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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여기, 돌고 도는 콘퍼런스에서 만나 빤한 말을 주고받으며 ‘세상의 구원자’를 자처하고 나선 이들의 폐부를 정중하게 꿰뚫는 책이 출간되었다. 불공평한 현 상태의 수혜자이자 미국 사회를 좀먹은 숱한 문제의 발생과 지속에 모종의 역할을 한 신흥 권력 엘리트 집단의 열망과 위선에 주목했다. 날카로운 시선과 번뜩이는 통찰을 무기로 출간과 함께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엘리트 독식 사회』(원제: Winners Take All)다.
책은 ‘마켓월드(MarketWorld)’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이며, 엘리트 사회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이 책이 한 비판자의 작업이지만, 문제의 내부자이면서 외부자인 이의 작업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도금시대, 부자와 권력자들로 가득 찬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간 저자는 방대하고 긴밀한 인터뷰와 관찰, 다양한 문헌을 인용해 주변부에서는 결코 획득할 수 없는 신빙성과 전문성을 갖춘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책은 ‘마켓월드(MarketWorld)’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이며, 엘리트 사회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다. 저자는 “이 책이 한 비판자의 작업이지만, 문제의 내부자이면서 외부자인 이의 작업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도금시대, 부자와 권력자들로 가득 찬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간 저자는 방대하고 긴밀한 인터뷰와 관찰, 다양한 문헌을 인용해 주변부에서는 결코 획득할 수 없는 신빙성과 전문성을 갖춘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목차
프롤로그
1장 그러나 세상은 어떻게 변화되는가?
2장 윈윈
3장 베레모를 쓴 걱정에 찬 반란군 왕들
4장 비판적 지식인과 지식 소매상
5장 방화범이 최고의 소방수가 되다
6장 관대함과 정의
7장 현대 세계에서 효력을 발하는 모든 것
1장 그러나 세상은 어떻게 변화되는가?
2장 윈윈
3장 베레모를 쓴 걱정에 찬 반란군 왕들
4장 비판적 지식인과 지식 소매상
5장 방화범이 최고의 소방수가 되다
6장 관대함과 정의
7장 현대 세계에서 효력을 발하는 모든 것
책 속으로
오늘날 미국의 엘리트들이 역사상 가장 많은 사회적 배려를 하는 엘리트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냉정한 숫자의 논리가 보여주는 것은 이들이 가장 약탈적인 엘리트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엘리트는 자신의 생활 방식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거부하고 공공선을 위해 권력자가 희생할 수도 있다는 관념을 부정하면서 일련의 사회적 합의를 고수한다. 요컨대 진보는 자신들이 독점하고 그 부스러기를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상징적으로 건네겠다는 것인데, 사실 사회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그들 중 다수에게 그런 도움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엘리트들의 사회적 배려와 약탈, 예외적인 베품과 축재hoarding, 불공정한 현 상태에서 단물을 빼먹고 그럼으로써 아마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동과 그 행동을 하는 주체가 현 상태의 사소한 부분을 수선하려고 하는 시도 사이의 연관성을 이해해보려는 작업이다. 또한 엘리트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하나의 견해를 제시하는 시도다. 이를 통해 그들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행하는 활동의 장점과 한계를 더 잘 평가해볼 수 있을 것이다. --- p.17
코헨과 그 친구들이 타인을 위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관해 고민할 때, 이들은 자신들의 시대 감성에 따랐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지금은 위상이나 영향력 면에서 자본주의에 대적할 만한 이데올로기가 없는 시대이자, 사회변화와 같은 주제를 고려할 때조차 시장의 언어, 가치, 가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시대다. 대학의 사회주의 동아리는 사회적 기업 동아리로 대체되었다. 학생들도 광고, 그리고 이른바 지식 소매상들의 테드TED 강연과 책이 전파하는 기업 세계의 율법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요컨대 무엇을 하든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라고 말할 정도의 “규모”로 하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시대는 젊은이들에게 그들이 “좋은 일을 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다”고 집요하게 말했다. 결국 코헨과 친구들이 자신들의 이상을 추구하고자 했을 때, 무언가를 파괴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벤처를 창업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하게 되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악에 도전하는 것보다 선을 건설하는 것이 더 영향력 있다고 믿었다. --- p.35
힐러리 코헨이 맥킨지에 간 이유 중 하나는 이렇듯 윈윈에 대한 널린 퍼진 믿음 때문이었다. 이 믿음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의 신발이 곧 가난한 사람에게 전달될 것임을 알고 누군가 위안을 느낄 때마다 작동했다. 어느 대학 캠퍼스에 붙은 한 장의 포스터에서도 이런 믿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베푸는 것이 여러분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 이기적이라면 베풀어라.” 이 믿음은 작고한 경영학자 C. K. 프라할라드C. K. Prahalad가 말한 “피라미드 밑바닥의 행운”이라는 활기 넘치는 발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라할라드는 대기업에 “윈윈 상황”을 약속했는데, 그에 따르면 “기업은 활기찬 시장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소비자로 대우함으로써 이들도 더 이상 모욕을 당하지 않고 자율적인 소비자가 된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의 어느 난민 문제 담당 고문이 쓴 “시리아인들을 일터로 돌려보내는 것은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와 난민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글에서 드러나듯이, 한때 순전히 동정심에 기초해서 주창되었던 것에 비하면 윈윈은 확실한 장점일 수 있었다. 시장 중심의 사고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공인을 받으려면 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대규모의 인도주의적 접근이 필요한 재난 중 하나인 난민 문제도 도와주는 사람들을 위한 기회로 홍보될 필요가 있었다. 이렇듯 다양한 발상을 관통하는 것은 고통이 없다는 약속이다. 나에게 좋은 것은 당신에게도 좋을 것이다. 애셔가 이러한 방식의 사고에 끌렸던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은 현재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죄책감을 얼마간 덜어내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 p.68
동기부여를 잘하는 연사이자 지식 소매상인 숀 스티븐슨Sean Stephenson은 참석자들을 향한 환영 연설에서 서밋의 목적을 야심 차긴 하지만 조금 더 솔직하게 제시했다.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듯 세 개의 자잘한 조언으로 구성되었다. 첫째, “여러분이 인류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맥을 이 방 안에서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여러분의 경제 사정에 힘을 써줄 수 있는 친구들을 사귀게 될 것입니다.” 셋째, “이 배는 술에 취해서 옷을 벗는 모임이 아닙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회정의에 관한 모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심한 불평등의 시대라는 엄혹한 현실 앞에서 주머니 사정을 나아지게 할 요량으로 사회정의에 접근하고, 비즈니스를 이용하여 잠재력을 해방함으로써 획기적인 변화를 만든다는 전망은 빛이 바랬다. 기업가들이 세상을 바꾸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수록, 이들의 거창하면서도 자기 잇속만 차리는 주장을 조롱하듯이 엄혹한 현실의 장벽은 더 굳건해졌다. 서밋앳시의 참석자 중 일부를 보면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비즈니스에 좋은 것이 인류에게도 좋다는, 마켓월드의 기준에서 봐도 썩 뻔뻔한 주장을 하는 실리콘밸리와 기술 세계에서 온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 p.106
정작 사이넥 본인은 지식 소매상의 부상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는 명백히 신봉했지만 ‘지식 소매상’을 으레 사기꾼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불쾌하게 여긴 이들은 재벌이 아이디어를 후원하고 사상이 상품화되는 새로운 시대에 생성되고 있었다. 그 자신이 마켓월드 순회 강연의 걸출한 인물 중 하나였음에도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을 경멸한다”고 말했다. “저는 ‘동기부여 강연자’ 혹은 그 밖의 표현으로 자신을 지칭하는 사람들과 함께 묶이곤 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사랑하고 또 명석하다고 여기는 그들을 경멸하죠. 그들은 무대 위에 올라서 내가 알기로는 스스로도 결코 동의하지 않는 내용을 발표합니다. 사실이 아닌 엉터리를 말한다고요.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말합니다. ‘이봐, 친구.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라고요. 그러면 그들은 말합니다. ‘사이먼, 나도 먹고살아야 한다고.’ 이 ‘먹고살아야 한다’는 말은 진정성이 없는 일을 할 때 우리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일종의 합리화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어떤 이들은 바로 사이넥을 정확히 똑같은 용어로 묘사하지만, 그는 이러한 영합을 자신이 애써 거리를 유지하는 종류의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 p.189
가죽보로 덮인 탁자 주위의 붉은 의자에 전문가들이 앉았고, 이들은 세 개의 벽걸이 TV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에는 마켓월드가 사회문제 해결에 나설 때 필수적인 도구로 입증된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가 띄워져 있었다. 이 방문자들 앞에는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난해한 문제 가운데 일부인 정의와 평등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작업이 철학적인 통찰이나,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의 분명한 욕망이나, 아니면 정의와 평등의 추구를 억제하는 권력 구조에 관한 분석을 토대로 이루어질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비즈니스를 할 때 마켓월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왔듯, 그래프와 도표가 있는 슬라이드 형태로 전달될 것이었다. 더욱 포용적인 경제를 건설하는 문제는 무수히 많은 하위 범주로 세분화되어 인간의 현실은 거의 사라질 정도에 이를 것이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거의 인식할 수 없게 될 것이었다. 정의와 평등은 사모펀드의 루스가 해결할 만한 문제로 전환될 것이었다. --- p.214
털로 된 원통형 러시아 모자를 쓴 대런 워커Darren Walker는 검은색 링컨 리무진 뒷좌석에 앉아 초조하게 몸을 움직이며 웨스트 57번가에 있는, 그가 “괴물의 배belly”라고 부르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리무진은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olberg Kravis Roberts & Co, KKR의 뉴욕 사무실로 가는 중이었다. KKR은 『문 앞의 야만인들』에 등장하는 불멸의 사모펀드로서, 기업을 매입한 후 경영합리화를 거쳐 비싼 값에 되파는 거래 열풍을 주도했던 회사다. 워커는 사회정의센터라는 이름을 가진 포드 재단Ford Foundation의 이사장이었고, 날마다 돈을 기부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한 무리의 사모펀드 임직원을 앞에 두고 오찬 모임에서 연설을 하기로 한 워커는 몇 달 전 자신이 쓴 편지 한 통 때문에 착잡한 마음이었다. 크게 보도된 그 편지는 자선사업계를 지배하던 유쾌한 분위기를 깨버렸다. 불평등 확산과 관련하여 날카롭고 도발적인 언어로 질문을 던지는 편지였는데, 그 자체로 수많은 부자에게 불안감을 주었다. 부자들은 아마도 희생이 뒤따르는 보다 철저한 개혁보다는 빈곤의 감소나 기회의 증대에 관해 말하는 편을 선호했다. 워커의 편지는 자선사업을 통해 ‘돌려주는’ 엘리트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이들이 해결하겠다고 나선 바로 그 문제의 발생에 그들 스스로가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는 비판이었다. --- p.249
8개월 후에 클린턴은 뉴욕시 인근의 차파쿠아Chappaqua에 있는 집 근처에서 개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팬이자, 마지막 CGI가 끝난 지 불과 몇 주 만에 이웃인 힐러리의 선거 패배로 원하던 결과를 얻은 “괴짜” 우파 한 사람을 우연히 마주쳤다. 그 이웃 주민과 클린턴은 자신들 사이의 깊은 골을 두고 농담을 주고받는 전통이 있었다. 그래서 그날 클린턴은 “그와 함께 노닥거리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때 그 이웃은 “오바마와 힐러리가 제2차 남북전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맨해튼의 40층에 있는 자신의 재단 사무실에 앉아서 우유를 넣지 않은 차를 홀짝거리며 이 이야기를 했다. 그는 미국을 트럼프 시대로 빠뜨린 그 패배를 소화하기 위해 반년을 보냈다. 그의 아내가 실패한 후보로서 대부분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면, 그는 약간 다른, 가장 추상적인 방식으로 고통을 겪었다. 트럼프는 힐러리를 이겼지만, 그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캠페인의 추진력이 된 생각은 클린턴이 항상 거리낌 없이 목청 높여 주창해온 세계주의적인 합의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 p.369
코르델리가 옳다면 마켓월드의 기본 가정은 틀렸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하는 것은 그녀의 사고방식에서는 그다지 대단한 행위가 아니다. 당신이 무엇을 수용하는가는 당신이 무엇을 하는가 만큼이나 중요하다. 스스로를 “지도자”라 부르고 가장 고질적인 사회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하는 기업가들은 그 문제의 발생에서 자신의 역할을 지우는 우려스러운 방식을 대표한다. 코르델리의 시각에서 보면 사회개혁으로부터 잃을 것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개혁가 명단에 자주 오르는 일은 정말 이상하다. 마켓월드가 하는 모든 좋은 일에도 불구하고 그 사적인 방식의 세계 변화는 이들의 “나르시시즘”에 의해 훼손된다. 코르델리는 “요즘 들어 사람들은 혼자서 세상을 바꾸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그들 자신에 관련된 문제고 그들이 하는 일에 관련된 문제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존재하지요. 모든 이들의 이름으로 좀 더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어떤 조건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들을 만들려면 그들의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코헨과 그 친구들이 타인을 위해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에 관해 고민할 때, 이들은 자신들의 시대 감성에 따랐다고 그녀는 설명했다. 지금은 위상이나 영향력 면에서 자본주의에 대적할 만한 이데올로기가 없는 시대이자, 사회변화와 같은 주제를 고려할 때조차 시장의 언어, 가치, 가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시대다. 대학의 사회주의 동아리는 사회적 기업 동아리로 대체되었다. 학생들도 광고, 그리고 이른바 지식 소매상들의 테드TED 강연과 책이 전파하는 기업 세계의 율법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요컨대 무엇을 하든지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라고 말할 정도의 “규모”로 하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시대는 젊은이들에게 그들이 “좋은 일을 함으로써 성공할 수 있다”고 집요하게 말했다. 결국 코헨과 친구들이 자신들의 이상을 추구하고자 했을 때, 무언가를 파괴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벤처를 창업할 것인가의 문제로 접근하게 되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악에 도전하는 것보다 선을 건설하는 것이 더 영향력 있다고 믿었다. --- p.35
힐러리 코헨이 맥킨지에 간 이유 중 하나는 이렇듯 윈윈에 대한 널린 퍼진 믿음 때문이었다. 이 믿음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다른 한 켤레의 신발이 곧 가난한 사람에게 전달될 것임을 알고 누군가 위안을 느낄 때마다 작동했다. 어느 대학 캠퍼스에 붙은 한 장의 포스터에서도 이런 믿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베푸는 것이 여러분을 더 행복하게 만든다. 이기적이라면 베풀어라.” 이 믿음은 작고한 경영학자 C. K. 프라할라드C. K. Prahalad가 말한 “피라미드 밑바닥의 행운”이라는 활기 넘치는 발상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프라할라드는 대기업에 “윈윈 상황”을 약속했는데, 그에 따르면 “기업은 활기찬 시장을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을 소비자로 대우함으로써 이들도 더 이상 모욕을 당하지 않고 자율적인 소비자가 된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의 어느 난민 문제 담당 고문이 쓴 “시리아인들을 일터로 돌려보내는 것은 난민을 받아들인 국가와 난민 모두에게 윈윈”이라는 글에서 드러나듯이, 한때 순전히 동정심에 기초해서 주창되었던 것에 비하면 윈윈은 확실한 장점일 수 있었다. 시장 중심의 사고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공인을 받으려면 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대규모의 인도주의적 접근이 필요한 재난 중 하나인 난민 문제도 도와주는 사람들을 위한 기회로 홍보될 필요가 있었다. 이렇듯 다양한 발상을 관통하는 것은 고통이 없다는 약속이다. 나에게 좋은 것은 당신에게도 좋을 것이다. 애셔가 이러한 방식의 사고에 끌렸던 것도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은 현재의 삶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죄책감을 얼마간 덜어내는 방식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 --- p.68
동기부여를 잘하는 연사이자 지식 소매상인 숀 스티븐슨Sean Stephenson은 참석자들을 향한 환영 연설에서 서밋의 목적을 야심 차긴 하지만 조금 더 솔직하게 제시했다.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듯 세 개의 자잘한 조언으로 구성되었다. 첫째, “여러분이 인류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인맥을 이 방 안에서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여러분의 경제 사정에 힘을 써줄 수 있는 친구들을 사귀게 될 것입니다.” 셋째, “이 배는 술에 취해서 옷을 벗는 모임이 아닙니다. 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회정의에 관한 모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극심한 불평등의 시대라는 엄혹한 현실 앞에서 주머니 사정을 나아지게 할 요량으로 사회정의에 접근하고, 비즈니스를 이용하여 잠재력을 해방함으로써 획기적인 변화를 만든다는 전망은 빛이 바랬다. 기업가들이 세상을 바꾸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수록, 이들의 거창하면서도 자기 잇속만 차리는 주장을 조롱하듯이 엄혹한 현실의 장벽은 더 굳건해졌다. 서밋앳시의 참석자 중 일부를 보면 이 말이 딱 들어맞는다. 비즈니스에 좋은 것이 인류에게도 좋다는, 마켓월드의 기준에서 봐도 썩 뻔뻔한 주장을 하는 실리콘밸리와 기술 세계에서 온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 p.106
정작 사이넥 본인은 지식 소매상의 부상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듯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는 명백히 신봉했지만 ‘지식 소매상’을 으레 사기꾼이라고 비판했다. 그가 불쾌하게 여긴 이들은 재벌이 아이디어를 후원하고 사상이 상품화되는 새로운 시대에 생성되고 있었다. 그 자신이 마켓월드 순회 강연의 걸출한 인물 중 하나였음에도 “이 안에 있는 사람들을 경멸한다”고 말했다. “저는 ‘동기부여 강연자’ 혹은 그 밖의 표현으로 자신을 지칭하는 사람들과 함께 묶이곤 합니다. 그럼에도 제가 사랑하고 또 명석하다고 여기는 그들을 경멸하죠. 그들은 무대 위에 올라서 내가 알기로는 스스로도 결코 동의하지 않는 내용을 발표합니다. 사실이 아닌 엉터리를 말한다고요.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말합니다. ‘이봐, 친구.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라고요. 그러면 그들은 말합니다. ‘사이먼, 나도 먹고살아야 한다고.’ 이 ‘먹고살아야 한다’는 말은 진정성이 없는 일을 할 때 우리가 스스로에게 건네는 일종의 합리화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어떤 이들은 바로 사이넥을 정확히 똑같은 용어로 묘사하지만, 그는 이러한 영합을 자신이 애써 거리를 유지하는 종류의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 p.189
가죽보로 덮인 탁자 주위의 붉은 의자에 전문가들이 앉았고, 이들은 세 개의 벽걸이 TV로 시선을 돌렸다. 화면에는 마켓월드가 사회문제 해결에 나설 때 필수적인 도구로 입증된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가 띄워져 있었다. 이 방문자들 앞에는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난해한 문제 가운데 일부인 정의와 평등이 놓여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작업이 철학적인 통찰이나,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의 분명한 욕망이나, 아니면 정의와 평등의 추구를 억제하는 권력 구조에 관한 분석을 토대로 이루어질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비즈니스를 할 때 마켓월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왔듯, 그래프와 도표가 있는 슬라이드 형태로 전달될 것이었다. 더욱 포용적인 경제를 건설하는 문제는 무수히 많은 하위 범주로 세분화되어 인간의 현실은 거의 사라질 정도에 이를 것이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거의 인식할 수 없게 될 것이었다. 정의와 평등은 사모펀드의 루스가 해결할 만한 문제로 전환될 것이었다. --- p.214
털로 된 원통형 러시아 모자를 쓴 대런 워커Darren Walker는 검은색 링컨 리무진 뒷좌석에 앉아 초조하게 몸을 움직이며 웨스트 57번가에 있는, 그가 “괴물의 배belly”라고 부르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 리무진은 콜버그크라비스로버츠Kolberg Kravis Roberts & Co, KKR의 뉴욕 사무실로 가는 중이었다. KKR은 『문 앞의 야만인들』에 등장하는 불멸의 사모펀드로서, 기업을 매입한 후 경영합리화를 거쳐 비싼 값에 되파는 거래 열풍을 주도했던 회사다. 워커는 사회정의센터라는 이름을 가진 포드 재단Ford Foundation의 이사장이었고, 날마다 돈을 기부하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한 무리의 사모펀드 임직원을 앞에 두고 오찬 모임에서 연설을 하기로 한 워커는 몇 달 전 자신이 쓴 편지 한 통 때문에 착잡한 마음이었다. 크게 보도된 그 편지는 자선사업계를 지배하던 유쾌한 분위기를 깨버렸다. 불평등 확산과 관련하여 날카롭고 도발적인 언어로 질문을 던지는 편지였는데, 그 자체로 수많은 부자에게 불안감을 주었다. 부자들은 아마도 희생이 뒤따르는 보다 철저한 개혁보다는 빈곤의 감소나 기회의 증대에 관해 말하는 편을 선호했다. 워커의 편지는 자선사업을 통해 ‘돌려주는’ 엘리트를 정면으로 비난했다. 이들이 해결하겠다고 나선 바로 그 문제의 발생에 그들 스스로가 공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다는 비판이었다. --- p.249
8개월 후에 클린턴은 뉴욕시 인근의 차파쿠아Chappaqua에 있는 집 근처에서 개를 산책시키고 있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의 팬이자, 마지막 CGI가 끝난 지 불과 몇 주 만에 이웃인 힐러리의 선거 패배로 원하던 결과를 얻은 “괴짜” 우파 한 사람을 우연히 마주쳤다. 그 이웃 주민과 클린턴은 자신들 사이의 깊은 골을 두고 농담을 주고받는 전통이 있었다. 그래서 그날 클린턴은 “그와 함께 노닥거리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때 그 이웃은 “오바마와 힐러리가 제2차 남북전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클린턴은 맨해튼의 40층에 있는 자신의 재단 사무실에 앉아서 우유를 넣지 않은 차를 홀짝거리며 이 이야기를 했다. 그는 미국을 트럼프 시대로 빠뜨린 그 패배를 소화하기 위해 반년을 보냈다. 그의 아내가 실패한 후보로서 대부분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면, 그는 약간 다른, 가장 추상적인 방식으로 고통을 겪었다. 트럼프는 힐러리를 이겼지만, 그의 “미국 우선America First” 캠페인의 추진력이 된 생각은 클린턴이 항상 거리낌 없이 목청 높여 주창해온 세계주의적인 합의를 부정하는 것이었다. --- p.369
코르델리가 옳다면 마켓월드의 기본 가정은 틀렸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좋은 일을 하는 것은 그녀의 사고방식에서는 그다지 대단한 행위가 아니다. 당신이 무엇을 수용하는가는 당신이 무엇을 하는가 만큼이나 중요하다. 스스로를 “지도자”라 부르고 가장 고질적인 사회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하는 기업가들은 그 문제의 발생에서 자신의 역할을 지우는 우려스러운 방식을 대표한다. 코르델리의 시각에서 보면 사회개혁으로부터 잃을 것이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개혁가 명단에 자주 오르는 일은 정말 이상하다. 마켓월드가 하는 모든 좋은 일에도 불구하고 그 사적인 방식의 세계 변화는 이들의 “나르시시즘”에 의해 훼손된다. 코르델리는 “요즘 들어 사람들은 혼자서 세상을 바꾸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그들 자신에 관련된 문제고 그들이 하는 일에 관련된 문제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존재하지요. 모든 이들의 이름으로 좀 더 품위 있는 삶을 위한 어떤 조건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들을 만들려면 그들의 지지를 받아야 합니다.”
--- p.407
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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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자한 엘리트들은
세상의 구원자인가, 불평등의 공범인가?
미국은 뜨겁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8년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회를 강력하게 압도한 이데올로기는 이름도 찬란한 ‘신자유주의’였다. 시장의 힘과 우월성이 그 무엇보다 강조되었고, 그 안에서 각 개인의 자유는 언뜻 무한한 듯 보장되었다. 눈부신 기술 혁신은 사방을 온통 새로운 것들로 번쩍이게 만들며 물질의 풍요를 가져왔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부의 양극화를 필두로 한 ‘불평등’ 문제가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다 2008년, 미국을 시작으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쳤다. 지난 20년간 이러한 불평등에 관해 말하는 책들이 가장 먼저 등장했다. 이어서 이 모든 불공정을 촉진했다고 지목된 신자유주의 정책을 설명하는 책들 또한 쏟아져나왔다. 컬럼비아 대학 교수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제 새로운 장르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여기, 돌고 도는 콘퍼런스에서 만나 빤한 말을 주고받으며 ‘세상의 구원자’를 자처하고 나선 이들의 폐부를 정중하게 꿰뚫는 책이 출간되었다. 불공평한 현 상태의 수혜자이자 미국 사회를 좀먹은 숱한 문제의 발생과 지속에 모종의 역할을 한 이들의 열망과 위선에 주목한 것이다. 날카로운 시선과 번뜩이는 통찰을 무기로 출간과 함께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엘리트 독식 사회』(원제: Winners Take All)다.
저자 아난드 기리다라다스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출신으로, 2011년 아스펜 연구소의 헨리 크라운 펠로우로 선정된다. 이는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로 이행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서, ‘세계의 고질적인 문제들과 씨름할 새로운 유형의 지도자 발굴’을 목표로 한다. 저자는 자신이 이러한 프로그램에 선정된 사실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은밀한 내부로의 초대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용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이들과 어울리면서 머지않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린다. 최근 수십 년간 열린 변화의 열매를 ‘아주 운 좋은 이들이 전부 챙겨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보통사람들의 박탈감과 분노가 극에 달한 지금, 미국의 시스템은 고장 났고 이제 바뀌어야만 한다는 인식이 뜨겁게 확산된 지금, 그곳에 모인 엘리트들은 ‘변화’에 관해 말하면서도 결국 그 이득을 가장 많이 챙겨가는 듯 보인 까닭이다. 이 책은 이렇듯 세상을 바꾸겠다는 선한 의도로 가득 찼지만, 결국에는 사태를 악화시키고 현 상태의 사소한 부분을 수선하는 데 바쁜 한 집단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내부자의 신랄한 고백이다.
승자가 주도하는 사회변화는
세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저자는 오늘날 미국의 엘리트들이 역사상 가장 많은 사회적 배려를 하는 엘리트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는 말로 르포르타주의 문을 연다. 애써 카네기나 록펠러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기술의 혁신을 통해 부를 쌓아 올린 실리콘밸리의 신부호들을 포함한 수많은 엘리트가 인간의 보편적인 복지를 위한 재단 활동에 막대한 기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렇듯 엘리트가 주도하는 사회변화는 상당히 유익하고 고통을 달래주며 때로는 생명을 구하기까지 한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저자는 곧바로 100여 년 전, 지금과 같은 혼돈의 시대에 오스카 와일드가 건넸던 말에 주목한다. 이러한 엘리트들의 유용함이 “해결책이 아니”라 “곤경의 악화”라는 견해인데, 선을 행하려고 하는 일일지언정 잘 보이지 않는 해악의 공범일 때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 시대에 그 해악이란 아주 소수에게 돈과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이다. 단 여덟 명이 전 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한 오늘날, 일부 억만장자와 수많은 백만장자는 이와 같은 집중에 관한 문제는 건드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더욱 공고히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승자가 주도하는 사회변화는 근본적인 권력 방정식을 뒤엎지 않은 채, 세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자한 부자와 권력자들은 평등과 정의를 위한 고결한 싸움을 벌이지만, 사회질서와 그 꼭대기에 위치한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할 만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이렇듯 사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행위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절정에 이르렀고, 저자는 한 가지 까다로운 질문을 던진다. 세계화와 시장 자유화, 기술이 그들이 약속했던 편익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명백한 시점에서 ‘선출되지 않은’ 엘리트들이 세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떠맡아도 되는지에 관한 질문이다.
“윈윈”의 율법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세상은 그들만의 밀실에서 재해석된다!
책은 ‘마켓월드(MarketWorld)’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이며, 엘리트 사회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다. 마켓월드는 현 상태로부터 이익을 얻으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좋은 일도 해내는 신흥 권력 엘리트의 세계를 지칭하는 표현으로서, 계몽된 사업가와 자선단체, 학계, 언론, 정부, 싱크탱크의 세계에 있는 그들의 동료로 구성되어 있다. 요컨대 네트워크이자 커뮤니티지만, 그와 동시에 일종의 문화이자 정신 상태를 가리킨다. 이들은 ‘(힘 있는) 나에게 좋은 것은 (힘없는) 당신에게도 좋은 것’이며, ‘좋은 일을 함으로써 성공한다’는 사고방식을 가리키는 “윈윈(win-win)”의 율법을 따른다. 저자는 아스펜과 다보스, 테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선밸리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콘퍼런스들에서 나타나는 윈윈의 언어를 기가 막히게 포착해낸다. 예컨대 그들은 ‘사랑’과 ‘연대’, ‘기회’와 ‘빈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관해 말하지만, 사실상 수많은 보통사람들이 절망스럽다고 느끼는 부분은 결코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주목한다. 마켓월드의 승자들은 자선행사장에 모여, 호텔 연회장에 모여, 고층 건물 회의실에 모여 사회문제를 그들 식으로 재해석한다. 잘 차려입은 차림으로 노트북을 앞에 둔 채, 마치 비즈니스를 다루듯 파워포인트와 엑셀을 이용해 현실을 수백 개의 작은 조각으로 쪼갠다. 이어서 조각들을 논리적으로 관련짓고, 경험에서 우러난 추측을 토대로 결론에 도달하면 그럴듯한 답변이 만들어진다. 이제 산뜻하고 명확하며 확신에 찬 방식으로 발표하기만 하면 그들은 사회문제 하나를 해결한 셈이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식 소매상(thought leader)’이라는 새로운 지식인 계층도 눈여겨봐야 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비판자이자 권력의 적으로서 수전 손택, 윌리엄 버클리, 고어 비달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공공지식인(public intellectuals)’과 달리, 지적 생산에 꽤 많은 후원을 하는 대부호들과 어울리는 유형을 일컫는다. 저자는 토머스 프리드먼, 니얼 퍼거슨, 파라그 카나 등을 예로 들며, 승자에게 진정한 위협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가치를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이들의 특징을 상세히 제시한다. 지식 소매상들은 주로 테드 강연을 통해 사회문제를 한입 크기로 잘라서 사람들이 겁먹지 않고 쉽게 소화할 수 있게끔 만들며, 시스템의 변화보다는 ‘희망에 찬 해결책을 강조’한다. 이들이 행하는 강연은 마켓월드의 돈을 받고 이루어지고, 경력 또한 마켓월드에 의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마켓월드가 선호하는 시선과 관점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저자는 이렇듯 진정한 비판이 외면받고, 얄팍한 ‘포장용 아이디어’가 각광받는 현시대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다. 책에는 엘리트들이 변화의 주체이자 문제의 해결사이지, 결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세상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떠맡은 지식 소매상들의 사례가 제시되어 있다. 우리는 승자에게 우호적인 방식으로 변화를 재정의하는 지식 소매상들이 그들에게 절대 도전하지 않는 대가로 넉넉한 보상을 받는 방식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엘리트가 주도하는 사적인 사회변화에 집중하라
그들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장자리로 밀어내는가!
책은 총 일곱 장에 걸쳐, 마켓월드를 둘러싼 각계각층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이 책이 한 비판자의 작업이지만, 문제의 내부자이면서 외부자인 이의 작업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도금시대, 부자와 권력자들로 가득 찬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간 저자는 방대하고 긴밀한 인터뷰와 관찰, 다양한 문헌을 인용하여 주변부에서는 결코 획득할 수 없는 신빙성과 전문성을 갖춘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들은 마켓월드가 선호하는 형태의 변화를 열렬히 신봉하거나, 혹은 의문을 제기한다.
‘문제를 야기한 바로 그 도구를 가지고 문제를 풀려는 시도’에 자신이 공모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에서부터, 실제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믿는 상위 0.001퍼센트의 사람들을 만나 ‘스스로의 행위를 어떻게 합리화하고 있는지’ 따져 본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 부호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에게 이득이 되는 사적인 방법을 통한 변화에 이끌리기 시작한 전직 대통령을 만나 그 고심의 흔적을 엿본다. 세상을 바꾸려는 열망으로 가득 찼지만, 결국에는 자기 본위의 관대함을 찬양하는 기업가들로 붐비는 유람선 콘퍼런스에도 참석한다. 거물급 인사들이 만들어낸, 그들에게 엄청난 보상을 안겨주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축하하는 국제 비밀회합과 기업의 리더들이 기후변화의 위험, 점증하는 불평등과 금융 불안정성을 토론하는 세션, 억만장자와 기업을 위한 세금 감면을 칭찬하고 탈규제 시도에 갈채를 보내는 저녁 식사 자리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엘리트들이 속한 곳곳의 장소로 독자를 매끄럽게 안내한다.
이들이 낡은 사회적 질서의 가장자리를 고치며 헛되이 써버린 돈과 시간은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날카롭게 비판한다. 지식 소매상들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1969년의 위대한 구호를 정반대로 뒤집었다. 정치와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를 바라보면서도 사소한 문제에 집중해서 본질을 협소하게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민주주의에 관한 질문으로 다시금 돌아온다. 저자는 진정으로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사적 행위자들이 효율성이나 규모와 같은 지배적인 가치를 내세워 민주적인 목적을 찬탈하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냐고 물으며 우리의 결정을 촉구한다. 이어서 변화를 추구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결론,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저자는 승자가 제공하는 인자한 도움이 아니라 좀 더 강력하고 평등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하향식 해결책에 의존하기보다는 아래로부터 세상을 바꾸는 험난한 민주적 작업에 착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엘리트 독식 사회』는 우아하면서도 정중한 비틀기와 위트 있는 꼬집기로 인자한 엘리트들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큰 주목을 받았다. 마켓월드를 철저히 파헤치는 데 집중했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의식의 환기와 명료한 분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실리콘밸리와 다보스 포럼, 하버드 경영대학원 등 기업가와 부호들이 모이는 토론의 장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워싱턴포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매체가 앞다투어 보도하며 강력하게 추천했다. 이 책은 엘리트뿐만 아니라 일상의 시민들을 향한 다급한 증언이자 행동의 요청이다. 이제 독자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가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고심할 기회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조심스러우면서도 거침없는 문장을 통해, 오늘날 개혁으로 보이는 많은 것들은 사실 현 상태의 옹호일 뿐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뉴욕타임스」 “2018 주목할 만한 책 100”
-「파이낸셜타임스」 2018 “올해의 책”
-NPR “2018 최고의 책”
-「워싱턴포스트」 “50대 논픽션”
-800-CEO-READ “올해의 비즈니스서”
인자한 엘리트들은
세상의 구원자인가, 불평등의 공범인가?
미국은 뜨겁다. 1980년대 초반부터 2008년에 이르기까지 미국 사회를 강력하게 압도한 이데올로기는 이름도 찬란한 ‘신자유주의’였다. 시장의 힘과 우월성이 그 무엇보다 강조되었고, 그 안에서 각 개인의 자유는 언뜻 무한한 듯 보장되었다. 눈부신 기술 혁신은 사방을 온통 새로운 것들로 번쩍이게 만들며 물질의 풍요를 가져왔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부의 양극화를 필두로 한 ‘불평등’ 문제가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다 2008년, 미국을 시작으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쳤다. 지난 20년간 이러한 불평등에 관해 말하는 책들이 가장 먼저 등장했다. 이어서 이 모든 불공정을 촉진했다고 지목된 신자유주의 정책을 설명하는 책들 또한 쏟아져나왔다. 컬럼비아 대학 교수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는 “이제 새로운 장르를 준비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여기, 돌고 도는 콘퍼런스에서 만나 빤한 말을 주고받으며 ‘세상의 구원자’를 자처하고 나선 이들의 폐부를 정중하게 꿰뚫는 책이 출간되었다. 불공평한 현 상태의 수혜자이자 미국 사회를 좀먹은 숱한 문제의 발생과 지속에 모종의 역할을 한 이들의 열망과 위선에 주목한 것이다. 날카로운 시선과 번뜩이는 통찰을 무기로 출간과 함께 「뉴욕타임스」와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오른 『엘리트 독식 사회』(원제: Winners Take All)다.
저자 아난드 기리다라다스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출신으로, 2011년 아스펜 연구소의 헨리 크라운 펠로우로 선정된다. 이는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람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일’로 이행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으로서, ‘세계의 고질적인 문제들과 씨름할 새로운 유형의 지도자 발굴’을 목표로 한다. 저자는 자신이 이러한 프로그램에 선정된 사실에 의아함을 느끼면서도 은밀한 내부로의 초대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전용기를 타고 세계를 누비는 이들과 어울리면서 머지않아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알아차린다. 최근 수십 년간 열린 변화의 열매를 ‘아주 운 좋은 이들이 전부 챙겨갔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보통사람들의 박탈감과 분노가 극에 달한 지금, 미국의 시스템은 고장 났고 이제 바뀌어야만 한다는 인식이 뜨겁게 확산된 지금, 그곳에 모인 엘리트들은 ‘변화’에 관해 말하면서도 결국 그 이득을 가장 많이 챙겨가는 듯 보인 까닭이다. 이 책은 이렇듯 세상을 바꾸겠다는 선한 의도로 가득 찼지만, 결국에는 사태를 악화시키고 현 상태의 사소한 부분을 수선하는 데 바쁜 한 집단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내부자의 신랄한 고백이다.
승자가 주도하는 사회변화는
세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저자는 오늘날 미국의 엘리트들이 역사상 가장 많은 사회적 배려를 하는 엘리트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는 말로 르포르타주의 문을 연다. 애써 카네기나 록펠러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기술의 혁신을 통해 부를 쌓아 올린 실리콘밸리의 신부호들을 포함한 수많은 엘리트가 인간의 보편적인 복지를 위한 재단 활동에 막대한 기금을 쏟아붓고 있다. 이렇듯 엘리트가 주도하는 사회변화는 상당히 유익하고 고통을 달래주며 때로는 생명을 구하기까지 한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저자는 곧바로 100여 년 전, 지금과 같은 혼돈의 시대에 오스카 와일드가 건넸던 말에 주목한다. 이러한 엘리트들의 유용함이 “해결책이 아니”라 “곤경의 악화”라는 견해인데, 선을 행하려고 하는 일일지언정 잘 보이지 않는 해악의 공범일 때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 시대에 그 해악이란 아주 소수에게 돈과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이다. 단 여덟 명이 전 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한 오늘날, 일부 억만장자와 수많은 백만장자는 이와 같은 집중에 관한 문제는 건드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더욱 공고히 강화하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승자가 주도하는 사회변화는 근본적인 권력 방정식을 뒤엎지 않은 채, 세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자한 부자와 권력자들은 평등과 정의를 위한 고결한 싸움을 벌이지만, 사회질서와 그 꼭대기에 위치한 자신들의 지위를 위협할 만한 그 어떤 일도 하지 않는다. 이렇듯 사적이고 시장 친화적인 행위는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과 함께 절정에 이르렀고, 저자는 한 가지 까다로운 질문을 던진다. 세계화와 시장 자유화, 기술이 그들이 약속했던 편익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명백한 시점에서 ‘선출되지 않은’ 엘리트들이 세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떠맡아도 되는지에 관한 질문이다.
“윈윈”의 율법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엘리트의 탄생
세상은 그들만의 밀실에서 재해석된다!
책은 ‘마켓월드(MarketWorld)’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이며, 엘리트 사회의 이면을 낱낱이 파헤친다. 마켓월드는 현 상태로부터 이익을 얻으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좋은 일도 해내는 신흥 권력 엘리트의 세계를 지칭하는 표현으로서, 계몽된 사업가와 자선단체, 학계, 언론, 정부, 싱크탱크의 세계에 있는 그들의 동료로 구성되어 있다. 요컨대 네트워크이자 커뮤니티지만, 그와 동시에 일종의 문화이자 정신 상태를 가리킨다. 이들은 ‘(힘 있는) 나에게 좋은 것은 (힘없는) 당신에게도 좋은 것’이며, ‘좋은 일을 함으로써 성공한다’는 사고방식을 가리키는 “윈윈(win-win)”의 율법을 따른다. 저자는 아스펜과 다보스, 테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선밸리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콘퍼런스들에서 나타나는 윈윈의 언어를 기가 막히게 포착해낸다. 예컨대 그들은 ‘사랑’과 ‘연대’, ‘기회’와 ‘빈곤’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서 세상을 바꾸는 일에 관해 말하지만, 사실상 수많은 보통사람들이 절망스럽다고 느끼는 부분은 결코 개선되지 않는 현실에 주목한다. 마켓월드의 승자들은 자선행사장에 모여, 호텔 연회장에 모여, 고층 건물 회의실에 모여 사회문제를 그들 식으로 재해석한다. 잘 차려입은 차림으로 노트북을 앞에 둔 채, 마치 비즈니스를 다루듯 파워포인트와 엑셀을 이용해 현실을 수백 개의 작은 조각으로 쪼갠다. 이어서 조각들을 논리적으로 관련짓고, 경험에서 우러난 추측을 토대로 결론에 도달하면 그럴듯한 답변이 만들어진다. 이제 산뜻하고 명확하며 확신에 찬 방식으로 발표하기만 하면 그들은 사회문제 하나를 해결한 셈이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지식 소매상(thought leader)’이라는 새로운 지식인 계층도 눈여겨봐야 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비판자이자 권력의 적으로서 수전 손택, 윌리엄 버클리, 고어 비달 등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공공지식인(public intellectuals)’과 달리, 지적 생산에 꽤 많은 후원을 하는 대부호들과 어울리는 유형을 일컫는다. 저자는 토머스 프리드먼, 니얼 퍼거슨, 파라그 카나 등을 예로 들며, 승자에게 진정한 위협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가치를 홍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이들의 특징을 상세히 제시한다. 지식 소매상들은 주로 테드 강연을 통해 사회문제를 한입 크기로 잘라서 사람들이 겁먹지 않고 쉽게 소화할 수 있게끔 만들며, 시스템의 변화보다는 ‘희망에 찬 해결책을 강조’한다. 이들이 행하는 강연은 마켓월드의 돈을 받고 이루어지고, 경력 또한 마켓월드에 의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마켓월드가 선호하는 시선과 관점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기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저자는 이렇듯 진정한 비판이 외면받고, 얄팍한 ‘포장용 아이디어’가 각광받는 현시대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다. 책에는 엘리트들이 변화의 주체이자 문제의 해결사이지, 결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세상에 확산시키는 역할을 떠맡은 지식 소매상들의 사례가 제시되어 있다. 우리는 승자에게 우호적인 방식으로 변화를 재정의하는 지식 소매상들이 그들에게 절대 도전하지 않는 대가로 넉넉한 보상을 받는 방식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엘리트가 주도하는 사적인 사회변화에 집중하라
그들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가장자리로 밀어내는가!
책은 총 일곱 장에 걸쳐, 마켓월드를 둘러싼 각계각층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이 책이 한 비판자의 작업이지만, 문제의 내부자이면서 외부자인 이의 작업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새로운 도금시대, 부자와 권력자들로 가득 찬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간 저자는 방대하고 긴밀한 인터뷰와 관찰, 다양한 문헌을 인용하여 주변부에서는 결코 획득할 수 없는 신빙성과 전문성을 갖춘 생생한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들은 마켓월드가 선호하는 형태의 변화를 열렬히 신봉하거나, 혹은 의문을 제기한다.
‘문제를 야기한 바로 그 도구를 가지고 문제를 풀려는 시도’에 자신이 공모한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사람에서부터, 실제로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다고 믿는 상위 0.001퍼센트의 사람들을 만나 ‘스스로의 행위를 어떻게 합리화하고 있는지’ 따져 본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 부호들과 어울리면서, 그들에게 이득이 되는 사적인 방법을 통한 변화에 이끌리기 시작한 전직 대통령을 만나 그 고심의 흔적을 엿본다. 세상을 바꾸려는 열망으로 가득 찼지만, 결국에는 자기 본위의 관대함을 찬양하는 기업가들로 붐비는 유람선 콘퍼런스에도 참석한다. 거물급 인사들이 만들어낸, 그들에게 엄청난 보상을 안겨주는 새로운 경제 질서를 축하하는 국제 비밀회합과 기업의 리더들이 기후변화의 위험, 점증하는 불평등과 금융 불안정성을 토론하는 세션, 억만장자와 기업을 위한 세금 감면을 칭찬하고 탈규제 시도에 갈채를 보내는 저녁 식사 자리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엘리트들이 속한 곳곳의 장소로 독자를 매끄럽게 안내한다.
이들이 낡은 사회적 질서의 가장자리를 고치며 헛되이 써버린 돈과 시간은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도 사용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날카롭게 비판한다. 지식 소매상들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1969년의 위대한 구호를 정반대로 뒤집었다. 정치와 시스템과 관련된 문제를 바라보면서도 사소한 문제에 집중해서 본질을 협소하게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민주주의에 관한 질문으로 다시금 돌아온다. 저자는 진정으로 더 나은 세상을 열망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사적 행위자들이 효율성이나 규모와 같은 지배적인 가치를 내세워 민주적인 목적을 찬탈하는 모습을 지켜볼 것이냐고 물으며 우리의 결정을 촉구한다. 이어서 변화를 추구하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결론,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저자는 승자가 제공하는 인자한 도움이 아니라 좀 더 강력하고 평등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하향식 해결책에 의존하기보다는 아래로부터 세상을 바꾸는 험난한 민주적 작업에 착수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엘리트 독식 사회』는 우아하면서도 정중한 비틀기와 위트 있는 꼬집기로 인자한 엘리트들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큰 주목을 받았다. 마켓월드를 철저히 파헤치는 데 집중했고, 혼란스러운 시대를 헤쳐나가는 데 필요한 의식의 환기와 명료한 분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실리콘밸리와 다보스 포럼, 하버드 경영대학원 등 기업가와 부호들이 모이는 토론의 장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워싱턴포스트」와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매체가 앞다투어 보도하며 강력하게 추천했다. 이 책은 엘리트뿐만 아니라 일상의 시민들을 향한 다급한 증언이자 행동의 요청이다. 이제 독자들은 우리 사회의 문제가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진정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고심할 기회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조심스러우면서도 거침없는 문장을 통해, 오늘날 개혁으로 보이는 많은 것들은 사실 현 상태의 옹호일 뿐이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한다.
추천평
“정곡을 찌르는 이 시의적절한 책에서 저자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승자들이 자신의 최고 지위를 보장하는 시장 친화적 제도는 그대로 놔둔 채 패자들을 도우려고 애쓰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는 세계의 여러 문제에 마찰 없는 ‘윈윈’ 해결책을 장려하면서도 어렵고 논쟁적인 민주 정치의 활동은 혐오하는 기업의 자선활동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변화를 만드는’ 엘리트들을 향한 대중의 점증하는 분노에 당혹스러운 이들이라면 꼭 읽어야 할 안내서다.”
- 마이클 샌델 (하버드 대학 교수,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 마이클 샌델 (하버드 대학 교수,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우리 시대의 떠오르는 훌륭한 작가 덕분에 우리는 글로벌 엘리트들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작가는 이들의 삶에서 드러나는 비극적인 분리를 포괄적이면서 시의적절하게 탐구한다.”
- 이사벨 윌커슨 (Isabel Wilkerson, 『다른 태양의 따뜻함』의 저자)
- 이사벨 윌커슨 (Isabel Wilkerson, 『다른 태양의 따뜻함』의 저자)
“『엘리트 독식 사회』는 내가 고대해온 책이다. 이 책은 넘쳐나는 선의와 수많은 좋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1세기 미국에서 진보를 이루어내기 위해 어떻게 싸워야 하는가와 관련된 다수의 핵심적인 문제들에 대해 용감하게 답한다. 만일 당신이 그 해결책에 동참하고 싶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 아이-젠 푸 (Ai-jen Poo, 전국가사노동자연대 위원장)
- 아이-젠 푸 (Ai-jen Poo, 전국가사노동자연대 위원장)
“저자의 책은 여러 가지 생각을 불러일으키는데, 특히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하는 신선한 견해는 정말이지 존경스럽다. 사회정의를 확립하려는 헌신과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
“이 책은 정치 권력과 금융 권력에 의해 길들어진 정신생활과 ‘지식 소매상’에 의한 비판 사상가들의 대체를 폭로한다. 이 책은 오랫동안 이데올로기에 취해서 휘청거려온 우리가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안내해줄 뿐만 아니라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가치들, 말하자면 지적인 자율성과 이의 제기까지 구현하고 있다.”
- 판카지 미슈라 (Pankaj Mishra, 『분노의 시대』의 저자)
- 판카지 미슈라 (Pankaj Mishra, 『분노의 시대』의 저자)
“이 나라가 직면한 가장 지긋지긋한 몇몇 사안들에 관해 참신하고 통찰력 있는 시각을 담은 이 책은 재능있는 작가의 중요한 결과물이다. 복잡한 문제들을 정직하게 탐구함으로써 그는 점증하는 혼돈의 시대에 시급히 필요한 명료한 분석을 제공한다.”
- 브라이언 스티븐슨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의 저자)
- 브라이언 스티븐슨 (『월터가 나에게 가르쳐준 것』의 저자)
“요즘 주목받는 현명한 논픽션 작가가 쓴 통렬하고, 인간적이며, 종종 계시를 내리는 연구서.”
- 캐서린 부 (『안나와디의 아이들』의 저자)
- 캐서린 부 (『안나와디의 아이들』의 저자)
“부와 권력을 손에 넣은 인자한 자본가들은 자신들이 세상을 돕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출세 지향적인 ‘지식 소매상’들도 마찬가지다. 이 소용돌이치는 딜레마 속에서 이제 그들의 역할을 심판할 때가 되었다. 나는 그들이 이번 여름, 롱아일랜드의 햄튼 해변에서 이 책을 읽었으면 한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 교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 대학 교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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