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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지도 - 일곱 개 도시로 보는 중세 천 년의 과학과 지식 지형도 (2023)

동방박사님 2023. 12. 1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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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태초에 그리스가 있었고, 그다음에 로마가 있었고, 그다음에 르네상스가 있었다.’ 서구 문명의 역사는 흔히 이런 식으로 서술되곤 한다. 정말 그럴까? 영국의 지성사 연구자 바이얼릿 몰러의 《지식의 지도》는 서기 500년경부터 1500년경까지 천 년에 걸친 과학과 지식의 역사를 추적함으로써 기존의 관점과는 다른 역사 서술의 지평을 열어 보인다. 이 책에 따르면, 서구 세계의 토대가 된 지식은 고대 그리스에서 근대로 건너뛴 것이 아니라, 중세 천 년의 분투 속에서 보존되고 분석되고 혁신된 결과이다. 이 과정에서 서유럽과 이슬람 세계는 지적 문화적으로 활발히 교류했으며, 특히 아랍 학자들의 눈부신 성취가 지식의 전승과 혁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중세 지식의 지도를 효과적으로 그리기 위해 저자는 ‘과학(책)’과 ‘도시’라는 두 축을 교차시킨다. 즉 고대 그리스 과학을 대표하는 유클리드(수학), 프톨레마이오스(천문학), 갈레노스(의학)의 저술이 중세 지식의 허브였던 일곱 도시(알렉산드리아, 바그다드, 코르도바, 톨레도, 살레르노, 팔레르모, 베네치아)에서 추앙받고 망각되고 재발견되고 확산되는 여정을 추적하고 있다. 이 여행은 고대의 지식이 중세에 어떤 경로를 밟아 근대에 도달했는지, 아랍 세계와 기독교 세계의 연결망이 문명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보여준다.

목차

서문
지도_서기 500년의 지식 세계
서기 1500년의 지식 세계

1장 거대한 사라짐
2장 알렉산드리아 Alexandria
3장 바그다드 Baghdad
4장 코르도바 Cordoba
5장 톨레도 Toledo
6장 살레르노 Salerno
7장 팔레르모 Palermo
8장 베네치아 Venezia
9장 서기 1500년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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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바이얼릿 몰러 (Violet Moller)
영국의 역사학자이자 작가이다. 에든버러 대학교에서 지성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저널리스트, 편집자, 번역가로 활동했다. 2016년에 첫 책 《지식의 지도》로 영국 왕립문학회 선정 저우드 저술 지원상을 수상했다.
 
역 : 김승진
 
[동아일보] 경제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으며, 미국 시카고 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 『계몽주의 2.0』 『친절한 파시즘』 『불복종에 관하여』 『앨버트 허시먼』 『그날 밤 체르노빌』 『커리어 그리고 가정』 『인종이라는 신화』 『자유주의의 잃어버린 역사』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등이 있다.

출판사 리뷰

영원히 사라질 뻔했던 고대의 지식은
중세 천 년 동안 어떻게 보존되고 혁신되었나
책과 지식의 역사, 과학과 문화의 지리학을 읽다


‘태초에 그리스가 있었고, 그다음에 로마가 있었고, 그다음에 르네상스가 있었다.’ 서구 문명의 역사는 흔히 이런 식으로 서술되곤 한다. 이 간명한 구도에서 중세 천 년은 ‘암흑기’라는 말로 쉽게 망각되고, 유럽 밖의 세계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물러난다. 정말 그럴까?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유산은 오랜 시간 까맣게 잊혔다가 르네상스기에 불현듯 ‘재생’된 것일까? 유럽과 비유럽 세계는 영향을 주고받지 않고 단절되어 있었을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영국의 지성사 연구자 바이얼릿 몰러의 『지식의 지도』는 서기 500년경부터 1500년경까지 천 년에 걸친 과학과 지식의 역사를 추적함으로써 기존의 관점과는 다른 역사 서술의 지평을 열어 보인다. 이 책에 따르면, 서구 세계의 토대가 된 지식은 고대 그리스에서 근대로 건너뛴 것이 아니라, 중세 천 년의 분투 속에서 보존되고 분석되고 혁신된 결과이다. 로마제국의 멸망과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파괴 후 사라질 뻔했던 고대의 책들은 중세 문명을 주도한 이슬람 세계를 중심으로 필사되고 번역되며 일부가 살아남아 르네상스와 과학혁명의 동력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서유럽과 이슬람 세계는 지적 문화적으로 활발히 교류했으며, 특히 아랍 학자들의 눈부신 성취가 지식의 전승과 혁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중세 지식의 지도를 효과적으로 그리기 위해 저자는 ‘과학(책)’과 ‘도시’라는 두 축을 교차시킨다. 즉 고대 그리스 과학을 대표하는 유클리드의 『원론』(수학),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천문학), 갈레노스의 의학 저술이 중세 지식의 허브였던 일곱 도시(알렉산드리아, 바그다드, 코르도바, 톨레도, 살레르노, 팔레르모, 베네치아)에서 추앙받고 망각되고 재발견되고 확산되는 여정을 추적하고 있다. 이 여행은 고대의 지식이 중세에 어떤 경로를 밟아 근대에 도달했는지, 아랍 세계와 기독교 세계의 연결망이 문명을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보여준다. 경이로운 것들에 호기심을 품고 책과 사상을 혁신하는 데 삶을 바친 사람들은 이 지식 전승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중세 천 년 동안의 ‘책과 지식의 역사’이자 ‘과학과 문화의 지리학’인 이 책은 “깊이 있는 연구를 토대로 했으되 유려하고 흥미롭다. 대중적인 지성사 책 중 최고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텔레그래프』)는 평가를 받았다.

지식의 허브 일곱 도시와 책들의 지도
관용과 협업으로 지식의 경계를 넓히다


유클리드, 갈레노스, 프톨레마이오스는 각각 수학, 천문학, 의학에서 지식의 내용과 구조를 설정한 고대 과학의 거인들이다. 이들의 접근법은 오늘날 우리가 ‘과학적 방법’이라고 부르는 것의 주춧돌을 놓았다. 바이얼릿 몰러는 세 학자의 책이 파피루스 두루마리에서 코덱스를 거쳐 인쇄물에 이르는 궤적을, 학문의 중심지였던 지중해 인근 일곱 도시를 지나가는 경로를 살펴본다. 이 도시들은 정치적 안정, 자금과 서적의 지속적 공급, 뛰어난 인재 풀, 그리고 무엇보다 타민족과 타 종교에 대한 관용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중세에 그리스-아랍-서구 문화가 조우한 장소였고, 이를 통해 가능해진 협업이야말로 학문 발달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한 협업이 없었다면 번역도, 지식이 문화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며, 개념과 사상이 하나의 학문 전통에서 또 다른 학문 전통으로 넘어가 융합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알렉산드리아-바그다드-코르도바-톨레도

지식의 최전선을 순회하는 여행은 고대 세계의 지적 심장부였던 알렉산드리아에서 시작한다. 유클리드와 프톨레마이오스와 갈레노스가 이곳에서 집필하거나 연구했고, 이들의 저작은 이곳에서부터 시리아와 콘스탄티노플까지 지중해 동부 전역에 퍼졌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문서를 보관하는 종합 장서의 개념이 태어난 도서관의 도시도 바로 이곳이다. 그러나 서기 500년경 알렉산드리아는 쇠퇴하고 파피루스에 기록된 텍스트의 운명은 불확실해진다.

위태로웠던 학문이 다시 꽃을 피우는 것은 바그다드의 아바스 왕조 시대다. 9세기가 되면서 방대한 이슬람 제국의 수도이자 신생 계획도시였던 바그다드의 학자들이 지중해 동부에 있던 고대의 저술을 수집해 아랍어로 번역했고 이를 토대로 독자적인 과학 지식을 발달시키기 시작했다. 바그다드는 고대 이후의 세계에서 최초의 진정한 학문 중심지였으며, 이후 아랍 세계의 많은 도시가 바그다드를 본떠 도서관을 짓고 과학을 후원했다.

그러한 도시 중 두드러졌던 곳이 후기 우마이야 왕조의 수도였던 스페인 남부 도시 코르도바이다. 왕조의 전폭적인 후원 아래 수 세대의 학자들이 유클리드, 프톨레마이오스, 갈레노스의 저술을 연구하고 비판하고 향상시켰다. 이 저술들은 스페인의 다른 도시로도 퍼졌고, 기독교도가 이베리아반도를 무슬림으로부터 ‘재정복’하기 시작했을 때 번역 활동의 중심지가 된 톨레도에서 라틴어로 옮겨져 기독교와 라틴어의 세계로 들어오게 된다.

살레르노-팔레르모-베네치아

이탈리아 남부의 살레르노에서는 북아프리카에서 들어온 의학 문헌들(갈레노스에 기초한 아랍어 저술)이 라틴어로 번역되었고, 그 결과 살레르노는 수백 년간 유럽의 의학 중심지로서 의학 지식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시칠리아의 팔레르모에서 갈레노스에 이어 유클리드와 프톨레마이오스가 중심 무대에 올라왔다. 『원론』과 『알마게스트』를 라틴어로 번역한 팔레르모의 학자들은 정확성을 더 높이기 위해 아랍어본을 중역하지 않고 그리스어 원전을 저본으로 삼아 작업했다.

15세기 후반 베네치아에서는 필사본으로 유통되던 저술들이 처음으로 ‘인쇄’된다. 인쇄본들은 유럽 전역의 도서관과 독자들에게 전해지고 안전하게 보존될 수 있었다. “그 이후는 종합과 수정, 재발견과 재발굴의 시기였다. 이러한 재평가 작업을 통해 다음 세대의 과학자들은 유클리드, 갈레노스, 프톨레마이오스, 그리고 1000년 동안 이들의 저술을 보존해온 학자들의 노력을 딛고 수학, 천문학, 의학에 일대 혁명을 가져올 수 있게 된다.”

잊혀진 거인들, 아랍 학자들의 경이로운 성취
더 넓은 앵글로 역사를 보다


중세 지식과 책들의 지도는 그것을 연구하고 필사하고 번역하고 전파한 사람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뛰어난 사상과 이론을 찾아내고 보존하고 심화하는 데 인생을 바친 학자들, 파피루스 두루마리를 조심스레 말고 펴며 옮겨 적은 필경사들, 도서관에 지식을 저장하고 소실될 뻔한 책들의 은신처를 마련한 수도사와 장서가 들, 학문 활동을 후원하고 주도한 군주들, 지식의 전파와 확산에 핵심 역할을 한 번역가, 서적상, 출판업자 들…. 이들이 서로 다른 세계를 연결하고 지식의 경계를 확장했다. 몰러는 이 지식 세계의 인물들을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과학의 역사에 공헌한 아랍 학자들의 성취는 경이로울 정도이다.

9세기 바그다드의 수학자 알 콰리즈미는 ‘알고리즘’과 ‘대수학algebra’이라는 단어의 기원이 된 인물이다. 그는 알고리즘 개념을 발달시키고, 대수학을 독립된 학문으로 정립했다.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이용한 산술학의 새 장을 열었으며, 이차방정식의 유형과 그 해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등 수학에 혁신을 일으켰다. 자신의 관측값을 토대로 『알마게스트』의 관측 자료를 개선한 천문학자이기도 하다. 그의 책들은 여러 차례 필사되며 이슬람 제국 전체에 퍼졌고, 12세기 이후 라틴어로 번역되어 십진법 확산에 기여하는 등 유럽에도 영향을 미쳤다. 알 콰리즈미 외에도 바그다드의 학자들은 ”관심사의 범위와 지식의 전문성이라는 면에서 르네상스의 모습을 몇 세기 먼저 보여준 르네상스형 인간이었다.”

10-11세기 안달루시아의 의사 알 자흐라위는 의학의 역사에서 진정한 거인이었다. 그가 집필한 의료 종합서 『키타브 알 타스리프』는 원인과 증상, 치료, 식이요법, 약재, 수술 등에 대한 지침을 수록하고 있는데, 특히 수술에 대한 부분이 유명하다. 겸자, 절개용 메스, 접이식 칼, 외과용 후크, 바늘과 주사 등 그가 고안한 수술 도구들은 오늘날에도 쓰인다. 또 아편과 대마초에 적신 해면을 흡입하게 하는 마취법, 인체 내부에서 쉽게 분해되는 재질을 이용한 체내 봉합, 심인성 증상 치료, 해부학과 생리학에 대한 강조와 윤리, 정신의학과 아동 교육 등 알 자흐라위가 개척한 혁신적이고 실용적인 접근법은 끝이 없다. 그의 저술은 톨레도에서 라틴어로 번역되었고 다시 유럽 전역에 전파되었다.

11세기 톨레도에서 활약한 알 자르칼리는 이슬람 세계를 통틀어 가장 뛰어난 천문학자이자 천문장비 생산자였다. 그가 고안한 범용 아스트롤라베는 너무나 혁신적이어서 유럽, 중동, 북아프리카, 인도에서까지 제조되었고, 그가 만든 물시계는 정확하기로 유명했다. 톨레도 천문표의 사용법을 설명한 『천문표 작성의 규칙』은 라틴어로 번역되어 유럽의 천문학에 수 세기 동안 영향을 미친다. 또 수성의 공전 궤도가 타원형이라는 획기적인 주장을 펼쳤는데, 16세기에 요하네스 케플러는 알 자르칼리의 연구에 착안해 화성의 공전 궤도 또한 타원형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1085년 이슬람 세력이 멸망했을 때 알 자르칼리는 톨레도를 떠나지만, 그의 이론은 기독교 학자들이 넘겨받아 유럽 전역에 전파했다.

중세에 이슬람 과학이 이룬 성취와 유산은 오늘날에는 거의 잊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리즘은 알아도 알 콰리즈미는 알지 못한다. 인문주의 학자들이 고대 그리스를 우상화하면서 이슬람 학자들을 과학의 역사에서 배제하려 했고, 중세에 아랍어 서적을 번역한 유럽의 번역가들도 이슬람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중세 말기와 르네상스기에 유럽의 부와 권력이 성장하고 제국을 건설하기 시작하면서 유럽은 이슬람에 대한 문화적 우월감을 가지게 되었다. 이렇게 하여 아랍 학문을 주변화하고 과거로 밀어 넣는 서사가 형성되었다.

우리가 이 책에서 확인한 중세 지식의 역사, 그리고 오늘날 종교와 문화 간 혐오로 인한 비극은 이 왜곡된 관점을 새롭게 써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 다른 세계가 관용과 포용의 정신으로 공존했을 때 인류 문명이 얼마나 풍요롭게 빛났는지, 이 책은 대안적이고 통합적인 시야로 보여준다. 더 넓은 앵글로 역사를 보아야 한다.

추천평

지식이 고대부터 현재의 우리에게 닿게 된 경로를 흥미로우면서도 유려한 필체로 보여준다.
- 피터 프랭코판 (『실크로드 세계사』 저자)
귀중한 문헌들을 보존하기 위해 삶을 바친 중세 젊은 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 서술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해준다. 문명이 어떻게 전승되고 보존되었는지에 대한 드라마와도 같은 이야기.
- 커커스 리뷰
야심 차면서도 간결하고, 깊이 있는 연구를 토대로 했으되 유려해서 읽기 쉽다. 무엇보다 매우 흥미롭다. 대중적인 지성사 책 중 최고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다.
- 텔레그래프
서구 세계의 토대가 된 지식이 고대 그리스에서 근대로 건너뛴 것이 아니라 그 사이 1000년에 걸쳐 얼마나 고된 과정을 통해 보존되고 분석되고 혁신된 결과인지를 깨닫게 한다.
- 워싱턴포스트
흥미로운 내용이 끊이지 않고 계속 나타난다. 풍성하고 상세한 세부 사항과 인간적이고 포용적인 비전이 담겨 있는 책이다.
- 스티븐 그린블랫 (『1417년, 근대의 탄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