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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깨주의의 탄생

동방박사님 2022. 6. 28. 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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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보리 인문학 3권 『짱깨주의의 탄생-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이 출간됐다. 반중정서와 혐오정서가 고조되면서 ‘짱깨’라는 용어가 한국 사회에서 중국을 인식하는 주류 프레임이 됐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한국 사회에 반중정서가 생겨나기 시작했을까.

『짱깨주의의 탄생』은 ‘짱깨’라는 용어가 등장한 시기와 개념, 역사성을 설명하면서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짱깨주의’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통되는지 분석한다. 혐오로 확산된 중국 담론의 편견과 오해를 바로 잡고, 한국 사회에 비판적 중국 담론이 왜 필요한지 설명한다. 나아가 분단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에게 중국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물으며, 지식의 지정학을 중국이 아닌 한국으로 옮겨 놓는다. 저자는 한국이 다자주의 시대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피력하며 탈식민주의 관점에서, 평화체제의 관점에서 한중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목차

책을 내면서

1부 함부로 말해도 되는 중국

1. 과연 산타가 사라졌을까?
2. 중국에도 산타는 왔다
3. 그 많은 특파원은 어디에 있었을까?
4. 함부로 말해도 되는 중국

2부 흔들리는 ‘전후체제’

1. 샌프란시스코체제의 구축
2. 봉쇄된 중국, 배제된 한반도
3. 키신저 시스템의 등장
4. 키신저 시스템의 위기

3부 한국 보수주의의 위기의식과 중국

1. 한국 보수주의의 위기
2.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충돌
3. 동북공정 사태, 다시 안보로
4. 사드, 한국 보수주의의 신냉전적 기획
5. 우한폐렴, 한국 보수주의의 유사인종주의적 기획

4부 짱깨주의의 탄생

1. 짱깨의 부활
2. 짱깨와 짱깨주의
3. 짱깨주의의 역사성: 타율적 근대, 미완의 중국관

5부 짱깨주의의 프레임I: 유사인종주의

1. 미개한 중국
2. 나쁜 중국
3. 중국이 문제다
4. 단 하나의 중국

6부 짱깨주의의 프레임I:I 신식민주의체제 옹호

1. 중국이 성공할 리 없다
2. 중국은 패권을 추구한다
3. 중국은 다시 한반도를 지배할 것이다
4. 미국 편에 서야 한다: 사라진 탈식민주의의 꿈

7부 짱깨주의의 프레임III: 자본의 문제를 중국의 문제로

1. 중국발 미세먼지
2. 중국이 제주를 집어삼킨다
3. 중국인 집주인
4. 쌍용차의 기술 유출

8부 짱깨주의의 프레임IV: 신냉전체제 구축

1. 군사굴기
2. 항행의 자유
3. 첩보기관 공자학당
4. 친중정권

9부 중국 담론의 유통경로

1. 중국 보도의 교과서: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2. 프레임의 근거지: 서방의 언론들
3. 짱깨주의의 표본실: 《환추스바오》
4. 사라진 진보적 중국 프레임
5. 진보적 담론 유통경로의 부재

10부 한국 언론의 짱깨주의적 보도 테크닉

:2020년 6월부터 8월까지 석 달 동안
한국 언론에 나타난 중국 보도 분석
1. 사실 보도보다 분노와 혐오를 조장
2. 선입견이 담긴 감정적이고 부정적인 단어 사용
3. 중국인 몇 명이 한 일도 중국 전체의 문제로 보도
4. 중국이 잘한 일도 나쁜 점을 보도
5. 전 세계적 문제나 자연현상도 중국 탓
6. 미국의 행위는 국가전략의 문제,
중국의 행위는 도덕의 문제
7. 미국이 그렇다면 그런 것
8. 중국의 입장은 없거나 구색용
9. 일단 문제를 제기하고 결과에는 상관하지 않음
10. 한 언론의 보도를 거의 모든 언론이 반복 재생

11부 진보진영에서도 짱깨주의는 유통된다

1. 짱깨주의의 일상화
2. 진보주의자들도 함부로 말하는 중국
3. 사라진 전선, 부재한 진영

12부 한국 진보진영의 중국 담론

1. 실천적 중국 담론의 실종
2. 중국도 문제라는 프레임
3. 자유주의적 보편가치의 전유
4. 사회주의 중국 프레임
5. 사라진 평화체제 담론

13부 샌프란시스코체제의 위기

1. 미국 헤게모니의 추락
2. 중국봉쇄 정책과 미국의 헤게모니
3. 미국 국내 이익 집단의 상호충돌
4. 동맹국 사이 상호 이해관계의 충돌
5. 안보적 보수주의와 경제적 보수주의의 분화

14부 다자주의 시대를 열 기회가 왔다

1. 중국봉쇄 불가능
2. 중국의 성장
3. 아시아의 성장
4. 대항 세력의 성장
5. 체인화된 국제 분업체계
6. 상호견제력이 확보된 군사력
7. 문화적 영도력의 다원화

15부 평화체제와 중국

1. 평화체제 관점으로 중국 보기
2. 전쟁 억지력으로써 중국
3. 다자주의의 중심축
4. 단일 시장의 급진성
5. 자본 억제적인 당-국가체제
6. 내부지향적 국가의 경험
7. 공통의 생활세계
8. 짱깨주의를 넘어: 다른 방식의 세계 꿈꾸기

부록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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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 : 김희교
 
글쓴이는 1962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푸단대학에서 중미관계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광운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역사비평> 편집위원을 지냈고,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이다. 중미 관계가 동아시아에 미치는 영향과 아시아 민중의 성장이 국제관계에 미치는 연구를 주로 해 왔다. 한국의 중국인식에 대한 비평적인 글과 한국에서 소개되지 않은 중국의 탈식민주의적 역사에...
 

책 속으로

우리에게 중국은 아프리카와 다르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우리의 세계관이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을 만큼 중요한 이해당사국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중국을 이렇게 함부로 말하게 되었을까? 그 많던 특파원은 어디에 있었을까?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은 왜 침묵하고 있을까? 아프리카에서 신식민주의 문제를 고민해 온 세제르가 말한 대항담론의 부재가 지금 중국 담론 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 p.37

그런 점에서 전후 체제 내 한국인이 중국을 보는 관점은 분열적일 수밖에 없었다. 사회주의 중국은 붕괴할 수밖에 없다는 중국 붕괴론과, 중국이 부상하여 이웃국가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는 중국 위협론은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논리인데도 별 충돌 없이 중국을 시장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제지상주의 아래에서 더불어 성장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중 행보는 그렇게 탄생했다.
--- p.66

중국과 좋은 이웃 국가로 더불어 살기 위해 수교를 한 것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시장이 필요해 수교를 했기 때문에 중국과 좋은 이웃이 되고자 하는 공동체주의는 설 곳이 없었다. 급속한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중국상품들이 한국상품과 경쟁관계에 놓이자 경제지상주의자들의 혐중정서는 급속히 증가했다. 이웃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진 한중관계는 이웃이 되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 ? 역사문제, 공해와 영해문제, 미세먼지문제, 문화주권문제, 평화체제문제들을 놓고 자연스럽게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짱깨주의는 그런 역사적 질곡 위에서 매우 손쉽게 대중이 인식하는 중국으로 자리 잡았다.
--- p.107

미국이나 중국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위치이기도 하다. 중미 경쟁으로 만들어진 아시아의 전략적 지형은 필리핀 대통령인 두테르테의 거친 중립외교 노선도 통하는 시대가 되었다. 두테르테는 미국에게는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고 중국에게는 남중국해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UN에 제소까지 했다. 그러나 누구도 필리핀을 함부로 하지 못했다. 미국은 미군의 주둔을 허락해 달라고 매달렸고, 중국은 돈 보따리를 풀었다.
--- p.187~188

세계는 이미 미국이 모든 것을 장악하는 시대도 아니고, 미국이 세계인 시대도 아니다. 한국의 보수언론이 말하는 전 세계라는 개념은 여전히 유럽중심주의가 자리 잡고 있고, 유럽의 근대를 자기들의 좌표로 삼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 p.249

따라서 서구적 보편가치나 제도가 곧 동아시아의 민주로 연결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너무 쉽게 마르크스 이론을 빌려와 ‘사회주의 중국’ 프레임을 들이대며 현실의 중국이 얼마나 폭력적인 체제인가를 강조하거나, 서구의 제도를 민주주의로 등치시킨 뒤 중국의 일당제가 지닌 ‘후진성’을 강조하거나, 이상주의적인 생태주의를 끌어와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발전주의를 비판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 p.464

대항권력은 전후체제 내에서 다자주의 시대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고, 샌프란시스코체제 이후를 모색하고 있다. 한국의 평화체제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한국의 진보 엘리트들이 다자주의 시대와 함께 새롭게 등장한 근대적 주체세력을 발견하고, 안보적 보수주의의 냉전적 기획을 뚫고 자기들에게 필요한 프레임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나갈 어젠다를 제시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달려 있다.
--- p.566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동아시아에서 지역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샌프란시스코체제와 전혀 다른 시대를 여는 것을 뜻한다. 수직적 위계관계에 있는 신식민주의적 국가 간 체제가 평등한 국가 관계로 전환되는 것이 그 핵심이다.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한반도 분단체제의 종식과 동아시아 지역공동체 형성이라는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경제적으로는 지역화해야 하고, 정치적으로는 협력적 다자주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경제적 지역화를 만드는 방식은 지속가능한 개발 방식이어야 하고, 협력적 다자주의를 만들어 가는 방식은 탈군사주의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이어야 한다. 동시에 국경을 허물고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게 재영토화해야 한다.
--- p.588

평화주의자들은 이제 중국 문제에서 짱깨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평화체제 프레임을 설정하고 어젠다를 선점해 나가야 할 때이다. 평화체제적 어젠다란 중국의 문제에 눈감고 중국은 무조건 우리 편이라는 식으로 중국을 찬양하라는 말이 아니다. 평화체제 프레임으로 중국을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이다. 평화체제 프레임이 미국중심주의가 될 리가 없듯이 중국중심주의가 될 리도 없다. 누구의 편에 서라는 식민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평화체제 프레임으로 평화주의자들을 모으는 싸움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 p.646~647

중국이 부상하고, 미국의 신식민주의체제가 흔들리고, 아시아의 역량이 성장했고, 미국과 중국 중 어느 쪽도 패권을 장악하지 못하는 지금이 바로 우리에게 기회이다. 100년의 꿈을 꾸자. 지난 100년 동안 꾸었던 꿈. 앞으로 100년 동안 누려야 할 그 꿈. 짱깨주의를 넘어서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꿈을 꾸는 일이다.
--- p.652
 

출판사 리뷰

한국사회의 중국인식 프레임, 짱깨주의

‘짱깨’라는 용어를 단순히 중국과 중국인을 비하하는 말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용어는 역사성을 가진다. 1894년 청일전쟁 전에는 조선에 살던 중국인들이 혐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청일전쟁으로 중국이 패하고 일본이 조선을 장악하기 시작하면서 중국인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다. 일본인은 중국인을 열등하고 미개한 국민으로 설정했고, 조선인도 일본의 식민 담론에 포섭돼 중국인을 비하하기 시작했다. 해방 이후 미군정 통치, 한국전쟁 발발과 중국 참전, 반공주의 확산은 중국에 대한 혐오와 적대감을 증폭시켰다. 1992년 한중수교를 맺으면서 중국 혐오가 누그러지기도 했지만 중국이 부상할수록, 미중 충돌이 가속화될수록, 한국 사회에서 짱깨주의가 확산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짱깨주의가 형성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짱깨주의 프레임이 사회 곳곳에 어떻게 작동되는지 분석한다. 짱깨주의 프레임으로는 식민지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유사인종주의, 미국 중심의 수직적 동맹체제를 옹호하는 신식민체제, 자본의 문제를 중국의 문제로 돌리는 프레임, 반공주의 프레임으로 중국을 다시 인식하는 신냉전체제가 있다. 저자는 이러한 프레임으로 누구나 함부로 말하는 중국이 무엇이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 중국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짱깨라는 개념은 서구의 인종주의가 지니는 혐오를 그대로 품고 있다.《혐오사회》에서 카롤린 엠케가 말했듯 혐오사회에서 미움받는 존재는 언제나 모호하다. 짱깨가 중국을 말하는지, 중국인을 말하는지 알 수 없다. 중국인은 다 나쁘다는 것인지, 나쁜 사람은 중국인이라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누군가 만든 모호한 집합체인 짱깨라는 단어가 증오의 수신자가 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_89쪽 중에서

키신저 시스템의 위기, 냉전 시대로 회귀

그동안 한중미일은 샌프란시스코체제 이후 키신저 시스템으로 국가 간 질서를 유지해 왔다. 샌프란시스코체제는 미국이 일본, 한국과 동맹을 맺고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배제한 체제였다면, 키신저 시스템은 경제적 이유로 미국이 중국을 국제 경제체제에 편입한 시스템이다. 키신저 시스템으로 중국과 미국은 경제가 부흥했고, 동아시아는 미완이지만 평화의 시기가 유지됐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위협으로 느꼈다. 결국 미국은 키신저 시스템을 버리고 다시 샌프란시스코체제로 회귀하기 위해 중국봉쇄 전략을 펼친다. 저자는 중국이 문제라서 미중 충돌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중국봉쇄 전략으로 미중 충돌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책은 유럽과 미국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탈유럽중심주의, 탈식민주의 시각으로 미중 충돌을 새롭게 설명한다.

미국의 신냉전 전략은 트럼프행정부가 돌발적으로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중국 경제가 부상하는 1990년대부터 미국의 조야는 ‘중국 위협론’을 내세웠다. 이 시기부터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상당한 위협으로 느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 주는 현상이다. _57쪽

짱깨주의의 일상화와 구조화

짱깨주의가 확산되는 배경에는 한국 보수주의의 위기의식도 관련 있다. 외부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전후체제가 흔들리고, 내부적으로는 반공주의와 친미주의가 약해지자 보수주의자들이 자신들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짱깨주의를 내세운 것이다. 짱깨주의가 일상이 되면서 이제 누구나 “중국이 문제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프레임은 중국 관련 문제를 사실에 근거해서 판단하기보다 무조건 중국이 나쁘다고 결론짓게 한다. 저자는 ‘중국발 미세먼지’, ‘우한 바이러스’, ‘군사굴기’, ‘중화패권주의’와 같은 주요 사안들을 다루면서 보수진영에서 작동한 짱깨주의 프레임을 분석한다. 나아가 이 프레임들이 어떻게 중국을 적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는지 심도 있게 살펴본다.

중국이 미세먼지를 많이 발생하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미개한 중국’이거나 ‘나쁜 중국’이기 때문은 아니다. 가장 큰 까닭은 국제 분업체제 때문이다. 2018년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했을 때 일어난 서울 강남구의 쓰레기 대란은 국제 분업체제를 잘 보여 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키신저 시스템으로 국제 분업체제 속에 편입한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제조업의 핵심기지 역할을 수행해 왔다. _255쪽

짱깨주의의 비판적 담론 실종

한국 진보주의도 중국 혐오에 무관한 건 아니다. 진보진영에서는 민주화 이후 자유주의가 보편가치로 전유되었다. 이 프레임은 대의민주주의, 시장경제, 자유로운 시민사회가 만들어져야 민주주의가 완성된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은 서구 중심의 사고이다. 서구의 민주주의 모델을 중국에 적용시켜 현재 중국을 해석하고 비난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저자는 중국이 어디로 가야 한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에게 중국은 무엇인지 묻자고 말한다. 지식의 지정학을 중국이 아닌 한국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진보진영의 실천적 중국 담론이 사라진 까닭을 짚어가면서 현재 진보진영이 나아가야 할 중국 담론의 방향을 제시한다.

중국 담론의 유통경로 분석

책에서는 짱깨주의가 유통되는 경로도 주목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중국 기사를 읽다 보면 중국은 비난받아 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 언론이 주로 인용한 중국 매체를 살펴보면, 왜 중국 혐오에 맞춰진 기사가 많은지 이해된다. 저자는 한국 언론이 중국 뉴스를 보도할 때 인용하는 홍콩 신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중국 신문 《환추스바오》의 영문판 《Global Times》 그밖에 통신사가 어떻게 중국을 보도하는지 분석한다. 이 기사들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고 어떤 프레임으로 중국을 보게 했는지 알아본다.

일극체제에서 다자주의 시대로

그렇다면 미국이 키신저 시스템을 파괴하고 다시 샌프란시스코체제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러나 국제사회는 중국의 부상, 미국 헤게모니의 쇠락, 미국 내부의 이해관계 충돌, 아시아의 성장, 대항세력의 등장, 국제 분업체계 들로 재편되고 있다. 저자는 여러 문헌과 기사, 전문가의 발언을 통해 다자주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는 논리를 펼쳐 나간다. 이는 미국의 시대가 가고 중국의 시대가 온다는 것이 아니며, 미국과 중국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는 뜻도 아니다. 미국과 중국이 장악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 속에 한국이 다자주의 시대를 열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말한다.

짱깨주의를 넘어, 평화체제로 나아가기

이제 어떤 국가와 협력하고 어떤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는지는 한국이 선택해야 한다. 한국은 여전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이 필요하다. 중국은 동북아에서 전쟁을 억지하는 국가로 작용한다. 또 한국과 오랜 시간 문화적 동질감을 가진 ‘이웃’으로 존재했다. 한국과 중국이 분열의 역사를 쓰기보다 공통의 역사를 쓴다면, 동북아의 평화체제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평화주의자들이 짱깨주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평화체제의 관점에서 중국과 중국인을 바라보며, 지금과는 다른 방식의 세계를 꿈꿔야 한다고 말한다.

다자주의 시대가 왔다고 해서 그런 시대가 곧 우리의 시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늘 그런 시대에 앞서가는 국가가 있고 뒤처지는 국가가 있다. 역사는 지금 여기에 자리 잡고 있는 정치경제적 구조와 그것을 바꾸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결합하여 만들어진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공간에 사는 사람들의 노력이다. _65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