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서양사 이해 (독서>책소개)/4.서양유럽역사문화

세계사를 품은 스페인 요리의 역사

동방박사님 2022. 12. 25. 04:54
728x90

책소개

왜 스페인에서는 쇠고기보다 돼지고기 요리가 발달했을까?
아몬드가 들어간 뽀스뜨레(디저트)를 스페인 북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지 않았다면,
스페인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았을까?

지역마다 확연히 다른 기후 풍토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여러 얼굴의 스페인’
역사를 알면 더 맛있는 스페인 요리 이야기

페란 아드리아의 엘불리를 필두로, 스페인 요리는 가장 ‘핫한’ 미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드리아의 요리는 전위적인 테크닉으로 유명한데, 정작 스페인 요리는 프랑스나 이탈리아의 요리에 비해 투박하고 원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렇기에 더더욱 스페인의 요리에는 그 자연, 역사, 지역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로마제국에서 신대륙 발견으로, 세계사를 품은 스페인 요리의 역사』는 이런 자연과 역사를 지도 삼아 스페인 요리의 세계를 탐색한다.
  •  책의 일부 내용을 미리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미리보기

목차

한국어판 서문
옮긴이 서문
들어가며

| 제1부 |
북부에서는 끓이고, 중부에서는 굽고, 남부에서는 튀긴다: 조리법으로 본 스페인 요리

제1장. 오야 olla
1. 가장 오래된 조리법, 오야 / 2. 시대와 계층에 따른 오야의 변천 / 3. 현대의 오야
제2장. 아사도 asado
1. 식문화의 토대, 아사도 / 2. 아사도와 오르노의 변천 / 3. 현대의 아사도
제3장. 까수엘라 cazuela
1. 까수엘라의 탄생 / 2. 까수엘라 요리가 걸어온 길 / 3. 현대의 까수엘라
제4장. 뽀스뜨레 Postre
1. 뽀스뜨레의 탄생 / 2. 뽀스뜨레의 변천 / 3. 각 지역의 뽀스뜨레

| 제2부 |
로마에서 신대륙 발견까지, 스페인의 영고성쇠를 품다: 식재료로 본 스페인 요리

제5장. 아세이테 aceite(올리브유)
제6장. 오르딸리사 hortaliza(채소)
1. 양파 / 2. 감자 / 3. 토마토
제7장. 아로스 arroz(쌀)
1. 벼농사의 역사 / 2. 쌀 요리의 변천
제8장. 레굼브레 legumbre(콩류)
1. 콩의 이모저모 / 2. 콩 요리의 역사
제9장. 우에보 huevo(달걀)
제10장. 뻬스까도 pescado(생선)
1. 생선을 먹어온 역사 / 2. 각지의 생선 요리
제11장. 마리스꼬 marisco(해산물)
제12장. 까르네 carne(육류)
1. 육식의 역사와 현상 / 2. 고기의 조리 / 3. 돼지고기 가공식품
제13장. 꼰디멘또 condimento(조미료)
제14장. 프루따 fruta(과일)
제15장. 께소 queso(치즈)

추천의 글 1
추천의 글 2
참고문헌
찾아보기
 

저자 소개

가쿠슈인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한 후 1975년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의 삘라르 사라우에게 사사받아 스페인 요리를 배웠다. 1989년, 스페인 식문화를 소개할 목적으로 도쿄 메지로에 ‘스페인 요리 문화 아카데미’를 개설했으며, 이후 집필, 강연, 후진 지도 등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와세다대학교 문화구상학부 비상근강사다. 주요 저서로 『태양이 최고의 진수성찬이었다』, 『스페인 카스테이라 순례』, 『엘불리, 최고의 ...
 
역 : 권윤경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대학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컬처 스터디즈를 공부하는 한편 ‘도시와 문화’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어바웃 스타워즈』, 『스타워즈 영한사전: 제다이 입문자 편』, 『스타워즈 영한사전: 제다이 기사 편』가 있다.
 
 

책 속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 중에 ‘여러 얼굴의 스페인Espana plural’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스페인은 지역마다 확연히 다른 기후 풍토와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자가 다른 개성의 문화를 확고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권에서 자라온 다양한 식문화. 그 성립 과정을 더듬어가는 것으로 ‘여러 얼굴의 스페인’이 가진 매력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바람으로 이 책을 썼습니다. --- p.16

이 오야가 너무나도 깊숙이 식생활 속에 침투했기 때문에 스페인에서 늦게 보급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꾸비에르또cubierto, 즉 한 사람분의 스푼, 포크, 나이프 세트입니다. 테이블 중앙에 놓인 오야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스푼으로 국물을 바로 떠먹었습니다. 떠낸 고기와 채소를 담는 데는 한 조각의 빵이 접시를 대신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꾸비에르또를 두는 습관이 17세기 말까지 스페인의 식생활에 정착하지 않은 배경에는 오야가 식사의 기본이었던 점이 크게 영향을 끼쳤던 것입니다. --- p.30

저는 이에 덧붙여 유럽 속의 스페인 요리라는 면에서 오야와 아사도를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오야가 유럽 내에서 스페인의 특이성, 혹은 개별성을 대표한다면, 아사도는 스페인의 유럽적 보편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야가 재료, 조리도구 등 모든 관점에서 스페인의 독자적인 요리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아사도는 스페인 고유의 요리라기보다는 수렵민족의 공통된 조리 방법에 그 원형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스페인의 독자적인 개성이 덧붙여져왔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아사도라는 요리는 오야처럼 확실하게 국경선을 그을 수가 없습니다. --- pp.44~45

로마에 이어 미식 분야에 새로운 요소를 더하게 된 것은 비잔틴제국과 뒤이은 이슬람의 대두입니다. 요리에 단맛을 첨가하는 ‘둘세’가 아니라 순수하게 단것, 디저트에 해당하는 것도 이 무렵부터 많이 등장합니다. 비잔틴의 요리체계에는 이미 많은 종류의 치즈가 편입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흐름을 이어받은 이슬람 문화는 페르시아를 통해 중국, 인도 등 동방의 영향까지 받아들였고, 스페인에 다양한 향료와 그 사용 방법을 전달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슬람 사람들이 이베리아 반도에 가져다준 특별한 것은 관개법과 사탕수수입니다. --- p.88

이 요리를 계기로 유지를 가열하지 않고 생으로 사용하여 맛을 더하는 조리법이 발달했습니다. 때문에 가열하지 않은 상태로 최고의 맛과 향을 유지하는 올리브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더 시간이 지나서는 생채소에 올리브유와 식초를 뿌려 맛을 내는 ‘엔살라다ensalada’가 가스빠초의 연장선상에서 등장하게 됩니다. --- p.116

흥미로운 것은 스페인 사람들이 본토에 감자를 보급했을 뿐 아니라 그들이 개척한 아메리카 대륙의 다른 지역에도 감자를 퍼뜨렸다는 점입니다. 정복자로서, 마침내는 지배자로서 아메리카 대륙의 정치경제를 지배하게 된 스페인 사람들은 잉카에서 전해진 이 식물을 멕시코부터 파타고니아에 이르는 지역 전체에서 재배하도록 했습니다. 지리·기후 조건을 가리지 않는 이 식물은 중남미 식생활의 기초로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 p.126

토마토를 익히지 않고 사용한 또 다른 스페인 요리가 ‘가스빠초 안달루스’입니다. 안달루시아 지역의 향토요리인 이 차가운 수프는 토마토를 바탕으로 오이, 피망 등을 넣고 마늘과 올리브유를 더합니다. 엔살라다와 가스빠초의 공통된 성격으로 둘 다 올리브유를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생채소와 가열하지 않은 올리브유라는 조합이 그때까지 채소를 생으로 섭취하는 일이 거의 없었던 스페인의 식생활에 변화를 가져왔던 것입니다. 이때 생것인 채로도 확실한 맛을 가진 토마토가 엔살라다와 가스빠초가 유행하는 데 큰 추진력이 되었습니다. --- p.132

현재 스페인의 식사 메뉴는 일반적으로 첫 번째 접시, 두 번째 접시, 그리고 디저트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접시로는 수프, 채소 요리, 전채요리entremes 등이 나오고, 두 번째 접시로는 생선 혹은 고기 요리가, 마지막으로 뽀스뜨레가 나오는 것이죠. 콩을 사용한 요리는 원칙적으로는 첫 번째 접시로 나옵니다. 쌀과 그 외의 곡물, 파스타도 첫 번째 접시로 나오는데, 스페인 어느 지역에서나 콩 요리는 첫 번째 접시에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합니다. 다시 말해 ‘콩 요리로 시작하는 식사’는 스페인 사람들의 식생활에서 지극히 기본적이며 일상적입니다. --- pp.165~166

이런 상황을 일변시킨 것이 기독교도에 의한 레콩키스타입니다. 새로운 기독교 왕국은 옛 지배자였던 이슬람교도들과 부유한 경제력을 가진 유대인들을 추방하거나, 개종과 재산 몰수를 조건으로 이주를 허락하는 형태로 그 세력을 일소하려 했습니다. 공존의 시대가 끝나고 엄격한 불관용의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가톨릭으로 개종해 스페인에 남는 것을 선택한 이슬람교도와 유대교도들이 그것으로 안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항상 이단 심문의 공포에 떨며 살게 되었습니다. 이웃 사람마저 언제 이단재판소에 밀고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 개종자에게는 돼지고기를 먹는 것이 개종 증명으로 작용하여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타협점이 되었습니다.
--- pp.210~211
 

출판사 리뷰

냄비 속에 담긴 스페인의 역사

끓이는 것은 인류 공통의 오래된 조리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엇을 어디에 넣고 어떻게 끓이느냐는 그 문화권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고 볼 수도 있다.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조리법 역시 끓이는 것으로, 오야olla, 까수엘라cazuela 같은 음식에는 스페인의 역사가 담겨 있다.

오야는 깊고 큰 냄비를 뜻했는데, 곧 그 냄비로 조리한 국물 음식을 가리키게 되었고 지역에 따라서는 꼬시도cocido라고도 불린다. 오야는 이런저런 재료를 모두 넣어 푹 끓이는 요리로, 무엇을 넣고 끓이느냐에 따라 왕실의 음식으로도, 서민의 음식으로도 각광받았다. 예를 들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는 “냄비를 국자 대신 써서 닭을 한두 마리 건져 아침밥으로 하시오.”라고 호쾌하게 말하는 부자의 오야, “그의 식탁에 오르는 오야에는 양고기보다 쇠고기가 많다.”는 돈키호테의 질박한 오야가 동시에 묘사되어 있다. 물론 이 묘사를 통해 당시 쇠고기가 양고기보다 싼 식재료였음도 알 수 있다. 오야를 냄비째 식탁에 올리고 각자 건더기를 떠먹는 식생활로 인해 그 도입이 늦어진 것이 꾸비에르또cubierto, 즉 한 사람분의 스푼, 포크, 나이프 세트인데 이 또한 스페인 요리가 원시적이라는 평을 듣게 하는 데 한몫했다.

현대의 오야는 지역에 따라, 가정에 따라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병아리콩과 감자 같은 채소, 또시노(소금에 절인 돼지비계) 같은 돼지고기 가공품이다. 또시노tocino는 스페인의 역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식재료인데, 소를 키울 만한 목축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외에도 스페인에서 돼지고기가 가장 중요한 육류가 된 것은 가톨릭 부부 왕, 이사벨과 페르난도에 의한 레콩키스타(국토회복운동)의 결과다. 이슬람교도뿐 아니라 유대교도까지 배척받게 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스페인에 남아야 했던 이들이 돼지고기를 먹음으로써 가톨릭에 대한 복종을 증명해야 했던 것이다.

까수엘라는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운 뚝배기인데, 이것으로 조리한 음식도 그 이름으로 불린다. 이 음식은 끓이기보다는 조리는 것으로, 식재료와 소스를 동시에 만든다는 스페인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살이 오른 정어리를 선택해서 씻은 후 후추와 생강, 사프란을 잘게 부순 것, 파슬리를 잘게 썬 것과 허브, 잣, 아몬드, 건포도를 정어리와 잘 섞어서 기름과 함께 까수엘라에 넣고 오븐이나 숯불로 조리한다.

까수엘라에 토마토소스를 넣고, 씻은 정어리와 붉은 피망, 양파, 마늘, 파슬리를 잘게 썰어서 소금, 후추, 사프란으로 조미한 것을 반씩 교대로 쌓고 오일을 끼얹어서 약한 불에서 조리한다.

이 두 레시피는 같은 요리, 즉 ‘정어리 까수엘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위의 것은 16세기 요리사 루뻬르또 데 놀라의 레시피이고, 아래 것은 현대의 요리사 안나 마리아 까레라의 레시피인데, 정확히 누구의 언젯적 레시피인지 모르더라도 두 음식 사이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가로놓여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후자의 주재료인 토마토소스, 피망 때문이다. 물론 조금 더 스페인의 역사에 정통한 사람이라면 전자의 레시피에서 잣, 아몬드, 건포도 같은 프루따 세까fruta seca(견과류와 말린 과일의 통칭)를 쓰는 것이 스페인을 오랫동안 지배했던 이슬람의 영향이라는 사실도 알아챌 수 있으리라.


스페인 요리는 없다

스페인의 요리를 소개하고 있지만, 이 책의 저자 와타나베 마리는 “스페인 요리는 없다.”고 말한다. 스페인은 ‘여러 얼굴을 가진 나라’다. 험준한 산맥들로 막혀 나라 안에서도 왕래가 어려웠고, 언어조차 다른 민족들이 공존해왔다. 각지의 자연과 문화에 맞춰 요리 또한 서로 다르게 발전해온 게 당연한 일이다. 즉, 스페인 요리가 아니라 발렌시아 요리, 까스띠야 요리, 바스크 요리, 까딸루냐 요리 등이 있을 뿐이다.

먼저, 스페인 음식 하면 바로 떠올리는 빠에야를 살펴보자. 스페인에서 본격적으로 쌀을 재배하고 요리에 사용한 것은 이슬람의 영향이다. 이슬람교도들은 아라비아 반도에서 북아프리카를 통해 지중해를 따라서 서쪽으로 이동했고, 8세기 이베리아 반도 진출을 계기로 유럽의 쌀 재배 지역을 확대시켰다. 빠에야가 스페인 음식이 아니라 이슬람의 지배의 중심지였던 발렌시아 음식인 이유다.

삼면이 바다에 면한 스페인이라 생선 등 해산물의 소비가 많은데, 깐따브리아해, 남부 대서양, 지중해에 면한 각 지역은 서로 다른 해산물 요리를 발달시켰다. 비스까야만에 접해 있는 바스크 지역이 특히 해산물 요리로 유명한데, 흰살생선인 메를루사(대구의 일종) 요리, 오징어먹물 요리 등이 대표적이다.

험준한 산맥을 넘어 내륙으로 유통시킬 수 없었던 생선이나 해산물 이상으로 스페인 식생활의 중심을 차지한 것은 육류다. 앞서 말했다시피 육류 중에서도 돼지고기가 중요한데, 하몬jamon, 초리소chorizo 등 다양한 돼지고기 가공품이 발달했다. 초리소의 붉은색은 다량의 파프리카를 넣었기 때문이므로, 당연히 신대륙 발견 이후 발달한 가공법임을 알 수 있다. 향신료로 후추를 거의 쓰지 않고 파프리카를 주로 쓰는 것이 스페인 요리의 또 하나의 특징인데, 프랑스와 국경을 접하면서 여러 측면에서 영향을 받은 까딸루냐의 부띠파라butifara는 후추를 넣은 소시지다.

고대 로마제국이 종횡으로 길을 열었고, 로마 멸망 후에는 게르만 민족이 그 길을 위에서 아래로 역행했고, 이슬람교도가 북상한 후에 기독교도들이 남하하며 그들이 남긴 문화들이 첩첩이 쌓인 이베리아 반도. 스페인 요리를 즐기는 길은 그 다양성을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또한 각각의 조리법과 식재료가 품고 있는 자연과 역사를 더듬어봄으로써 스페인이라는 커다란 퍼즐의 조각을 맞추는 것은 스페인 요리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일 것이다.