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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25년 동안 전후 일본과 일본인의 자화상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전쟁 후 기억과 생리적 존재로서의 신체와 그 이미지가 어떠한 역할을 하고 변용했는지에 주목하였다. 일본이 아시아·태평양전쟁에서 패전을 겪은 후 국가주권을 '회복'하고 새로운 국민국가를 재건하고자 했던 1950년대에 나타난 대중문화를 대상으로 하여, 1950년대 일본사회 내부에서 발생한 기억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국민국가 권력과 대중문화의 관계를 검토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준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3
서문
한 장의 초상화__11 무곤칸無言館__15
노미야마 기지와의 만남__17 전쟁의 기억과 마주하다__20
관람객들에게 맡겨진 해석__24 국가, 신체, 그리고 문화__26
제1장 원폭, 천황, 그리고 역사-패전 후 미일 관계의 ‘기원의 내러티브’
스미소니언 원폭기획전 논쟁__41
1. 패전 후 미일 관계의 출발점 44
‘기원의 내러티브’의 기원__44 부정되는 전쟁책임__51
2. 맥아더와 쇼와 천황 56
맥아더와 쇼와 천황의 만남__56 ‘결혼 기념 사진’__61
식민지적 타자로서의 일본__67 ‘미국인’으로서의 쇼와 천황__72
3. 일본이라는 ‘좋은 적’ 76
‘전쟁은 평화이다’__76 미국에게 있어 일본__80
제2장 육체의 시대
1. 해방되는 신체 91
전시관리 체제하의 신체__91 일본의 패전 또는 육체의 해방__97
2. 일본이라는 병 102
육체의 문학__102 시장화되는 여성의 신체__106
일본이라는 병__113
청결하고 민주적인 신체를 만들어 내다__118
해방과 종속__128
제3장 어디에도 없는 나라 ‘일본인론’에 대해
1. 양산量産되는 ‘일본인론’ 133
2. 서양과 동양의 ‘잡종’ 일본 137
강화되는 미국 의존성__137 중간성과 잡종성__142
가토 슈이치와 마루야마 마사오__145
3. 아이덴티티의 동요 150
타자 동경과 혐오__150 타자 미국과의 관계__152
누락된 중국__154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잡종성__159
잡종성의 ‘투명 도롱이’__162 계급과 육체의 괴리__164
미국이라는 새로운 ‘별’__167 아이덴티티의 ‘착복’__172
4. 「돌연한 벙어리不意の啞」 174
상실감과 굴욕감을 되찾다__174 「돌연한 벙어리」__176
천황의 「돌연한 벙어리」__184
제4장 명명하지 못하는 것을 명명하다
1. 상실의 표식 191
라디오, 영화, 서적__191 상실의 이야기__195
신체의 ‘정상화’__198 상징으로서의 스키야바시__204
2. 너의 이름은, 고질라 206
미국의 부재__206 투영된 전쟁 이미지__209
‘인간화’되는 고질라__213
3. 일본을 연기하다-역도산力道山 218
일본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일본인__218 진정한 일본인__220
일본 전통도 때려눕히다__224
성공과 실패, 그리고 갑작스러운 죽음__227
4. 사라져 가는 상실의 표시 230
제5장 안보투쟁에서 도쿄올림픽으로
1. 안보투쟁 236
신안보조약의 성립__236 ‘쇼와의 요괴’ 기시 노부스케__242
내셔널리즘의 감정__245 기시 내각에서 이케다 내각으로__250
‘불결’한 기시 내각__251
2. 1964년, 도쿄올림픽 253
전쟁과 파괴의 기억을 일깨우다__253 건설 붐__259
위생적이고 밝은 수도를 만들다__263 원폭 소년의 아름다운 신체__269
‘동양의 마녀’__272 병든 몸에 대한 노스텔지어__276
일본의 자부심을 지킨다__279 생산적인 신체__283
제6장 트라우마의 재현
희미해지는 패전의 기억__287 강조되는 고난__290
트라우마의 재현__292
1. 노사카 아키유키와 희극적인 과거의 회귀 294
패전의 기억__294 기아감의 기억__296
‘일본의 무언가에 굴복시키고 싶다’__301
죽음으로 순수함을 보존하다__308 비웃는 과거__311
2. 미시마 유키오의 「소극笑劇적 죽음」 316
『풍요의 바다』__316 미시마의 전쟁의 기억__322
전후는 절망과 함께 시작되었다__327 천황에 대한 분노__331
미시마의 좌절__336 평화롭디 평화로운 일본__340
결론
전쟁의 기억을 씻어 내다__347 1970년대라는 위기__350
아시아인의 ‘신체’__354 전후 사회로의 회귀__357
패전의 기억과 마주하다__361 국가와 개인__363
전쟁의 유산과 마주하려면__365
후기__369
역자 후기__372
주석__383
참고문헌__429
찾아보기__444
옮긴이 소개__ 455
서문
한 장의 초상화__11 무곤칸無言館__15
노미야마 기지와의 만남__17 전쟁의 기억과 마주하다__20
관람객들에게 맡겨진 해석__24 국가, 신체, 그리고 문화__26
제1장 원폭, 천황, 그리고 역사-패전 후 미일 관계의 ‘기원의 내러티브’
스미소니언 원폭기획전 논쟁__41
1. 패전 후 미일 관계의 출발점 44
‘기원의 내러티브’의 기원__44 부정되는 전쟁책임__51
2. 맥아더와 쇼와 천황 56
맥아더와 쇼와 천황의 만남__56 ‘결혼 기념 사진’__61
식민지적 타자로서의 일본__67 ‘미국인’으로서의 쇼와 천황__72
3. 일본이라는 ‘좋은 적’ 76
‘전쟁은 평화이다’__76 미국에게 있어 일본__80
제2장 육체의 시대
1. 해방되는 신체 91
전시관리 체제하의 신체__91 일본의 패전 또는 육체의 해방__97
2. 일본이라는 병 102
육체의 문학__102 시장화되는 여성의 신체__106
일본이라는 병__113
청결하고 민주적인 신체를 만들어 내다__118
해방과 종속__128
제3장 어디에도 없는 나라 ‘일본인론’에 대해
1. 양산量産되는 ‘일본인론’ 133
2. 서양과 동양의 ‘잡종’ 일본 137
강화되는 미국 의존성__137 중간성과 잡종성__142
가토 슈이치와 마루야마 마사오__145
3. 아이덴티티의 동요 150
타자 동경과 혐오__150 타자 미국과의 관계__152
누락된 중국__154 ‘일본계 미국인’이라는 잡종성__159
잡종성의 ‘투명 도롱이’__162 계급과 육체의 괴리__164
미국이라는 새로운 ‘별’__167 아이덴티티의 ‘착복’__172
4. 「돌연한 벙어리不意の啞」 174
상실감과 굴욕감을 되찾다__174 「돌연한 벙어리」__176
천황의 「돌연한 벙어리」__184
제4장 명명하지 못하는 것을 명명하다
1. 상실의 표식 191
라디오, 영화, 서적__191 상실의 이야기__195
신체의 ‘정상화’__198 상징으로서의 스키야바시__204
2. 너의 이름은, 고질라 206
미국의 부재__206 투영된 전쟁 이미지__209
‘인간화’되는 고질라__213
3. 일본을 연기하다-역도산力道山 218
일본에서 두 번째로 유명한 일본인__218 진정한 일본인__220
일본 전통도 때려눕히다__224
성공과 실패, 그리고 갑작스러운 죽음__227
4. 사라져 가는 상실의 표시 230
제5장 안보투쟁에서 도쿄올림픽으로
1. 안보투쟁 236
신안보조약의 성립__236 ‘쇼와의 요괴’ 기시 노부스케__242
내셔널리즘의 감정__245 기시 내각에서 이케다 내각으로__250
‘불결’한 기시 내각__251
2. 1964년, 도쿄올림픽 253
전쟁과 파괴의 기억을 일깨우다__253 건설 붐__259
위생적이고 밝은 수도를 만들다__263 원폭 소년의 아름다운 신체__269
‘동양의 마녀’__272 병든 몸에 대한 노스텔지어__276
일본의 자부심을 지킨다__279 생산적인 신체__283
제6장 트라우마의 재현
희미해지는 패전의 기억__287 강조되는 고난__290
트라우마의 재현__292
1. 노사카 아키유키와 희극적인 과거의 회귀 294
패전의 기억__294 기아감의 기억__296
‘일본의 무언가에 굴복시키고 싶다’__301
죽음으로 순수함을 보존하다__308 비웃는 과거__311
2. 미시마 유키오의 「소극笑劇적 죽음」 316
『풍요의 바다』__316 미시마의 전쟁의 기억__322
전후는 절망과 함께 시작되었다__327 천황에 대한 분노__331
미시마의 좌절__336 평화롭디 평화로운 일본__340
결론
전쟁의 기억을 씻어 내다__347 1970년대라는 위기__350
아시아인의 ‘신체’__354 전후 사회로의 회귀__357
패전의 기억과 마주하다__361 국가와 개인__363
전쟁의 유산과 마주하려면__365
후기__369
역자 후기__372
주석__383
참고문헌__429
찾아보기__444
옮긴이 소개__ 455
출판사 리뷰
‘포문동’의 문을 열다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사업단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2017년부터 [포스트제국의 문화권력과 동아시아]라는 연구 아젠다를 내걸고 국내외 연구자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과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일반적으로 정치, 경제적으로는 이미 제국주의 시대가 끝났다고 본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는 제국일본이 해체된 이후에도 제국시대와의 연속성과 단절을 둘러싼 기억과 욕망이 잠재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은 이와 같은 제국의 기억과 욕망이 포스트제국 시기에도 ‘앎·지식’, ‘매체·문화’, ‘일상·생활’을 포함하는 문화 영역에서 작동되고 있으며 이는 동아시아지역에서 나타나는 상호불신과 혐오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연구 아젠다를 설정하고 있다.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은 구체적으로 제국일본의 침략과 지배에서 작동했던 문화권력이 포스트제국 시기에서는 어떻게 변용되어 지속되고 있는지, 그 연속성과 비연속성을 규명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더불어 단순히 위로부터 구조화하려는 힘뿐만 아니라 제국의 욕망과 기억에 대응하여 동아시아지역 사람들이 전개하는 경계횡단적 변이, 전유, 분기, 환류 등 길항의 경험을 발굴하여 대안적 성찰의 계기로 삼을 것을 추구한다. 더 나아가 포스트 제국시기 문화권력의 좌장과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동아시아지역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구체적인 원인을 극복하고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인문학적 전망을 수립, 제시하고자 한다.
대중문화 속에 묻힌 “패전”의 기억들
이 책은 미국 밴더빌트(Vanderbilt University)대학 역사학과 이가라시 교수가 미국대학생을 대상으로 일본역사를 가르쳤을 때 고민했던 부분―침략, 지배국이었던 일본이 1945년 이후 ‘평화국가’로 탈바꿈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의 부재―이 계기가 되어 1950년대 패전직후 당시 사회변화를 분석한 문화연구 서적이다.
저자 이가라시 교수에 의하면,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전쟁에서 패전한 후 더 이상 정치영역에서 ‘국민’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기 어려웠다. 대신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과거에 대한 여러 기억과 망각의 욕망이 경합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특정 과거를 기억하고 싶은 욕망과 잊고 싶은 욕망의 충돌을 흔히 알려진 일본 문화 가운데 괴물영화를 대표하는 [고질라], 프로레슬링 선수 역도산, 1964년 도쿄 올림픽,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나 노사카 아키유키(野坂昭如)의 문학작품 등에서 찾아냈다.
그리하여 이를 통해 저자는 특정 과거를 기억하려는 힘이 또 다른 과거의 망각을 도모하는 문화권력의 모순된 양상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저자는 두 지점을 강조한다. 첫째, 기억이란 비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물질성을 띤다는 점이다. 그래서 책에서는 기억을 둘러싼 권력의 장으로서의 신체(몸)를 분석한다. 둘째, 과거란 어떻게 이야기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고 인식된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힘에 주목하여 기억을 둘러싼 문화정치를 파헤쳤다. 이 책은 제국일본이 해체 된 후 새로운 국민국가로 ‘복귀’ 하려는 과도기에 대중문화 영역에서 제국의 욕망과 권력이 어떻게 작동되고 그것이 사람들의 기억, 망각,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권력의 메커니즘 분석을 제시하였다.
‘단절’된 과거와 현재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 연구진은 번역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가라시 교수와 직접 대담하는 기회를 가져 책 내용과 저자의 관점을 확인하였고, 그 외 에도 여러 번에 걸친 회의와 워크숍을 통해 단순한 번역에 그치지 않고 번역서 발간 의의에 대하여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하였다. 옮긴이 후기에도 언급했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전쟁’과 ‘패전국 일본’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전쟁 전부터 연결되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라는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흔히 우리가 아는 일본 대중문화가 순수한 오락을 위한 미디어도 아니며 그렇다고 단순한 프로파간다도 아닌, 과거와 기억을 둘러싼 충돌의 장이자 ‘과거’를 새롭게 창출하는 문화장치임을 재확인할 수 있는 텍스트로서 유용하다. 또한 이 책은 문화연구 저서이기에 저자가 사용한 이론적 틀과 분석방법을 참조하여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기억의 문화정치를 성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그간 일본과 한국 사이의 정치, 경제 관계는 ‘단절’에 가까운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거기다 코로나로 인하여 오프라인 여행과 각종 민간교류 기회도 줄고 있다. 양국 간 시민들의 온라인과 SNS 등을 통한 교류는 무시하지 못하지만, 일본사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편파적인 호기심에 그쳐 있는 현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바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재 일본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이 책은 패전 직후 일본 대중문화 영역에서 어떻게 과거의 기억과 망각이 전개되었는지, 아울러 그것은 식민지 피지배자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HK+)사업단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2017년부터 [포스트제국의 문화권력과 동아시아]라는 연구 아젠다를 내걸고 국내외 연구자들과 함께 활발한 학술활동과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일반적으로 정치, 경제적으로는 이미 제국주의 시대가 끝났다고 본다. 그러나 동아시아에서는 제국일본이 해체된 이후에도 제국시대와의 연속성과 단절을 둘러싼 기억과 욕망이 잠재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은 이와 같은 제국의 기억과 욕망이 포스트제국 시기에도 ‘앎·지식’, ‘매체·문화’, ‘일상·생활’을 포함하는 문화 영역에서 작동되고 있으며 이는 동아시아지역에서 나타나는 상호불신과 혐오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연구 아젠다를 설정하고 있다.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은 구체적으로 제국일본의 침략과 지배에서 작동했던 문화권력이 포스트제국 시기에서는 어떻게 변용되어 지속되고 있는지, 그 연속성과 비연속성을 규명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더불어 단순히 위로부터 구조화하려는 힘뿐만 아니라 제국의 욕망과 기억에 대응하여 동아시아지역 사람들이 전개하는 경계횡단적 변이, 전유, 분기, 환류 등 길항의 경험을 발굴하여 대안적 성찰의 계기로 삼을 것을 추구한다. 더 나아가 포스트 제국시기 문화권력의 좌장과 메커니즘을 규명함으로써 동아시아지역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구체적인 원인을 극복하고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인문학적 전망을 수립, 제시하고자 한다.
대중문화 속에 묻힌 “패전”의 기억들
이 책은 미국 밴더빌트(Vanderbilt University)대학 역사학과 이가라시 교수가 미국대학생을 대상으로 일본역사를 가르쳤을 때 고민했던 부분―침략, 지배국이었던 일본이 1945년 이후 ‘평화국가’로 탈바꿈되는 과정에 대한 설명의 부재―이 계기가 되어 1950년대 패전직후 당시 사회변화를 분석한 문화연구 서적이다.
저자 이가라시 교수에 의하면,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전쟁에서 패전한 후 더 이상 정치영역에서 ‘국민’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기 어려웠다. 대신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과거에 대한 여러 기억과 망각의 욕망이 경합하고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특정 과거를 기억하고 싶은 욕망과 잊고 싶은 욕망의 충돌을 흔히 알려진 일본 문화 가운데 괴물영화를 대표하는 [고질라], 프로레슬링 선수 역도산, 1964년 도쿄 올림픽, 그리고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나 노사카 아키유키(野坂昭如)의 문학작품 등에서 찾아냈다.
그리하여 이를 통해 저자는 특정 과거를 기억하려는 힘이 또 다른 과거의 망각을 도모하는 문화권력의 모순된 양상을 제시하였다. 아울러 저자는 두 지점을 강조한다. 첫째, 기억이란 비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물질성을 띤다는 점이다. 그래서 책에서는 기억을 둘러싼 권력의 장으로서의 신체(몸)를 분석한다. 둘째, 과거란 어떻게 이야기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이고 인식된다는 점에서 이야기의 힘에 주목하여 기억을 둘러싼 문화정치를 파헤쳤다. 이 책은 제국일본이 해체 된 후 새로운 국민국가로 ‘복귀’ 하려는 과도기에 대중문화 영역에서 제국의 욕망과 권력이 어떻게 작동되고 그것이 사람들의 기억, 망각,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권력의 메커니즘 분석을 제시하였다.
‘단절’된 과거와 현재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인문한국플러스 사업단 연구진은 번역작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가라시 교수와 직접 대담하는 기회를 가져 책 내용과 저자의 관점을 확인하였고, 그 외 에도 여러 번에 걸친 회의와 워크숍을 통해 단순한 번역에 그치지 않고 번역서 발간 의의에 대하여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하였다. 옮긴이 후기에도 언급했지만 이 책은 어디까지나 ‘전쟁’과 ‘패전국 일본’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전쟁 전부터 연결되는 식민지 지배와 침략이라는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흔히 우리가 아는 일본 대중문화가 순수한 오락을 위한 미디어도 아니며 그렇다고 단순한 프로파간다도 아닌, 과거와 기억을 둘러싼 충돌의 장이자 ‘과거’를 새롭게 창출하는 문화장치임을 재확인할 수 있는 텍스트로서 유용하다. 또한 이 책은 문화연구 저서이기에 저자가 사용한 이론적 틀과 분석방법을 참조하여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기억의 문화정치를 성찰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더 중요하게는, 그간 일본과 한국 사이의 정치, 경제 관계는 ‘단절’에 가까운 긴장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거기다 코로나로 인하여 오프라인 여행과 각종 민간교류 기회도 줄고 있다. 양국 간 시민들의 온라인과 SNS 등을 통한 교류는 무시하지 못하지만, 일본사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편파적인 호기심에 그쳐 있는 현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바로 이와 같은 상황에서 현재 일본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이 책은 패전 직후 일본 대중문화 영역에서 어떻게 과거의 기억과 망각이 전개되었는지, 아울러 그것은 식민지 피지배자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39.일본학 연구 (학부전공>책소개) > 3.일본근대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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