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한국역사의 이해 (독서)/7.한국민족주의

민족주의와 역사교육

동방박사님 2022. 11. 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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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역사교육이 민족주의와 반공국가주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의 결과를 모은 것이다.

역사교육 분야에서도 민족주의와 반공국가주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는 2005년 역사학대회에서 “역사교육과 민족주의”를 다루었던 ‘역사교육연구회’의 분과토론이 가장 큰 열기를 띠었던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역사교육의 주체인 역사교사에게도 민족주의와 반공국가주의 문제는 결코 비켜갈 수 없는 고민의 지점이 되고 있다. 반 만 년의 역사를 지리적 고립으로 인해 외세의 압력 속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은 민족자결의 원칙을 관철할 수 없었고 따라서 지금까지도 분단의 모순과 전쟁 위협 속에서 살아온 우리 국민에게 민족주의 문제는 쉽게 풀 수 없는, 결코 합리적인 원칙과 논리로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독특한 역사적 산물이 남았다.

책은 이러한 민족주의와 역사교육에 대한 연구물들을 담아 역사교사의 정열적인 교육실천과 역사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우리 시민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통찰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목차

1부. 민족주의, 반공국가주의
민족의식의 형성과 전개
냉전체제와 한국민족주의의 위상
국사교과서 현대사 서술, 문제 많다
중·고교 국사교과서와 반공국가주의

2부. 역사교육·국민·여성
역사교육과 평화교육의 만남 - 서독의 사례를 중심으로
독일의 역사문화와 역사교육
일본군 성노예문제와 기억의 현재화
여성과 '국민 만들기'


저자 소개 

저 : 서중석
 
1948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1988년까지 동아일보 기자로 재직했으며, 6월항쟁 당시 [신동아] 취재기자로 역사적 현장에서 그날의 사건들을 생생히 목격하고 기록했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명예교수이며 역사문제연구소 이사장,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 연대 상임 공동대표, 제주 4·3사건...

저 : 정현백

 
학문과 현장을 넘나들며 활동해온 페미니스트 역사학자. 서울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서양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뒤, 독일 보훔대학교에서 독일노동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성균관대학교 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연구와 강의를 하는 동안, 여성단체들의 연대 조직인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공동대표를 맡고 다시 참여연대의 공동대표를 지내며 여성운동과 시민사회운동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201...
 

출판사 리뷰

이런 현실적인 도전 때문인지 역사교육 분야에서도 민족주의와 반공국가주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는 2005년 역사학대회에서 “역사교육과 민족주의”를 다루었던 ‘역사교육연구회’의 분과토론이 가장 큰 열기를 띠었던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역사교육의 주체인 역사교사에게도 민족주의와 반공국가주의 문제는 결코 비켜갈 수 없는 고민의 지점인 것이 분명하다. 반 만 년의 역사를 지리적 고립으로 인해 외세의 압력 속에서 살아온 우리 민족은 민족자결의 원칙을 관철할 수 없었다. 따라서 지금까지도 분단의 모순과 전쟁 위협 속에서 살아온 우리 국민에게 민족주의 문제는 쉽게 풀 수 없는, 결코 합리적인 원칙과 논리로 규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독특한 역사적 산물이다. 그러기에 아무리 탈민족주의 담론을 주장해도 민족주의는 우리 현실의 한 부분으로 착근되어 있다. 그래서 어떤 섣부른 해답을 제시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이 책에서의 제언도 논의를 한 단계 진전시키기 위한 집합적인 성찰과정의 한 부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의 1부 첫머리에 실려 있는 <민족의식의 형성과 전개>는 한국사 교재의 일부로 사용했던 글로, 전근대 시기 민족의 형성 과정과 민족의식의 성격, 근대시기 이후의 민족문제와 민족의식을 고찰했다. 이 글에서는 근대적인 민족의식이 세계자본주의에 편입되면서, 특히 일제의 침략을 받으며 급속히 형성되는 것과 함께 일제강점기와 분단시기에 민족문제에 대해 민족적 분열이라고 할 만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주목했다. <냉전체제와 한국민족주의의 위상>에서는 통일운동이 김구·김규식의 ‘협상파’와 조봉암과 진보당, 4월혁명기의 혁신세력에 의해 전개되는 양상을 기술하고, 그것이 강렬한 냉전의식을 지닌 반공주의 집권자들에 의해 어떻게 압살당하는가를 살펴봤다. 1부의 필자는 해방 후 민족주의운동이 몇 차례 표출되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기에 주류적 조류로 존재했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주장을 해왔다. 해방 3년기에는 좌우대립이 심했고, 그 뒤에는 분단 국가의 국가주의와 연결되어 있는 반공주의와 냉전의식이 지배했다고 보는 것이다.

<국사 교과서 현대사 서술, 문제 많다>와 <중·고교 국사 교과서와 반공국가주의>는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에 사용된 중·고교 국사 교과서를 분석했다. 이 글에서는 관료주의로 인해 수백만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교과서가 얼마나 성의 없이 제작되었는가를 분석하는 데에도 비중을 두었지만, 반공국가주의에 의해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서술이 얼마나 많은 문제를 갖게 되었는가를 밝히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었다. 이 두 교과서는 민족이라는 단어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근현대사 서술의 경우 민족주의보다 반공국가주의의 색채가 훨씬 강하다. 이 글은 2001년 일본 중학교 역사 교과서 파동 때 일본 교과서만 비판할 것이 아니라, 우리 교과서의 문제점도 보자는 관점에서 몇 번이나 망설이다 쓰여졌다. 그런데 이 글에서 국사 교과서 근현대사 서술에 틀린 사항, 부정확한 기술, 왜곡된 주장이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에 상당히 논쟁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는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무지와 일본의 과거사청산에는 비판적이면서도 한국의 그것에 대해서는 눈감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 드러난 것인데, 이것은 민족주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민족감정이나 반일감정을 민족주의와 구별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들을 수록하자는 제안에 고민을 하다가 역사교육의 한 단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당시에 쓰여진 그대로 수록하고자 했다.

‘민족주의와 역사교육’과 관련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하여 이 책의 2부에서는 두 가지의 접근방식을 사용하였다. 그 하나는 독일 역사교육의 현황과 쟁점을 소개하는 일이었다. 1990년의 통일에 이르기까지 독일은 분단국가일 뿐 아니라 나치의 전범국가라는 역사적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그런 연유로 민족주의는 독일인들에게는 금기의 단어였고, 그래서 역사교육은 민족주의를 넘어서야 했으며, 과거청산의 부담과 분단으로 인한 이념적 대립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역사교육과 평화교육의 만남-서독의 사례를 중심으로>과 <독일의 역사문화와 역사교육>은 서독의 역사교육이 다양한 정파 사이에 존재하는 각기 다른 역사해석을 둘러싼 첨예한 대립을 우회하면서, 객관적이고도 반성적 자세를 견지하였던 과정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러한 서독 사회의 노력은 두 개의 독일이 큰 무리 없이 하나의 독일로 통합되는 역사적 대사건의 초석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고, 이런 점에서 다소 맥락은 다르지만, 독일은 우리 역사교육의 전범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어 소개하게 되었다.

<일본군 성노예 문제와 기억의 현재화>와 <여성과 ‘국민 만들기’>는 우리의 민족주의 담론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모색하기 위해 쓴 글이었다. 동시에 이는 서구 페미니즘과 민족주의 사이의 오래된 불화를 제3세계 여성의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재정리하려는 시도를 담은 글이기도 하다. 흔히 민족주의가 ‘상상의 공동체(imagined community)’에 불과하다는 논거는 서구사회에서는 거의 일반화된 원리로 수용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의 독특한 역사적 경험에서도 드러나듯이, 서로 다른 맥락 속에서 민족은 인위적인 공동체를 넘어 다양한 역사적 경험을 축적하면서, 그 문화적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 그렇더라도 ‘좋은 민족주의’와 ‘나쁜 민족주의’는 명확하게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 양자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위의 두 글에서는 젠더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 본 민족주의의 취약성, 그리고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둘러싼 과거청산 문제에서 민족주의가 지닐 수 있는 한계를 짚어보고자 하였다. 이 책의 Ⅰ부는 서중석이, Ⅱ부는 정현백이 서술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