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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인들 (2023) - 서로마 몰락부터 종교개혁까지, 중세 천년사를 이끈 16개 세력

동방박사님 2023. 11. 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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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서양 중세를 움직인 이들은 누구였는가?
다재다능한 베스트셀러 역사 저술가 댄 존스의 색다른 중세 천년사

오랫동안 서양 중세는 고대와 근대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여 있는 시기에 불과하고 야만성이 지배한 ‘암흑시대’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근래에 중세의 진면모를 찾는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편견은 많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제는 중세사를 오롯이 즐길 차례가 되었다. 중세사를 오랫동안 연구하고 다수의 책을 펴낸 댄 존스는 로마인·프랑크인·아라비아인·몽골인 등 당대를 주름 잡은 민족을 비롯해 수행자·기사·건축가 등 중세를 상징하는 다양한 세력들의 활약과 흥망성쇠를 따라 천 년이 넘는 역사를 눈앞에 생동감 있게 펼쳐낸다. 410년 로마 약탈에서 시작해 1527년의 로마 약탈로 끝나며 대칭을 이루는 신선한 구성, 베스트셀러 저술가다운 흡인력 있는 스토리텔링은 단연 압권이다. 그 위에서 간결한 필치를 따라 로마의 붕괴, 이방인의 이주, 이슬람 제국의 부상, 초강대국 몽골, 수백만 명을 몰살시킨 전염병의 창궐, 종교개혁 등 핵심 주제가 서로 맞물리며 중세사라는 거대한 퍼즐이 완성된다. 나아가 기후 변화, 대량 이주, 유행병, 기술 변화 등 중세와 오늘날과의 접점을 발견하며 번뜩이는 통찰을 제공한다.

목차

머리말

1부 제국 | 410년경부터 750년경까지

1장 로마인들
기후와 정복 | “그들은 황무지를 만들어놓고 이를 평화라 부른다” | 시민과 이방인 | 판매되는 영혼 | 로마화 | 다신에서 일신으로 | 유산

2장 이방인들
“가장 무시무시한 전사들” | 초반의 승리 | 돌아온 폭풍우 | 폭군의 등장 | 아틸라에서 오도아케르로 | 종국

3장 동로마인들
유스티니아누스와 테오도라 | 법전과 이단 | 폭동과 쇄신 | 반달족 격파 | ‘신의 가르침’ | 모든 것이 무너지다 | 유스티니아누스 이후

4장 아라비아인들
신앙의 탄생 | ‘올바르게 인도된’ 할리파 | 피트나 | 우마이야 왕조 | 검은 기가 오르다

2부 지배권 | 750년경부터 1215년경까지

5장 프랑크인들
메로빙 왕조와 카롤링 왕조 | ‘유럽의 아버지’ | 왕에서 황제로 | 제국의 분열 | 노르드인의 도래 | 노르드인에서 노르만인으로

6장 수행자들
사막에서 산꼭대기로 | 전성기로 가는 길 | 천국으로 가는 길 | 콤포스텔라와 클뤼니 III | 새로운 청교도

7장 기사들
창과 등자 | ‘엘시드’ | 롤랑과 아서 | 허구보다 더 낯선 | 기사의 유산

8장 십자군들
우르바누스 2세 | 1차 십자군 | 하늘의 왕국 | 재림 | ‘혐오스러운 일’ | 내부의 적 | 도처의 십자군

3부 부활 | 1215년경부터 1347년경까지

9장 몽골인들
칭기스 칸 | 칸들의 행진 | ‘타타르인’ 속에서 | 제국의 분열 | 칸들의 최후

10장 상인들
불경기와 호경기 | 공화국의 등장 | 하얀 금 | 돈과 권력 | ‘딕’ 위팅턴

11장 학자들
신의 말 | 번역과 문예부흥 | 대학의 부상 | 중세의 ‘깨어남’

12장 건설자들
웨일스 정복 | 유럽 요새 | 하늘과 땅 사이 | 링컨 대성당 | 뾰족탑에서 돔으로

4부 혁명 | 1348년경부터 1527년경까지

13장 생존자들
얼음과 세균 | 홍수 이후 | ‘흙 속의 벌레’ | 피의 여름 | “꺼져라, 반역자들! 꺼져라!”

14장 쇄신자들
첫 번째 인본주의자 | 좋은 것, 나쁜 것, 사랑스러운 것 | ‘만능 천재’ | 황금시대

15장 항해자들
성인, 노르드인, 항해자 | 크리스토포로 콜롬보 | 인도로, 그 너머로 | 일주의 완성

16장 개신교도들
면죄부 추문 | 〈95개조 반박문〉 | 왕들의 판정 | ‘흉악한 도둑 떼’ | 로마 약탈

옮긴이의 말

참고문헌
도판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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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댄 존스 (Dan Jones)
영국의 베스트셀러 역사 저술가이자, 매체를 넘나들며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역사 크리에이터. 케임브리지대학 펨브로크컬리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영국 왕립 역사학회의 회원이다. 예리한 시선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았고, 영국에서 중세사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킨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은 책으로 《피의 여름: 1381년 농민 반란》, 《플랜태저넷: 영국을 만든 왕들》, 《할로우 크라운: 장미 전쟁...
 
역 : 이재황
 
서울대 동양사학과에서 공부하고, 한국방송(KBS)·내외경제(현 헤럴드경제)·중앙일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역사와 언어·문자 등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재편집해 번역한 『태조·정종본기』, 『태종본기』(3권)를 펴냈으며,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한자의 기원에 관한 글 『한자가 그렇게 만들어졌다고?』를 연재하고 『한자의 재발견』, 『가장 빨리 외워지는 한자책』, 『기발한 한자사전』, 『처음...

책 속으로

여러 대륙과 여러 세기를 휩쓸고 다닐 것이고, 때로는 무서운 속도를 내기도 할 것이다. 훈족의 왕 아틸라부터 잔 다르크까지 수많은 남자와 여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역사의 적어도 10여 개 분야(전쟁과 법에서 미술과 문학에 이르기까지)에 무모하게 뛰어들게 될 것이다. 나는 몇몇 거창한 질문도 할 것이다. 중세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누가 지배했을까? 권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사람들의 삶을 규정지은 큰 세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중세는 어떻게 지금 우리가 아는 세계를 규정(만약 그랬다면)지었을까?
--- p.14~15, 「머리말」중에서

5세기 말이 되면 서쪽의 로마 제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18세기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은 이렇게 썼다. “(그것은) 영원히 기억될 혁명이었고, 아직도 지구상의 각국이 그것을 느끼고 있다.” 서로마 제국의 쇠락과 멸망은 역사가들이 수백 년 동안 다루어온 역사 현상이다. 로마의 유산은 언어와 풍광, 법과 문화에 찍혀 심지어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마가 21세기의 우리에게 아직도 의미가 있다면 중세에는 그 영향력이 더 컸을 것이다.
--- p.26, 「1장 로마인들」중에서

370년 훈족이 볼가강을 건너고 난 뒤 100여 년 동안은 정말로 이상스럽고 요동치는 시기였다. 기후 변동과 인간 이주의 압도적인 힘에 모든 것이 뒤집어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회, 야망, 개인의 작용이라는 통상적이고 임의적인, 우연한 역사의 동인에 더해진 것이었다. 당시 사람들에게 삶은 당혹스럽게 느껴질 수 있었고, 그러므로 4~6세기의 작가들이 나중에 중세 서방 전역에서 널리 유행하게 되는 은유에 의지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바로 ‘운명의 바퀴’ 비유다.
--- p.111, 「2장 이방인들」중에서

정확한 수치는 결코 알 수 없을 테지만, 이 무서운 질병은 아마도 수백만 명, 어쩌면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을 것이다. … 유스티니아누스 전염병이 그 자체만으로 세계를 변화시킨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 책의 이전 장이 끝난 520년대에서 다음 장이 시작되는 620년대 사이에 일어난 변화와 개혁, 재편과 선두 경쟁이라는 더 큰 이야기에서 중요한 부분이었다. … 첫 번째 세계적 유행병과 아울러 세계적 기후 충격에 시달렸던 이 시기에 이후 100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지중해 세계에 영향을 미칠 정치 현실과 사고 유형이 만들어졌다.
--- p.116~117, 「3장 동로마인들」중에서

중세에 중요하고 지속적이었던 사실 가운데 하나는 동방의 이슬람 세계와 서방의 기독교 세계가 점점 더 서로에 대해 모르고 적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지금 우리가 다루는 이 시기에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우마이야 왕조는 서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서부 지중해 문제에도 투자하고 직접 관여했다. 이 이른바 문명 분기는 오늘날 극우파와 전 세계의 다양한 종류의 극단주의자가 즐겨 인용하는 말이다. 그것은 적어도 일부는 8세기에 뿌리를 둔 사건들로 인해 생겨난 것이다.
--- p.214, 「4장 아라비아인들」중에서

중세의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정리하는 이 대단한 위업을 이루기 위해 아헨의 필사공들은 ‘카롤링 소문자체’로 알려진 새로운 서체를 개발했다. 서체는 매우 알아보기 쉽고 띄어쓰기가 잘되어 있으며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대·소문자와 구두점을 자유롭게 사용했는데, 드넓은 카롤링 영토 전역의 어느 곳에 있는 식자라도 읽을 수 있는 필사본을 만들려는 의도에서 설계되었다. 오늘날 특정 글자체와 코딩언어가 모든 주류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두루 읽힐 수 있도록 설계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 p.243, 「5장 프랑크인들」중에서

클뤼니는 여러 세대 동안 정치적 경계를 넘는 희귀한 정도의 연성’ 권력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클뤼니의 조직은 보다 일반적인 수도원 폭발을 선도했으며 기독교 세계의 문화 생활을 재충전하고 개조해 종교 의례뿐만 아니라 교육, 건축, 미술, 음악까지도 변화시켰다. 모든 것의 전형적인 사례는 클뤼니 자체다.
--- p.278~279, 「6장 수행자들」중에서

792~793년에 샤를마뉴는 모든 기병이 적을 향해 던지는 투창 형태가 아니라 적을 찌를 수 있는 창을 소지하도록 명령하는 법을 만들었다. 이것은 매우 효율적인 것으로 드러나, 이후 200년 동안 서방 중세 군대에서 창을 휘두르는 기병은 점점 더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그런 사람을 가리키는 라틴어가 밀레스(m?les)였고, 고대 독일어로는 크네흐트(kneht)였다. 11세기에 이 단어가 크니흐타스(cnihtas)라는 형태로 고대 영어에 들어왔고, 지금 ‘기사’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나이트 knight는 여기에서 나왔다.
--- p.327~328, 「7장 기사들」중에서

예루살렘을 한 달 정도 포위하고 있던 십자군은 7월 15일 금요일에 도시 성벽 두 군데를 무너뜨렸다. 그들은 1년 전 안티오케이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안으로 달려 들어가 도시를 도륙냈다. 기독교 쪽의 역사 기록자들도 그 공포를 숨길 수 없었다. 그들은 종말의 날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들을 묘사했다. 총독 앗다울라는 거래를 하고 도망쳤다. 그 뒤로, 4년에 걸친 원정에서 많은 것을 참아야 했던 전사 순례자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진해 닥치는 대로 야만적인 약탈과 학살을 자행했다. 아길레르의 레몽은 이렇게 썼다. “일부 이교도는 자비롭게도 목이 잘렸다. 어떤 사람은 화살에 꿰이거나 탑에서 떨어졌다. 또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고문을 당하고 거센 불길에 타 죽었다. 머리와 손과 발이 무더기로 민가와 거리에 널려 있었다. 정말로 사람과 기사가 시체 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 뜻밖에도 동로마와 예루살렘을 공격한다는 우르바누스 2세의 무모한 계획은 성공을 거두었다. ‘프랑크인’이 동방에 진출했다. 그들은 200년 가까이 그곳에 머물게 된다.
--- p.389~390, 「8장 십자군들」중에서

200년도 되지 않는 사이에 몽골인은 동부 스텝에서 날뛰어 전체 유라시아 세계를 지배하다가 안으로부터 파열하고 잠시 재통합했다가 다시 분해되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참으로 이상하며, 그리고 아마도 중세 전체를 통틀어 가장 잔혹한 이야기일 것이다. 칭기스 칸이 개척하고 완성한, 그리고 테무르가 능숙하게 모방한 몽골의 정복 방식은 20세기의 공포 독재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권위적인 지배자가 발광한 개인적 야망에, 그리고 이데올로기를 비현실적으로 전 세계에 널리 퍼뜨린다는 목표에 이바지하기 위해 수백만 명의 민간인이 무분별하게 살해되었다. 그저 역사상대주의로 탕감할 수 없는 지독한 유혈 충동 및 잔인성과 함께 몽골인은 또한 세계의 모습을 심각하게 바꿔놓았다. 좋고 나쁜 양쪽으로 모두 말이다. … 그들의 중앙아시아, 페르시아, 키이우루시 재편은 19세기의 어떤 제국주의적 팽창만큼이나 무자비했다. 그러나 19세기의 식민지 쟁탈전과 마찬가지로 세계 지도상에서의 몽골의 잔혹한 발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무역 및 정보망을 열었고 그것이 서방의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를 이끌었다.
--- p.479~481, 「9장 몽골인들」중에서

돈을 옮기는 문제는 중세 금융업자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 가운데 하나였다. 이른바 ‘환어음’을 바탕으로 작동되는 현금 없는 계좌 이체 체계의 발명을 통해서다. 이는 거친 비유를 사용하자면 중세의 여행자수표로, 소지자에게 일정량의 돈을 발행지에서 멀리 떨어진 목적지에서, 그리고 때로는 다른 통화로 지불할 것을 약속했다. 신전기사단은 12~13세기에 선구적으로 이를 사용했다. 전표를 만들어 동방으로 가는 순례자가 고국에 있는 자신의 재산과 자산을 담보로 성지에 있는 기사단 시설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한 것이다. 이탈리아 은행가는 이를 광범위하게 이용했다.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이런 종류의 금융 수단은 지금의 우리에게는 하찮은 것이다. 그러나 중세에 이는 정말로 혁명적인 것이었다. 신용을 먼 거리 밖으로 옮기는 안전한 방법일 뿐만 아니라 도장과 암호 사기로부터도 안전할 수 있었다.
--- p.508, 「10장 상인들」중에서

전통적인 연구의 중심지(수도원과 성당 학교) 안에서 12세기에는 생산된 서적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꼼꼼하게 작업한 고대 문헌의 라틴어판이었다. 기독교 성서는 물론이고 교부의 저작, 교회에서 사용하는 전례서, 중세 초 천재인 보에티우스, 세비야의 이시도로, ‘가경자’ 베다 등의 저작이었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이제 아리스토텔레스와 에우클레이데스, 갈레노스와 프로클로스의 저작도 나타났다. 로마의 베르길리우스, 오비디우스, 루카누스, 테렌티우스 같은 시인과 키케로, 카토, 세네카 같은 웅변가의 저작은 물론 번역이 필요치 않았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관심은 되살아났고, 그들의 저작은 필사되고 중세 문법학자에게 연구되었다. 이들 문법학자는 고전 라틴어를 분석하고 자기네의 발견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언어학편람을 만들었다.
--- p.555, 「11장 학자들」중에서

13~14세기는 서방에서 기념비적 건축물의 황금기였다. 이때 세계 역사상 가장 대표적인 건물 가운데 일부가 세워졌다. 이것들은 민간 및 군대의 건축가가 설계하고, 중력을 극복하고 뾰족탑과 탑을 하늘 높이 치솟게 하는 새로운 방법을 탐구한 석공장이 시공했다. 이것들은 부, 권력, 신앙심, 통치권이 한데 어우러진 이야기를 전한다. 이 시기에 건설된 성과 고딕 양식 성당과 환락 장소 다수는 여전히 남아 인기 있는 관광 명소 구실을 하고 있다. 그 실루엣은 사실상 중세와 동의어가 되었다. 중세 권력에 대한 어떤 연구도 이 영광스러운 돌의 시대를 언급하지 않는다면 완전할 수 없을 것이다.
--- p.581, 「12장 건설자들」중에서

흑사병은 결코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었다. 단순한 역학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길고 지루한 유행병으로 유럽 인구의 거의 절반을 죽이고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희생자를 냈으며, 수십 년 동안 대중의 상상력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리고 서방의 인구, 정치 ·사회 구조, 태도 및 관념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했다. 이 전염병은 어떤 의미에서 일시적이고 ‘검은 백조’처럼 희귀한 재난이었지만, 14세기 서방 사회의 약점과 취약성을 드러내고 생존자에게 자기네가 (어떤 기적에 의해) 매달려 사는 세계의 변화를 모색하도록 직 ·간접적으로 자극했다. 흑사병은 추수꾼의 낫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새 빗자루이기도 했다. 그것은 14세기를 확 쓸어버렸다. 그리고 쓸어버린 뒤에는 예전과 같은 모습일 수 없는 법이다.
--- p.634, 「13장 생존자들」중에서

단테와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고 이탈리아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테르차리마는 운(韻)이 서로 교대하며 이어져 나가는 구조다. 패턴은 ‘ABA, BCB, CDC, DED…’로 이어지며, 통상 운을 맞춘 마지막 2행 연구(聯句)로 나아간다. 단테는 테르차리마에 맞춰 작업한 것으로 알려진 최초의 주요 시인이며, 그것은 중세와 그 이후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영어에는 완전히 적합한 것은 아니지만(영어는 이탈리아어보다 운을 맞출 수 있는 단어가 적다), 이런 형태는 제프리 초서, 튜더 시대 시인 토머스 와이엇, 존 밀턴 등과 조지 바이런, 퍼시 셸리, 앨프리드 테니슨 같은 19세기의 많은 낭만주의 작가도 사용했다. 그것이 정신적으로 20세기 및 21세기의 보다 말을 교묘하게 사용하는 랩 가수, 즉 노토리어스 비아이지, 제이지, 로린 힐, 에미넴, 엠에프 둠, 켄드릭 라마 등등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강력한 주장이 있다. 그러나 나는 아직 곡 전체에 엄격한 테르차라마를 구사한 랩 가수의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
--- p.665, 「14장 쇄신자들」중에서

콜롬보(콜럼버스)는 원주민을 잔혹하게 다루지 말라는 구체적인 명령을 받았지만 듣지 않았다. 그들에게 금을 공물로 바치라고 요구하고, 그들을 납치해 노예로 삼고, 그들의 땅에 요새를 건설했다. 어느 시점에 그는 ‘가톨릭 군주들’에게 보낸 회신에서 새로운 땅에서 경제적 성공을 거두는 최고의 전략은 현지 주민을 대량으로 노역시키고 기독교로 강제 개종시키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페르난도와 이사벨은 그런 가혹한 전술에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그것은 상관없었다. 콜롬보의 잔인한 냉소는 역사 속 거의 모든 식민 사업의 냉엄한 현실에 자리를 잡았다. 잔인성과 비인도성은 제국주의 팽창의 시녀였다. ‘신세계’가 달라야 할 이유는 없었다.
--- p.737, 「15장 항해자들」중에서

인쇄기는 종교개혁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이는 16세기에 로마 교회를 찢어놓은 혁명이었다. 첫째로, 구텐베르크 같은 인쇄업자는 교황권이 윤리와 조직적인 부패의 위기로 곤두박질치게 만드는 도구를 제공했다. 그리고 인쇄기는 기성 질서에 대한 반대 의견이 맹렬한 속도로 전 유럽으로 확산될 수 있게 했다. 그 결과로 중세 유럽은 불과 수십 년 사이에 새로운 움직임(개신교 신앙)이 자리 잡으면서 종교적 ·정치적 혼란에 빠져들었고, 1000년 만에 가톨릭 신앙에 대한 첫 번째의 심각한 도전을 제공했다. 종교개혁을 서술하는 것이 우리가 중세 이야기를 끝내기 전에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다. 이 여정은 분투하는 금 세공사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마인츠 작업장에서 시작해 교황청 바깥 거리에서의 폭동과 새 시대를 연 두 번째 로마 약탈로 이어진다.
--- p.754, 「16장 개신교도들」중에서
 

출판사 리뷰

방대하고 장구한 역사를 오롯이 담아내다
권력의 흐름으로 그려낸 서양 중세 천년사


영국의 베스트셀러 역사 저술가이자 매체를 넘나들며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책의 지은이 댄 존스는 예리한 시선과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주목받았으며, 100만 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리며 영국에서 중세사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킨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까지 중세를 움직인 핵심 왕조와 세력들에 초점을 맞춰온 그는, 더 나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 서양 중세사 전체를 엮어 이 책 『중세인들』에 담아냈다.

그동안 ‘암흑시대’ 내지 고대와 근대 사이에서 어정쩡한 ‘중간기’로만 여겨졌던 서양 중세의 역사는 그의 손길을 따라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등 여러 대륙에 걸친 거대한 공간을 무대로 삼아 1000년이 넘는 장구한 시간동안 펼쳐지는 매혹적인 이야기로 승화된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다름 아닌 권력의 흐름이다. 대체로 시간 순서에 따라 중세사를 이끈 세력들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전한 유산은 무엇인지를 추적한다. 역사란 결국 인간들이 만들어온 이야기의 연속임을 떠올린다면, 이는 매우 탁월한 서술방법이다.

댄 존스는 그 흐름에 따라 전쟁과 법에서 미술과 문학에 이르기까지 중세사를 구성하는 10여 개 분야를 넘나들며 역사를 생동감 넘치게 펼쳐낸다. 그러면서도 역사적 일화 및 시대를 정의하는 사건과 인물의 흐름을 신중하게 조화시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특히 서로마의 몰락을 상징하는 410년 로마 약탈에서 시작해 종교개혁 시기 교황의 권위 추락을 상징하는 1527년의 로마 약탈로 끝나며 시작과 끝이 대칭을 이루는 신선한 구성을 통해 중세사의 성격을 분명히 보여준다. 중세사를 잘 모르는 초심자에게는 중세사의 큰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는 입문서, 역사애호가들에게는 세세한 에피소드와 지은이의 번뜩이는 통찰을 통해 역사의 본질을 다시금 깨닫게 하는 깊이 있는 역사서이다.

16개 세력의 흥망성쇠를 따라
중세 천년사가 한눈에 들어오는 구성


그렇다면 과연 중세를 이끌어온 핵심 세력들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은 4부 16장으로 이루어져 총 16개 세력을 살핀다. 그 안을 들여다보면 로마인, 프랑크인, 아라비아인, 몽골인 등 나라 또는 민족이 6개, 나머지 10개 세력은 수도사, 기사, 학자 등 어떤 직업을 갖고 있거나 어떤 일에 매달린 사람들이다. 이러한 구성만 보아도 중세 1000년의 흐름과 그 속에서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이 시기 역사를 이끌어갔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1부는 고대 세계를 주름잡았던 ‘로마인들’의 이야기로 시작해 그들의 유산을 확인한다. 5세기 무렵 마침내 서로마 제국이 무너지며 중세가 시작되는데, 로마의 뒤를 이어 등장한 세력들을 살펴본다. 로마를 무너뜨리고 유럽의 토대가 된 ‘이방인들’, 동로마를 새롭게 개조한 ‘동로마인’들, 그리고 초기 이슬람 제국을 세운 ‘아라비아인들’이다. 대략 5세기 초부터 8세기 중반까지의 이야기다.

2부는 ‘프랑크인들’의 시대에서 시작한다. 서방에서 기독교 제국을 세운 그들은 곧 무너졌고, 유럽은 여러 왕조로 쪼개지며 부침을 겪는다. 그 무렵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연성’ 권력의 두 축, ‘수행자들’과 ‘기사들’의 부상을 살피고, 그 두 부류의 사고방식이 융합해 탄생시킨 ‘십자군들’의 활동을 추적한다.

3부는 12세기 무렵 새로운 초강대국을 세운 ‘몽골인들’의 놀라운 등장으로 시작한다. 그들은 잠깐이나마 세계의 절반을 잠깐 지배했고, 그 과정에서 수백만 명이 희생되었다. 세계 지리정치학의 이 극적 변화를 배경으로 중세 ‘성기(盛期)’로도 불리는 이 시기에 등장한 다른 강국도 살펴본다. 새로운 금융 기법으로 자신들과 세계를 더 부유하게 만들었던 ‘상인들’, 고대의 지혜를 되살리고 대학을 설립한 ‘학자들’, 도시와 대성당과 성곽을 만든 ‘건설자들’도 만난다.

4부는 14세기 무렵 동-서를 관통한 세계적 유행병과 그 ‘생존자들’이 겪은 혼란으로 시작한다. 이어 세계를 재건하고 새 시대를 연 이들을 살펴본다. 문예부흥기의 ‘쇄신자들’을 만나고, 새로운 세계를 찾아 나서 마침내 가닿은 위대한 ‘항해자들’과 함께 여행한다. 마지막으로 ‘개신교도들’이 통신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어떻게 종교개혁을 가져왔는지를 톺아본다.

오늘날 우리는 중세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예리한 시선을 통해 역사의 본질을 발견하다


댄 존스는 중세사의 끝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 속에서 현재와 역사를 관통하는 매혹적인 접점들을 발견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중세사가 오늘날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따라서 로마는 단순히 고대의 위풍당당한 군사 강국이 아니라 훗날 유럽을 지배할 로마법, 언어, 기독교 신앙의 원천이며, 게르만족의 침략은 야만적인 무리의 소행이 아니라 서유럽의 정치적 틀이 확립되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또한 아라비아인들의 정복은 단순히 기독교의 확산을 막은 것이 아니라 오늘날까지 동서양을 괴롭히는 종교적 분열의 근원이며, 바이킹의 등장은 유럽과 북미를 잇는 최초의 연결고리를 제공하고 노르망디를 건설함으로써 미래의 영-프 관계를 형성하는 계기임을 드러낸다. 곳곳에서 브렉시트, 일론머스크의 이름 짓기, 켄드릭 라마의 음악 등 현대의 다양한 인물과 에피소드를 통해 중세와 오늘날을 비교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아울러 역사적 연결고리뿐만 아니라 역사를 변화시키는 변수들에도 주목한다. 즉, 오늘날에도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기후 변화·유행병과 같은 자연적 변수와 여기서 촉발된 대량 이주·기술 변화 등이 중세사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음을 강조한다. 이로써 지구 온난화와 코로나 팬데믹, 난민 문제 등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우리들의 삶과 중세인들의 삶을 움직이는 요소는 본질적으로 비슷했음을 깨닫게 하며, 역사의 본질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