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선시대사 이해 (독서>책소개)/2.조선의학문

나는 불온한 선비다

동방박사님 2022. 5. 22.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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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대의 주류와 다른 삶을 산 조선의 문제적 인물, 9인을 말하다

조선을 지배한 사상적·정치적 경향과는 다소 비켜서 있는, 그래서 동시대를 함께한 ‘주류’와는 조금은 다른 삶을 살며 ‘세상과 다른 꿈을 꾼’ 아홉 명의 사상가를 이야기한다. ‘광인’ 김시습, ‘비범한 보통인’ 서경덕, ‘반주자학자’ 박세당, ‘양명학자’ 정제두, ‘시골 서생’ 이익, ‘과학사상가’ 홍대용, ‘천주교인’ 이벽, ‘역사에서 사라진’ 유수원, ‘경험주의자’ 최한기가 바로 그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들의 남다른 일생과 사상, 그리고 사회인식 등을 조망함과 동시에 그 과정을 통해 그들이 살다 간 당대의 조선을 살피고자 한다. 더불어 그들의 삶과 사상이 현대의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함께 생각한다.

 

목차

글쓴이의 말

1장 공명과 지조 사이에서 고뇌한 ‘광인’ _ 김시습
오세신동 | 운명의 21세, 산, 그리고 눈물 | 기행, 그리고 오기
문학과 철학 | 정치와 경제사상 | 명확하지 않은 정체성
김시습, 그가 자원일 수 있는 이유

2장 자연에 자신의 삶을 맡긴 ‘비범한 보통인’ _ 서경덕
‘자연철학자’만은 아니다 | 무능하나 순수한 인품
독특한 학습 방법 | 결국 가게 된 교육의 길
비범한 보통 사람 | 이기설, ‘복’의 철학
정치: 지도자의 마음가짐과 언론을 중요시
경제: 토지분배, 건전한 경제관의 역설
사후의 비평과 영웅화, 그리고 생전의 풍모
서경덕으로 보는 현대

3장 반주자학의 길을 간 ‘타고난 반항아’ _ 박세당
예정된 비주류의 길 | 반주자학자, 박세당의 생애
정치적 소신 | 야인으로서의 생활 | 『사변록』의 진실
노장학에도 유용성을 인정 | 박세당과 민주주의

4장 용기와 확신으로 가득 찬 ‘행복한 이단자’ _ 정제두
행복한 이단자 | 서울에서 강화도까지
왕양명의 양명학 | 양명학이 진리라는 믿음
선구자인가? 수구파인가? | 아름다운 노년
‘배신자’라는 오명 | 화폐와 상업을 반대한 것의 음미
정제두와 현대

5장 시대의 모순을 이야기한 ‘시골 서생’ _ 이익
시 「영풍」의 상징성 | 생각의 방
사회사상적인 관점 | 직접 농사를 지었는가?
오이지기미자 | 음미해볼 만한 다른 생각들
그래도 행복했던 삶

6장 세계로 향한 창을 연 ‘과학사상가’ _ 홍대용
‘공인’이 되기까지의 뒤안길 | 과학기술에의 남다른 관심
견문을 넓힌 중국행 | 자연의 이해와 주체의식
현실과 접합한 이기설 | 사회재구성론
인간 사회와 문명에 대한 비관적 전망
갈릴레이보다 그는 행복했다 | 언행과 인간적 면모
홍대용이 남긴 것

7장 시대와 가족이 외면한 ‘조선 천주교의 선구자’ _ 이벽
미결로 남은 생애 | 한국사상사에서의 중요한 일원
「천주공경가」와 『성교요지』 | 볼테르와 르낭, 그리고 이벽
이벽만이 중심일 수 없는 삶

8장 역사에서 사라진 ‘비운의 사상가’ _ 유수원
홀로 서 있는 실학자 | 유교의 고전과 중국 중시
언론관, 인사론 | 상공업진흥론
화폐관과 물가에 대한 관심
차별 철폐와 사회 통합 | 국가 재정과 농업에 대한 견해
학교와 사법의 개선 | 무실의 세태를 비판
자신의 성찰에 대한 아쉬움

9장 인간 본성의 선천성을 부인한 ‘경험주의자’ _ 최한기
방대한 저술, 다양 관심 분야 | 성리학과 다른 그의 인식론
그가 생각하는 인간의 욕망 | 공정거래를 위한 입론
주체적 자각성 | 최한기와 마르크스
최한기의 삶, 그를 두고 생각해 보는 민주주의
 

저자 소개 

저 : 이종호 (이광수)

 
역사저술가, 본명은 이광수다.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조선조 후기 상거래 질서와 사식詐飾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희대·수원대·법무연수원·서울시 공무원교육원 등에서 강의했고, 현재 역사 저술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체제수호와 체제도전』,『율곡선생의 현세 기행』,『조선시대의 경제사상』,『율곡』,『화담 서경덕』,『정암 조광조』,『매월당 김시습』,『구봉 송익필』,『우암 송시열』,『회재 이언적』,『...
 

책 속으로

김시습은 정치의 할 바를 우선 나라의 유지에서 찾는다. 이를 위해서는 지도자가 태평한 때에도 위태로움을 생각하고, 재정이 넉넉한 때에도 지출의 과잉을 경계해야 함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지도자는 공공의 정신을 가져야 하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되 그들에게 무조건 영합해서도 안 된다고 보았다. 물론 지도자의 자질만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p.35「공명과 지조 사이에서 고뇌한 ‘광인’ 김시습」중에서

박세당의 개혁론은 그보다 100여 년 전인 1574년에 율곡 이이가 선조에게 올린 ?만언봉사萬言封事?의 내용과 비슷한 점이 있다. 이이도 왕이나 신하들 모두 실제의 폐단을 고치려는 의지가 부족하고, 민생은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며 개혁을 요구했다. 이뿐이 아니다. 그보다 30여 년 전인 1541년에, 명종明宗 대에 영의정을 지낸 이준경李浚慶(1499~1572) 등이 중종에게 올린 세칭 ‘1강9목소一綱九目疏’과도 내용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군자를 들어 쓰고, 민생을 구제하며 간언을 받아들이라는 등이 주 내용으로 박세당이 주장한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p.93「반주자학의 길을 간 ‘타고난 반항아’ 박세당」 중에서

이익은 국가가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입장에서 정책을 펴도록 주장한다. ??서경??에서 이야기하는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것’이나 ??맹자??가 설파한 민생 중시의 왕도정치론에서 벗어나 있지 않은 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백성들이 참상에 빠져 있는 18세기의 조선 현실을 직시한다. 노동을 통해 의식주를 생산하는 것은 백성들인데, 그들이 가난과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개혁의 초점도 이를 시정하는 데 두었다. 세금을 적게 부과하고, 공용에서의 낭비를 줄이며, 부패한 관리를 처벌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비용 대비 행정의 생산성에 주목, 관직과 관원의 수를 대폭 줄일 것도 제안했다. ---p.155 「시대의 모순을 이야기한 ‘시골 서생’ 이익」 중에서

그런데 생산적인 사회가 되는 데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일하지 않으려는 양반들이다. 그들은 왜 일을 하지 않는가? 근본 원인은 명분을 중시하는 습속에 있다. 양반이 직접 농기구를 들고 나가 일을 하면 모두가 비웃고 노예처럼 취급한다. 양반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그들이 즐겨 할 수 있는 일이 관직 외에 있을 수 없는 사회에서 이는 작은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양반은 신분의식을 버리고. 농사, 장사, 공업기술 등 무어라도 능력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그래도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때는 가차 없이 형벌을 내려 처벌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너무 급진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에서의 고용 창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워 보이는 주장이다.---p.197「세계로 향한 창을 연 ‘과학사상가’ 홍대용」 중에서

양반들의 상공업 종사는 후대의 박제가나 홍대용도 주장한다. 하지만 박제가가 서얼 출신임을 생각하면 양반인 유수원의 이와 같은 주장은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더구나 그는 양반이 종사할 만한 상업으로 서방書坊(인쇄업 내지 출판업)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자본이 어느 정도 있는 양반의 경우 그 직업에 종사하면 다른 양반들의 문집 제작과 같은 수요가 있으므로 고용인을 두고 돈벌이를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서방은 그 이름이나 일의 형태 등 무엇으로 보아도 양반의 격에 별로 어긋나지 않으니 그들이 할 만한 상업이라 생각한 것이다. 홍대용이나 박제가가 무조건적인 양반의 상업 종사를 거론한 데 비하면 유수원은 작지만 구체적이고 참신한 발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pp.250~251「역사에서 사라진 ‘비운의 사상가’ 유수원」 중에서
 

출판사 리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 개혁 요구

오랜 동안 고착된 제도(혹은 관념 등)들 중에는 시대가 지나면서 보완할 필요가 있거나, 혹은 시대의 요구와 흐름에 맞게 아예 새로운 것으로 바꿔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까닭에 사회 구성원들의 다수가 그 문제점을 인지하고 그것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지만 그것을 개혁하거나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불편한 ‘지금의 현실’, 그리고 고착되어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이 작용하는 제도 등을 개선하고자 하는 개인과 사회의 노력은, 형태나 방법 그리고 결과는 다르지만, 동서를 막론하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역사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한국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유수원, 이익, 홍대용 등은 서로 다른 시대(이익과 유수원은 같은 시대)를 살았지만 공통적으로 현실의 폐단을 비판하고,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제도 개혁과 사회의 보편적 인식 변화 등을 요구한다. 때로는 무모하게까지 보이는 이들의 관념과 주장 등을 통해 저자는 당시 조선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함께 파악하고자 노력한다.

성리학 중심의 관념에 도전

조선이라는 나라를 지탱한 두 기둥은 국왕과 양반 중심의 신분제와, 사상 및 철학의 근간이 된 성리학이었다. 특히 성리학은 학문이기 이전에 구성원들의 보편적 인식은 물론 그들의 사고와 행동 등 일상의 거의 모든 부분을 지배한 규범이자 철학이며 종교적 도그마였던 까닭에, 신분제와는 달리 그것 자체를 부정하는 움직임은 쉽게 찾을 수 없다. 또한 조선의 기득권을 유지한 양반들에게 성리학의 부정은 곧 자신들의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성리학에 대한 논의는 학문적인 관점, 철학적인 관점에서만 주로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사대부들이 성리학만을 절대지표로 삼은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반주자학의 길을 간 박세당이나, 성리학과 다른 양명학을 공부하고 교육시킨 정제두, 그리고 유학 자체를 부정하고 그 자리를 천주교로 대체하려 한 이벽 등의 삶과 사상 등을 통해 성리학이 거의 모든 것이었던 시대에 성리학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것을 모색한 조선 지식인의 한 부류를 살핀다.

완벽할 수 없는 그들의 사상과 삶

시대의 주류에서 다소 비켜 서 있는 아홉 명의 인물을 소개하는 이 책은 그들의 모든 것을 전적으로 미화하거나 혹은 그들을 순교자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당대의 주류와 분명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사상이나 주장 속에서 보이는 한계 또한 간과하지 않는다.

유수원은 양반에게 과세, 신분 차별이 없는 과거제도 실시 등을 주장했지만 서얼 차별 금지와 같은 신분제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나아가지 않았으며 놀고먹는 양반들의 농업 종사와 노비제 폐지, 과거제 개선을 주장한 이익은 입신이 쉽지 않은 몰락한 남인가(家)의 인물임을 환기시킨다. 또한 평생을 주유천하하며 지낸 김시습이나 개경의 화담가에서 제자들을 기르며 생활한 서경덕의 경우 그들이 ‘관직’에 뜻을 두지 않은 것이 아니라 출사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모습들을 통해 독자들은 역사 속에 정형화되고 박제가 된 모습이 아닌 조금은 인간다운 그들의 실체에 좀더 내밀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가 외면한 과거, 새로운 의미 찾기의 여정
그리고 그 여정의 즐거움!


지금의 우리가 읽는 '역사'는 과거의 '사실'임과 동시에 누군가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한 흔적이다. 그렇게 '의미 부여'에서 소외된 과거의 사실은 단지 '기록'으로만 남아 후세에 전한다. 이에 '틈새 한국사'는 그 동안 '의미 부여'에서 소외된 과거의 기록들을 찾고자 한다. 그 기록들은 '인물'일 수 있으며, '문화'나 '사회'의 모습일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금까지 우리가 간과한 과거의 기록들이 이 시리즈에서 의미를 가진 또 하나의 역사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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