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역사이야기 (관심>책소개)/6.화교이야기

짜장면 : 화교문화를 읽는 눈

동방박사님 2022. 8. 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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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ㆍ중ㆍ일을 잇는 이야기 타래, 짜장면

언제, 어디서, 누구와 먹어도 부담 없는 짜장면은 이제 한국의 대표적 서민음식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짜장면을 좋아하고, 즐겨 먹는 사람이 많은 만큼 이 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면에는 헤어릴 수 없이 많은 가는 실이 감추어져 있다. 살펴 보면 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가는 면의 실타래는 한반도와 산둥을 잇고도 남는데 이런 기술 혹은 마술의 원산지가 바로 황해 바다 건너 옌타이의 푸산이다.

인천을 비롯한 한반도의 화교들은 중국에서는 짜장면을 날라 왔고, 일본에서는 우동과 짬뽕을, 그걸로 모자라서 '다꾸앙'도 날라왔다. 말하자면 한국의 중국음식점 식탁이야말로 한중일의 허브인 것이다. 이 책은 짜장면을 비롯한 다양한 중국음식

 

목차

프롤로그
참고지도

1부 사연 있는 짜장면의 출발
내가 제일 맛있게 먹은 짜장면
20세기 화교(華僑)에서 21세기 화교(華僑)로
짜장면의 거대한 뿌리

2부 짜장면, 끝없는 이야기 타래
황해 바다 위에서 지낸 제사
웨이하이의 백 년 된 춘장 공장
타이베이샤오청 그리고 짜장면의 귀국 혹인 재이민
다시 찾은 아버지의 고향, 숭갸탄
옌타이에서 건져 올린 한 장의 사진에 얽힌 사연 그리고 중화루

3부 가깝고도 먼 짜장면의 사촌들
푸산라몐을 먹다가 술김에 발견한 짜장면의 제조 비결
짜장면에도 친척이 있다
공자의 도시 취푸에서 맛본 쿵푸차이
『금병매』의 배경 런칭에서 짜장면의 뿌리를 찾아
런칭에서 만난 짜장면의 사촌, 스샹?
춘장과 대파의 비밀
베이징으로 가는 길, 상하이에서 만난 짜장면의 발자취
펑쩌위안에서 맛본 푸산요리, 총사오하이선

4부 베이징에서 찾은 짜장면의 흔적
베이징 류비쥐에서 찾은 짜장면의 흔적
베이징이 본바닥 짜장면 맛기행
베이징 후이펑탕의 푸산요리
베이징 퉁허쥐에서 맛본 싼부잔

5부 그리고 산둥으로의 초대
제나라와 강태공의 생선요리
산둥 길목 채소 생산 본고장 서우광
린이에서 제갈량의 고향 이난까지
린이의 명물 젠빙
어느 아침의 싸와 창산 마늘, 그리고 쌍화
돌아와서도 잊지 못하는 만두 생각

에필로그
 

저자 소개

저자 : 유중하
본디 루쉰을 전공하면서 전공자 몇이서 그의 글을 번역ㆍ출간하기도 했으나 아무도 읽어 주지 않아 실망하던 차에, 근자에 우연히 중국 산둥 출입이 잦아지면서 산둥과 화교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화교가 한국에 들여온 짜장면이라는 음식에 접속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루쉰도 소설 『분월』에서 자장면을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짜장면 혹은 중국음식에 제법 '엄청난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歡喜雀躍 중이다...
 

책 속으로

그날 밤 잠자리에서 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 ‘제1회 세계짜장면경진대회’가 열리는 꿈이었다. 장소는 인천 차이나타운. 세계 도처에 한국인이 모여 사는 곳이면 있기 마련인 짜장면 집에서 대표선수들을 내보냈고, 거기에 더하여 본토인 중국에서도 출전했는데 중국 쪽 대표에는 쯔보에서 본 그 친구가 끼어 있는 게 아닌가. 나는 그 친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라오베이징자장몐의 그 ‘라오’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라네. 한국 사람도 짜장면에는 오랜 정이 들었거든. 짜장면이 한국의 100대 문화 상징에 선정되었어요. 그뿐 아니네. 몇 년 뒤에는 이곳 인천에 짜장면박물관이 들어선다네. 어때, 이만하면 우리도 ‘한짜장면’ 하지?”--- 「내가 제일 맛있게 먹은 짜장면」

최근에 완성된 인천의 대역사(大役事) 인천대교는 인천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다리보다 더 큰 다리가 인천에 있다. 그것은 화교라는 다리다.
화교라는 존재가 바다 양쪽을 잇는 교량의 몫을 하는데 짜장면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짜장면은 원래 산둥의 옌타이 인근 자오둥(膠東)요리로부터 나왔지만, 한반도로 건너와서 한반도화되었다. 그 아이덴티티로 치자면 중국적인 것+한국적인 것=짜장면이 된 것이다. 이런 걸 두고 혼성, 곧 하이브리드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런 하이브리드야말로 21세기적인 것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20세기 화교(華僑)에서 21세기 화교(華橋)로」

우리 짜장면의 직계 조상인 푸산(福山)요리가 흥성하게 된 데에는 개항이 주요한 몫을 담당한다. 옌타이의 개항은 1861년으로 인천보다 20여 년 앞선다. 제물포가 한낱 어촌이었을 무렵 옌타이에는 십여 개국의 영사관, 우체국, 은행 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서양인들은 중국인 요리사들의 요리에 매료되었으며, 거기서 자연스럽게 요릿집들이 생겨나면서 개항 특수를 맞는다. 인천의 사정과 다르지 않은, 다시 말해 인천의 거울이 옌타이기도 한 것이다. 인천에서 돈놀이를 하던 중국인 방판 우리탕(吳禮堂)이 인천의 외교구락부에서 그의 서양인 아내와 추던 탱고는 이미 옌타이에서 유행했던 춤이었다. 그 무렵 옌타이와 인천을 이어서 보지 않으면 짜장면의 비밀은 밝혀지지 않는다.--- 「짜장면의 거대한 뿌리」

“말두 말아요”는 그(손덕준 인천화교협회 부회장)가 말끝마다 붙이는 어구 비슷한데, 필시 그가 말도 못 할 정도로 고생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연년생 또는 두 살 터울로 8남매의 맏이에, 아버지는 8년을 자리보전을 한 채 고향에 가고 싶다는 타령을 하시다가 끝내 고향땅을 다시는 밟지 못하고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으니 그야말로 “말두 말아요”가 그의 입에 밸 만하지 않은가. 그리고 몇 년 전 조카 결혼식에는 인천에서 모친을 모시고 아이들과 같이 숭갸탄에 왔단다. 그때도 또 눈물바다였으리. 황해 바다가 만일 짜다면 그건 필시 고향을 밟지 못한 이들의 눈물도 한몫을 했을 테다.--- 「다시 찾은 아버지의 고향, 숭갸탄」

그렇다. 중국에서 길거리를 걷다가 출출하면 사 먹는 저 젠빙(煎餠)도 우리 짜장면과 무관하지 않은 음식이다. 둥그런 쇠판에 묽은 밀가루 반죽을 둥글고 얇게 깐 다음 달걀을 한 개 깨서 얹고 거기에 뿌리는 것이 한국 사람들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 샹차이(香菜)까지는 좋은데 거기에 또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송송 썬 파닫. 그리고 거기에 다시 춘장을 붓으로 찍어 바른다. 그다음 파삭하게 튀긴 밀가루 튀김을 얹은 다음 둘둘 말아 주면 그게 젠빙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밀가루와 파와 춘장의 결합이다. 이 젠빙도 그러고 보면 짜장면의 친척인 셈이다. 중요한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짜장면은 마냥 짜장면이 아니라 그 친척, 사촌들이 존재하는 것.--- 「짜장면에도 친척이 있다」

대파는 느끼한 맛을 강한 매운 맛으로 중화시키는 몫을 하는 채소다. 추운 날씨→독한 술→기름진 안주로 이어지는 음식 코드에 슬며시 얹어진 것이 바로 대파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파를 날로 먹으면 매운 맛이 있으므로 그것을 춘장에 찍는 것. 앞서의 대화에서 음식점 주인이 아내에게 대파와 함께 춘장을 가져오라고 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산둥요리의 한 코드가 완성된다. 추운 날씨→독주→기름진 안주의 느끼함→대파의 자극성→춘장으로 연결되는 선이 그것이다. 이 대파가 한국에 와서 짜장면에 얹히면서 양파로 바뀌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 「춘장과 대파의 비밀」

마구 비빈 짜장면이 이윽고 입으로 넘어간다. 이때 정신을 차려야 한다. 한국 짜장면과 어디가 어떻게 다른가. 숙주와 오이 그리고 샹차이 따위 채소의 맛이 우리네 짜장면과 다른 것은 그렇다 치고, 뭐니 뭐니 해도 맛을 짚어야 하는 것은 볶은 짜장의 맛이다. 면과 어우러진 첫 입에 혀로 감겨 온 맛은 물로 한국 짜장면과 다르다고 속으로 뇌까리려는데 어딘지 같은 맛이 혀의 미각 세포를 자극하는 게다. 이런 경우를 두고 대동소이(大同小異)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소동대이(小同大異)라고 해야 하나 하는 물음을 스스로 던지면서 다시 한 젓가락.--- 「베이징의 본바닥 짜장면 맛 기행」

악(樂)은 또 뭔가. 악에도 증빙이 없을 수 없다. 무단통치의 대명사인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자 전국의 무기를 거두어 만든 것이 함양성 밖에 세울 구리종[銅鐘]을 지키는 동인(銅人)이었다. 솥과 구리종이 합쳐지면 무엇이 되는가. 먹고 마시면서 음악 반주를 곁들이는 그림이 연출된다. 무기를 녹여 종과 솥으로 만듦으로써 중국은 무(武)를 방치하고 결국은 문약(文弱)으로 흐르면서 ‘동아병부(東亞病夫, 동아시아의 병든 사내)’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21세기 중국은 그 솥을 다시 세웠다. 문(文)의 시대를 맞았다는 시대 감각, 곧 무로 이 세상을 태평하게 다스린다는 강령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제나라와 강태공의 생선 요리」

우동이 자신의 원적(原籍)을 일본이라 하고, 짬뽕이 자신의 본적을 나가사키라고 하면서 아우성을 친다. 냉면도 조상이 한국이라고 하면서 볼멘소리를 한다. 자신들을 왜 중국음식점 식탁에 올려놓았느냐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국적, 본적, 조상을 따지기만 하면 그건 20세기식이다. 우동은 본디 중국의 원툰(??)이 일본으로 건너가 우동이 되었다. 그 일본식 우동이 중국으로 다시 건너가면서 우둥(烏冬)이 되기도 했다. 이주(localization)와 재이주(relocalization)를 겪으면서 우동의 재료나 맛도 달라졌다. 국경을 넘나들면서, 유식한 말로 하이브리드, 한자어로는 혼종(混種), 식탁에 올려진 메뉴의 이름으로 거론하자면 ‘짬뽕’이 된 것이다. 우리가 중국음식점에서 먹는 국수 종류야말로 이른바 다문화(multuculture) 현상의 표징이다.

마지막으로 부탁을 드리는 것은 짜장면을 드시되, ‘화교’라는 존재를 한번쯤 떠올리면서 검은 국수를 목으로 넘겨 보시라는 것이다. 한번쯤 목이 메어 화교에게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이른바 ‘톨레랑스’를 구할 때 비로소, 우리는 일본인들의 재일동포 차별에 대해 낯을 들고 이야기를 할 자격을 갖출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자격이야말로 모름지기, 21세기에 우리가 갖추어야 할 ‘국격(國格)’의 하나일 테니까.
--- 「에필로그」
 

출판사 리뷰

사연과 인연이 있는 짜장면을 찾아서
짜장면은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다.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마치 오래된 친구 같은 존재. 그리 특별할 것도 없고 그 속내를 더 알아보아야 할 필요도 없을 듯하다. 그러나 한 그릇의 짜장면에 담긴 사연과 인연은 의외로 깊고 복잡하다. 우선, 이 음식의 국적부터가 수상하다. 분명히 중국음식점에서 파는데, ‘한국의 100대 문화 상징’으로 선정되었다. 그렇다면 이 음식의 정체는 무엇인가? 저자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으러 길을 나선다. 짜장면의 뿌리를 찾는 여행이요, 짜장면에 담긴 사연과 인연을 찾아가는 여행이다.

이 땅 화교들의 애환, 번지는 상념
짜장면을 이 땅에 들여온 것은 중국 산둥 출신의 화교들이다. 하여 먼저 산둥으로 간 저자는 그들의 곡절 많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살던 곳을 떠나 이국땅을 헤매야 했던 그들의 애환이 오죽했으랴. 그들의 가슴 짠한 사연에 울고 웃으며 짜장면의 뿌리를 찾아 산둥 곳곳과 베이징을 오가는 저자의 상상력은 끝없이 번져 간다. 짜장면의 사촌격인 다양한 중국음식들을 발견하기도 하고, 라면과 우동에서 한ㆍ중ㆍ일 삼국 간 문화 교류의 한 양상을 더듬어 보기도 하고…….

동북아 삼국을 잇는 이야기 타래, 짜장면
짜장면의 뿌리를 찾는 여행이란 기실 겉보기의 명분이었던 듯하다. 짜장면은 중국에서 건너와 한국음식이 되었고, 이제는 거꾸로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이주와 재이주의 과정을 거쳐 딱히 무엇이라 정체를 규정하기 어려운 혼종(하이브리드) 음식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우동도, 라면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국경을 넘나드는 한ㆍ중ㆍ일 삼국의 대표적인 서민 음식들의 모습에서 삼국을 잇는 21세기형 문화 네트워크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러니, 하이브리드의 시대 21세기에 오랜 이웃 나라들 간의 관계맺음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자는 것이 저자의 속내였던 것이다.

지역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문화의 길’ 총서

인천문화재단과 한겨레출판이 손잡고 펴내는 새로운 역사/문화 총서. 인천은 ‘근대의 관문’이라는 도시 형성의 역사적 기원으로 인해 많은 이야깃거리를 안게 되었고, 이후의 성장 과정에서 다른 지역/문화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독특한 지역문화를 형성하게 되었다. ‘문화의 길’은 오늘의 지역, 지역성, 지역문화를 이룬 그러한 역사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그려 가는 새로운 문화지도이다. 역사와 네트워크에 주목한다 함은 지역사와 한국사의 맞물림, 특수성과 보편성의 연결 지점들을 탐색한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한국 사회의 근대성을 조명하는 기획을 통해 지역문화의 어제를 성찰하고 오늘을 점검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생활사의 근거지로서 지역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하는 것이다. ‘인천’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바라본 한국 근현대의 초상화가 바로 ‘문화의 길’ 총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