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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 - 이분법을 넘어 한 권으로 이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2023)

동방박사님 2023. 11. 22.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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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평화와 종전을 위해, 우리는 어떤 관점을 가져야 할 것인가?
이분법을 넘어 한 권으로 이해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당신이 알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무엇인가?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서방 세계는 물론, 전 세계가 경악을 금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침공으로 충격에 빠진 서방 세계를 중심으로 러시아와 푸틴을 악마화하며 비난하고, 우크라이나를 어떤 방식으로든 도와야 한다는 지배적인 여론이 형성되었다. 우크라이나의 결사적 항전이 연이어 보도되고,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위해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관점부터 젤렌스키의 영웅화, 러시아혐오 분위기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미국과 나토의 '도발'로 인해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되었다는 관점은 친푸틴적 관점으로 매장되곤 했다. 이 사태에 대한 일목요연하고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한 상황은 침공 직후 국내외 진보 진영 역시 마찬가지였고, 이런 상황으로 인해 평화와 종전을 위한 입장과 관점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혼란과 어려움이 초래되었다.

1년 6개월이 지나 이제 이 전쟁은 교착 상태로 향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 침공 후 1년 반이 지난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얼마나 더 깊어졌을까? 지금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란 어떤 것일까? 평화와 종전을 위한 관점은 어떤 것일까?

침공 직후 지배적이었던 관점, 그러니까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러시아의 지도자인 푸틴은 악이고, 우크라이나는 선이며 젤렌스키는 민주 진영을 지키는 영웅일까? 이 전쟁은 선악의 대결인가? 나토와 미국의 도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것은 러시아와 푸틴의 야욕에 대한 핑계에 불과한가? 우크라이나의 전쟁 승리를 위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것은 정당한가?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수복하고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 무리라면, 러시아에 가하는 경제적 제재는 종전에 도움이 될까? 이 전쟁으로 인해 세계 질서는 어떻게 재편되고 있을까? 그 안에서 한반도는, 그리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 전쟁으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일까?

지금까지도 국내에 소개되는 언론 등에서 이 전쟁을 다루고 있는 서방 세계 중심의 관점은 크게 달라진 듯 보이지 않고, 이 전쟁에 대한 관심 역시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방 세계의 지배적 관점을 따른 언론 보도의 영향으로 한국사회에서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이 전쟁을 단편적, 이분법적으로 이해하는 관점이 나타나곤 했으며, 종전과 평화를 위해 우리가 어떤 관점을 취해야 하는지, 그것을 위해 이 사태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입장을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나 이 사태는 미국/나토와 러시아의 대리전 성격이 강하고, 최소한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부터 살펴야 하는 우크라이나 국내외 정치 상황이 얽혀 있어 국제 정세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일반 시민의 경우 이 전쟁의 기원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을 추천한 정의길 기자의 말처럼 “반전평화운동은 침략을 규탄하는 데 머물지 않아야” 하며 “침략이 일어난 배경을 찾아서 그 원인과 해법도 촉구해야” 한다. 이 전쟁에 대한 균형 있고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당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른다』는 평화와 종전을 위한 관점에서, 일목요연하게 이 전쟁의 기원과 배경, 현재의 상황을 전달하며 우리에게 어떤 관점이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책으로, 침공 발발 후 짧은 기간 안에 쓰인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진행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진행 양상을 정확히 예측해냈다. 특히 이 전쟁을 선악의 구도로 보는 이분법적 관점이 극히 위험한 시각임을 경고하며, 균형 있는 관점에서 이 전쟁을 역사적으로, 그와 동시에 현재적으로 분석해냄으로써 종전을 위한 해법과 관점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드러낸다.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민중 대다수에게 아무런 쓸모없는 이 전쟁을 멈추기 위한 해법 말이다.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프로파간다, 전쟁을 선악의 대결 구도로 만드는 것은 전쟁을 부추길 뿐 전쟁을 멈출 수 없다. 세계적인 진보적 석학인 노엄 촘스키부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우크라이나 특별 휴전 감시단 책임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평화 활동가 메어리드 맥과이어, 미-러 관계에 전문성 있는 언론인이자 존경받는 진보적 언론인 카트리나 밴든 후블, 국제 분쟁과 관련해 깊이 있는 보도를 해온 정의길 기자까지 입을 모아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이 책이 그러한 이분법을 넘어서는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 출간하는 한국어판에는 저자들이 원서의 출간 이후 2023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된 상황을 더해주어 책의 현재적 의미를 더했다.

목차

지도
추천의 글: 우크라이나 난민 나탈리아 서가 말하는 전쟁의 시작 | 정의길 |
머리글 | 카트리나 밴든 후블 |
들어가는 글: 충돌로 가는 길
1장 전쟁의 발단이 된 2014년
2장 2차 민스크 평화 구상의 성공과 실패
3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장 나토: 신화와 현실
5장 정보전
6장 서방의 러시아 제재와 그 결과
7장 핵무기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결론 이 전쟁은 어떻게 끝날 것인가?
나가는 글 한국어판에 부쳐: 소모전, 그리고 평화에 대해 커지는 요구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주(註)
 

저자 소개

미국의 제국주의와 전쟁에 반대하는 여성주의 NGO 코드핑크(CODEPINK)와 사회·경제·환경 차원에서 정의로운 세계화를 지향하는 NGO 글로벌 익스체인지(Global Exchange)의 공동 설립자다. 각국의 여성 반전 평화 활동가들이 한국전쟁 종전을 촉구하며 비무장 지대를 넘어 남북한을 가로지른 위민크로스디엠지(Women Cross DMZ) 등 다양한 종류의 국제 평화 활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왔다. 《드론 ...
 
《허핑턴포스트》 등에 글을 기고하는 언론인이며, 메디아 벤저민과 코드핑크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우리 손에 묻은 피: 미국의 이라크 침공과 그 참상Blood On Our Hands: The AmericanInvasion and Destruction of Iraq》을 썼다.
 
역 : 이준태
 
학원에서 사회학을 공부하고, 한반도 평화의 관점에서 국내 북한 인권 운동을 분석한 학위논문을 썼다. 대학원 졸업 후 고등학교 영어 교사로 근무했고, 이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으로 일하며 세월호참사에서 해경의 구조 실패에 대한 조사를 담당했다. 현재 녹색당 전국사무처 정책팀 활동가로 일하며, 군축과 평화, 국제 정세, 공공의료, 조세 재정 등의 분야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

책 속으로

“우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범죄적일 뿐만 아니라 파멸적 행동이며 끔찍한 오판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소련의 해체 이래로 수십 년간 이어져온 서방 국가들의 대對러시아 전략이 심대한 수준의 정책 실수라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민중은 무자비한 러시아의 침략과 서방의 놀라운 오만과 어리석음이라는 설상가상의 상황에 의도치 않게 끼여 있는 것이다.”
--- p.34

“이 분쟁의 복잡성은 서구의 평화운동 진영이 이 사태에 대응하는 데 특히 더 큰 혼란과 어려움을 초래했다. 세력 간의 책임 소재에 대한 공방에 휘말린 활동가들은 분열된 채로 평화협상에 대한 강력한 대중적 공감대를 만들 수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서방의 정치인들은 평화협상의 가능성을 약화시키거나 거부하는 데 거의 아무런 저항에 부딪히지 않았고, 이들은 전쟁을 지속시키고 악화시킬 수밖에 없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지속할 수 있었다.”
--- p.35

“미국은 여러 공식 입장문에서 협정의 미이행을 러시아 탓으로 돌렸고 협정의 정치적 측면과 관련한 핵심적 문제들보다는 휴전 관련 사항의 위반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은 '방해꾼'의 역할을 꾸준히 해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합의된 정치적 해법이 아니라 군사적 대안을 추구하도록 조용히 인센티브를 주며 후원하는 방식으로.”
--- p.73

“정치적, 외교적 측면에서 2차 민스크 협정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의지 부족, 우크라이나 내 반민주적인 극우 세력의 영향력, 유럽연합 국가들과 미국의 정치 외교적 지원의 부재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실패했다. 특히 미국은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계속되는 위기를 러시아의 탓으로 돌리는 데 더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p.75

“우크라이나에서의 재앙적인 장기전을 피할 수 있었던 가장 적기는 초기 평화협상 시기였으나 그 가능성은 러시아의 군사적 약점을 이용하려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정치 지도자들에 의해 사라져버렸다.”
--- p.103~104

“분명 모든 면에서 현실적인 평가가 필요해졌다. 특히 매일 수백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죽고 있는 상황에서 천천히 우크라이나를 파괴하지만 종국에는 협상 테이블에서 끝내야만 하는 이 전쟁에 기름을 붓고 휴전을 지연시킴으로써 서방 국가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재평가하는 것은 그들 자신에게 점점 중요해졌다.”
--- p.118

“나토 확장을 옹호하는 이들은 나토 회원국 지위를 주권 국가가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 선택권으로 규정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국가가 나토에 속하고 싶어한다면 어째서 그럴 권리가 없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 그러나 이는 강력한 무기와 군대로 러시아를 봉쇄하며 나토가 러시아에 제기하는 위협을 더욱 강화할 뿐이다. 나토에 가입하는 동유럽 국가들 하나하나는 자신들의 원래 의도와 상관없이 러시아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고, 이로 인해 유럽과 전 세계가 인류 문명을 끝낼 수도 있는 핵전쟁의 위험으로 한 발짝 더 다가가게 된다.”
--- p.128

“'더 많이'를 외치는 언론의 울부짖음은 더 많은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과 의회의 지지를 자극했고, 이로 인해 우리는 전 세계 핵무기의 90퍼센트를 보유한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전면전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 p.154

“러시아의 침공 전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의 위협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억제할 수 있는 도구라고 규정했지만 러시아는 결국 침공을 감행했다. 바이든은 침공 후에는 제재의 목적이 “러시아에 고통을 가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재규정했다. 그러나 제재는 러시아의 탱크와 포탄이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는 것을 막을 수 없으며, 그 대신 전 세계 수백만의 취약층뿐만 아니라 수백만의 러시아인에게 고통을 가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무고한 희생자일 뿐, 이 분쟁에 아무런 책임도 없다.”
--- p.194

“전쟁이 시작된 지 불과 며칠이 지난 후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무기 운용 부대에 경계 태세를 명령하며 새로운 차원의 위험을 더했고, 이는 미국과 나토 정책의 중심에 자리한 심각한 모순을 부각시켰다. 전쟁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승리'다. 그러나 분쟁의 반대 당사자가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이때 승리라는 게 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 p.195

“이번 전쟁의 교훈은 우리가 과거 모든 전쟁에서 배우는 데 실패한 교훈과 동일하다. 그것은 우리의 자원과 목숨을 갈아 넣어 전쟁을 지속시키는, 도덕적으로 파산한 양측의 지도자들과 전쟁 그 자체가 진정한 괴물이라는 것이다.”
--- p.211
 

출판사 리뷰

한 권으로 쉽고 명확하게 정리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

이 책은 '침공'을 누가 시작했는지보다, 이 사태의 '기원'을 이번 전쟁을 파악하기 위한 중심에 둔다. 이는 정치의 일환으로서 전쟁이 장기간에 거쳐 발생하고, 만들어지게 되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어떤 전쟁도 그런 것처럼, 이 전쟁 역시 이를 깊이 있게, 입체적으로 이해했을 때 최대한 빠르게 이 끔찍한 폭력을 멈추기 위한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2022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014년 무렵으로 이 전쟁의 중요한 기원을 찾아 오른다. 그 기원은 2013년 말에 시작된 '유로마이단 혁명'과 유로마이단에서 이어진 쿠데타, 그리고 쿠데타에서 이어진 2014년 돈바스 내전, 그리고 돈바스 내전을 멈추기 위해 맺었던 두 차례의 민스크 협정의 미이행이다. 이 전쟁의 중요한 기원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소련의 해체 이후 우크라이나는 국내 정치의 만연한 부패, 극우 세력의 부상,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세력 및 극우 세력이 강한) 서부와 (러시아 문화권에 속하는 친러 지역이자,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이 위치한) 동부의 분열이라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때 당시 친러 성향의 야누코비치 정권이 기존에 공약으로 제시했던 유럽연합 가입을 추진하지 않은 데 대한 불만과 정권의 부패에 대한 항의로 친유럽연합 성향의 우크라이나인들이 중심이 되어 2013년 말 유로마이단 시위라는 대규모 시위가 시작된다. 그러나 애초에 일반적 시위였던 유로마이단이 이후 극우 세력의 무장 시위로 발전하고, 체제 교체에 미국이 관여하면서, 친서방 정부가 세워지는 쿠데타로 이어진다. 그 후 쿠데타 세력과 동남부 중심의 친러 반쿠데타 세력 사이의 갈등이 수개월간의 유혈 사태, 즉 돈바스 내전으로 비화한다. 그리고 이 내전을 멈추기 위해 2014년과 2015년에 두 차례 민스크 협정이 체결되었고, 이를 통해 돈바스 지역의 유혈 사태는 많이 진정되었으나 중요한 정치적 해법이었던 돈바스 지역(루한스크와 도네츠크)의 주민투표와 선거, 이 지역의 자치 지위를 수립할 법률의 제정,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통제의 복원이 이행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의지 부족, 우크라이나 내 반민주적인 극우 세력의 영향력, 유럽연합 국가들과 미국의 정치 외교적 지원의 부재, 미국과 나토의 방해(정치적 해법이 아닌 군사적 대안을 추구하도록 계속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하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것)가 그 주된 원인이었다. 이 협정이 이행되었더라면 지금의 비극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저자들은 특히 이 전쟁의 주된 원인을 제공한 주체로서 나토를 중요하게 지목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가 '북대서양'을 훨씬 넘어서 그 규모를 확장하지 않았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나토는 냉전 이후 해체는커녕 전 세계에서 불법적으로 전쟁을 도발하고, 1990년 “단 1인치도 동진하지 않겠다”던 러시아와의 약속을 파기하고 그 덩치를 불려 러시아 국경까지 동진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여러 차례 대러 전문가들이 나토의 확장 정책을 경고해왔으나 미국 정부는 이를 무시해왔다. 심지어 구소련의 기둥 중 하나였고 국경을 인접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은 러시아에 심각한 안보 위협이며, 러시아를 정확히 도발했던 사안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핵무기 동맹이기도 한 나토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냉전의 해체와 동시에 사라져야 했던 자신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부분을 비극적 아이러니로 짚는다.

이 전쟁을 연장하는 것은 누구인가?

이 책은 우크라이나 국내외의 정치적 상황이 얽히고설킨 이 전쟁의 입체적 원인을 역사적으로 쉽고 정연하게 짚어내며, 그와 동시에 이 전쟁을 테이블 위에서 정치적으로 협상할 수 있었던 기회를 방해하고 장기전을 부추기며 군사적 지원을 단행한 서방 세력의 깊은 개입을 비판적으로 서술한다. 현실적으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기대할 수 없고, 결국 소모전의 양상으로 진행 중인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 전쟁 초기 평화적 협상을 방해한 서방 세력에 대한 비판은 더 적확하게 다가온다.

한편 저자들은 이 책의 한 장을 할애할 정도로 이 전쟁에 대한 언론의 책임을 무겁게 묻는다. 양 진영의 언론은 특히 침공 초기 프로파간다를 쏟아냈다. 이 침공이 나치로부터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우크라이나인을 보호하려는 “특별 군사작전”이라는 러시아 언론의 서사와 이 침공이 도발 없이 발생한 것이라는 우크라이나/서방 언론의 서사 속에서 이 사태의 복잡성과 맥락을 따져볼 공간이 사라졌다. 저자들은 특히 가짜 뉴스를 검증 없이 퍼뜨리고 정부의 선전을 반복하며 확전을 유발하는 무책임한 서구(주로 미국)의 주류 언론을 매섭게 비판하는데, 그러한 관점을 받아쓴 한국의 많은 언론들 역시 이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가령 비행 금지 구역의 설정이나 서방의 군사적 개입의 확장을 요청하는 젤렌스키의 목소리의 스피커가 된 언론은 서구 세계가 뭐라도 해야 한다는 식의 광기 어린 대중의 여론만 자극할 뿐, 그것이 가진 위험성과 의미가 무엇인지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또한 저자들은 비백인 난민들과 우크라이나의 백인 난민들을 비추는 방식에 스며든 식민주의적 관점, 미국과 나토가 일으킨 침략 전쟁과 러시아 침공을 비추는 방식에서 드러나는 이중 잣대 등, 미국이나 서방 세계가 일으킨 전쟁과 기존의 비백인 전쟁 난민이 다수인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이중적인 언론 보도 역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간다.

평화를 향한 길

저자들은 그 무엇보다 미국-나토와 러시아의 대리전은 이들이 전 세계 핵무기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훨씬 더 위험하다고 강력히 경고한다. 그간 핵무기 경쟁을 제한하기 위해 고안된 상단수의 조약이 냉전 종식 후 대개 미국에 의해 폐기되어왔다는 점, 그리고 서방이 러시아를 압박하는 정책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전쟁의 장기화로 러시아군이 점령한 모든 지역을 수복하는 방식의 우크라이나군 승리가 현실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평화협상 없이 양측이 막대한 손실과 인명 피해를 입히고 있다는 점,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적 지원은 전쟁을 연장하며 핵무기 초강대국 사이의 위험해지는 대리전으로 이어지기만 할 뿐이라는 점, 세계 평화와는 거리가 먼 나토의 입지가 강화되었다는 점, 인류가 통합이 아니라 새로운 냉전의 길목에 서있게 되었다는 점을 이 전쟁의 결과로 분석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반도 역시 이 전쟁이 야기하고 있는 새로운 세계질서 속에 놓여 있을 뿐 아니라, 종전이 되지 않은 동결된 갈등 속에 놓여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반도가 경험한 한국전쟁과 비교해볼 만한 지점이 여럿 있다. 이 책이 서술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우리가 이미 경험한 한국전쟁 모두 내전임과 동시에 국제전이며, 소모전으로 이어져 피해가 커졌고, 결국 평범한 민간인과 군인이 가장 확실한 피해자가 됐다는 점이 그렇다. 우리가 한국전쟁을 더 이상 반공적 관점에서 선악의 구도로 이해하지 않고, 한국전쟁이 어째서 벌어졌는지 그 기원을 이해했을 때 비로소 전쟁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폭력을 멈추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 사태의 원인을 깊이 있게 이해해 그 해법을 촉구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평화가 옳은 길이라고 믿는 이라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빨리 멈추기를 바라는 이라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배경과 원인, 진행되는 양상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고 싶은 이라면, 균형 있는 관점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고자 이라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추천평

“이 책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싼 프로파간다가 형성한 기존의 인식에 도전하고, 그 인식을 깨부순다. 특히 '민주주의 대 전제주의의 대결' '민주 진영의 미래가 걸린 전쟁'이라는 담론이 얼마나 위험하고 허구에 찬 것인지를 드러낸다. …… 저자들은 러시아의 침략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누가 먼저 침략했는지뿐만 아니라 누가 주요하게 도발했는지 역시 전쟁의 해법을 찾는 데 똑같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 우크라이나 전쟁을 해명하는 최고의 책이 분명하다.”
- 정의길 (《한겨레》 국제부 선임기자, 《유대인, 발명된 신화》 《지정학의 포로들》 《이슬람 전사의 탄생》 저자)
“신중하고, 분별력 있으며, 풍부한 내용을 담은 이 책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범죄적 침략을 이해하고, 더 본질적으로는 이 끔찍한 비극을 끝내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귀중한 지침서다.”
- 노암 촘스키 (언어학자, 사회비평가, 정치 활동가)
“이 입문서는 대안적인 관점, 역사, 맥락을 알고 싶었던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쓰였다. 너무 오랫동안 미국-러시아 관계에 대해 (더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통설과 다른 입장을 지닌 사람들은 주변화되고, 모욕당하고, 심지어 악마화되어왔다. 하지만 서방과 나토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비극의 촉매였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러시아의 침공을 변명하거나 정당화하는 게 아니다. 이들은 사실에 근거한 분석을 제기할 뿐이다.”
- 카트리나 밴든 후블 (《네이션》 전(前) 편집장·발행인)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전쟁 프로파간다의 중요한 해독제.”
- 메어리드 맥과이어 (평화 활동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
“이 책은 전 세계 모든 대학의 전략 연구 및 정치학 과목의 필수 교재가 되어야 한다.”
- 조너선 페라비 (2014~2015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우크라이나 특별 휴전 감시단 임무 지원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