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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재팬 (2023) - 탈식민 동아시아의 감정의 정치학

동방박사님 2024. 8. 1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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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본의 구식민지 한국, 중국, 타이완 3국의 현대 민족주의를 분석하다

이 책 『안티-재팬』은 식민주의 폭력에 맞서고 궁극적으로 그 극복을 시도할 수 있는 초국적, 국가 내적, 그리고 세대 간의 친밀감과 관계의 형식을 검토하고자 했다. 반식민주의적, 반제국주의적, 반권위주의적 민족주의 투쟁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한국인들에게는 추정컨대 연약하고 이상주의적인 이런 접근이 직관에 반하고 비생산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한반도에는 민족 통일의 열망이 미완의 기획으로 남아있다. 그러므로, 이런 접근법이 민족의 이름으로 억압에 맞서 투쟁한 사람들의 희생과 업적을 폄하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정의의 조정자이자 정치적 화해의 담지자로서 국민국가가 갖는 한계에 대해 경보를 울리기 위한 것이다.

이 책에서 제기하는 좀 더 큰 주장은 전후 동아시아의 반(그리고 친)일 운동과 정서는 이 역내의 실패한 탈식민화와 최근 중국의 부상으로 촉발된 지역 재구조화의 징후라는 것이다. 탈식민화가 새로운 국민의 형성과 그에 따른 새로운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정치 기획으로 이해되는 한, 역사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그것이 바로 그 식민주의의 위계적, 권력적 구조를 고스란히 재생산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해방과 평등이라는 그 기획의 약속은 국민 주권의 보호라는 이름으로 항상 연기될 것이다.

따라서 탈식민화를 국가적 기획으로 삼는 대신에, 저자의 분석을 탈식민성의 일부로 위치시키고자 했다. 이것은 아니발 퀴야노, 월터 미뇰로, 캐서린 월시 등의 학자들을 따르는 인식론적 재구성의 기획이다. 여기서 탈식민성 또는 탈식민주의적 사유의 비판적 개입에 대해 상세히 하진 않는다. 탈식민화의 실패는 과거 식민주의자들에 의해 식민지에 주입된 지식의 구조와 주체의 형성(욕망, 신념, 기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은 데 부분적으로 기인한다고 말해두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인식론적 재구성은 근대성의 어두운 부분인 식민주의적 지식과 논리와 결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근대성의 수사학이 부인했던 여러 가지 사유와 언어와 세계내적 존재의 방식들을 새롭게 해석하며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다.

모든 곳에서 나타나는 민족주의의 부상과 한일 관계 악화는 필경 미래의 또 다른 반일운동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더 평등하고, 더 포용적이며, 더 보살피고, 삶을 더 긍정하는 다른 미래를 상상할 때, 이 책이 바로 그런 다른 종류의 대화와 토론을 촉발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저자의 진정한 소망이다.

목차

한국어판 저자 서문
역자 서문
감사의 말

프롤로그
동아시아의 반일감정 (그리고 친일감정)

제1장
브루스 리가 고지라를 만날 때 제국 전환기의 인물들, 반일감정, 반미감정, 그리고 탈식민화의 실패

제2장
일본귀신 중국 내 반일감정의 조건과 한계

제3장
수치스런 육체, 육체의 수치 ‘위안부’와 한국의 반일감정

제4장
식민시대의 향수 또는 탈식민시대의 불안 ‘광복’과 ‘패전’ 사이-간의 도산 세대

제5장
사랑의 이름으로 비판적 지역주의와 후기-동아시아의 공-생

제6장
다른 방식의 화해 친밀감, 토착성, 그리고 타이완의 다른 점

에필로그
반일감정에서 탈식민 민주주의로 동아시아 청년들의 저항

저자 소개 

미국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 동아시아문화연구학과 교수이다. 캘리포니아대학교-샌디에이고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일본인’ 되기-식민지 타이완의 정체성 형성의 정치학(Becoming “Japanese”: Colonial Taiwan and the Politics of Identity Politics)』의 저자이다. 동아시아와 중동 관련 지역학/세계화 주제 이론가이며, 탈식민주의와 아시아 대중문...
 
역 : 유정완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학사학위와 석사학위를 마쳤으며,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포스트임피리얼 서사-폴 오스터, 돈 들릴로, 팀 오브라이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현대 미국문학 및 미국문화를 강의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학장과 한국 미국소설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논문으로 「아메리카 제국의 상흔-미 라이 학살 사건의 과거와 현재」와 「역사의 끝에 ...

출판사 리뷰

미래의 동아시아 평화와 화해를 위한 토착성, 친밀성, 사랑, 정동

저자는 동아시아의 현재 반일-민족주의 분석에서와 마찬가지로 미래의 동아시아 평화와 화해를 위해서도 토착성, 친밀성, 사랑, 정동과 같은 용어를 강조한다. 그것은 “역사적 부정의와 식민주의의 기억에 대해 비국가적이고, 비식민적이고, 비보장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려는 시도”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이 지역은 현재 일본이 쇠퇴하고, 중국이 부상하고, 해결되지 않은 식민의 과거와 요동치는 지구적 현재가 공존하는 ‘제국 전환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며, “바로 이 제국 전환기의 순간에 우리는 현재 동아시아의 실질적 헤게모니 경쟁에 우리가 불가피하게 뒤엉켜 들어간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식민주의에 대한 정당한 저항에 관심을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래를 위한 하위주체의 비공식 연대를 통한 세대-간 친밀성과 토착성의 복원’이라고 요약될 만한 이와 같은 미래지향적 화해의 해법은 저자의 희망적 요청과는 달리 우리에게는 아쉬움과 낯섦을 남기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세상이 미래를 향해, 심지어 가상의 미래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고 있어도 탈식민 민족통일이라는 미완의 화두를 어떤 방식으로도 해결하거나 해소하거나 극복하지 못한 우리는 여전히 응어리처럼 우리에게 붙어있는 이 미완의 근대화를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는 그럼에도 우리가 ‘민족’을 이념화/화석화하는 ‘민족주의’를 반성적으로 사유하고 ‘국가주의’와 ‘민족주의’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기 위해서 저자의 목소리를 면밀히 경청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