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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서구에서 다윈의 진화론 이후 등장한 우생학(eugenics)이 과학과 이념 그리고 담론과 실천이 혼재되며 선택과 배제의 원리로 작용했던 역사적 과정을 추적한 과학 교양서. 우생학의 형성, 이론적 근거, 다양한 실천, 그리고 사회적 영향을 영국, 미국, 독일을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과학과 사회의 상호작용 및 생물학주의가 역사적으로 사회에 미친 영향과 그 결과는 무엇이었는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는 우생학을 통해 근대 과학의 등장 이후 점차 강화되어온 이른바 과학주의, 특히 인간과 사회를 생물학적으로 파악하려는 ‘생물학주의’의 궤적을 살펴봄으로써 ‘유전자 정치(genetic politics)’ 또는 ‘생명정치(biopolitics)’의 역사가 서구의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우생학을 통해 근대 과학의 등장 이후 점차 강화되어온 이른바 과학주의, 특히 인간과 사회를 생물학적으로 파악하려는 ‘생물학주의’의 궤적을 살펴봄으로써 ‘유전자 정치(genetic politics)’ 또는 ‘생명정치(biopolitics)’의 역사가 서구의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목차
추천사 / 송상용(한국과학기술한림원)
책머리에
목차
들어가며
1. 우생학 연구의 쟁점
(1) 우생학적 실천의 다양성
(2) 유전인가, 환경인가
(3)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4) 과학인가, 이념인가
(5) 우생학과 새로운 유전학
2. 유전자에 구속된 인간
3. 영국의 우생학
(1) 19세기 말 영국의 사회적 상황
(2) 맬서스, 다윈, 그리고 스펜서의 영향
(3) 골턴 우생학의 형성과 발전
(4) 우생학의 다양한 실천
4. 미국의 우생학
(1) 섬너와 개인주의적 경쟁
(2) 유전과 환경 그리고 이념
(3) 우생학의 대중화
(4) 우생학적 입법
5. 독일의 우생학
(1) 헤켈과 집단주의적 투쟁
(2) 인종위생의 탄생
(3) 인종위생의 전개
(4) 인종위생의 극단화
나오며
후주
일러두기
참고문헌
책머리에
목차
들어가며
1. 우생학 연구의 쟁점
(1) 우생학적 실천의 다양성
(2) 유전인가, 환경인가
(3)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4) 과학인가, 이념인가
(5) 우생학과 새로운 유전학
2. 유전자에 구속된 인간
3. 영국의 우생학
(1) 19세기 말 영국의 사회적 상황
(2) 맬서스, 다윈, 그리고 스펜서의 영향
(3) 골턴 우생학의 형성과 발전
(4) 우생학의 다양한 실천
4. 미국의 우생학
(1) 섬너와 개인주의적 경쟁
(2) 유전과 환경 그리고 이념
(3) 우생학의 대중화
(4) 우생학적 입법
5. 독일의 우생학
(1) 헤켈과 집단주의적 투쟁
(2) 인종위생의 탄생
(3) 인종위생의 전개
(4) 인종위생의 극단화
나오며
후주
일러두기
참고문헌
관련 자료
제1장 우생학 연구의 쟁점
과학적 담론의 영역에서 사회적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된 우생학의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논쟁점을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살펴본다. 크게 우생학 실천의 다양성, 유전인가 환경인가,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과학인가 이념인가, 우생학과 새로운 유전학 등을 고찰함으로써 우생학의 다양한 함의를 인식할 수 있는 길잡이를 제공한다.
제2장 유전자에 구속된 인간
우생학이 인간의 모든 특질과 질병, 행동 등을 유전 원리에 기초하여 설명하려는, 이른바 생물학적 결정론에 다름 아니라는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우생학은 육체적 특질은 물론이고, 사회적 조건의 부산물일 수 있는 인간 실존의 문제들조차 질병으로 간주하며, 선택과 배제의 논리를 설파했다. 즉 우생학은 인간 개선을 명분으로 삼아 인간의 몸을 과학적 방식으로 통제하고 관리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기능을 역사 속에서 보여주었다. 이는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정량화된 유전자에 대한 조작을 통해 개선하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있는 현대 의료 유전학에 대한 비판적 검토의 단초가 될 것이다.
제3장 영국의 우생학
우생학의 탄생의 역사적 배경, 골턴의 유전 원리, 다윈의 영향, 사회적 실천 등을 중심으로 통사적 차원의 검토를 하고 있다. 우생학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 우생학은 자유주의의 위기 상황에 처한 역사적 상황과 다윈의 진화론이라는 걸출한 과학 이론과 조응하며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되어 갔다. 특히 우생학은 보수주의적 입장을 갖는 세력에게 매우 매력적인 담론이었고, 이 때문에 영국 우생학은 기본적으로 중산계급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성장했다. 우생학은 영국 제국의 보전을 위한 필요에서 인종 차별적 사회윤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영국의 우생학은 사회개혁을 갈망하는 좌파 세력에게도 수용되었지만, 국가적 효율이라는 당시의 사회적 주도 담론 때문에 그것의 보수적 성격을 벗어던질 수는 없었다. 이 때문에 우생학은 기본적으로 편견과 차별의 이념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음을 이 장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제4장 미국의 우생학
우생학이 가장 대중적인 차원에서 성공했던 나라인 미국을 중심으로 우생학을 살펴본다. 1900년 멘델의 법칙이 재발견되자 미국 과학계에서는 유전 형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고, 사회개혁가들도 유전 형질과 관련한 과학적 논의를 대중 사회로 이전시키기 시작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증폭된 국가적?인종적 공포는 우생학이 과학적 담론으로서가 아니라 이념적 도구로 기능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미국의 우생학은 강한 유전론에 기초하여 앵글로 색슨의 우월성을 정당화하고 와스프(WASP)의 사회적 위치를 공고화하는 메커니즘으로 활용되었다. 국가적 효율 진작과 국가적 정체성 강화라는 명분아래 미국에서는 이민제한법, 혼인법, 불임법 등을 제정하여 수많은 사회적 부적자들을 제거했다. 미국의 우생학적 입법은 나치에게도 전수되어 엄청난 역사적 비극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제5장 독일의 우생학
인종위생(Rassenhygiene)이라 불리며 강제불임, 안락사, 집단학살을 자행했던 독일의 상황을 살핀다. 독일에서 우생학은 19세기말 독일사회의 급격한 산업화과정에서 파생된 사회문제와 계급간 출산율 차이가 야기한 인적 구성의 불균형에 대한 반작용으로 각광을 받았다. 초기의 우생학은 생물학에 엄밀한 지적 기반을 두었고, 인종적?정치적 색깔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와 대공황의 여파는 우생학의 인종주의적 색채를 강화시켰고, 1933년 나치의 집권 이후 우생학은 유대인, 동부 유럽인들을 인종적으로 구분하고 열등시하는 정치적 운동으로 급속히 변질되어 갔다. 미국 불임법의 영향으로 제정된 1933년 독일의 불임법은 자의적인 판단에 의거해 신체적 허약자로 분류된 4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거세했다. 1935년 제정된 뉘른베르그법은 독일 인종의 우수성을 보존하기 위해 혼혈을 금지하고, 결혼 전 건강 검사를 의무화했으며, 독일인이 아닌 독일 내 모든 거주자의 권리를 박탈하기도 했다. 히틀러의 우생학 정책은 안락사로 귀결되었다. 안락사는 최종결정(Final Solution)의 전초전이었고, 이는 쇼아(shoah), 즉 이 지구상에서 존재할 수 있는 재앙 중 가장 큰 재앙이자 너무도 참혹해서 다시금 떠올릴 수조차 없는 전대미문의 대량학살을 낳으며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과학적 담론의 영역에서 사회적 실천의 영역으로 확장된 우생학의 다면적이고 다층적인 논쟁점을 크게 다섯 가지로 분류하여 살펴본다. 크게 우생학 실천의 다양성, 유전인가 환경인가,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과학인가 이념인가, 우생학과 새로운 유전학 등을 고찰함으로써 우생학의 다양한 함의를 인식할 수 있는 길잡이를 제공한다.
제2장 유전자에 구속된 인간
우생학이 인간의 모든 특질과 질병, 행동 등을 유전 원리에 기초하여 설명하려는, 이른바 생물학적 결정론에 다름 아니라는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우생학은 육체적 특질은 물론이고, 사회적 조건의 부산물일 수 있는 인간 실존의 문제들조차 질병으로 간주하며, 선택과 배제의 논리를 설파했다. 즉 우생학은 인간 개선을 명분으로 삼아 인간의 몸을 과학적 방식으로 통제하고 관리함으로써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로서의 기능을 역사 속에서 보여주었다. 이는 인간의 건강과 질병을 정량화된 유전자에 대한 조작을 통해 개선하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있는 현대 의료 유전학에 대한 비판적 검토의 단초가 될 것이다.
제3장 영국의 우생학
우생학의 탄생의 역사적 배경, 골턴의 유전 원리, 다윈의 영향, 사회적 실천 등을 중심으로 통사적 차원의 검토를 하고 있다. 우생학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영국에서 우생학은 자유주의의 위기 상황에 처한 역사적 상황과 다윈의 진화론이라는 걸출한 과학 이론과 조응하며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되어 갔다. 특히 우생학은 보수주의적 입장을 갖는 세력에게 매우 매력적인 담론이었고, 이 때문에 영국 우생학은 기본적으로 중산계급의 이해관계와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성장했다. 우생학은 영국 제국의 보전을 위한 필요에서 인종 차별적 사회윤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물론 영국의 우생학은 사회개혁을 갈망하는 좌파 세력에게도 수용되었지만, 국가적 효율이라는 당시의 사회적 주도 담론 때문에 그것의 보수적 성격을 벗어던질 수는 없었다. 이 때문에 우생학은 기본적으로 편견과 차별의 이념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음을 이 장을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제4장 미국의 우생학
우생학이 가장 대중적인 차원에서 성공했던 나라인 미국을 중심으로 우생학을 살펴본다. 1900년 멘델의 법칙이 재발견되자 미국 과학계에서는 유전 형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고, 사회개혁가들도 유전 형질과 관련한 과학적 논의를 대중 사회로 이전시키기 시작했다. 특히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증폭된 국가적?인종적 공포는 우생학이 과학적 담론으로서가 아니라 이념적 도구로 기능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미국의 우생학은 강한 유전론에 기초하여 앵글로 색슨의 우월성을 정당화하고 와스프(WASP)의 사회적 위치를 공고화하는 메커니즘으로 활용되었다. 국가적 효율 진작과 국가적 정체성 강화라는 명분아래 미국에서는 이민제한법, 혼인법, 불임법 등을 제정하여 수많은 사회적 부적자들을 제거했다. 미국의 우생학적 입법은 나치에게도 전수되어 엄청난 역사적 비극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되기도 했다.
제5장 독일의 우생학
인종위생(Rassenhygiene)이라 불리며 강제불임, 안락사, 집단학살을 자행했던 독일의 상황을 살핀다. 독일에서 우생학은 19세기말 독일사회의 급격한 산업화과정에서 파생된 사회문제와 계급간 출산율 차이가 야기한 인적 구성의 불균형에 대한 반작용으로 각광을 받았다. 초기의 우생학은 생물학에 엄밀한 지적 기반을 두었고, 인종적?정치적 색깔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에서의 패배와 대공황의 여파는 우생학의 인종주의적 색채를 강화시켰고, 1933년 나치의 집권 이후 우생학은 유대인, 동부 유럽인들을 인종적으로 구분하고 열등시하는 정치적 운동으로 급속히 변질되어 갔다. 미국 불임법의 영향으로 제정된 1933년 독일의 불임법은 자의적인 판단에 의거해 신체적 허약자로 분류된 4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거세했다. 1935년 제정된 뉘른베르그법은 독일 인종의 우수성을 보존하기 위해 혼혈을 금지하고, 결혼 전 건강 검사를 의무화했으며, 독일인이 아닌 독일 내 모든 거주자의 권리를 박탈하기도 했다. 히틀러의 우생학 정책은 안락사로 귀결되었다. 안락사는 최종결정(Final Solution)의 전초전이었고, 이는 쇼아(shoah), 즉 이 지구상에서 존재할 수 있는 재앙 중 가장 큰 재앙이자 너무도 참혹해서 다시금 떠올릴 수조차 없는 전대미문의 대량학살을 낳으며 역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출판사 리뷰
우생학, 과학과 사회의 변주곡
다윈주의의 부산물로서 인간과 사회를 생물학적으로 해석한 우생학
19세기 후반 다윈의 진화론을 인간과 사회에 적용하여 인간의 형질과 사회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였던 사회다윈주의로부터 최근의 사회생물학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사회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수많은 시도들이 있어 왔다. 이러한 시도들은 당대의 사회적 가치나 시대정신과 불가분의 연관을 맺으며 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런 점에서 우생학은 인간의 육체적 형질은 물론이고 심리나 정서까지도 생물학적으로 환원하여 생물학적 과정에 의해 결정론적으로 인간을 해석하려는 시대적 분위기가 팽배한 오늘날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20세기 초 서구 세계를 휩쓸었던 우생학
우생학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까지 서구 세계를 휩쓸었다. 당시 우생론자들은 우생학이라는 과학을 근거로 인간 종 사이에는 생물학적인 적자(適者)와 부적자(不適者)가 존재한다고 믿었고, 이는 국가적 효율 달성을 위해 정책적 차원에서 부적자를 제거하거나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로 발전했다. 우생론자들은 빈곤계층이나 사회적 약자를 인종적 퇴화를 일으키는 생물학적 부적자, 즉 타자화(他者化) 함으로써 자신들의 우월성을 확인하고자 했고, 우생학은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이 녹아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해주었다. 당시 우생학은 하나의 생물학적이고,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이데올로기로 기능했던 것이다. 우생학이 창안되고 확산될 무렵, 과학에 대한 신뢰가 컸고, 우생학은 다윈주의와 연관됨으로써 인식론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과학적 근거로 우생학이 활용되었고, 비난의 대명사인 나치의 잔혹한 학살, 즉 쇼아(shoah)도 우생학의 역사적 흔적이었다. 따라서 우생학은 과학 이론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어떻게 관계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는 무엇이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였다.
새로운 모습으로 역사는 반복될 것인가
이러한 우생학의 역사 속 모습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생명공학의 경제적 효율 담론과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맹신에 대해 비판적 검토가 필요함을 제기해주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등장 이후 본격화된 유전자 조작이나 유전 상담 등 생명공학 분야의 활동은 과거의 우생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몸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물학적 적격 여부를 판별하거나 건강, 수명 연장 등 인간 삶의 문제를 생물학적(유전적) 차원에서 해결해 보려는 의료유전학(medical genetics)의 최근 시도들은 우생학에 내재했던 차별적인 선택과 제거 논리로의 회귀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많으며, 이는 새로운 몸 통제방식을 창출시킴으로써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재생산해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우생학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다윈주의의 부산물로서 인간과 사회를 생물학적으로 해석한 우생학
19세기 후반 다윈의 진화론을 인간과 사회에 적용하여 인간의 형질과 사회현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였던 사회다윈주의로부터 최근의 사회생물학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사회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수많은 시도들이 있어 왔다. 이러한 시도들은 당대의 사회적 가치나 시대정신과 불가분의 연관을 맺으며 그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런 점에서 우생학은 인간의 육체적 형질은 물론이고 심리나 정서까지도 생물학적으로 환원하여 생물학적 과정에 의해 결정론적으로 인간을 해석하려는 시대적 분위기가 팽배한 오늘날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20세기 초 서구 세계를 휩쓸었던 우생학
우생학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까지 서구 세계를 휩쓸었다. 당시 우생론자들은 우생학이라는 과학을 근거로 인간 종 사이에는 생물학적인 적자(適者)와 부적자(不適者)가 존재한다고 믿었고, 이는 국가적 효율 달성을 위해 정책적 차원에서 부적자를 제거하거나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로 발전했다. 우생론자들은 빈곤계층이나 사회적 약자를 인종적 퇴화를 일으키는 생물학적 부적자, 즉 타자화(他者化) 함으로써 자신들의 우월성을 확인하고자 했고, 우생학은 사회적 편견과 선입견이 녹아들어가는 통로 역할을 해주었다. 당시 우생학은 하나의 생물학적이고, 정치적이며, 사회적인 이데올로기로 기능했던 것이다. 우생학이 창안되고 확산될 무렵, 과학에 대한 신뢰가 컸고, 우생학은 다윈주의와 연관됨으로써 인식론적이고 사회적인 차원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과학적 근거로 우생학이 활용되었고, 비난의 대명사인 나치의 잔혹한 학살, 즉 쇼아(shoah)도 우생학의 역사적 흔적이었다. 따라서 우생학은 과학 이론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어떻게 관계하고 있었으며, 그 결과는 무엇이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였다.
새로운 모습으로 역사는 반복될 것인가
이러한 우생학의 역사 속 모습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는 생명공학의 경제적 효율 담론과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맹신에 대해 비판적 검토가 필요함을 제기해주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유전자 재조합 기술의 등장 이후 본격화된 유전자 조작이나 유전 상담 등 생명공학 분야의 활동은 과거의 우생학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인간의 몸을 통제하고, 관리하려는 이데올로기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생물학적 적격 여부를 판별하거나 건강, 수명 연장 등 인간 삶의 문제를 생물학적(유전적) 차원에서 해결해 보려는 의료유전학(medical genetics)의 최근 시도들은 우생학에 내재했던 차별적인 선택과 제거 논리로의 회귀를 정당화할 가능성이 많으며, 이는 새로운 몸 통제방식을 창출시킴으로써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하고, 재생산해낼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우생학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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