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계사 이해 (책소개)/5.미국역사문화

트랜스 젠더의 역사 (2016 수잔 스트라이커) - 현대 미국 트랜스젠더 운동의 이론, 역사, 정치

동방박사님 2022. 10. 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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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사람으로 살아가는 다른 방식, 트랜스젠더 현상에 주목하라!
전통적 페미니즘 젠더 정치학의 한계를 넘고 젠더 규범성의 제약을 벗어나
게이와 레즈비언이라는 단단한 정체성의 지도를 찢어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으로 ‘다르게 젠더화’된 사람들
위기에 몰린 우리 삶에서 다른 연대의 가능성을 찾아 던지는 물음,
인간이란 무엇인가

여섯 빛깔 역사 ― 차이를 존중하는 세상 만들기


2015년은 6월 26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고 백악관은 여섯 빛깔 무지개로 물들었다. 2015년 연말,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김보미 씨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에 당선했고 곧 있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후보를 떨어뜨리자는 낙선 운동이 벌어졌다. 차별금지법, 학생인권조례,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이렇게 차별과 혐오로 가득한 소란을 향해 돌진하는 중이다. 차이를 존중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트랜스젠더의 역사》는 트랜스젠더 역사학자 수잔 스트라이커가 2차 대전 이후 미국 트랜스젠더 운동의 역사를 중심으로 저항적 소수자 운동의 이론과 정치의 흐름을 되짚고 트랜스젠더 사회운동을 확장된 페미니즘의 틀 속에 위치시키려는 시도다. 저자 자신의 삶이 투영된 소수자들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옮긴이가 말한 대로 역사는 ‘발굴’이며 ‘해석’이고 ‘경합’이 된다. 스트라이커는 백인-동성애자의 역사로 신화화된 스톤월 항쟁에 앞서 비백인-트랜스젠더 퀴어가 중심이 된 중요한 항쟁이 여럿 일어난 사실을 밝혀냈고, 손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숨겨진 역사를 드러냈다. 컴튼스 카페테리아 항쟁이 대표적이다. 많은 사건이 일어났고, 많은 개인이 있었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고, 백악관은 여섯 빛깔 무지개로 물들었다. 차이를 더 많이 존중하고 차별을 더 넓게 금지하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목차

한국어판 서문
머리말

1장 트랜스젠더 용어와 개념 소개
2장 트랜스젠더 역사 100년
3장 트랜스젠더 해방
4장 어려운 시간
5장 현재의 물결

독자 가이드
더 많은 읽을거리
출처
감사의 말
자료 제공
옮긴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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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수잔 스트라이커
1992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미국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샌프란시스코의 GLBT 역사 협회의 전무이사를 지냈다. 《베이 에리어 게이(Gay by the Bay: A History of Queer Culture in the San Francisco Bay Area)》(1996)를 함께 썼고, 《지엘큐(GLQ: A Journal of Lesbian and Gay Stu...
 
역자 : 제이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했고, 지금은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몸을 평가하거나 분류하는 획일적 기준을 문제시하고 흐트러뜨리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 함께 움직인다. 경계, 비정상, 몸이 주된 관심사다.
역자 : 루인
비온뒤무지개재단 부설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 운영위원이자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 연구원. 한국 퀴어의 역사를 수집하며, 트랜스젠더퀴어의 언어를 모색하고 있다. 《남성성과 젠더》, 《성의 정치 성의 권리》,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 등을 함께 썼다.
 
 

책 속으로

여전히 트랜스젠더는 종종 치명적인 위협을 마주친다. 그 위협에 맞선 저항은 열망할 가치가 있는 사회 정의를 위한 전망의 일부여야 한다. 트랜스젠더 쟁점을 망라하는 페미니스트 정치를 받아들이는 일은, 이를테면 비장애 페미니스트가 장애 여성이 직면하는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 일하고 다르지 않다. 현실에서는 언제나 그렇지는 않아도 최소한 이론적으로 우리는 억압의 복합적 축을 동시에 다루는 법을 알고 있다. 대개 부족한 것은 지배적이거나 다수자 위치에 있는 사람이 특정 소수자의 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의식이나 인식이다.
--- p.10~11

이 책의 목표 중 하나는 트랜스젠더 사회 변혁 운동을 확장된 페미니즘의 틀에 위치시키기다. 그 작업은 개인적인 것이 어떻게 정치적인 것인지, 그리고 젠더에 따른 억압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게 한다. 트랜스젠더 페미니즘은 1960년대 후반의 급진주의 페미니즘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지금은 종종 제3의 물결 페미니즘이라고 불리는 흐름의 일부분이다.
--- p.21~22

정부의 우편물 감시 정책에 따른 프린스의 외설 사건은 초기 트랜스젠더의 정치사를 냉전이 한창이던 무렵 국가 안보에 관련된 반공 히스테리의 맥락에 위치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런 변화는 그 무렵 되풀이되던 ‘분홍색 공포’하고 특히 밀접하게 관련된다. 그 무렵 그런 ‘변태들’이란 품성도 수상할뿐더러 위법한 ‘라이프스타일’ 탓에 적국의 협박이나 착취에 취약해진다는 편집증적 신념에 근거한 마녀사냥에 떠밀려 동성애자들은 정부, 산업, 교육에서 배제됐다. 따라서 1950년대 후반과 1960년대 초반 부상한 트랜스젠더 정치는 동성애를 향한 공적 박해하고 분리할 수 없다. 트랜스젠더 정치는 프라이버시, 검열, 정치적 반대, 소수자 권리, 표현의 자유, 성적 해방에 관한 많은 것을 아우르는 일련의 중요한 투쟁의 일부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 p.92~93

8월의 어느 주말 밤(정확한 날짜는 알려지지 않았다), 터크 로와 테일러 로 모퉁이에 있는 24시간 카페테리아 컴튼스는 평소처럼 많은 드랙퀸, 남성 성노동자, 빈민, 여행자, 가출 청소년, 무일푼 단골들로 소란스러웠다. 많은 돈을 쓰지도 않으면서 테이블에 죽치고 앉아 있는 젊은 퀸 무리에 짜증이 난 가게 관리인은 이 사람들을 몰아내려고 경찰을 불렀다. 여름 내내 점점 더 잦아진 일이었다. 컴튼스의 모든 손님을 태연히 거칠게 다루는 데 익숙한 험상궂은 경찰관이 한 퀸의 팔을 붙잡고 그 여자를 끌어내려 했다. 그런데 그 여자가 갑자기 경찰관의 얼굴에 커피를 뿌렸고, 난투극이 벌어졌다. 깜짝 놀란 경찰관에게 접시, 쟁반, 컵, 은식기가 날아들었고, 경찰관은 밖으로 달려 나가 지원을 요청했다. 컴튼스에 있던 손님들은 테이블을 뒤집고, 판유리 창문을 박살냈으며, 식당 밖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범죄인 호송차가 도착했고, 컴튼스 인근 터크 로와 테일러 로 모퉁이 곳곳에서 시가전이 벌어졌다. 드랙퀸은 경찰을 무거운 핸드백으로 때리고 하이힐로 걷어찼다. 경찰차가 부서지고 신문 가판대는 잿더미가 됐다.
--- p.107~109

컴튼스 카페테리아의 트랜스젠더 억압에 맞선 폭력적 저항은 텐더로인의 트랜스젠더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저항은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가 트랜스젠더 시민하고 다르게 관계 맺을 수 있는 공간을 창조했다. 실제로 도시는 트랜스젠더를 그저 처리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적법한 요구를 지닌 시민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그런 의식 변화는 현대 트랜스젠더 사회 정의 운동을 바꾼 결정적인 한 걸음이며, 국가 권력과 사회적 정당성을 상대로 하는 새로운 관계 맺기의 시작이었다. 자기 자신의 생존을 위해 싸운 트랜스젠더 여성이 거리에서 직접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다.
--- p.121

트랜스젠더리즘과 동성애는 19세기 이래로 개념적으로 서로 밀접한 관계였고, 1950년대와 1960년대 내내 트랜스젠더 정치, 동성애 친화형 운동, 동성애자 해방 운동은 나란히 진행되면서 때때로 서로 교차했다. 그러나 1970년대 초는 이렇게 공유한 역사에 분수령이 된, 트랜스젠더 정치 운동이 동성애자 공동체와 페미니스트 공동체하고 맺은 동맹을 잃어버린 시기였다. 이런 상실은 1990년대 초까지 회복되지 못했으며, 많은 부분 아직도 완전히 극복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동성애자 해방 운동과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발전으로 여겨지는 반면, 트랜스젠더에게 동성애 해방 운동과 페미니즘은 종종 반동의 또 다른 일부였다.
--- p.149~150

1973년은 미국 트랜스젠더 정치사에서 최악의 상황을 상징한다. 트랜스젠더는 하나의 젠더에서 다른 젠더로 이행할 때 여전히 가족과 친구의 상실, 주거와 고용 차별, 고도의 사회적 낙인, 폭력을 경험할 상당한 위험을 일상적으로 직면했다. 오랜 반트랜스젠더 편견은 새로운 차원의 치료하고 맞물려 ‘병리화’를 보건 서비스와 더 나은 삶에 이르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만들었다. 진보적 정치 운동은 트랜스젠더가 병들었다고 말하는 의료 시스템을 비판하기보다는, 트랜스젠더가 가부장적 젠더 체계에 잘 속는 정치적으로 퇴행한 봉인데다 기껏해야 의식을 고양시켜 마땅한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 p.158~159

대부분의 트랜스젠더 지지자는 ‘트랜스젠더’라는 단어를 남성이나 여성의 존재 방식을 묘사하는 형용사로, 또는 그런 표식에 따른 범주화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사용했다. 계급이나 인종이나 신체 능력처럼, 그 사람들에게 ‘트랜스젠더’는 성적 정체성의 분리된 ‘종’을 서술하는 명사보다는 성적 지향 범주에도 교차하는 서술적 용어로 기능했다. 다시 말해 트랜스젠더 남성은 흑인이거나 가난하거나 장애인일 수 있듯이 동성애자나 이성애자나 양성애자일 수 있었다. 그러나 많은 비트랜스젠더 게이와 레즈비언은 ‘T’를 정확히 자기의 공동체에 덧붙일 새로운 종류의 성적 정체성으로 여겼다.
--- p.211~212

젠더 규범 위반에 맞선 차별이 합법으로 남아 있는 반면, 젠더 규범에 순응하는 게이와 레즈비언은 점점 더 주류의 승인을 받을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인다. 오래된 LGBT 운동은 분열 중이며, 트랜스젠더 쟁점은 이제 명확히 사회 정의라는 의제의 최첨단에 자리하고 있다. 미디어는 트랜스젠더 재현에 점점 더 수용적이고, 젊은이들은 트랜스젠더나 젠더퀴어 정체성과 행위를 점점 더 편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미래의 언젠가,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트랜스젠더는 마침내 완전하고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 p.233
 

출판사 리뷰

사람으로 살아가는 다른 방식, 트랜스젠더 현상에 주목하라!
전통적 페미니즘 젠더 정치학의 한계를 넘고 젠더 규범성의 제약을 벗어나
게이와 레즈비언이라는 단단한 정체성의 지도를 찢어
더 근본적이고 급진적으로 ‘다르게 젠더화’된 사람들
위기에 몰린 우리 삶에서 다른 연대의 가능성을 찾아 던지는 물음,
인간이란 무엇인가

여섯 빛깔 역사 ― 차이를 존중하는 세상 만들기

2015년은 6월 26일, 미국 연방 대법원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렸고 백악관은 여섯 빛깔 무지개로 물들었다. 2015년 연말,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김보미 씨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장에 당선했고 곧 있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후보를 떨어뜨리자는 낙선 운동이 벌어졌다. 차별금지법, 학생인권조례,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둘러싸고 벌어진 논란은 이렇게 차별과 혐오로 가득한 소란을 향해 돌진하는 중이다. 차이를 존중하고 차별을 금지하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트랜스젠더의 역사》는 트랜스젠더 역사학자 수잔 스트라이커가 2차 대전 이후 미국 트랜스젠더 운동의 역사를 중심으로 저항적 소수자 운동의 이론과 정치의 흐름을 되짚고 트랜스젠더 사회운동을 확장된 페미니즘의 틀 속에 위치시키려는 시도다. 저자 자신의 삶이 투영된 소수자들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옮긴이가 말한 대로 역사는 ‘발굴’이며 ‘해석’이고 ‘경합’이 된다. 스트라이커는 백인-동성애자의 역사로 신화화된 스톤월 항쟁에 앞서 비백인-트랜스젠더 퀴어가 중심이 된 중요한 항쟁이 여럿 일어난 사실을 밝혀냈고, 손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숨겨진 역사를 드러냈다. 컴튼스 카페테리아 항쟁이 대표적이다. 많은 사건이 일어났고, 많은 개인이 있었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고, 백악관은 여섯 빛깔 무지개로 물들었다. 차이를 더 많이 존중하고 차별을 더 넓게 금지하는 세상을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트랜스젠더 현상, 트랜스젠더 운동 ― 미국의 100년과 한국의 20년

1910년 독일의 성과학자 마그누스 히르쉬펠트가 ‘트랜스베스타잇’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한 지 100년이 될 무렵, 스트라이커는 트랜스젠더의 역사를 이론과 정치라는 렌즈로 조망했다. 1996년 10월 ‘한국 트랜스젠더&크로스드레서 단체 아니마’가 만들어진 뒤 20년이 지났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나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들의 모임, 여행자’를 비롯해 여러 단체가 생겨났고, 트랜스젠더의 호적 상 성별 변경을 위한 법제화를 시도했으며, 이런저런 방식으로 트랜스젠더를 알리려 노력했지만, 미디어는 여전히 호르몬 투여나 외부 성기 재구성 수술 등 의료 조치를 원하고 전형적 여성이나 남성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트랜스젠더를 바라본다. 스트라이커의 역사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태어날 때 지정받은 젠더를 떠나는 사람, 그 젠더를 규정하고 억제하기 위해 자기들의 문화가 구성한 경계를 가로지르는 사람’이 트랜스젠더다. 젠더 기대와 규범에서 벗어난 모든 종류의 변이가 트랜스젠더다.
1장은 트랜스젠더에 관련된 용어와 개념을 소개한다. 현대 트랜스젠더 운동이 제3의 물결 페미니즘의 많은 통찰과 비판에 의지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뒤, 섹스, 인터섹스, 젠더, 젠더 정체성, 젠더 정체성 장애, 섹슈얼리티, 트랜스베스타잇, 크로스드레서, 트랜스섹슈얼, 트랜스젠더, 젠더퀴어, 시스젠더 등을 짧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2장은 트랜스젠더의 역사 100년을 훑는다. 1850년대 미국의 복장 규제(반크로스드레싱 법규)에서 시작된 트랜스젠더 현상의 가시화는 1910년 선구적인 트랜스젠더 지지자인 히르쉬펠트가 트랜스베스타잇이라는 용어를 쓰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20세기 중반에는 트랜스젠더 연구자 칼 보먼, 크로스드레싱 네트워크를 만든 루이스 로렌스, 초기 트랜스젠더 운동의 중심인물로 외설 혐의로 기소돼 재판까지 받은 버지니아 프린스, 성기 변형 수술로 유명해진 크리스틴 조겐슨 등을 거치며 트랜스젠더 사회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3장은 전투적 분위기가 드리운 트랜스젠더 해방의 시간을 반추한다. 1959년 로스앤젤레스에서 벌어진 쿠퍼스 도넛 사건, 1965년 필라델피아에서 일어난 듀이스 사건, 196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터진 컴튼스 카페테리아 항쟁, 1969년 뉴욕에서 발생한 스톤월 항쟁이, 트랜스남성인 백만장자 자선가 리드 에릭슨과 ‘거리 트랜스베스타잇 혁명행동(STAR)’을 만든 흑인 트랜스젠더 마샤 P. 존슨의 삶에 겹쳐 펼쳐진다. 4장은 트랜스젠더 공동체와 동성애자 공동체가 점점 멀어지는 어려운 시절을 돌아본다. 트랜스섹슈얼 레즈비언 가수 베스 엘리엇, 1980년대 FTM 공동체를 만드는 데 큰 몫을 한 루 설리반 등을 중심으로 트랜스젠더들은 페미니즘의 트랜스포비아에 맞서 자기들의 열린 공동체를 만든다. 5장은 새로운 트랜스젠더 운동이 폭발적으로 시작된 1990년대 이후를 돌아보고 트랜스젠더 쟁점이 사회 정의라는 의제의 최첨단에 자리하게 된 지금을 전망한다.

차이를 찬양하라 ― 사람으로 살아가는 다른 방식

유럽을 중심으로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성과학과 동성애 해방 운동을 살펴본 뒤 2차 대전 이후 미국 트랜스젠더 운동의 역사를 개괄한다는 스트라이커의 ‘소박한’ 목적은 이 책의 한계가 아니라 장점이다. 한국어판 서문에 쓴 대로 젠더의 사회적 조직화, 젠더를 표현하는 새로운 형식이 출현하는 양상, 정체성의 문화정치학에서 미국과 그밖의 다른 곳은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명확히 하고 사람으로 살아가는 다른 방식을 존중하면, 한국 성소수자 운동의 역사를 발굴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타날지 모르는 어떤 특권적 위치를 성찰할 수 있다. 자기의 동성애자 위치를 정당화하려고 트랜스젠더퀴어를 배제하거나 자기의 트랜스젠더퀴어 위치를 항변하려고 장애인이나 이주민 등을 비난하지 않아야 한다. 수잔 스트라이커가 바라고 옮긴이들도 살짝 시도한 대로, 더 많은 한국의 트랜스, 페미니스트, 퀴어들이 각자 사람으로 살아가는 다른 방식을 실천한 경험을 토대로 자기 자신의 역사를 쓰려는 욕구를 펼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이 작은 책은 제구실을 하는 셈이다.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이 달라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