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미술의 이해 (독서>책소개)/2.서양미술사(화가)

불편한 시선 : 여성 미술사

동방박사님 2022. 6. 30.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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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왜 존재하지 않았을까?
미술관에는 왜 그리도 여성 누드화가 많을까?
여성의 눈으로 다시 읽는 미술의 역사

미술관이나 미술책에는 유독 여성 누드를 그린 작품이 많다. 이름이 널리 알려져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한다는 고전 명화 중에도 여성 누드가 넘쳐나고, 심지어 그리스신화나 성경의 이야기를 그린 그림 속에서도 여성은 언제나 벌거벗은 채 그려진다. 이 책은 여성의 시선에서 미술의 역사와 고전으로 내려오는 그림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오거나 이미 익숙해져 간과해왔던 의문을 다시 끄집어낸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미술 작품 속에서 여성이 표현되는 방식을 지적하면서, 여성 미술가가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인 한계와 더불어 이를 넘어서고자 노력했던 여성 미술가의 작품을 살펴본다. 고대 그리스의 조각상부터 중세의 교회 건축 조각, 르네상스 시대의 회화뿐만 아니라 근현대 작가들의 회화, 퍼포먼스 작품까지 고루 담아내, 미술 영역에서 여성이 어떻게 표현되어 왔는지 그리고 여성 미술가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역전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목차

들어가기 전에

제1장 의문: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존재하지 않았는가

1 마지막 수업에서 배제되다
2 자화상을 그리는 나는 모델인가 화가인가
3 여류의 함정, 외모를 평가당하다
4 여성 화가의 적은 여성 화가?
5 바지를 입기 위해 경찰의 허가를 받다

제2장 시선: 왜 여성은 언제나 구경거리가 되는가

1 시선이 가진 폭력성을 고발하다
2 비너스, 최초의 포르노
3 시선의 역전, 현대미술의 흐름을 바꾸다
4 너의 시선이 내 뺨을 때린다

제3장 누드: 미술 작품에는 왜 벗은 여자들이 많을까

1 남성 누드와 여성 누드의 결정적 차이
2 관음증의 발로로 등장한 여성 목욕 그림
3 성매매 그림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지 않았던 이유
4 로맨틱한 이국적 환상, 오달리스크 판타지
5 여성은 벌거벗어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는가

제4장 악녀: 여성은 남성을 괴롭히는 악한 존재인가

1 최초로 남성을 곤경에 빠뜨린 여성, 이브
2 최초의 이혼녀, 릴리트
3 영웅 유디트, 악녀가 되어 돌아오다
4 살로메는 어떻게 악녀가 되었나
5 남자 잡아먹는 여자, 스핑크스

제5장 혐오: 여성에 대한 폭력이 영웅적 행위가 될 수 있는가

1 여성에 대한 폭력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던 역사
2 맥락 없이 살해당하는 익명의 여성들
3 여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여성에 대한 폭력

제6장 거울: 거울 앞의 여성은 아름다움에 눈먼 존재인가

1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아름답지?”
2 완벽한 여신은 왜 거울을 드는가
3 내가 너의 거울이 되리
4 여성주의 미술이 세상의 모든 불평등과 연대하다

제7장 모성: 현실의 어머니가 언제나 고요하며 아름다울 수 있는가

1 사랑받는 어머니, 혹시 그는 기절한 것이 아닐까
2 에로틱한 어머니라는 환상을 버려라
3 프리다 칼로,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직시하다
4 훌륭한 어머니 신사임당, 나쁜 어머니 나혜석, 그 진실은?
5 거대한 거미 엄마, 모성에 대한 재현 문법을 무너뜨리다

제8장 소녀: 소아성애는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1 포르노와 미술 작품의 경계에 서 있는 소녀들
2 에로틱한 ‘사물’로서의 소녀들
3 관음증의 대상이 된 소녀와 개성을 표출하는 소녀는 어떻게 다른가

제9장 노화: 노년의 이미지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공평한가

1 늙은 여성은 왜 혐오의 대상이 되는가
2 모델 수잔 발라동, 화가가 되다
3 노년의 여성 화가, 진중한 품격을 지닌 자화상을 그리다
4 80세의 누드 자화상, 여성 누드의 문법을 깨다

제10장 위반: 현실의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1 뮤즈가 되어달라는 헛소리를 집어치워라
2 ‘집사람’의 노동
3 훔쳐보지 말라,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겠다
4 마땅한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다
5 치열하게 될 대로 되기

감사의 말
수록 작품
 

저자 소개

저 : 이윤희
 
1970년생.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 진학해 미술의 역사, 미술의 언어를 공부했다. 이후 월간지 《공간》 미술기자를 시작으로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학예실장, 청주시립미술관 학예실장, 수원시립미술관 학예실장 등 공사립미술관에서 전시기획을 했다.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초빙교수를 역임했고, 고려대학교 등 여러 대학에서 미술의 역사를 강의했다. 현재도...
 

출판사 리뷰

의문, 시선, 누드, 악녀, 혐오, 허영, 모성, 소녀, 노화, 위반
열 가지 키워드를 통해 여성의 눈으로 미술사를 다시 보다!


이 책은 의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름난 작품들을 모은 미술관과 교과서에는 왜 그리도 여성의 누드를 그린 그림이 많을까? 왜 다 빈치나 미켈란젤로처럼 위대한 여성 미술가의 이름을 선뜻 떠올릴 수 없을까? 그림의 세부 주제로 파고 들어가면 의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신화와 종교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에서 여성은 왜 언제나 남성을 파멸시키는 존재로 그려질까? 여성에 대한 폭력과 살인은 왜 그렇게도 자연스럽게 미술의 주제가 되었을까? 성모 마리아나 에로스를 대동한 비너스처럼 ‘고요하고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은 곧잘 그려지는데, 왜 임신과 출산을 본격적으로 다룬 작품은 없는 것일까? 남성 노인은 기품 있게 그려지는데, 왜 늙은 여성은 늘 추악하게 그려질까?

여성의 눈으로 보면 거북하기 짝이 없는 작품이지만, 이러한 작품은 ‘교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고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 교양 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기 일쑤다. 그러는 와중에 여성은 이러한 작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져, 작품의 내용과 표현 방식에 반론과 의문을 제기하기가 어려워진다. 대전시립미술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청주시립미술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학예실장으로 굵직한 전시를 기획해왔으며 현재는 수원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이윤희 저자는 이러한 의문을 열 개의 키워드로 압축해 선보인다.
‘의문, 시선, 누드, 악녀, 혐오, 허영, 모성, 소녀, 노화, 위반’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미술사에서 길이 회자되는 작품을 살펴보며, 미술 작품 속에 담긴 여성의 모습과 역사적으로 미술계에서 여성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 그리고 현대의 여성 미술가들은 이를 어떻게 역전시키고 있는지, 여성과 미술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미술가들은 왜 여성의 누드에 집착했을까?
신화와 성경을 주제로 다룬 작품에서조차 누드로 등장하는 여성들


여성주의 미술 단체인 게릴라 걸즈는 일찍이 장도미니크 앵그르의 〈그랑 오달리스크〉의 머리에 고릴라 가면을 씌운 패러디 작품을 만들어 “여성은 벌거벗어야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는가?”하는 질문을 던졌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소장하는 여성 미술가의 작품은 전체의 5퍼센트도 채 되지 않는데, 소장 작품 중 85퍼센트가 여성의 누드를 그린 작품임을 통렬하게 꼬집는 것이었다. 실제로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고전 미술 작품 중에는 여성의 누드를 그린 작품이 많다. 그리스로마신화의 내용, 심지어는 성경의 내용을 그린 작품에서도 여성 누드는 일상적으로 등장한다. 도대체 왜일까?

이윤희 저자는 미술의 역사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주 관객층과 이를 제작하는 미술가들이 대부분 남성이었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는다. 미술품 시장이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었기에 거의 대부분의 작품이 남성 관객의 취향과 선호를 따라 제작되었고, 이에 여성 누드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남성 누드와 여성 누드 작품의 연출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함으로써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한다.
남성의 누드상은 언제나 당당한 모습으로 제작되었지만, 여성의 누드상은 대부분 옷을 걸친 채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시선에 부끄러워하고 있는 모습으로 제작되었기 때분이다. 고대의 누드 조각상부터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누드 작품을 비교하고, 현대의 여성 미술가들은 이러한 관객의 ‘시선’을 어떻게 뛰어넘어 새로운 의미를 지닌 작품을 제작했는지까지 고루 살핀다. 특히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풍부하게 수록하여, 역사적으로 늘 대상화되었던 여성의 모습을 현대 여성 미술가들은 어떻게 표현했는지 직접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 일반적으로 신상은 신전에 안치된다. (…) 보통 신전은 장방형으로 설계되며, 신상은 가장 안쪽에 배치되었다. 그러므로 오늘날 성당의 십자가가 그렇듯 신상의 뒷모습이 노출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크니도스의 신전은 독특하게도 기둥으로 둘러싸인 원형 신전이었다. 한가운데 신상을 세우면 360도 돌아가면서 모든 각도에서 신상을 볼 수 있었다. 당시에 이 신전을 방문한 사람들은 원형의 신전을 빙 돌면서 비너스의 전신을 보았을 것이다. 신전은 신에게 기원하는 장소이지만 크니도스섬의 비너스는 좀 달랐던 것 같다. 고대 로마의 박물학자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 24~79)의 《박물지》에 의하면, 비너스의 아름다움에 취한 남성들이 신상에 다가가 끌어안았으며 밤이 지나고 나면 이 신상 주변에는 정액 냄새가 진동했다고 한다. 누드 비너스상은 기원의 대상이기보다는 아름다운 여성의 신체를 성적으로 소비하는 관음증의 대상이었다. 마치 오늘날의 포르노그래피처럼 말이다. _p75

-- 화가들이 그림을 구매하는 고객의 취향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화가 자신의 취향과 고객의 취향을 잘 버무리고, 또한 자신의 그림을 구매하는 이들의 욕망을 충족시키되 품위가 훼손되지 않도록 도덕적 흠결이 없는 소재를 발굴하는 것도 화가들의 실력이라면 실력이었다. 그렇다면 당대의 화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피해갔을까?
화가들은 기발하게도 당대가 아닌 ‘과거’, 또는 ‘다른 나라’의 성매매를 소재로 삼았다. 당대 화가가 사는 지역의 성매매를 소재로 삼았다면 도덕적으로 비난받았겠지만, 저 먼 지역에서 혹은 오래된 과거에 일어난 성매매 사건을 그린 작품은 문제 없이 용인되었다. 그러한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역사의 한 장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_ p104~105

악녀이거나, 자애롭고 아름다운 어머니이거나
왜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표현된 여성은 없을까?


19세기에는 치명적인 매력으로 남성을 파멸로 이끄는 여성, 즉 ‘팜므파탈’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유행했다. 아담의 첫 번째 부인으로 알려진 릴리트나 춤을 춘 대가로 성 요한의 목을 요구했던 살로메, 메데이아 등이 미술계에서 주요한 소재로 곧잘 등장했다. 인류의 조상 중 하나인 이브가 아담보다 더 큰 죄를 지었다고 해석되고, 유대민족을 위기에서 구한 영웅 유디트가 악마적인 이미지로 재해석되기도 했다. 독일에서는 여성을 살해하는 주제의 작품들이 잇따라 등장하기도 했는데, 저자는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기 시작하던 당대의 상황과 이러한 작품 경향을 연관지어 설명한다. 여성의 사회 진출에 경멸과 두려움을 느낀 남성들이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여성’의 이미지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 이렇게 남성의 가부장적 지배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여성 일반에 대한 공포는 상대적으로 남성을 희생자로 만드는 새로운 문화적 도상을 만들어낼 필요성을 제공했다. 미술사에서 남성과 여성의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한 살해라는 주제는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러나 19세기에 이르러 이러한 주제는 당대 현실의 맥락 속에서 남성 일반을 파괴할 듯한 팜므파탈 이미지와 결합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_p133

그런가 하면 어머니로서의 여성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법한, 고요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성모 마리아를 그린 작품이나, 출산을 경험한 어머니답지 않게 매혹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 부셰의 비너스 작품들이 대표적이다. 현실의 어머니라면 아이를 기르느라 늘 정신이 없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특별히 관리를 거친 배우가 아니라면 출산 후에 임신 전처럼 날씬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오기도 쉽지 않다. 그런데도 미술 작품 속에서 어머니는 언제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왜 여성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표현될 수 없었을까?

저자는 남성주의적인 시각이 이러한 주제 선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근대 이후 여성 미술가들이 임신과 출산을 표현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여성이기에 경험할 수밖에 없는 실존적인 경험으로서의 임신과 출산 혹은 그에 대한 기대감을 여성 미술가들이 어떻게 그려냈는지 보고 나면 아름다운 모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거대한 거미처럼 표현된 루이즈 부르주아의 〈마망〉, 출산의 고통을 표현한 프리다 칼로의 작품, 여성에 대한 폭력과 그에 대한 사회의 반응을 꼬집는 수잰 레이시와 레슬리 라보위츠의 〈애도와 분노 속에서〉 등을 비롯해 다양한 근현대 작가의 작품을 보고 나면, 미술에서 그리는 여성의 모습과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의 진정한 모습 사이의 간극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 미술사적으로 면면히 그리고 지겹게 이어지는 모자상의 전통으로 보자면 부르주아의 ‘엄마’는 충격적이다. 어쩐지 독기를 품은 것 같은 엄마, 알을 보호하기 위해서 몸을 부풀려 상대를 겁주는 형상의 거미 엄마의 모습에서는 전통적인 모자상의 면모를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자리 잡고 있는 〈마망〉은 철과 스테인레스, 브론즈 등 다양한 재료로 제작되었지만, 가장 처음에 만들어진 〈마망〉에는 맨홀 뚜껑, 수도관 파이프 그리고 낫 등의 기성 재료가 사용되었다. 특히 다리 끝에 이어 붙은 날카로운 낫은 이 무서운 형상에 더욱 생생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충격적인 외양 때문에, 거미가 알을 보호하는 특성에 대한 부르주아의 설명을 듣고 나서도 왜 이렇게 공격적인 모습으로 엄마를 표현했는지 단번에 이해되지는 않는다. 커다란 크기만큼 의문을 증폭시키는 이 작품을 더 깊이 들여다보려면 루이즈 부르주아의 인생과 작품의 관계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_p255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존재하지 않았는가?
미술계 그리고 사회에 만연한 여성의 어려움을 고발하다


1970년대 미국의 미술사학자 린다 노클린은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존재하지 않았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며 페미니즘 미술에 대한 포문을 열었다. 린다 노클린은 그 이유를 여성에게는 미술을 교육받을 기회도, 분야에서 인정을 받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는 데서 찾는다. 그러한 열악한 환경에서도 역사에 이름을 남긴 여성 미술가들이 있지만, 남성이 주류인 미술계에서 정당한 교육 기회와 평가를 받기란 쉽지 않았다.
당대 최고의 미술가들이 모인 초창기 영국 왕립 아카데미에는 여성 미술가인 메리 모저와 앙겔리카 카우프만이 엄연히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들은 가장 중요한 누드 수업에는 참여할 수 없었고, 19세기 프랑스 궁정 화가로 손꼽히던 아델라이드 라비유기야르와 엘리자베트 비제 르브룅은 오직 여성 화가끼리만 비교를 받았으며, 수시로 외모에 대한 비교평을 받았다. 또한 베네치아의 명물로 손꼽히던 여성 화가 로살바 카리에라 역시 외모가 작품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늘 따라다녔다.

-- 미술 작품에 담긴 내용뿐 아니라, 미술 작품을 둘러싼 작가들의 삶에 관한 이야기들도 때로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역사적으로 대부분의 여성 미술가들은 미녀네 추녀네 하는 외모 평가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예쁘면 예쁜 대로 추문에 휩싸이고 못생기면 못생긴 대로 작품에 못 따라간다는 아쉬움의 탄식이 빈번했기 때문이다. 피카소의 키가 163센티미터에 불과하며 작고 못생겼다는 얘기는 누구도 하지 않고, 미켈란젤로가 추남이라는 소문 역시 그의 작품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여성 작가들에게는 언제나 용모에 대한 평가가 가십으로 뒤따른다. _p11

뛰어난 실력으로 큰 명성을 얻은 뒤에도 여성 미술가들은 작품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바지를 입고 외출해야 했지만, 그러기 위해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만 했던 로자 보뇌르가 대표적이다. 현대의 여성 미술가들은 과거의 여성 미술가에 비하면 그 기회가 확대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현실적인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여성들은 ‘집사람’으로서 노동을 하며 동시에 작품 활동을 해 나가야 하는 이중적 고충을 겪는다. 루이즈 부르주아의 〈여자의 집〉, 박영숙의 〈미친년들〉과 같은 작품을 보면 여성 미술가들이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이를 뛰어넘어 반전을 시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당시 양성평등이라는 사상은 그야말로 유토피아적인 전망일 뿐 그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여러 개인적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당시는 여성이 남성의 에스코트 없이 혼자 돌아다닐 자유, 여성이 혼자 밤에 산책하고 어디든 들어갈 수 있는 자유, 편안한 옷을 입고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는 등의 자유가 제한되었던 시대였다. 그런 시대에 머리를 짧게 자른 채 바지를 입고 동물을 스케치하러 돌아다닌 로자 보뇌르의 행동은 ‘괴벽’으로 여겨졌다. _p54

-- 박영숙의 ‘미친년 프로젝트’는 작가의 지인들을 모델로 연출한 사진 연작이다. (…)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 나가면서 육아도 하는 여성이라면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는지 단숨에 이해가 될 것이다. 하루만 손을 놓아도 어지러워지는 집안 살림과 24시간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를 짊어진 여성의 사회활동은 설령 미치지 않았어도 미칠면서 육아도 하는 여성이라면 이 작품이 무엇을 말하는지 단숨에 이해가 될 것이다. 하루만 손을 놓아도 어 것 같은 상황의 연속이다. 시간을 쪼개야 하는 만큼 어떤 일도 원하는 만큼 100퍼센트를 이룰 수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구걸하듯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그렇게 살아도 이기적이라는 혹평을 피할 수 없다. _p346~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