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한국역사의 이해 (독서>책소개)/2.한국사일반

기억의 정치와 역사 (2017)

동방박사님 2024. 6. 20. 08:41
728x90

책소개

누가, 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가!

박정희는 산업화와 경제적 발전을 이룩한 탁월한 지도자인가,
민주주의와 인권을 탄압한 독재자인가.

맥아더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킨 한국전쟁의 영웅인가,
민족의 통일을 방해한 제국주의 지배의 원흉인가.

한국현대사에 대한 상이한 기억전쟁은 동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역사교과서, 동북공정, 신사참배, 위안부 문제를 놓고 마찰을 일으킨다. 이와 같은 기억의 문제는 서구사회에서도 정치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목차

머리말

제1장 기억과 역사
제2장 수정주의와 부정주의
제3장 홀로코스트의 기억
제4장 나치 독재의 기억
제5장 프랑스 독일강점기의 기억
제6장 스페인 현대사의 기억과 과거사 논쟁
제7장 일본의 과거사 인식과 수정주의
제8장 한국 근현대사 인식의 변화와 기억의 전쟁

참고문헌

저자 소개

경북대학교 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마드리드 콤플루텐세대학에서 역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양 현대사를 가르치며 에스파냐 근현대사, 특히 에스파냐 내전과 프랑코 체제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기억의 정치와 역사』(2017), 『토지, 정치, 전쟁』(2015), 『세계 각국의 역사 논쟁』(2014, 공저), 『...

책 속으로

이상에서 살펴본 기억 연구자들의 주장들 속에서 우리는 기억의 속성 몇 가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우선 기억은 본질적으로 집단기억의 성격을 띤다. 이것은 기억의 주체가 집단이라는 말이 아니다. 개인이 기억을 소유하게 되지만 개인의 기억은 사회적 틀 속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형성된 기억이라는 뜻이다.
둘째로, 기억은 현재 지향적이다. 기억은 언제나 현재의 시점에서 재구성된다. 기억이 시점에 따라 변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기억들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탈리아 탐험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 대한 기억을 예로 들어보자. 아메리카를 ‘발견한’ 위대한 영웅이자 위대한 제독으로 추앙을 받아온 콜럼버스가 미국 역사학자 알프레드 크로스비가 1973년에 ??콜럼버스가 바꾼 세계??라는 책을 출간하면서부터 라틴아메리카의 인구 감소와 환경 파괴를 불러온 항해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콜럼버스의 항해 5백 주년을 기념하는 1992년에는 역사상 제일 위대한 항해자에서부터 비전에 넘치는 천재, 민족의 영웅, 실패한 행정가, 순진한 사업가, 잔인하고 탐욕스런 제국주의자에 이르기까지 그에 대한 기억들이 그야 말로 다양해졌다.
셋째로, 기억은 선택적이다. 우리는 과거의 모든 내용을 기억하지 않고 어떤 내용은 기억하며 또 어떤 내용은 잊게 된다. 보존되는 기억은 그것이 의미가 있기 때문인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다.
넷째로, 기억은 집단을 이루는 구성원들에게 공동의 정체성을 제공한다. 집단이 공동의 기억을 통해 일체감을 확인하고 유대를 강화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기억은 당파적이다. 기억은 권력관계에 종속되고 집단의 이익과 이데올로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동안 역사가들이 기억을 부정적이고 비판적으로 본 이유는 기억의 이러한 속성들 때문이다. 이런 속성들을 지닌 기억이 과연 위기에 봉착한 역사학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까? 기억은 역사와 어떤 관계일까?
--- p.23~24

출판사 리뷰

역사를 기억하려는 자와 역사의 흔적을 지우려는 자

종전에는 역사가가 “그것이 실제로 어떠했던가”에 주목했다면 이제는 “그것이 어떻게 기억되는가”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화해 치유재단을 설립하고 자금을 출연한 일본 정부의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소녀상은 기억의 장소이다. 파리의 팡테옹, 루브르박물관, 삼색기, ‘자유, 평등, 형제애’의 구호, 인권선언문, 나폴레옹 법전 등이 프랑스인들에게 프랑스 민족의 기억의 장소 구실을 하듯이 국내외 여러 곳에 이미 건립된 ‘평화의 소녀상’이 우리에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기억의 장소가 된다. 일본 정부가 요구한 것은 바로 이 기억의 장소를 철거하라는 것이다. 개인의 기억은 집단의 기억이 되고 서로 다른 필요와 이해를 지닌 집단은 과거에 대한 자신들의 해석에 대해 지지를 호소하며 다른 집단과 갈등을 빚는다.

이 책은 먼저 기억들 가운데 역사적 기억이란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역사학계에 나타난 수정주의와 부정주의를 개괄한다. 이후 20세기 지구촌의 역사에서 기억과 해석이 매우 첨예하게 전개된 시기인 나치 독재와 홀로코스트, 프랑스 독일강점기의 기억, 스페인 내전과 프랑코 독재, 일본의 침략 전쟁과 과거사 인식 그리고 한국 근현대사의 인식을 차례로 분석하며 특정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인식과 기억이 집단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인식과 기억마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역사를 이야기하다 보면 역사란 사실의 기록인가 아니면 역사가의 자료선택과 해석인가란 오랜 논쟁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책은 기억이라는 해석에 근거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문제되는 과거를 청산하고 화해와 통합을 위한 새로운 개념으로서의 역사적 기억에 방점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