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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 김금희, 장혜영 추천! **
어느 소방관이 거리에서 만난 아픔의 얼굴들…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써 내려간 이야기
자살하는 아이들, 개똥과 뒤엉켜 사는 남자, 홀로 죽어 겨우내 썩다가 봄에 발견된 노인, 쓰레기장보다 더러운 집…. 사고 현장에서 세상의 고통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목도하는 사람, 119 구급대원. 8년 차 소방관 백경 작가가 구급차를 타면서 마주한 삶의 고통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뜨거운 생에 관한 이야기를 첫 에세이 『당신이 더 귀하다』를 통해 꺼낸다.
사회의 아픔과 타인의 고통을 ‘특별한 비극’이 아닌 ‘세상의 일부’로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인으로서 그리고 그 이전에 한 명의 인간으로서 진솔하고도 뼈아프게 써 내려간 글들을 읽고 나면, 그간 우리가 마주하기 두려워 외면해 온 세상의 아픈 얼굴들을 조금은 더 용기 내어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기 두려워 마음을 닫아건 사람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
한 구급대원의 간절한 심폐소생술이다.” _장혜영(전 국회의원, 영화감독)
“자괴와 분노와 슬픔과 때론 조소까지 들어가 있는 이 글들은
그래서 오히려 희망적이다.” _김금희(소설가)
* 리더스원의 큰글자도서는 글자가 작아 독서에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들에게 편안한 독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글자 크기’와 ‘줄 간격’을 일반 단행본보다 ‘120%~150%’ 확대한 책입니다.
시력이 좋지 않거나 글자가 작아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에게 책 읽기의 즐거움을 되찾아 드리고자 합니다.
목차
프롤로그 언제 죽을지 몰라서 쓰는 글
1장- 내가 당신의 심장을 누를 때
내가 당신의 심장을 누를 때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그녀와 커피를 마시고 올걸 그랬다
내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환자한테 혼난 날
개와 사람
경찰차와 구급차와 똥과 나
아들이 죽었다
내가 당신의 심장을 누를 때
잣나무에 걸려 죽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허기虛飢
소방관은 몇 급 공무원인가요
자식의 온도차
어렸을 땐 똑똑했어요
문 좀 고쳐주세요
크리스마스 비망(배변)록
천곡동
2장- 당신이 더 귀하다
당신이 더 귀하다
꽃비
라면은 밥이 아니야
엄마라는 이름의 열차
우리 집은 홋카이도에 있어요
그곳만이 내 세상
우주 끝까지 달리기
할머니가 뭐가 죄송해요
벽은 삶이다
당신이 더 귀하다
사랑도 면죄부가 되나요
오늘 자살하는 너에게
인간의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
우리 엄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사랑 때문에 죽은 사람은 없다
강물은 차갑다
나는 살고 싶다
배가 간다
연극이 끝난 후
에필로그 수도꼭지를 위하여
저자 소개
저 : 백경
대한민국의 소방관이자 두 아이의 아버지.
오래 구급차를 탔지만 현장의 아픔과 죽음에는 여전히 적응하지 못한 평범한 인간이다.
트라우마로 인한 불안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구급차를 타며 마주한 삶과 죽음의 단상을 기록하고 있다.
책 속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빗물에 흠뻑 젖어 집 안까지 비구름을 몰고 오기에 이르렀다.
잘 크고 있는 아이들이 사고를 당해 죽거나 크게 다치는 상상을 했고 아내가 기분이 안 좋은 날엔 그걸 자살의 전조라고 여기며 불안에 떨었다.
일하는 동안은 내가 오만가지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 장면을 떠올렸다.
고속도로에서 구급 활동을 하다 차에 치이거나, 정신질환자의 칼에 맞거나, 또는 감당할 수 없는 트라우마에 마음이 무너져 스스로 생을 마감하거나. 그래서 틈날 때마다 유서를 썼다.
잡힐 듯 말 듯 한 죽음에 먼저 손을 내민 일이 내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 pp.5-6
언젠가 지쳐서 쓰는 일을 멈추면, 누군가의 죽음이나 상처를 마주했을 때 사람이라면 당연히 느껴야 할 것들이 내 안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죽음을 목전에 둔 그 남자를,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버스 사고를 마른 모래처럼 툭툭 털어낼지도 모른다. 나는 그게 두렵다.
--- p.18
구급차를 자주 이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건 물론이요 마음까지 가난한 사람들.
그들은 택시비가 아까워 집 앞까지 걸어 나와 구급차를 부르고, 술 취한 새벽마다 헤어진 애인에게 하듯 119에 전화를 건다.
가난을 벗어나고자 제 나라를 떠나 시집온 외국인 노동자는 삼촌뻘의 남편에게 매일 두들겨 맞고, 우울증에 걸린 엄마는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 샤워 호스로 목을 맨다.
움직이지 못해 달 뒷면의 분화구처럼 등짝이 온통 욕창으로 뒤덮인 남자는 겨우 쓸 수 있는 한쪽 팔로 119에 전화를 걸어 선풍기를 틀어달라고 말한다.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땐 그런 가난이 지긋지긋했다.
출동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면 염치없고 몰상식한 인간들을 욕하기 바빴다.
그런데, 수년간 구급차를 타며 깨달은 것은 이러한 가난이 결코 유별난 게 아니란 사실이었다.
가난은 예상보다 광범위하게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었고 그 뿌리 또한 깊었다.
내가 그 일부가 되지 않은 건 단순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 pp.88-89
라면으로만 끼니를 해결하다 보면 그게 온전한 식사라고 착각하듯 마음의 가난도 익숙해지면 그것이 가난인지 잊어버린다.
아이들이 부디 가난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어른이 되길 바란다고 하며 글을 맺고 싶었는데 솔직히 쉽지 않을 것 같다. 라면은 맛있고, 간편하고, 여전히 값싸기 때문이다.
대충 그렇게 먹고살아도 괜찮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면은 밥이 아니다. 삶도 그렇다.
--- p.144
사람들은 낡은 사람들에게 더는 이야기가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한다.
그들은 머리와 마음이 모두 낡아서 해진 기억을 더듬으며 죽을 날만 기다린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건 분명해 보인다.
세상이 낡은 사람들을 주목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리를 메우는 건 온통 싱그러운 젊음이고, 드라마엔 피부가 팽팽한 사람들만 등장하고, 심지어 책에도 낡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쓰이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씩 그들이 사는 집에 들러 악수를 하면서 1번을, 아니면 2번을 꼭 찍으시라고 말을 건네는 이들 말고는 찾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거기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게 아니고, 믿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낡은 사람들에게도 분명 낡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 pp.156-157
머릿속이 복잡하면 요즘도 이따금 달린다.
허파가 비명을 지르고 심장이 목구멍으로 올라올 때까지 달린다.
온몸의 땀구멍이 열려 내가 땀인지, 땀이 나인지 모를 지경까지 오면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든다.
사는 건 그냥 달리기일 뿐이라고. 맨몸이든 잘 차려입었든 나아가는 데에 의미가 있는 거라고.
--- p.164
남들보다 빠르게, 실수 없이 정상을 밟아야 한다는 거짓말.
그래서 반짝이는 집과 높은 구두와 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손에 넣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거짓말.
그런 거짓을 곧이곧대로 믿고 자란 아이는 삶과 거짓의 괴리에 하루하루 절망하며 결국 눈썹 칼에도 잘려 나가는 실 같은 목숨줄을 쥐고 살게 될지 모른다.
반면에 제힘으로 벽을 오르고 떨어지는 과정을 수없이 되풀이하다 보면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남과 자신을 저울질해서 가치를 매기는 일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 말이다.
대신 벽은 말한다.
터진 손바닥으로 각자의 벽을 오르는 사람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내는 이상 존귀하다.
--- p.180
“아빠는 돌아가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둘째는 요새 부쩍 그렇게 묻는다.
돌아가면 어떻게 되냐고. 죽으면 어떻게 되냐고 묻는다.
아빠가 위험한 일을 한다는 걸 인지하는 건지, 아니면 어른 눈엔 뵈지 않는 삶과 죽음의 정령 같은 게 아이의 눈에 비쳐서인지 이유는 알 수 없다.
본능일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든다.
하루하루 살아내기 바쁜 나이가 되면 잊히는 본능.
사람은 왜 태어나고 죽을까, 죽음 뒤엔 뭐가 기다리고 있을까 허공인지 신인지에게 캐묻는 본능 말이다.
“아빠는 잘 모르지.” 이날도 나는 같은 대답을 했다.
“나는 알아.”
“그래?”
“아빠는 돌아가고, 나는 할머니가 되는 거야.”
“응.”
“내가 돌아가면 아기가 또 태어나.”
“응.”
“그렇게 되는 거야.”
--- pp.227-228
처음 심폐소생술을 한 날 손바닥 아래서 노인의 복장뼈가 박살 나던 감각이 떠올랐다.
나일론 줄로 목을 매고 죽은 남자를 바닥으로 끌어 내릴 때 맡은, 죽는 순간까지 살고 싶어 했던 사람의 진한 땀 냄새가 떠올랐다.
까마득한 동공 안에 세상의 한 줌 빛이라도 더 담아가려 했던 어린아이의 눈동자도 생각났다.
아이의 조막만 한 눈꺼풀을 열었다 닫는 순간 손끝을 적신 한기가 아직 생생했다.
그제야 외할머니의 죽음을 두고 울 수 없었던 이유를 알았다.
그건 내가 수도꼭지를 꼭꼭 잠가두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야만 구급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장 난 수도꼭지 앞에서, 나는 오래도록 울었다.
--- p.246
출동 벨이 울린다.
발랄한 음악이 그치고 대형마트 식품 코너 직원들처럼 감흥 없는 수보요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누가 아프다고 합니다. 다쳤다고 합니다.
죽었다고 합니다.
배고프다는 말을 바꿔 말하는 듯한 심드렁한 목소리에 울렁이던 마음이 잠잠해진다.
하늘색 니트릴 장갑과 KF-94 마스크를 착용한다.
이것들은 사람의 온기와 냄새를 내가 온전히 느끼지 못하게 도와줄 것이다.
구급차에 올라 신고자에게 전화를 건다.
“출동 중인 구급대원입니다. 괜찮습니다.
진정하시고 말씀해 보세요.
” 상대방에게 하는 건지 나 자신에게 하는 건지 모를 그런 말로 삐져나온 마음의 올을 하나하나 여민다.
그렇게 수도꼭지를 단단히 잠근 뒤, 나는 지금 당신에게 달려간다.
--- p.247
출판사 리뷰
가난, 사고, 죽음… 소방관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적
세상의 그림자 속에 숨어 이제껏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
“구급차를 타기 시작한 뒤로 세상이 살 만하다는 생각은 무너졌다.”(122쪽)
세상엔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이 얼마나 많이 존재할까.
가난에 짓눌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는 사람들, 깊은 우울로 고개를 들지 못하는 사람들, 이유도 모른 채 불행의 한가운데에 던져진 사람들…. 이들은 소설에나 나올 법한 어두운 모습으로 출동 현장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소방관이 되기 전에 작가는 그런 사람들이 세상에 몇 없다고 생각했다.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아픈 삶이 그저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걸, 지극히 일상적인 현실이라는 걸 구급차를 타고 나서 깨달았다.
그들은 너무 창피하거나 슬퍼서, 아파서, 춥고 어두운 그림자 속에 숨어 있었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작가가 수년간 소방관으로 일하며 깨달은 것은 가난이 결코 유별난 게 아니란 사실이다.
가난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을 뿐 사회 전체에 널리, 깊게 뿌리 내려 있었다.
그런 현실로부터 등 돌리고 스스로의 안위만을 좇는 지금의 사회가 오히려 더 비참하게 느껴졌다.
가난한 삶과 죽음을 ‘비극’이라 이름 붙이고 특별한 것으로 취급할 게 아니라 분명한 현실로 인지해야 한다는 것을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현직 8년 차 소방관 백경은 구급차를 타며 마주한, 세상의 그림자 속에 숨어 이제껏 드러나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 처음으로 꺼낸다.
추운 겨울보다 오히려 따뜻한 봄에 죽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구급차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개 가난한 사람이라는 사실 등,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소방관의 멋진 영웅담도 살맛 나는 세상 이야기도 아니다.
모두가 환호할 아름다운 이야기 대신 외면하고 싶은 아픈 구석을 굳이 들추어 이야기하는 까닭은, 우리가 세상의 아픔에 등 돌려서는 안 된다는 작가의 믿음에서 비롯한다.
손 내밀어 보듬어야 할 상처가 바로 우리 곁에 있다는 것, 그걸 분명히 깨달은 뒤에야 세상이 좀 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당신이 더 귀하다』를 통해 전한다.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아픔에 관하여…
소방관이기 이전에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써 내려간 글
소심하고 멋없는 소방관. 백경 작가가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말이다.
술에 취한 고등학생을 달래서 집으로 보내고, 유가족의 눈치가 보여 시신에 의미 없는 심폐소생술을 하며, 자살 현장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해 내 가족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어쩌나 겁을 집어먹는 소방관.
마주하는 모든 죽음에 눈을 빼앗기면 마음이 남아나질 못하기에, 출동부터 귀소까지 ‘내 가족이 아니다, 내 친구가 아니다’ 주문처럼 뇌지만 기어코 그들에게서 내 가족과 친구의 모습을 읽어내고야 마는 사람.
구급대원으로서의 일은 점점 익숙해져 가지만 눈앞의 아픔과 죽음엔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평범한 한 인간이다.
1980년대 중반 은행나무가 많은 도시에서 태어난 작가는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한 후 서른 살이 될 때까지 입시 학원 시간 강사를 하며 틈틈이 독립영화를 찍었다.
그러다 첫째 아이가 걸음마를 떼던 해에 부랴부랴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턱걸이로 합격했다.
소방관으로 사는 삶이 줄곧 순탄치만은 않았다.
입사 초기부터 트라우마로 인해 극심한 불안장애에 시달렸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써 내려간 글은 처음엔 세상에 남길 유서가 되었다가 어느샌가 세상을 향한 이야기로 그 모습을 바꾸었다.
구급차를 타며 마주한 삶과 죽음의 단상들, 아픔이 부유하는 세상에서도 뜨겁게 살아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아 온라인상에 남겼다.
영상을 전공하며 배운 작법을 토대로 삼은 그의 글은 여느 작가 못지않은 단단한 필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큰 화제가 되었고, 개설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계정에 그의 글을 읽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수만 명에 이르렀다.
백경의 글을 즐겨 읽는 이들은 “몰랐던 사회의 일면을 대신 보여주어 고맙다”, “담담하게 써 내려간 글에 마음이 울컥 쏟아진다”라며 공감과 응원의 댓글을 보내는 한편,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내비친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세상의 아픔에 관해 쓰는 이유는 “아무도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 작가는 말한다.
온 세상이 맛집과 명품과 부동산 이야기로 떠들썩한 가운데, 가난한 이들의 이야기도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나오는 과장된 모습이 아닌, 우리 삶 속에 퍼져 있는 진짜 가난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보기 싫다면 눈을 감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런다고 세상의 아픔이 없던 일이 되진 않으니 말이다.
“슬픈 일을 계속 슬퍼할 수 있도록”
한 구급대원이 매일 빗속을 달리고 책상 앞에 앉는 이유
누군가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두고 고귀하다거나 받수받아야 마땅하다 말한다.
그러나 백경 작가는 소방관은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 어쩌면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가만히 두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불행을 퍼내는 ‘삽 한 자루’가 되는 건 한 줌의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보통의 일이고, 그 보통의 역할이 우리가 사는 땅에 지금껏 생명을 불어넣어 온 것이라고.
결국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타인을 나와 같은 인간으로 보는 것, 그래서 세상을 보통의 온기로 채우는 일”의 소중함이다.
언뜻 비참해 보이는 삶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와 똑같은 체온 36.5도 인간들이 살아내는 뜨거운 삶이며, 그런 삶을 위도 아래도 아닌 눈높이에서 마주 보려는 노력이 글이 되어 한 권의 책으로 묶였다.
빗줄기를 뚫고 달리는 일은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것과 비슷하다.
시작은 시야를 흐리는 비참한 광경 때문에 마음이 무겁지만 쓰면 쓸수록 드러나는 뜨거운 삶으로부터 진한 감동을 받는다. 바라건대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와 같았으면 좋겠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는 대신 우리와 같은 평균 체온 섭씨 36.5도의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그게 내가 비 오는 날 달리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다.
그리고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이유다. _‘프롤로그’ 중에서
지금 작가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상대하기 어려운 신고자도, 참혹한 현장도 아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어야 할 무언가가 내면에서 사라지는 일이다.
그건 바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죽음을 슬퍼하고, 기쁜 일을 냉소 없이 기뻐하는 보통의 마음. 구급차를 타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것들이 무뎌지고 있다는 걸 어느 순간 알아차렸다.
타인의 고통에 무뎌지지 않으려, 자기 안에 자리한 인간다움을 지키려, 그래서 슬픈 일을 계속 슬퍼할 수 있도록, 소방관 백경은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무거운 몸을 이끌고 다시 책상 앞에 앉는다.
추천평
이 책은 죽음과 가난 그리고 사고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의 글이다.
하지만 해답을 쥐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 119 구급대원. 죽음, 생명의 소멸,
이 사회 존재들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불행과 폭력 앞에서 저자의 ‘마음’이 흘러간다.
자괴와 분노와 슬픔과 때론 조소까지 들어가 있는 이 글들은 그래서 오히려 희망적이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닳고 닳아 더 이상 우리에게 아무런 슬픔을 불러일으키지 않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난’이 오히려 그 실체를 감추는 그럴싸한 단어 뒤에 숨지 않게 하기 위해 그는 무거운 몸으로 퇴근한 뒤에도 “세 시간” 넘게 글을 쓴다.
그리고 우리가 막다른 길에 서 있다고 느낄 때 마지막 기운을 내어 부르면 그는 “마음의 올을 하나하나 여민 채” “당신에게 달려”갈 것이다.
이보다 더 구체적인 희망이 있을까.
- 김금희 (소설가)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는 일은 괴롭다.
우리가 이 괴로움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행동은 마음을 닫아거는 것이다.
그러면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심장은 어떨까?
차갑디차갑게 굳어 있을까?
여기 한 구급대원이 있다.
아무리 마음을 닫아걸어도 기어코 고통받는 타인의 몸에서 힘겨운 삶의 맥락을 읽어내고야 마는 구급대원.
구급차를 자주 부르는 이들이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구급대원.
이 가난한 사람들이 어쩌면 내 몫일지 모르는 불행을 그저 대신 짊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구급대원. 끝없이 연민과 번민을 오가며 타인의 고통에 예의를 다하려 노력하는 구급대원.
나는 이런 구급대원이 오늘도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이 도시의 어딘가를 헐레벌떡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이 세상을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은 타인의 고통을 마주하기 두려워 마음을 닫아건 사람들의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 한 구급대원의 간절한 심폐소생술이다.
- 장혜영 (전 국회의원, 영화감독)
* 출처 : 예스24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43324387>
'54.인문교양 (독서>책소개) > 2.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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