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개항부터 대한제국의 멸망까지, 반세기에 걸친 통한의 한국 근대사
갑오농민전쟁 등 조선 민중사 연구로 유명한 재일 사학자 조경달 교수가 그간의 연구 결과를 집약해 서술한 통한의 한국 근대 통사. 19세기 중반 대원군 집권기부터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멸망하던 날까지 반세기에 걸친 역사를 정치 문화를 중심으로 통사적으로 기술하는 한편으로, 비교사적 차원에서 근대 한일 관계를 고찰하고 있다. 근대 조선의 역사는 [일국사적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특히 일본과의 관계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의 제목을 [근대 조선사]가 아니라 [근대 조선과 일본]이라고 지은 이유다.
근대 조선은 어떤 연유로 일본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는가? 근대 서구와 접촉하면서 비교적 원만하게 국민 국가로 전환한 일본과 달리, 조선에서는 국민 국가로의 전환이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왜 그러했는가? 조경달은 한일 양국의 정치 문화의 차이에서 그 답을 찾는다. 조선은 유교적 민본주의를 국가를 지배하는 원리적인 수준까지 끌어올렸던 반면, 일본은 단지 통치의 수단으로서만 그것을 받아들였다. 유교적 민본주의를 고집한 것은 위정척사파만이 아니었다. 조선의 근대화를 꿈꾼 개화 사상가들조차 이러한 정치 문화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고, 지배 계급만이 아니라 민중 세계도 이러한 정치 문화를 마음속 깊이 내면화하고 있었다. 민란과 농민 전쟁, 의병 지도자들 또한 이러한 일군만민 사상을 봉기의 명분으로 내세우고는 했다.
근대 조선의 역사를 유교적 민본주의라는 정치 문화의 동학으로 풀어냄으로써, 저자 조경달은 근대를 절대화하는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시도한다. 한국 근대사를 변화를 강제하는 외세의 침탈 속에서도 유교적 민본주의라는 고유한 가치를 관철하면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려다 좌절한 통한의 역사로 보는 것이다. 비록 파국에 이르기는 했지만, 그러한 노력은 [어떤 의미에서 자신들의 전통 ? 원리 ? 이상을 고집한, 장대하고 위험한 실험이자 도전]이었다. 근대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사에서 핵심적인 사건들을 정치 문화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 이 책은, 일본의 대표적인 인문 교양 출판사인 이와나미쇼텐에서 일본인 독자를 대상으로 출간한 책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제1장 조선 왕조와 일본
1. 조선의 정치와 사회 | 2. 개항전야의 조선 | 3. [정한] 사상의 형성과 메이지 유신
제2장 조선의 개항
1. 대원군 정권 | 2. 대원군의 양이 정책 | 3. 조일수호조규의 체결
제3장 개항과 임오군란
1. 개화와 척사 | 2. 두 번째 개항 | 3. 임오군란과 일본
제4장 갑신정변과 조선의 중립화
1. 민씨 정권과 개화파 | 2. 갑신정변과 일본 | 3. 여러 열강과 조선 중립화 구상
제5장 갑오농민전쟁과 청일 전쟁
1. 갑오농민전쟁의 발발 | 2. 청일 전쟁과 조선 | 3. 제2차 농민 전쟁과 일본 | 4. 갑오개혁과 일본
제6장 대한제국의 시대
1. 대한제국의 탄생 | 2. 독립협회 운동 | 3. 대한제국의 정책 | 4. 대한제국기의 민중 운동
제7장 러일 전쟁하의 조선
1. 일본의 조선 점령 | 2. 군율 체제 | 3. 반일 항쟁
제8장 식민지화와 국권 회복 운동
1. 일본의 조선 보호국화 | 2. 국권 회복 운동과 제3차 한일협약 | 3. 국권 회복 운동의 확대와 그 사상 | 4. 국권 회복 운동과 일본
제9장 한국 병합
1. 병합 결정과 안중근 사건 | 2. 대한제국의 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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