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계사 이해 (책소개)/5.미국역사문화

미국꿈에 갇힌 사람들 (1994 마이크 데이비스) - 미국 노동자계급사의 정치경제학

동방박사님 2022. 10. 1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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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미국현대사의 가장 격동적인 시기에 민권운동, 노동운동, 좌파운동에 몸담아온 저자가, ‘미국의 꿈’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갇혀 계급의식으로 나아가지 못한 미국 노동계급의 불행한 역사를 미국혁명기부터 레이건정권기까지 꼼꼼히 추적한 책.

목차

머리말

1. 노동계급과 미국의 정치
미국의 노동계급은 왜 다른가
미국 노동계급과 민주당의 불임의 결혼
노동진영의 몰락

2. 레이건 시대
신우익의 권력장악과정
후기제국주의 미국의 정치경제학
레이건경제정책의 정처없는 마법의 행로
고육지책? 1984년 선거에서의 좌파와 민주당

에필로그 미국좌파의 창출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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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

 

저자 소개

저 : 마이크 데이비스 (Mike Davis)
 
194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쌘버너디노에서 태어났다. 정육점 직원, 트럭 운전수,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연대’ 등의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정육노조의 장학금으로 캘리포니아 대학교에 입학하여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에서 역사학을 공부했다. 1960년대에 민권운동, 반전운동, 노동운동에 참가한 그는,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강의를 하면서 노동운동에서 계속 활동했다. 또한 1998년...

역 : 한기욱 (HAN Ki Wook,韓基煜)

 
문학평론가, 영문학자. 1957년 부산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와 서울대 영문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허먼 멜빌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 『문학의 새로움은 어디서 오는가』 『21세기의 한반도 구상』(공저) 『영미문학의 길잡이』(공저), 역서 『필경사 바틀비』 『우리 집에 불났어』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공역) 『미국 패권의 몰락』(공역) 등이 있다. 현재 『창작과비평』 편집주간, 인제대 영문...
 

책 속으로

이 글이 발표되는 지금 시점은 미국역사상 하나의 역설적인 순간, 즉 노동절 백주년이자 CIO(산별노조협의회)의 대대적인 연좌 파업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바로 얼마 전만 해도 이런 기념일이면, 미합중국이 계급투쟁의 평화로운 제도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식의 꿈에 부푼(Panglossian: 볼떼르의 『깡디드』에 나오는 인물 빵글로스에 빗댄 표현―역주) 이야기들이 무성했을 것이다. 대개 교과서들의 설명에 따르면, 헤이마켓(Haymarket: 노동절의 기원이 된 1886년 5월 1일, 8시간 노동을 위한 노동자의 총궐기 끝에 3일 시카고의 광장인 이곳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났음―역주) 순교자들이나 플린트(Flint: 디트로이트 북부의 도시로 GM사의 자동차 공단이 있는 곳으로 1936∼37년 대대적인 연좌파업이 일어났음―역주) 파업자들은, 본인들의 생각이야 어 떠했건 결국 단체교섭에 입각한 다원주의적인 산업질서를 정착시키는 데 뜻하지 않은 영웅이 되었다. 초기의 극적인 전개와 폭력 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운동은――뒤에 일어난 흑인해방투쟁과 마찬가지로――자유주의적인 진보의 잔잔한 지류로 흘러들어 이른 바 안정을 찾았다는 것이다.

(중략)

이 책이 무엇보다도 미국좌파의 향방을 둘러싼 최근의 논쟁에 대한 이론적 개입이라는 점은 누가 보도 분명할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전반적인 모양새도 역사기술이나 경제분석의 통례적인 틀보다는 전략적인 물음들을 고려하여 결정되었다. 개인적인 이야 기를 좀 끼워넣자면, (마흔살까지) 나의 정치적 이력은 1960년대 신좌파집단에서는 아주 전형적인 것이다. 즉 맨 먼저 대중적인 민권운동(CORE)에 종사하다가 `미국인종평등회의`, 이어서 반전활동에 가담하게 되었고(민주사회를 위한 학생연합 SDS과 공산당) , 그 다음에는 개혁노조세력(싸우스캘리포니아주 트럭운송노조)에서 상당한 몫의 일을 맡게 되었다. 이 책의 전반부에 실린 글들 은 잘되었든 잘못되었든, 사회주의자로서 미국 노동운동에서 일하려는 사람이면 누구나 부딪히게 마련인 핵심적인 딜레마를 풀어 보려는 하나의 시도이다. 이 딜레마란 경제적 투쟁성과 정치적 수동성, 개인적 각성과 집단적인 소심성 사이의 역설적인 괴리를 말한다. 제2장에서 시작된 노동세력과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발전시킨 제2부는 좌파가 민주당을 통해 `가능태로서의 좌익`과 연 대해야 한다는 환상에 대한 논박인 면도 있다. 이 부분에서는 또한 1978년 이후 우익의 득세를 본질적으로 초경제적인 `이데올로 기적` 혹은 `문화적` 현상으로 분석하는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물질적으로 규정받는 정치세력들의 장을 우선적으로 고 려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끝으로 대안적인 전략의 요소들을 가려내고자 한다. 이 혼란스럽고 과도기적인 시점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제시하는 양 자신만만하게 나오는 것은 물염치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짓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의 국제주의적 좌파의 기획을――그리고 그 책임을――지탱해주는 엄연히 존재하는 참된 역사적 세력들의 조짐을 알리는 일은 가능 하고도 필요한 작업일 것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미국의 산업화과정에서는 계급관계가 토지소유 귀족계급에 잔존해있는 온정주의나 혹은 행정적으로 강력한 국가기구의 개입에 의해 조절된 적이 없었다. 복지 국가정책을 위한 보수적인 토대를 수립한 디즈레일리나 비스마르크 같은 사람들도 없었으며, 루이 하츠의 견해와는 달리, 전자본제적인 사회적 연대라는 이름을 내건 반자유주의적인 반동세력의 강력한 정당들도 없었다.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미합중국의 비남부지역에서만큼 야만적인 '자유'시장의 조건하에서 노동력의 판매가 이루어진 곳이 없었다. 또한 사회보험이나 보호입법을 제공함으로써 이러한 자유방임주의적인 임금관계를 개선하려는 시도도 1차대전 시기에 비로소 생겨났다. 그리고 이러한 목적을 위해 대중참정권이 지닌 개혁주의적 잠재역량을 동원하려는 모든 시도들도 쁘띠부르조아 유권자집단의 비중, 노동계급의 민족적. 종교적 균열. 그리고 나중에 가서는 사회입법에 대한 AFL의 완강한 반감으로 인해 번번히 봉쇄되었다. 이 경쟁적 축적단계에서는 고용주의 힘이란 몇명의 핑커턴 요원을 고용할 수 있는가에 의해 측정되었고, 임금과 물가의 하락은 주기적으로 참상을 빚어내고 있었다. 남북전쟁 이후 세 차례릐 공황기에 실업자수가 그렇게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의 급식행렬과 임시적인 구빈원을 제외하고는 실업자 구제를 위한 조직적인 사회보장대책은 놀랍게도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주기적으로 닥쳐오는 궁핍한 시절마다 먹을 것을 찾아 미국의 온 대지를 뒤지고 다닌 떠돌이 군단이야말로, 썸너식 자유주의의 순수한 원칙에 따라 조직된 이 시기의 노동시장이 가장 극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 pp.144-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