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한일관계사 연구 (독서)/2.한일과거사

소설 다카시마 (김현석 장편소설)

동방박사님 2022. 8. 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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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는 일본에 살면서 한일관계에 관한 수많은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그중 몇 가지 역사적 사실에는 복잡한 한일관계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 한국인으로서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설명이 부족해 보이는 부분들이 존재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저는 단 한 번도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에 정면으로 마주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는 마치 심신을 유기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부끄러웠습니다.

그렇게 무작정 녹음기 하나 들고 도쿄에서 나가사키로, 강제 동원의 피해를 직접 겪으신 생존자분들을 만나기 위해 떠났습니다. 조심스러울 수 있는 주제라 걱정이 많았는데 흔쾌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나가사키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해 듣던 중 군함도 바로 옆에 위치한 ‘다카시마’라는 섬에 관해 알게 되면서 관심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여러 차례 유네스코 등재 문제로 떠들썩했던 군함도와 대조적으로 그 바로 옆에 있지만, 너무도 조용하게 그 실상을 아주 조금만 드러내고 있는 다카시마를 보며 오히려 많은 부분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서로 마주 보면 너무도 가까운 바로 앞 동네인 것 같은데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잠잠했다는 것이 말입니다.

이렇게 다카시마는 저에게 필연 같은 방문이었고 숙명 같은 시작이었습니다. 저는 첫 방문 이후 몇 번의 계절을 건너보내며 다카시마를 방문하고 또 방문했습니다. 지금은 다카시마 전체 섬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만, 이것이 언제 또 바뀌고 변화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 책이 여러분들에게 한 번쯤은 다카시마에 직접 방문해서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되길 바랍니다.

 

목차

1 바람이 일으킨 먼지가 폭풍이 되다
2 바로 앞의 일은 운명도 모르는 일이다
3 그 놈의 조선인
4 서쪽으로 서쪽으로
5 외딴 섬, 그리고 조선인
6 탄광일
7 마를 날 없는 눈물, 미동도 없는 운명
8 살아야지, 살아야지······ 살고 싶다
9 기약 없는 이별
10 엇갈리고 뒤틀려 안타까운 인연
에필로그

 

 

저자 소개

저 : 진현석
 
1983년에 서울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일본에서 살고 있다. 2016년 일본으로 건너와 현재는 한국어 강사 및 무역중개업을 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타국에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고 자신을 많이 돌아볼 수 있는 정말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책, 영화, 드라마를 즐겨보는 지극히 평범한 취미를 가진 너무나 평범한 사람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를 쓰는 것을 좋아했고, 언제부터인가 생각만 하고 있던 소설을 집필...
 

책 속으로

꿈을 꾸었다. 꿈에서 나는 한참을 울었다. 어두운 날에 정글과도 같은 깊은 수풀과 나무가 우거진 어딘가 속에서 거의 머리끝까지 가득 찬 물을 헤치고 내가 가야 할 목적지로 나아갔다. 그러다 문득 가득 찬 물속에서 허우적대는 사람을 보았다. 나는 다급해 보이는 그 사람에게로 다가가 앞이 보이지 않는 흐릿한 물의 길을 터주며 나아갈 수 있게 먼저 앞장서 시범을 보였다. 나는 그에게 안심하라고 말했다. 아니 그렇게 말한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물길을 헤치고 육지의 길로 나와 다시 어디론가 빠르게 걸었다. 그리고 허름하고도 무질서한 듯 보이는 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목적지를 마치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양 빠르게 다시 걸어 나아갔다. 주변 상인들의 모습이나 시장의 풍경을 바라보지도 않은 채 말이다.

그렇게 어느 가게 앞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니 근처 가게에서는 흑백 TV가 켜져 있었고 거기서 할아버지 한 분이 나오고 있었다. 가만 들어보니 그의 생전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내가 서 있던 가게에서 팔고 있는 작은 장난감 같은 손바닥만 한 액자와 초콜릿 두 개를 집었다. 고르는 데만 삼십 분이나 걸린 것 같았다. 쭈뼛대며 가게 아주머니에게 고른 물건을 내밀고 계산을 하는데 옆에 딸인 듯한 작은 아이가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나는 아이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내가 집어 들었던 초콜릿을 하나 내밀며 ‘자! 네 거야.’ 하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가 그 초콜릿을 받으려 손을 뻗자 아주머니는 손을 흔들며 극구 사양을 했다. 봉지에 담아가며 물건을 계산하던 아주머니께 나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안타깝게 선생님을 잃으셔서······. 저는 선생님같은 분들에게 그렇게 많이 도와드리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한다고 했는데······ 너무 부족해서 죄송합니다.” 한참을 서럽게 울며 아주머니께 이 말을 꺼냈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나를 한번 쓱 보다가 고개를 숙인 채 다시 물건을 담으며 부드럽고 자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요. 운명을 어찌할 수는 없었잖아요. 우리 아저씨 같은 양반들 많아요······. 힘내요. 괜찮으니까.” 아주머니의 이야기에 다시 한참을 아이처럼 꺼이꺼이 울었다. 그리고 순간 정말 거짓말처럼 나는 잠에서 깼고 한참을 멍하니 꿈을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뭘까 이 꿈은······ 이 꿈의 의미는······’ 이상하도록 생생했다. 원고 작성을 마치고 한참 날이 지난 후 불쑥 찾아온 잠시간의 낮잠 속에서 나타난 꿈이었다. 집필을 하며 매일 나는 그 시대, 그곳에 들어가 있었다. 낯선 사람, 낯선 배경, 낯선 환경 그리고 낯선 언어. 일제강점기의 참담함과 어지러움이 서려 있는 조선인들의 삶, 강제노역과 그 중에서도 악명 높기로 소문난 탄광. 나는 여러 번의 계절을 그들과 함께 이곳에서 살았다. 그들의 감정을 나도 느끼려고 애써 본다는 것은 어찌 보면 크나큰 오만이자 무례일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그 안에서 수십, 수백 번의 해를 보길 원했다. 그들과 같이······.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낯선 사람, 낯선 배경, 낯선 환경, 그리고 낯선 언어
악명 높기로 소문난 다카시마 탄광에서의 강제 노역
일제강점기의 참담함과 어지러움이 서려 있는 조선인들의 삶

탄광 아래 묻혀 있던 아픈 역사를 나눠 짊어진 수많은 조선인들의
피와 살점, 눈물과 땀방울이 드러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