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사회학 연구 (독서)/5.노동문제

노동, 운동, 미래, 전략 (2020) - 다시 새롭고 어려운 길을 출발하려는 우리 동지들에게

동방박사님 2024. 2. 12.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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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9세기 노동 현장, 20세기 노동운동, 21세기 노동자 ― 지금 여기에서 돌아보는 민주노조와 민주노조운동

전태일 열사가 제 몸을 불사른 지 반세기, 2020년에 마주한 민주노조운동의 앞날은 안갯속이다. ‘코로나19 노사정 합의’를 둘러싸고 제1 노총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분열했고, 노동운동은 지독한 이데올로기 공세에 시달렸다. ‘촛불혁명’과 ‘민주노총 100만 시대’를 바탕으로 노동 존중의 새 노동 체제로 나아가려던 ‘희망 회로’는 길을 잃었다. 민주노조운동의 사회적 고립은 깊어지고, 경제 위기와 고용 불안 속에 노동자의 삶은 위태롭기만 하다.

『노동, 운동, 미래, 전략』은 민주노조와 민주노조운동을 둘러싼 복잡하고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하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위기의 산물인 만큼 암담한 현실을 보여주는 징후일 수 있다. 말 그대로 민주노조운동은 위기다. 국가와 자본의 강화된 노동 전략, 풀리지 않는 비정규직 문제와 심화하는 양극화에 포위된 채 ‘민주노총 포비아’에 시달린다. 4차 산업혁명, 기후 위기, 고령화, 장기 대불황, 동북아 국제 정세의 급변 같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변수들도 도사리고 있다. 이런 위기에 맞서기 위해서, 사회운동 정당과 사회운동 노동조합을 건설해 대안 사회를 실현한다는 목표 아래 지역과 업종의 노동운동 활동가들이 꾸린 ‘평등의길’이 기획하고 여러 활동가와 연구자가 모여 ‘노동’과 ‘운동’과 ‘미래’와 ‘전략’을 묻는다. 2000년대 이후의 민주노조운동을 돌아보는 전략적 성찰을 함께하자고 손 내민다. 문제 해결은 문제가 문제라는 사실을 공유하는 데에서 시작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새롭고 어려운 길을 출발하려고 다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동지들에게 던지는 물음은, 그래서 아직 남은 희망을 찾아가는 장정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목차

서문 전환의 시대, 노동운동의 전환 _노중기

1부 전환의 시대

1장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재편 ― 공장과 임금 노동에서 플랫폼과 독립 노동으로? _박장현
2장 ‘정의로운 전환’과 녹색 일자리 ― 기후변화와 산업 재편에 관한 네 가지 물음 _김현우
3장 인구와 뉴 노멀 ― 저성장 고령화 시대와 노동운동의 전환 _한지원
4장 장기 불황의 정치경제학 ― 2000년대 이후 자본주의 대불황과 정책 대응 _남종석
5장 격동하는 동아시아, 어디로 가는가 ― 문재인 정부 외교 정책과 통일 정책 비판 _김태훈
6장 다중 격차 사회와 연대의 공동체 사이에서 ― 경제적 불평등의 전망과 과제 _조효래

2부 노동운동의 전환

1장 21세기에도 노조는 사회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을까 ― 노동조합 무용론 비판 _한지원
2장 귀족 노조 이데올로기 ― 경제 위기 시기 민주노조운동의 현황과 과제 _노중기
3장 혁신의 모델들 ― 위기의 노동운동, 무엇을 바꾸고 어떻게 새로워질 것인가 _나상윤
4장 젠더적 전환 ― 노동운동은 젠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_신경아
5장 진보 정당, 여전히 중요하다 ― ‘통합’을 넘어 ‘탈자본주의 지향’을 향한 전환 _장석준
6장 좌담 ― 노동운동의 미래와 전략 _김호규 노중기 박장현 장석준 진기영 한지원

저자 소개

저 : 김태훈
 
사회진보연대 정책실장이다. 사회운동의 쟁점을 분석하고, 정세적 투쟁 과제를 선전하는 구실을 맡고 있다.

저 : 김현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에서 활동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10년간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에너지체제의 정의로운 전환과 에너지 민주주의를 연구했으며, 에너지 전환, 도시 정치, 대중교통, 거버넌스의 민주화 등에 관심을 갖고 글을 썼다. 지금은 탈핵신문 운영위원장으로 신문 발간을 돕고, 기후위기를 알리는 교육과 탈성장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안토니오 그람시』 『정의로운 전환』 등이...
 
저 : 남종석
 
경남연구원 경제산업실 연구 위원. 산업 조직의 관점에서 한국 자본주의의 고유한 특징과 그 한계를 분석하고 대안적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한국 제조업의 탈탄소화와 정의로운 전환을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가’라는 주제와, 대중소기업 간 관계, 가치사슬, 노동과 자본 간의 관계 측면에서 2000년 이후 한국 자본주의가 급속히 성장한 요인 및 이로부터 유래하는 고유한 모순에 천착한다.

책 속으로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은 5차 토벌군을 맞이한 징강 산의 홍군을 닮은 상황에 있다. 그리고 운동을 지휘하고 있는 활동가 집단은 오토 브라운과 소련 유학파 지도부를 닮아 있다. ‘민주노총 100만 시대’라는 겉모습에 고무되어 전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20세기 공장 시대 노동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은, 더 늦기 전에, 한국 노동조합운동이 장정에 나서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안락한 현재의 거점, 달콤한 현재의 기득권에 대한 미련을 얼른 버려야 길을 나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특히 일자리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장정에 동참하기를 망설일 것이다. 장궈타오의 4방면군이 그랬다.
--- p.63~64

저성장 고령화의 다른 표현은 바로 경제적 불평등의 확대다. 자본에 견줘 노동의 소득이 감소하고, 또한 노동자 간의 소득 격차가 커진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노조가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회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할 노조의 능력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노조가 연대 임금과 연대 고용 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는 불신을 표현한다. 그런데 연대 임금과 연대 고용은 단지 하나의 정책이 아니다. 노조의 생존 전략이다. 이 목표를 추구하지 못한다는 것은 노조가 시장 제도나 계급적 조직이 아니라 좁은 의미의 이해관계자 조직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 이런 노조는 생존도 보장받지 못한다.
--- p.121

시장의 불평등은 국가의 재분배 정책을 통해서만 교정되며, 적극적인 재분배 정책은 정치적 압력과 합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사회적 불평등을 교정하려면 국가의 사회 정책과 경제 정책, 계급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민의 정치적 무관심은 사회적 불평등이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이다. 사회가 개인 삶의 불안과 불안정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공동체에 대한 개인들의 책임감을 기대하기 어렵다. 불평등은 오직 민주적 정치와 사회운동을 통해서만 해소될 수 있다. 불평등 문제는 우리 사회가 연대적 공동체로 지속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 p.211

노동운동이 직면한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위기 극복의 단초는 ‘연대성’에서 찾으려 한다. 특히 사회연대를 통해 새로운 계급 주체를 형성하고 노동운동의 혁신을 이끌어내려 한다. 현상황에서 노동시장 양극화와 노조 조직률 하락의 악순환을 멈추기는 쉽지 않으며, 결과적으로 노동운동의 위기는 증폭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말한 대로 노동운동이 직면한 새로운 환경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조직화에 더 많은 자원과 역량을 투입하고 사회적 자원을 동원하는 전략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런데 급격히 증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러 하청업체에 분산되어 있는데다가, 초단기 계약 형태가 급증하고 플랫폼 노동이 확산되는 중이기 때문에 작업장 단위로 조직하는 방식은 한계가 명백하다. 따라서 조직을 담을 그릇으로 초기업 노조, 그리고 초기업 노조운동의 필요성이 도출된다.
--- p.283~284

독자 진보 정당 노선은 과거의 추억이 되어야 할 운명인가? 나는 이 물음에 단호히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 첫째, 지구 자본주의가 대위기에 휩싸이며 시작된 2020년대에는 탈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진보’ 정당이 노동자-민중에게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절실히 필요한 무기로 떠오를 것이다. 둘째, 이런 격변기일수록 노동자가 미래의 국가 운영 세력으로서 세계를 바라보고 행동하게 만들 진보 ‘정당’이 노동운동의 여러 기구들 중에서도 관건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 지구 자본주의가 새로운 체제로 이행해야 할 시점에 뒤늦게 재벌-중산층 헤게모니가 구축된 한국 사회에서 대안 사회를 향한 균열과 격동을 낳으려면 바로 이런 진보 정당을 통한 과감한 대중정치가 필요하다.
--- p.324~325

정보자본주의가 정착되고 부정적 의미에서 기본소득이 작동되는 사회가 된다면, 그야말로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는 사람이 가장 바람직한 인간이 되고 노동하는 인간은 그 어느 시대보다도 더 비인간 취급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고 봅니다. 그런 사회일수록 오히려 노동자의 단결이 필요하고, 그때의 노동조합운동은 예전의 길드 같은 역할과 성격을 가져야 합니다. …… 대안 사회가 된다고 하더라도 길드형 노동조합이 필요하고 그 길로 나아가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면, 한국에서는 더더욱 초기업적이고 탈기업적인 노동조합운동을 향해 나아가는 것과 대안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분리된 문제일 수 없습니다. …… 노동조합이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이 문제가 아니라, 노동조합은 자기 변형을 통해 반드시 생존해야 한다고 답하고 싶습니다.
--- p.396~397

출판사 리뷰

노동, 운동, 미래, 전략 ― 평등 사회를 향한 길을 찾는 네 가지 열쇳말

1부는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구조적 쟁점들을 다룬다. 4차 산업혁명과 노동의 재편 문제를 다룬 1장은 플랫폼 자본주의로 나아가는 구조 변동과 고용 위기에 대응해 탈기업 노동 체제를 구성할 장기 구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2장은 기후 위기가 불러온 노동 위기와 일자리 위기에 노동조합이 빨리 대응해야 하며, 노동조합이 같은 뿌리를 지닌 환경운동에 더 많은 관심과 실천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한다. 3장은 저성장 고령화가 노동자 계급 내부의 분절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큰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공과 민간, 소수 고소득층과 다수 저소득층을 잇는 연대 임금과 연대 고용 같은 사회연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4장은 장기 불황에 이은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맞아 본격적인 고용 위기에 대비해서 계급 안팎의 연대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5장은 격변하는 동아시아 국제 관계, 곧 미-중 갈등의 심화, 북-미 협상의 질곡, 한-일 갈등의 격화가 경제적 파급 효과와 함께 노동운동의 노선 갈등을 키울 가능성에 주목한다. 6장은 여러 구조 변동의 결과인 불평등 심화 현상을 살핀 뒤, 불평등 완화 대책으로 조세, 복지, 경제민주화 정책을 제시하면서 연대적 공동체를 유지하려면 노사 관계 세력 균형이 바뀌고 시민들의 정치의식이 제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2부는 노동운동에 관련된 주제들을 살핀다. 1장은 21세기에도 노조가 사회 변화의 주역이 될 수 있고, 시장에 치우친 노조의 지향성을 사회와 계급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귀족노조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본 2장은 수구 정치 세력, 자유주의 정치 세력, 개혁적 노동 연구자, 노동운동 내부 온건파가 암묵적인 신자유주의 연대를 형성했다고 분석한다. 3장은 노동운동 혁신 모델로 지역연대 전략을 제시한 뒤 지역 노동운동과 산업 노조운동의 동시 병행 확대 전략을 통해 기업 중심 노조운동을 넘어서자고 말한다. 4장은 작업장과 노동조합 내부의 성별 불평등을 해소하고 남성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진정한 성평등을 가져오려면, 노동조합이 여성 혐오를 극복하고 새로운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답한다. 5장은 자유주의 정당에는 미래가 없고, 노조만으로는 미래를 건설할 수 없으며, 전체 사회에 대응한 헤게모니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진보 정당이 여전히 노동운동의 중요한 과제라고 주장한다. 6장은 지은이들이 직접 만나 글로 다 못 푼 생각을 나눴다. 활동가와 연구자들이 나눈 진지한 대화는 우리 각자가 노동운동의 전략과 미래에 관한 자기 이야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