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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라는 수수께끼 (데이비드 하비)

동방박사님 2022. 11. 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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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자본이라는 수수께끼』는 맑스경제학의 세계적 대가이자 2011년 월스트리트 시위 이후 반자본주의 운동의 멘토 역할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경제위기에 관한 날카로운 진단과 해법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본이 필연적으로 경제위기에 이르게 되는 경향을 분석하고 이에 기초해 세계경제위기, 특히 2008~9년 미국 금융위기와 그 여파에 관해 논하며, 나아가 자본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그는 또한 금융부문의 제 역할 찾기, 그리고 자본주의하의 자연과 환경, 지리와 공간의 재편성 등 폭넓은 주제에 관해 통찰력 있는 논의를 제시한다.

이 책은 1970년 초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경제위기 중 굵직한 사건들을 불러내어 되짚어 본다. 저자에 따르면 자본은 화폐자본의 부족, 노동공급의 부족, 기술과 조직의 한계, 노동의 저항 등의 위기들을 우회해 왔는데, 이는 자본이 위기를 통해 자본축적의 내부 모순을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해결해왔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현재의 경제 문제는 이런 방식의 우회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면서, 이렇게 우회하는 방식의 지속성장이 왜 불가능한지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번 위기가 과거와는 다르다고 단언한다. 구제금융과 신규 투자기회 모두, 현재 독버섯처럼 자라나 전세계를 잠식해가는 금융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며 이를 막기 위해 분주한 자본과 국가 모두 이를 우회할 방도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노동자계급뿐 아니라 수많은 지식인을 비롯한 다양한 비판세력이 연대해 자본주의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정치적인 집결을 이루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 소개

저 : 데이비드 하비 (DAVID HARVEY)
 
1935년 영국 출생. 정통지리학을 자신이 평생 정진할 학문으로 삼은 뒤 오늘날 급진 지리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이론가로 인정받고 있는 세계적인 비판적 지성이다. 마르크스주의에 있어서 그의 주요 기여는 시공간에 대한 탐색과 상호 연관에 있어서이다. 마르크스의 역사적 유물론은 그 명칭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공간보다는 시간을 중시한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은 시공간 모두에 걸쳐 스스로를 전개해나간다는 것을 염두에 둔...

역 :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대학원에서 아시아와 아프리카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매사추세츠 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연구 주제는 불평등과 성장, 금융 세계화, 동아시아 경제 등이다. 『이강국의 경제산책』 등의 책을 펴냈고, 를 비롯해 유수의 학술지에 많은 논문을 발표했다. 2009년 컬럼비아대학교, 2018년 케임브리지대학교의 ...

 

맑스경제학의 세계적 대가이자 2011년 월스트리트 시위 이후 반자본주의 운동의 멘토 역할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하비(뉴욕시립대학 대학원 교수)의 세계경제위기에 관한 날카로운 진단과 해법을 담은 "자본이라는 수수께끼"(원제는 ‘The Enigma of Capital')가 나왔다. 전작 "데이비드 하비의 맑스 ‘자본’ 강의"(창비 2011)를 통해 현 시대의 구조와 맑스 "자본"의 구성이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 그는 일흔여덟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강연과 저술을 통해 현재 전세계가 처한 파국의 해법을 제시해주고 있다.
하비는 이 책에서 자본이 필연적으로 경제위기에 이르게 되는 경향을 분석하고 이에 기초해 세계경제위기(특히 2008~9년 미국 금융위기와 그 여파)에 관해 논하며, 나아가 자본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한다. 그는 또한 금융부문의 제 역할 찾기, 그리고 자본주의하의 자연과 환경, 지리와 공간의 재편성 등 폭넓은 주제에 관해 통찰력 있는 논의를 제시한다.

위기는 자본주의를 비합리적으로 합리화한다

“위기에 관한 신선한 문학. 그 명쾌하고 날카로운 서술!”이라는 영국 "인디펜던트"의 평에 걸맞게, 이 책 제1장은 2008~9년 미국 ‘써브프라임 모기지 위기’ 발발 당시의 생생한 느낌을 그대로 전하는 박진감 있는 서사로 진행된다. 하비는 1970년 초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경제위기 중 굵직한 사건들을 불러내, 그 위기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현재 자본주의의 작동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비에 따르면, 자본은 마치 인체의 혈액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움직인다. 그 흐름이 멈추는 순간 세계경제는 죽음에 이른다. 제2장에서부터 5장까지는 간단히 말해, 세계경제가 자본의 흐름이 멈추는 비극을 막기 위해 어떻게 해왔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하비는 그 비극을 초래하는 여섯가지의 잠재적 장애물로 화폐자본의 부족, 노동공급의 부족, 자연적 한계, 기술과 조직의 한계, 노동의 저항, 수요의 부족 등을 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자본가들이 벌인 노력들을 하나씩 되짚는다.
흥미로운 것은 자본은 어떻게든 이 위기들을 우회해왔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하비는 자본이 그동안 위기에 대처해온 방식을 조감도처럼 펼쳐놓는데, 이 흥미로운 서사를 살펴보면 위기시마다 자본이 그 위기를 통해 자본축적의 내부 모순을 적어도 일시적으로나마 해결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본은 ‘3퍼센트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즉 스스로 멈추지 않고 순환하기 위해 FTA의 예처럼 공간적 장벽을 낮추었고 IT기술을 발전시키면서 그 흐름을 가속화했다. 노동력 부족이라는 위기를 만나자 저개발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겼고 노동운동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면서 그들의 저항을 미미하게 만들었다. 임금이 낮아지면서 소비가 위축되자 신용카드와 대출이라는 방안이 등장했다. 이 위기극복의 매커니즘의 정점에는 하비가 “국가-금융 연관”이라고 부르는 구체적인 실체가 있다.

국가-금융 연관은 국가와 금융권력의 결합 그리고 그것들이 다양하게 관계맺는 국제기구까지를 아우른다. 이 연관은 과거의 화폐주조권에서부터 토지개발을 위한 수용권, 인수합병 등의 자산탈취,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 다양한 ‘합법적 방식’으로 부를 축적해왔다. 하비는 1944년 브레튼우즈 합의에서부터 1970~80년대 아르헨띠나, 미국, 영국 등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노동탄압, 1980년대 서울의 재개발, 1990년대 멕시코의 민영화 등의 다양한 예시를 들며, 이를 “탈취에 의한 축적”이라고 명쾌하게 요약해낸다. 그들에게 경제위기란 역설적으로 “자본축적의 내부 모순이 해결될 수 있는 수단”이며 자본주의를 “비합리적으로 합리화하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이윤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된 시대

위기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왔던 자본주의의 역사는 그러나 2012년 현재 전대미문의 상황 앞에서 매일매일 새로 씌어지고 있다. 자본이라는 수수께끼는 결국에는 이렇게 우회하는 방식의 지속성장이 왜 불가능한지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하비는 국가-금융 연관이 지배하는 이 세계에서, 위기가 닥칠 때마다 그들이 은행들의 방만한 운영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대신 국민들에게만 그 부담을 전가해왔던 점에 주목한다. 한마디로 이윤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된 시대가 되었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 연방준비제도가 내놓은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도 이와 같았다. 하비는 이를 월스트리트가 미국 정부와 국민에 대항하여 일으킨 “금융쿠데타”라고 표현한다. 또한 이 위기를 해소할 만한 투자기회라면, 1980년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부터 현재의 브릭스(BRICs) 특히 중국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가 그동안 부를 이동시키며 발전해오던 경로가 여전히 주요한 도피처로서 지목된다.

다만 하비는 이번 위기가 과거와는 다르다고 단언한다. 구제금융과 신규 투자기회 모두, 현재 독버섯처럼 자라나 전세계를 잠식해가는 금융위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며 이를 막기 위해 분주한 자본과 국가 모두 이를 우회할 방도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하비는 우리의 미래가 더이상 “월스트리트당”(the party of Wall Street)이 아닌 “빼앗기고 탈취당한 이들”의 연대체인 “분노의 당”(the party of indignation)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전통적인 노동자계급뿐 아니라 수많은 지식인을 비롯한 다양한 비판세력이 연대해 자본주의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의 본문 마지막 문장은 마치 2011년 월스트리트 시위를 예견한 듯한, 하비의 선견지명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는 곧 그의 주장이 2012년 위기의 해법에 대단히 가깝게 맞닿아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 임무에 걸맞은 정치적인 집결은 과거에 나타난 바 있다. 그것은 가능하고, 분명히 다시 나타날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는 벌써 그랬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