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인물사 연구 (독서>책소개)/2.한국인물평전

박수근 평전 (미술가) - 시대공감

동방박사님 2022. 12. 2. 10:04
728x90

책소개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통해 시대를 공감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박수근. 그가 남기고 간 그림 속에는 한국전쟁 이후, 폐허와 같은 여건 속에서도 그날그날의 삶을 묵묵히 이어가던 우리네 이웃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일상의 풍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았던 화가. 박수근의 화폭엔 시대의 정서에 공감하며 그것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선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그의 예술적 성취는 이와 같은 범상한 소재를 새로운 재료와 기법의 운용을 통해 자신만의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저자는 박수근이 이룩한 조형 양식을 ‘미석화풍’이라고 규정하고, 한국 미술사상 최초로 현대 서구 추상미술의 기법을 한국 고전미술의 기운과 조화시킨 화가라고 평가한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재건의 시대를 아우르며, 거칠지만 진솔한 화풍으로 시대의 모습을 그려낸 박수근의 작품세계와 생애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목차

박수근의 눈부신 슬픔

01 양구 시절 1914~1925 전설
푸른 연기 아롱지는 땅
화강암의 전설
미술과의 만남

02 열망의 세월 1926~1934 도전
밀레에게 길을 묻다
도전의 요람, 춘천
환희와 불안

03 춘천 시절 1935~1939 희망
고난과 희망
밀레로의 회귀
백흑조의 계음, 미완의 화가

04 평양 시절 1940~1945 미석
삶의 전환
신혼의 평양
미석의 등장

05 광복과 전쟁의 시절 1945~1953 폭풍
폭풍의 시절
미석화풍의 탄생
시대와의 조우

06 서울 시절 1953~1955 경계
신사실주의자 김환기와의 만남
사실과 추상의 경계
부침의 반복

07 창신동 시절 1956~1957 전환
서양에서 온 애호가
변화의 순간, 1956년
영광과 고통

08 좌절과 절정의 시대 1958~1959 절정
소박파에서 독자파로
동서융합, 그 한국미의 절정
좌절과 극복의 세월

09 혁명과 정변의 시대 1960~1962 침묵
침묵, 그 경계선에서
긍정의 시선
40대의 끝, 오월의 태양

10 전농동 시절 1963~1965 불행
불행의 사신
궁핍한 시절의 추억

11 나의 시대, 나의 그림 1965 하늘
고귀한 예술양식
영원한 흑백계음
생활의 서정시
신사임당과의 만남
격조와 고담의 이상
멀고 먼 하늘나라

박수근 연보
참고문헌/주
도판목록

 

저자 소개

저 : 최열
 
1956년생. 미술사학자이다. “그의 이름을 빼고 한국미술사를 논할 수 없다. 그의 책들은 한 권 빠짐없이 한국미술사의 자양분이다.” 한국근대미술사에 누구도 제대로 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때 최열은 직접 땅을 일구고 씨를 뿌려 연구의 터를 만들었다. 그는 개척자인 동시에 실행자였다. 그는 또한 당연히 매우 치열한 학자다. 그가 펴낸 책들은 출간 이후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한국미술사를 공부하...
 

책 속으로

“밀레의 그림은 언제나 다시 그려보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그 농촌 풍경과 농부들은 저의 멍든 가슴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사는 가장 순수한 인간의 삶, 그것은 언제 그려도 좋은 소재입니다.” - 박수근

지방색 및 풍토색을 낙후한 것들의 증표라고 생각했던 시절에도 박수근은 초가집과 절구질하는 한복 입은 여성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나물 캐거나 빨래터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여성 또는 아이 업고 장보러 가는 아낙네가 현대 도시풍속으로부터 뒤떨어진 과거 농촌풍속이며 후진성의 상징이라고 해도 박수근에게는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 박수근에겐 그 사람, 그 풍속, 그 풍경이 현대생활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단 한 번도 버리지 않았던 소재와 주제가 설령 지방성, 풍토성을 안고 있어서 낙후한 것이라고 지적을 당했어도 이제는 너무 깊이 제 것으로 들어와 있었기에 포기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차라리 그 소재야말로 한국다운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의 핵심체(???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박수근이었기에 현대도시에서 찾아낸 소재도 기껏해야 가판대나 노점의 행상이었고 건물이라고는 해도 판잣집뿐이었다. --- p.175-176

“요즘 제가 그리는 수법은 상징적이면서 인상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화면을 그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박수근

이렇게 소재와 주제에서 낙후한 박수근이라고 해도 결코 새로운 시대의 조류에 따르는 현대화를 향한 모색은 포기할 수 없는 과제였다. 박수근은 재료와 기법을 운용하는 전혀 새로운 방법을 통해 그 과제를 해결해 나갔다. 상징적이면서 인상적인 것이란 기하학 형태의 구조화를 바탕삼아 이룩한 단순성, 평면성의 결과로서 박수근 양식의 요체였다. 박수근은 수평과 수직이 교차하는 선과 면을 치밀하게 계산하고서 원근법을 무시한 대담한 배치로 여러 사물들을 평면 안에 흡수하는 것이다. 그 평면, 평판은 어느덧 화강석과도 같이 굳건한 중량감을 갖추는데 여기에 그치는 것만이 아니다. 평면에 빨려들어간 각각의 사물들은 견고한 구조를 위한 요소이지만 서로 짜임새 있게 관계를 맺고 있어 관계 속에 살아있는 생명인 유기체로 다시 태어난다. 박수근이 도달한 고귀한 예술 형식은 독학의 길을 걸어온 화가, 배울 길 없어 미숙한 기술로 출발해 끝없이 되풀이함으로써 성취한 꾸밈없는 질박미 또는 아득한 고졸미였다. 누구도 감히 훔칠 수 없는 우주의 비밀에 다가선 박수근만의 양식, 그것은 그 시대 미술이 이룩한 최고의 조형이자 한 시대를 가름할 수 있을 고귀한 양식, 바로 미석양식 그것이었다. --- p.229-232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하며,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물론 어린 아이들의 모습을 가장 즐겨 그린다.” - 박수근

박수근의 관심은 언제나 인간이었고 그 인간은 오직 평범한 사람들, 일상을 영위하는 서민이었다. 박수근의 인물은 결코 한가하지 않다. 아이를 업고 선 소녀건, 옹기종기 모여 둘러앉은 사람들이건 게으른 기색을 발견할 수 없다. 심지어 앉아서 쉬고 있는 노인에게서조차 나태함을 찾을 길이 없다.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있지만 조금 기다려 보면 어떤 소리가 흘러나온다. 일상 속에서도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고, 휴식을 취하면서도 희망을 잃어버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박수근의 말대로 고난의 길에서 희망을 향해 인내하는 사람, 다시 말해 곧 자기 자신이었던 것이다.
--- p.241-244
 

출판사 리뷰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
장욱진, 이중섭 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화가’로 불리는 박수근. 박수근은 1914년 2월 21일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났다. 집안이 급속히 몰락하여 생활이 곤궁해지면서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했다. 1932년 열아홉 살에 조선미술전람회에 최초로 입선하며 화단에 등장하였다. 1965년 51세의 나이로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미술계의 냉대 속에서도 화업을 지속해나갔으며, 1959년에는 국전 추천작가로 1962년에는 국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우리 주변의 풍경을 화면 위에 거친 마티에르로 그려내 토속적이고 독특한 자신 만의 미감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은…
- 탄신 100주년인 2014년, 서거 50주년인 2015년을 앞둔 2011년, 독자 앞에 내놓는 최초의 박수근 평전이다. 박수근을 다룬 기존의 다양한 연구를 망라하여 종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 근대미술사 전문 연구자가 진부한 양식사학을 거부하고, 철저한 실증주의 및 사회문화사학 방법론을 동원하여 박수근 세계를 해석한 최초의 평전이다.

- 기존의 불분명했던 연보와 생애를 명료하게 확증했으며, 형식 분석을 통해 최초로 ‘미석화풍’을 정립시켰다.

- 유화 76점의 대표작과 박수근과 관련된 다양한 참고사진 등 ‘지상 미술관’이라 할 만큼 풍부한 도판과 자료를 수록하였다.

- 김복진과 권진규 등 근대기 한국 작가들에 대한 평전을 쓴 바 있는 필자의 중후한 문체와 경쾌한 서술이 돋보인다. 박수근의 생애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들을 뜨거운 가슴으로 써 내려갔다.

- 박수근의 작품이 부재하는 쓸쓸한 박수근 미술관, 가난하지만 따스한 양구군민의 의지에 감동한 필자가 박수근 미술관에 소박한 도움이 될 것을 소망하며 인세를 기부하기로 했다.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이 박수근에게 돌아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박수근 평전 : 시대공감』의 주요 내용
국민화가 박수근. 그가 남기고 간 그림 속에는 한국전쟁 이후, 폐허와 같은 여건 속에서도 그날그날의 삶을 묵묵히 이어가던 우리네 이웃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일상의 풍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감싸 안았던 화가 박수근의 화폭엔 시대의 정서에 공감하며 그것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선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그의 예술적 성취는 이와 같은 범상한 소재를 새로운 재료와 기법의 운용을 통해 자신만의 것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저자는 박수근이 이룩한 조형 양식을 ‘미석화풍’이라고 규정하고, 한국 미술사상 최초로 현대 서구 추상미술의 기법을 한국 고전미술의 기운과 조화시킨 화가라고 평가한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재건의 시대를 아우르며, 거칠면서도 세련되고, 소박하면서 진솔한 화풍으로 시대의 모습을 그려낸 박수근의 작품세계와 생애 속으로 독자를 몰입시켜 나간다.
* 미석화풍(美石畵風) :
-기법: 인상파, 표현파, 추상파를 융합.
-특성: 단색조의 질박성과 재질감의 세련성 / 사실성과 추상성을 평면화의 방법으로 종합.
-주제: 일상의 풍경으로 현실과 이상의 경계를 관통.
-이념: 사실주의와 심미주의의 융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