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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에서 시간적으로 1000년간, 공간적으로는 ‘아프리카-유라시아 문명’으로 한정하고 있다. 시간적으로 10세기 말 이후라는 사실은 데이비드 노스럽이 주장하듯이, 사람들이 지역 환경에 적응함에 따라 10세기 말을 전환점으로 세계 지역 간 정치적·문화적 분화의 힘이 수렴하는 힘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사실에 부합한다. 또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유라시아 문명’으로 한정하는데, 아메리카와 오스트랄라시아(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와 그 주변의 섬들)는 1490년대에 유럽인들이 탐험 항해에 나서기 전까지 세계 무역과 연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를 분석 대상으로 삼지는 않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여덟 번째 지역으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의 초반부는 ‘유라시아 중심적’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지식의 한계로 인한 것으로 이 책의 불가피한 결함이라고 저자들은 고백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첨부하면 이 책에서 다루는 범위가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그것은 인구 문제다. 1000년경 세계 인구 2억 6500만 명 가운데 여기서 설정한 시기의 시작점에서 7개 지역이 세계 인구의 거의 90퍼센트(2억 3200백만)을 차지했다. 이 사실은 이 책의 객관성을 뒷받침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첨부하면 이 책에서 다루는 범위가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그것은 인구 문제다. 1000년경 세계 인구 2억 6500만 명 가운데 여기서 설정한 시기의 시작점에서 7개 지역이 세계 인구의 거의 90퍼센트(2억 3200백만)을 차지했다. 이 사실은 이 책의 객관성을 뒷받침한다.
목차
추천의 글
감사의 글
머리말
01 서론: 지리적·역사적 배경
서유럽|동유럽|북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이슬람 세계|중앙(내륙)아시아|남아시아|동남아시아|동아시아(중국, 한국, 일본)
02 1000년 전후의 세계 경제
이슬람의 황금시대|중국: 송나라의 경제 기적|인도양과 동남아시아 무역|피렌의 테제|동유럽: 바이킹의 중개|서유럽 경제
03 1000∼1500년의 세계 무역: 칭기즈 칸이 경제에 미친 영향
지중해와 흑해의 무역 및 전쟁(1000∼1350년)|인도양과 남중국해(1000∼1350년)|팍스 몽골리카와 육상 무역(1000∼1350년)|흑사병 직전의 유라시아|흑사병|서유럽과 동유럽 무역(1350∼1500년)|육상 무역(1350∼1500년): 팍스 몽골리카의 여파|러시아의 출현|중동과 지중해 그리고 세계 무역(1350∼1500년)|동남아시아와 중국(1350∼1500년)|중세 말 향신료 무역의 정량화
04 1500∼1650년의 세계 무역: 구세계의 무역과 신세계의 은
포르투갈, 대서양과 인도양|에스파냐와 포르투갈 그리고 신세계|태평양과 동아시아|세계 무역의 선두 주자로 떠오른 네덜란드|러시아와 스웨덴 그리고 발트 지역(1500∼1650년)|상업 시대의 동남아시아|희망봉 항로, 베네치아와 중동|은과 비단 그리고 향신료
05 1650∼1780년의 세계 무역: 중상주의 시대
대영제국의 기원: 무역, 약탈 그리고 정착|중상주의와 상업 경쟁 그리고 영국-네덜란드 전쟁|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네덜란드공화국|영국과 프랑스: 상업적 팽창과 제2차 백년전쟁|인도: 무굴 제국의 붕괴와 식민지배로의 이행|동남아시아와 상업 시대의 종말|만주 제국|중국의 해상 무역|중국과 러시아의 육상 무역|결론
06 무역과 산업혁명
산업혁명 시기의 무역|무역, 해외 팽창 그리고 산업혁명|왜 영국인가? 왜 아시아가 아니고 유럽인가|결론
07 1780∼1914년의 세계 무역: 세계 대분업
전쟁과 혁명|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단기적 영향|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장기적 영향|산업혁명과 운송 기술|대량 운송과 헥셔-올린 효과|19세기 제국주의|19세기 무역 정책|상품 시장의 통합(1815∼1914년)|생산 요소의 흐름과 위대한 개척 정신|무역과 노동의 국제 분업|무역, 열대 지방의 미개척지와 국제적 불평등|상품 교역 조건|결론
08 1914∼1939년의 세계 무역: 탈세계화
제1차 세계대전|전쟁의 여파|전간기의 상업 정책|운송 비용|세계 무역의 규모|가격 수렴과 가격 발산|대공황, 세계 무역의 붕괴와 개발도상국|오스만 제국의 붕괴|결론
09 재세계화: 역사적 관점에서 본 20세기 후반
제2차 세계대전|지정학적 결과: 공산주의, 냉전 그리고 탈식민지화|대서양 경제의 점진적 재건(1950∼1970년)|정책적 차이(1945∼1980년)|재세계화(1980∼2000년)|국제 운송비|개방의 트렌드: 수량과 가격|국제 분업에 대한 해명|20세기 후반의 개방과 수렴|결론
10 21세기 초반의 세계화
서세계화의 미래: 경제적 도전|세계화의 미래: 정치적 도전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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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의 글
머리말
01 서론: 지리적·역사적 배경
서유럽|동유럽|북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이슬람 세계|중앙(내륙)아시아|남아시아|동남아시아|동아시아(중국, 한국, 일본)
02 1000년 전후의 세계 경제
이슬람의 황금시대|중국: 송나라의 경제 기적|인도양과 동남아시아 무역|피렌의 테제|동유럽: 바이킹의 중개|서유럽 경제
03 1000∼1500년의 세계 무역: 칭기즈 칸이 경제에 미친 영향
지중해와 흑해의 무역 및 전쟁(1000∼1350년)|인도양과 남중국해(1000∼1350년)|팍스 몽골리카와 육상 무역(1000∼1350년)|흑사병 직전의 유라시아|흑사병|서유럽과 동유럽 무역(1350∼1500년)|육상 무역(1350∼1500년): 팍스 몽골리카의 여파|러시아의 출현|중동과 지중해 그리고 세계 무역(1350∼1500년)|동남아시아와 중국(1350∼1500년)|중세 말 향신료 무역의 정량화
04 1500∼1650년의 세계 무역: 구세계의 무역과 신세계의 은
포르투갈, 대서양과 인도양|에스파냐와 포르투갈 그리고 신세계|태평양과 동아시아|세계 무역의 선두 주자로 떠오른 네덜란드|러시아와 스웨덴 그리고 발트 지역(1500∼1650년)|상업 시대의 동남아시아|희망봉 항로, 베네치아와 중동|은과 비단 그리고 향신료
05 1650∼1780년의 세계 무역: 중상주의 시대
대영제국의 기원: 무역, 약탈 그리고 정착|중상주의와 상업 경쟁 그리고 영국-네덜란드 전쟁|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네덜란드공화국|영국과 프랑스: 상업적 팽창과 제2차 백년전쟁|인도: 무굴 제국의 붕괴와 식민지배로의 이행|동남아시아와 상업 시대의 종말|만주 제국|중국의 해상 무역|중국과 러시아의 육상 무역|결론
06 무역과 산업혁명
산업혁명 시기의 무역|무역, 해외 팽창 그리고 산업혁명|왜 영국인가? 왜 아시아가 아니고 유럽인가|결론
07 1780∼1914년의 세계 무역: 세계 대분업
전쟁과 혁명|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단기적 영향|혁명과 나폴레옹 전쟁: 장기적 영향|산업혁명과 운송 기술|대량 운송과 헥셔-올린 효과|19세기 제국주의|19세기 무역 정책|상품 시장의 통합(1815∼1914년)|생산 요소의 흐름과 위대한 개척 정신|무역과 노동의 국제 분업|무역, 열대 지방의 미개척지와 국제적 불평등|상품 교역 조건|결론
08 1914∼1939년의 세계 무역: 탈세계화
제1차 세계대전|전쟁의 여파|전간기의 상업 정책|운송 비용|세계 무역의 규모|가격 수렴과 가격 발산|대공황, 세계 무역의 붕괴와 개발도상국|오스만 제국의 붕괴|결론
09 재세계화: 역사적 관점에서 본 20세기 후반
제2차 세계대전|지정학적 결과: 공산주의, 냉전 그리고 탈식민지화|대서양 경제의 점진적 재건(1950∼1970년)|정책적 차이(1945∼1980년)|재세계화(1980∼2000년)|국제 운송비|개방의 트렌드: 수량과 가격|국제 분업에 대한 해명|20세기 후반의 개방과 수렴|결론
10 21세기 초반의 세계화
서세계화의 미래: 경제적 도전|세계화의 미래: 정치적 도전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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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방대한 시공간을 다루면서도 골고루 조명하고 있어 균형을 잃지 않았다.
집필 동기와 연구 범위
이런 책을 또 출간한다고? 세계 교류사나 무역사 혹은 경제사에 대한 책들은 이미 적지 않게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한번 펼쳐보라. 서두에서 기존의 책들에 대한 기본 서지사항과 함께 장단점을 간단하게 피력하고 있듯이, 어떤 책들은 일부 시대에만 한정되어 편협하고, 또 어떤 책들은 지나치게 서구 중심적이거나 혹은 중국 중심적이어서 편파적인 데 비해, 이 책은 방대한 시공간을 다루면서도 비교적 골고루 조명을 비추어 균형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시기적으로는 먼저 1000년경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까지 방대한 시간을 다룬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리적인 것이다. 지리적 문제가 확정돼야 세계 무역이라는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제가 지난 1000년간 지속된 세계 무역의 유형과 구조의 진화인데, 여기에서 ‘세계 무역’이란 주권을 가진 개별 민족 국가를 구성 단위로, 이들 사이의 국경을 넘나드는 재화와 서비스를 의미한다. 하지만 개별 국가 단위로 다루면 그만큼 자료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륙 간 모델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 책에서는 마우로의 ‘대륙 간 모델’을 채택한다. 이 방식은 덧없이 사라지는 민족 국가를 특정 대륙에 존재하는 불변의 지리적 실체로 전환함으로써 정치적 경계가 변화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또 하나 지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실은 (대륙 개념처럼) 추정된 지리적 분리가 아니라 (이론적으로) 중요한 역사적·문화적 유대에 기초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지리적으로 이 두 가지 사실에 기초하여 지구 표면을 유라시아와 사하라 이북 아프리카를 포괄하는 7개 ‘세계 지역’으로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서유럽
·동유럽
·북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중앙(내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앞서 말했다시피 이 책에서 시간적으로 1000년간, 공간적으로는 ‘아프리카-유라시아 문명’으로 한정하고 있다. 시간적으로 10세기 말 이후라는 사실은 데이비드 노스럽이 주장하듯이, 사람들이 지역 환경에 적응함에 따라 10세기 말을 전환점으로 세계 지역 간 정치적·문화적 분화의 힘이 수렴하는 힘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사실에 부합한다. 또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유라시아 문명’으로 한정하는데, 아메리카와 오스트랄라시아(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와 그 주변의 섬들)는 1490년대에 유럽인들이 탐험 항해에 나서기 전까지 세계 무역과 연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를 분석 대상으로 삼지는 않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여덟 번째 지역으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의 초반부는 ‘유라시아 중심적’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지식의 한계로 인한 것으로 이 책의 불가피한 결함이라고 저자들은 고백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첨부하면 이 책에서 다루는 범위가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그것은 인구 문제다. 1000년경 세계 인구 2억 6500만 명 가운데 여기서 설정한 시기의 시작점에서 7개 지역이 세계 인구의 거의 90퍼센트(2억 3200백만)을 차지했다. 이 사실은 이 책의 객관성을 뒷받침한다.
목적과 내용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은 지역 간 무역 패턴과 발달 과정, 장기적 측면에서 세계 경제와 정치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궁극적으로 무역의 패턴과 구조, 시대에 따른 지정학적 전개 과정, 과거 수천 년 동안의 패권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이 다루는 범위, 방법론으로 다루는 근거, 성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미 밝혔듯이 이 책이 다루는 범위가 시간적으로 1000년 이상이니 무엇보다도 세계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 세계화와 그로 인한 정치·경제적 결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세계 지리를 잘 이해해야만 한다. 현재의 세계화가 또한 수천 년은 아닐지라도 수세기 동안의 불균등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결국 세계는 다양한 지역이 무역·이민·투자 같은 눈에 보이는 움직임 뿐 아니라 오랫동안 정치적·문화적으로 상호 작용하면서 변화하며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세계 권역을 7개로 나누었는데, 이는 지금까지 이 책과 유사한 거의 모든 책이 서구 중심적이나 혹은 중국 중심적이었던 사실을 그나마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셋째, 이처럼 큰 주제를 다루면서도 한 가지 큰 줄기는 분명하다. 물론 무역이 국가의 능력과 동기에 영향을 미쳐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정치가 무역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세계 무역은 “포병대의 대포나 언월도(偃月刀)의 칼날 혹은 유목민의 잔혹성을 통해 널리 확산되었다”. 실제 이 세상에서 일어난 일들이 그런 식었다. 왈라스적 안정성이라든지 파레토 최적 이론 등은 이론적 혹은 이상적으로 거론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세계 무역은 경쟁하는 세력 간의 군사적·정치적 힘의 균형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각 장의 개요
이 책의 첫 장은 지리적 경계와 각 단위별 특징을 살펴본다.
두 번째 장에서는 10세기 초반, 7개 지역과 여덟 번째 대륙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무역을 분석한다. 여기서 우리는 다른 지역과 지속적으로 직접 교류한 유일한 지역이 당시 황금기를 구가하던 이슬람 세계인 반면에 다른 지역과 교류가 가장 적은 지역이 서유럽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황금기에 있었던 이슬람 세력으로는 바그다드, 카이로, 코르도바에 기반을 둔 아바스 왕조, 파티마 왕조, 우마이야 왕조를 들 수 있다.
3장에서는 1000∼1500년의 세계 경제 진화에 대한 분석적 조사를 폭넓게 수행한다. 이 장의 핵심 사건은 팍스 몽골리카가 몽골 제국의 통치 아래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연결했으며, 대서양에서 일본 영해에 이르는 원거리 무역이 활발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몽골 정복의 결과, 미생물이 한 지역에서 여러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전 세계가 전염병으로 고통받고 흑사병이라는 비참한 결과를 낳은 과정을 다룬다. 더불어 이후 세계, 특히 서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 있었던 인구 및 생산량 증가와 세계적인 물가 상승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4장에서는 이베리아인이 대발견의 항해를 시작한 과정과 그로 인해 신대륙·유럽·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나타난 중대한 결과를 다루는데, 시기적으로는 1500∼1650년대에 해당한다. 여기서 우리가 탐험하게 될 콜럼버스의 주된 경제학적 중요성은 16세기 내내 전 세계적으로 은 무역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5장은 중상주의 시대에 네덜란드공화국과 영국 및 프랑스가 세계 경제 패권을 둘러싸고 벌인 각축전을 다루고, 지구 반대편에 있던 중앙아시아와 로마노프 왕조의 러시아공화국 그리고 중국의 청 왕조가 육로로는 거의 팽창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당시 아시아가 결코 소극적인 역할에 머물렀던 것은 아니며, 새로운 군사 기술을 채택해 유럽 국가들이 경험한 정치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다룬다. 또 다른 주제는 당시 중상주의가 중요한 경제 정책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6장에서는 역사 서술을 중단하고 19세기 초반의 북서유럽, 특히 영국에서 발생한 근대적 경제 성장으로의 돌파구를 자세히 살펴본다. 산업혁명은 하나의 독립된 장으로 다루어도 손색이 없는데, 그 이유는 산업혁명이 이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살펴볼 시기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한편 산업혁명은 이후의 국제 무역을 결정하는 경제적 원동력이 되었고, 그 효과는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산업혁명은 이전의 정치경제적 흐름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산업혁명은 무역과 기술 이전 그리고 군사력을 통해 전 세계 모든 지역의 상호 작용이 오랜 역사적 과정을 겪으면서 정점에 도달한 사건임을 설파한다. 이는 영국, 더 넓게는 서유럽의 지대한 기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사건이 그토록 혁명적이었고, 과거의 사건들처럼 한순간을 풍미한 일시적 소요가 아닌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함이다.
사실 어떤 면에서 지난 200여 년의 경제사는 산업혁명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신기술이 국제 사회에 서서히 확산됨으로써 발생한 지역 간 소득 격차 및 산업 중심국과 1차 산업에 주력하는 주변국 사이의 대분업, 그 결과 나타난 중심국의 자국 농산품에 대한 보호무역 압력 그리고 주변 국가에서 나타난 제조업 분야에 대한 보호 압력,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 퍼진 산업혁명으로 이런 흐름이 한 국가가 아닌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세기 전 영국 북부에서 발생한 사건의 여파를 지금도 경험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전개되는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그 원인은 세 번에 걸친 세계적인 전쟁으로 인한 정치적 효과 때문이었다. 그 세 번의 전쟁은 중상주의를 종식시킨 프랑스 혁명 전쟁 및 나폴레옹 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다. 이 때문에 전쟁은 세계 경제의 진화에 깊고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런 영향은 이 책의 구조에도 반영되었다. 요컨대 7∼9장은 각 분쟁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그것의 단·장기적 영향을 추적한다.
그래서 7장에서는 1815∼1914년의 19세기 역사를 살펴본다. ‘팍스 브리태니카’와 유럽 제국주의가 두드러졌던 이 시기에는 산업혁명의 결과, 새로운 증기 기술의 경제적 영향이 철도와 증기선으로 구체화되었다. 생산지와 도착지 사이의 물자 운송 요금이 상당히 감소한 결과, 대륙 간 가격 차이가 상당히 좁혀졌다. 또한 이 시기는 ‘대분기’가 일어난 때이다. 그 결과 서유럽 그리고 차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한 미국과 일본은 아시아·아프리카·오스트랄라시아·라틴아메리카 등지에 공산품을 수출하고 식료품과 원자재를 획득했으며, 특히 유럽은 이 모든 지역에 자본을 수출하고 아메리카와 오스트랄라시아에는 인력을 수출했다. 이 시기가 끝날 무렵의 특징은 세계화에 대한 반격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떠오르는 산업 국가이던 독일과 미국, 유럽 대륙의 식료품 수입국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그리고 영국령 식민지들이 모두 관세를 올리고 신대륙이 대규모 이민을 꺼리기 시작한 사실에서 그 징후를 감지할 수 있다. 산업화의 첫 번째 황금기는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비극적이면서도 갑작스럽게 끝나고 말았다.
8장에서 다루는 1918∼1939년의 전간기는 이런 재앙의 여파가 정치와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시기다. 1920년대에는 전쟁 이전의 국제 경제 수준을 재건하려는 시도가 나타났고,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1913년 대공황으로 세계화는 다시 한 번 후퇴했다.
9장의 주제는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여파인데, 이는 ‘팍스 아메리카나’ 형성에서 핵심 사건이었다. 다변적인 국제 관계의 틀이 미국의 영향 아래 형성되었고, 처음으로 공산주의가 확산하면서 세계 정치 시스템에 변화가 생겨났다. 아울러 유럽 열강의 제국주의 치하에 있던 제3세계 국가들의 탈식민화 움직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추세들이 결합한 결과 세계 경제는 훨씬 더 분산되었다. 1970년대 혹은 1980년대 OECD의 자유화 조치는 이러한 일반 법칙에 대한 지역적 예외로 볼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아시아·아프리카 같은 인구 밀집 지역은 이 시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다른 지역과의 무역 및 투자를 시작했다. 경제학적으로 20세기 후반은 수입 대체화 전략을 통해 신생 독립국이 산업화를 시도한 시기였다. 또 한편 무역 자유화와 산업 국가의 성장 그리고 새롭게 산업화한 국가에 대한 기술 보급의 결과, 세계의 투자와 무역은 전례 없는 팽창을 이루었다. 이것은 결국 이들 국가, 특히 중국과 인도 제조업 수출의 급속한 성장을 이끌었으며, 산업혁명 이후 서유럽과 벌어져 있던 소득 격차를 점차 줄여가기 시작했다.
10장과 마지막 장에서는 이 책이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교훈을 살펴보고 21세기와 앞선 시기의 관계를 조명한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단순히 7∼9장에서 다루는 세계 경제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대개 그 과정이 주요 전쟁의 발발이나 제국주의적 확장을 경계로 구분된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다. 이전의 중대한 전쟁이나 갈등을 통해 확립된 지정학적 구조 속에서 무역이 행해졌고, 결국 다음 시대의 또 다른 전쟁의 발발로 다른 상황 속에서 새로운 단계를 밟게 된 것이다. 각각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활발한 무역 과정에서도 갈등은 계속되었고, 이는 경제적·지정학적 긴장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전쟁은 세계 경제의 외적 및 내적 충격이라기보다 과거 1000년간의 전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속성이 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제국주의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약탈은 여기서 살펴본 제국들의 기본 특징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앞선 여러 세대의 역사학자와 경제학자가 수고스럽게 연구한 지식을 집요하게 약탈해가며 열심히 정복자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그러나 저자들은 정복자들과 다르게 과거의 연구를 번복하기보다는 원래 주장을 지지하고 싶었으며 그런 바람으로 작업에 임했음을 고백한다. 따라서이 책의 내용은 지적 조예가 깊은 역사학자들에게는 특별히 눈에 띄는 내용이 없을지 모르지만 경제학자, 경제사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뿐 아니라 세계화나 21세기 초반 국제 경제의 기원을 폭넓게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울 것이다.
집필 동기와 연구 범위
이런 책을 또 출간한다고? 세계 교류사나 무역사 혹은 경제사에 대한 책들은 이미 적지 않게 나와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한번 펼쳐보라. 서두에서 기존의 책들에 대한 기본 서지사항과 함께 장단점을 간단하게 피력하고 있듯이, 어떤 책들은 일부 시대에만 한정되어 편협하고, 또 어떤 책들은 지나치게 서구 중심적이거나 혹은 중국 중심적이어서 편파적인 데 비해, 이 책은 방대한 시공간을 다루면서도 비교적 골고루 조명을 비추어 균형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시기적으로는 먼저 1000년경부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까지 방대한 시간을 다룬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지리적인 것이다. 지리적 문제가 확정돼야 세계 무역이라는 사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제가 지난 1000년간 지속된 세계 무역의 유형과 구조의 진화인데, 여기에서 ‘세계 무역’이란 주권을 가진 개별 민족 국가를 구성 단위로, 이들 사이의 국경을 넘나드는 재화와 서비스를 의미한다. 하지만 개별 국가 단위로 다루면 그만큼 자료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륙 간 모델을 따를 수밖에 없는데, 이 책에서는 마우로의 ‘대륙 간 모델’을 채택한다. 이 방식은 덧없이 사라지는 민족 국가를 특정 대륙에 존재하는 불변의 지리적 실체로 전환함으로써 정치적 경계가 변화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또 하나 지리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실은 (대륙 개념처럼) 추정된 지리적 분리가 아니라 (이론적으로) 중요한 역사적·문화적 유대에 기초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지리적으로 이 두 가지 사실에 기초하여 지구 표면을 유라시아와 사하라 이북 아프리카를 포괄하는 7개 ‘세계 지역’으로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서유럽
·동유럽
·북아프리카와 서남아시아
·중앙(내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앞서 말했다시피 이 책에서 시간적으로 1000년간, 공간적으로는 ‘아프리카-유라시아 문명’으로 한정하고 있다. 시간적으로 10세기 말 이후라는 사실은 데이비드 노스럽이 주장하듯이, 사람들이 지역 환경에 적응함에 따라 10세기 말을 전환점으로 세계 지역 간 정치적·문화적 분화의 힘이 수렴하는 힘보다 더 중요해졌다는 사실에 부합한다. 또 지리적으로는 ‘아프리카-유라시아 문명’으로 한정하는데, 아메리카와 오스트랄라시아(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와 그 주변의 섬들)는 1490년대에 유럽인들이 탐험 항해에 나서기 전까지 세계 무역과 연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를 분석 대상으로 삼지는 않지만 필요한 경우에는 여덟 번째 지역으로 포함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이 책의 초반부는 ‘유라시아 중심적’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지식의 한계로 인한 것으로 이 책의 불가피한 결함이라고 저자들은 고백한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첨부하면 이 책에서 다루는 범위가 더 설득력 있지 않을까? 그것은 인구 문제다. 1000년경 세계 인구 2억 6500만 명 가운데 여기서 설정한 시기의 시작점에서 7개 지역이 세계 인구의 거의 90퍼센트(2억 3200백만)을 차지했다. 이 사실은 이 책의 객관성을 뒷받침한다.
목적과 내용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은 지역 간 무역 패턴과 발달 과정, 장기적 측면에서 세계 경제와 정치의 상호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궁극적으로 무역의 패턴과 구조, 시대에 따른 지정학적 전개 과정, 과거 수천 년 동안의 패권 변화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책이 다루는 범위, 방법론으로 다루는 근거, 성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미 밝혔듯이 이 책이 다루는 범위가 시간적으로 1000년 이상이니 무엇보다도 세계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만 현재 세계화와 그로 인한 정치·경제적 결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세계 지리를 잘 이해해야만 한다. 현재의 세계화가 또한 수천 년은 아닐지라도 수세기 동안의 불균등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파생된 것으로, 결국 세계는 다양한 지역이 무역·이민·투자 같은 눈에 보이는 움직임 뿐 아니라 오랫동안 정치적·문화적으로 상호 작용하면서 변화하며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세계 권역을 7개로 나누었는데, 이는 지금까지 이 책과 유사한 거의 모든 책이 서구 중심적이나 혹은 중국 중심적이었던 사실을 그나마 피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셋째, 이처럼 큰 주제를 다루면서도 한 가지 큰 줄기는 분명하다. 물론 무역이 국가의 능력과 동기에 영향을 미쳐서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결국은 “정치가 무역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세계 무역은 “포병대의 대포나 언월도(偃月刀)의 칼날 혹은 유목민의 잔혹성을 통해 널리 확산되었다”. 실제 이 세상에서 일어난 일들이 그런 식었다. 왈라스적 안정성이라든지 파레토 최적 이론 등은 이론적 혹은 이상적으로 거론할 수 있겠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세계 무역은 경쟁하는 세력 간의 군사적·정치적 힘의 균형의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각 장의 개요
이 책의 첫 장은 지리적 경계와 각 단위별 특징을 살펴본다.
두 번째 장에서는 10세기 초반, 7개 지역과 여덟 번째 대륙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무역을 분석한다. 여기서 우리는 다른 지역과 지속적으로 직접 교류한 유일한 지역이 당시 황금기를 구가하던 이슬람 세계인 반면에 다른 지역과 교류가 가장 적은 지역이 서유럽이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황금기에 있었던 이슬람 세력으로는 바그다드, 카이로, 코르도바에 기반을 둔 아바스 왕조, 파티마 왕조, 우마이야 왕조를 들 수 있다.
3장에서는 1000∼1500년의 세계 경제 진화에 대한 분석적 조사를 폭넓게 수행한다. 이 장의 핵심 사건은 팍스 몽골리카가 몽골 제국의 통치 아래 유라시아 대륙 대부분을 연결했으며, 대서양에서 일본 영해에 이르는 원거리 무역이 활발했다는 사실이다. 또한 몽골 정복의 결과, 미생물이 한 지역에서 여러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전 세계가 전염병으로 고통받고 흑사병이라는 비참한 결과를 낳은 과정을 다룬다. 더불어 이후 세계, 특히 서유럽과 동남아시아에서 있었던 인구 및 생산량 증가와 세계적인 물가 상승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4장에서는 이베리아인이 대발견의 항해를 시작한 과정과 그로 인해 신대륙·유럽·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나타난 중대한 결과를 다루는데, 시기적으로는 1500∼1650년대에 해당한다. 여기서 우리가 탐험하게 될 콜럼버스의 주된 경제학적 중요성은 16세기 내내 전 세계적으로 은 무역이 행해졌다는 것이다.
5장은 중상주의 시대에 네덜란드공화국과 영국 및 프랑스가 세계 경제 패권을 둘러싸고 벌인 각축전을 다루고, 지구 반대편에 있던 중앙아시아와 로마노프 왕조의 러시아공화국 그리고 중국의 청 왕조가 육로로는 거의 팽창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당시 아시아가 결코 소극적인 역할에 머물렀던 것은 아니며, 새로운 군사 기술을 채택해 유럽 국가들이 경험한 정치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점을 중요하게 다룬다. 또 다른 주제는 당시 중상주의가 중요한 경제 정책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6장에서는 역사 서술을 중단하고 19세기 초반의 북서유럽, 특히 영국에서 발생한 근대적 경제 성장으로의 돌파구를 자세히 살펴본다. 산업혁명은 하나의 독립된 장으로 다루어도 손색이 없는데, 그 이유는 산업혁명이 이 책의 나머지 부분에서 살펴볼 시기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한편 산업혁명은 이후의 국제 무역을 결정하는 경제적 원동력이 되었고, 그 효과는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산업혁명은 이전의 정치경제적 흐름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산업혁명은 무역과 기술 이전 그리고 군사력을 통해 전 세계 모든 지역의 상호 작용이 오랜 역사적 과정을 겪으면서 정점에 도달한 사건임을 설파한다. 이는 영국, 더 넓게는 서유럽의 지대한 기여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사건이 그토록 혁명적이었고, 과거의 사건들처럼 한순간을 풍미한 일시적 소요가 아닌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함이다.
사실 어떤 면에서 지난 200여 년의 경제사는 산업혁명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신기술이 국제 사회에 서서히 확산됨으로써 발생한 지역 간 소득 격차 및 산업 중심국과 1차 산업에 주력하는 주변국 사이의 대분업, 그 결과 나타난 중심국의 자국 농산품에 대한 보호무역 압력 그리고 주변 국가에서 나타난 제조업 분야에 대한 보호 압력,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 퍼진 산업혁명으로 이런 흐름이 한 국가가 아닌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세기 전 영국 북부에서 발생한 사건의 여파를 지금도 경험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전개되는 과정은 순조롭지 않았다. 그 원인은 세 번에 걸친 세계적인 전쟁으로 인한 정치적 효과 때문이었다. 그 세 번의 전쟁은 중상주의를 종식시킨 프랑스 혁명 전쟁 및 나폴레옹 전쟁과 제1차 세계대전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이다. 이 때문에 전쟁은 세계 경제의 진화에 깊고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런 영향은 이 책의 구조에도 반영되었다. 요컨대 7∼9장은 각 분쟁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해 그것의 단·장기적 영향을 추적한다.
그래서 7장에서는 1815∼1914년의 19세기 역사를 살펴본다. ‘팍스 브리태니카’와 유럽 제국주의가 두드러졌던 이 시기에는 산업혁명의 결과, 새로운 증기 기술의 경제적 영향이 철도와 증기선으로 구체화되었다. 생산지와 도착지 사이의 물자 운송 요금이 상당히 감소한 결과, 대륙 간 가격 차이가 상당히 좁혀졌다. 또한 이 시기는 ‘대분기’가 일어난 때이다. 그 결과 서유럽 그리고 차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한 미국과 일본은 아시아·아프리카·오스트랄라시아·라틴아메리카 등지에 공산품을 수출하고 식료품과 원자재를 획득했으며, 특히 유럽은 이 모든 지역에 자본을 수출하고 아메리카와 오스트랄라시아에는 인력을 수출했다. 이 시기가 끝날 무렵의 특징은 세계화에 대한 반격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떠오르는 산업 국가이던 독일과 미국, 유럽 대륙의 식료품 수입국들,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그리고 영국령 식민지들이 모두 관세를 올리고 신대륙이 대규모 이민을 꺼리기 시작한 사실에서 그 징후를 감지할 수 있다. 산업화의 첫 번째 황금기는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비극적이면서도 갑작스럽게 끝나고 말았다.
8장에서 다루는 1918∼1939년의 전간기는 이런 재앙의 여파가 정치와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시기다. 1920년대에는 전쟁 이전의 국제 경제 수준을 재건하려는 시도가 나타났고,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1913년 대공황으로 세계화는 다시 한 번 후퇴했다.
9장의 주제는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여파인데, 이는 ‘팍스 아메리카나’ 형성에서 핵심 사건이었다. 다변적인 국제 관계의 틀이 미국의 영향 아래 형성되었고, 처음으로 공산주의가 확산하면서 세계 정치 시스템에 변화가 생겨났다. 아울러 유럽 열강의 제국주의 치하에 있던 제3세계 국가들의 탈식민화 움직임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러한 추세들이 결합한 결과 세계 경제는 훨씬 더 분산되었다. 1970년대 혹은 1980년대 OECD의 자유화 조치는 이러한 일반 법칙에 대한 지역적 예외로 볼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아시아·아프리카 같은 인구 밀집 지역은 이 시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다른 지역과의 무역 및 투자를 시작했다. 경제학적으로 20세기 후반은 수입 대체화 전략을 통해 신생 독립국이 산업화를 시도한 시기였다. 또 한편 무역 자유화와 산업 국가의 성장 그리고 새롭게 산업화한 국가에 대한 기술 보급의 결과, 세계의 투자와 무역은 전례 없는 팽창을 이루었다. 이것은 결국 이들 국가, 특히 중국과 인도 제조업 수출의 급속한 성장을 이끌었으며, 산업혁명 이후 서유럽과 벌어져 있던 소득 격차를 점차 줄여가기 시작했다.
10장과 마지막 장에서는 이 책이 우리에게 일깨워주는 교훈을 살펴보고 21세기와 앞선 시기의 관계를 조명한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단순히 7∼9장에서 다루는 세계 경제의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대개 그 과정이 주요 전쟁의 발발이나 제국주의적 확장을 경계로 구분된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다. 이전의 중대한 전쟁이나 갈등을 통해 확립된 지정학적 구조 속에서 무역이 행해졌고, 결국 다음 시대의 또 다른 전쟁의 발발로 다른 상황 속에서 새로운 단계를 밟게 된 것이다. 각각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활발한 무역 과정에서도 갈등은 계속되었고, 이는 경제적·지정학적 긴장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전쟁은 세계 경제의 외적 및 내적 충격이라기보다 과거 1000년간의 전개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속성이 되었다.
경제학자들은 제국주의를 비판하기도 하지만 약탈은 여기서 살펴본 제국들의 기본 특징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앞선 여러 세대의 역사학자와 경제학자가 수고스럽게 연구한 지식을 집요하게 약탈해가며 열심히 정복자들의 사례를 살펴본다. 그러나 저자들은 정복자들과 다르게 과거의 연구를 번복하기보다는 원래 주장을 지지하고 싶었으며 그런 바람으로 작업에 임했음을 고백한다. 따라서이 책의 내용은 지적 조예가 깊은 역사학자들에게는 특별히 눈에 띄는 내용이 없을지 모르지만 경제학자, 경제사학자, 정치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뿐 아니라 세계화나 21세기 초반 국제 경제의 기원을 폭넓게 이해하려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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