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필경사
서해안고속도로 서해대교 완공 이후 수도권에서 손쉽게 다녀올 수 있는 문화유적지가 바로 심훈 문학의 산실인 필경사(筆耕士)이다. 서해안 고속도로의 송악 나들목을 빠져나온 뒤, 한진 나루에 닿기 직전 상록초등학교를 지나자 마자 필경사라는 안내판을 만나게 된다. 논밭 사이로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정비가 잘 된 필경사 주차장에 닿는다. 이곳에 바로 그 유명한 소설 상록수의 작가 심훈선생의 집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건물은 남남동향에 정면5칸 측면2칸으로 구성되어 있고, 바로 앞에는 상록수 문화관 건물이 들어 서 있다. 문화관 뜰에 서면 아산만의 물결과 서해대교가 한눈에 잡힌다. 한편, 현지의 석비후 면에는 선생의 출생지가 서울 노량진동이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다. 필경사 뒤로는 대숲이 우거져 바람이 불 때마다 사각사각 소리를 털어낸다. 여행자들은 심훈 고택과 문화관을 둘러보며 상록수 스토리를 자연스례 연상한다.
주인공 채영신과 박동혁이 이 망을에서 농촌계몽운동을 폈던가, 그러나 채영신이 본 인물 최용신은 경기도 반월의 샘골마을에서 농촌운동을 하던 심재영의 소설속 인물로 두 사람은 실제로는 전혀 알지못하는 사이였다. 어쨌든 최용신의 고향에는 수도권전철 상록수역이 세워져있고 이곳 심재영의 고향에는 상록초등학교가 서 있어 두 사람의 소설속 행로가 완전히 허구의 산물만은 아니었음을 느끼게 한다. 심훈은 1933년(1932년이라는 설도 있다) 서울생활을 청산하고 부친이 살고 있는 이곳으로 내려와 <영원의 미소>. <직녀성>등을 집필하였다. 1934년 독립하면서 직접 설계하고 지은 집이 바로 필경사이다.
심훈선생은 1935년 이 집에서 대표적인 농촌소설인 상록수를 집필했다. 필경사는 한 때 그의 장조카인 고 심재영 이 관리하다가 당진시에 기부한 이후 군에서 관리를 하고 있다. 마당의 시비는 1996년 한국문인협회가 세운 것이다. 시비에는 '그날이 오면' 이라는 시가 새겨져 있어 생전의 심훈선생 음성을 듣는 듯하다.
그날이 오면 그날이 오며는
삼각산이 일어나 더덩실 춤이라도 추고
한강물이 뒤집혀 용솟음칠 그날이
이 목숨 끊치기 전에 와 주기만 할 양이면
나는 밤하늘에 나는 까마귀와 같이
종로의 인경을 머리로 들이 받아 울리오리다
두개골은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도
기뻐서 죽사오매 오히려 무슨 한이 남으오리까.
그날이 와서 오오 그날이 와서
육조앞 넓은 길을 울며 뛰며 뒹굴어도
그래도 넘치는 기쁨에 가슴이 미어질 듯하거든
드는 칼로 이 몸의 가죽이라도 벗겨서
커다란 북을 만들어 들쳐 메고는
여러분의 행렬에 앞장을 서오리다.
우렁찬 그 소리를 한번이라도 듣기만 하면
그 자리에 꺼꾸러져도 눈을 감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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