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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 권으로 보는 인류의 진화와 노동의 미래”
- 전 세계 27개국 출간
-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 추철
농경사회 이후 게으름을 죄악시하고, 온종일 일에 매달려왔던 인류는 지금도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인류가 시간을 쓸 때 어디까지를 일로 보는지의 관점에 따라 인류학의 잣대가 달라지는데,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옥스퍼드대 제임스 수즈먼 교수는 이에 시간의 의미를 더해 인류의 시간 쓰기의 역사를 되짚어보았다. 그는 20세기까지 수렵채집민의 생활을 영위하며 원초적인 노동관을 고수한 아프리카 !쿵족에 관한 연구로 정평이 난 사회인류학자다. 그는 고대 인류가 시간을 대해온 궤적을 뒤쫓으며 인류의 모습을 연대기별로 제시하면서 인류의 성실성과 사회성에 유사한 형태를 구현한 베짜기새와 흰개미들의 생태를 통해 인류가 일의 개념을 어떻게 정립하고, 일을 대해왔는지 서술해 간다. 나아가 일에 대한 사전적 개념을 정립한 코리올리부터 열역학 법칙을 통해 에너지를 투여하는 일에 대한 개념을 세운 과학자 볼츠먼, 기계적 개념에 가까운 노동 시스템을 구축한 테일러, 구조주의 철학자 레비스트로스, N잡의 근대 형태를 수행한 벤저민 프랭클린, 현대 과로사의 우리 시대 피해자들에 이르기까지 일의 역사를 일군 수많은 이들의 행보를 중심으로 인간이 사회 구조 및 노동 구조의 이상이라 기대했던 그 정도와 정량의 기준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을 던진다. 본문에 등장하는 풍부한 사료를 통해 그 답을 찾기에 충분하다.
- 전 세계 27개국 출간
-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 추철
농경사회 이후 게으름을 죄악시하고, 온종일 일에 매달려왔던 인류는 지금도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아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인류가 시간을 쓸 때 어디까지를 일로 보는지의 관점에 따라 인류학의 잣대가 달라지는데, 영국의 인류학자이자 옥스퍼드대 제임스 수즈먼 교수는 이에 시간의 의미를 더해 인류의 시간 쓰기의 역사를 되짚어보았다. 그는 20세기까지 수렵채집민의 생활을 영위하며 원초적인 노동관을 고수한 아프리카 !쿵족에 관한 연구로 정평이 난 사회인류학자다. 그는 고대 인류가 시간을 대해온 궤적을 뒤쫓으며 인류의 모습을 연대기별로 제시하면서 인류의 성실성과 사회성에 유사한 형태를 구현한 베짜기새와 흰개미들의 생태를 통해 인류가 일의 개념을 어떻게 정립하고, 일을 대해왔는지 서술해 간다. 나아가 일에 대한 사전적 개념을 정립한 코리올리부터 열역학 법칙을 통해 에너지를 투여하는 일에 대한 개념을 세운 과학자 볼츠먼, 기계적 개념에 가까운 노동 시스템을 구축한 테일러, 구조주의 철학자 레비스트로스, N잡의 근대 형태를 수행한 벤저민 프랭클린, 현대 과로사의 우리 시대 피해자들에 이르기까지 일의 역사를 일군 수많은 이들의 행보를 중심으로 인간이 사회 구조 및 노동 구조의 이상이라 기대했던 그 정도와 정량의 기준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을 던진다. 본문에 등장하는 풍부한 사료를 통해 그 답을 찾기에 충분하다.
목차
해제
들어가며
1부 태초에
1장 산다는 건 일하는 것
2장 효율성과 소모성
3장 도구와 기술
4장 전환기
2부 공생하는 환경
5장 풍요한 사회의 근원
6장 숲의 유령들
3부 끝없는 노역
7장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리다
8장 제의적 연회와 기근
9장 시간은 돈이다
10장 최초의 기계
4부 도시의 유물
11장 꺼지지 않는 불빛
12장 끝없는 욕망
13장 최고의 인재
14장 월급쟁이의 죽음
15장 새로운 질병
맺음말
감사의 말
주
들어가며
1부 태초에
1장 산다는 건 일하는 것
2장 효율성과 소모성
3장 도구와 기술
4장 전환기
2부 공생하는 환경
5장 풍요한 사회의 근원
6장 숲의 유령들
3부 끝없는 노역
7장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리다
8장 제의적 연회와 기근
9장 시간은 돈이다
10장 최초의 기계
4부 도시의 유물
11장 꺼지지 않는 불빛
12장 끝없는 욕망
13장 최고의 인재
14장 월급쟁이의 죽음
15장 새로운 질병
맺음말
감사의 말
주
책 속으로
지구 최초의 생명체가 박테리아처럼 핵도 없고 미토콘드리아도 없는 단세포 유기체였다는 것은 거의 틀림없다. 그것들은 아마 물과 바위가 만나 일으키는 지질화학적 반응에서 에너지를 얻었을 것이다. 그런 다음 그것을 고도로 전문화된 분자로 유도하고, 그 분자는 에너지를 화학적 굴레 속에 저장하며 그 굴레가 깨질 때 에너지를 풀어놓아 유기체가 일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아데노신 3인산, 즉 ATP는 단세포 박테리아에서 다세포 인류학자에 이르는 모든 세포가 그 내적 평형 상태를 유지하고, 성장하고 번식하기 위해 일하는 데 사용하는 에너지의 1차 연원이다. 생명은 아주 오랫동안 자유 에너지를 수확하여 ATP 분자에 저장하고 그런 다음 그것을 방출해 지구에서 일하게 만드는 작업을 분주하게 해왔다. 지구상에서 35억 년 전쯤 박테리아 생명이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화석 증거는 광범위하게 남아 있다. 또 42억 년 전에도 생명이 존재한 화석 증거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것은 지구가 형성된 지 고작 30만 년밖에 지나지 않은 때에 일어난 일이었다. 박테리아와 비슷한 지구상 생명의 개척자는 대부분의 현재 생명 형태의 관점에서 본다면 경악할 정도로 적대적인 여건에 적응해야 했다. 초기의 지구는 화산 활동으로 끓어오르고 있었고, 쉴 새 없이 떨어지는 운석의 폭격으로 황폐해졌을 뿐만 아니라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고, 유기체가 태양광에 타버리지 않게 보호해 줄 오존층도 없었다. 그랬으니 지구상 최초의 생명 형태는 태양광을 피하면서 힘들게 살아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명의 또 하나의 고유한 특징인 진화 능력 덕분에 다른 연원에서 에너지를 끌어올 수 있고, 다른 여건에서 살아남고 번식할 수 있는 새로운 종이 출현했다. 27억 년쯤 전에 생명체는 생명의 숙적인 태양광을 받아들이고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끌어 쓸 수 있게 해주는 일련의 다행스러운 진화적 변이를 거쳐 그늘에서 기어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유기체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연못과 호수에서 거품처럼 왕성하게 자라는 박테리아 덩이에서 볼 수 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왕성하게 번식하게 되자 지구를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훨씬 더 복잡한 생명 형태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거대 서식지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것들은 우선 대기의 질소를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질산염과 암모니아 같은 유기적 복합물로 개조했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전환하게 했으며, 그럼으로써 약 24억 5000만 년 전쯤 오늘날 우리를 살아가게 해주는 산소 풍부한 대기가 점차 만들어지는 결과를 낳은 ‘대산화 사건’을 유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 사건은 생명이 이용할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원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생명이 다룰 수 있는 에너지의 분량을 대폭 늘렸다. 산소가 관련된 화학 반응은 다른 모든 원소에 관련된 사례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는 각각의 호기성 유기체가 혐기 유기체보다 훨씬 더 크고 빠르게 자라며,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는 뜻이다.
---「1장 산다는 건 일하는 것」중에서
인간은 단어, 이미지, 소리, 행동에 능동적 노력 없이도 엮이는 능력 면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다. 인간은 음악에 넋을 잃을 수 있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다른 세상으로 옮겨질 수 있다. 설령 그 말하는 자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목소리나 저해상도의 전자기기로 스크린에 송출된 화질 나쁜 이차원적 복사물일 때도 말이다. 자유 시간이 생겨도 편안해지지 못하고 뭔가로 마음을 채워야 할 필요가 진화 과정에서 지루함이 주는 부담을 없애줄 능력을 갖춘 자를 선택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유능하고, 똑똑하고, 상상력 있고, 음악적, 언어적으로 기민한 자들, 그러니까 언어를 이용하여 이야기하고, 재미있게 해주고, 매혹시키고, 차분하게 안정시키고, 즐겁게 하고, 영감을 고취시키고, 유혹할 수 있는 자들이 선호된다.
유혹은 이 방정식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자연 도태를 통해 부적격자를 솎아낼 수 있고, 성적 파트너가 능동적으로 어떤 특징을 선택하는 능동적 과정 조건에 부합하는 선택을 할 수 있어서다. 여러 영장류 사회 집단에서 서열이 높고 신체적으로 우월한 개체는 보통 하위 서열에 대한 성적 접근권을 독점한다. 하지만 식량 탐색에 소모되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성적 파트너 경쟁에서 신체적으로 덜 강건해도 언어 사용 기술을 발달시킨 수컷의 성공률이 점점 높아졌고, 다음 세대까지 자신들의 유전자가 확실하게 전해지도록 입지를 굳혔다. 다른 말로 하면, 선조들이 불을 피우는 데 쓰는 에너지 일부를 투자하면서, 그들은 신체적으로 힘이 센 사람들이 똑똑하고 카리스마 있는 사람들의 보조적 위치에 서는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4장 전환기」중에서
살린스는 수렵채집인들의 삶이 물질적 결핍과 끝없는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놀라지 않았다. 그는 그 이전 여러 해 동안 단순한 사회에서 복잡한 사회가 출현하고 진화하는 문제에 집중하여 질문해 왔다. 리와 다른 사람들이 사막과 정글에서 살면서 신발에 들어온 전갈을 잡아 죽이는 동안 그는 인류학 텍스트, 식민지 보고서, 또 유럽인과 수렵채집인들의 만남을 묘사한 다른 자료들을 뒤적였다. 그는 이런 것들로부터 적어도 희소성과 맞서 싸우는 끊임없는 투쟁으로서의 삶을 견뎌내는 수렵채집인이라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너무 단순하다고 결론지었다.
살린스가 가장 흥미를 느낀 것은 수렵채집인이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 일하느라 스트레스에 찌들린 일벌레들보다 얼마나 많은 여가를 가지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느끼는 물질적 필요의 검약성’이었다. 그는 수렵채집인이 타 인종과 비교해 그토록 많은 자유 시간을 누린 것은 그들이 일차적인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킨 뒤에도 계속 이어지는 산더미 같은 욕구들에 짓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살린스는 지적했다, “욕구는 생산을 늘리거나 욕구를 줄임으로써 쉽게 충족될 수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수렵채집인들은 욕구를 줄임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고, 그들 고유의 방식으로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들, 자신들이 다룰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은 자산, 배, 자동차, 시계를 갖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더 많이 얻으려고 애쓰는 부류보다 더 풍요로웠다.
---「5장 풍요한 사회의 근원」중에서
20세기 후반기에도 전 세계 수렵채집 문화의 잔재 속에서 살기로 한 인류학자들은 집주인들이 자의식도 없이 음식이나 선물, 도구, 항아리, 팬, 비누, 의복을 달라고 하자 처음에는 마음이 놓였다. 아주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세상에서의 삶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이 쓸모 있고 환영받는 존재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가져온 식량이 집주인들의 배로 들어가고 의약품 상자에서 알약, 석고붕대, 반창고, 연고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또 며칠 전까지도 자기 옷이던 것을 사람들이 입은 모습을 보게 되자 오래지 않아 진저리치기 시작했다. 집주인들에게 이용당한다는 느낌이 대개는 일시적인 데 그쳤지만 물자가 주로 일방적으로, 자신들로부터 빠져나간다는 느낌 때문에 증폭되었다.
친숙하게 누리던 사회적 기호품이 없는 상황에서 그 기분이 날카로워질 때가 많았다. 그들은 수렵채집인들이 서로에게서 식품이나 물건을 달라고 요청할 때 다른 지역에서는 요청하고 주고받는 행동의 일부로 되어 있는 “부탁해요”, “고마워요”라는 말이나 또 다른 상호 간 의무와 감사의 몸짓을 붙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되었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수렵채집인의 생활 리듬에 적응하려고 애를 썼지만 이용당한다는 느낌을 끝내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람들 사이에서 식품이나 다른 물건들의 흐름을 지배하는 논리를 좀 더 직관적으로 감지했고, 주고받음을 지배하는 그 사회의 규범이 어떤 측면에서는 자신들이 성장해 온 사회의 것과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세계에 편안히 적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직설적으로 뭔가를 요구해도 아무도 그것을 무례하게 여기지 않지만, 뭔가를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무례한 태도이며, 그런 태도는 흔히 이기적이라고 통렬하게 비난받고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또한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공유할 가치가 있는 것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 비슷한 요구의 대상이 되며, 인류학자들이 그처럼 많은 요청을 받는 이유는 오로지 연구 예산이 아무리 빈약해도 물질적 기준에서 그 어떤 수렵채집인 집주인보다도 엄청나게 부유하기 때문임을 재빨리 배웠다. 이런 사회에서 공유해야 하는 의무는 확정된 것이 아니며, 당신이 내놓는 물건의 분량은 타인들보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물건을 가졌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 결과, 수렵채집사회에서는 특별히 생산적이어서 타인들보다 더 기여를 많이 하는 사람이 언제나 있고, 또 (지적하기 좋아하는 정치가와 혼란에 빠진 경제학자들의 언어로 말하자면) ‘얻어먹는 사람’이나 ‘군식구’라 불리는 사람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6장 숲의 유령들」중에서
수렵채집인들은 기회를 잘 타는 사람들이다. 나투프인들에게는 따뜻한 뵈링-알레뢰드 기간이 수고를 덜 하고도 더 잘 먹을 기회였다. 여름은 더 향기로워지고, 겨울은 무자비한 칼날이 없어졌으며, 비가 더 자주 내렸고, 식량 생산이 어찌나 늘었는지, 그 뒤의 몇백 년 동안 여러 나투프 종족은 한때는 꼭 필요했던 선조들의 이동식 생존방식을 즐겁게 포기하고 더 작고 영구적인 마을을 차지하여 훨씬 더 오래 머무는 생활 방식 쪽으로 이동했다. 심지어 일부 나투프인들은 집을 지으면서 튼튼한 자연석으로 벽을 쌓고 돌 화덕을 미리 설치하여 주위의 바닥에 꼼꼼하게 자갈을 까는 수고까지 했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지어진 가장 오래된 영구 구조물이다. 이런 마을의 인근에 있는 묘지로 미루어 보면, 이런 정착지는 여러 세대가 연속적으로 점거하여 사용한 곳이다. 정착 생활을 했다는 것은 또한 나투프인들이 한 숙영지에서 다음 숙영지까지 쉽게 운반될 수 없고 다루기 힘든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데 그 이전의 다른 누구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투자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도구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곡물을 빻고, 덩이뿌리를 갈아서 걸쭉하게 만들고,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매우 무거운 석회암과 현무암 절굿공이다.
식량이 그처럼 풍부했으므로 나투프인들은 다른 기술도 개발할 수 있었다. 나투프인들의 고고학적 유적지에서 발견된 아름답게 장식된 석제와 뼈 도구, 에로틱한 의미가 담긴 석제 조각, 우아한 장신구 등은 그들이 도구와 집을 만들고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기꺼이 시간을 썼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들이 불렀던 노래, 그들이 연주했던 곡, 그들이 믿은 신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죽은 자가 아름다운 차림으로 내세로 잘 떠날 수 있게 보살핀 손길로 보건대, 풍부한 제의 활동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지구가 형성된 지 고작 30만 년밖에 지나지 않은 때에 일어난 일이었다. 박테리아와 비슷한 지구상 생명의 개척자는 대부분의 현재 생명 형태의 관점에서 본다면 경악할 정도로 적대적인 여건에 적응해야 했다. 초기의 지구는 화산 활동으로 끓어오르고 있었고, 쉴 새 없이 떨어지는 운석의 폭격으로 황폐해졌을 뿐만 아니라 대기에는 산소가 거의 없었고, 유기체가 태양광에 타버리지 않게 보호해 줄 오존층도 없었다. 그랬으니 지구상 최초의 생명 형태는 태양광을 피하면서 힘들게 살아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생명의 또 하나의 고유한 특징인 진화 능력 덕분에 다른 연원에서 에너지를 끌어올 수 있고, 다른 여건에서 살아남고 번식할 수 있는 새로운 종이 출현했다. 27억 년쯤 전에 생명체는 생명의 숙적인 태양광을 받아들이고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끌어 쓸 수 있게 해주는 일련의 다행스러운 진화적 변이를 거쳐 그늘에서 기어나올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유기체 시아노박테리아는 지금까지 살아남아, 연못과 호수에서 거품처럼 왕성하게 자라는 박테리아 덩이에서 볼 수 있다.
시아노박테리아가 왕성하게 번식하게 되자 지구를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훨씬 더 복잡한 생명 형태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거대 서식지로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것들은 우선 대기의 질소를 식물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질산염과 암모니아 같은 유기적 복합물로 개조했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전환하게 했으며, 그럼으로써 약 24억 5000만 년 전쯤 오늘날 우리를 살아가게 해주는 산소 풍부한 대기가 점차 만들어지는 결과를 낳은 ‘대산화 사건’을 유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 사건은 생명이 이용할 완전히 새로운 에너지원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생명이 다룰 수 있는 에너지의 분량을 대폭 늘렸다. 산소가 관련된 화학 반응은 다른 모든 원소에 관련된 사례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이는 각각의 호기성 유기체가 혐기 유기체보다 훨씬 더 크고 빠르게 자라며, 훨씬 더 많은 일을 한다는 뜻이다.
---「1장 산다는 건 일하는 것」중에서
인간은 단어, 이미지, 소리, 행동에 능동적 노력 없이도 엮이는 능력 면에서 유일무이한 존재다. 인간은 음악에 넋을 잃을 수 있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다른 세상으로 옮겨질 수 있다. 설령 그 말하는 자가 라디오에서 나오는 목소리나 저해상도의 전자기기로 스크린에 송출된 화질 나쁜 이차원적 복사물일 때도 말이다. 자유 시간이 생겨도 편안해지지 못하고 뭔가로 마음을 채워야 할 필요가 진화 과정에서 지루함이 주는 부담을 없애줄 능력을 갖춘 자를 선택하라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유능하고, 똑똑하고, 상상력 있고, 음악적, 언어적으로 기민한 자들, 그러니까 언어를 이용하여 이야기하고, 재미있게 해주고, 매혹시키고, 차분하게 안정시키고, 즐겁게 하고, 영감을 고취시키고, 유혹할 수 있는 자들이 선호된다.
유혹은 이 방정식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자연 도태를 통해 부적격자를 솎아낼 수 있고, 성적 파트너가 능동적으로 어떤 특징을 선택하는 능동적 과정 조건에 부합하는 선택을 할 수 있어서다. 여러 영장류 사회 집단에서 서열이 높고 신체적으로 우월한 개체는 보통 하위 서열에 대한 성적 접근권을 독점한다. 하지만 식량 탐색에 소모되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하자 성적 파트너 경쟁에서 신체적으로 덜 강건해도 언어 사용 기술을 발달시킨 수컷의 성공률이 점점 높아졌고, 다음 세대까지 자신들의 유전자가 확실하게 전해지도록 입지를 굳혔다. 다른 말로 하면, 선조들이 불을 피우는 데 쓰는 에너지 일부를 투자하면서, 그들은 신체적으로 힘이 센 사람들이 똑똑하고 카리스마 있는 사람들의 보조적 위치에 서는 세상을 만드는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4장 전환기」중에서
살린스는 수렵채집인들의 삶이 물질적 결핍과 끝없는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놀라지 않았다. 그는 그 이전 여러 해 동안 단순한 사회에서 복잡한 사회가 출현하고 진화하는 문제에 집중하여 질문해 왔다. 리와 다른 사람들이 사막과 정글에서 살면서 신발에 들어온 전갈을 잡아 죽이는 동안 그는 인류학 텍스트, 식민지 보고서, 또 유럽인과 수렵채집인들의 만남을 묘사한 다른 자료들을 뒤적였다. 그는 이런 것들로부터 적어도 희소성과 맞서 싸우는 끊임없는 투쟁으로서의 삶을 견뎌내는 수렵채집인이라는 전형적인 이미지가 너무 단순하다고 결론지었다.
살린스가 가장 흥미를 느낀 것은 수렵채집인이 농경사회나 산업사회에서 일하느라 스트레스에 찌들린 일벌레들보다 얼마나 많은 여가를 가지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느끼는 물질적 필요의 검약성’이었다. 그는 수렵채집인이 타 인종과 비교해 그토록 많은 자유 시간을 누린 것은 그들이 일차적인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킨 뒤에도 계속 이어지는 산더미 같은 욕구들에 짓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살린스는 지적했다, “욕구는 생산을 늘리거나 욕구를 줄임으로써 쉽게 충족될 수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수렵채집인들은 욕구를 줄임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고, 그들 고유의 방식으로 월스트리트의 은행가들, 자신들이 다룰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은 자산, 배, 자동차, 시계를 갖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더 많이 얻으려고 애쓰는 부류보다 더 풍요로웠다.
---「5장 풍요한 사회의 근원」중에서
20세기 후반기에도 전 세계 수렵채집 문화의 잔재 속에서 살기로 한 인류학자들은 집주인들이 자의식도 없이 음식이나 선물, 도구, 항아리, 팬, 비누, 의복을 달라고 하자 처음에는 마음이 놓였다. 아주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세상에서의 삶에 적응하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이 쓸모 있고 환영받는 존재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들이 가져온 식량이 집주인들의 배로 들어가고 의약품 상자에서 알약, 석고붕대, 반창고, 연고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또 며칠 전까지도 자기 옷이던 것을 사람들이 입은 모습을 보게 되자 오래지 않아 진저리치기 시작했다. 집주인들에게 이용당한다는 느낌이 대개는 일시적인 데 그쳤지만 물자가 주로 일방적으로, 자신들로부터 빠져나간다는 느낌 때문에 증폭되었다.
친숙하게 누리던 사회적 기호품이 없는 상황에서 그 기분이 날카로워질 때가 많았다. 그들은 수렵채집인들이 서로에게서 식품이나 물건을 달라고 요청할 때 다른 지역에서는 요청하고 주고받는 행동의 일부로 되어 있는 “부탁해요”, “고마워요”라는 말이나 또 다른 상호 간 의무와 감사의 몸짓을 붙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방 알게 되었다. 일부 인류학자들은 수렵채집인의 생활 리듬에 적응하려고 애를 썼지만 이용당한다는 느낌을 끝내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사람들 사이에서 식품이나 다른 물건들의 흐름을 지배하는 논리를 좀 더 직관적으로 감지했고, 주고받음을 지배하는 그 사회의 규범이 어떤 측면에서는 자신들이 성장해 온 사회의 것과 극단적으로 반대되는 세계에 편안히 적응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직설적으로 뭔가를 요구해도 아무도 그것을 무례하게 여기지 않지만, 뭔가를 달라는 요청을 거절하는 것은 극단적으로 무례한 태도이며, 그런 태도는 흔히 이기적이라고 통렬하게 비난받고 폭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또한 수렵채집 사회에서는 공유할 가치가 있는 것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 비슷한 요구의 대상이 되며, 인류학자들이 그처럼 많은 요청을 받는 이유는 오로지 연구 예산이 아무리 빈약해도 물질적 기준에서 그 어떤 수렵채집인 집주인보다도 엄청나게 부유하기 때문임을 재빨리 배웠다. 이런 사회에서 공유해야 하는 의무는 확정된 것이 아니며, 당신이 내놓는 물건의 분량은 타인들보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물건을 가졌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그 결과, 수렵채집사회에서는 특별히 생산적이어서 타인들보다 더 기여를 많이 하는 사람이 언제나 있고, 또 (지적하기 좋아하는 정치가와 혼란에 빠진 경제학자들의 언어로 말하자면) ‘얻어먹는 사람’이나 ‘군식구’라 불리는 사람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6장 숲의 유령들」중에서
수렵채집인들은 기회를 잘 타는 사람들이다. 나투프인들에게는 따뜻한 뵈링-알레뢰드 기간이 수고를 덜 하고도 더 잘 먹을 기회였다. 여름은 더 향기로워지고, 겨울은 무자비한 칼날이 없어졌으며, 비가 더 자주 내렸고, 식량 생산이 어찌나 늘었는지, 그 뒤의 몇백 년 동안 여러 나투프 종족은 한때는 꼭 필요했던 선조들의 이동식 생존방식을 즐겁게 포기하고 더 작고 영구적인 마을을 차지하여 훨씬 더 오래 머무는 생활 방식 쪽으로 이동했다. 심지어 일부 나투프인들은 집을 지으면서 튼튼한 자연석으로 벽을 쌓고 돌 화덕을 미리 설치하여 주위의 바닥에 꼼꼼하게 자갈을 까는 수고까지 했다. 그것은 의도적으로 지어진 가장 오래된 영구 구조물이다. 이런 마을의 인근에 있는 묘지로 미루어 보면, 이런 정착지는 여러 세대가 연속적으로 점거하여 사용한 곳이다. 정착 생활을 했다는 것은 또한 나투프인들이 한 숙영지에서 다음 숙영지까지 쉽게 운반될 수 없고 다루기 힘든 도구를 제작하고 사용하는 데 그 이전의 다른 누구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투자했음을 의미한다. 이런 도구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곡물을 빻고, 덩이뿌리를 갈아서 걸쭉하게 만들고, 맥주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매우 무거운 석회암과 현무암 절굿공이다.
식량이 그처럼 풍부했으므로 나투프인들은 다른 기술도 개발할 수 있었다. 나투프인들의 고고학적 유적지에서 발견된 아름답게 장식된 석제와 뼈 도구, 에로틱한 의미가 담긴 석제 조각, 우아한 장신구 등은 그들이 도구와 집을 만들고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기꺼이 시간을 썼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들이 불렀던 노래, 그들이 연주했던 곡, 그들이 믿은 신앙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지만, 죽은 자가 아름다운 차림으로 내세로 잘 떠날 수 있게 보살핀 손길로 보건대, 풍부한 제의 활동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7장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리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인류의 쓸모를 노동수난기를 통해 살펴본 최초의 책
“자동화된 미래에서 우리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필독서!” _ 수전 케인
태초부터 인류에게 가장 균등하게 주어졌던 시간은 진화에 따라 대하는 의미가 점차 달라졌다. 그러면서 인류에게 어느새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스며들었다. 이제 누구도 그 말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는 아이부터 성인까지 반드시 갖춰야 할 미덕이었으며, 인간이라면 근면·성실해야 맞는다는 근거로도 자주 쓰였다. 더욱이 거듭된 기술 발전의 반작용으로 인류는 AI로 대체되어 사상 최악의 실업 위기에 봉착한 참이다. 법정 근로시간, 유연근무, 재택 상시 적용과 같은 경계를 허문 업무수행 방식을 추구하면서도 일각에서는 끊임없이 수당 보전과 업무 강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근무 시간의 연장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쓸데없는 직업’은 사라지고 인간 고유의 업무에 집중된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리어 직업 수가 늘고, 대우는 박해지고, 재능을 채용한다는 명분으로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그럼 정규직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면 충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우리의 존엄이 그 안에서 더 커질까? 이 책의 감수를 맡은 박한선 교수에 따르면, 그는 비정규직 생활을 오래 하면서 한가로움을 만끽할 만큼 원하는 대로 하루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의 삶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불안 때문이었다. 기아나 질병에 시달리는 원초적 환경이 아니어도 일이 있어서 혹은 없어서 시간이 많아서 혹은 부족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즈먼에 따르면 인류는 불필요한 일을 억지로 만들어가며 유전자에 박힌 성실성에 따라 살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살면서 직업이 존재하는 한 모든 일에서 만족을 찾으려고 애쓴다. 목적의식에 맞게 배우고 열심히 사는 것 즉 의도적 성실성으로 점철된 삶이 바로 인류의 운명이다.
시간과 효율의 굴레에 갇힌 일을 통해 풀어낸 대담한 생각들
“자동화 이후의 인류가 가야 할 길을 조망한 명작” _ 찰스 두히그
유발 하라리가 현생인류의 존엄함을 서술해 전 세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면, 제임스 수즈먼은 인류의 본성에 맞지 않는 행위에 대해 주목했다. 과거 노예의 삶과 현재 월급을 받고 몸을 상해가며 일하는 삶, 차이는 무엇일까? 과연 인류는 진화해 온 걸까, 일을 향해 투쟁해 온 것일까? 일은 20만 년 전부터 인류의 고난을 초래한 단 하나의 요인이다. 늘 고되고, 끝나지 않아 ‘노역’에 가까웠다. 이 책에는 이러한 일에 대한 개념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또 변화된 의미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어떻게 적용되어 인류의 삶의 방식을 좌우했는지 가감 없이 펼쳐진다.
자연이 주는 치유력에 빠져 자연에서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때 유행했다. 이는 여전히 ‘자연인’이나 ‘캠핑족’이라는 저마다의 방향에 맞게 확장되고 있다. 편리성에 길든 도시인들에게 일탈적 행위이기도 하고, 더 원초적인 형태의 삶이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란 사람들의 막연한 기대가 만든 허상이다. 이 허상처럼 원시시대 사람들은 더 자연과 가까이하며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인류학자들의 연구로 수렵채집사회의 풍요로움은 밝혀진 지 오래다. 이는 국가마다 사회 풍조와 맞물려 ‘게으르면서도 풍족한 삶’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실제 수렵과 채집을 하려면 고도로 단련된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잘 가공된 음식 재료를 조리만 해서 먹는 우리에겐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날뛰는 동물을 제압해 껍질을 벗기고 먹을 수 있는 부위만 선별해 잘라내야 한다. 생선류는 또 어떤가? 피를 뽑고 뼈와 살, 내장을 분리해야 한다. 채식을 한다 치더라도 먹을 수 있는 식물 종류를 알아내거나 매일 매끼 배부를 만큼 엄청난 양의 열매를 구해야 한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기술도 급격히 발전해 20세기 초 케인스가 약속했던 경제적 유토피아의 생활 수준보다 수배는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인력이 있던 자리에는 대부분 AI로 대체되었으나, 우리는 여전히 최소 주당 40시간의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삶에 채워진 족쇄가 단순히 특정 기술의 발전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인류세, 연금, 유연근무 등 다양한 일의 형태와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고, 논의가 이어지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인류사에 산업혁명과 공장노동이 등장해 전 세계가 숨 쉴 틈 없이 달려온 지 200여 년이 흘렀다.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지 말고, 선의를 항상 우위에 놓아야 한다’는 케인스의 말처럼 일하지 않는 삶에서 의미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으로서 일을 하는 것이지, 일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 균형의 실마리를 이 책에서 찾게 될 것이다.
“자동화된 미래에서 우리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필독서!” _ 수전 케인
태초부터 인류에게 가장 균등하게 주어졌던 시간은 진화에 따라 대하는 의미가 점차 달라졌다. 그러면서 인류에게 어느새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이 스며들었다. 이제 누구도 그 말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는 아이부터 성인까지 반드시 갖춰야 할 미덕이었으며, 인간이라면 근면·성실해야 맞는다는 근거로도 자주 쓰였다. 더욱이 거듭된 기술 발전의 반작용으로 인류는 AI로 대체되어 사상 최악의 실업 위기에 봉착한 참이다. 법정 근로시간, 유연근무, 재택 상시 적용과 같은 경계를 허문 업무수행 방식을 추구하면서도 일각에서는 끊임없이 수당 보전과 업무 강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근무 시간의 연장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쓸데없는 직업’은 사라지고 인간 고유의 업무에 집중된다는 전문가들의 예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리어 직업 수가 늘고, 대우는 박해지고, 재능을 채용한다는 명분으로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그럼 정규직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다면 충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우리의 존엄이 그 안에서 더 커질까? 이 책의 감수를 맡은 박한선 교수에 따르면, 그는 비정규직 생활을 오래 하면서 한가로움을 만끽할 만큼 원하는 대로 하루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의 삶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불안 때문이었다. 기아나 질병에 시달리는 원초적 환경이 아니어도 일이 있어서 혹은 없어서 시간이 많아서 혹은 부족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수즈먼에 따르면 인류는 불필요한 일을 억지로 만들어가며 유전자에 박힌 성실성에 따라 살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 살면서 직업이 존재하는 한 모든 일에서 만족을 찾으려고 애쓴다. 목적의식에 맞게 배우고 열심히 사는 것 즉 의도적 성실성으로 점철된 삶이 바로 인류의 운명이다.
시간과 효율의 굴레에 갇힌 일을 통해 풀어낸 대담한 생각들
“자동화 이후의 인류가 가야 할 길을 조망한 명작” _ 찰스 두히그
유발 하라리가 현생인류의 존엄함을 서술해 전 세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면, 제임스 수즈먼은 인류의 본성에 맞지 않는 행위에 대해 주목했다. 과거 노예의 삶과 현재 월급을 받고 몸을 상해가며 일하는 삶, 차이는 무엇일까? 과연 인류는 진화해 온 걸까, 일을 향해 투쟁해 온 것일까? 일은 20만 년 전부터 인류의 고난을 초래한 단 하나의 요인이다. 늘 고되고, 끝나지 않아 ‘노역’에 가까웠다. 이 책에는 이러한 일에 대한 개념이 시대적 흐름에 따라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또 변화된 의미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어떻게 적용되어 인류의 삶의 방식을 좌우했는지 가감 없이 펼쳐진다.
자연이 주는 치유력에 빠져 자연에서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때 유행했다. 이는 여전히 ‘자연인’이나 ‘캠핑족’이라는 저마다의 방향에 맞게 확장되고 있다. 편리성에 길든 도시인들에게 일탈적 행위이기도 하고, 더 원초적인 형태의 삶이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거란 사람들의 막연한 기대가 만든 허상이다. 이 허상처럼 원시시대 사람들은 더 자연과 가까이하며 더 나은 삶을 살았을까? 인류학자들의 연구로 수렵채집사회의 풍요로움은 밝혀진 지 오래다. 이는 국가마다 사회 풍조와 맞물려 ‘게으르면서도 풍족한 삶’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실제 수렵과 채집을 하려면 고도로 단련된 기술이 있어야 가능하다. 잘 가공된 음식 재료를 조리만 해서 먹는 우리에겐 상상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날뛰는 동물을 제압해 껍질을 벗기고 먹을 수 있는 부위만 선별해 잘라내야 한다. 생선류는 또 어떤가? 피를 뽑고 뼈와 살, 내장을 분리해야 한다. 채식을 한다 치더라도 먹을 수 있는 식물 종류를 알아내거나 매일 매끼 배부를 만큼 엄청난 양의 열매를 구해야 한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기술도 급격히 발전해 20세기 초 케인스가 약속했던 경제적 유토피아의 생활 수준보다 수배는 더 나은 삶을 영위하고 있다. 인력이 있던 자리에는 대부분 AI로 대체되었으나, 우리는 여전히 최소 주당 40시간의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삶에 채워진 족쇄가 단순히 특정 기술의 발전으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인류세, 연금, 유연근무 등 다양한 일의 형태와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고, 논의가 이어지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인류사에 산업혁명과 공장노동이 등장해 전 세계가 숨 쉴 틈 없이 달려온 지 200여 년이 흘렀다.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지 말고, 선의를 항상 우위에 놓아야 한다’는 케인스의 말처럼 일하지 않는 삶에서 의미를 찾기 힘들다. 그러나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으로서 일을 하는 것이지, 일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그 균형의 실마리를 이 책에서 찾게 될 것이다.
추천평
그의 연구를 통해 여태껏 인류의 본성을 거스르던 행위를 송두리째 부정할 근거가 마련되었다!
- 유발 하라리
그야말로 인류학 연구의 새로운 고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 세스 고딘
희소성과 생산성에 주목해 온 경제학계에 날리는 일침, 나의 20년간 연구보다 그의 책 한 권이 더 중요한 것을 말해준다.
- 애덤 그랜트
수렵채집인 사회에서도 짧았던 노동 시간을 현대에 와서 왜 더욱 질질 끌고 있는가? 일과의 관계를 개선할 방법을 수즈먼이 이 한 권에 담았다.
- [뉴욕 타임스]
그동안 영위해 온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꿀 때가 되었다.
- [가디언]
이 책에는 30만 년에 걸친 노동의 진화가 꼼꼼히 기록되어있어 현재 경제 문제를 타개할 단초를 제공한다. 학술서로 보이지만, 자본주의로 인해 우리의 하루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지 비판하는 파괴적인 전략서이기도 하다.
- [아이리시 타임스]
- 유발 하라리
그야말로 인류학 연구의 새로운 고전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 세스 고딘
희소성과 생산성에 주목해 온 경제학계에 날리는 일침, 나의 20년간 연구보다 그의 책 한 권이 더 중요한 것을 말해준다.
- 애덤 그랜트
수렵채집인 사회에서도 짧았던 노동 시간을 현대에 와서 왜 더욱 질질 끌고 있는가? 일과의 관계를 개선할 방법을 수즈먼이 이 한 권에 담았다.
- [뉴욕 타임스]
그동안 영위해 온 우리 삶의 방식을 바꿀 때가 되었다.
- [가디언]
이 책에는 30만 년에 걸친 노동의 진화가 꼼꼼히 기록되어있어 현재 경제 문제를 타개할 단초를 제공한다. 학술서로 보이지만, 자본주의로 인해 우리의 하루가, 우리의 삶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돌아가는지 비판하는 파괴적인 전략서이기도 하다.
- [아이리시 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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