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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의 의료시스템에 깊이 각인된 제국주의와 노예제의 슬픈 그림자
의학은 18~19세기에 광폭으로 발전했다. 번성하는 제국주의 관료체계 덕에 전 세계로 파견된 의사들은 시시각각 닥치는 의학적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혁명적인 진보를 이뤄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공중보건의 시대가 첫발을 뗀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기 의사들이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고, 예후를 관찰한 대상은 누구였을까? 당대 의학 혁명을 이끈 학자나 이론이 의학사의 중요 페이지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사례연구 현장에 관한 이야기는 말끔히 사라졌다. 이 책은 바로 그 현장, 의학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기록이나 기억에서 삭제되어 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어렵사리 발굴해낸 역작이다.
당대 기준과 권력의 그늘에서 억압받았던 사람들의 삶을 재조명해 기존 역사 기록의 빈자리를 채워 넣고 있는 역사학자 짐 다운스는 세계 각지 문서보관소를 뒤져 얻은 자료들을 근거로 18~19세기 제국주의 시대 흑인과 혼혈인, 노예와 식민지 피지배인, 죄수와 군인들이 전염병 연구 및 역할 발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현미경을 들이대듯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예속된 사람들의 강요된 희생과 가슴 아픈 삶이 근현대사의 거대한 물줄기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찬찬히 파고드는 이 책은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현실의 속살, 잘 포장된 외피 아래 우리 삶이 놓인 진짜 자리를 새로운 눈길로 들여다보게 한다.
의학은 18~19세기에 광폭으로 발전했다. 번성하는 제국주의 관료체계 덕에 전 세계로 파견된 의사들은 시시각각 닥치는 의학적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혁명적인 진보를 이뤄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공중보건의 시대가 첫발을 뗀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기 의사들이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고, 예후를 관찰한 대상은 누구였을까? 당대 의학 혁명을 이끈 학자나 이론이 의학사의 중요 페이지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사례연구 현장에 관한 이야기는 말끔히 사라졌다. 이 책은 바로 그 현장, 의학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기록이나 기억에서 삭제되어 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어렵사리 발굴해낸 역작이다.
당대 기준과 권력의 그늘에서 억압받았던 사람들의 삶을 재조명해 기존 역사 기록의 빈자리를 채워 넣고 있는 역사학자 짐 다운스는 세계 각지 문서보관소를 뒤져 얻은 자료들을 근거로 18~19세기 제국주의 시대 흑인과 혼혈인, 노예와 식민지 피지배인, 죄수와 군인들이 전염병 연구 및 역할 발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현미경을 들이대듯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예속된 사람들의 강요된 희생과 가슴 아픈 삶이 근현대사의 거대한 물줄기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찬찬히 파고드는 이 책은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현실의 속살, 잘 포장된 외피 아래 우리 삶이 놓인 진짜 자리를 새로운 눈길로 들여다보게 한다.
목차
들어가는 말·5
1 혼잡한 공간들: 노예선, 감옥 그리고 신선한 공기·17
2 누락된 사람들: 전염 이론의 몰락과 역학의 부상·57
3 역학의 목소리: 카보베르데의 열병 추적·83
4 기록관리: 대영제국의 역학·113
5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크림전쟁과 인도에서 전염병과 싸운 숨겨진 역학자·141
6 자선에서 편견으로: 미국위생위원회의 모순적인 임무·183
7 ‘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 노예제, 남부연합, 역학 연구·219
8 이야기 지도: 흑인부대, 무슬림 순례자, 1865~1866년 콜레라 대유행·263
결론: 역학의 뿌리·303
주석·315
찾아보기·375
1 혼잡한 공간들: 노예선, 감옥 그리고 신선한 공기·17
2 누락된 사람들: 전염 이론의 몰락과 역학의 부상·57
3 역학의 목소리: 카보베르데의 열병 추적·83
4 기록관리: 대영제국의 역학·113
5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크림전쟁과 인도에서 전염병과 싸운 숨겨진 역학자·141
6 자선에서 편견으로: 미국위생위원회의 모순적인 임무·183
7 ‘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 노예제, 남부연합, 역학 연구·219
8 이야기 지도: 흑인부대, 무슬림 순례자, 1865~1866년 콜레라 대유행·263
결론: 역학의 뿌리·303
주석·315
찾아보기·375
책 속으로
그는 얼마 전 족장과 언쟁을 벌였다. 족장은 복수를 위해 그에게 사술을 행한다는 혐의를 씌워 온 가족을 노예로 팔아버렸고, 그의 가족은 졸지에 고향인 가나에서 신세계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그는 이런 자신의 운명을 거부했다. 그래서 그는 배의 선원들이 노예들에게 콩죽, 쌀, 후추 같은 먹을 것을 주러 왔을 때 음식이 담긴 국자를 쳐다보지도, 입을 벌려 먹으려 하지도 않았다. 한 선원은 그가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것을 모두 거부했다”고 말했다. 어쩌다 칼을 손에 넣게 된 그는 마지막 저항의 표시로 목을 칼로 그었다. 아메리카에서 노예로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 p.5
아프리카 노예들, 식민지 주민들, 군인, 무슬림 순례자들 그리고 땅이나 재산을 잃고 쫓겨난 사람들에게 닥친 의학적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들은 미래의 유행병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개발했다. 이들은 의학적 위기를 관찰하고, 그 위기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각 위기에 이름을 붙였다.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측정했으며, 위생상태를 평가하고, 유행병의 원인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다. 이렇게 작성한 그들의 서한과 보고서는 당시 급성장하던 군부와 식민주의 관료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 p.9~10
아프리카인들이 감귤류를 먹기 시작하자 증상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상태가 좋아졌다. 자메이카에 도착했을 때 트로터는 “괴혈병 환자가 거의 없어졌다. 노예들은 시장에서 팔 수 있을 정도로 잘 먹고 있다”고 썼다. 트로터는 앤티가에서 과일을 구해 먹이지 않았다면 노예 중 절반 이상이 열흘 안에 죽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배에 탑승한 의사로서 트로터는 임무를 완수했다. 그 임무는 노예상인들이 수익원인 노예를 대서양 세계의 플랜테이션에 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행병인 괴혈병 확산을 막는 것이었다.
--- p.27~28
맥윌리엄은 100명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형식은 노예, 영국 상인, 포르투갈 관리, 자유 흑인들을 망라해 거의 동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맥윌리엄이 질문을 하고 인터뷰 대상자가 반응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의 응답이 절제되고 감정이 섞이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의 말투는 직업에 대해 말할 때든 자녀의 죽음에 대해 말할 때든 냉담해 보인다. 이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인터뷰는 응답자의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응답자가 순간적으로 침묵하거나, 눈에 눈물이 괴거나, 이야기를 중단하는 것을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런 인터뷰는 응답자들의 지식을 글로 기록할 수 있도록 그들의 말을 특정한 방식으로 압축하는 합리적 체계를 제공한다.
--- p.111
나이팅게일은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당시의 지배적인 생각들에 도전했다. 가령 나이팅게일은 “민간병원과 군 병원 환자의 리넨에서 세탁부들에게로 ‘전염성’ 질병이 전파되는 현상”에 대해 다뤘다. 나이팅게일은 “세탁부들이 환자들의 빨래를 하면 반드시 ‘전염’이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세탁 과정, 세탁 도구, 세탁 장소를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라고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만약 세탁부들에게 전염이 일어난다면 좁고, 어둡고, 습하고, 환기가 안 되고, 사람들로 가득 찬 방이나 헛간에서 세탁하기 때문일 것이다. (…) 리넨이 제대로 세탁되지 않고, 완전히 말려지지 않고, 세탁부들이 유기물과 더러운 공기를 들이마셔 중독된다는 것이 놀랄만한 일인가?”
--- p.5
아프리카 노예들, 식민지 주민들, 군인, 무슬림 순례자들 그리고 땅이나 재산을 잃고 쫓겨난 사람들에게 닥친 의학적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들은 미래의 유행병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개발했다. 이들은 의학적 위기를 관찰하고, 그 위기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각 위기에 이름을 붙였다.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측정했으며, 위생상태를 평가하고, 유행병의 원인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다. 이렇게 작성한 그들의 서한과 보고서는 당시 급성장하던 군부와 식민주의 관료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 p.9~10
아프리카인들이 감귤류를 먹기 시작하자 증상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상태가 좋아졌다. 자메이카에 도착했을 때 트로터는 “괴혈병 환자가 거의 없어졌다. 노예들은 시장에서 팔 수 있을 정도로 잘 먹고 있다”고 썼다. 트로터는 앤티가에서 과일을 구해 먹이지 않았다면 노예 중 절반 이상이 열흘 안에 죽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배에 탑승한 의사로서 트로터는 임무를 완수했다. 그 임무는 노예상인들이 수익원인 노예를 대서양 세계의 플랜테이션에 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행병인 괴혈병 확산을 막는 것이었다.
--- p.27~28
맥윌리엄은 100명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형식은 노예, 영국 상인, 포르투갈 관리, 자유 흑인들을 망라해 거의 동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맥윌리엄이 질문을 하고 인터뷰 대상자가 반응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의 응답이 절제되고 감정이 섞이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의 말투는 직업에 대해 말할 때든 자녀의 죽음에 대해 말할 때든 냉담해 보인다. 이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인터뷰는 응답자의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응답자가 순간적으로 침묵하거나, 눈에 눈물이 괴거나, 이야기를 중단하는 것을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런 인터뷰는 응답자들의 지식을 글로 기록할 수 있도록 그들의 말을 특정한 방식으로 압축하는 합리적 체계를 제공한다.
--- p.111
나이팅게일은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당시의 지배적인 생각들에 도전했다. 가령 나이팅게일은 “민간병원과 군 병원 환자의 리넨에서 세탁부들에게로 ‘전염성’ 질병이 전파되는 현상”에 대해 다뤘다. 나이팅게일은 “세탁부들이 환자들의 빨래를 하면 반드시 ‘전염’이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세탁 과정, 세탁 도구, 세탁 장소를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라고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만약 세탁부들에게 전염이 일어난다면 좁고, 어둡고, 습하고, 환기가 안 되고, 사람들로 가득 찬 방이나 헛간에서 세탁하기 때문일 것이다. (…) 리넨이 제대로 세탁되지 않고, 완전히 말려지지 않고, 세탁부들이 유기물과 더러운 공기를 들이마셔 중독된다는 것이 놀랄만한 일인가?”
--- p.162
출판사 리뷰
# 노예무역이 한창이던 18세기 말, 아프리카 서부해안에서 강제로 노예선에 실린 한 남자가 죽기로 작정했다.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모든 것을 거부’한 채 기구한 운명에 맞서던 남자는 어쩌다 손에 넣은 칼로 자기 목을 수차례 그었다. 배에 실린 지 열흘 만에 세상을 뜬 남자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삶에 관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1839년, 영국 내과의사 로버트 톰슨이 이 이야기를 의학 잡지 [랜싯]에 실었다. 톰슨은 이 사람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 배에 탔던 의사 트로터가 1790년대 영국 의회 청문회에 나가 증언한 내용 중 일부를 인용했을 뿐이다. 톰슨은 이 남자의 죽음을 인간이 먹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썼다.
톰슨은 이 노예선을 덮쳤던 질병이나 노예무역의 잔인함에 대해 잘 알았지만, 그건 그에게 중요치 않았다. ‘단곡斷穀 상태’에서 인간이 얼마나 생존하는지 연구하던 톰슨에게는 오로지 노예로 팔려가던 한 남자가 먹지 않고 열흘이나 버텼다는 증거만이 중요했다.
# 엄마 손을 잡고 흙먼지 날리는 큰길로 접어든 흑인 아이는 왈칵 닥쳐온 두려움에 눈물을 훔쳤다. 앞쪽 히코리 나무 아래 백인 남자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예인 두 모자母子의 소유주와 의사였다. 소년이 도착하기 무섭게 의사는 가느다란 아이의 팔뚝을 날카로운 칼로 찔러 상처를 내고는 준비해온 천연두 ‘딱지’를 피가 나는 살갗 안으로 밀어 넣었다. 천연두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려는 게 아니었다. 오염 안 된 아이의 몸을 이용해 다량의 ‘깨끗한 백신’을 얻어내기 위해서였다. 남북전쟁은 발발했고 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적이 출현한 상태였다. 천연두였다. 에드워드 제너가 백신 접종법을 개발한 후였지만 무섭게 퍼지는 질병을 감당할 물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위기상황에서 남군의 의사들은 퇴행적인 대안을 떠올렸다. 인두법이었다. 백신 채취에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다행히 그들에게는 제약 없이 사용해도 좋은 깨끗한 몸이 있었다. 어린 흑인 노예들이었다. 심지어 의사들은 엄마 품에 안긴 영유아에게까지 손을 뻗쳤다. 그 작은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고열로 신음할 때, 의사들은 백신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진통을 겪으며 고름을 만들어낸 아이의 온몸에는 평생 갈 흉터와 파인 자국이 남았지만, 그들이 알 바가 아니었다. 기록이나 장부에도 실리지 않은 탓에 남북전쟁을 연구하는 후대의 역사학자들조차 노예의 아이로 태어난 수많은 생명이 세상에 나와 처음 수행한 노동의 실체를 제대로 알아챌 수 없었다.
“현재 우리의 건강은 이름 없는 조상들의 피와 고통에 너무나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의학은 18~19세기에 광폭으로 발전했다. 번성하는 제국주의의 관료체계 덕에 전 세계로 파견된 의사들은 시시각각 닥치는 의학적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로 변모했다. 넘치는 열정으로 유행병을 관찰하고,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세고, 주변 환경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던 그들은 동료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며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냈다. 사례연구와 통계분석에 근거해 질병을 파악하고 예고하는 역학疫學 역시 이 시기에 탄생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공중보건의 시대가 첫발을 뗀 것이다.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 시기 의사들이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고, 예후를 관찰한 대상은 누구였을까? 당대 의학 혁명을 이끈 학자나 이론이 의학사의 중요 페이지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사례연구 현장에 관한 이야기는 말끔히 사라졌다. 이 책 『제국주의와 전염병(원제: Maladies of Empire』은 바로 그 현당, 의학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기록이나 기억에서 삭제되어 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어렵사리 발굴해낸 역작이다. 당대 기준과 권력의 그늘에서 억압받았던 사람들의 삶을 재조명해 기존 역사 기록의 빈자리를 채워 넣고 있는 짐 다운스는 이 책에서 18~19세기 제국주의 시대 흑인과 혼혈인, 노예와 식민지 피지배인, 죄수와 군인들이 전염병 연구 및 역할 발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현미경을 들이대듯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예속된 사람들의 강요된 희생과 가슴 아픈 삶이 근현대사의 거대한 물줄기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찬찬히 파고드는 이 책은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현실의 속살, 잘 포장된 외피 아래 우리 삶이 놓인 진짜 자리를 새로운 눈길로 들여다보게 한다.
고의로 누락시키고, 모호한 용어로 얼버무린 역학의 목소리들
책은 1756년 영국 군인들이 수용인원 초과 상태인 인도의 감옥에서 무더기로 죽어간 이야기로 시작된다. 극도의 갈증과 호흡곤란을 겪던 수감자 146명 중 살아서 석방된 사람은 23명에 불과했다. 훗날 ‘캘거타의 블랙홀’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사건을 통해 의사들은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의 위험성을 섬뜩하게 인식했다. ‘신선한 공기’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의사들이 주목한 사례가 저 유명한 노예선 브룩스 호에서 토머스 트로터 박사가 작성한 보고서였다.
당시 해군 군의관으로서 노예선에 배치된 트로터는 배 밑바닥에 짐짝처럼 부려진 노예들의 실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공간에서 쇠사슬에 묶여 신음하다 죽어가는 노예들을 관찰하던 트로터는 그들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이 두 가지라고 판단했다. ‘더러운 공기’와 ‘영양 결핍’. 노예들을 갑판으로 끌어내 신선한 공기를 쐬게 하고, 인근 섬에서 과일을 구해 먹이자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노예들의 건강을 보호해 ‘하자 없는 상품’으로 운송하라는 임무를 완수해낸 트로터는 이 경험을 살려 괴혈병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정작 트로터는 논문과 저서에서 ‘아프리카 노예선’ 대신 ‘수많은 사례’나 ‘선박’이라는 용어로 뭉뚱그려 제국주의와 노예무역의 폭력성을 지워버렸다. 이렇듯 의사들이 자신의 연구에 도움을 준 대상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는 관행은 크림전쟁과 남북전쟁, 식민지에 산재한 일터에서 숱하게 일어났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1845년 말 서아프리카 해안의 작은 나라 카보베르데의 섬 중 하나인 보아비스타에서 유행병이 발생했다. 창궐하는 병을 두고 섬의 노예와 자유민, 섬을 통치한 포르투갈인, 아프리카에서 이클레어 호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섬에 정박했던 영국인들 중 어떤 집단에서 질병이 처음 발생했는지 논란이 일었다. 질병의 책임이 영국에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대영제국은 해군 군의관 제임스 맥윌리엄을 현지에 파견했다.
젊고 유능했던 맥윌리엄은 질병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대부분 유색인종인 섬 주민 10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세탁부인 리모아, 마리안, 레오노, 요새 보초병 바르보사와 마노엘…. 그들은 병이 언제 시작되고 누구를 거쳐 어디로 퍼졌는지 훤히 꿰고 있었다. 치밀한 조사를 거쳐 맥윌리엄은 이 감염병이 황열병이며, 최초 질병 전파자는 이클레어 호에 승선했던 영국 군인이라고 결론지었다. 맥윌리엄의 보고서에 비중 있게 등장했던 보아비스타 주민들은 대영제국의 저널이나, 신문, 책에서는 핵심 정보 제공자로서의 위치를 잃었다. 어차피 본토의 권력자들에게 식민지 피지배인의 아픔이나 목소리는 스쳐 지나는 잡음에 불과했다.
책은 크림전쟁을 누비며 현대 역학의 기초를 다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노예해방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남북전쟁에서 오히려 인종차별적 분류체계를 강화해 오늘날까지 질병을 인종 단위로 파악하는 악습을 만든 북부 의사들의 모순적인 활동, 19세기 중반 전 세계로 퍼진 콜레라 대유행 등에 이르기까지, 의학이 사회·역사적 변화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흥미롭게 탐색한다.
우리의 의료시스템에 깊이 각인된 제국주의와 노예제의 짙은 그림자
의사들이 사례연구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잘 안다. 하지만 역학과 공중보건이 첫발을 떼는 단계에서 의료계가 노예와 식민지인, 죄수와 전장의 포로들처럼 예속된 사람들의 고통에 얼마나 많이 빚졌는지를 체계적으로 밝혀낸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 저자는 말한다. 제국주의와 노예제도는 현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의료시스템의 DNA에도 깊이 각인돼 있다고. 그렇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의 목격자이자 역학적 증거로 살아가는 우리의 목소리는 훗날 어떻게 기억될까? 냉정한 시선으로 이곳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 『제국주의와 전염병』을 읽어보라.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1839년, 영국 내과의사 로버트 톰슨이 이 이야기를 의학 잡지 [랜싯]에 실었다. 톰슨은 이 사람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 배에 탔던 의사 트로터가 1790년대 영국 의회 청문회에 나가 증언한 내용 중 일부를 인용했을 뿐이다. 톰슨은 이 남자의 죽음을 인간이 먹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썼다.
톰슨은 이 노예선을 덮쳤던 질병이나 노예무역의 잔인함에 대해 잘 알았지만, 그건 그에게 중요치 않았다. ‘단곡斷穀 상태’에서 인간이 얼마나 생존하는지 연구하던 톰슨에게는 오로지 노예로 팔려가던 한 남자가 먹지 않고 열흘이나 버텼다는 증거만이 중요했다.
# 엄마 손을 잡고 흙먼지 날리는 큰길로 접어든 흑인 아이는 왈칵 닥쳐온 두려움에 눈물을 훔쳤다. 앞쪽 히코리 나무 아래 백인 남자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예인 두 모자母子의 소유주와 의사였다. 소년이 도착하기 무섭게 의사는 가느다란 아이의 팔뚝을 날카로운 칼로 찔러 상처를 내고는 준비해온 천연두 ‘딱지’를 피가 나는 살갗 안으로 밀어 넣었다. 천연두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려는 게 아니었다. 오염 안 된 아이의 몸을 이용해 다량의 ‘깨끗한 백신’을 얻어내기 위해서였다. 남북전쟁은 발발했고 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적이 출현한 상태였다. 천연두였다. 에드워드 제너가 백신 접종법을 개발한 후였지만 무섭게 퍼지는 질병을 감당할 물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위기상황에서 남군의 의사들은 퇴행적인 대안을 떠올렸다. 인두법이었다. 백신 채취에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다행히 그들에게는 제약 없이 사용해도 좋은 깨끗한 몸이 있었다. 어린 흑인 노예들이었다. 심지어 의사들은 엄마 품에 안긴 영유아에게까지 손을 뻗쳤다. 그 작은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고열로 신음할 때, 의사들은 백신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진통을 겪으며 고름을 만들어낸 아이의 온몸에는 평생 갈 흉터와 파인 자국이 남았지만, 그들이 알 바가 아니었다. 기록이나 장부에도 실리지 않은 탓에 남북전쟁을 연구하는 후대의 역사학자들조차 노예의 아이로 태어난 수많은 생명이 세상에 나와 처음 수행한 노동의 실체를 제대로 알아챌 수 없었다.
“현재 우리의 건강은 이름 없는 조상들의 피와 고통에 너무나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의학은 18~19세기에 광폭으로 발전했다. 번성하는 제국주의의 관료체계 덕에 전 세계로 파견된 의사들은 시시각각 닥치는 의학적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로 변모했다. 넘치는 열정으로 유행병을 관찰하고,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세고, 주변 환경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던 그들은 동료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며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냈다. 사례연구와 통계분석에 근거해 질병을 파악하고 예고하는 역학疫學 역시 이 시기에 탄생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공중보건의 시대가 첫발을 뗀 것이다.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 시기 의사들이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고, 예후를 관찰한 대상은 누구였을까? 당대 의학 혁명을 이끈 학자나 이론이 의학사의 중요 페이지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사례연구 현장에 관한 이야기는 말끔히 사라졌다. 이 책 『제국주의와 전염병(원제: Maladies of Empire』은 바로 그 현당, 의학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기록이나 기억에서 삭제되어 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어렵사리 발굴해낸 역작이다. 당대 기준과 권력의 그늘에서 억압받았던 사람들의 삶을 재조명해 기존 역사 기록의 빈자리를 채워 넣고 있는 짐 다운스는 이 책에서 18~19세기 제국주의 시대 흑인과 혼혈인, 노예와 식민지 피지배인, 죄수와 군인들이 전염병 연구 및 역할 발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현미경을 들이대듯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예속된 사람들의 강요된 희생과 가슴 아픈 삶이 근현대사의 거대한 물줄기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찬찬히 파고드는 이 책은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현실의 속살, 잘 포장된 외피 아래 우리 삶이 놓인 진짜 자리를 새로운 눈길로 들여다보게 한다.
고의로 누락시키고, 모호한 용어로 얼버무린 역학의 목소리들
책은 1756년 영국 군인들이 수용인원 초과 상태인 인도의 감옥에서 무더기로 죽어간 이야기로 시작된다. 극도의 갈증과 호흡곤란을 겪던 수감자 146명 중 살아서 석방된 사람은 23명에 불과했다. 훗날 ‘캘거타의 블랙홀’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사건을 통해 의사들은 사람들로 가득 찬 공간의 위험성을 섬뜩하게 인식했다. ‘신선한 공기’의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의사들이 주목한 사례가 저 유명한 노예선 브룩스 호에서 토머스 트로터 박사가 작성한 보고서였다.
당시 해군 군의관으로서 노예선에 배치된 트로터는 배 밑바닥에 짐짝처럼 부려진 노예들의 실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숨이 턱턱 막히는 공간에서 쇠사슬에 묶여 신음하다 죽어가는 노예들을 관찰하던 트로터는 그들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이 두 가지라고 판단했다. ‘더러운 공기’와 ‘영양 결핍’. 노예들을 갑판으로 끌어내 신선한 공기를 쐬게 하고, 인근 섬에서 과일을 구해 먹이자 건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노예들의 건강을 보호해 ‘하자 없는 상품’으로 운송하라는 임무를 완수해낸 트로터는 이 경험을 살려 괴혈병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정작 트로터는 논문과 저서에서 ‘아프리카 노예선’ 대신 ‘수많은 사례’나 ‘선박’이라는 용어로 뭉뚱그려 제국주의와 노예무역의 폭력성을 지워버렸다. 이렇듯 의사들이 자신의 연구에 도움을 준 대상을 의도적으로 누락시키는 관행은 크림전쟁과 남북전쟁, 식민지에 산재한 일터에서 숱하게 일어났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1845년 말 서아프리카 해안의 작은 나라 카보베르데의 섬 중 하나인 보아비스타에서 유행병이 발생했다. 창궐하는 병을 두고 섬의 노예와 자유민, 섬을 통치한 포르투갈인, 아프리카에서 이클레어 호를 타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섬에 정박했던 영국인들 중 어떤 집단에서 질병이 처음 발생했는지 논란이 일었다. 질병의 책임이 영국에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대영제국은 해군 군의관 제임스 맥윌리엄을 현지에 파견했다.
젊고 유능했던 맥윌리엄은 질병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대부분 유색인종인 섬 주민 10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세탁부인 리모아, 마리안, 레오노, 요새 보초병 바르보사와 마노엘…. 그들은 병이 언제 시작되고 누구를 거쳐 어디로 퍼졌는지 훤히 꿰고 있었다. 치밀한 조사를 거쳐 맥윌리엄은 이 감염병이 황열병이며, 최초 질병 전파자는 이클레어 호에 승선했던 영국 군인이라고 결론지었다. 맥윌리엄의 보고서에 비중 있게 등장했던 보아비스타 주민들은 대영제국의 저널이나, 신문, 책에서는 핵심 정보 제공자로서의 위치를 잃었다. 어차피 본토의 권력자들에게 식민지 피지배인의 아픔이나 목소리는 스쳐 지나는 잡음에 불과했다.
책은 크림전쟁을 누비며 현대 역학의 기초를 다진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노예해방이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남북전쟁에서 오히려 인종차별적 분류체계를 강화해 오늘날까지 질병을 인종 단위로 파악하는 악습을 만든 북부 의사들의 모순적인 활동, 19세기 중반 전 세계로 퍼진 콜레라 대유행 등에 이르기까지, 의학이 사회·역사적 변화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흥미롭게 탐색한다.
우리의 의료시스템에 깊이 각인된 제국주의와 노예제의 짙은 그림자
의사들이 사례연구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우리가 잘 안다. 하지만 역학과 공중보건이 첫발을 떼는 단계에서 의료계가 노예와 식민지인, 죄수와 전장의 포로들처럼 예속된 사람들의 고통에 얼마나 많이 빚졌는지를 체계적으로 밝혀낸 연구는 지금까지 없었다. 저자는 말한다. 제국주의와 노예제도는 현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의료시스템의 DNA에도 깊이 각인돼 있다고. 그렇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의 목격자이자 역학적 증거로 살아가는 우리의 목소리는 훗날 어떻게 기억될까? 냉정한 시선으로 이곳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 책 『제국주의와 전염병』을 읽어보라.
추천평
"미래의 유행병 확산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우리가 읽어야 할, 간과되기 쉬운 유행병 관련 의학 지식의 기원을 밝힌 책. 특히 현재 시점에서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앞으로 역학이 인류를 구원하리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 수먼 세스 (Suman Seth, 코넬대 과학사 교수)
- 수먼 세스 (Suman Seth, 코넬대 과학사 교수)
"저자는 그동안 주로 연구되던 서유럽과 고대 세계의 의학과 공중보건 역사를 넘어서 19세기에 전 세계적으로 이뤄진 의학과 공중보건의 진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역학이 노예선, 식민지 주민, 죄수, 전쟁을 기초로 한 의학적 발견을 통해 형성됐다는 데 주목한다. 저자는 그동안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 기억 속에서 사라진 이야기들을 복원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을 흥미로운 문장으로 우리 앞에 드러낸다."
- 메리 배싯 (Mary T. Basset, 뉴욕주 보건국장)
- 메리 배싯 (Mary T. Basset, 뉴욕주 보건국장)
"역학의 기원에 대해 면밀하게 재평가한 책. 현재의 역학 연구자와 공중보건 담당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역학 연구자와 공중보건 담당자들은 이 책을 통해 역학의 기원, 그동안 간과해왔던 역사적 사실들, 자신들이 확산시키고자 했던 잘못된 시각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공중보건이라는 명분 아래 지금도 학대당하고 조종당하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지고 있는 빚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 리처드 호튼 (Richard Horton, [랜싯] 편집장,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명예교수)
- 리처드 호튼 (Richard Horton, [랜싯] 편집장,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명예교수)
"공들여 쓴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여러 역사적 사실들을 알려주는 동시에 1차 자료에 대한 철저한 연구를 통해 역학 발달 과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드러낸다. 반드시 읽어야 할 명저이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페이지터너 역사서이다."
- 해리엇 A 워싱턴 (Harriet A. Washington,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의료 아파르트헤이트』 저자)
- 해리엇 A 워싱턴 (Harriet A. Washington,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의료 아파르트헤이트』 저자)
"식민주의가 전 세계를 공격적으로 재편성하던 시기에 의사들이 단서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치명적인 유행병을 어떻게 연구하고 이해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는 큰 그림의 일부를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미국의 인종차별적 관행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보여준다. 저자가 복원을 시도한 사람들의 삶은 역사 기록의 ‘일부에 불과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삶은 우리의 현재의 삶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지닌 삶이었다."
- 존 갤브레이스 시먼스 (John Galbraith Simmons,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리뷰)
- 존 갤브레이스 시먼스 (John Galbraith Simmons,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리뷰)
"저자는 제국주의, 노예제, 전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역학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은 질병 통제와 공중보건을 위한 개입이 처음에 얼마나 폭력적이었지 보여주는 것이자 이 같은 개입으로 인한 불평등에 우리가 대처해야 한다고 호소하는 목소리이기도 하다. 저소득 국가와 중소득 국가들이 백신을 구하기 위해 분투했던 코로나 19 대유행 기간 만큼 이런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했던 적은 없었다."
- 라가브 키쇼어 (Raghav Kishore, 런던 정경대 역사학과 초빙교수)
- 라가브 키쇼어 (Raghav Kishore, 런던 정경대 역사학과 초빙교수)
"저자는 전염병의 역사와 확산에 대해 특히 군인, 노예, 식민지 피지배인의 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질병이 어떻게 예방됐는지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게 설명한다. 저자는 300년 동안 의학이 전쟁터, 노예선, 소외된 사람들의 대규모 이주 사례에서 얻은 지식을 이용해 과학과 인간의 수명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이런 의학 발달 과정에서 발생한 잔인하고 역설적인 일들을 다룬, 시의적절하면서 뛰어난 책이다. 현재 우리의 건강은 이름 없는 조상들의 피와 고통에 너무나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 데이비드 W. 브라이트 (David W. Blight, 퓰리처상 수상작 『프레드릭 더글러스: 자유의 예언자』 저자)
- 데이비드 W. 브라이트 (David W. Blight, 퓰리처상 수상작 『프레드릭 더글러스: 자유의 예언자』 저자)
"시의적절하고 뛰어난 책에서 저자는 역학의 기원을 노예제, 식민주의, 전쟁에서 찾고 있다. 저자는 많은 인구의 통제와 국가 관료주의의 급성장을 통해 인간 질병의 기원과 확산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세계사를 매우 독창적으로 조명한 이 책은 역사학자와 의학 연구자를 비롯해 현대 의학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이 읽어야 할 명저다."
- 스벤 베커트 (Sven Beckert,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 밴크로프트상 수상작 『면화의 제국: 자본주의의 새로운 역사』 저자)
- 스벤 베커트 (Sven Beckert, 하버드대 역사학 교수, 밴크로프트상 수상작 『면화의 제국: 자본주의의 새로운 역사』 저자)
"이 책은 노예제와 식민주의가 현대 세계에 미친 영향을 다룬 매우 중요한 연구서다. 저자는 착취당한 집단들에 대한 연구가 전염병의 확산과 치료를 이해하는 데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보여준다. 코로나 19 대유행 저지를 위한 역학자들의 노력이 칭송을 받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저자는 우리가 오랫동안 망각해온 노예들, 식민지 피지배민들, 죄수들이 의학지식의 발달과 전 세계로의 확산에서 한 역할을 잊지 말자고 촉구한다."
- 에릭 포너 (Eric Foner, 컬럼비아대 역사학 교수, 『제2의 건국: 남북전쟁과 재건 시기는 헌법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저자)
- 에릭 포너 (Eric Foner, 컬럼비아대 역사학 교수, 『제2의 건국: 남북전쟁과 재건 시기는 헌법을 어떻게 변화시켰나?』저자)
"이 책은 유럽의 도시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의학 연구를 국제 노예무역 현장, 식민지, 전쟁터로 확장한다. 이런 장소들에 대한 생생하고 뛰어난 저자의 분석은 역학의 기원, 질병 전파와 관련된 의학지식의 국가 간 흐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의학, 질병, 제국을 연구하는 역사학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이블린 해먼즈 (Evelynn M. Hammonds, 하버드대 과학사 교수, 『차이의 속성』 공동편집자)
- 이블린 해먼즈 (Evelynn M. Hammonds, 하버드대 과학사 교수, 『차이의 속성』 공동편집자)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유려하게 쓰인 이 책에서 저자는 의학사, 식민주의, 노예제 사이의 관계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변화시킨다. 현대 역학의 기원이 강제 노동이라는 불평등 현상에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저자는 의학, 식민주의, 노예제 역사 연구를 위한 토대를 제공한다. 인종과 질병의 연관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 제니퍼 L 모건 (Jennifer L. Morgan, 뉴욕대 역사학 교수, 『노예제에 관한 생각』 저자)
- 제니퍼 L 모건 (Jennifer L. Morgan, 뉴욕대 역사학 교수, 『노예제에 관한 생각』 저자)
"의학의 역사와 제국의 역사 간 교차점들에 대해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상세히 설명한 책. 상세하면서도 포괄적인 이 책은 역학 발달의 인간적인 측면을 드러내고 있다. 의사들에게 집중됐던 기존의 연구들과 달리 이 책은 군인, 죄수, 노예를 의학 발달의 핵심에 위치시킴으로써 현재의 역학적 방법들이 전쟁, 노예제, 식민주의에 의해 형성됐다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 에리카 차터스 (Erica Charters, 옥스퍼드대 역사학 교수, 『질병, 전쟁 그리고 제국』 저자)
- 에리카 차터스 (Erica Charters, 옥스퍼드대 역사학 교수, 『질병, 전쟁 그리고 제국』 저자)
"노예제, 식민주의, 전쟁과 의학 지식의 발달 사이의 연관 관계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야 할 흥미로운 책."
- 오코리 우네케 (Okori Uneke, 윈스턴세일럼 주립대 사회학 교수)
- 오코리 우네케 (Okori Uneke, 윈스턴세일럼 주립대 사회학 교수)
"다양한 분야의 역사학자들, 특히 건강관리 관련 연구를 하는 역사학자들이 읽기에 적합한 책. 의학의 진화 과정에서 가난한 노예와 군인들이 한 역할을 인식함으로써 이 책은 의사들이 칭송받는 것과 달리 통계상 숫자 중 하나로 보통 여겨지던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 마이클 데이비슨 (Michael Davidson,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교수)
- 마이클 데이비슨 (Michael Davidson,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교수)
"블랙 페미니스트 학자들의 역사기록학 기법을 이용한 저자의 정교한 설명은 의사 개인들의 연구에서 그 연구의 토대가 된 시스템으로 관심의 초점을 이동시킨다. 저자는 노예선의 혼잡한 환경, 더러운 전쟁터, 플랜테이션으로 우리를 인도해, 전염병 전파 이론과 치료법을 만들어내고 공중보건 조치를 권고하기 위해 의사들이 사용한 데이터가 이름 없는 군인, 식민지 피지배민, 노예들의 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얻은 것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 엘리자베스 브랜더 (Elizabeth Brander, [워터마크]리뷰)
- 엘리자베스 브랜더 (Elizabeth Brander, [워터마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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