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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이란 무었인가 : 기원과 구조

동방박사님 2021. 11. 2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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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원장 박명규)은 한국연구재단 인문한국(HK) 사업의 일환으로 2010년 12월부터 시작한 한반도발 ‘평화인문학’ 장기 연구 사업이자 ‘평화학 시리즈’ 네 번째 기획 총서로 [폭력이란 무엇인가: 기원과 구조]를 내놓게 되었다.

통일평화연구원은 “평화인문학은 21세기 인류에 필요한 평화의 총체성을 구현하기 위한 종합적인 지식 체계이다. 당연히 사회과학과 인문학, 자연과학과 예술까지 포함하는 것이고, 우리의 삶의 자세를 성찰하는 실천적인 영역에까지 관심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목차

서문 폭력과 평화인문학

1부 폭력의 이론들
1장 폭력의 근대적 기원 : 법, 권력, 폭력의 함수관계
2장 지구화 시대의 폭력 : 폭력과 경계
3장 탈폭력적 폭력 : 신자유주의 시대 폭력의 유형
4장 종교근본주의의 폭력적 구조

2부 폭력의 현상들
5장 테러(리즘) : 폭력의 경제와 타락
6장 비 국민과 국가폭력:
제노사이드의 단계적 메커니즘과 국민보도연맹사건 1945~50
7장 네이션과 폭력 : 아시아 민족주의의 아포리아와 타고르
8장 폭력의 시대, 공존의 윤리 : 젠더와 폭력
 

출판사 리뷰

이번 평화인문학 기획 총서의 키워드는 ‘폭력’이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이한 탓인지 유엔, 바티칸, 유럽 등 곳곳에서 평화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평화를 위협하는 폭력의 위세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비무장지대를 둘러싸고 첨단무기를 동반한 대립, 도발, 비난이 그치지 않았고 폭력과 증오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마그마처럼 내부에서 꿈틀대고 있음을 본다. 평화헌법을 수정하려는 일본의 움직임과 평화를 내세운 중국의 대국굴기 사이에서 동북아의 평화도 그 앞날이 예사롭지 않다. 불과 얼마 전 아랍의 봄을 노래했던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종교 간, 종족 간, 정파 간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고 테러와 군사충돌의 악순환이 심화되고 있다. 급기야 시리아 내전은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난민으로 내몰아 목숨을 건 지중해로의 탈출이라는 대참극을 불러오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폭력의 본질과 현상에 대한 근원적 탐색으로부터 평화형성의 인문적 토대를 찾아보려는 노력의 소산으로 총 2부, 각 4편의 글로 이루어진다. 1부는 폭력의 근대적 기원으로서 법과 국가권력이 폭력과 맺는 관계, 21세기 폭력을 구조화하는 지구화와 신자유주의, 종교근본주의에 대한 이론적 고찰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2부는 이러한 폭력의 기원과 구조가 테러리즘, 제노사이드, 민족주의, 젠더 관련 현상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발현되는지 조명하는 글들로 구성된다.
먼저 1부 첫 번째 글인 ?폭력의 근대적 기원: 법, 권력, 폭력의 함수관계?는 법이나 국가권력 등 대표적인 문명화 기제에 구조적으로 내장된 폭력의 문제를 다룬다. 책을 여는 글이니만큼 폭력 개념 자체를 천착하는 데에 집중한다. 두 번째 글 ?지구화 시대의 폭력: 폭력과 경계?는 21세기 폭력의 새로움을 탈경계화와 재경계화의 지향이 모순적으로 공존하는 지구화의 조건 속에 규명한다. 특히 이는 대표적인 탈근대 이론가인 발리바르, 데리다, 아감벤의 폭력론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이루어진다. ?탈폭력적 폭력: 신자유주의 시대 폭력의 유형?과 ?종교근본주의의 폭력적 구조?는 지구화 시대에 가장 문제적이면서도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두 폭력현상의 근원을 이론적으로 조명한 글이다. 다음으로 1부에서 제시된 폭력의 기원적 구조와 직결되는 폭력현상을 다루는 2부는 ?테러(리즘): 폭력의 경제와 타락?으로 시작한다. 필자는 테러를 (국가)권력이 폭력을 구사하는 기술과의 연관 속에서 조명하는 한편, 폭력의 경제학과 타락의 위험 사이에 놓인 폭력의 딜레마를 테러와 테러리즘, 국가권력과 국가폭력의 상호전이를 통해 논증한다. ?비국민과 국가폭력: 제노사이드의 단계적 메커니즘과 국민보도연맹사건 1945~50?은 국가 테러리즘이 어떻게 현상하는지를 대한민국 수립 시기 공산주의자를 대상으로 자행된 제노사이드를 통해 생생히 보여 준다. ?네이션과 폭력: 아시아 민족주의의 아포리아와 타고르?는 민족주의의 폭력성을 아시아의 맥락에서 인도 시인 타고르의 사상과 예술작품을 통해 조명한다. ?폭력의 시대, 공존의 윤리: 젠더와 폭력?은 젠더구조 속에 나타나는 폭력의 논리와 그를 넘어설 공존의 윤리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폭력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기본적으로 평화학, 나아가 평화인문학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전통적 평화학에서 ‘평화’는 ‘전쟁(직접적 폭력)이 없는 상태’로, 1960년대 이후 비판적 평화학에서는 ‘여하한 폭력의 부재’, 즉 ‘직접적 폭력은 물론, 구조적·문화적 폭력이 없는 상태’로 규정된다. 이처럼 현대 평화학의 ‘평화’ 개념이 ‘…한 폭력의 부재’로 제시된다는 점에서 평화학은 폭력의 발생 원인, 조건, 유형, 극복, 방지 등을 다루는, 폭력에 대한 학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평화학은 결국 ‘평화와 폭력의 관계에 대한 학문’인바,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는 앞서 언급한 바 있는 평화와 폭력의 상호구성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평화라는 이름의 폭력, 폭력을 요구하는 평화 등 시공과 맥락, 판단주체에 따라 서로 이름표를 바꿀 수 있는 평화와 폭력의 상호성은 ‘폭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평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레 이어지게 함으로써 평화와 폭력을 둘러싼 주어진 자명성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이는 평화학의 근본 과제와도 직결된다. 세계 평화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갈퉁(Johan Galtung)은 언젠가 한 글에서 평화연구자의 임무를 ‘누군가에 의해 이미 내려진 결론, 이미 취해진 입장을 전달하거나 합법화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는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는 평화학의 사명일 뿐 아니라 인문학의 본령이기도 하다. 인문학의 힘은 이면을 들여다보는 깊이에서 나온다. 이면을 본다는 것은 익숙한 것, 당연한 것, 합의된 것을 낯설게 하고, 의심하고, 되짚어보는 일이다. 또한 이는 표면 뒤로 기각되고 삭제된 타자에게 말을 건네 그를 불러 올리는 행위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책은 폭력의 타자, 또는 평화의 타자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타자를 통해 평화학과 인문학이 연대하는 바로 이 지점에서 평화인문학이 시작되며, 우리의 폭력 연구가 그 시작을 위한 작은 출발이나마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