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책소개
“누가, 어떻게 주권국가에 구멍을 뚫어 “민주주의 없는 자본주의”의 요새를 만드는가?“
시장을 위한 완벽한 공간을 찾으려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을 추적한 현대 자본주의 역사 연구의 걸작
*한국어판 저자 서문 수록*
보스턴대학교 역사학 교수이자 전작 『글로벌리스트』로 학계와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역사학자 퀸 슬로보디언의 신간, 『크랙업 캐피털리즘』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슬로보디언은 주권국가에 시장을 위한 완벽한 공간을 찾으려는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역사를 추적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구역’이라는 전략을 폭로한다. 구역(zone)이란 경제특구나 수출가공구처럼 경제적 필요와 자본의 요구에 따라 국가의 규제나 민주적 절차에서 예외적으로 벗어나 있는 공간으로, 슬로보디언은 시장급진주의자들이 세계 곳곳에 구역이라는 ‘구멍’을 뚫어 자본의 탈출구를 건설하려 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신간에서 이러한 시도를 크랙업 캐피털리즘, 즉 ‘균열(crack up)의 자본주의’라 명명한 그는 가장 대표적인 구역이라 할 수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시작해 런던, 실리콘밸리, 두바이, 소말리아 그리고 메타버스까지 차례차례 파헤친다.
『크랙업 캐피털리즘』 한국어판에는 한국어판 특별 저자 서문이 추가되어, 재벌과 국가의 긴밀한 협력에서 출발한 한국형 크랙업 캐피털리즘을 소개한다. 경제 논리를 앞세워 등장하고 있는 구역이 함의하고 있는 자유지상주의 정치를 파악한다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국가의 중요성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지상주의를 향한 열망은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을 위한 완벽한 공간을 찾으려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을 추적한 현대 자본주의 역사 연구의 걸작
*한국어판 저자 서문 수록*
보스턴대학교 역사학 교수이자 전작 『글로벌리스트』로 학계와 언론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역사학자 퀸 슬로보디언의 신간, 『크랙업 캐피털리즘』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슬로보디언은 주권국가에 시장을 위한 완벽한 공간을 찾으려는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역사를 추적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구역’이라는 전략을 폭로한다. 구역(zone)이란 경제특구나 수출가공구처럼 경제적 필요와 자본의 요구에 따라 국가의 규제나 민주적 절차에서 예외적으로 벗어나 있는 공간으로, 슬로보디언은 시장급진주의자들이 세계 곳곳에 구역이라는 ‘구멍’을 뚫어 자본의 탈출구를 건설하려 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신간에서 이러한 시도를 크랙업 캐피털리즘, 즉 ‘균열(crack up)의 자본주의’라 명명한 그는 가장 대표적인 구역이라 할 수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시작해 런던, 실리콘밸리, 두바이, 소말리아 그리고 메타버스까지 차례차례 파헤친다.
『크랙업 캐피털리즘』 한국어판에는 한국어판 특별 저자 서문이 추가되어, 재벌과 국가의 긴밀한 협력에서 출발한 한국형 크랙업 캐피털리즘을 소개한다. 경제 논리를 앞세워 등장하고 있는 구역이 함의하고 있는 자유지상주의 정치를 파악한다면,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국가의 중요성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지상주의를 향한 열망은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한국형 크랙업 캐피털리즘
서론 지도 찢기
제1부 섬들
1장 둘, 셋, 수많은 홍콩
2장 파편화된 도시
3장 싱가포르라는 해결책
제2부 부족들
4장 자유지상주의 반투스탄
5장 국가의 훌륭한 죽음
6장 새로운 중세 코스프레
7장 당신만의 민간 리히텐슈타인
제3부 프랜차이즈 국가들
8장 소말리아의 백인 기업가 씨족
9장 두바이의 합법적 버블 돔
10장 실리콘밸리 식민주의
11장 메타버스의 클라우드 국가
결론 물이 되어라
주
감사의 말
해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자유지상주의의 기나긴 여정
찾아보기
서론 지도 찢기
제1부 섬들
1장 둘, 셋, 수많은 홍콩
2장 파편화된 도시
3장 싱가포르라는 해결책
제2부 부족들
4장 자유지상주의 반투스탄
5장 국가의 훌륭한 죽음
6장 새로운 중세 코스프레
7장 당신만의 민간 리히텐슈타인
제3부 프랜차이즈 국가들
8장 소말리아의 백인 기업가 씨족
9장 두바이의 합법적 버블 돔
10장 실리콘밸리 식민주의
11장 메타버스의 클라우드 국가
결론 물이 되어라
주
감사의 말
해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자유지상주의의 기나긴 여정
찾아보기
책 속으로
구역은 바깥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집에서부터 시작한다. 대개 구역은 노골적인 분리독립이나 새로운 국가 창설을 의미하지 않는다. 권력의 정점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거부 행위들을 서서히 늘려 간다. 어느 시장급진주의자는 이를 소프트 분리독립이라 부른다. _22쪽
민주주의 없는 자본주의라는 생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폭넓게 유통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석 경제 자문이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 이사 후보였던,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헤리티지재단의 연구원이자 주류 우익 지식인이었던 스티븐 무어Stephen Moore는 다음과 같이 솔직하게 밝혔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심지어 나는 민주주의를 크게 믿지 않는다.”
--- p.27
이러한 규율이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민주주의의 부재였다. 어떤 노조나 대중 선거도, 노동자나 시민을 위해 존재할 수 없었다. 홍콩의 금융 기밀주의는 식민지 총독보다 중요했다. 홍콩을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사람들에게, 이 영국 식민지는 국가라기보다 ‘합자회사’처럼 운영되었다. --- p.41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산업 혹은 농업 기반을 조성하는 것에서 전 세계의 구매자들을 유혹하는 것으로 바꾸자, 도시의 파편화는 마치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처럼 보였다. 자금줄이 마른 구멍 난 도시가 되었을 때도, 돈이 너무나 부패한 익명의 도시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 p.94
지리학자들이 계속해서 보여 주듯, 젠트리피케이션은 시장이 자유를 얻었을 때 등장하지 않는다. 국가가 이를 자신의 손으로 이끌 때 나타난다.
--- p.92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어떻게 하면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했다. 그들은 자치 구역이 일종의 구역으로 작동하게 하여 위로부터의 강제적인 분리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분리를 유도하면서 해외자본 유치를 꾀했다.
--- p.129~130
스위스의 그 유명한 비밀 계좌처럼, 비밀 유지를 하려면 권한을 늘려 가던 전후 국가가 미치지 못할 회피처를 찾아야만 했다. 어느 격언처럼 “스위스 은행가들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지만, 리히텐슈타인 은행가들은 혀가 없다.”
--- p.202
한스아담은 리히텐슈타인의 건국이 가능했던, 신성로마제국의 귀족적 국가 소유 모델과, 전 세계 리히텐슈타인 은행의 고객들이 보여 준 유동적인 주권이란 아이디어를 결합했다. 해외 자회사와 명목상 회사로 뒤엉킨 기업들은 주권이 분산되고, 재배치되고, 다시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근대 국가가 ‘서비스 제공업체’가 되어, 국방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민간 업자들과의 계약을 통해 제공하는 것은 어떠한가?
--- p.207
맥캘럼은 아틀란티스 통치를 위해 작성한 임대 계약서 초안을 수정하면서 남아공 시스케이에서 가져온 혁신안을 포함했다. 그는 헌법 조항들을 좀 더 기업 계약에 가깝게 만들 수 있기를 희망했다. 정치체란 쇼핑몰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점 공간을 임차한 사람 중 그 누구도 건물에 대해 인민주권을 행사하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터무니없을 것이다.
--- p.234
1968년 아랍에미리트인들이 제벨알리를 착공했을 때, 이곳을 미래의 수도로 만들 계획이었다. 40년 후, 그것은 일국의 법률을 묶어 내는 공구 세트 일부가 아니라 어디에서든 들어 올리고 놓을 수 있는 패치워크 조각이 되었다. 연합이나 민족국가의 정치적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노동, 자본, 기술을 새롭게 배치할 수 있는 유연한 컨테이너였다. 여기에 땅만 추가하시라.
--- p.258
하지만 탈출이라는 최근의 급진적 자본주의 전망은 한편에서는 일상 세계를, 다른 한편으로는 가상세계를 향하고 있다. 자본의 쓰나미가 기술 분야로, 그리고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로 밀려들어 오면서 자유지상주의는 지난 20여 년 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두 구역 사이를 오갔다.
--- p.291~292
실제 존재하는 웹 공간은 사유재산을 넘어선 유토피아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사유재산의 유토피아였다. 웹이라는 새로운 변경은 오래된 변경처럼 작동할 것임이 분명했다. 새로운 땅은 먼저 온 사람이 가져갈 것이었다. 새로운 영토는 새로운 소유의 가능성을 의미했다.
--- p.296
50년 동안, 지식인들은 시민적 정체성이 소비주의로 옮겨 가는 현상을 비판해 왔다. 스리니바산은 이를 뒤집었다. 왜 소비주의가 애국심을 삼켜 버리면 안 되는가?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이 살인마와 같은 20세기 국가보다 더욱더 유순하지 않은가?
--- p.299
클라우드 국가를 향한 꿈에서는 수많은 결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페이퍼 벨트에 대한 스리니바산의 멸시에는 실리콘밸리가 그것에 진 빚이 사라지고 없다. 인터넷 자체가 정부와 대학교가 만든 페이퍼의 산물이다. 스리니바산의 상사였던 앤드리슨은 일리노이 주정부로부터 무상으로 토지를 불하받은 대학에서 첫 번째 웹브라우저를 개발했다.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는 미국 국립과학재단 연구비를 수주하여 구글을 만들었다. 국립과학재단은 1990년대에 인터넷 민영화가 허락되기 전까지 인터넷의 기반을 구축해 왔다.
민주주의 없는 자본주의라는 생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폭넓게 유통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수석 경제 자문이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위원회 이사 후보였던, 그리고 오랜 기간 동안 헤리티지재단의 연구원이자 주류 우익 지식인이었던 스티븐 무어Stephen Moore는 다음과 같이 솔직하게 밝혔다.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심지어 나는 민주주의를 크게 믿지 않는다.”
--- p.27
이러한 규율이 유지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민주주의의 부재였다. 어떤 노조나 대중 선거도, 노동자나 시민을 위해 존재할 수 없었다. 홍콩의 금융 기밀주의는 식민지 총독보다 중요했다. 홍콩을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던 사람들에게, 이 영국 식민지는 국가라기보다 ‘합자회사’처럼 운영되었다. --- p.41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산업 혹은 농업 기반을 조성하는 것에서 전 세계의 구매자들을 유혹하는 것으로 바꾸자, 도시의 파편화는 마치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처럼 보였다. 자금줄이 마른 구멍 난 도시가 되었을 때도, 돈이 너무나 부패한 익명의 도시가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 p.94
지리학자들이 계속해서 보여 주듯, 젠트리피케이션은 시장이 자유를 얻었을 때 등장하지 않는다. 국가가 이를 자신의 손으로 이끌 때 나타난다.
--- p.92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어떻게 하면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잘 활용할 수 있을지 방법을 모색했다. 그들은 자치 구역이 일종의 구역으로 작동하게 하여 위로부터의 강제적인 분리가 아닌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분리를 유도하면서 해외자본 유치를 꾀했다.
--- p.129~130
스위스의 그 유명한 비밀 계좌처럼, 비밀 유지를 하려면 권한을 늘려 가던 전후 국가가 미치지 못할 회피처를 찾아야만 했다. 어느 격언처럼 “스위스 은행가들은 입술을 꾹 다물고 있지만, 리히텐슈타인 은행가들은 혀가 없다.”
--- p.202
한스아담은 리히텐슈타인의 건국이 가능했던, 신성로마제국의 귀족적 국가 소유 모델과, 전 세계 리히텐슈타인 은행의 고객들이 보여 준 유동적인 주권이란 아이디어를 결합했다. 해외 자회사와 명목상 회사로 뒤엉킨 기업들은 주권이 분산되고, 재배치되고, 다시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근대 국가가 ‘서비스 제공업체’가 되어, 국방을 제외한 모든 기능을 민간 업자들과의 계약을 통해 제공하는 것은 어떠한가?
--- p.207
맥캘럼은 아틀란티스 통치를 위해 작성한 임대 계약서 초안을 수정하면서 남아공 시스케이에서 가져온 혁신안을 포함했다. 그는 헌법 조항들을 좀 더 기업 계약에 가깝게 만들 수 있기를 희망했다. 정치체란 쇼핑몰 같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상점 공간을 임차한 사람 중 그 누구도 건물에 대해 인민주권을 행사하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터무니없을 것이다.
--- p.234
1968년 아랍에미리트인들이 제벨알리를 착공했을 때, 이곳을 미래의 수도로 만들 계획이었다. 40년 후, 그것은 일국의 법률을 묶어 내는 공구 세트 일부가 아니라 어디에서든 들어 올리고 놓을 수 있는 패치워크 조각이 되었다. 연합이나 민족국가의 정치적 자본에 얽매이지 않고 노동, 자본, 기술을 새롭게 배치할 수 있는 유연한 컨테이너였다. 여기에 땅만 추가하시라.
--- p.258
하지만 탈출이라는 최근의 급진적 자본주의 전망은 한편에서는 일상 세계를, 다른 한편으로는 가상세계를 향하고 있다. 자본의 쓰나미가 기술 분야로, 그리고 비트코인 같은 암호 화폐로 밀려들어 오면서 자유지상주의는 지난 20여 년 동안 온라인과 오프라인이라는 두 구역 사이를 오갔다.
--- p.291~292
실제 존재하는 웹 공간은 사유재산을 넘어선 유토피아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사유재산의 유토피아였다. 웹이라는 새로운 변경은 오래된 변경처럼 작동할 것임이 분명했다. 새로운 땅은 먼저 온 사람이 가져갈 것이었다. 새로운 영토는 새로운 소유의 가능성을 의미했다.
--- p.296
50년 동안, 지식인들은 시민적 정체성이 소비주의로 옮겨 가는 현상을 비판해 왔다. 스리니바산은 이를 뒤집었다. 왜 소비주의가 애국심을 삼켜 버리면 안 되는가?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이 살인마와 같은 20세기 국가보다 더욱더 유순하지 않은가?
--- p.299
클라우드 국가를 향한 꿈에서는 수많은 결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페이퍼 벨트에 대한 스리니바산의 멸시에는 실리콘밸리가 그것에 진 빚이 사라지고 없다. 인터넷 자체가 정부와 대학교가 만든 페이퍼의 산물이다. 스리니바산의 상사였던 앤드리슨은 일리노이 주정부로부터 무상으로 토지를 불하받은 대학에서 첫 번째 웹브라우저를 개발했다.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는 미국 국립과학재단 연구비를 수주하여 구글을 만들었다. 국립과학재단은 1990년대에 인터넷 민영화가 허락되기 전까지 인터넷의 기반을 구축해 왔다.
--- p.308
출판사 리뷰
★《포춘》 선정 2023년 최고의 논픽션★
홍콩, 싱가포르, 실리콘밸리에서 두바이까지
시장을 위한 완벽한 공간을 찾으려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을 추적한
현대 자본주의 역사 연구의 걸작
만약,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라는 제약’에서 탈출할 수 있다면? 국가 규제나 민주적 절차를 모두 제거한 ‘시장을 위한 완벽한 공간’을 건설할 수 있다면? 만약, 프랜차이즈 기업이 프랜차이즈 국가가 될 수 있다면? 1인 1표제 대신 지분을 많이 가진 주주의 뜻대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약, 이런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면?
초국가적 제도를 이용한 전 지구적 운동으로서 신자유주의의 역사를 파헤친 『글로벌리스트(Globalists)』로 일약 학계와 언론이 주목하는 역사학자로 떠오른 퀸 슬로보디언이 다음 행보로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역사를 추적한 책을 내놓았다. 출간 직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포춘》 선정 2023년 올해의 논픽션에 오른 『크랙업 캐피털리즘』에서 슬로보디언은 역사학자다운 집요함으로, 주권국가에 ‘역외 구역’을 만들어 “민주주의 없는 자본주의”의 유토피아를 만들어 온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역사를 그려 냈다. 그리고 그 역사를 통해 지난 세기부터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함께 발전해 왔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고, 세계는 통합을 향해 나아갔다는 고정관념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유럽연합 등으로 한쪽에서 통합이 추진되어 왔다면 한쪽에서는 분리와 예외를 향해 나아갔다. 세계 곳곳에 만들어진 경제특구, 수출가공구 등 이른바 ‘구역(zone)’들이 그런 움직임을 대표한다.
슬로보디언은 이렇게 주권국가에 ‘구역’이라는 ‘구멍’을 뚫어 주권국가의 간섭이나 민주주의의 압력에서 벗어나 자본의 탈출구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크랙업 캐피털리즘, 즉 ‘균열(crack up)의 자본주의’라 명명한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구역이라 할 수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시작해 런던, 실리콘밸리, 두바이, 소말리아 그리고 메타버스까지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열망이 쏟아진 곳을 차례차례 파헤친다. 그 역사적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때로 우스꽝스러울 정도인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움직임이 민주주의와 주권국가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 알게 된다.
또한 『크랙업 캐피털리즘』 한국어판에는 한국어판 특별 저자 서문이 추가되어, 소수의 대기업 가문과 대규모 발전주의 프로그램을 추진한 국가의 긴밀한 협력에서 출발한 한국형 크랙업 캐피털리즘을 소개한다. 경제 논리를 앞세워 등장하고 있는 구역이 함의하고 있는 자유지상주의 정치를 파악한다면,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20년도 지나지 않은 오늘날, 급진적 자유주의라는 또 다른 유령이 끝없이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국가의 중요성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지상주의를 향한 열망은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발전에 민주주의는 거추장스러울 뿐?
균열을 일으키는 자본주의, 크랙업 캐피털리즘
세계 곳곳에 만들어진 자본의 유토피아, 구역을 찾아서
전 세계에는 약 5400개 구역이 존재한다. 지난 10년 사이에만 새로운 구역이 1000여 개가 생겨났고 어떤 구역은 창고보다도 작다. 이런 구역은 일종의 역외 지역으로, 그 구역이 속한 국가의 법률이나 규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규칙 아래에서 운영된다. 즉 세금이 적거나 없고,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우며, 규제가 없고, 민주주의 또한 없다. 일종의 ‘자유시장 유토피아’인 셈이다.
슬로보디언은 구역을 ‘구멍’에 비유함으로써 자본주의가 민족국가의 영토에 구멍을 뚫어서 민주적인 관리 감독이 없는 예외 구역을 만들어 내고 있는 현상을 설명한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 이런 구멍을 내는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역사를 재구성해 낸다. 밀턴 프리드먼부터 피터 틸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시장 급진주의자들이 자본주의를 위한 완벽한 공간을 찾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 시작은 구역의 선지자이자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홍콩이다. 슬로보디언은 노조도, 대중 선거도 없지만 금융 기밀주의는 강력한 홍콩이 자본의 세계 자본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과정을 빠르게 훑는다. 특히 중국 반환 이후에도 홍콩에서는 정치적 자유보다 경제적 자유가 우선시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이러한 홍콩 모델이 중국 선전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구역 열풍’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밝힌다.
홍콩과 같은 구역은 매우 다양한 곳에,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슬로보디언은 크게 섬, 부족, 프랜차이즈 국가라는 의미심장한 세 부류로 나누어, 구역을 향한 움직임을 분석한다. 섬으로는 싱가포르, 런던 안의 카나리워프가 대표적이다. 홍콩과 싱가포르가 문자 그대로 섬이라면, 카나리워프는 육지 안의 섬이다. 홍콩과 싱가포르가 정치적 자유 없는 경제적 자유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 권위주의와 시장이 결합한 사례라면 카나리워프는 홍콩과 싱가포르로부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기획된 공간이다.
부족 범주는 슬로보디언의 통찰이 더욱 빛나는 분류다. 슬로보디언은 법률적 합의와 공동 거주를 통해 배타적인 집단을 이룬 사례들을 분석한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남아공의 인종 분리 지역인 반투스탄에서 추진된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움직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뒤를 이어 미국에서 추진된 인종차별적인 백인 중심 분리독립 운동, 극소국가 리히텐슈타인이 조세회피처가 되기까지 군주 한스아담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변화에 대한 분석이 이어진다.
프랜차이즈 국가라는 범주 역시 흥미롭다. 슬로보디언은 소말리아처럼 중앙정부가 없다시피 한 국가와, 두바이처럼 권위주의 정부가 나서서 국가의 기업화를 추진한 사례를 차례로 분석한다. 또한 마다가스카르섬, 온두라스, 에스토니아 등지에서 펼쳐진 무정부 자본주의 실험까지 추적한다. 그리고 마침내 영토성을 벗어나 ‘메타버스’라는 가상 세계에까지 손을 뻗은 시장급진주의자들을 끊임없는 시도를 설명한다.
풍부한 역사적 디테일과 도발적인 분석으로
시장급진주의자들의 모순과 빈틈을 간파하다
역사와 미래를 보는 시각을 바꿔 내는 역작
시장급진주의자들의 현대사를 빠르게 훑어 내려간 슬로보디언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간과한, 혹은 의도적으로 감춘 모순과 빈틈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예컨대 자유분방한 시장으로서 홍콩을 규정하는 이들의 논리에 맞서 홍콩이 사실상 경쟁이 거의 없는 자본가의 천국이라는 점을 밝힌다. ‘클라우드 국가’를 향한 시장급진주의자들의 꿈 앞에서는, 전력 과부하를 우려해 이미 많은 국가가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했음에도 그들이 자원 문제와 기후 위기에 침묵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슬로보디언의 날카로운 지적 앞에서 시장급진주의자들의 그럴듯한 논리가 가진 허점이 드러난다.
슬로보디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세계 곳곳에 수없이 다양한 구역을 만들어 내는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움직임은 때로 몽상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소말리아의 전통적 씨족 개념을 뒤틀거나, 중세 서양의 관습을 필요에 꿰맞추어 재해석하는 시도를 보고 있으면 이들이 매우 시대착오적인 집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슬로보디언이 경고하듯, 이들의 움직임은 단지 경제적 차원의 실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주권국가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슬로보디언은 구역을 향한 분절적 움직임은 세계를 역동적인 민간 정치체들로 바꾸는 것이 아니며 단지 한 줌의 국가자본주의 강대국의 지위를 강화해 줄 뿐임을 역설한다. 시장급진주의자들이 어떤 말로 포장하든 구역은 ‘국가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국가의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시장급진주의자들에게 구역이란 단지 경제적 목표를 위한 수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구적 차원의 정치 전체를 재조직하려는 열망이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_26쪽
역자 해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자유지상주의의 기나긴 여정
- 김승우(경북대학교 사학과 조교수)
『크랙업 캐피털리즘』을 통해 슬로보디언은 섬과 부족 그리고 프랜차이즈 국가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 민족국가에 구멍을 뚫고 부유하는 자유지상주의의 안식처 건설을 시도한 다양한 행위자들의 모습을 추적했다. 이 책에서 그는 런던, 홍콩, 싱가포르 같은 국제금융 중심지에서부터 남아공과 두바이, 소말리아 등 남반구 지역을 거쳐 메타버스와 클라우드라는 온라인 세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구역들의 역사를 분석한다. 주권을 전유하고 변주하여 민족국가로부터 벗어나 시장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자유지상주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든 주역들과 그들의 구체적인 전략을 추적한다.
역사적으로 자유지상주의는 민족국가라는 정치제도를 부정하거나 그에 도전해 왔다. 19세기 자유방임의 야경국가론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국가의 권력을 최소화하여 자본주의 시장 질서가 사익 추구의 원리에 따라 작동할 수 있도록 국가의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은 부정할 수 없는 시장실패를 보여 주었고 국가의 경제 개입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자유시장 질서의 후퇴 앞에서 미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유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보장할 수 있는 국가의 재구성을 꾀하면서 경제 논리를 교육이나 범죄와 같은 비경제적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법적 제도의 도입을 모색했다. 하지만 국가를 개조하려는 전면적인 시도는 항상 사회의 저항에 부딪혀 왔다. 민주주의와 사회적 요구 앞에서 시장 논리는 종종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옥죄고 있는 민족국가 속에서는 자유시장을 완벽하게 꽃피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급진적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그것에 구멍을 뚫는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왔다. 전면적인 도전이 아니라 조금씩 균열crack-up!을 가져오는 장기전을 택했다. 그 구멍에는 배타적이고, 민주주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을 유치하여 경제적 번영을 하는 것을 존재의 이유로 내세울 수 있는 구역을 만들었다. 동시에 구역은 국가 간의 차이를 이용한다. 세계화 시대라고들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 단일한 제도가 부재한 상황에서 자본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곳으로 흘러들어 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막대한 자본을 유치하게 된 구역은, 이면의 불평등과 착취를 뒤로하고 화려한 마천루와 부동산 호황을 내세우며 각국 정부에 구역을 설치하라고 유혹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민주주의가 질식사한 시장경제의 천국이었다.
홍콩, 싱가포르, 실리콘밸리에서 두바이까지
시장을 위한 완벽한 공간을 찾으려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을 추적한
현대 자본주의 역사 연구의 걸작
만약,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라는 제약’에서 탈출할 수 있다면? 국가 규제나 민주적 절차를 모두 제거한 ‘시장을 위한 완벽한 공간’을 건설할 수 있다면? 만약, 프랜차이즈 기업이 프랜차이즈 국가가 될 수 있다면? 1인 1표제 대신 지분을 많이 가진 주주의 뜻대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약, 이런 일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면?
초국가적 제도를 이용한 전 지구적 운동으로서 신자유주의의 역사를 파헤친 『글로벌리스트(Globalists)』로 일약 학계와 언론이 주목하는 역사학자로 떠오른 퀸 슬로보디언이 다음 행보로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역사를 추적한 책을 내놓았다. 출간 직후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포춘》 선정 2023년 올해의 논픽션에 오른 『크랙업 캐피털리즘』에서 슬로보디언은 역사학자다운 집요함으로, 주권국가에 ‘역외 구역’을 만들어 “민주주의 없는 자본주의”의 유토피아를 만들어 온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역사를 그려 냈다. 그리고 그 역사를 통해 지난 세기부터 지금까지 자본주의는 민주주의와 함께 발전해 왔다는 기존의 통념을 뒤집고, 세계는 통합을 향해 나아갔다는 고정관념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유럽연합 등으로 한쪽에서 통합이 추진되어 왔다면 한쪽에서는 분리와 예외를 향해 나아갔다. 세계 곳곳에 만들어진 경제특구, 수출가공구 등 이른바 ‘구역(zone)’들이 그런 움직임을 대표한다.
슬로보디언은 이렇게 주권국가에 ‘구역’이라는 ‘구멍’을 뚫어 주권국가의 간섭이나 민주주의의 압력에서 벗어나 자본의 탈출구를 만들려는 움직임을 크랙업 캐피털리즘, 즉 ‘균열(crack up)의 자본주의’라 명명한다.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구역이라 할 수 있는 홍콩과 싱가포르에서 시작해 런던, 실리콘밸리, 두바이, 소말리아 그리고 메타버스까지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열망이 쏟아진 곳을 차례차례 파헤친다. 그 역사적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때로 우스꽝스러울 정도인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움직임이 민주주의와 주권국가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지 알게 된다.
또한 『크랙업 캐피털리즘』 한국어판에는 한국어판 특별 저자 서문이 추가되어, 소수의 대기업 가문과 대규모 발전주의 프로그램을 추진한 국가의 긴밀한 협력에서 출발한 한국형 크랙업 캐피털리즘을 소개한다. 경제 논리를 앞세워 등장하고 있는 구역이 함의하고 있는 자유지상주의 정치를 파악한다면,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20년도 지나지 않은 오늘날, 급진적 자유주의라는 또 다른 유령이 끝없이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국가의 중요성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지상주의를 향한 열망은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주의 발전에 민주주의는 거추장스러울 뿐?
균열을 일으키는 자본주의, 크랙업 캐피털리즘
세계 곳곳에 만들어진 자본의 유토피아, 구역을 찾아서
전 세계에는 약 5400개 구역이 존재한다. 지난 10년 사이에만 새로운 구역이 1000여 개가 생겨났고 어떤 구역은 창고보다도 작다. 이런 구역은 일종의 역외 지역으로, 그 구역이 속한 국가의 법률이나 규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규칙 아래에서 운영된다. 즉 세금이 적거나 없고, 고용과 해고가 자유로우며, 규제가 없고, 민주주의 또한 없다. 일종의 ‘자유시장 유토피아’인 셈이다.
슬로보디언은 구역을 ‘구멍’에 비유함으로써 자본주의가 민족국가의 영토에 구멍을 뚫어서 민주적인 관리 감독이 없는 예외 구역을 만들어 내고 있는 현상을 설명한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 이런 구멍을 내는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역사를 재구성해 낸다. 밀턴 프리드먼부터 피터 틸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시장 급진주의자들이 자본주의를 위한 완벽한 공간을 찾는 과정을 따라간다.
그 시작은 구역의 선지자이자 원형이라 할 수 있는 홍콩이다. 슬로보디언은 노조도, 대중 선거도 없지만 금융 기밀주의는 강력한 홍콩이 자본의 세계 자본의 중심지로 부상하는 과정을 빠르게 훑는다. 특히 중국 반환 이후에도 홍콩에서는 정치적 자유보다 경제적 자유가 우선시되었다는 사실과 함께, 이러한 홍콩 모델이 중국 선전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구역 열풍’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밝힌다.
홍콩과 같은 구역은 매우 다양한 곳에,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슬로보디언은 크게 섬, 부족, 프랜차이즈 국가라는 의미심장한 세 부류로 나누어, 구역을 향한 움직임을 분석한다. 섬으로는 싱가포르, 런던 안의 카나리워프가 대표적이다. 홍콩과 싱가포르가 문자 그대로 섬이라면, 카나리워프는 육지 안의 섬이다. 홍콩과 싱가포르가 정치적 자유 없는 경제적 자유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사례, 권위주의와 시장이 결합한 사례라면 카나리워프는 홍콩과 싱가포르로부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기획된 공간이다.
부족 범주는 슬로보디언의 통찰이 더욱 빛나는 분류다. 슬로보디언은 법률적 합의와 공동 거주를 통해 배타적인 집단을 이룬 사례들을 분석한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 남아공의 인종 분리 지역인 반투스탄에서 추진된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움직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 뒤를 이어 미국에서 추진된 인종차별적인 백인 중심 분리독립 운동, 극소국가 리히텐슈타인이 조세회피처가 되기까지 군주 한스아담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변화에 대한 분석이 이어진다.
프랜차이즈 국가라는 범주 역시 흥미롭다. 슬로보디언은 소말리아처럼 중앙정부가 없다시피 한 국가와, 두바이처럼 권위주의 정부가 나서서 국가의 기업화를 추진한 사례를 차례로 분석한다. 또한 마다가스카르섬, 온두라스, 에스토니아 등지에서 펼쳐진 무정부 자본주의 실험까지 추적한다. 그리고 마침내 영토성을 벗어나 ‘메타버스’라는 가상 세계에까지 손을 뻗은 시장급진주의자들을 끊임없는 시도를 설명한다.
풍부한 역사적 디테일과 도발적인 분석으로
시장급진주의자들의 모순과 빈틈을 간파하다
역사와 미래를 보는 시각을 바꿔 내는 역작
시장급진주의자들의 현대사를 빠르게 훑어 내려간 슬로보디언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이 간과한, 혹은 의도적으로 감춘 모순과 빈틈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예컨대 자유분방한 시장으로서 홍콩을 규정하는 이들의 논리에 맞서 홍콩이 사실상 경쟁이 거의 없는 자본가의 천국이라는 점을 밝힌다. ‘클라우드 국가’를 향한 시장급진주의자들의 꿈 앞에서는, 전력 과부하를 우려해 이미 많은 국가가 비트코인 채굴을 금지했음에도 그들이 자원 문제와 기후 위기에 침묵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슬로보디언의 날카로운 지적 앞에서 시장급진주의자들의 그럴듯한 논리가 가진 허점이 드러난다.
슬로보디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세계 곳곳에 수없이 다양한 구역을 만들어 내는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움직임은 때로 몽상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래서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소말리아의 전통적 씨족 개념을 뒤틀거나, 중세 서양의 관습을 필요에 꿰맞추어 재해석하는 시도를 보고 있으면 이들이 매우 시대착오적인 집단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슬로보디언이 경고하듯, 이들의 움직임은 단지 경제적 차원의 실험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주권국가와 민주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슬로보디언은 구역을 향한 분절적 움직임은 세계를 역동적인 민간 정치체들로 바꾸는 것이 아니며 단지 한 줌의 국가자본주의 강대국의 지위를 강화해 줄 뿐임을 역설한다. 시장급진주의자들이 어떤 말로 포장하든 구역은 ‘국가로부터의 해방’이 아니라 ‘국가의 도구’일 뿐이다.
우리는 시장급진주의자들에게 구역이란 단지 경제적 목표를 위한 수단이었을 뿐만 아니라 지구적 차원의 정치 전체를 재조직하려는 열망이었음을 이해해야 한다. _26쪽
역자 해제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자유지상주의의 기나긴 여정
- 김승우(경북대학교 사학과 조교수)
『크랙업 캐피털리즘』을 통해 슬로보디언은 섬과 부족 그리고 프랜차이즈 국가와 같은 다양한 형태로, 민족국가에 구멍을 뚫고 부유하는 자유지상주의의 안식처 건설을 시도한 다양한 행위자들의 모습을 추적했다. 이 책에서 그는 런던, 홍콩, 싱가포르 같은 국제금융 중심지에서부터 남아공과 두바이, 소말리아 등 남반구 지역을 거쳐 메타버스와 클라우드라는 온라인 세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구역들의 역사를 분석한다. 주권을 전유하고 변주하여 민족국가로부터 벗어나 시장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자유지상주의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든 주역들과 그들의 구체적인 전략을 추적한다.
역사적으로 자유지상주의는 민족국가라는 정치제도를 부정하거나 그에 도전해 왔다. 19세기 자유방임의 야경국가론에서는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국가의 권력을 최소화하여 자본주의 시장 질서가 사익 추구의 원리에 따라 작동할 수 있도록 국가의 역할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930년대 대공황은 부정할 수 없는 시장실패를 보여 주었고 국가의 경제 개입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자유시장 질서의 후퇴 앞에서 미국의 신자유주의자들은 자유시장의 원활한 작동을 보장할 수 있는 국가의 재구성을 꾀하면서 경제 논리를 교육이나 범죄와 같은 비경제적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법적 제도의 도입을 모색했다. 하지만 국가를 개조하려는 전면적인 시도는 항상 사회의 저항에 부딪혀 왔다. 민주주의와 사회적 요구 앞에서 시장 논리는 종종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옥죄고 있는 민족국가 속에서는 자유시장을 완벽하게 꽃피울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급진적 자유지상주의자들은 그것에 구멍을 뚫는 새로운 전략을 들고나왔다. 전면적인 도전이 아니라 조금씩 균열crack-up!을 가져오는 장기전을 택했다. 그 구멍에는 배타적이고, 민주주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다양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을 유치하여 경제적 번영을 하는 것을 존재의 이유로 내세울 수 있는 구역을 만들었다. 동시에 구역은 국가 간의 차이를 이용한다. 세계화 시대라고들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 단일한 제도가 부재한 상황에서 자본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곳으로 흘러들어 가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막대한 자본을 유치하게 된 구역은, 이면의 불평등과 착취를 뒤로하고 화려한 마천루와 부동산 호황을 내세우며 각국 정부에 구역을 설치하라고 유혹하고 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민주주의가 질식사한 시장경제의 천국이었다.
추천평
출간 즉시 정치 고전이 된 책. 자본가들이 부를 쌓고 민주적 자결권을 몰아내기 위해 어떻게 국가 거버넌스에 구멍을 뚫는지 생생하게 보여 준다. 소설이라 하기에도 너무나 이상한 인물들로 가득하고 생동감 넘치는 『크랙업 캐피털리즘』은, 신자유주의를 연구하는 선도적인 역사학자로서 슬로보디언의 명성을 확증해 준다.
- 새뮤얼 모인 (Samuel Moyn,예일대학교 역사학 교수, 『충분하지않다』 저자)
- 새뮤얼 모인 (Samuel Moyn,예일대학교 역사학 교수, 『충분하지않다』 저자)
리히텐슈타인에서 소말리아, 홍콩, 실리콘밸리까지, 역외 지역이 어떻게 자본주의에 ‘국가라는 한계’와 ‘민주주의라는 제약’으로부터의 탈출을 약속하는지 폭로한다. 계시적이다. 뛰어난 전작 『글로벌리스트』를 잇는 훌륭한 책.
- 애덤 투즈 (Adam Tooze, 컬럼비아대학교역사학교수, 『붕괴』 『셧다운』저자)
- 애덤 투즈 (Adam Tooze, 컬럼비아대학교역사학교수, 『붕괴』 『셧다운』저자)
구역, 섬, 극소국가, 외부인 출입 제한 거주지, 사이버공간이 지구를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는지 보여 준다. 이들이 예고하는 자본주의의 미래는 국경 없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민주주의가 먼 꿈이 된, 사법권 붕괴 벨트이다.
- 대니얼 임머바르 (Daniel Immerwahr, 노스웨스턴대학교 역사학 교수, 『미국, 제국의연대기』 저자)
- 대니얼 임머바르 (Daniel Immerwahr, 노스웨스턴대학교 역사학 교수, 『미국, 제국의연대기』 저자)
훌륭하다. 민주주의 논쟁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책이다.
- 웬디 브라운 (Wendy Brown,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정치학 교수, 『관용』 저자)
- 웬디 브라운 (Wendy Brown,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 정치학 교수, 『관용』 저자)
슬로보디언은 설득력 있는 주장과 문체로 ‘민주주의 없는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전 세계의 상호 연결된 구역 5400여 개를 폭로한다. 런던에서 홍콩, 싱가포르에서 남아공에 이르기까지, 권력자들은 경찰이나 규칙, 관료 또는 국경을 없애지 않았다. 그들은 선거와 민중 통제를 없앴고, 미래의 봉건주의를 창조해 냈다.
- 코리 로빈 (Corey Robin, 브루클린대학교 정치학 교수, 『보수주의자들은 왜?』 저자)
- 코리 로빈 (Corey Robin, 브루클린대학교 정치학 교수, 『보수주의자들은 왜?』 저자)
시장급진주의자들의 오만을 매혹적으로 설명하는 책. 그들은 처음엔 세계의 정치 지형을 변화시켰고 이제는 물질세계를 포기함으로써 자본주의를 민주주의로부터 해방시키려 하고 있다. 슬로보디언은 이 중요한 이야기를 열정적이고 통찰력 있게 들려준다.
- 헬렌 톰슨 (Helen Thompson,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치학 교수, 『무질서Disorder』 저자)
- 헬렌 톰슨 (Helen Thompson, 케임브리지대학교 정치학 교수, 『무질서Disorder』 저자)
이 예리하고 사악할 정도로 재미있는 책은 자유주의적이고 무정부주의적인 자본주의 세계에서 롤플레잉게임을 하는 사람들, 블로거, 사기꾼에게 꼭 필요한 현장 가이드이자, 그들의 환상이 실현될 날이 생각보다 머지않았다는 경고이며, 민주주의를 보존하고 확장하기 위한 집단행동을 촉구하는 명료한 선언이다.
- 세라 자페 (Sarah Jaffe, 작가,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저자)
- 세라 자페 (Sarah Jaffe, 작가, 『일은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저자)
매우 설득력 있다. 이전의 모든 지도를 버릴 준비를 하라.
- 라나 다스굽타 (Rana Dasgupta, 작가, 『자본Capital』 저자)
- 라나 다스굽타 (Rana Dasgupta, 작가, 『자본Capital』 저자)
우리 시대의 가장 깊은 정치적 흐름을 표면으로 드러내는 매력적이고 중요한 책. 역사를 통해 현재를 조명하는 모범적인 책으로, 우리가 현대 세계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을 재검토하도록 이끈다.
- 하리 쿤즈루 (Hari Kunzru, 작가, 『하얀 눈물White Tears』 『빨간 약Red Pill』 저자)
- 하리 쿤즈루 (Hari Kunzru, 작가, 『하얀 눈물White Tears』 『빨간 약Red Pill』 저자)
눈길을 사로잡는 사례 연구를 통해 급진적인 자본주의의 미래를 추구하려는 강력한 움직임에 대해 경고한다.
- 파이낸셜타임스
- 파이낸셜타임스
중요한 현상을 폭로함으로써 대단한 공헌을 했다.
- 가디언
- 가디언
흥미진진하다. 구역에 대한 생생한 설명은 우리의 정치 시스템이 더 이상 민주적이라 할 수 없는 이유를 보여 준다. (……) 슬로보디언은 우리에게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현실underthrow을 일깨워 준다. 분권화는 민주주의의 구원이 아니라 해체를 위한 전략이다.
- 로스앤젤레스리뷰오브북스
- 로스앤젤레스리뷰오브북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본주의에 대해 전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할 수 없다. (……) 『크랙업 캐피털리즘』은 지배계급의 통치 방식을 둘러싼 현재의 투쟁에 관한 중요한 지침서다. 슬로보디언은 궁극적으로 시스템에 균열이 있는지, 아니면 균열이 곧 시스템인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 자코뱅
- 자코뱅
'31.사회학 연구 (독서>책소개) > 10.사회사상(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디어와 시대정신의 탄생 (2024) - 20세기 미디어 사상사 (0) | 2024.07.06 |
---|---|
공평사회 (2023) - 공정과 평화를 향한 길을 찾다 (0) | 2024.07.05 |
지금 여기 함께 있다는 것 (2024) - 분배에 관한 인류학적 사유 (0) | 2024.07.03 |
오늘날 혁명은 왜 불가능한가 (2024) - 모두가 똑같고 모두가 고립된 세상에서 (0) | 2024.06.28 |
크랙업 캐피털리즘 (2024) - 시장급진주의자가 꿈꾸는 민주주의 없는 세계 (0) | 2024.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