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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제1부에서는 공천방식에 대한 분석틀을 제시해주며, 제2부에서는 앞에서 제시한 분석틀에 따른 다양한 공천방식들이 실제로 어떤 정치적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천제도에 관한 중요한 질문은 결국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누가 정당의 후보자로 공천될 수 있는가(후보자격요건)’, ‘누가 후보자를 공천하는가(공천주체)’, ‘공천이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집중화-분산화)’, ‘후보자가 어떤 방식으로 공천되는가(지명제-경선제)’라는 네 가지 물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제2장에서 제5장까지 각각 펼쳐지고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 3
감사의 글 / 5
역자 서문 / 6
제1장 공천이란 무엇이며, 정치를 이해하는데 왜 중요한가? 11
제1부 공천방식: 분석틀
제2장 후보자격요건 37
제3장 공천주체 59
제4장 분산화 93
제5장 지명제와 경선제 121
제2부 공천방식의 정치적 결과
제6장 참여 147
제7장 대표성 175
제8장 경쟁 205
제9장 반응성 241
제10장 공천과 정당, 그리고 민주주의 273
감수의 글 / 297
참고문헌 / 307
부록 / 335
감사의 글 / 5
역자 서문 / 6
제1장 공천이란 무엇이며, 정치를 이해하는데 왜 중요한가? 11
제1부 공천방식: 분석틀
제2장 후보자격요건 37
제3장 공천주체 59
제4장 분산화 93
제5장 지명제와 경선제 121
제2부 공천방식의 정치적 결과
제6장 참여 147
제7장 대표성 175
제8장 경쟁 205
제9장 반응성 241
제10장 공천과 정당, 그리고 민주주의 273
감수의 글 / 297
참고문헌 / 307
부록 / 335
출판사 리뷰
역자 서문
하잔(Reuven Y. Hazan)과 라핫(Gideon Rahat)은 이스라엘의 정치학자로 공천 분야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사와 연구 범위는 이스라엘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공천에만 한정되어 있지도 않다. 이스라엘에서 시작하여 서구 선진국들, 더 나아가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까지 세계 여러 나라에 걸친 비교정치학적 분석이 그들의 저작에서 광범위하게 시도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공천방식이 정당정치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 이론과 어떻게 접목되는지에 대해서도 그들은 매우 깊이 천착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하잔과 라핫이 2010년에 출판한 Democracy within Parties: Candidate Selection Methods and their Political Consequences를 번역한 것이다. 저자들의 이 책은 공천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틀을 바탕으로 각 공천방식들과 그것에 의한 정치적 결과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천과 관련한 거의 모든 주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공천 분야의 바이블로 여겨질 만큼 중요한 저작이다.
그러나 정치학의 다른 세부 분과와 비교해 볼 때 공천에 대한 연구는 아직 풍부한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 있지는 못하다. 저자들도 본문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선거제도 연구에 비해 공천제도 연구는 한 세대 이상, 즉 30-40년 정도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공천은 권력의 핵심부에서 이루어지는 내밀한 영역이기 때문에 제도화 되기 어려운 면이 있고, 따라서 학문적 틀을 정립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또한 경험적 연구의 고질적 난점인 자료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공천연구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한편, 현실정치 영역에서 공천은 자주 이론적 설명의 영역을 뛰어넘을 만큼의 불규칙성과 혼돈으로 점철되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국은 공천으로 하여금 정치학자들과 넓은 접촉면을 이루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치는 이와 같은 상황이 가장 극대화 된 경우로 볼 수 있다. 민주화 이전과 ‘3김 시대’로 통칭되는 권위주의 시기의 공천은 곧 1인 지배 정당을 보장하는 형식적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정당 민주주의의 미발달은 공천을 오랫동안 밀실에 가두어 두었고, 이것이 정당정치의 퇴행을 더 부채질하는 반복적 악순환의 굴레를 재생산해 왔던 것이다. 추측건대, 국민의 정치불신의 심연에는 정당 공천에 대한 깊은 절망감이 자리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한국 보수정당이 겪고 있는 위기도 가장 직접적으로는 2016년 총선의 공천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행태들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 정당정치는 지난 총선의 공천상황과 얼마나 더 다른 길을 걷고 있는지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공천은 정당이 선거에 앞서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이며, 정당을 다른 사회집단 및 조직과 구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고유한 기능이 바로 공천이다. 따라서 공천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정당정치의 작동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 장치인 정당의 기능 이상은 민주주의 자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제1장에서 ‘공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와 함께 정치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공천이 왜 중요한지를 밝히고 있다.
이후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제1부에서는 공천방식에 대한 분석틀을 제시해주며, 제2부에서는 앞에서 제시한 분석틀에 따른 다양한 공천방식들이 실제로 어떤 정치적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천제도에 관한 중요한 질문은 결국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누가 정당의 후보자로 공천될 수 있는가(후보자격요건)’, ‘누가 후보자를 공천하는가(공천주체)’, ‘공천이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집중화-분산화)’, ‘후보자가 어떤 방식으로 공천되는가(지명제-경선제)’라는 네 가지 물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제2장에서 제5장까지 각각 펼쳐지고 있다.
한편, 저자들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측면을 참여, 대표성, 경쟁, 반응성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제6장부터 제9장까지는 여러 공천방식이 이러한 각각의 측면에 미치는 정치적 결과를 하나씩 분석하는데 할애되었다. 공천에 관한 네 가지 차원의 분석틀과 민주주의의 네 가지 측면의 결과들이 빚어내는 동학은 공천이라는 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일 수 있도록 해준다. 여기서 중심적인 개념은 개방성(inclusiveness)과 배타성(exclusiveness), 집중화(centralization)와 분산화(decentralization)인데, 이 두 축을 중심으로 각각의 공천방식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지며, 그 방식들마다 서로 다른 정치적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제10장에서 저자는 공천과 정당,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함께 과연 어떤 공천방식이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지에 관해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것을 단지 하나의 제안(proposal)이라고 하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꺼내놓고 있지만, 그들의 해답에는 매우 탄탄한 논리적 일관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이론에 대한 사상적 기반 또한 풍부하기 때문에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저자들의 주장은 결국 정당이 전체로서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결여하고 있는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공천제도를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국민들의 선호를 취합하기만 하는 형식적 참여의 가치가 지배하는 민주주의 체제라면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좀 더 숙의적인 공천방식이 정당 수준에서 고안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핵심 논지이다.
따라서 공천과정은 1단계로 끝나지 않고 여러 공천주체를 통한 다단계의 방식을 거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숙의적인 형태의 당기구가 중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에만 참여와 경쟁이라는 민주주의 규범을 구현하면서도 대표성과 반응성이라는 민주적인 결과물도 도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권력 분산이라는 자유주의적 규범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조직으로서의 정당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도 이러한 공천방식이 유용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정당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공천이라는 주제에 대해 공부하고 있던 역자들에게 하잔과 라핫의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꽤 강렬했다. 쉽사리 풀리지 않던 정당정치에 대한 엉킨 실타래와 민주주의라는 미로 속 공간이 이 책을 통해 작은 빛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역자들의 의기투합은 강원택 선생님의 격려와 지도가 없었다면 끝내 번역서의 완성으로 결실을 맺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하고 번역을 제안하신 것도 강 선생님이었고, 마지막까지 감수자의 역할을 맡아주신 것도 역시 선생님이었다. 감사의 마음을 담기가 모자랄 뿐이다.
좋은 정치학도가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는 동학들로부터도 많은 빚을 졌다. 같은 대학원의 주민혜 원우는 초기에 번역작업의 틀을 잡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지난 학기 비교정당론 수강생들도 번역서의 초고를 꼼꼼히 읽고 난 후 아낌없는 피드백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역자들의 투박한 원고가 멋진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될 수 있도록 애써주신 박영사의 이영조 팀장, 조보나 대리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물론, 역자들은 최선을 다해 저자들의 뜻이 왜곡되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노력했지만, 역량의 한계로 인해 오역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다. 모든 잘못은 당연히 역자들의 책임이다. 차후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다듬어서 내놓겠다는 말로 용서를 구해본다.
그러나 두려운 마음에도 아직 배움의 길에 있는 역자들이 감히 번역을 결심하게 된 것은 바로 이 책의 가치, 공천의 중요성과 정치적 결과를 이론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증적으로 너무나 명쾌히 드러내준 이 책의 내용을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꼭 소개해야겠다는 간절한 열망 때문이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한국 정당의 공천이 더 이상 접근하기 힘든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이론적으로 분석 가능하며 정당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할 ‘우리들의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기를 바랄 뿐이다.
2019년 3월
역자 일동
하잔(Reuven Y. Hazan)과 라핫(Gideon Rahat)은 이스라엘의 정치학자로 공천 분야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오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사와 연구 범위는 이스라엘에 머물러 있지 않고 공천에만 한정되어 있지도 않다. 이스라엘에서 시작하여 서구 선진국들, 더 나아가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까지 세계 여러 나라에 걸친 비교정치학적 분석이 그들의 저작에서 광범위하게 시도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공천방식이 정당정치에 미치는 영향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 이론과 어떻게 접목되는지에 대해서도 그들은 매우 깊이 천착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하잔과 라핫이 2010년에 출판한 Democracy within Parties: Candidate Selection Methods and their Political Consequences를 번역한 것이다. 저자들의 이 책은 공천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틀을 바탕으로 각 공천방식들과 그것에 의한 정치적 결과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공천과 관련한 거의 모든 주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공천 분야의 바이블로 여겨질 만큼 중요한 저작이다.
그러나 정치학의 다른 세부 분과와 비교해 볼 때 공천에 대한 연구는 아직 풍부한 학문적 성취를 이루고 있지는 못하다. 저자들도 본문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일반적인 선거제도 연구에 비해 공천제도 연구는 한 세대 이상, 즉 30-40년 정도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공천은 권력의 핵심부에서 이루어지는 내밀한 영역이기 때문에 제도화 되기 어려운 면이 있고, 따라서 학문적 틀을 정립하기가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념이다. 또한 경험적 연구의 고질적 난점인 자료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 공천연구를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한편, 현실정치 영역에서 공천은 자주 이론적 설명의 영역을 뛰어넘을 만큼의 불규칙성과 혼돈으로 점철되기도 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국은 공천으로 하여금 정치학자들과 넓은 접촉면을 이루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국정치는 이와 같은 상황이 가장 극대화 된 경우로 볼 수 있다. 민주화 이전과 ‘3김 시대’로 통칭되는 권위주의 시기의 공천은 곧 1인 지배 정당을 보장하는 형식적 절차에 지나지 않았다. 정당 민주주의의 미발달은 공천을 오랫동안 밀실에 가두어 두었고, 이것이 정당정치의 퇴행을 더 부채질하는 반복적 악순환의 굴레를 재생산해 왔던 것이다. 추측건대, 국민의 정치불신의 심연에는 정당 공천에 대한 깊은 절망감이 자리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현재 한국 보수정당이 겪고 있는 위기도 가장 직접적으로는 2016년 총선의 공천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행태들이 그 단초를 제공했다고 봐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국 정당정치는 지난 총선의 공천상황과 얼마나 더 다른 길을 걷고 있는지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공천은 정당이 선거에 앞서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이며, 정당을 다른 사회집단 및 조직과 구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장 고유한 기능이 바로 공천이다. 따라서 공천이 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정상적인 정당정치의 작동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제도적 장치인 정당의 기능 이상은 민주주의 자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제1장에서 ‘공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명확한 개념 정의와 함께 정치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공천이 왜 중요한지를 밝히고 있다.
이후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지는데, 제1부에서는 공천방식에 대한 분석틀을 제시해주며, 제2부에서는 앞에서 제시한 분석틀에 따른 다양한 공천방식들이 실제로 어떤 정치적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천제도에 관한 중요한 질문은 결국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누가 정당의 후보자로 공천될 수 있는가(후보자격요건)’, ‘누가 후보자를 공천하는가(공천주체)’, ‘공천이 어디에서 이루어지는가(집중화-분산화)’, ‘후보자가 어떤 방식으로 공천되는가(지명제-경선제)’라는 네 가지 물음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제2장에서 제5장까지 각각 펼쳐지고 있다.
한편, 저자들은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네 가지 측면을 참여, 대표성, 경쟁, 반응성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제6장부터 제9장까지는 여러 공천방식이 이러한 각각의 측면에 미치는 정치적 결과를 하나씩 분석하는데 할애되었다. 공천에 관한 네 가지 차원의 분석틀과 민주주의의 네 가지 측면의 결과들이 빚어내는 동학은 공천이라는 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일 수 있도록 해준다. 여기서 중심적인 개념은 개방성(inclusiveness)과 배타성(exclusiveness), 집중화(centralization)와 분산화(decentralization)인데, 이 두 축을 중심으로 각각의 공천방식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지며, 그 방식들마다 서로 다른 정치적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 제10장에서 저자는 공천과 정당,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함께 과연 어떤 공천방식이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지에 관해 하나의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것을 단지 하나의 제안(proposal)이라고 하면서 매우 조심스럽게 꺼내놓고 있지만, 그들의 해답에는 매우 탄탄한 논리적 일관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이론에 대한 사상적 기반 또한 풍부하기 때문에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저자들의 주장은 결국 정당이 전체로서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결여하고 있는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공천제도를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국민들의 선호를 취합하기만 하는 형식적 참여의 가치가 지배하는 민주주의 체제라면 이를 보완해줄 수 있는 좀 더 숙의적인 공천방식이 정당 수준에서 고안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핵심 논지이다.
따라서 공천과정은 1단계로 끝나지 않고 여러 공천주체를 통한 다단계의 방식을 거쳐야 하며, 그 과정에서 숙의적인 형태의 당기구가 중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할 때에만 참여와 경쟁이라는 민주주의 규범을 구현하면서도 대표성과 반응성이라는 민주적인 결과물도 도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권력 분산이라는 자유주의적 규범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조직으로서의 정당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도 이러한 공천방식이 유용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결론이다.
정당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공천이라는 주제에 대해 공부하고 있던 역자들에게 하잔과 라핫의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꽤 강렬했다. 쉽사리 풀리지 않던 정당정치에 대한 엉킨 실타래와 민주주의라는 미로 속 공간이 이 책을 통해 작은 빛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역자들의 의기투합은 강원택 선생님의 격려와 지도가 없었다면 끝내 번역서의 완성으로 결실을 맺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을 추천하고 번역을 제안하신 것도 강 선생님이었고, 마지막까지 감수자의 역할을 맡아주신 것도 역시 선생님이었다. 감사의 마음을 담기가 모자랄 뿐이다.
좋은 정치학도가 되기 위해 함께 노력하고 있는 동학들로부터도 많은 빚을 졌다. 같은 대학원의 주민혜 원우는 초기에 번역작업의 틀을 잡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고, 지난 학기 비교정당론 수강생들도 번역서의 초고를 꼼꼼히 읽고 난 후 아낌없는 피드백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역자들의 투박한 원고가 멋진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될 수 있도록 애써주신 박영사의 이영조 팀장, 조보나 대리께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물론, 역자들은 최선을 다해 저자들의 뜻이 왜곡되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되도록 노력했지만, 역량의 한계로 인해 오역들이 여기저기서 출몰하지 않을까 두려운 마음이다. 모든 잘못은 당연히 역자들의 책임이다. 차후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다듬어서 내놓겠다는 말로 용서를 구해본다.
그러나 두려운 마음에도 아직 배움의 길에 있는 역자들이 감히 번역을 결심하게 된 것은 바로 이 책의 가치, 공천의 중요성과 정치적 결과를 이론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증적으로 너무나 명쾌히 드러내준 이 책의 내용을 한국의 독자들에게도 꼭 소개해야겠다는 간절한 열망 때문이었다. 부디 이 책을 통해 한국 정당의 공천이 더 이상 접근하기 힘든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이론적으로 분석 가능하며 정당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함께 논의해 나가야 할 ‘우리들의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조금 더 다가가기를 바랄 뿐이다.
2019년 3월
역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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