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서양사 이해 (책소개)/4.유럽역사문화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2022 / 서양문화) - 자유와 분열의 이탈리아 잔혹사

동방박사님 2023. 2. 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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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게르만족의 남하로 제국이 무너지고, 황제와 기독교 세력의 충돌을 거쳐 19세기 이탈리아로 통일될 때까지의 잃어버린 고리다. 로마가 망해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나름의 생존을 통해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는 단서를 독자 여러분도 『피렌체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당시의 분열상을 이웃집 얘기처럼 정연하게, 지독하리만치 엄중하게 정리했다. 역사 속 이탈리아, 피렌체는 그토록 인문적이고 문화적이면서도, 또 그토록 야만적이고 잔인했다. 세속군주도 교황도 권력과 재물 앞에 존엄을 잃고, 몰락한 제국의 귀족은 당연했을 미덕 없이 탐욕만 넘쳐났다. 귀족을 몰락시킨 평민은 탐욕만을 배워 광기와 포퓰리즘으로 도시를 타락시키고, 상대 파벌에 대한 맹목적인 적의, 심지어 동료에의 질투로 칼자루를 바꿔 잡는 비열함만이 도시에 가득했다. 외부의 적이든 내부 파벌이든 결국 승리한 쪽도 적이 사라지면 그 즉시 분열했다. 과거 로마제국에서 평민이 귀족과 싸우며 미덕을 배웠다면, 피렌체에서는 모두 관용과 군사적 미덕을 잃으며 비루해졌다. 심지어 외부와의 전쟁은 비열한 용병들만 배를 불려, 결국 피렌체는 ‘전쟁에서 패하면 불행해지고, 승리하면 훨씬 더 불행해졌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다른 국가라면 벌써 무너졌을 분열상 속에서도, 유럽 어느 강국에도 밀리지 않는 구조와 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야 말로 피렌체의 위대함이라고 역설한다. 만약 통합을 이뤄냈다면 “피렌체보다 더 우월한 공화국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 현재는 말할 것도 없고 과거에도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페이지를 넘길수록 지금 우리 사회와 겹쳐지고 역사의 반복에 침울해지지만, 그것이 귀감이든 반면교사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목차

추천사_김상근
추천사_이문열
헌사
서문
제1권
제2권
제3권
제4권
제5권
제6권
제7권
제8권
피렌체 권력 지형과 정부의 변화 13~14세기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 : 니콜로 마키아벨리 (Niccolo Machiavelli,Niccolo di Bernardo dei Machiavelli )
 
르네상스 시대 피렌체 공화국의 외교관이자 탁월한 정치이론가. 이탈리아(피렌체)의 관료이자 외교관이자 군사 전략가였으나, 말년의 저술로 정치사상가의 반열에 오른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에서 몰락한 귀족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의 기록은 많지 않은데, 변변치 않은 교육 환경에서 홀로 역사와 정치에 관한 공부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청년 시절에는 말직으로 근무하다가 서른 살이 되어서야 80인회의 사무국의 서기에 임명...

역 : 하인후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2003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단편소설 <그림자 밟기>를 발표했다. 이후 생업에 전념하다, 2021년 카카오페이지에 장편소설 《만질 수 없는》을 썼다. 현재는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피렌체사》 완역본 출간을 준비하며, 《군주론》도 번역하고 있다.
 
 

책 속으로

교황들은 늘 이탈리아 내에서 큰 권력을 획득한 이들을 두려워했으며, 심지어 교회의 지지를 통해 권력이 강화된 이들조차 시기해 언제나 그들을 파멸시키려고 애썼다.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던 잦은 혼란과 변화는 모두 그 결과였다. 다시 말해 어느 한 군주가 강력해지면 그에 대한 두려움으로 교황들은 약한 다른 군주를 강하게 만들었고, 그 약한 군주가 강해지자마자 다시 그 강해진 군주를 시기해 그를 무너뜨리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2권 제11장」중에서

로마의 불화는 항상 시민의 군사적 미덕을 증가시켰지만 피렌체는 이를 완전히 없애 버렸고, 로마의 불화는 사회에 다양한 계급을 형성했지만, 피렌체는 이전에 존재했던 구분을 폐지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차이로 평민이 승리한 로마는 더욱 고결해졌다. 왜냐하면 평민이 귀족과 똑같이 군대와 정부의 요직들에 올라 도시를 통치할 수 있게 되자, 귀족과 똑같은 ‘비르투(미덕·능력)’로 자신을 채워 나갔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로마의 미덕은 커졌고, 미덕이 증가함에 따라 도시의 세력 역시 확대되었다. 하지만 피렌체에서는 평민이 승리하자 귀족은 정부의 요직에서 철저히 배제당했다. 그러므로 만일 귀족이 다시 관직에 오르려면 행동, 성격, 생활방식 모두 진짜 평민이 되거나 적어도 평민처럼 보여야 했다. 이런 이유로 평민의 호의를 얻기 위해 가문의 문장과 이름을 바꾸는 귀족이 많아졌다. 그리하여 귀족 안에 있던 관용의 정신과 군사적 미덕은 사라지고 말았고, 단 한 번도 이것들을 가져본 적 없는 평민의 내면에서 다시 살려낼 수도 없었다. 그 결과 피렌체는 점점 더 초라하고 비루해졌다.
---「3권 제1장」중에서

어떤 분열은 공화국에 해롭고, 또 어떤 분열은 공화국에 이롭다는 말은 진실이다. 다시 말해 파벌과 반목을 동반하는 분열은 공화국에 해로우며, 파벌과 반목을 수반하지 않는 분열은 공화국에 이롭다. 따라서 공화국의 설립자는 비록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적개심을 다 막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파벌의 성장에는 대비해야 한다. ... 하지만 불행히도 피렌체의 분열은 늘 파벌을 동반했고, 그 결과 항상 공화국에 해로웠다. 승리한 파벌도 반대 파벌이 아직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을 때를 제외하면 결코 단결되지 않았으며, 도시를 지배한 파벌은 적대적인 파벌이 소멸하자마자, 내부적으로 더는 분열을 자제하거나 이를 막을 두려움이 사라져 버렸으므로 그 즉시 분열했다.
---「7권 제1장」중에서
 

추천평

우리 사회에 작은 희망을 선물하는 마키아벨리의 생애 마지막 역작

무릇 추천사는 저자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출간되는 책의 내용에 대한 상찬賞讚을 목표로 삼는다. 이 책의 저자는 그 유명한 니콜로 마키아벨리이니, 그에 대한 개괄적 인물평은 번역자인 하인후 선생께 맡기기로 한다. 마키아벨리는 흔히 『군주론』의 저자로 소개되고 있지만, 『피렌체사』는 그가 생애 마지막 역량을 쏟아부은 역작이다. 14년이나 재임했던 피렌체 공직에서 막 쫓겨난 마키아벨리가 가난과 익명의 삶을 푸념하며 쓴 『군주론』이 독기를 품고 있다면, 생애 마지막 통찰력을 쏟아부은 『피렌체사』에는 성숙한 지혜가 넘쳐난다. 달랑 『군주론』을 읽고 마키아벨리를 이해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왕십리까지 와서 서울을 봤다고 자랑하는 시골 양반의 허세와 같다. 그가 생애 마지막에 심혈을 기울여 쓴 책 『피렌체사』를 읽어야만 마키아벨리 사상의 전모가 드러난다. 무릇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한 평가는 그의 마지막 장면까지 지켜보고 내려야 한다. 모든 것을 가졌던 사람이 모든 것을 잃어버렸을 때 깨달음을 얻는다. 그것이 바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였다. 마키아벨리도 모든 것을 잃었다. 야심작 『군주론』을 헌정하고 메디치 가문의 재임용을 기다리고 있던 마키아벨리는 그 마지막 기대마저 내려놓아야만 했다. 깨끗이 포기했을 때,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피렌체의 동량棟梁 들이 모여 로마 시대의 고전을 읽으며 함께 공화정의 미래를 꿈꾸던 ‘루첼라이 정원’ 공부 모임의 교사로 초빙된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후기 대표작인 『로마사 논고』와 해학과 풍자로 가득한 『만드라골라Mandragola』와 같은 희곡들이 바로 이 시기에 집필되었다. 마키아벨리 생애 마지막 작품인 『피렌체사』는 그 점에서 매우 포괄적인 전망을 내포하고 있다. 초기 작품인 『군주론』이 메디치 가문에게 바치는 권력 유지를 위한 비책이라면, 중기 작품 『로마사 논고』는 ‘루첼라이 정원’의 젊은 도반들을 위한 권력 획득의 비책이라고 할 수 있다. 『군주론』이 그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군주제의 속성을 파헤친다면, 『로마사 논고』는 로마 공화정 시대의 영광을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마지막 작품 『피렌체사』에서 군주제와 공화제 사이의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이상적인 정체政體를 설명하거나 강요한 것도 아니다. 포기할 것은 깨끗이 포기하고 삶에 대한 집착마저 버린 리어왕의 경지에 오른 마키아벨리는 그 모든 것이 ‘시간의 지배’ 속에 있음을 『피렌체사』를 통해 설파한다. 마키아벨리의 ‘피렌체 역사’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베키오 다리에서 벌어진 참사1216년 이후부터 메디치 가문의 집권1434년까지가 1부이고, 그 이후 코시모 데 메디치의 통치부터 마키아벨리가 집필하는 시점1520년까지가 2부이다. 1부는 공화정의 이상이 펼쳐지던 시대이고, 2부는 군주정의 권력 집중이 발생했던 시대이다. 그러니까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사』를 통해 자기 생애의 주장을 역으로 배치한 것이다. 자신이 쓴 책은 『군주론』군주제에서 『로마사 논고』공화제로 이어졌지만, 피렌체의 역사는 역으로 전개되었으니, 공화제에서 군주제로 넘어간 것이다. 이것은 마치 로마의 역사를 신화로 풀어냈던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아스 일행의 지중해 여정을 먼저 쓴 다음, 정착 과정에서 발생한 치열한 정복 전쟁을 뒤에 배치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로마 시대의 베르길리우스는 그리스 시대의 호메로스를 역으로 배치했다. 트로이 전쟁의 역사를 서사시로 풀어냈던 호메로스는 전쟁을 먼저 배치하고「일리아스」 의 내용이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뒤에 배치했었다「오디세이아」 의 내용이다. 마키아벨리도 생애 마지막 책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생각해 왔던 것을 역으로 배치했다. 그리고 두 가지 정체가 가진 장단점을 동시에 드러내고, 두 정체를 이상적인 정치 형태로 추구하는 양쪽 진영 모두에게 경고의 말을 남긴다. 평민들의 자유를 추구했던 공화정 시대를 향해 자유를 지키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알고 난 다음에 자유를 추구하라고 경고했다. 피렌체 군주제의 실체였던 메디치 가문을 향해서는 시대의 변화를 직시하라는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공화정이냐, 군주정이냐의 선택을 놓고 마키아벨리를 ‘평가’하거나 ‘절하’하는 것은 그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마키아벨리는 괘념치 않았다. 그가 주장하고 싶었던 것은 한마디로 ‘시대의 요청’이었다. 그 시대가 무엇을 요구하는지 잘 성찰하라는 것이다.

무릇 고전이라 불리는 책들은 읽기 어렵다. 역사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문장의 의미는 오독誤讀되기 일쑤다. 이탈리아 학자들에게도 마키아벨리의 글은 난해하기로 유명하다.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다가 갑자기 상상력을 발휘하는 재기발랄한 마키아벨리의 글을 번역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붉은 백합의 도시, 피렌체』에서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춘 하인후 선생은 그 점에 큰 노고를 하셨다. 그 책에서 부분적으로 소개되었던 마키아벨리의 전모가 이 번역 완전체를 통해서 잘 드러날 것이라 기대한다. 이 어려운 책을 번역한 하인후 선생께 찬사를 드리면서 동시에 짧은 위로의 말씀도 드려야겠다. 각고의 노력 끝에 번역서를 출간했지만, 기대처럼 그렇게 많은 독자가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라는 슬픈 현실에 관한 것이다. 베스트셀러를 원한다면 독자가 원하는 글을 써 주면 된다. 대중이란 원래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대변해 줄 수 있는 글을 찾는다. 가난한 자들이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삶에 지친 청년들이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읽는다. 그래서 고단한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베스트셀러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공화정과 군주정의 희망과 횡포 사이에서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마키아벨리가 『피렌체사』에서 제시했던 공화정과 군주정의 조화, 시대의 흐름에 대한 통찰력에 대해 이해한다면 좋으련만, 한국의 독서 대중들은 이 책을 쉽게 손에 들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고 권력을 잡아보겠다고 날뛰는 사람들이 허다한 이 시대에, 그의 마지막 책 『피렌체사』가 번역되고 출간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 작은 희망이 남아 있음을 확신한다. 부디 이 어려운 책이 소수의 현명한 독자에게나마 희망을 선물하게 되기를!
- 김상근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교수)

그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행방에 대한 단서

유럽 역사에서 이탈리아는 하나의 이채異彩다. 로마제국 쇠퇴 이후 1,000년 넘게 작은 도시들로 나뉘었지만, 피렌체 하나로도 어지간한 강국 대접을 받았다. 일찌감치 이탈리아가 통합됐다면, 유럽의 국경은 지금과 달라져도 한참 달라졌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눈여겨본 것은 이제 유럽의 변방 같은 이탈리아, 그리고 피렌체에 관한 관심보다는 바로 그 찬란했던 로마제국의 행방이었다. 게르만족의 남하로 제국이 무너지고, 황제와 기독교 세력의 충돌을 거쳐 19세기 이탈리아로 통일될 때까지의 잃어버린 고리다. 로마가 망해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나름의 생존을 통해 현재까지 올 수 있었다는 단서를 독자 여러분도 『피렌체사』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당시의 분열상을 이웃집 얘기처럼 정연하게, 지독하리만치 엄중하게 정리했다. 역사 속 이탈리아, 피렌체는 그토록 인문적이고 문화적이면서도, 또 그토록 야만적이고 잔인했다. 세속군주도 교황도 권력과 재물 앞에 존엄을 잃고, 몰락한 제국의 귀족은 당연했을 미덕 없이 탐욕만 넘쳐났다. 귀족을 몰락시킨 평민은 탐욕만을 배워 광기와 포퓰리즘으로 도시를 타락시키고, 상대 파벌에 대한 맹목적인 적의, 심지어 동료에의 질투로 칼자루를 바꿔 잡는 비열함만이 도시에 가득했다. 외부의 적이든 내부 파벌이든 결국 승리한 쪽도 적이 사라지면 그 즉시 분열했다. 과거 로마제국에서 평민이 귀족과 싸우며 미덕을 배웠다면, 피렌체에서는 모두 관용과 군사적 미덕을 잃으며 비루해졌다. 심지어 외부와의 전쟁은 비열한 용병들만 배를 불려, 결국 피렌체는 ‘전쟁에서 패하면 불행해지고, 승리하면 훨씬 더 불행해졌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다른 국가라면 벌써 무너졌을 분열상 속에서도, 유럽 어느 강국에도 밀리지 않는 구조와 세력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야 말로 피렌체의 위대함이라고 역설한다. 만약 통합을 이뤄냈다면 “피렌체보다 더 우월한 공화국은 적어도 내가 아는 한 현재는 말할 것도 없고 과거에도 없었을 것”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페이지를 넘길수록 지금 우리 사회와 겹쳐지고 역사의 반복에 침울해지지만, 그것이 귀감이든 반면교사든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 이문열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