 묶으려 하며, 오른쪽 사람은 손목 보호대를 휘감는 것 같다. 그럴듯해 보이긴 하지만 그들은 그저 시늉만 할 뿐 진짜 활쏘기 연습을 하는 게 아니다.

이 상점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하나는 활과 화살을 파는 점포라는 해석과 또 다른 하나는 군병들을 위한 주포酒?로 큰 들통 안에 든 것이 모두 군병들을 위한 술이라는 해석이다. 이 세 사람은 명령을 받들어 술을 호송하는 어림군의 사졸인데 마실 술이 생겼으니 순간 흥이 올랐고 힘겨루기 시합을 해보려는 것이다.

그러자 저자는 두 가지 해석에 모두 동의하지 않는다. 이곳이 “군순포옥軍巡鋪屋”이라는 작은 규모의 소방서였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런 소방서는 보통 정점 옆에 설치했는데 도성의 고액 납세자들을 보호하는 데 주력했다. 세 사람은 바로 소방 포병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담장에 기대어 세워둔 두 개의 긴 막대기 때문이다. 막대기의 끝에 동그란 것이 달렸는데 이 물건이 『동경몽화록』에서 언급한 “구화가사救火家事”로 불을 끄기 위한 “마탑麻搭”이라는 도구다. 이처럼 세밀한 읽기는 우리에게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